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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 - 마음의 발견
박세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평점 :
생각은 ,어떨 때는 무례하게 노크 없이 불쑥 들어와 마음 속을 헤집고 나간다. 제멋대로 환상을 품기도 하고 부조리한 알몸으로 나타나 경악하게 하다.무수한 적정과 불안, 후회와 불면의 나날들에 지치던 어느 날, 생각이 잠든 사이에 우리는 비로소 볼 수 있다. (-5-)
나르시시스트를 끝없이 달리게 하는 욕망의 전차는 불안을 연료로 사용한다. 자신도 미처 모르는 열등감이란 녀석이 두려움을 만들고, 불안함이 커질수록 자기애적 성향을 부풀린다. 이러한 성향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격 특징이거나 혹은 어릴 적 경험한 폭력이 무력한 자신으로부터 도망가 곧 불러낸 환상일 수 있다. (-33-)
숲에선 생명이 날마다 증명하지 않은 채 그저 살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경쟁하듯 성장하지 않고도 서로 평화를 유지한다.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 원자에서 생명체를 얻는다. 살아있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숲을 완성하고 지구를 자정하고 조화를 이루다가 또 어느새 사라진다. (-58-)
어느날 ,부모님으로부터 과거 교통사고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야 '바보 오빠'가 바보로 살지 않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 골목 안에서 모두가 각양각색 주택을 짓고 살던 과거 그 시절은 서로의 속사정과 밥숟가락 개수까지 속속들이 잘 알았다. 그곳 아이들에게 '바보 오빠'는 무해하고 안전한 사람이었다. (-84-)
'편리함'역시 작동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다. 생각하는 대로만 살다 보면 편리함 속에 마취될 수 있다. 계단을 오르는 일처럼 조금 불편해도 건강을 마주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118-)
모든 인간은 무에서 탄생해서 무로 돌아간다.원자가 생명을 얻었다가 다시 원자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기대감과 긴장감을 줄이고 오늘을 마음껏 웃고 기뻐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도 '무'에서 탄생한다. 거창함을 버리면 된다.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고 구별 짓고 싶은 욕구도 버린 채 조금은 잊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좋다. (-159-)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정도, 섭섭함도, 욕망도 없이,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간다는 걸, 내 삶의 전부처럼 기억하며 살고 싶다. 삶 속에서, 욕구를 덜어내고, 욕망을 비우며,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주고 떠나고 싶다.미움, 섭섭함, 아픔, 슬픔을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책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 - 마음의 발견』은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산다는 것은 무수한 걱정과 불안, 후회로 얼룩진 삶을 견디는 것이다.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나와 가까웠던 이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이젠 낯설게 느껴진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나 스스로 비우고 살아야 한다는 걸 한번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책 을 읽다가, 순간 마음이 아련해진다. 아픜 기억이 떠올랐다., 삶 과 죽음은 항상 내 곁에 머무르며 공존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 사람에 대해,조금 더 관대해질 것이고, 조용히 살아도,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100년 전에 비해서,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간다.내가 누렸던 것이 과거에는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며, 꿈에서 아련하게 존재했던 것들이다. 그때는 그것을 가질 수 있다면, 욕심내지 않았을 그 무언가였다.소박한 삶에 만족했다,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였던가,욕심내지 않겠다던 그 다짐은 사라졌고, 새로운 것을 탐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감정과 거리를 두는 법, 사람과의 관계를 객관화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였고,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꼽씹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