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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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일상은 어떨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하다.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과는 다르다.

예술가들의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하루를 다르게 사용할 거란 기대감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호기심이 모두 작용한 것이다.

예술가들의 일상은 예술 창조의 토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다른 노력, 열정, 과정, 예술적 성취 동기 등 많은 것이 궁금하다.

그래서 인기 연예인들의 연애나 결혼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 대한 호기심과는 완전 다른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관음증이 아니라 예술 창조의 원천이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관찰이라 봐도 무방할 터다.



모두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일까?

『예술하는 습관』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의 보통의 하루에서 찾고자 했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으로 일할 것 같은 예술가 대부분은 지독하리만치 규칙적이고 성실했으며 그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습관을 유지했다.



책은 버지니아 울프에서 프리다 칼로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여성 예술가 131명의 일상적인 루틴과 작업 습관들을 소개한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잠에 드는지,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지, 산책과 목욕, 이웃과의 티타임이 창의적 활동에 어떤 활력을 주는지 등 사소할지 모르지만 더없이 결정적인 습관들이다.

영업기밀과도 같은 각자의 ‘일하는 방식’은 위대한 인물들의 습관을 엿봄으로써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독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예술하는 습관』에는 버지니아 울프에서 프리다 칼로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소설가, 안무가, 화가, 영화감독 등 131명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영업기밀과도 같은 각자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이 책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각종 언론과 『파리 리뷰』 등의 인터뷰에서 작가의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추려내 가져왔으며, 최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는 직접 전화 인터뷰를 요청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 시간을 영리하게 쪼개서 사용했는지, 혹은 전략적으로 특정 의무들을 소홀히 했는지. 저자는 모두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지에 대한 답을 보통의 하루에서 찾고자 했다.

작가 임경선은 “스스로 정해서 실천하는 극기는 고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까탈스럽고 지독한데,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뜨겁다.

그리고 다름 아닌 ‘내’가 ‘나’를 만들어간다는 당연한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고 평했다.

이 책은 성취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환희라는 이중성을 공평하게 다루고자 했다.

수전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하루 루틴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고 싶은 마음과 남이 어렵사리 완성해놓은 루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고,

뛰어난 사람의 엄격한 자기 관리에서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작가 도리스 레싱 또한 작가들의 구체적 일상과 집필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수많은 질문세례를 받았다.

‘자리에 앉으면 몇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나요?’ ‘글이 가장 잘 써지는 때는 언제인가요?’ 도리스 레싱은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이해했다.

아마도 레싱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무척 많은 것들을 희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레싱은 이렇게 말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 또한 “결국은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나는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난다. 그때 글이 가장 잘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해서 새벽에 일어나야 했을 당시에 우연히 알아낸 사실이다.”

예술가의 일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으로 완성되는 작업일 거라는 예상은 착각일 뿐이다.

그들은 루틴을 지켜나가는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일에 몰입했으며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필요로 했다.

예술가 대부분은 지독하리만치 규칙적이고 성실했으며 그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습관을 유지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저자 메이슨 커리는 2013년에 뛰어난 사람들의 일상을 간략하게 요약한 책 『리추얼』을 출간했고

책은 위대한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수많은 독자들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 크나큰 결점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하게 되었다.

책에 소개된 161명 가운데 여성은 단 27명뿐이었다는 것. 여성의 수는 전체의 17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저자는 상상력의 부족으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좀 더 열심히 찾아보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

러한 불균형을 바로잡아 보려는 뒤늦은 노력에서 탄생한 책이 『예술하는 습관』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여성으로 시선을 돌리자, 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리추얼』에 등장하는 성공한 인물들은 헌신적인 아내와 하인, 상당한 유산, 그리고 몇 세기 동안 누적된 특권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 바람에 동시대 독자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책의 유용성이 감소했다.

위대한 인물들의 일상이 생계유지와 식사 준비,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같은 평범한 걱정거리에 물들지 않은 채 적절하게 할당된 일과 산책, 낮잠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잦아서 현실성이 떨어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으로 초점을 돌리자 ‘좌절과 타협’이라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물론 이 책에도 여성의 짐을 떠안지 않아도 되었던 특권층이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여성의 창의적 작업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고, 전통적인 아내와 엄마, 주부의 역할보다 자기표현 욕구를 우선시하려다가 부모나 배우자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 중 많은 이들에게 돌볼 자식이 있었고, 부양가족의 욕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해야 했다.

여자들은 대체 어떻게 해냈을까? 글을 쓰면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잠을 충분히 자고, 집안일을 처리했을까?

자기 확신과 자기 관리의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작가들은 언제나 이런 질문을 받는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나요? 아니면 펜이나 타자기를 쓰나요?

매일 글을 쓰나요?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죠? 이런 질문들은 결정적인 핵심을 더듬어 찾으려는 본능이다.

그 핵심은 바로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절약하는가이다. 누구나 제한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잘 사용하는 법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작가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마다 다르다.

매일 밤 파티에 갔다가 녹초가 되는 게 아니라 기운을 얻어 와서 하루 종일 행복하게 글을 쓰는 가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있다가 오면 다음 날 일을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작가들은 가능한 한 이른 시간부터 글을 쓰기 좋아하는 한편, 나한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후나 밤에 쓰기를 좋아하는 작가들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을 읽어내는 방법」중에서



다른 작가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다른 작가의 방식을 따라 하라는 말은 아니다.

남의 방식을 살피다보면 그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천천히 나아가다가 결국은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난다. 그때 글이 가장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도 우연히 알아낸 사실이다.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했을 때는 낮에 글 쓸 시간을 내지 못했다. 주로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했기 때문에 밤에는 지쳐서 곯아 떨어졌다.

게다가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과 한동안 부대끼고 나면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벽 2시쯤에 일어났는데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야망이 대단했다.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할 때까지 앉아서 계속 글을 썼다.

-「기분이 어떻게든 매일 써라」중에서



“내게는 반복적인 일상의 의식이 없다.

『파리 리뷰』에서 읽었던 다른 많은 작가들처럼 완벽한 일정과 규율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전혀 살지 못하는 내가 실패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캐나다인 소설가이자 단편소설 작가 헤티는 2016년에 이렇게 말했다.

“작가가 되려면 규율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운동 일정과 식이 프로그램 등 어떤 한 가지를 아주 오랫동안 고수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내 열정은 아주 빨리 식어버린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헤티는 다소 느슨한 자신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글쓰기와 삶이 하나가 되기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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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다이어리북 - 참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155가지 질문들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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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다이어리를 사용하지만 주로 업무용이 많다. 이 다이어리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이어리와는 다르다.

미셸 오바마의 에세이 《비커밍》에서 탄생한 『비커밍 다이어리북』이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나누는 과정 자체를 비커밍, 즉 성장의 핵심으로 보았던 미셸 오바마의 메시지에서 출발하는 다이어리북이다.

이 다이어리북엔 자기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는 155개의 질문들과 미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셀 오바마의 삶의 여정과 인생관, 사회관, 가치관 등이 녹아 있다.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일년 동안 성실하게 작성하면 아마 다른 어떤 사람도 가지지 못한 책이 될 것이다.


이 다이어리북에는 미셀이 좋아하는 채소가 무엇이고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 걸 좋아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알아보라는 미션에 가까운 질문까지,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독자를 글쓰기로 이끄는 질문들을 통해 어제와는 다른 나, 어제보다 더 나다운 나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미셸 오바마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다.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 법대를 나온 뒤 시카고의 시들리 앤드 오스틴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중 그곳에서 미래의 남편 버락 오바마를 만났다.

이후 시카고 시청 시장실, 시카고대학, 시카고대학 부속병원에서 일했다.

또 젊은이들이 공공 부문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단체인 퍼블릭 앨라이스의 시카고 지부를 창설했다.

현재 오바마 부부는 워싱턴 D.C.에서 살고 있다. 부부에게는 두 딸 말리아와 사샤가 있다.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들려주는 것,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이 됩니다.

더불어 기꺼이 남들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고귀한 일입니다.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비커밍, 끊임없이 새로운 내가 되어가는 일입니다.”

<미셸 오바마>


2018년 11월 전 세계 동시 출간되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가 판매되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자서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 출간 이후 미셸 열풍이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뜨거운 호응이 따랐고, 미셸은 명실상부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미셸은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 불리지만, 책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부단한 여정이 솔직하고도 단단하게 그려진다.

그녀의 이야기는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남겼고, #becoming은 변화와 성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비커밍 다이어리북』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나누는 과정 자체를 ‘비커밍’, 즉 성장의 핵심으로 보았던 미셸의 메시지에서 출발하는 다이어리북이다.

자기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독자를 글쓰기로 이끄는 155개의 질문들과 미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좋아하는 채소가 무엇이고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 걸 좋아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알아보라는 미션에 가까운 질문까지, 하나하나 정성껏 그렇지만 완벽할 필요는 전혀 없이, 그대로 나와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을 적어나가 보자.

쓰기 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어제와 다른 나, 어제보다 더 나다운 나를 만나는 기회를 이 책이 가져다줄 것이다.


원서는 2019년 11월, 펭귄랜덤하우스 계열사로 『5년 후 나에게』 등 Q&A a day 시리즈를 만든 다이어리북의 명가 클락슨포터에서 출간되었으며,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전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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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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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처럼 글이 빽빽이 쓰인 교육학 책 같은 느낌이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먼저 든다.

더욱이 주제가 배움이라니... 첫 느낌은 교육 관련 교재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요즘처럼 에세이는 많은 글보다는 여백과 그림 등으로 출간되는 터라 이에 익숙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좀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러나 첫 인상을 조금 뒤로 하고 읽다보면 어느덧 책 내용에 빨려들어가듯 술술 읽히는 내용이 가득하다.

배움과 가르침, 그리고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우리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화자인 타라 웨스트오버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타라는 아버지 말에 따라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고, 밤에는 '산속 피신용' 가방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산파이자 동종 요법 치유사인 어머니를 도와 약초를 끓이며 여름을 보냈고, 겨울에는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폐철을 모으고 자르는 일을 했다.

타라의 가족은 주류 사회로부터 너무나 고립된 상태로 살았고, 이 때문에 자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도, 가족 간의 은밀한 학대에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현대 의학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를 만나 본 적도 없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 심각한 뇌진탕, 심지어 폭발로 인한 화상도 모두 엄마가 만든 약초를 써서 집에서 치료했다.


타라가 처음 교실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열일곱 살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셋째 오빠가 집에 돌아와서 산 너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자 타라는 새로운 인생을 향해 발걸음을 떼겠다고 결심했다.

열여섯 살이던 타라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입자격시험(ACT)에 필요한 과목들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기적처럼 브리검 영 대학(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는다)에 합격했다.

타라의 대학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기초 지식이 부족했다.

수강 신청하는 법, 처음 치르는 쪽지 시험, 미술 교과서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라고 나눠 준 그림책이 아니라 밑의 캡션도 읽어야 한다는 것도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외딴 산골에서 부모의 일을 돕거나 주말에 교회에 가는 것 말고는 거의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던 타라는 친구, 지인, 이성을 대하는 법, 커피를 마시는 방법까지 모두 다시 배워야 했다.


새롭게 경험한 대학은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은 세상과 너무나 달랐다.

성경과 모르몬 경전 이외에는 다른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던 타라에게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고, 흑인 민권 운동도 처음 배웠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누군가를 질책하는' 표현이 아닌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도 처음 봤다.

위대한 선지자의 말이나 역사학자가 제시하는 해석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는 생각(그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했다.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을 '이방인'이라고 불렀지만, 타라는 점점 자신의 가족이야말로 진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라는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 왔는지 깨닫고,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타라는 '아버지가 기른' 그 소녀와 배움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지금의 '나'가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타라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칠판에 쓴 물음을 떠올렸다. [누가 역사를 쓰는가?] 그녀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은 타라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는 바다와 대륙을 건너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족과 끊어진 삶은 그녀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닌지, 아직 집으로 돌아갈 길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만약 이 책이 시골에서 열여섯까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던 소녀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입지전적 경험을 쓴 비망록이었다면, 이만큼 주목받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 가는 투쟁의 이야기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데 따르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며, 가족과의 연결 고리를 잃지 않고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담은 이야기이다.

타라에게 배움은 단순히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고 더 넓게 보는 눈을 뜨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이었다.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각 매체를 소개한다.

눈을 열게 하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힘을 아름답게 증명한다.

- 에이미 추아, [뉴욕 타임스 북리뷰]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

- [하버드 크림슨]

출생의 제약과 환경을 뛰어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 [USA 투데이]

그녀의 역사는 (…) 놀랍도록 인상적이다.

- [이코노미스트]

정신의 형성에 관한 회고록. 그녀의 쓰라린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애틀랜틱]

우리 자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우리가 사랑하는 저들에게 내주여야 할까? 또 우리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많이 그들을 배신해야 할까?

- [보그]

책의 내용을 잘 담은 책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표현이 감동을 더해준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p.12>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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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그림 -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
김한들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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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의 표지 그림으로 유명한 독일 화가 팀 아이텔을 아는가?

『밤이 선생이다』뿐만 아니라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를 비롯해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도리스 레싱의 『사랑하는 습관』 등 다양한 책의 표지에서 팀 아이텔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팀 아이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저자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2011년 가을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팀 아이텔의 아시아 첫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미술 전시를 기획해 온 김한들 큐레이터의 첫 산문집이 출간됐다.

김한들 큐레이터는 뉴욕주립대 빙엄턴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돌아와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에서 십 년 넘게 전시 기획을 해 왔다.

지금은 대학에서 현대 미술사와 비평 강의를 하며 [월간미술] 비평 연재를 비롯해 [세계일보], [VOGUE KOREA]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갤러리와 미술계라는 일터를 배경으로 저자가 20~30대를 지나며 마주한 삶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진솔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혼자 보는 그림’이라는 책의 제목과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이라는 부제를 통해 느끼겠지만, 그림을 실컷 보며 일하는 게 좋아 고된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조금씩 단단해져 간 한 청춘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본문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다.

큐레이터인 저자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네 명의 동시대 미술가 전병구, 박광수, 팀 아이템, 알렉스 카츠의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저자가 큐레이터가 되고, 큐레이터로 지낸 일상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않았던 날들의 기록’을 남긴 전병구 작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펼쳐 내려간다.

“좋은 그림을 마음껏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24쪽)으로 큐레이터가 되었지만, 잠시 일을 쉬는 사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디지 못해”(22쪽) 구급차를 두 번이나 타기도 했던 저자는 이제 이탈리아의 한 이름 모를 해변에 앉아 휴식을 즐긴다.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마음”(32쪽)이고 그 마음은 훗날 이런 순간의 온기를 기억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부는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널리 알려진 박광수 작가의 작품과 함께한다.

1부의 키워드가 ‘일상’이라면, 2부는 ‘슬픔’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했던 무엇인가가 존재했던 자리. 그것은 작아지거나 옅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슬픈 경험과 기억은 내 몸과 삶에 각인되어 나와 함께 살아간다.”(66쪽) 물론 저자는 슬픔이 가진 힘을 믿는다.

“슬픔은 계단이 된다”(102쪽)라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그 어떤 것보다 탄탄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95쪽)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자신의 내면을 연결해 주는 가장 적절한 행위라고 소개한다.



3부의 키워드는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고독은 아니다.

저자는 ‘선택적 고독’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누군가에 의해 외로운 형편에 놓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홀로 있는 상황에 자리 잡은 것”(116쪽)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고독은 애달프거나 구슬퍼 보이는 게 아니라 여유롭고 현연한 태도로 집중한 채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팀 아이텔의 그림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처럼 말이다.

저자는 시(詩)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면서, 자신이 팀 아이텔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그림이 시와 닮아서라고 말한다.

수수하고 옅더라도 오래 남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에서, 사진기로 직접 찍은 스냅숏에서 시작하는 그의 그림이 결국은 어디인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보편적 대상으로 거듭나 결국 해석의 문을 활짝 열어 버린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털어놓는다.



4부는 팀 아이텔의 집에서 발견한 알렉스 카츠가 그린 팀 아이텔의 초상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흔이 넘은 대가의 내공이 담긴 붓놀림은 숨길 수가 없다. 카츠는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린다.

몸이 좋지 않은 날은 단 15분일지라도, 6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려 왔다.

“오랜 시일에 걸친 꾸준한 노력”(153쪽).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결국 ‘성실함의 가치’로 돌아온다.

4부에서는 카츠의 그림과 함께 ‘희망’을, ‘내일’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열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따듯한 기운으로 포근히 나를 감싸 함께 머무르는”(166쪽) 오후 햇볕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바르셀로나의 한 작은 광장을 평등하게 감쌌던 햇볕의 온기. 그 온기가 결국 나를 더 살아가게 하는 것이니까.


큐레이터 체험 에세이도, 작품 감상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미술과 시가 일상인 사람,

그가 인용한 화가 모란디의 말처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과 주변과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한 기록이다.

-문소영(미술 전문 기자, 작가)

저자는 글을 쓰다 마음이 눅눅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써 온 글들을 종이에 인쇄해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앞에 두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도 종이처럼 바삭해졌다고 전한다.

미술과 문학과 영화와 일상을 오가는 한 큐레이터의 진솔한 기록이,

그리고 글의 배경으로 때로는 글의 주인공으로 함께한 동시대 미술가들의 그림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 또한 바삭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미술 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매혹된 사람들 중에는 작가들 못지않게 큐레이터도 많다.

큐레이터. 영화에선 언제나 멋지게 차려 입고 화이트 큐브 안을 또각또각 걸으며 엘리트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그들.

하지만 내가 매혹된 큐레이터들은 미술가의 작업실, 갤러리 전시실, 창고, 도서관을 정신없이 종횡무진하며, 작가만큼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다큐 PD처럼 전시를 구상하며, 인부처럼 무거운 그림을 번쩍 들고, 기자만큼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다.

그런 큐레이터 중의 한 사람인 김한들이 쓰는 글이기에 이 책은 예사롭지 않다.

큐레이터 체험 에세이도, 작품 감상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미술과 시가 일상인 사람, 그가 인용한 화가 모란디의 말처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과 주변과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한 기록이다.

여기에 그가 특히 아끼는 네 명의 미술가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않았던 날들의 기록”을 남긴 전병구, “잊히는 것만큼 잊는 것도 두려운” 것을 상기시키는 박광수, “다 말해 주지 않기에 여운을 남기는” 팀 아이텔,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오후의 햇빛”을 다시 던져 주는 알렉스 카츠의 그림들이 함께한다.

이들과 함께 “최선의 마음으로 알아챌 수 있는 사물들의 통역가”가 되고 싶다는 김한들이 통역하는 세상은 한층 풍부하고 아름답다.

문소영 (미술 전문 기자, 작가)



그림에 문외한이니 배운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야지 하였다가 단숨에 흡수해 버린 책이다.

미술이라는 흰 뼈를 제 근간으로 두되 그에 살 붙인 근육과 지방은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끌어올 줄 알았다.

예서 중요한 키워드는 아마도 ‘절로’일 것이다. 자연처럼 스스로 그러할 줄 아는 글의 귀함을 간만에 이 책을 통해 찾은 듯싶다.

이 탄력적인 영민함은 무엇보다 저자의 솔직함에서 비롯한 바 클 것이다.

기교라는 어떤 척으로부터 한참이나 먼 사람. 그 가면 쓰기에 능하지 못해 사회생활 가운데 다친 적이 꽤나 잦았을 것 같은 사람.

그런데 그 과정이 또한 어쩔 수 없었겠다 싶은 사람. 왜? 무얼 어떻게 보고 그 무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몸으로 타고난 사람 같으니까.

그런 청춘은 매 순간 아플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매 순간 흔들리는 일로 보는 우리에게 매 순간 자극이라는 떨림을 줄 것이 분명하니까.

『혼자 보는 그림』이 품은 예술에 있어서의 그 ‘태도’란 것을 덕분에 여러 번 되씹고 있는 와중이다.

‘혼자’라는 거, ‘봄’이라는 거, ‘그림’이라는 거, 그 풍경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거리’라는 거. “내가 가고 싶은 자연은 어디에 안 간다.

풍경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이 뚝심에 무한한 신뢰를 감출 수가 없음은 기본이고 말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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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한 대한민국 청년의 인문학적 행복 관찰기
전병주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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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도 행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행복의 최우선 조건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문구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난할 땐 잘사는 것이 행복의 제 1조건이었다.

먹고 입고 자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게 행복의 필요조건이었다. 당연한 말이다. 굶고 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면 100% 진심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3천달러도 안된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1위라는데 우리는 한 번 빙긋 웃고는 만다.

'행복한 삶'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했다.

행복지수 1위인 나라를 선정할 때 기준이 달라져서 그럴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 등 북유럽 나라들이 탑 10에 주로 들어간다. 그들은 물론 우리 국민소득의 2배가 넘는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지수 평가 때 숫자에 의존한다. 국민소득, 만족도, 환경지수 등이 그렇다.

여기서 행복의 조건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의 저자 전병주의 의문처럼...



“행복한 나라로 평가되는 나라들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만약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졌는데 공통된 답변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그것이 또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사실’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나와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지가 잘 드러난다.



이렇게 조금은 엉뚱한 가설과 5가지 공통 질문을 들고 배낭 하나 달랑 멘 채, 저자는 8개월 동안 9개국을 돌며 전 세계 전문가들과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5개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행복의 이유를 찾아다녔다.

행복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행복 국가의 모델 덴마크부터 국가 부도 상황에서도 행복한 나라로 불리던 아이슬란드, 1만 2천 달러의 국민소득으로도 6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이웃나라 미국보다 행복하게 산다는 코스타리카, 정치·경제적인 위기 속에서도 행복을 위해 투쟁하던 베네수엘라, 가장 날것의 행복이 존재하는 미지의 섬나라 바투아투까지.

이른바 가장 행복하다고 불리는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왜 행복한지 물었고, 마침내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이라도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흡족한 설명을 해주고,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듯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행복의 비밀’을 두 손에 쥐고도 당시에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당장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냥 묻어두었다고 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삶은 딱히 여유 있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바쁘고 경쟁적으로 살고 있는 것을 보며,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의 기본 원리가 중요해졌음을 깨달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복할까?

나도 지금 당장 대한민국을 떠나 덴마크로 이민 가서 살면 행복해질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부러움과 궁금증이다. 요즘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에 점점 더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라밸, 욜로, 소확행, 가심비……, 마치 행복의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말초신경까지 작동시키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정말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형태만 살짝 바꿔 등장하는 이런 행복의 방식들이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줄까?

잘 알다시피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 즉 GDP는 세계 205개국 중 12위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이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또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한 인정받는 경제 강국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한 수준의 부유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왜 우리는 행복에 있어서만큼은 자랑할 것이 별로 없을까.




이 책은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저자는 실제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나라들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 코넬대학 교수, ‘행복에 관한 세계 데이터베이스’ 센터장 루트 벤호벤 교수, 행복나눔재단 창립자 미키 클라센 등 수많은 전문가에게 직접 조언을 구했다.

그 과정을 통해 왜 덴마크,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 바누아투 사람들은 행복한지, 반면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쉽사리 행복을 느끼지 못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그 이유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할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땅 대한민국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 그 답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매년 발표되는 여러 행복차트에서 대한민국은 몇 위인지, 행복지수 1위 나라에 가서 살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코스타리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궁금하고 복잡했던 퍼즐도, 이곳의 다양한 삶들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맞아 들어갔다.

무엇보다 소유에 대한 관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단순히 경쟁하듯 돈을 벌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삶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크기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이 소유한 무언가를 감사히 여길 줄 알고, 심지어 그것을 자기 주변 사람들과 아낌없이 나눈다.

을 버는 것보다 얼마를 가졌든 그것을 쓰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들과 비교해 덜 가진 것에 집착하고, 지금보다 나은 삶만을 위해 공부하고 일을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이런 삶의 태도가 1만 2천 달러의 국민소득으로도 6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이웃나라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만드는 가장 주된 이유가 아닐까. < p.67 >




행복한 삶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을 내 삶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은 너무나 다르다.

누군가는 완벽한 복지국가에서, 누군가는 전쟁 중인 국가에서, 누군가는 굶주림이 당연한 국가에서, 누군가는 무한 경쟁이 강조되는 국가에서, 이렇게 똑같이 행복을 꿈꾸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어쩌면 행복한 삶을 앞에 두고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불공평한 게임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바누아투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만난 후, 당장 주어진 환경의 차이를 뛰어넘는, 그 사회와 문화가 가진 특별한 의식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p.123~125 >

당시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은 국가부도라는 극단의 경제 위기 속에서 당장의 금전적인 문제나 취업에 대한 여러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통적으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다.

혹시 내가 이방인이라서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건 아닐까,

아니면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자라온 젊은이들이 자국의 힘든 상황을 낯선 동양인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에 대한 질문에 ‘YES’로 일관했다. (중략)



지금 당장은 상황이 좋더라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언제든 부정적이고 불안한 환경을 다시 맞닥뜨릴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방문하고 궁금해진 것은 동일하게 부정적인 환경과 상황을 만났을 때, 서로 다른 태도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과연 무엇인가이다.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지만 전혀 다른 해석과 반응이 나타나는 건, 결국 그것을 해석하는, 개인에게 내재된 필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 p.145~146 >

이 몇 가지 인터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 핵심을 찌르는 공통점은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여자친구, 오늘의 날씨, 자연, 사회제도, 국가처럼 이미 나와 내 주변에 있는 것들 말이다. (중략)

어찌 보면 억울할 정도로 매우 간단한 개념이자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그 누구도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로부터 지금 행복할 수는 없다.

이렇듯 당연한 개념인데 왜 우리는 가지지 못한 무언가로부터 얻게 될 행복에만 집착해왔을까.

정말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이렇게 힘들고 불행하기만 해야 할까. < p.200~201 >

치열하게 투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실업률 90%의 나라 바누아투에서도, 그리고 세계 최강 복지 국가로 손꼽히는 덴마크에서조차도, 대부분 자신의 인생 목표를 묻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꿈을 묻고, 인생 목표가 무엇인지 요구 받고, 매년 초가 되면 올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건설적인 일이라 믿는 우리에게는 참 낯선 모습일지 모르겠다. < p.208 >

여기서의 소소하더라도 꾸준하고 자주 일어나는 행복은 소위 말하는 ‘소확행’과는 다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소확행은 어려운 삶 속에서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소소하더라도 쉽고 확실하게,

개인의 마음을 달래는 소비나 행동을 통해 행복을 쟁취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전혀 다른 개념이다.

소확행이 자기중심적이고, 소비지향적이고, 일종의 허탈감을 동반한다면, 진정한 행복은 정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 p.220

우리 모두는 행복의 일용직이다. 행복에 관해서만큼은 모두 하루 벌어 하루 행복할 수 있는 일용직으로 살도록 동등한 조건에서 태어났다. 오늘 행복했으니 내일도 분명 행복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보장받지 못했으므로, 행복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정규직일 수 없다. 행복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나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알레한드로가 말했던 ‘YA!’의 개념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말이다.

가끔은 예전에 행복했던 기억이 현재 불행한 상황에 놓인 당신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당신의 고통스러운 현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p.227~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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