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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 -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
곽재식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007 시리즈 말고도 슈퍼 트리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영화를 꼽아보자면, 나는 홍콩의 최가박당 시리즈도 언급할 만하다고 본다. 천재 범죄자가 있고, 그 범죄자를 붙잡으려는 사람들이 애를 쓴다는 이야기를 비현실적인 느낌이 가득한 코미디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최가박당 시리즈와 슈퍼 트리오는 유사하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알고 다시 한 번 보면, 거인으로 묘사된 끔찍한 인간이 나중에는 너무도 처량해 보인다. 만약 단순히 인간들의 이야기로만 그렸다면, 이미 역사에서 많이 다뤄진 내용이라 진부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인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결국 그 둘이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알게 되면, 우리가 미워했던 대상에 대해 달리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다. (-66)
이말년 시리즈는 개그 웹툰으로서 성공적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단순히 웃기는 데서 그치는 만화는 아니다. 사실 이 만화가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이유는 물론 웃음도 있지만, 그 이면으로 작품이 상당히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보면,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의 으스스함이 직계 혈통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김전일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임을 주장하는 것은 김전일 시리즈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영향권 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147)
삼태랑은 초밥왕 세계관에서 쇼타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최강의 적수이며, 요리사로서 필요한 체력이나 정신력,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묘사를 보면, 쇼타를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천재다. (-229)
말풍선은 마지막에 작업했다. 50년 동안 단 한 번도 배경 작업을 위한 어시스턴트를 고용하지 않았다. 그러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아널드 파머가 다른 사람을 시켜 칩샷을 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찰스 슐츠다운 유머다. 성실한 작가의 표본으로 삼고 싶은 작가다. (-315)
어려서 만화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손오공, 베지터가 나오는 드래곤볼은 읽고 또 읽은 만화책이다. 쿵후보이 친미, 원피스, 아이즈, 세일러문, 슬램덩크, 피너츠, 소년탐정 김전일, 란마, 타이의 대모험 등이 있다. 어릴 땐 금지된 책이었고, 지금은 만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우정과 배려, 행복, 성장을 이해하는 도구였으며, 만화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만화책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김겨울 작가는 소년탐정 김전일을 자신의 최애 만화책이라 말한다. 읽을 연령이 아니었던 8살 때부터 이 만화책을 읽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엄격한 기준이 없었던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미성년자도 술을 마실 수 있었던 그때였다.
김중혁 작가는 자신의 최애 만화로 『피너츠』를 첫 번째로 손꼽았다. 나에겐 만화 스누피로 기억되고 있는 그 만화의 재출간 소식은 매우 고무적으로 느꼈다. 항상 만화는 눈치를 보며 읽어야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늘 선명했다. 만화라 쓰고 철학책이라 말한다.
586세대 펭귄각종과학관 관장 이정모는 1970년대 유행했던 꺼벙이를 최애 만화로 언급하고 있다. 이 만화책은 지금 MZ세대에겐 낯선 작품이다. 5826 세대가 공통적으로 느꼈던 ,오래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색이 없는 단순한 만화책이며, 꺼벙이가 주는 순수한 캐릭터의 느낌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이연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진격의 거인』을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만화책으로 손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