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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민식이 나중에 유명한 화가 돼서 돈 많이 벌면 학교에 장학금 좀 내고 그래라. 몇 년 전에 김환기 화백의 <우주>가 무려 백삼십이억 원에 낙찰되었단다. 그림값 어마어마하더라."
"아, 선생님 당연하죠 오산중학교에 제 이름 남겨야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창식이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부러운 마음을 달랬다. (-16-)
목이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고 영화에서 본 것처럼 뛰고 굴러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한참을 발악하던 창식이는 지쳐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그날 밤, 갑자기 돌아와 집을 뒤집어 놓은 아빠와 다퉜던 게 떠올랐다. (-49-)
"각자 자기 재능으로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우리 오산 학교의 이념이다. 교장 선생님의 뜻도 그것이야.열심히 해서 멋진 시화전을 만들도록 하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울 터이니. (-84-)
현대 문명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 창식이었다. 저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자 정주역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부산해졌다. 짐도 들고 보따리도 이고 플랫폼 쪽으로 다가갔다. 제복을 입은 역무원이 기차표에 구멍을 뚫어주었다. 차례대로 플랫폼으로 나아가자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기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129-)
말순이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방법이 없었다. 말순이를 위해 그렸던 그림은 압수되어 사라졌다. 문구조차도 불량하다는 것이었다. 학교에는 엄명이 내려졌다. 설립자인 이승훈 교장 선생님도 강당에 직접 와서 아주 근심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159-)
1928년 (소화 3년) 6월. 문화제 당일 가혹한 검열에 흥분한 학생들 일제히 정주역 광장에서 극렬히 만세 운동 벌임.24명 체포. 1928년 8월 15일 시위 참여자 박창식 군 취조과정에서 사망. 1928년 9월.개학 이후 박창식 군 사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요구하며 동맹 휴학. (-211-)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세운 오산중학교가 있었다.이 학교는 평안도 정주시에 있었으나, 1919년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폐교되었다가, 서울특별시 용산구 보광동에 다시 학교를 지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학교로 오산중학교 뿐만 아니라, 1886년 세워진 이화여고도 있다.이 두학교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독립운동과 엮여 으며, 학생들은 고문로 인해 사망한 기록이 남아 있다.
소설 『점퍼』의 배경은 오산중학교이다.이 학교에 박창식이 다니고 있으며, 오산중학교에 서, 같은 반 창식은 민식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었다. 어느날 창식 앞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1928년 당시의 과거의 창식은 미래의 창식으로 바뀌었고,미래의 창식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타임슬립을 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1928년, 소화 3년 당시로 돌아간 미래의 창식은 눈앞에, 김소월,백석, 이승훈 교장 선생님으 보면서, 신기해한다. 역사 속 인물이 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100년 전 과거로 돌아간 창식은 극도의 혼란을 느꼈다.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현대문명에서, 추구했던 기술,문명적 혜택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없이 답답한 창식은 절망하고 있었다.
한편,과거에서,미래로 돌아간 창식로 있었다. 민식와 라이벌 관계인 창식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 자신이 살았던 삶의 방식이 미래에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름을 쓴 두 사람의 운명이 다라졌고,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느낄 수 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거나,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진다면, 현재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주어진 것에 대해서,감사해야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2024년은 소화 몇년인지 계산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