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철학서 - 철학적 사유를 넘어 삶의 방식과 태도를 알려주는 위대한 문장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황제의 철학서』라는 표제어만으로도 누구의 어떤 책인지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알 것이다. 책이름은 『명상록』(Meditations)이고, 저자는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황제 철학자는 인류 역사상 한 명뿐이다. 전쟁과 역병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아가며 아우렐리우스는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 태도로 로마제국을 이끌었고, 매 순간 스스로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가 남긴 질문과 답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삶의 덕목과 태도에 대한 본질적 통찰을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은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아우렐리우스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명성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죽음 후에는 잊히길 바랐다. 하지만 그의 사색과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지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황제의 철학서』는 원문의 깊이와 사색을 고스란히 담아 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독자들에게 일상의 위기와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과 중심을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하며, 철학적 감동과 명료한 깨달음을 함께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늘 권력 이상의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다.

삶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갈등, 시련, 다른 이들의 평가,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는 우리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러한 혼돈을 피하려고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저 눈을 감으면 충분하다고. “너의 요새가 되고 안식처가 되는 곳은 정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어야 한다. 그보다 강력하고 튼튼한 피난처는 어디에도 없다.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며, 이를 알고도 그곳을 피난처로 삼지 않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이처럼 그는 혼란을 극복하는 열쇠는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견고히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심지어 전쟁터의 위험 속에서도 자신만의 내적 안식처를 찾으며 “사람들이 물러나 앉을 장소는 자신의 영혼 외에는 없다.”고 기록했다. 외부의 소음과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고요와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임을 강조한다. 황제의 철학은 독자들이 삶의 소란과 혼돈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타인의 인정과 평가를 갈구하며 지쳐 간다. 불행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외부의 인정에 달려 있지 않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남은 생을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공상으로 낭비하지 마라.”고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 충실하게 살아갈 때 비로소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조용하고도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 

"인간은 자신의 생이 날마다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설사 오래 산다고 해도 지적인 능력이 얼마나 기능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지적인 능력은 일과 사업을 판단하고 깊이 사색하는 능력이며, 신성한 것과 세속의 일 모두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략) 너의 남은 생을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공상으로 낭비하지 마라. 그것이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고, 너 자신이 더 나아지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도모하고 있는지를 고심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p.74, 3권 4장)

그는 또한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본래의 가치를 잃고 비루한 물건이 될까? 금과 상아와 진귀한 염료는 어떠한가? 흔히 보이는 꽃과 나무 같은 것들도 그러할까?”라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자신의 기준이 확실하다면 타인의 판단이나 말에 흔들릴 이유가 없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초연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며, 각자가 자신만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아의 학도로서 로마 황제의 지위에 오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원래 노예였던 스토아의 철인 에픽테토스의 훈계를 명심하여 마음속까지 황제가 되지 않도록 항시 자신을 돌아보고, 로마에 있을 때나 게르만족을 치기 위해 진영에 나가 있을 때, 스스로를 경계하는 말을 그리스어로 꾸준히 기록하였다. 여기에는, 일체의 것이 끊임없이 생생유전(生生流轉)하고, 인생도 과객(過客)의 일시적 체재에 불과하여 우리를 지키고 인도하는 것은 오직 철학일 뿐, 그 철학이 인도하는 대로 자연의 본성에 알맞은 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며 우리를 구제하는 길이라는 그의 신념을 끝없이 나타냈다.(두산백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서 던진 질문들은 특별히 이런 것들이다. 죽음은 무엇이고, 그 대척점으로서 삶은 무엇인가? 삶에서 필연은 무엇이고, 우연은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학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은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했을 혹은 생각함직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근본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이런 질문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의 기록이다. 특히 전장에서 어떻게 이런 사유를 해냈을까를 생각하면 현인이자 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명상록』은 사적인 일기, 즉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사적인 감상을 자신의 세계관, 즉 스토아철학의 기본틀 밑에서 표현하고 있는 일기이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자신과의 독백 형식이란 점에서 알 수 있다. 흔히 등장하는 2인칭 표현 '그대'는 물론 독자를 뜻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우렐리우스 자신이라고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명상록』은 애초에 책으로 계획되지도 않았다. 즉, 출판을 목적으로, 다시 말해 공중(公衆)에게 보여 줄 목적으로 씌어진 것이 아니다. '명상록'이라는 제목도 그리고 권수 및 절수의 표시도 아우렐리우스 사후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명상록』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쓴 글이다. 따라서 글의 흐름은 비조직적이고 산발적이면서 단편적이다. 『명상록』은 철학 냄새는 물씬 풍기지만, 전형적인 철학 텍스트는 아니다. 철학 텍스트는 주로 논증적 또는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명상록』은 그렇지 않다. 일기는 논리적 구조로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상록』이 전쟁 막사에서 쓴 일기라고 보는 이유이다. 로마 황제 또는 그와 비슷한 신분의 사람이 게르만의 숲속 전쟁터에서 쓴 일기로는 『명상록』 외에도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가 전한다. 하지만 두 텍스트는 성격상 판이하게 다르다. 『갈리아 전기』는 전쟁과 정치이야기로만 점철되어 있다. 『갈리아 전기』는 일반 사회의 공중에게 카이사르 자신의 군사적·정치적 역량을 증명할 목적으로 씌어진 전쟁 기록물이다. 하지만 『명상록』은 전쟁터에서 씌어졌지만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깊은 성찰을 자기 자신과 나누는 일기이다.

이런 점에서 『명상록』은 영성적 문학 작품의 효시인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의 『그리스도를 본받아(De imitatione Christi)』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유명해지자 『명상록』도 그제야 유명해지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다. 『명상록』은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파스칼(Blaise Pascal)3)의 『팡세(고백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 맨 앞에 편집진이 썼을 법한 〈작품 소개〉에도 두 저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한다. 두 책 모두 절제라는 동일한 이상을 지향한다. 『그리스도를 본받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는 자신을 이겨 내야 하며, 자신보다 강해지는 것을 매일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욕망을 이겨 내는 곳에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깃든다."··· 그러나 로마인들이 무심하고 자기 주도적인 데 비해 기독교인들은 겸손하고 온유할 뿐 아니라 하느님의 현현과 개인적 체험을 중시하는, 다소 수동적인 신앙을 지녔다. 로만인들도 자신의 잘못을 엄정하게 고백하지만 기독교인도 로마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하고 권고한다.


"앞서 말한 두 책 사이에는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라면, 『명상록』은 저자가 자기 자신을 향해 쓴 책이다. 전자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삶이 전혀 묘사돼 있지 않으며, 독자들은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실천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p.23)

아우렐리우스는 일기처럼 전쟁터에서의 사유를 써내렸다. 살륙이 일상이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필에 열심인 황제가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감성은 물론 냉정한 이성도 갖춘 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주위와 우주까지 나아간 그의 사유는 마침내 "인생은 무엇인가?"에 이른다. 아우렐리우스에 따르면 인생은 하나의 연극이다. 연극의 무대는 이 우주 전체다. '나', 즉 자아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등장 인물이다. 한 사람의 인생사는 이미 신이 쓴 각본으로 씌어져 있다. 내가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될 온갖 사건들은 각본에 의해 예고·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비극이라 부르는 사건은 이미 예고·결정된 것이기에 내가 절망할 필요도,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회적 직업과 역할로 인생을 살 것인지도 우주적 연출가인 신이 결정한다. 그것이 황제의 역할이든, 노예의 역할-예컨대, 에픽테토스이든, 전업 주부의 역할이든, 내게 맡겨진 역할과 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배우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역할 이탈을 자제하면서 자기 역할을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충실히 소화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주어진 배역에 완전히 일치시키는 연기를 보여 주는 사람이 좋은 배우이듯이, 신에 의해 주어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완전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의 인생이 '좋은' 인생, 즉 행복한 인생이다. 반대로 주어진 배역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불평불만을 하는 자는 나쁜 배우이다. 이런 사람은 연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이다. 배우는 연출가에 의해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에 대해 불평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불평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구도 탓하지 마라. 만일 네 힘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만일 할 수 없다면 불평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일은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갖고 행해져야 하기 때문이다."(p.217)


저자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


아우렐리우스는 121년 4월 26일 로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안니우스 베루스는 로마의 귀족이었으며 어머니 도미티아 루킬라는 집정관 카르비시우스 투루스의 딸로서 교양 있고 경건하고 자애로운 부인이었다. 베루스 집안은 원래 스페인에서 살았는데 마르쿠스가 태어나기 1백 년 전부터 로마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다. 그의 할아버지 안토니우스 베루스는 총독, 집정관, 원로원 등의 요직을 지냈다. 아우렐리우스는 여덟 살 때 아버지가 죽자,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어머니도 그가 어릴 때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학교에 다니지 않고 훌륭한 가정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그는 공부에 열중했으며 뛰어난 자질을 나타내어 당시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아우렐리우스를 사랑했으며 그를 ‘가장 진실한 자(Verissus)’로 부르기도 했다. 아우렐리우스의 숙모 파우스티나와 그녀의 남편 안토니누스 피우스에게는 아들이 없어 아우렐리우스를 양자로 맞아들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라고 이름 붙여 주고 그들의 후계자로 삼았다. 

138년 아우렐리우스가 17세 때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죽자, 아우렐리우스의 양부(養父)인 안토니누스 피우스가 제위를 물려받았다. 이때부터 아우렐리우스는 미래의 황제로서 통치하는 법과 황제로서 해야 할 일들을 섹스투스, 루스티쿠스, 프론토 등에게 배운다. 139년 아우렐리우스는 피우스 황제의 후계자로 정해지고 황제의 딸 파우스티나와 약혼한다. 그 후 재무관과 집정관에 오르고 145년 24세 때 파우스티나와 결혼한다. 146년 장녀 안니아 카렐리아가 태어나고 이후 13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8명이 요절하고, 1남 4녀만이 남았다. 161년 40세 때 피우스 황제가 죽자 아우렐리우스가 뒤를 이어 즉위하고 의동생인 루키우스 베루스를 공동 황제로 삼았다. 이때부터 게르만족, 스키타이족 등 외적의 침략과 변방 야만족의 소란 등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페스트와 티베리스강의 범람으로 인한 기근 등으로 시련을 겪는다. 그러다 169년 공동 황제인 베루스가 죽고 게르마니아가 다시 공격해 오자 아우렐리우스는 다뉴브강에 진을 치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이때부터 이 책《명상록》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야만족과의 싸움과 카시우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원정을 떠나고 이 원정에서 아내 파우스티나를 잃는다. 그 후 북방의 전장에서 돌아오는 도중 페스트에 걸려 며칠 동안 앓다가 180년 3월 17일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노윤기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공기업에서 국제관계와 기업 홍보 업무를 보았으나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번역가의 업에 매료되어 바른번역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군중의 망상』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옥스퍼드 튜토리얼』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남자의 미래』 『단순한 삶의 철학』 『커피의 모든 것』 등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
사사키 다케시 외 83명 지음, 윤철규 옮김 / 이다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을 읽기 전 문득 '고전'에 대한 의미에 대해 의문이 갔다. 무슨 책을 고전이라 할까? 수많은 책에 붙어 있는 '고전'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할까? 지금까지 읽은 '고전'이란 타이틀은 주로 '고전 문학'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문학 작품 이외의 책, 이를 테면 정치·경제·사회에 관련된 인문학 서적은 무엇이라 할까? 생각하다 보니 단 한 번도 '고전'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적지 않은 고전을 읽어왔다. 학교에서 지정하거나 어느 단체에서 지정하거나 고전이란 책은 필독서처럼 받아들였다. 또 읽다보면 "이 책이 왜 고전으로 지정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저절로 해소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고전'은 단순히 범위만 넓혀 이른바 '양서'에 대한 지정일까? 얼핏 내용에 들어 있는 책들의 제목만 보아도 다 한 번 이상은 들어본 책들이다. 전부를 읽지는 못했어도, 몇 권은 또렷이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이름이나 저자, 내용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들도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책이름이나 저자의 이름들은 보았던 게 거의 대부분이다. 

'고전'이란 서양에서 이름지어진 것이고, 일반적으로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예를 가리킨다. 근대의 서양고전학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시작된다. 그리스 문학에 대해서는 이미 BC 3세기에, 당시 보존되고 있던 본문을 정리·분류한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의 업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학문의 연구는 새로 발견된 고전문학의 검토에 몰두하게 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의 고전의 인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었으나, 이러한 고전 인쇄에 의하여, 고전 연구는 에라스뮈스 등이 창도한 인본주의적 교육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고 두산백과는 기술하고 있다.

이 경우 동양 고전은 해당되지 않을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중국, 인도 등의 '고전'은 서양의 고전에 비해 수가 훨씬 적은 것 같다. 아마 고전이란 개념이 서양에서 이름지어져서 동양에 대해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도 '고전'의 수준으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고전은 시대적으로 볼 때 20세기 중반까지 출판된 책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이 책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은 2004년 초판이 출판된 이후 2015년 개정판을 출간하는 등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다. 이 책은 20년 만에 새로운 개정판이다. 그동안 ‘세상의 모든 지식’이라는 모토 아래 너무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있었던 터라 이번 개정판은 인문학 영역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서양 고전의 인문학 버전으로 재출간하는 셈이다.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과 사상, 역사와 종교 등 전체 5장(章)으로 재분류해 인문학 영역의 대표적인 고전 61권을 수록했다. 인류 정신사의 골격을 이루는 명저의 다이제스트를 분야별, 시대별로 정리해 놓아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인류 문명의 발달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저자는 전 도쿄대학교 총장인 사사키 다케시를 비롯해 각 분야 최고의 교수 필진이 꼭 읽어야 할 서양 고전을 선정해 쉽고 정확한 해설로 정리했다. 여타 서적과는 달리 단순한 내용 요약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저술 의도와 시사점, 시대 상황 등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고전의 험한 산을 오르는 우리에게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몇천 년 전에 살았던 위대한 현자들의 지식과 지혜를 집대성한 『1일 1책 인문학 세계고전』은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르침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① 고전은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② 줄거리를 이미 다 알고 있어서, ③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여서’와 같은 이유로 읽기를 꺼린다. 사실 고전은 많게는 수천 년 전, 짧게는 수십 년 전에 쓰인 옛글이기 때문에 작품 안에 어떤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고전을 읽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다. 게다가 요즘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고전과 친해지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이 책의 카테고리를 5개 분야로 분류했다는 말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1장 〈정치〉, 2장 〈경제〉, 3장 〈법 사상〉, 4장 〈철학과 사상〉, 5장 〈역사와 종교〉 등이다. 독자의 눈에 띄는 책의 이름을 각 장마다 3~5개씩 짚어본다. 〈정치〉에서는 무엇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 가장 앞에서 독자를 부른다. 「통치론」(존 로크), 「공산당 선언」(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국가와 혁명」(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고독한 군중」(데이비드 리스먼), 「후기 자본주의 정당성 연구」(위르겐 하버마스)가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부론」(애덤 스미스), 「정치경제학의 원리」(존 스튜어트 밀), 「자본론」(카를 마르크스),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이 눈에 띈다. 〈법 사상〉에서는 5개 장 가운데 가장 적은 8권이 수록돼 있지만 「법의 정신」(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 「로마 법의 정신」(루돌프 폰 예링) 등이 묵직한 언어로 법에 대한 논리를 펴고 있다.

4장 〈철학과 사상〉에는 「정신현상학」(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죽음에 이르는 병」(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역사와 계급의식」(죄르지 루카치), 「존재와 무」(장 폴 사르트르) 등 우리 일반 독자들도 많이 접했던 책이름과 저자들이 보인다. 마지막 〈역사와 종교〉에는 「갈리아 전기」(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리스도교의 자유에 대하여」(마르틴 루터), 「로마 제국 쇠망사」(에드워드 기번), 「역사의 연구」(아널드 토인비), 「제2차 세계대전」(윈스턴 처칠) 등이 낯익은 분들의 이름도 들어 있어 반갑다. 독자는 이미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이 책의 절반은커녕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제대로 읽은 게 한 권도 없다는 편에 가깝다. 읽었어도 뚜렷한 목적의식도, 고전에 대한 개념도 안 된 상태에서 누군가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면 사 두고 조금 읽다가 만 것들이 많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책 읽는 사람이 드물 때라 책 읽는다는 건 편안한 직장, 정시에 퇴근 가능한 직장인 공무원이나 그에 준하는 직장 이외에는 보통 회사에서 7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별로 없어 바쁘다는 핑계는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매우 강력한 방어책이었을 때다.


이 책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 차례를 들여다보다가 수록 목록에는 유난히 대학 다닐 때 금서였거나 지금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책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독자는 산업화가 한창인 군부 독재 시절 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공산주의'나 '마르크스'는 금기어였다. 당연히 그들의 책은 금서로 지정돼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독자는 데모에는 참여했지만 학생 운동권이 아니어서 금서를 굳이 읽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썼던 책도 금서로 지정되어 있는데, 공산주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마르크스의 책이라면 당연히 금서로 지정되었다. 불심검문에 걸려 가방 조사하다 그들이 말한 '불온서적'이 나온다면 매우 혹독한 곤욕을 치른다고 알려진 때였으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금서로 지정된 국내 도서로는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이상 이영희) 등이 기억난다. 당시 대표적 진보학자인 한양대 교수 이영희는 몇 년 못 가 강제 해직되고, 다시 1980년 복직되었으나 그해 여름 전두환 정권에 의해 다시 해직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공산주의 이론과 소련 공산당 건국 메이커들의 저서도 많이 눈에 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 읽지 못하고 접하지도 못했던 책들이라 더 눈에 쉽게 띄었다. 1장 〈정치〉에 『공산당 선언』, 『국가와 혁명』, 『영구혁명론』 등이다. 많은 독자들이 아다시피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블라드미르 레닌, 레온 트로츠키 등의 이름이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 끈다. 이들 중 두 분은 2장 〈경제〉에서 다시 등장한다. 『자본론』의 마르크스와 『제국주의론』의 레닌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이론을 세워 확고히 했고, 실제 독일에서 혁명을 꾀하다 망명한다. 레닌은 골수 공산주의자로서 제정 러시아 말기 폭정과 부정부패로 붕괴 직전의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국내 사정의 악화(공산주의자들의 발호)로 전쟁에서 손을 떼고 본국으로 귀환했으나, 참전 용사들이 상당수 공산주의 혁명(10월 혁명)에 참여해 로마노프 왕조가 몰락하고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다. 레닌이 초대 지도자로 추대됐으며, 트로츠키는 혁명 주도 세력 3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유대인 출신으로 나충 스탈린과의 권력 싸움에서 밀려 멕시코로 망명했다가 한때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애인이 된다. 그러나 암살로써 생을 마친다.


보통 저자가 〈서문〉을 쓰지만 2004년 초판이 출판되었기에 2025년 개정판에는 〈서문〉을 쓸 수가 없었던 듯하다. 대신 송자 전 연세대학교 총장의 〈추천사〉로 대신했다. 〈추천사〉에서 송자 전 총장은 "현대까지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들은 그 시대의 현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것을 토대로 인간이 가야 할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p.6) (중략) 이 책이 고전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인류 정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독자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정치〉의 「공산당 선언」에 관심이 간다. 

10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요약문과 저자의 해설이 곁들여 비교적 쉽게 설명해 준다. 제목 바로 아래에 편집자 주(註)처럼 달린 한 문장이 있다. "구소련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국가들은 물론, 각국의 노동 운동에서 이론적인 지주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현실적인 행동 지침서가 되기도 했다."(p.53)

책에 따르면 "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공산당 선언』만큼 전 세계에 널리 읽히며 또한 현대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정치적 문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문서는 1959년까지 8개 국어로 출판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사회주의 국가뿐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존재 양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전체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제목으로, 계급 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며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라는 2대 계급이 역사 속에 등장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제1장의 첫 문장에는 이와 같은 유명하 구절이 적혀 있다. 실로 명쾌한 문장이다. 이 문장은 너무나 명쾌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란 도대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인가. '계급 투쟁'이라는 말의 '계급'이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내용을 의미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이같이 단정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이 책의 뒷 부분에 역자 윤철규는 〈옮긴이의 말〉에서 책 출간의 취지를 밝히고,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글을 따로 적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며 생각해 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고전적인 지식이고, 둘째는 교양에 관한 점이이다. 지식과 교양은 깊이 관련되어 있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고전적 지식에 관한 내용부터 살펴보면, 이 책은 그 구성을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과 사상, 역사와 종교 등으로 구분해 오늘날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저술들에 대해 그 저술의 배경과 저자의 기본 생각 그리고 저술의 개략적인 내용 등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기원전의 저술들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 사회의 형성과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행사한 현대의 명저들도 고전으로파악하고 있어 고전의 영역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p.568)


저자 : 사사키 다케시


1942년 아키타현 출생. 도쿄대학교 법학부 졸업, 전 도쿄대학교 총장. 현대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사사키 다케시 교수는 1968년부터 조교수, 1978년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법학정치학 연구과장을 지냈다. 이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제27대 도쿄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가쿠슈인 대학교를 거쳐 2022년부터 일본학사원 원장으로 재임중이다. 저서로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 『플라톤과 정치』, 『현대 미국의 보수주의』 등이 있다.


역자 : 윤철규(尹哲圭)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미술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일본 교토 붓쿄 佛敎 대학교와 도쿄 가쿠슈인 學習院 대학교에서 ‘17-18세기 일본 회화사’를 주제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주)서울옥션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지내고 지금은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로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K’를 운영하면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 그림과 서양 명화: 같은 시대 다른 예술』, 『조선 시대 회화: 오늘 만나는 우리 옛 그림』, 『시를 담은 그림, 그림이 된 시: 조선 시대 시의도』, 『조선 회화를 빛낸 그림들』 등이 있으며, 그 외 『추사 김정희 연구: 청조문화 동전의 연구』(공역), 『이탈리아 그랜드 투어』, 『교양으로 읽어야 할 일본 지식』, 『천지가 다정하니 풍월은 끝이 없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탁 위의 권력, 미식 경제학 - 음식이 바꾼 부와 권력의 결정적 순간들
쑤친 지음, 김가경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음식은 생명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모든 생명체에겐 필수적이다. 유사 이래 근현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인류는 '음식 부족'이라는 커다란 적을 만났다. 특히 고대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부유한 곳을 침략하거나 전쟁도 불사하는 등 생존 투쟁의 성격이 강할 지경이다. 과학 발전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또 먹거리 걱정이 없으니 문화 발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문명 발달에 기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책 『식탁 위의 권력, 미식 경제학』은 인류가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 쑤친은 "음식은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고, 인간의 감정, 윤리, 사상, 정치, 경제까지 모두 녹아 있다고 말한다. 먹기 위해 인간은 두 발로 일어서고, 땅을 개척하고, 이동하고, 때로는 전쟁까지 불사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역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음식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한다. 저자 쑤친은 깊이 있는 미식가이자 경제학 탐구자이다. 베이징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15년간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산관리 규모 최대 1조 위안을 달성했다. 단순한 경제학자가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이 아닌 이유로는 저자가 ‘동파육’이라는 음식의 유래가 된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미식가 소동파의 후손이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신은 ‘한 끼의 위대함’을 아는 진정한 미식가라고도 밝힌다. 표제어 밑에 「음식이 바꾼 부와 권력의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음식과 식욕이 우리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 왔는지를 살펴본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 언제나 권력의 최우선에 음식이 있었다"는 문장은 집필 취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미식의 나라'라고 한다. 많은 인구와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음식의 종류는 물론 더 좋은 맛을 내는 방법,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먹음직한 요리 개발 등으로 '요리 1위 나라'로서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터다.

55만 년 전, 베이징 저우커우뎬(周口店)의 베이징 원인 한 무리가 사냥을 나갔다가 천둥과 번개로 인해 나무가 쪼개지면서 발생한 산불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제때 도망치지 못한 많은 동물이 불에 타 죽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이때 인류의 식탐이 터지고 말았다. 동물들이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의 상황에 고심하던 배고픈 사냥꾼 무리는 벼락을 맞아 시커멓게 타버린 동물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금껏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육류의 향에 매료되어 버렸다.(p.41)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진화의 선택〉, 2장 〈수요와 공급의 힘〉, 3장 〈High risk High return〉, 4장 〈화폐 전쟁〉, 5장 〈은이 촉발한 디플레이션 위기〉, 6장 〈감자와 산업혁명〉 등이다. 「씹고 뜯고 맛보는 먹보 인류의 미식 여행」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는 전국시대 고자(告子)는 '식욕과 성욕은 타고난 본성'이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설명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식욕이 성욕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본디 '식욕'은 인간의 여러 욕망 중 억누를 수 없는 가장 강한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서문〉에 따르면 태초에 '식량'을 구하기 위한 인간의 행위는 인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식량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무의식적으로 인류가 일어서서 걷도록 만들었으며,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 최초 기술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음식을 더 많이 저장하려는 열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농업 혁명을 일으키게 했다. 최선을 다해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하여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탄생시켰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재산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언 내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공자의 말도 한마디 보탠다. "공자가 음식을 대할 때 미학적이고 정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매일 먹는 끼니에도 정성을 다하는 삶의 태도를 표현한 것"(p.10)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제자 맹자는 "물고기도 내가 얻고자 하는 바이고, 곰 발바닥 또한 내가 얻고자 하는 바이지만, 두 가지를 함께 얻을 수 없다면 물고기를 포기하고 곰 발 바닥을 취할 것이다.(魚,我所欲也 ; 熊掌, 亦我所欲也)"라고 했다. 이는 "생(生) 또한 내가 바라는 바이고, 의(義) 또한 내가 바라는 바지만, 두가지를 함게 얻을 수 없다면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라는 말로 '의'를 당시 귀한 식재료인 곰 발바닥에 비유해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컨대 맹자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보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든 것 같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이 어떻게 인간을 ‘직립보행’으로 이끌었으며, 문명을 개척하고 세계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움직이며, 역사를 바꾸었는지 때론 짜릿하게, 때론 달콤하게 풀어낸다. 맛있는 역사, 화끈한 지식, 감칠맛 나는 음식의 이야기를 인류 번영의 역사와 함께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도 음식처럼 흥미롭고 맛있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벼락과 천둥이 인류의 식탐에 불을 지피고, 후추 한 알이 무역 전쟁을 일으키며, 감자 한 덩이가 인류를 구조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식탁 위를 종횡무진한다. 저자는 이런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맛있는 경제학의 세계로 안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점을 주저없이 밝히고 있다. 음식과 경제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인류의 식욕이 만들어 낸 경제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 장씩 읽어내려가면 된다. 경제의 시선으로 살핀 음식의 세계사를 담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앞으로 식탁 위의 식자재들은 더 이상 평범한 하나의 재료가 아닌, 세계를 군림한 위대한 권력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적 순간을 위대한 전쟁, 혁신적인 발명, 정치적 결정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 모든 순간에는 ‘먹보 인류’가 있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맛있는 음식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열망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움직인 숨은 원동력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 책을 펼치면 문화와 역사, 경제 논리가 촘촘하게 연결된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가득하다. 앞서 ‘먹보 인류’는 단순한 식탐자가 아닌, 때로는 문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뒤흔들며, 심지어 전쟁까지 좌우했다. 인간이 수많은 동물 중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 것 역시 더 맛있는 것을 찾아 끝없이 탐구하고, 이를 위해 무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며, 때론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회 구조, 경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식이 없었다면 대항해 시대도, 산업혁명도, 심지어 미국의 독립 전쟁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앞서 〈서문〉 제목으로 언급한 ‘먹보 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는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음식 속에 얼마나 많은 역사와 경제 논리가 숨어 있는지 흥미롭게 제시한다.



경제학은 변화의 법칙을 설명하는 도구다. 이 책을 통해 음식과 경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깨닫고, 나아가 경제적 사고방식을 길러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법까지 배워보자. 어쩌면 경제학과 미식사(美食史)를 함께 아우르는 이 책을 통해 지식 욕구는 물론 미식에 대한 영감도 얻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면 쉽게 믿을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 일부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불평등한 지구촌이 되어 버렸지만, 예전에는 수확이 부족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라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어떤 일이 인류 역사를 뒤흔들 만한 것이 있었는지 귀를 기울이면 이 책에 대한 믿음은 물론 세계 역사의 흐름을 먹거리가 주도했다는 사실도 이해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제1장에서 인류가 먹거리를 찾아 한없이 떠돌던 시기를 지나 약 1만 2,000년 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 세계 인류의 숫자가 300만 명을 넘어선 때를 저자는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원시적인 수렵과 채집 방식은 불어난 인구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더 멀리 이동해야 하며 이주 빈도 역시 더 잦아야 했다. 그러나 거주지를 자주 이동하는 것은 힘들고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변화무쌍한 기후변동이나 이동 중 맹수의 출몰로 많은 사람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적절한 거주지를 제때 찾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또 먹거리가 충분한 지역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면 한 무리의 부족이 단체로 굶어 죽는 일도 빈번했다. 간혹 인간과 자연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면 당시의 고된 이주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이주하는 것 외에 인류가 평온을 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당연히 방법을 찾았기에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답은 '정착'이다.(p.50) 9,000년 전쯤 인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주 생활로 고통받던 사람들은 갑자기이동을 멈추고 한곳에 정착하기로 한다. 육류와 식량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추 한 알이 위대한 지리적 발견을 촉진하고, 사탕수수가 노예제를 만들었으며, 감자가 산업혁명을 가속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심지어 두 강대국이 ‘대구’라는 생선을 두고 전쟁을 벌일 뻔했다는 사실도 있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이유도, 문명을 이루고 국가를 형성한 이유도 보다 맛있는 음식을 누구보다 빨리 차지하기 위한 결과였다고 자자는 주장한다. 바로 식탁 위의 절대 권력인 음식이 어떤 위대한 힘으로 인류를 이끌었는지 그 고단하고 장대한 과정을 담은 미식 교양서로서 이 책은 충분하다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우리가 흔히 지나쳤던 음식의 역사적·경제적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먹보 인류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켜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2장 세 번째 글 「향신료 시장의 서막-‘먹보 인류’의 무서운 식욕」에서 유럽 최고의 사치품이 된 향신료 '후추'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유럽 귀족들은 후추를 다른 향신료와 적절히 배합하여 장기간 복용하면 남녀 관계에서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사치와 정신적 공허함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유럽 남성들에게 이것은 회춘의 영약이었다. 향신료는 강력한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자신의 추종자로 사로잡았다. 당시 전염병이 창궐한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이 후추에 전염병을 예방하는 신기한 효능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염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향신료가 든 향료 상자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혹세무민의 이상한 소문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에 대한 유럽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수요 증가로 가격은 더욱 상승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부자들은 맹목적으로 향신료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물건은 비쌀수록 소비자의 부와 지위를 과시할 수 잇다. 이것이 사치품과 희소품이 소유자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 기쁨이며,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사치품의 오랜 논리이기도 하다.(p.91~92)



사람들은 언제나 더 맛있는 것을 찾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제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한 조각에도 경제학적 논리가 숨어 있고, 이 책은 그 퍼즐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미식이 단순한 취향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면 ‘먹보 인류’의 식욕이 써 내려온 격변의 세계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유럽인들은 그토록 신봉하는 『성경』에 감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일부 사람은 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작물이 틀림없이 지옥에서 왔다고 믿게 되었다. 민간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매독, 돌연사, 성적 광기가 일어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에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감자를 거부해 왔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기아에 허덕인 페루인들을 구한 영웅 대접을 받던 감자가 유럽에서는 지옥에서 온 악마의 식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감자의 생명은 끝이 난 것일까? 현재 전 세계인들이 감자를 섭취하고 있으니 이는 당연히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때 감자의 운명을 뒤집은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p.244)

저자 : 쑤친(苏秦)

깊이 있는 미식가이자 경제학 탐구자. 베이징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15년간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산관리 규모 최대 1조 위안을 달성했다. 그의 투자 분야는 디지털 뉴미디어 산업, 물류, 인공지능, 농업 등을 포함한다. 현재 퀀텀이코노미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으로, 7,500만 명이 참여한 금융·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0년에는 맥킨 글로벌 비즈니스 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경제 지식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역사적 미식가 소동파의 후예로서, 이 책을 통해 음식과 경제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풀어낸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주요 저서로 『초보 경제학』이 있다.

역자 : 김가경

덕성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어언문화대학에서 수학했다. 국방대학교 국방사업관리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공군 소령으로 공군 본부에서 복무 중이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건축편』, 『사자는 쥐와 겨루지 않는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100가지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p.8)

이 소설 작품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번역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문장은 위대한 첫 문장으로 꼽히고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전개 방향과 당대의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나 평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또 위대한 첫 문장으로 꼽히는 소설은 독자의 일천한 지식으로는 다 알지 못하지만, 톨스토이의 꽤 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이다. 많은 독자들이 들어봤을 법한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첫 문장이 좋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오만과 편견』과 『안나 카레니나』는 모두 굉장히 긴 소설이긴 하지만 짧은 첫 문장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역할에 가장 탁월한 작품들로 손꼽힌다.

『오만과 편견』의 다음 문장으로 곧바로 눈길을 안내한다. "이런 조건의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 그의 성격이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이런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이웃 사람들은 자기 딸들 중 누구와 잘 어울릴지, 천생베필은 누구일지 떠들썩해지기 마련이다." 『오만과 편견』은 서양의 리전시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이 1813년에 발표했다. 리전시 시대란 서양의 19세기 실내장식 경향으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뒤 나폴레옹이 고대 로마 양식에 고대 이집트의 장식을 가미한 호쾌하고도 단순한 앙피르 양식(Empire style)을 채택했고, 영국에서 리전시 양식(regency style), 독일에서는 비더마이어 양식(Biedermeierstil)이라고 불리면서 각국에서 유행했다. 이 시기는 서양 각국이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걸쳐 식민지를 개척(?)해 졸지에 나라의 부와 번영을 누리기 시작하는 예고된 시대다. 이 소설의 배경인 영국은 조지 3세 말년,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황태자였던 조지 4세가 섭정을 하던 때다.



식민지 미국에서는 독립 전쟁이 일어나고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등장해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는 등 유럽은 한창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물결은 민병대가 도시 곳곳에 주둔하는 등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소설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바로 ‘결혼’이다.

영국 교외에 거주하는 베넷가는 시골 지주로, 이들은 젠트리 계급(영국에서 중세 후기에 생긴 중산적 토지소유자층)이며 상류층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사교계 생활을 할 정도로 넉넉한 재산을 지닌 가문이다. 그러나 아들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인 베넷 씨가 사망하면 모든 재산은 가까운 남자 친척인 사촌 콜린스에게 돌아가고 딸들은 거주할 곳을 잃게 된다. 어머니인 베넷 부인은 다섯 딸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딸들의 결혼 문제에 매달린다. 이 시대엔 결혼은 교양은 있지만 재산은 없는 젊은 여성에게는 품위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준비고, 그 행복은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고 출판사 측은 작품 소개글에서 밝히고 있다.

작품 속에서도 콕 집어서 말하듯 당시 여성은 결혼을 통해서만 안락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형제나 친척들을 전전하며 불안정하게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기에,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이라는 의미보다는 불안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단이었다. 우리의 조선 시대와 비슷한 모양으로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듯하다. 조선 시대 역시 양반 사대부 집안에서 비슷한 관습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출판사 측은 이러한 배경을 인식하고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모욕적으로 굴었다는 이유로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엘리자베스가 재해석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베넷 가의 옆으로 이사오는 다아시는 영지의 주인인 데다 연수입도 베넷가의 몇 배나 되는 상류층 계급이다.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나타날까 싶을 정도로 신분으로도, 재산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과 가족들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수 없다며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메리턴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웃들은 너무나 서로의 가정에 대해 잘 안다. 다아시가 이사오는 걸 기념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파티가 벌어진다. 책에 따르면 이 무도회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별로 예쁘지 않으므로 같이 춤을 출 마음이 없다고 함으로써, 그녀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히며 시작된다. 그 후부터 그녀는 다아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반면 다아시는 그녀에 대해 차츰 감탄하게 되고, 그녀의 재치와 기지에 매혹당해 그녀를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다아시의 청혼과 그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두 사람이 서로 길러 온 오만과 편견을 절정에 다다르게 한다. 그 후 다아시는 겸허한 태도를 보이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없앰으로써, 그들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역자 임병윤은 〈작품 줄거리 및 해설〉에서 두 사람의 마음의 변화의 포인트를 '편지'에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달라진 건 다아시의 편지를 받으면서이다.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고만 생각했던 다아시를 자신 또한 편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다아시의 청혼과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두 사람이 길러온 오만과 편견이 절정에 다다르는 동시에 해소되는 역할을 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에 자신이 오만했으며, 자신의 신분이 오히려 그러한 오만을 인정하고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태도를 고친다. 엘리자베스는 그간 자신이 다아시에 대한 편견으로 눈을 가려 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서로의 단점이자 약점이 사라진 후 그들은 이상적인 한 쌍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전 어떤 위선도 증오합니다. 그래서 전 제가 솔직하게고백한 감정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옳은 일이니까요. 그럼, 당신 집안의 지위가 낮다고 해서 제가 즐거워해야 하는 겁니까? 생활 여건이 저보다는 형편없이 낮은 집안과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제 자신을 자축이라도 하라는 말씀입니까?"(p.283)



주인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외에도 이 소설 『오만과 편견』에는 여러 유형의 부부와 사랑의 유형이 등장한다. 사랑보다는 정으로 함께 사는 베넷 부부(엘리자베스 부모), 선량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마지막에 극적으로 결합한 빙리와 제인(엘리자베스 언니), 아내감을 원했던 콜린스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샬럿 루카스. 이 여러 쌍의 부부는 영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결혼이 이상적인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베넷 가문의 안주인 베넷 부인은 5자매를 부유층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당시 상속법에 따라 여자는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휴양을 위해 롱본으로 이사한 찰스 빙리는 연간 5,000 파운드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를 사윗감으로 점찍어 둔 베넷 부인은 무도회를 개최해 이웃에 사는 빙리 일가를 초대한다. 베넷 가문의 첫째 딸 제인은 유머러스한 빙리에게 호감을 보이고, 아름답고 온화한 제인을 보고 빙리는 사랑에 빠진다.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품으로 진정한 사랑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다. 그녀는 빙리의 친구로 함께 무도회에 참석했던 다아시가 베넷 집안을 무시하는 발언을 듣게 된다. 다아시는 연간 1만 파운드의 재산을 소유한 귀족 출신의 가문이지만, 재력이나 신분이 아닌 사람 자체를 보고 평가하는 엘리자베스는 그를 '오만'한 인물로 여기고 반감을 가진다. 다아시의 집안에서 일꾼으로 자랐던 바람둥이 장교 위컴이 엘리자베스에게 접근해 다아시를 악독한 지주로 모함하고, 위컴의 거짓말은 엘리자베스의 다아시에 대한 '편견'에 일조하게 된다.

무도회 이후로 제인과 빙리는 교제를 시작하지만 제인은 조신한 여성상을 지키며 빙리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소심한 성격의 빙리는 그런 제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결혼을 서두르는 속물적인 베넷 부인의 태도와 달리 소극적인 제인의 모습으로 인해, 다아시는 그녀가 빙리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 빙리가 일방적으로 제인을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게 한다.



결국 빙리와 제인의 사이가 소원해지게 만든 다아시를 더욱 증오하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다아시는 총명하고 자유분방한 엘리자베스에게 매력을 느끼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다아시는 고민 끝에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이미 다아시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엘리자베스는 신사답지 못한 그의 오만함을 비난하며 청혼을 거부한다.

저자 제인 오스틴의 글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아닌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섬세한 부분을 조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저자의 의도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프레임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이 명작은 250년 동안 사랑받아 왔으며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번역본 출판사인 소담출판사도 '소담 클래식' 세 번째 책으로 『오만과 편견』이 선택했다. 전 세계에서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작품이자, BBC 조사 결과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 2위에 선정된 이 소설은 현대 로맨스 소설 전개의 모태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속된 욕망과 생활의 논리(짝짓기와 돈)를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훌륭하게 묘파하면서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 경쾌한 현실 풍자와 비판까지 곁들인 빼어난 작품이다. 정작 저자 오스틴 제인은 평생 독신이었고,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적지 않은 편수의 소설은 거의 다 구혼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으로 올라서면서 상류사회와 서민들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오만과 편견』은 결혼과 돈이라는 함수관계를 소설로 풀어낸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지 이 작품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 소설의 유일한 흠이라면 문장이 길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긴 문장을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현대인은 긴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자 임병윤도 문장만큼이나 길게 돌고 돌아가면서, 자신의 지적인 내면을 한껏 즐기다시피 하는 오스틴의 그 '잘난' 문체의 묘사들은 원어로 음미하기에도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p.579)고 지적한다.



"결혼만이 교양은 있지만 재산이 없는 젊은 여성에게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 준비였고, 비록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 그녀는 이제 그 대비책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저자 :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영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며,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1775년 12월 16일 영국의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폭넓은 독서 교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다가 열여섯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 때 첫 장편 소설을 썼다. 1794년에 서간체 단편소설 『레이디 수전』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던 1795년에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는데, 1797년 이 소설은 개작되어 『이성과 감성』으로 재탄생한다.

1796년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혼담이 깨지는 아픔을 겪는 와중에, 훗날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된 소설 「첫인상」을 집필했다. 그러나 출판을 거절당하고 다시 꾸준히 작품을 개작했다. 그러다 1799년, 후에 『노생거 사원』으로 개제하여 출간된 「수전」을 탈고하고 1803년 출판 계약을 맺는다. 180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머니와 함께 형제, 친척,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아내를 잃은 셋째 오빠 에드워드의 권유로 햄프셔 주의 초턴이라는 곳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이 기간에 『이성과 감성』(1811)을 익명으로 출판하였고, 『첫인상』을 개작한 『오만과 편견』(1813)을 출간하였으며,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등을 출판했다. 이 책들은 출간 즉시 큰 호응을 얻었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으나 1816년 『설득』을 집필하면서 건강이 나빠졌고, 1817년 『샌디턴』을 집필하던 중 병세가 깊어져 그해 7월, 42세로 생을 마감했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은 오스틴이 죽은 후 오빠인 헨리 오스틴이 작가 소개를 덧붙이며 1818년에 출판되었고, 후에 그녀의 습작과 편지 들, 교정 전 원고와 미완성 원고가 출판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출간되고 영화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삶의 미묘한 이면을 포착하고, 재치 넘치는 위트와 은은한 유머를 담아 젠트리 계층의 사교 생활과 결혼을 중심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히 그려낸 그녀의 작품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높이 평가되었다. 또한 오스틴은 영국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으로는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노생거 사원』, 『Sanditon』, 『설득』, 『맨스필드 파크』 등이 있다.

역자 : 임병윤

부산가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국내의 소장 영미문학학자들이 주도한 좋은 번역을 찾아서 2차 프로젝트에서는 번역서인 『동물농장』(소담출판사)이 최고 추천 등급의 번역본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출간한 책으로 『영어로부터의 자유』, 『전치사 혼내주기』 등이 있으며, 주요 영미문학 및 인문학 번역서로는 『동물농장』, 『오만과 편견』, 『더블린 사람들』 등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
이재원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풍수지리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다." 이 책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를 출간한 출판사 측의 소개글 첫 문장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형성된 지혜이며, 터와 사람의 운명을 연결하는 고귀한 학문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풍수지리를 학문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미신이 아님"을 강조한 것일까? 현대를 사는 우리 국민들은 조선시대와 달리 대체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을 발전시키거나 연구하는 것을 '학문'이라고 믿는다. 서양문물이 들어와서일 것이다. 서양문명은 근대 이후 과학의 영향을 받으며 급격히 인간 중심의 학문이 부상한다. 인간 중심의 학문과 예술이 부각된 이유는 중세 신(神) 중심의 사회에서 억압 받고 짓눌린 부작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류 문명의 시작과 발전이 지역적으로 독립된 상태에서 발전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오늘날 '풍수지리(風水地理)'라고 말하는 것도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자연 현상을 연구하고 발전해온 학문임을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는 듯하다. 풍수지리에 대한 백과사전 풀이는 분명 학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풍수지리는 지형·날씨 등을 토대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자연현상을 인간의 생활과 연결시킨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신라 말기 승려 도선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집·무덤·건물·도시 등을 지을 때 풍수지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려의 수도 개경, 조선의 수도 한양도 모두 이 설에 토대를 두고 선택된 곳이다. 또한 묘청 등은 풍수지리를 이용해 서경 천도를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정감록』이라는 책에서 계룡산이 새로운 수도가 된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Basic 중학생을 위한 국사 용어사전』, 2006)

『대단한 지구여행』(2011)에서는 "풍수는 중국의 서북 지방에서 유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중국 사람 곽박이 쓴 『장경(葬經)』에 나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라고 한다. 이는 땅 밑을 흐르는 생기(生氣)를 잘 보존하고 이용하기 위한 술법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풍수지리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유교적 문화권에서 이용되는 일종의 지상학(地相學)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과학은 사실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전해온 학문이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농사나 무역할 때 항로, 전쟁 때 기후나 계절 등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과학이 먼저 발달하기 시작했다. 천문과 바다, 기후, 지리 등의 학문이다. 특히 서양에서 과학은 19세기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루며 불과 100년 동안 인류의 삶의 방식이나 삶의 형태 등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의학은 인류의 원초적 본능인 평균 50세 미만이었던 인간 수명을 85세까지로 끌어올리는 데 100년이 걸리지 않았다. 또 전쟁 형태도 엄청나게 변화시켰으며 탈것의 발달은 옛날 몇 년 걸려 움직이는 먼 길을 불과 몇 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먼 데 소식을 전하는 데도 마찬가지 발전을 이루었다. 한 달도 더 걸리던 편지는 빠르게 동시에 말을 전할 수 있는 전화에서 이제는 지구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과학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 책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풍수지리』는 풍수지리의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좋은 터를 찾는 방법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단순히 집의 외형이나 가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의 기운과 주변 형국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풍수지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었으며, 잠자리를 비롯해 집 안의 각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어떤 아파트 단지가 명당인지, 그리고 좋은 기운이 가득한 사찰과 학교는 어디인지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집필 취지가 드러나 있다.

저자 이재원은 「잠을 자는 곳이 운명을 결정한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풍수지리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다. "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며 집안의 흥망성쇠가 걸려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풍수지리가 중요한가'란 답변에는 "이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흔히 집값, 교통, 학군, 상권만을 고려하지만, 삶의 질을 결정짓는 더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땅의 기운, 즉 풍수지리다. 풍수는 미신이 아니며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형성된 지혜이자, 터와 사람의 운명을 연결하는 고귀한 학문이다. 단순히 집의 외형이나 가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의 기운고 주변 형국이 인생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p.5)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볼 때 단기적인 조건에만 집중한다. '저렴한 가격', '좋은 학군', '교통 편의성'만으로 집을 고르다 보니, 정작 피해야 할 흉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풍수의 기초적인 지식만 알아도 막을 수 있는데도, 터를 보는 눈이 없기에 삶의 기회를 잃고 고생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풍수지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었으며, 잠을 자는 잠자리에 따라 발복(發福)*하는 명당터를 소개한다. 또 전국의 명당, 좋은 기운은 아파트 단지, 명당 기운이 스며든 사찰, 풍수지리적으로 뛰어난 학교들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풍수의 길잡이로서, 명당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여러분에게 소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저자 이재원은 믿는다.

독자는 이 책을 도대체 풍수가 지금의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왜 의학이나 사회학 등 관련될 수 있는 학문에서는 집터, 명당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풍수지리를 폄훼하거나 혹은 불신한다는 의미에서 의심을 품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모든 예상이나, 과학적 근거없이 논리만으로 이룩한 이론은 믿기 어렵다는 과학적 교육의 영향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미신에 현혹된 것인가?라는 반문에도 거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종교는 어떤가? 철학은? 문학은? 과학과 다른 입장에서 출발한 오랜 학문들은 받아들여지는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반문 말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오랜 인류의 삶 속에서 해결된 것들이고, 무조건 믿음을 강요한 것들은 오늘날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서양 중세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일종의 강요된 믿음에 의존하도록 교회의 억압이 일방적이었고, 교리에 반하는 주장이나 믿음은 대부분 그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형되었다. 이 시기 동양에서는 종교적 압박은 없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유교가 받아들여진 이후 공자의 학문을 계승한 후학들이 더욱 학문을 발전시켜 인정되었다. 이로써 공자의 학문은 정치의 근본이 되었고, 심지어는 종교의 위치까지 적용되기도 했다.

풍수지리는 공자로부터 비롯된 학문은 아니다. 공자 이전부터 있었던 주역(周易)은 유교의 경전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주역은 공자가 공부한 것들 중 하나다. 우리 현대인들은 '운(運)' '점(占)'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무당', '무속' 등의 단어도 떠올린다. 당연히 거기서 나오는 예언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속임말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앞서 말한 서양 과학이 이유가 된다. 그러나 옛날 동양 철학과 사상의 근본에는 운이나 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는 세상의 일을 미리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일부 사실이고, 일부 거짓이다'고 학자들도 정확한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왜 학자들마저도 "거짓이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분명 이유가 있을 터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 동아시아 사람들은 고대 중국의 학문과 사상 체계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당시 중국 문명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문명보다도 앞서 있었고 심오했다. 위대한 왕도 많았고, 성인이라 부를 정도로 사상과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에 대한 이치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를 거듭해 서양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한자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명되고 발전해 왔다. 주변국들은 모두 말은 달라도 문자(한자)는 빌려 쓰고 있었다. 나중에 불교가 동아시아에 많이 퍼져 국교로 받아들이는 등 번성한 것도 중국을 거쳐 한자를 통해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사서삼경', '사서오경'이란 단어를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책 이름과 내용은 전부 모르더라도 누구나 많이 들었다. 그 사서삼경 중의 하나가 『주역』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주역은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다. '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이다. 도마뱀(카멜레온)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바뀐다. 여기에서부터 '바뀌다', 즉 '변화'라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역'을 키워드로 하여 성립된 『주역』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와 사상, 삶의 곳곳에 역(易)의 사유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최근 발간된 주역 관련 책 중의 하나에는 우선 우리나라의 상징 태극기, 우리글 훈민정음은 그 안에 역의 이치를 담아 제작되었다고 밝힌다. 훈민정음의 원리는 역리(易理) 그 자체이라고 설명한다. 주역 연구에 30년 동안 매달린 이 주역학자의 주장에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사는 삶의 지혜, 상생과 평화의 논리, 더불어 살아가는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연구 결과도 100% 사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깊다.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례를 들어도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못하고 막연한 과거의 믿음으로는 현대인을 감동시키거나 믿게 하기는 무척 어렵다. 과학에 의해 너무 많은 풍요를 선물받고, 실제로 경험하거나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현대 과학을 보고 배우고, 실제 혜택을 받았기에 과거 비과학의 시대에 동양에서 주장한 학문은 '시대착오'로 매도되기 쉽다. 책의 저자 같은 연구와 실제 사례를 탐구 적용한 이 책의 내용들이 얼마나 독자, 그리고 현대인들의 가슴에 박힐지는 미지수다.



이 책은 풍수지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풍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자 집필됐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 터전을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전국의 용맥, 명당, 형국 좋은 아파트, 그리고 삶을 안정시키는 사찰과 학교까지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눈으로 독자들이 더는 나쁜 집, 나쁜 터를 고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집필 취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는 테마에 맞는 작은 질문과 필요한 지식, 또 알아두면 좋은 풍수지리 지식도 얻을 수 있도록 배치했다. 1부 〈풍수지리란 무엇인가?〉에서는 풍수지리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현관, 거실, 주방, 안방, 화장실 등 집 안의 다양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풍수 인테리어 팁을 제공한다. 풍수의 중요한 요소인 좌청룡, 우백호, 사신사 등의 개념을 설명하며, 이를 현대 아파트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 2부 〈지역별 풍수지리 소개〉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경남, 경북 등 전국 주요 지역의 풍수지리를 상세히 소개해, 각 지역에 맞는 주거 선택 및 배치에 도움을 준다. 또 3부 〈지역별 학교 풍수 소개〉에는 각 지역의 풍수 좋은 학교를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4부 〈명당 사찰 여행〉은 전국의 명당에 자리 잡은 사찰들을 소개하며, 각 사찰의 풍수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 책은 풍수지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이나 사업, 주거 선택에 풍수를 적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풍수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배워볼 것을 추천하고 권유한다.

저자 : 이재원

• 도원풍수지리 네이버 카페 운영

• 전)경주서라벌대학 외래교수

• 전)울산춘해보건대학 외래교수

• 전)역리사자격검정관리협회 울산지부장

세상에 이런 책은 없었다! 잠을 자는 곳이 운명을 결정한다! 이사를 앞두고 어떤 아파트 단지, 집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지 답답할 때, 기운이 빠져서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길을 밝혀줄 터의 기운이다. 이 책에는 전국의 풍수 좋은 명당 터, 살기 좋은 아파트, 풍수 좋은 학교,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여행지가 담겨 있으니 책을 고대하고 기다리던 분들께는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 되시리라 본다. 이사를 앞둔 사람도, 아이 학교를 고민하는 부모도, 기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풍수 좋은 곳을 찾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터가 가진 힘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터는 그냥 땅이 아니라 사람의 운을 담는 그릇이다.

유튜브 : www.youtube.com/@도원풍수지리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saju88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