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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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서양인과 비서양인으로 구분되어지는 시대다. 그것은 마치 문명인과 비문명인으로 구분되어지는 것과 같다. 세계의 모든 것이 이분법으로 나뉘어진 상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다인종, 다원화 등 다양화된 세계에서 살면서 왜 거의 모든 것들이 이분법으로 이루어졌을까? 이유를 찾으려면 인종 차별의 역사와 현실, 문명을 이루는 과학의 발전과 이용, 문명인이 말하는 문명과 비문명의 구분을 말한 곳으로 가야 한다. 또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파헤쳐야 한다. 잘 다음어진 구분이라면 인정하고, 잘못된 방법의 구별으로 판단되면 개선해야 한다. 

이 책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서양, 즉 유럽 그중에서도 서유럽으로 가야 의문이 풀린다. 시대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그리스서양 세계를·로마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리스를 중심으로 에게해를 장악한 무역으로 발달된 문명의 시작이며, 유럽의 대부분을 하나로 제국으로 묶은 로마 제국 시대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그들의 표현대로 유럽은 문명화된 최고의 통치 방법이 있고, 과학적 원리를 탐구해 자국의 국민들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곁으로 치워놓고, 직접 역사를 탐구해 들어가면 많은 주장이 그들의 시각대로, 그들의 입맛대로 꿰맞춘 것임을 알게 된다. 힘으로 바다를 장악해 무역로를 독점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돈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스 시대의 문명은 신(神)의 도움으로 이룬 것이기에, 엄청난 건축물인 신전을 세우고 그들을 기렸다. 그들의 신은 그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서양을 하나의 제국으로 열린 로마 제국은 전쟁을 통한 피의 댓가이다. 삶의 풍요로움을 이루기 위해 식량은 물론 바닷길을 장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한 로마는 그들의 앞바다 지중해를 장악하고 제국이 완성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격언대로다. 

특히 로마는 황제 체제와 공화제를 왔다갔다 하면서 통치술을 발전시켰으며 결국 막강한 권력의 황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가 500년을 버티지 못하고 멸망(서로마)했다. 당시 로마는 많은 부분을 그리스 문화를 따랐다. 다만 전쟁을 위한 길과, 제국을 다스리기 위한 법은 매우 합리적으로 제정됐다고 많은 학자들이 인정한다. 지금의 서구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로마 제국은 무력을 뺀다면 '길'과 '법'의 나라라고 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등의 격언도 그로 인해 생긴 것들이다. 이 책의 저자 수바드라 다스는 서양인(서구 백인)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신념으로 공유되는 10가지 핵심 가치의 이면을 살펴보며, 역사와 우리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과학은 가치중립적인 이성의 최고봉이고, 교육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교양의 중심이라고 배웠다고 말한다. 저자도 '물론'이라고 말하듯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도 마찬가지다. 또 시간은 효율적으로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이며, 글은 모든 생각과 사건을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로 배운 것도 사실이다.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런 시각은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다. 교육과 시간의 중요성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 등 타지역도 마찬가지지여서 교육을 통해 이런 것들은 우리의 보편적 생각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갖추는 것을 문명화의 기본으로 간주해 왔다. 이에 따라 이를 갖추지 못한 사회, 사람은 자연스럽게 야만적이고 미개하다고 간주된다. 저자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머릿속에 깊이 박힌 ‘과학’, ‘교육’, ‘글’, ‘시간’ 등의 개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우리가 세운 문명화의 기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누가 확립했으며, 결정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이 책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열 가지 핵심 개념의 생성 과정을 탐구하며, 서구 권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틀을 활용해 세계를 문명과 야만으로 나누고,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펼쳤는지 살펴본다. 멋지고 당연해 보이는 가치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모양을 갖추고 발전하며,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의 결정적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들이 짜놓은 권력 게임의 중심엔 ‘문명과 야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10가지 핵심 가치의 생성 과정을 탐구하며, 서구 권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프레임을 활용해 세계를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펼쳤는지 파헤친다.

과학을 독차지한 자들은 누구인가? ‘고전’은 누가 결정하며, 어떻게 제국주의의 비전이 되었나?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지었다는 말에 숨겨진 뜻은? 시간은 왜 우리를 걷잡을 수 없이 조여오는가? 잉카제국의 문자 ‘키푸’가 역사에서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서구 세계가 만든 거대한 억압과 착취의 구조가 역사에,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 하나씩 밝혀낸다.



저자의 집필 취지에 따라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 과학」, 2장 「아는 것이 힘이다: 교육」, 3장 「펜은 칼보다 강하다: 문자」, 4장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법」, 5장 「민중에게 권력을: 민주주의」, 6장 「시간은 돈이다: 시간」, 7장 「국가는 당신을 원한다: 국민」, 8장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 9장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죽음」, 10장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 공동선」 등이다. 각 장의 제목을 나열했지만 대부분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러한 말들은 믿어 의심치 않은 지혜로 우리 사회에서 수용되고 있다. ‘과학의 합리성’, ‘교육의 힘’, ‘시간의 중요성’, ‘글의 영향력’ 등을 대표하는 보편적인 신념들은 현대 문명의 성취이자,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지금도 공유된다. 하지만 이를 순수하게 옳은 것으로만 생각해도 될까?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그 안에 깃든 역사적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비판적 시각은 얼마나 정교하고 깊게 탐구된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저자는 인도의 성인이라고 추앙받는 간디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에 따르면 간디는 청년 시절 영국인들만큼 서구화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문명화'되었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각 잡힌 양복을 입고,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런던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식민지를 문명화한다는 임무에 딱 맞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을 들였던 그 순간부터 마주했던 인종차별을 겪는다. 인종차별은 위대한 영혼의 지도자 간디에게도 넘지 못할 벽이었다. 대영제국은 식민지 사람들을 문명화하기 위해 정의, 평등, 자유, 민주주의, 자치를 가르치지만 어디까지나 백인 시민에게만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위선을 드러낸다. 인도로 돌아온 간디는 여성과 달리트(일반적으로 '불가촉천민'이라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부른다. 힌두교 카스트 제도의 밑바닥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이다)에게도 평등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그는 문명적인 사회에서는 가능하다고 배웠던 모든 신념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데 생을 바쳤으며, 진정한 평등과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간디의 삶은 서양 문명이 우리의 생각만큼 우리의 생각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쯤되면 '문명'이란 개념에 대해 의심해 볼 만하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문명화되었다는 말은 진보와 발전이라는 개념을 포함한다"고 전제한 뒤 "온갖 복잡한 기반 시설과 세련됨을 갖춘 도시는 시골이나 야생보다 더 발전되고 문명화된 곳이라는 말을 듣는다. '야만인'이나 '미개인'과는 달리, 문명화된 사람은 합리적이고, 교육을 받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라고 배운다. 제일 중요한 점은 역사에서 문명화는 유사체(類似體)적인 개념이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문명화된 그 모든 것들의 반대편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비문명적인 사물과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지적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그리스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미개인'이었다. 고대 로마인 입장에서는 'civis'라고 일컬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도시 거주자였다. 시골에서 거주하며 일하는 사람들과는 구분되었다. 저자가 이런 사례를 언급한 까닭은 고대 그리스인과 고대 로마인 모두 다 지금 우리가 '문명'이라 여기는 것의 문화적 조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계몽주의 시대부터 20세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명이라는 말은 새롭고 보다 구체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이 의미를 탐구하고 '문명'이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서양'이라는 말과 결국은 사이 좋게 더불어 안착했는지 역사적 기원을 추적한다고 쓰고 있다. 

실마리는 '서양'이라는 말 속에, 그리고 서양과 비서양의 구분은 단 한 번도 순수하게 지리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 속에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유럽의 작은 왕국에서, 북아메리카의 탁 트인 평원을 거쳐, 오스트레일리아를 지나, 전 세계 소수 민족 거주지까지, 서양 문명의 심장부 곳곳을 살펴본다면, 이 모두가 지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서양이란 바로 백인이 있는 곳이다." 서양 문명이 의미를 띠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서양 문명과 연관 짓는 관행과 가치들(몇 가지만 언급해 보자면, 민주주의, 정의, 과학의 합리성 등이다)은 점점 커져가는 유럽 제국의 야망과 권력에 발맞춰 나타났다. 어디가, 또 무엇이 문명화되었는가를 결정한 것은 바로 식민지 통치자들이었으며, 이들은 자신들만의 프레임 속에서 문명을 규정했다. 그리하여 유럽 바깥에, 그러니까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정착형 식민지, 사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서구인들이 건설한 이곳들은 현재 서양의 문명 세계를 이루는 곳들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 내린 정의를 살펴보면, 이런 장소들은 단순히 더 강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지적으로나, 나머지 지역보다 더욱 발전한 곳들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10가지 프레임은 현실을 누르고 브랜딩이 성공한 사례라는 얘기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서양'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서양 문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명화라는 사명'은 식민지를 건설한 국가들의 비전이자 변명이었다는 것. 유럽의 강대국들은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단순히 자기들 것으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든 문명이라는 틀을 이용해 완전히 재구성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순히 이런 관념 뒤에 자리 잡은 거짓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애초에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런 관념들이 사실이라고 제풀에 속아 넘어갔는가를 이해해보기 위해 10가지 프레임을 추출해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지닌 서양이라는 관념 속에 널리 퍼져 있는 "서양은 나머지 세계와 확실하게 구분되며, 이들보다 확실하게 우월하다는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서양 문명은 항상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서양 문명은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럴듯한 존재라고 주장했고, 또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문명화된 서구와 비문명적인 '타자' 사이에 그어진 선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겠다고 결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를 얘기한다. 또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아주 특수한 시각에서 제외된 사람들에 관한 책이며, 그렇게 제외되었던 사람들을 다시 포함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 독자에게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 이유가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을 겪고 남북으로 갈라진 채,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서구 문물을 바탕으로 사회 체계가 형성되었기에 우리 고유의 민족혼이나 정체성에 상처가 깊다는 점에서 이 책의 증언들이 사실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게 한다. 선진 문명이란 명목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서구 세계의 사상과 가치관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아쉽지만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세계의 프레임마저 그대로 내면화하여 우리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이제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자고 제안한 저자의 열정에 응원할 수 있다.



배냉 왕국이 파괴되기 전에도 약탈은 자행되고 있었다. (···) 이 가운데 최고봉은 대략 천 개쯤 되는 황동판으로, 유럽 전역의 박물관에 퍼져 전시되었다. 이를 배냉 장식판이라고 총칭한다. 1897년 런던만 따져보더라도, 배냉에서 가져온 약탈품은 왕립 식민 협회, 왕립 지리 학괴, 포레스트 힐의 호니먼 박물관, 그리고 당연히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었다. 이곳에는 오늘도 여전히 100개 정도가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 지하에 있는 아프리카관 소장품의 일부다. 판에 끼워져 가로 여덟 줄과 세로 일곱 줄로 이뤄진 바둑판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어, 마치 우주를 자유자재로 떠다니는 것만 같다. 이런 식으로 전리품 또는 식민지 시기의 노획물과 약탈품을 지구에 유의미하게 연결되지 않은 것인 양 전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시 방식은 서양이 이 사물들의 함의와 맥락을 무시한 채 바라본다는 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p.301) 


저자 : 수바드라 다스(Subhadra Das)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과학사와 철학사를 전공했고, 동 대학교 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 인종주의와 우생학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팟캐스트, TV, 라디오 등에서 대중과 활발히 접촉하며, 권력이 조작하고 숨긴 역사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첫 책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세계사를 연대, 사건, 인물과 같은 기존의 주제가 아닌 개념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역사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서구 중심주의’라는 그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진부하고 낡은 것이라 간주되던 메시지를 ‘프레임’과 연관시키며, 서구 세계가 만든 거대한 억압과 착취의 구조가 역사에,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 통렬하게 밝혀내어 찬사를 받았다.


역자 : 장한라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그리스 · 로마 고전을 읽고 비평했다. 교보문고 보라(VORA) 에디터로 활동했다. 국제학술대회 통역과 사회과학 분야 논문 번역을 맡으며, 서울대학교 교수 및 명예교수의 영어 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남달라도 괜찮아』 『말의 무게』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 등이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너와 나의 야자 시간』 『게을러도 괜찮아』 등이 있다.

구입한 물건을 오래 쓰고, 되도록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글을 쓰거나 옮기며 여행 생활자로 지내고 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경험의 기록을 『열두 달 초록의 말들』로 한데 모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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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할 용기 - 내 인생을 바꾸는 10단계 루틴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김송호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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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절제할 용기』는 인간다운 삶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절제'에 대한 이야기다. 절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절제(節制)의 사전적 풀이는 '정도에 넘지 아니하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이다. 영어로는 'moderation', 'self-control', 'restraint' 등이 사용된다. 절제라는 단어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대로 '중용'에 가깝다. 동양에서 공자가 가르친 중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옛 사람들은 절제를 인간이 가진 고유한 덕목의 하나로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절제력을 키우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또 집안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배운 것이다. 그러나 절제는 그리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종류의 정신 상태가 아니다. 때문에 절제를 결심해서 한 번에 절제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평생을 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먼 자하리아데스는 〈프롤로그〉를 통해 절제를 결심한 이후 대부분 실패하지만 또 어느 시기가 되면 다시 결심하고, 그러다 조금 후 또 실패한다. 이렇게 누구나 절제와 자기조절을 개선시켜 나간다고 전제한다.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도 배워나가면서 절제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절제는 의외로 시도자들에게 많은 보상을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절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절제력이 없다'는 약점과 씨름해왔다. 그 약점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또 절제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유혹에 넘어갈 때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비틀거리면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절제가 승리하는 순간은 점점 늘어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절제력이 높아지게 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지적한다. 절제력이 높아진 뒤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언제든지 게으름과 나쁜 습관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이 전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의 양은 점차 줄어 들어가리라는 희망이 있다. 절제가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투쟁은 대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신은 절제를 위한 처절한 전투를 치르는 과정인데도 주변에는 절제와 규율이 몸에 밴 사람들이 존재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 먹을 만큼만 먹고 입을 닦는 사람, 주저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몸과 정신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 하는 사람 등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엄격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은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반면에 나는 어떨까? 비교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교는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비교는 상대의 속속들이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내밀한 환경이나 개인적 성격, 그리고 절제에 관한 투쟁 노력 등을 스스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기껏 받아낼 수 있는 답변은 "살기 위해서"라는 정도가 최선이다. 반대로 내 자신은 어떤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많지만 항상 내 몸과 마음이 따라와주지 못했다. 갖지 말아야 할 자격지심이 생길 판이다. 독자 개인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절제한 적도 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가장 흔한 금연, 금주 등뿐만 아니라 하루 30분 아침(새벽) 운동도 실패했다. 이젠 절제를 유지한다는 게 내 인생과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절제의 삶'에 절제를 이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변화의 툴을 제공한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저자는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절제가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절제한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용기를 내는 것뿐이라는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절제의 삶의 열쇠는 '습관'에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절제의 가장 큰 이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절제를 하려면 우리의 욕구와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절제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습관’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절제하는 행동을 습관화시키면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우리의 욕구와 욕망이 불식된다. 이 책은 어떠한 행동을 습관으로 들이는 방법을 비롯해, 우리의 삶에서 절제를 유지하는 다양한 기술이 담겨있다. 처음부터 ‘열심히 일하는 습관’, ‘일찍 자는 습관’, ‘조금 먹는 습관’을 들일 필요는 없다. 저자의 솔루션은 ‘일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 마시기’, ‘잠자기 전 쇼팽 음악 듣기’, ‘밥 먹기 전 다 먹은 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등 힘들게 할 필요가 없는 행동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두뇌가 습관의 메커니즘에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들어간다.

뇌과학과 심리학에 정통한 저자가 개발한 이 솔루션은 저자 자신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 책이 왜 출간 후 아마존 자기계발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 분야에 1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유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각 장의 끝에 달린 ‘절제 연습’ 코너에 있다. 절제 연습은 본문에서 읽은 내용을 실제로 내 삶에 적용해보는 훈련 과정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적혀있어 손쉽게 따라해볼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기르려면 일상 속에 새로운 행동을 끌어들인 다음, 오랜 기간 그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이런 행동은 이미 존재하는 나쁜 습관을 거스르기 때문에 습관을 들이고자 하는 분야가 익숙한 분야이든 아니든 힘들기 마련이다. 인간의 두뇌는 익숙한 루틴, 즉 습관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도파민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두뇌는 새로운 유형의 행동을 할 때 특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다보니, 익숙한 루틴에 따라 행동할 때 만족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두뇌가 도파민 분비를 위해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 이것을 ‘충동’이라고 부른다.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이러한 충동에 맞서 우리 뇌가 익숙해질 때까지 새로운 행동을 지속하는 일이다. 이윽고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정착되면 그때부터는 두뇌가 그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충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습관의 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는 힘이 절제력이다.(p.32)



삶속에서 절제를 실천해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연습을 성공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게 한다. 연습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따라하기만 하면 어느새 절제가 내 삶에 스며들어온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 이는 이렇게 쉬운 것을 나는 지금까지 실패만 해온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면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침대로 실천해 보면 천천히 저자의 솔루션으로 빠져들어가며 하루하루 다르게 발전되는 '절제의 나'를 발견하게 되고, 더욱 더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습 과정은 저자가 출간해온 자기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한다. 이미 검증이 된 방법이라고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작과는 달리 이 책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가 출간해온 자기계발서 시리즈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 24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개인 워크숍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자들을 교육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련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3개 부로 나뉘어 각 부마다 교육 과정에 맞게 하나씩 목표를 갖고 있다. 그 목표들에 대해서는 각 부의 맨 앞에 매일매일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 것을 전제로 썼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독자들이 실현 가능한 절제 원칙과 연습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독자들이 요구받을 내용은 단순하다. 책에서 배운 절제 원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보는 것뿐이다. 연습을 따라하다보면 절제가 있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1부는 독자들이 절제력을 갖고 싶도록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다. 우리가 절제력을 키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절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부에 절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절제의 중요성과 쓸모에 대해서 논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절제를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부를 읽고 나면 절제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습득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2부는 절제력을 키우기 위한 10단계를 제시한다. 실전 과정이다. 10단계는 곧바로 실행 가능한 원칙들이 제시된다. 개인의 성격과 행동을 바꾸는 데에는, 단계적인 실행 계획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저자의 절제력 키우는 경험에 의해서다. 이 같은 점에서 2부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각 단계의 연습 방법은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밝힌다. ① 각 단계가 내포하고 있는 콘셉트를 명확하게 이해한다. ② 그 콘셉트를 내 삶에 적용하고 마스터한다. 2부를 마치고 나면, 독자들은 충동을 억제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됨으로써 목표와 가치, 신념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3부는 평생 절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원리와 방법이 제시된다. 절제력은 근육과 같아서, 매일 사용하면 점점 강해지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는 게 저자의 믿음이다. 절제력을 기른 다음에는, 그것을 규칙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약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앞서 저자는 언제든지 게으름과 나쁜 습관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지에도 절제력 키우기처럼 매일매일 반복해서 연습할 것을 주문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절제가 승리하는 순간은 점점 늘어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절제력이 높아지게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를 유지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이 이 책은 제시하고 설명하지만, 이 방법이 독자들의 결정과 행동이 각자의 의도하는 바에 맞춰지도록 하는 실제적인 전략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필요한 내용을 빼먹지 않을 것이지만, 본문 전개 과정에서는 가능한 글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독자들이 책을 빠르게 끝까지 읽어내려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이론서나 원리 설명서가 아니라 실천서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밝히는 로드맵은 독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단계별로 한 단계씩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 로드맵에는 독자들이 살아가는 동안 피해야 할 장애물에 대한 정보도 제시되어 있다. 이 정보는 실천자들이 많이 드러내는 함정 같은 장애물로서 독자들이 같은 허점에 노출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꿀팁'처럼 제시되어 있다. 적어도 실천하는 동안엔 잊지 말아야 할 장애요소들이다. "절제의 여행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살다보면 당신의 절제력이 차츰 마모되어 약해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 시작할 필요를 느낄 때마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실천하기를 저자는 권한다.



의지력이 고갈됐을 때도 절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행동시스템’ 안에 존재해야 한다. 행동시스템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연속된 행동의 집합으로, 목적이 되는 행동과 그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방아쇠가 되는 행동으로 이뤄져있다. 행동시스템은 특정한 일을 해야 한다고 몸에 신호를 주는 루틴이다. 이러한 루틴이 습관이 되면 최소한의 생각과 노력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수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물을 마시고, 내일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기도나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이게 당신의 저녁 루틴이고, 저녁 행동시스템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행동들을 하겠다고 의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행동시스템을 처음 작동시키는 ‘물을 마시는 행동’ 외에는 어떤 행동도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행동들은 이전 행동에 따라 습관대로 이뤄져, 밤에 잠이 드는 것이 쉬워진다.(p.173~174)


저자 : 데이먼 자하리아데스(Damon Zahariades)


미국의 떠오르는 자기계발 멘토. 신간을 출간할 때마다 무조건 믿고 사고, 주변에 홍보를 자처하는 열혈 골수팬을 확보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기존의 자기계발 멘토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개인적인 경험이나 연구 결과가 아니라 철저히 이론과 실천을 중심에 둔다는 데 있다. 가슴을 잠깐 뛰게 하는 화려한 동기부여 연설보다 실제로 독자가 삶을 바꿀 수 있게 실용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강연이나 워크숍을 하지 않고 오로지 책으로만 독자들과 소통하는 비밀에 싸인 저자로 알려져 있다.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데이먼 자하리아데스는 쓸데없는 회의와 동료들과의 잡담으로 가득한 산만한 근무 환경을 버티다 못해 대기업 퇴사를 선언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법을 다룬 블로그 ArtofProductivity.com을 운영하면서 자기계발 전문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0년 출간한 《멘탈이 강해지는 연습》은 광고 하나 없이 입소문만으로 리뷰 4,000개가 달리며 아마존 분야 1위를 달성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리뷰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역자 : 김송호(KIM,SONG-HO,金松虎)


서울대 학사, KAIST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자로서 주로 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중에도 공학 분야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책들을 출간하고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현재 기업과 대학,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감사 및 평가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물병자리, 2016)'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지방대생 성공 전략』(비피기술거래, 2018),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비피기술거래, 2016), 『부의 진화론』(태웅출판사, 2014), 『사오정 넘고 오륙도 돌아 행복공동체로』(필맥, 2013), 『퇴직은 행복의 시작이다』(필맥, 2011), 『녹색성장의 길』(한국표준협회, 2011)' 『CEO 공학의 숲에서 경영을 논하다』(페이퍼로드, 2010),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필맥, 2009), 『부동산 신투자전략』(지상사, 2009), 『행복하게 나이 들기』(휴먼앤북스, 2008)' 『대한민국 이공계 공돌이를 버려라』(청림출판, 2007).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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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기적을 창조하는 상상의 힘 - 네빌 고다드, 《전제의 법칙》 읽기
슈카이브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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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생의 기적을 창조하는 상상의 힘』은 네빌 고다드의 『전제의 법칙(The Power of Awareness)』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저자 슈카이브가 해석과 함께 설명한다. "상상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끌어당김의 법칙’, 즉 심상화(心像化)를 처음으로 제시한 네빌 고다드는 "자신의 경이로운 상상력을 믿고 이미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믿으면, 믿고 있는 만큼 세상 안에 모습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영국령 서인도제도 출생의 형이상학자이자 강연가, 네빌 고다드(Neville Goddard, 1905~1972)는 의식과 무의식의 비밀을 찾은 위대한 탐험가이자 영원한 구루로 추앙받고 있다. 네빌은 지난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지 가능성에 머물러 있던’ 전 세계 수많은 잠들어 있던 영혼을 일깨우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인도했다.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 달린 네빌의 책 독자 리뷰엔 “네빌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독자의 열띤 간증이 수백 건 달려 있다. 생존하는 최고의 자기계발서 저자인 ‘웨인 다이어’와 ‘마크 빅터 한센’도 네빌 고다드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네빌의 저서 『전제의 법칙』은 '법칙'과 '약속'이라는 네빌 강의의 두 축 중, 오직 '법칙'만을 다루고 있다. 네빌은 이 책에서 상상력의 실제 사용법, 그리고 상상력을 잘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집중력과 의식통제의 훈련 방법 등을 설명한다. 상상력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책 『내가 원하는 곳에 나를 데려가라』는 네빌이 남긴 수많은 저서들 중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을 선별해 한 권에 모은 '합본판'이다. 번역자와 편집자, 출판사는 이 책이 네빌의 '끌어당김'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담아내는 완전판이자 최종판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공을 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네빌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원래 의도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한국어로도 가독성 높은 문장이 되도록 번역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의 본문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알맞은 장제목과 소제목을 새로 달았다. 

이 책 『인생의 기적을 창조하는 상상의 힘』은 저자 슈카이브가 쓴 『전제의 법칙』 해설서이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나를 데려가라』는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이해를 돕기 위해 독자 임의로 책의 성격과 내용을 여기에 병기했다. 저자 슈카이브는 인류의 의식 성장과 차원 상승을 돕는 역할과 사명을 수행하며, 그 사명의 일환으로 이 네빌 고다드의 저서를 통해 얻어야 할 영감을 덧붙여 책으로 펴냈다. 이 책 『인생의 기적을 창조하는 상상의 힘』이다.



네빌의 책이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살아있는 고전’이 된 이유는 일반적인 성공학 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성공학 책들은 단순히 반복해서 상상하면 ‘원하는 것을 끌어당길 수 있다’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개념들이 암시하는 바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당신 외부에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네빌은 “당신 외부에 당신이 원하는 것은 없고 이것이 우리가 ‘끌어당김’을 실행하기 전에 범하는 가장 큰 착각”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이미 내면에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현실화할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현실에서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끊임없이 상상하여 당신 내면에 완전히 ‘각인’시키는 것, 이것이 네빌이 강조하는 창조의 ‘전제의 법칙’이다. 이렇게 원하는 것을 당신의 내면에 제대로 각인시키고 나면 모든 일은 순리대로 풀린다.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소원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면 된다. 이 책에는 네빌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룬 수많은 사례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 슈카이브는 인생에 기적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은 자아관념에 있다는 네빌 고다드의 사상에 주목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며, 믿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자신이 체험하며 증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생을 살면서 우리의 근원이자 영적인 부모인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영적인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인생에 기적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은 자아관념에 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영적 지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차원 상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자들은 바라는 것들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애쓴다고 지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바라는 것을 찾기 위해서 바깥으로만 향한다. 그렇게 밖에서 떠돌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자기 안에서 찾지 못하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의식 성장과 영적 성장을 하길 바라며 네빌 고다드의 『전제의 법칙』 중 일부 내용을 저자 슈카이브가 요약 정리했다. 100여 페이지의 소책자에 불과하지만 핵심 내용만 정리하고 저자의 주변의 에피소드를 함께 담아 설명한다. 모두 28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 중 몇 개만 여기에 적어본다. 살펴보면, 「의식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1장), 「의식이 바뀌면 변화가 시작된다」(4장), 「인생에 기적을 일으키는 강력한 자아관념의 힘」(5장), 「바뀌어야 할 것은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9장), 「우리는 우리가 인식한 우리의 모습을 끌어당긴다」(11장), 「원하는 인생이 저절로 찾아오게 하는 방법」(14장), 「성공이 당신을 찾아오게 하는 방법」(18장), 「끌어당김은 깨달음의 법칙이다」(21장), 「‘이것’을 모르면 이루어지지 않는다」(23장), 「우주는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27장), 「잠재의식의 힘으로 인생의 기적을 창조하는 법」(28장) 등이다. 

1장에서 「의식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고 전제한 저자는 2장 「나에 대한 관념이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에서 "I AM'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면 인간은 좋든 나쁘든 자기 운명의 결정권자가 되며 나에 대한 자아관념(나의 삶에 대한 반응들)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결정짓는다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이런 '원인에 대한 진리'를 이해한다면 당신이 병을 앓게 될 때 당신은 병의 원인이 '나는 건강하지 않다'라고 정의된 자아관념임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근본 원인재료가 그 자아관념에 맞춰 특정하게 배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약한 자로 하여금 '나는 강하다'라고 말하게 하라.[요엘서 3장 10절]

왜냐하면 자신이 사실로 받아들인 것(전제)에 맞춰, 첫 번째 인인재료인 I AM이 재배열되고 그것이 굳어져 외부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은 당신의 사회적 , 재정적, 지적 또는 영적인 삶의모든 측면을 지배합니다. 나는(I AM) 삶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든 그것들의 원인을 밝혀줄 수 있는 실체입니다. 내가(I AM) 갖고 있는 자아관념이 그 존재의 형태와 환경을 결정짓습니다. - 네빌 고다드, 『전제의 법칙』 중에서



이 장에서 보다시피 원작 『전제의 법칙』의 일부 문구가 제시되고, 저자가 일부 해석하며 성경 귀절도 동원해 설명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풀이하지만 혹시 관념적으로 들린다면 다음에 쓴 에피소드를 통해 원작이 말하려는 것과 해설자 슈카이브의 문해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전달 과정이다. 에피소드는 저자가 주위에서 듣고 본 내용으로 구체적 설명을 추가한다. 

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내게 찾아와 자신의 삶이 너무나 불행하다고 말했다. 배우자와의 관게도 좋지 않고, 다니고 있는 직장도 자신과 맞지 않아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불행한 삶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방법을 알려주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삶은 내면 상태가 외부로 투영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내면 상태부터 바꿔야 합니다. 내면에 가득 차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다 몰아내고 긍정적인 것들로 채워야 합니다. 그러면 삶은 자동으로 달라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다. 의식 상태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한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대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금액 때문에 망설이다가 포기한다. 금액이 아닌 가치를 따졌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수많은 기회를 놓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힘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갖고 산다. 이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 가난하게 살 거라는 믿음에서 생겨난다. 나는 현재 가난한 형편보다 그 사람의 가난한 의식 상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의식을 바꿈으로써 삶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의식이 가난하면 그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나에 대한 관념이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p.14~17)



슈카이브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자신의 의식이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원인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말로 의식 성장을 이끌고 있다. 모든 것은 우리가 하는 상상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물일 뿐이며, 다만 과거에 자신이 어떤 상상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자신의 마음 안에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인생에서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들을 창조하는 힘은 결국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가졌음을, 이겼음을 전제하면 현실에서 가지게 되고, 이기게 되는 인생의 기적. 그 인생의 기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권한다.


저자 : 네빌 고다드(Neville Goddard)

지난 세기, 의식에 관한 심오한 법칙을 가장 잘 설명해준 형이상학자이자, 서양에서 신사상 운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 그의 강의는 상상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방법을 가르쳤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더 깊은 내면의 자아를 알 수 있게 설명해주고, 그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네빌은 단순한 강연자라기보다는 법칙을 충만하게 사용하는 실천가였고, 그 실천의 깊이만큼 다른 이들에게 자세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이용해 삶을 충만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1905년 2월,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 바베이도스에서 태어났고, 드라마를 공부하기 위해 17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가 댄서로서 지냈다. 이 때 한 친구의 소개로 마음의 힘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고 이로써 네빌은 형이상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를 지금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강사로 만들게 된 계기는 에티오피아 랍비였던 압둘라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일주일 내내 5년 동안 카발라, 성경의 상징적 해석, 히브리어의 비의적 의미 등을 압둘라에게 배운다. 그 기간이 끝나고 미국 전역에 걸쳐 대중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던 곳들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였다. 항상 만원사례를 이뤘었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TV쇼에서 시리즈 강연을 하기도 했다. 1972년, 네빌은 자신의 육체를 떠날 때까지 많은 강연과 책을 남겼고, 그가 행했던 강의들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저자 : 슈카이브

지구 극이동과 지구 멸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인류의 의식 성장과 고차원에서 온 영들을 건져내기 위해 한반도에 육화했다. 어려서부터 언어 장애가 심해서 30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말더듬이 심했던 것은 육화된 몸이 영적 능력과 지적 능력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 극이동 전까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역할과 사명에는 인류의 의식 성장이 있다. 더불어 인류의 차원 상승을 돕기 위해 고차원에서 육화한 영 중에 카르마나 에너지장에 걸려 차원 상승에 합류할 수 없는 영들을 건져내야 하는 일도 있다. 깨어나 신성을 회복한 3.5%의 인류들은 아버지 창조주께서 예비해두신 새 나라 4차원 행성 타우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슈카이브는 아버지의 새 나라를 열고 이루기 위한 기초를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아버지 창조주와 가이아 여신, 가브리엘 대천사, 유리엘 대천사, 라파엘 대천사, 대기권에 포진해 있는 은하 연합 은하함대의 사령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주어진 역할과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300권의 책을 집필하며, 자신의 카르마를 정화하고 소멸했다. 15년 동안 그에게 책 쓰기 교육을 받은 1,200명의 사람들 또한 언어의 카르마를 소멸할 수 있었다. 현재 온라인 카페 ‘한책협’을 개설해서 언어의 카르마 정화와 소멸을 위한 〈책 쓰기 교육과정〉과 차원 상승을 돕는 〈영적 성장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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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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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시형의 인생 수업』의 저자 이시형은 '국민 의사'다. 90세라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그가 에세이를 냈다. 정신과 의사이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전신과'란 말이 어울린다고 존경 받는 의사다. 그래서 '국민 의사'란 별칭으로 불리우는 것이다. 그가 낸 책은 대개가 치료하는 의사로서보다는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에 중점을 두었다. 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그를 보면 아마 90세라는 사실을 잘 믿지 않을 듯하다. 그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 아니라는데 평생 애쓰고 힘들게 일해 왔는데 건강한 모습은 그가 평소 주장하는 '예방 의학'에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표제어에 '인생 수업'이란 문구가 있지만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적잖은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90년 삶을 지탱해 온 것은 '감사'이고,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책의 첫 문장을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살려지고 있다."고 썼다. 삶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기에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고, 이는 '살아가다'나 '살아내다'로 능동형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굳이 능동형이 아니더라도 '살다' 정도로 써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자는 늘 그렇게 표현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을 의사 이시형이 왜 90이 되어서야 '감사'를 이야기할까? 그는 생애 10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면서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던 지나온 인생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감사의 마음을 이 책에 가득 담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오늘의 나를 만든 사람들」이란 제목의 〈서문(여는 글〉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를 찾아왔고, 거쳐 갔다. 멀리서, 가까이서, 혹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까지 나를 지켜봐 준 것이다. 물어보자. 어느 인생길이 평탄하던가. 평탄하다면 그건 인생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힘주어 밝힌다.

"넘어지기도 했다. 바로 일어나야 하는데 한참 꾸물대기도 했다. 이젠 한 걸음도 더 옮길 형편이 아니다. 이대로 영영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 머리 어느 한구석엔가 '무슨 소리?' 경을 치는 소리가 엄하게 들리고 정신이 번쩍 든다."고 썼다. 그리고 희뿌연 안개에 갇힌 인생 장막이 순간 맑게 걷히고 길이 열린다고 회고한다. 살아오는 동안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젠 그 일들이 '극적인 의식'으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저자는 뒤늦게 코로나를 앓았다고 한다. 앓는 동안 할 일이 없으니 죽음 생각도 나고 온갖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고도 한다. 지난 이야기가 떠오르니 문득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기억 창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일들이 줄줄이 올라온 것 같다. 우리도 누구나 병원에 입원했거나 몸이 아플 때 한 번쯤 해본 생각이고 경험이다. 드물긴 하지만 때론 자부심 같은 것이 가슴 가득 차 오를 때도 있지만 대개가 "내가 이런 일도 했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자성의 시간을 가질 때가 더 많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평생 환자를 치료하고, 글로써 마음의 위안을 주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운 '국민 의사'이지만 부끄러운 일이 더 많이 떠오른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저자는 '심플라이프'를 책을 통해 말하기도 했던 분으로서, 이 에세이에서도 단순하게 살기를 강조한다.

"어쩌다 헌 서랍 정리를 하다 보면 온갖 잡것들이 다 들어 있다. 도대체 이것들을 언제 쓰려고 마치 보물인 양 이렇게 귀중하게 모셨을까. 버리는 것이 참 어려울 때가 있다. 자칫 내 인생을 버리게 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p.7)

서랍 안의 잡동사니처럼 내 인생 서랍에도 온갖 잡것들이 다 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90년을 살아온 삶이 그리 간단하게 정리될 수는 없을 터다. 그러나 사람들과 공유하려면 이것들을 그냥 흩어놓아선 예의가 아닐 것 같아 대충이나마 정리를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다. 일단 뽑아 나열해 보니 이거야말로 내가 살아온 '인생 수업'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에세이에 대부분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전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 된다. 인생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수가 더 많다. 나이를, 연륜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일찍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나는 40세부터 준비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학창 시절 수험 공부하듯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한다. 젊은 날의 공부는 대체로 커리큘럼이 잘 짜여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냥 따라만가도 평균적인 인생이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그런 체계적인 도식이 없다. 그야말로 텅 빈 벌판에 내몰린 신세가 된다. 길 잃은 양은 되지 말자. 인생에 무슨 결론이 있겠느냐만, 90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을 풀어 놓았으니 해여 유용한 것이 있어 주워 담을 게 있으면 좋겠다."(p.9)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고 있다〉 2부 〈인생 수업 9교시〉, 3부 〈인생 수업 인터뷰〉 등이다. 1부에선 「내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를 이끌어준 세 친구」, 「열심히 길을 찾으면 돕는 이가 나타나고 길이 보였다」, 「멋진 사회인이 되려면 삶을 즐겨야 한다」, 「졸업이란 없다」 등 5개 장(章)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는 그동안의 삶을 하나하나 특별한 에피소드와 자신의 경험을 적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나 논저가 아닌데도 가감 없는 자신의 에피소드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독자들이 추론할 수 있도록 썼다는 말이다. 2부는 「고통」 「존재」 「타인」 「친구」 「부모」 「자녀」 「부부」 「고독」 「행복이란?」 등의 키워드가 제목으로 주어진 사는 동안 만난 소중한 사람들의 명단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물론 「고통」 「고독」 「행복」이란 관념적 단어들은 감정이나 느낌일 것이다. 3부는 저자의 제자인 박상미 심리상담학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묶었다.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관계에 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라」, 「실패라는 말은 90세가 되거든 할 것」 등의 진정성 깊은 충언과 「남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등의 반성과 성찰의 삶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대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변화한다. 이른바 '꼰대'의 시대는 저물었다. 산업화, 민주화와 함께 아날로그 세대는 저문 새대다. 그렇다고 산업화 민주화가 완성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의 시대는 지났다는 단순한 의미로 독자가 여기에 쓴 것이다. 구세대의 종말과 함께 우리 사회는 나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혼밥, 혼여, 혼영 등이 유행하는 시대다. 흔히 MZ세대라고 일컫는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의 시대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사회가 변한다고 해도 어느날 일시에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세대의 변화는 가는 세대와 오는 세대가 서로 밀접하게 관계되고 스며들면서 서서히 모습을 바꾼다. 변화의 도중에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국민 의사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 온 이시형 박사도 인생 여정 90년에 이르러 삶을 돌아본 이유이다. 다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있다. 저자 이시형이 돌아본 삶은 모두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살려지고 있는 것이다.’라는 이시형 박사의 말이 진실되게 다가온다.



저자 이시형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아름다운 일들은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정체성 혼란과 정치 제도의 변화에 따른 우리 나라 앞날처럼 암울했을 것이다. 해방 때나 반짝 목이 터져라 기뻐했을 뿐이리라. 그러나 물러가는 일본인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거나 그들을 때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삶이 닥쳐올지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당장 먹을 것부터 걱정하고 구해야 했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해방되고 일본 패잔병이 긴 행렬을 지어 일본으로 귀환하는데 처음으로 사람 냄새가 났으니 저자는 그때까지 종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말을 자유롭게 해도 잡혀가지 않는다는 사실뿐이었다.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태극기를 그리곤 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 뿐이다. 독립투사를 두 사람이나 배출한 집안에서 해방의 의미를 아는 수준이 이 정도였다. 아마도 아버지가 철저한 일본 관청의 관리를 받고 있어 생리적으로 한계도 있었으리라. 철이 들면서 들기 시작한 내 의식 세계의 변화다. 대한 독립 만세! 이 구호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우린 목청이 터지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다. 그 소리를 이젠 잘 들을 수 없게 되었다.(p.43)

독립투사를 두 명이나 배출한 가문이니 그 집안이 부유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일제 앞잡이 아니고서는 그때 모두가 가난했으니 끼니 걱정하는 게 일상이었을 때다. 저자도 잊을 수 없었던지 하우스보이로 미군 부대에서 잡일을 하다 학교 출석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는 교실을 계속 옮겨 다녀서 학교 가는 날은 어디서 수업하는지 몰라 헤맬 때가 많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학교는 미 5공군 사령부로 쓰였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빈 곳을 찾아야 했다. 제일 많이 신세를 진 곳은 지금의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기와굴이었다. 보리밭에 여기저기 기와굴이 많아서 거기서 수업하는 날이 많았다. 말만 수업이지 나오는 학생들은 절반도 안 되었다. 우리 학년은 군입대 대상 직전의 나이였다. 우리보다 1년 선배까지 자원입대했고 우리 학년은 당장 입대는 면했다. 내 친한 친구 세 놈은 평소에도 그랬지만 전장 한복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p.106~107)



어찌어찌해서 어렵게, 운 좋게 들어간 예일대학교 시절의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저자는 자신의 '천재성'이라고 약간은 반어법을 사용하는데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절 어떻게 예일대학교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그것도 의대를···. 이 책에 적어 놓은 이유는 '운'이라고 하지만 '운도 운 나름이다'. 교환학생 자격으로 간 것으로 보이지만 하여튼 '사람 운'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가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살려지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예일대학교도 넉넉지 않은 예산이었는지 매우 검소하게 지낸 모양이다. 책에 그곳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글을 남겼다. 

"예일대학교는 가톨릭대학교도 아닌데 신부님이 두 분 계신다. 주임 신부는 아주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진짜 신부님 같다. 너무 엄해서 우리가 가까이 잘 가지도 않는다. 또 한 분, 조 신부님은 폴란드 출신인데 한마디로 장난꾸러기다. 우리 기숙사에 문제가 생기면 거기엔 반드시 조 신부가 범인이다. 토요일 밤이면 으레 휴게실에 모여 노래도 하고 흥겨운 만담도 나누고 참 즐거운 밤을 보낸다. 그 주역은 역시 조 신부님이다. 폴란드 출신이라 영어도 서툴고 발음도 독특해서 그 자체가 웃긴다. 우리가 잘 못 알아들으면 닥터 리는 한국 사람이니 그렇다치고 넌 미국 사람이면서 아직도 영어를 못 알아듣느냐고 핀잔을 준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폴란드어로 한참 떠들어대는 것 같다. 그날은 토요일 밤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신부님이 나가신다. 방마다 문을 두드렸다. '야, 이 사람들이 토요일 밤에 무슨 공부를 한다고 그 모양들이냐.' 어쩔 수 없이 불려 나온다. '장작이 다 떨어졌다. 넌 오늘 지각했으니 장작 훔치는 당번이야.' 병원에서도 장작 인심이 아주 고약해서 한두 시간만 지나면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럴 때 조 신부님이 나선다 커다란 밴 차량을 몰고 좀 한가한 집 현관에서 조 신부는 망을 보고 우린 장작을 한 아름씩 훔쳐 나온다. 그날도 무사히 잘 지나나 싶더니 갑자기 그 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주인 할머니가 인사를 했다. 신부님도 미처 피할 여유도 없이 딱 맞닥뜨린 것이다. '신부님 추운데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세요. 젊은이들 작업 끝날 때까지.' 그리고 우릴 향해 고함친다. '이보게들! 그쪽은 비를 맞아 불이 잘 안 붙을 테니 이쪽 창고 안에 있는 걸 가져가!'(p.150~151)



난 워라밸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그간 마치 일 중독자처럼 일에만 매달린 생활을 하다 보니 일의 노예가 되었고 인생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좀 쉬어가고 즐기며 살자는 운동이 워라밸의 의미인 것 같다. 나는 그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그 이야길 자주 하는 사람을 찾아 물어봤다.

“이 사람아, 자네 보고 하는 소리야.”

나도 속으로 켕기는 게 있어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그랬다고 하는 대답이다.

한참 전의 이야기지만 미국 유학 시절에 내 주변의 친구들이 나에게 자주 던지는 충고가 있었다.

“You are killing yourself.”

넌 지금 너를 죽이고 있다는 소리다. 쉬어가며 인생을 즐겨야지 그렇게 종일 공부만 하면 그게 어찌 사는 건가. 난 그때만 해도 그런 충고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pp.286~287)


저자 : 이시형(Si Hyung Lee, 李時炯)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그리고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신과 신경정신과학박사후과정(P.D.F)을 밟았으며, 이스턴주립병원 청소년과장, 경북의대ㆍ서울의대(외래)ㆍ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로 대한민국에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다. 2007년 75세의 나이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문화원을 건립하고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습관과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수십 년간 연구, 저술,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어른답게 삽시다』, 『농부가 된 의사 이야기』, 『세로토닌하라!』, 『배짱으로 삽시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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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진화 (40주년 특별 기념판) - 이기적 개인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는 팃포탯 전략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이경식 옮김 / 시스테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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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협력의 진화』는 '호혜'를 바탕으로 하는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1984년 초판이 발간된 이 위대한 저서는 〈4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이번에 양장판으로 출간됐다. 이 특별판의 〈서문〉은 우리가 잘 아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썼다. 도킨스는 "이 책은 낙관론 그 자체다"라고 단언하며 〈서문〉의 첫 문장을 끌어낸다. 왜 협력의 진화를 말하는데 낙관론 혹은 비관론이 필요할까?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도킨스의 논리를 따라간다. 도킨스가 말하는 낙관론은 비현실적 희망 사항이나 늘어놓고 감격스러워하는 순진한 낙관론이 아니라 '믿음직스러운 낙관론'이다. '믿을 만한 낙관론'은 우선 인간뿐 아니라 전체 생명의 본성까지 포함하는 근본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도킨스는 전제한다. 여기서 생명이란 물론, 외계에도 생명이 있다면 그것들까지 아울러서, 다원적 생명을 의마한다고 덧붙인다. 다원적 세계에서는 살아남는 자가 살아남으므로(진화론은 동어반복이라는 비판을 역으로 비꼰 표현-옮긴이) 그 세계는 살아남는 데 필요한 온갖 특성들로 가득 차게 된다. 

"다원주의자로서 우리의 시작은 비관적이다. 자연선택된 뿌리 깊은 이기심으로 남의 고통에 피도 눈물도 없이 무관심하며, 남을 이용하여 야멸차게 나의 성공을 추구해 나간다. 그런데 그런 비틀린 시작으로부터,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거의 형제애나 다름없는 우애가 실제로 생겨난다. 이것이 로버트 액설로드의 비범한 책이 주는 고무적인 메시지다"라고 『협력의 진화』와 액설로드를 칭송한다. 

도킨스는 이 책의 발간 후 22년간 연구 논문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고 말한다. 초판 발간후 4년 동안 저자 액설로드가 더글러스 디온과 함께 협력의 진화로부터 직간접으로 파생되어 나온 연구논문들을 찾아 인용 논문 리스트를 작성했다. 250개도 넘는 논문이 '정치와 법', '경제학', '사회학과 인류학', '응용생물학' 등에서 인용되었다고 전한다. 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이후로도 빠르게 성장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도킨스는 설명한다.(실제 도표를 책 〈서문〉에 실었다) 도킨스는 〈서문〉 마지막 단락에서 몇 문장으로 이 책의 성격과 독자를 한꺼번에 묶어 버린다. "세계의 지도자들을 모두 가두어놓고 이 책을 준 다음 다 읽을 때까지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 개인에게 기쁨이 될 뿐 아니라 인류를 구원할 것이다. 『협력의 진화』는 기드온 성경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p.11)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따르면 이 책은 호혜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 진화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협력의 진화』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획기적인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일시에 유명해졌으며,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2006년 개정판, 2024년 40주년 특별판이 출간되기까지 과학, 사회, 정치,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진화론에 의하면 생명은 경쟁을 통해 진화하며, 순수 이타주의는 진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생물계와 인간 사회에는 상호협력과 호의가 넘쳐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류의 오랜 궁금증이 1984년에 풀렸다. 액셀로드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바탕으로 하는 컴퓨터 대회를 열어 다양한 전략들을 대결시켰다. 그 결과 놀랍게도 최종우승자는 가장 간단하고 협력적인 프로그램 「팃포탯」(Tit for Tat, TF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대응〉)이었다.

이를 토대로 협력이 강제 없이도 자연적으로 창발한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두 개체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전제이다.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욕심을 부리는 편보다 도움을 주고받는 편이 이득이었다. 저자는 팃포탯의 장점을 독자들에게 설득하며 주변에도 알리라고 제언한다. 『협력의 진화』는 사회학, 정치학, 생물학, 게임이론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이 분야의 고전이 됐다.

'팃포탯 전략'은 무엇일까? 팃포탯은 미시건대 교수인 저자 로버트 액설로드가 개인 또는 단체들 간에 어떻게 협력관계가 창발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게인이론가와 컴퓨터 과학자들을 초청해 토너먼트를 벌였다. 이때 러시아 태생의 미국 수학심리학자인 아나톨 라포포트는 「팃포탯」이라는 매우 직관적며 단순한 전략을 제출하여 가장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지시 명령들로 이뤄진 수많은 컴퓨터 프로그램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단 네 줄로 정리된 팃포탯 프로그램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처음에는 무조건 협조하며 관계를 시작한 다음, 상대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는 전략이다. '팃포탯 전략'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전략임을 증명했다.



책에 따르면 다윈 진화론대로라면 남을 위한 희생심, 이타주의는 진화할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데, 남을 위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희생하는 개체는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지 못하며, 이에 따라 이타주의는 진화할 수 없다.(다윈 자신도 꿀벌과 같은 사회적 생물이 보이는 집단을 위한 자기희생을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생물학자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번식을 자제하는 행동 양식을 배운 종들이 자연 선택된다는 ‘집단선택설’을 폈다. 이것은 다윈의 개체 중심 자연 선택 이론과 어긋나는 것으로, 학계의 논란거리였다. 그러다 1960년대에 윌리엄 해밀턴이 이기적인 개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타주의적 행동이 진화될 수 있는지 ‘혈연선택이론’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생물들은 서로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 사이이기 때문에 나 대신 형제나 사촌 여럿이 번식해도 유전자 관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타주의 행동은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개념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개체는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한시적 생존 기계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 선택되는 것은 집단도 개체도 아니고 유전자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피를 나눈 혈족 사이가 아니면서 이기심을 자제하고 다른 개체나 다른 종과 협동하는 예가 흔하다. 이러한 순수 이타주의를 1970년대에 사회학자 로버트 트리버스는 ‘호혜주의이론’으로 설명했다. 호혜주의는 ‘이번에는 내가 네 등을 긁어줄 테니 다음에는 네가 내 등을 긁어다오’라는 개념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사례가 자연에서 발견됐다. 호혜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 진화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바로 로버트 액설로드다. 그는 컴퓨터 토너먼트를 이용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협력이 창발’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논문을 1981년 『사이언스』에 발표해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84년 이를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 이 책 『협력의 진화』다. 이 책은 게임이론, 진화생물학,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서문〉이 이 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증언해 준다.



여럿이 식당에 가서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다 같이 음식값을 나누어 내는 경우, 누구나 비싼 음식을 시키는 게 이득이며, 그 결과 모두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빈 목초지에서 가축을 먹이는 마을 사람들은 각자 더 많은 가축을 방목할수록 이득이며 결국 목초지를 황폐화시키게 되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경우다. 개인에게 논리적으로 옳은 판단이 집단에는 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에 딜레마이고 이를 수학적으로 환원한 것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고전적인 예는, 공범 A와 B가 심문을 받는 경우이다. 둘 다 의리를 지켜 침묵을 지키면 1년 형(3점의 보상)을, 둘 중 하나가 배반하여 자백하면 자백한 자는 방면(5점), 의리를 지킨 자는 5년 형(0점)을, 둘 다 배신하여 자백하면 3년 형(1점)을 받는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이런 경우 상대가 협력(의리)을 하든 배신을 하든 나는 배신하는 게 이득이다. 따라서 A, B 둘 다 배신을 결정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둘이 협력했을 때보다 손해를 보게 된다. 

배신이 합리적 결론이라면, 인간 사회와 자연계의 수많은 신뢰와 협동은 어떻게 진화될 수 있었을까? 말미잘과 물고기, 진딧물과 개미와 같은 다른 종 사이의 상호공생의 예를 비롯하여, 산호초의 큰 물고기들은 청소 물고기의 서비스를 받은 후 잡아먹으면 일석이조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해답은 그들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는 데 있다. 단 한 차례 게임을 한다면 배반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나, 같은 상대와 게임을 계속 반복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가장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전략은 어떤 것일까? 로버트 액설로드가 다양한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할 프로그램을 출전시켜 달라고 하여 14개 프로그램들끼리 대적하는 토너먼트를 개최한 결과 놀랍게도 승자는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이라는 이름의 가장 단순한 전략이었다. 팃포탯은 먼저 상대에게 호의를 보이고(협력), 절대 먼저 배반하지 않으며, 상대의 배반은 즉각 배반으로 보복하고, 상대의 협력에는 반드시 협력으로 대응하며, 상대의 배반은 한 차례의 응징 후 용서하는 관용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함께 거래할 상대라면 팃포탯 전략을 쓰는 것이 가장 이득이다.



개인뿐 아니다. 단체,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복잡한 상황들도 결국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 상황으로 정리된다. 액설로드는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네 가지로 제안한다. 첫째, 질투하지 마라. 둘째, 먼저 배반하지 마라. 셋째,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되갚아라. 넷째, 너무 영악하게 굴지 마라.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상대가 나보다 잘해도 괜찮다. 사실 상대가 잘해야 나도 잘할 수 있다. 상대가 적어도 나만큼 잘하지 않는다면, 내가 충분히 협력해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가 나의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없다면 상호협력이 생길 수 없다. 상대가 내 전략을 곧 알아낼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 

팃포탯은 상대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몇 번만 게임해 보면, 협력을 하면 팃포탯이 자동으로 협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굳이 배반을 선택하여 나쁜 점수를 받을 이유가 없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대로 “세계의 지도자들을 모두 가두어놓고 이 책을 준 다음 다 읽을 때까지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 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서론〉, 2부 〈협력의 창발〉, 3부 〈우정이나 지능 없이도 가능한 협력〉, 4부 〈죄수의 딜레마 참가자와 개혁가를 위한 조언〉, 5부 〈결론〉 등이다. 1부에는 「협력, 무엇인 문제인가」라는 하나의 장이 있다. 2부에는 「컴퓨터 대회에서 팃포탯이 거둔 성공」, 「협력의 연대기」 등 2개의 장이, 3부에는 「1차대전 참호전에 나타난 공존공영 시스템」, 「생물계에서의 협력의 진화」 등 2개 장이 있다. 또 4부에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어떻게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등2개 장이 있고, 마지막 5부에는 「협력의 사회적 구조」와 「호혜주의의 강건함」 등이 있다. 

제목이 나열돼 있는 목차 중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단연 '죄수의 딜레마'이다. 맞다 이 책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 이론이 협력의 진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물학적으로는 진화론에 관게된 것이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는 경쟁과 전쟁 중에 적용될 이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치학자이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 안보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당초 정치학적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나 추론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유야 어쨌든 협력의 진화를 다룬 것은 맞다. 진화론 가운데 다윈도 설명하지 못한 한 부분이 저자 액설로드에 의해 말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여러 국가들은 중앙 권위제가 없는상황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따라서 협력이 창발되는 조건은 국제 정치의 수많은 주요 쟁점들과 관련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보에 관한 딜레마다. 각 국가들이 자국의 안보를 구하는 수단은 흔히 다른 나라들에는 안보의 위협이 된다. 그래서 지역 갈등이 대두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기도 한다. 국제 관게와 관련해, 동맹국 사이의 경쟁, 관세 협상, 키프로스와 같은 지역들에서 나타나는 자치권 분쟁 등의 형태로 문제가 나타난다.

저자는 〈서론〉에서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미국에게 전형적인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미국이 이전과 다름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다면, 구소련은 미국의 이런 태도에 고무되어 그 뒤로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나아가 미국 역시 협력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면 양국 관계는 손상될 것이고 서로 보복이 이어지면서 적대적 관계가 형성될 게 분명했다.(p.32~33) 


저자 :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게임이론, 인공지능, 진화생물학, 수학적 모델링, 복잡성 이론 등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 저서 『협력의 진화 The Evolution of Cooperation』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획기적인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일시에 유명해졌으며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2006년 개정판이 출간되기까지 과학, 사회, 정치,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액설로드 교수는 뉴콤 클리블랜드 상과 맥아더 펠로 상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이해의 갈등 Conflict of Interest』(1970), 『결정의 구조 Structure of Decision』(1979), 『억제에 관한 여러 가지 전망들 Perpectives on Deterrence』(1989, 공저), 『협력의 복잡성 The Complexity of Cooperation』(1997), 『복잡성 제어 Harnessing Complexity』(2001, 공저) 등이 있다.


역자 : 이경식(李慶植)


서울대 경영학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플랫폼 기업전략』, 『부의 감각』, 『프레즌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신호와 소음』, 『승자의 뇌』, 『안데르센 자서전』, 『카사노바 자서전』, 『투자전쟁』, 『태평양 전쟁』 등 90여 권이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1960년생 이경식』,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대한민국 깡통경제학』, 『미쳐서 살고 정신 들어 죽다』, 『나는 아버지다』, 소설 『상인의 전쟁』, 평전 『이건희 스토리』 등이 있고,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 「나에게 오라」, TV 드라마 「선감도」, 연극 「동팔이의 꿈」, 「춤추는 시간여행」, 오페라 「가락국기」, 음악극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 등의 대본을 썼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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