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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0/pimg_7300591134587441.jpg)
벅차고, 쉴 틈 없고 ,그러다 다치고, 다친 것을 무시하고 또 일을 하고 뉴스를 통해 주변을 통해 그렇게 일을 하다 쓰러진 사건들을 남의 일처럼 흘려듣고 지나가는 일상들. 너무 고된 일도 계속 일거리를 받기 위해 참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땀과 신음, 그렇게 고통에 무감각해지고,인내심이 암묵적 계약 조건이라 믿고 버티는 사람들. 그렇게 20대 젊은 남성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현실이 한국 사회의 노동이 갖는 이미지이다. (-15-)
2023년 6월 23일. 27세의 노동자가 홀로 엘리베이터 수리 작업을 진행하다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그는 동료에게 "혼자선 작업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전화한 지 14분 뒤 추락했다고 전해진다. (-98-)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몇 번의 참사가 발생했지만 프랑스와 같은 전환기를 맞고 있는가.'진짜' 책임자는 없고 꼬리 자르기를 위한 희생양만 찾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저 반복된 참사 앞에 똑같은 매뉴얼을 앵무새 마냥 읊조리고 잇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145-)
기업이 주문과 동시에 빠른 물류 준비와 배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데에는 첨단 디지털 기술이 개입된다.물류센터에는 '랜텀 스토우(상품을 인공지능에 의해 주문 빈도,물품 특성, 재고량 등에 따라 수시로 보관할 위치를 정해주는 시스템)' 방식과 '라스트마일(물건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마지막 동선을 소비자에 따라 최적화하는 시스템)' 방식을 활용하여 노동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쉴 틈 없이 빠르게 업무가 진행되게 만들며, 소비자가 요청하는 시간 및 장소(새벽, 집 문앞)까지 착오 없이 전달하게 만든다.(-228-)
핀란드의 과로사에 대한 미국인류학자 대나 후나하기의 민족지 연구는 왜 복지국가로 손곱히는 나라에서 2000년 후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후나하시는 50대 과로사 직원에 대한 동료들의 평판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untimely'였다. (-264-)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했고,502명이 사망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으며,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자가 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사고가 일어났으며,159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졌다.대한민국 사회는 30년 사이에 수백 명이 죽은 사고가 여러 건 일어났음에도, 프랑스처럼 재난에 대한 전환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그 책임자를 문책하겠다는 정치적 발언만 있다. 사회가 만든 구조적인 문제는 등한시하였으며, 숨가쁜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고 있다.
책 『지불되지 않는 사회』은 대한민국 사회의 뼈아픈 사회적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며, 플랫폼 노동자, 알고리듬 노동자, 정체성 노동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발생하여 , 죽어간다 하더라도,인간은 무덤덤하게 죽음을 바라보고 일상을 살아간다. 삶 속에 불안이 잠재되어 있는 이유다. 쿠팡 물류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이 노출되어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최근 모 기상캐스터의 죽음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MBC 이들이 눈에 보인다.이런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닌, 내 가까운 곳에도 존재했다. 작년에 지역 시청 공무원이 사망하였을 때,그 공무원이 죽은 원인보다 그 사람이 공무원으로서의 불성실을 평가하는 모습이 노출되었다. 남의 일에 매우 엄격하게 바라고, 평가하려는 버릇이 우리 사회가 지불되지 않는 사회로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우리 사회는 기업에서,산재를 회피하려는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산업재해 관련 보험을 들고 있음에도,정작 사업장에서,산재가 발생하면,보험이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그건 산재 건수에 따라서, 지자체 관급 공사 수주하는데 감점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제도가 있음에도,그 제도에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는 사회적인 경향이 강하다. 특히 육아 휴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자신이 일하지 않음으로서, 그것이 조직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그 보상으로 승진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흔하다. 생리 휴가 육아휴직 뿐만 아니라, 대한밍국 복지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여성의 가사노동, 돌봄 노동, 재생산 노동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지불되지 않는 사회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