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갑니다
박영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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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르타주(Reportage)는 사회현상이나 사건을 충실히 기록하거나 서술하는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 르포르타주란 원래 프랑스어로 탐방·보도·보고를 뜻하는 말이며, 약칭하여 '르포'라고도 한다. 흔히 논픽션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논픽션은 픽션의 상대어로서 좀더 포괄적인 개념이며, 르포르타주는 논픽션 중에서도 특히 저널리즘에 가까운 유형을 지칭한다.

르포르타주의 요소는 이미 계몽주의 시대의 여행기나 사회조사에서 나타나지만, 문화적인 중요성을 띠고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 배경에는 교통과 매스컴의 발달,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전지구적 관심의 확대,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혁명적 기록문학의 등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문학적 형상성에 대한 배려보다는 사실 자체를 직접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르포르타주는 심미적 가치나 예술성의 측면에서 본격문학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즉물적인 기록이 잘 다듬어진 예술적 허구보다 훨씬 더 박진감있는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르포르타주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모두 중요한 사회적 사건을 대상으로 하며 치밀한 취재와 구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비판정신을 두루 갖추고 있다. [출처 : 문학비평용어사전]





르포문학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이 작품에서 독자들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미처 헤아리지 못한 그들의 직업적 애환을 만난다.

매연에 둘러싸여 일하면서 통행객들의 점잖지 못한 말투나 성희롱까 당해도 이에 항의하거나 성희롱으로 고발하기도 어렵다.

말로 하는 성폭력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업무인 것이다. 그래도 좁은 부스 안에서 고통스런 업무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오로지 '살기 위해서'다.

또 무급 근무를 이어가며 페업을 막았지만 누적 적자를 이유로 결국 폐업한 진주의료원에서 일한 의료 관계자 및 공중보건의 등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회적 피해자들이다. 작가는 한때 호황으로 수출 역군으로 대우 받기도 한 조선소 목선제작 목수도 배가 이젠 일본산 플라스틱 선박으로 대체돼 선박수리공으로 일 있는 날만 바라보는 일당제 최저 대우를 받아도 감사하다며 일해야 하는 처지다. 페지값이 떨어져 하루 종일 일해서 몇 천원씩 받던 것도 이젠 1천~2천원에 불과하다.





저자 박영희는 이번에 낸 책 『그래도, 살아갑니다』에 사회 소외 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의 직업적 특수성, 근로 환경, 임금 등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르포 문학의 주 테마인 사회 비주류 계층의 삶을 조명한 것이다.

그들이 소외 계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와 현실을 조목조목 직업별로 만나 현장 확인, 인터뷰, 국가의 대안 마련 등을 파고들었다.

전 국민의 노력을 밑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지면서 국민소득도 크게 높아졌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이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정도에 이르렀다. 지난 1960년대부터 정확한 통계를 낸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은 한 번도 없을 뿐만 아니라 70년대 후반까지는 고속성장을 이뤘다. 국민소득 증가는 국민의 국가의 부강을 의미한다. 나라가 부자면 성장 과정에서 노력한 사람들이 분배의 보상을 해줘야 정의로운 국가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의 불평등 분배는 차치하고도 부자가 됐는데도 소외 계층은 대를 이어 비주류다. 신분 상승의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분배 차원에서의 저소득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려나가도 여전히 그늘진 내 이웃은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다. 그래서 경제 성장 못지 않게 분배도 중요한 국가의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 시장경제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분배가 정의롭게 이뤄지지 않아 늘 사회 문제로 존재한다.





국민 소득 증가는 소비 증가를 불러온다. 소비 증가는 귀금속 등 주얼리의 시장도 커진다. 주얼리 등 사치품 시장은 규모화되고 기계화된다.

이 경우 주얼리 시장이 커질 때까지 노동력을 제공하고 적은 임금을 받아 삶을 유지하던 사람들은 일할 자리마저 위협받는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묵묵히 일하던 사람들은 업종 전환을 하거나 비슷한 다른 저임금 일자리라도 있으면 감사해 하며 일하는 처지로 밀려난다. 이렇게 밀려난, 이젠 일하는 날보다 안 하는 날이 많은 귀금속 세공사의 이야기도 가슴을 찡하게 울려온다.

'페이 닥터', 얼마 전 아파트 한 주민의 갑질 폭행으로 극단적 결심을 한 아파트 경비원도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물론 일정 기간 근무하면 실업급여 등의 수급 혜택은 받을 수 있지만 갑질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무한 상태. 정도가 심하거나 상해 이상의 피해를 당해야 고발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대개는 일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이밖에도 사회 소외 계층이 일하는 곳은 대부분 인권 보장, 사회 보장 등은 아직 확보되지 못했다. 국가가 노력해 정책적으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 대우 등을 감내해야 그나마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갑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격월간지 『인권』의 ‘길에서 만난 세상’의 내용을 책으로 꾸몄다. ‘길에서 만난 세상’의 내용이 책으로 담긴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길에서 만난 세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앞서 살펴본 대로 팍팍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 더 힘껏 삶을 이어 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 탓이다. 작가는 취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담았다. 이 책에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기간제 교사, 대리운전 기사, 지방 병원 간호사, 유기농 농사꾼, 지방 대학 청년들, 세공사, 선박 수리공, 경비원, 고려인, 장타령꾼 등 17편의 르포가 실렸다.

“사회적인 현실에 대해 주관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르포인 만큼 그 삶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생생하게 담겼다.

인생이 녹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살아갑니다』 속 사람들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통의 다른 이들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을 '버텨나간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그리고 일상을 열심히, 절실하게 살아 낸다. 극히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잘사는 사람들도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결과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어떤 대목들에서는 우리 사회의 오류 혹은 미흡함이 엿보인다. 『그래도, 살아갑니다』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우리, 그리고 이웃과 나를 돌아보며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대리운전을 하면서 몇 차례 돈을 떼인 적도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고객(차주)은 현금이 없다면서 양주석 씨의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물론 그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대구에 서 구미까지 장거리 대리운전을 뛴 날은 그보다 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휴게소에 차를 정차한 뒤 고객이 부탁한 담배를 사 왔더니, 그사이 차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양주석 씨는 그날 대리운전비 5만 원과 일당벌이마저 접어야 했다.


“저는 유명 강사의 특강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하나같이 성공한 사람만 있고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는 거죠? 자신의 꿈조차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성공 사례만 잔뜩 나열하는 강연이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대기업 입사 서류전형에서 지방 대학생 서류가 나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잖아요. ‘지방대? 그거 한쪽으로 밀어 놔. 지방에서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겠어.’ 당부컨대 이 같은 장면과 대사는 자제하고 좀 더 신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공 의료는 탁상공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 혹시 자네, 건강한 적자와 착한 적자라는 말 들어 봤나? 이 둘을 양손에 쥔 게 바로 공공 의료의 현실이네. 100세 시대에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고령 세대를 어찌할 것인가? 중년에서 노년으로 급속히 변해 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좀 더 멀리 보자는 뜻이네.”





양재순 씨가 노령연금으로 받는 돈은 월 20만2,000원. 한 달 약값과 부식비로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고 했다. “20만 원이면 적지요. 다음 달부터는 기름보일러도 돌려야 하고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괜한 소리했다가 이거라도 안 주면 콩나물 구경도 어렵게 되잖아요.”


세공을 비집고 들어온 액세서리(주얼리)시장도 광주 씨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밀세공을 위협하는 액세서리 시장은 그동안의 귀금속 시장을 한순간에 바꿔 놓았다. 수작업이 기계화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 앞에 광주 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경비 업무 중에서 제일 힘든 게 택배물 관리죠. 경비실이 비좁아 물건을 쌓아 둘 장소도 없을 뿐더러, 16개 택배 회사로부터 무더기로 택배물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칫 분실했다간 주민들과 두고두고 말썽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정씨 할아버지가 고물을 줍느라 보내는 시간은 하루 10시간. 이동거리는 20km 내외. 일과를 아침에 시작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오후 4시부터 고물을 줍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 무렵에 나가야 퇴근을 앞둔 사무실에서 신문을 내놓고, 상점과 약국에서 종이상자를 내놓기 때문이다.





“고려인들과 상담을 해 보면 안타까울 때가 참 많아요. 뿌리를 내릴 만하면 강제 추방을 당했잖아요. 고려인 1세대가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면, 그다음 세대는 19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갈 곳마저 잃어버렸다 할까요. 중앙아시아에서 소수민족 밀어내기가 노골화되자 몸을 피해 한국을 찾아온 거잖아요."


“졸업식 때 제일 비참하더군요. 3학년 담임을 맡고도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이보다 비참한 현실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간제 교사는 겨울방학과 동시에 무급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하고 다닐 때였다. 연가를 내고 싶었지만 형탁 씨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데다 자신은 유급휴가를 낼 정교사 신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컫는 은어가 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이다.

태움은 주로 대형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데, 미래가 있는 직업일 거라고 입사한 선미 씨도 이미 거쳐 온 과정이다. 무려 1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왕따만 당한 기분이었다.





저자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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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두만강 중학교》 《만주의 아이들》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길에서 만난 세상》(공저), 평전 《김경숙》 《고 마태오》(공저),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영희가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 《하얼빈 할빈 하르빈》 《만주를 가다》 《안중근과 걷다》(공저), 청소년 소설 《운동장이 없는 학교》 《대통령이 죽었다》를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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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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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들어온 자여, 희망은 버려라!


소설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악플러 수용소'에 갇힌 사람과 아무 것도 모르는 예비독자들에겐 강렬한 충격을 준다.

폐쇄 공간에서 희망을 버리란 말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전국 각지에서 남녀 열한 명이 동시에 증발하는 일이 생긴다. 약에서 깨어난 듯 의식을 차린 그들이 갇힌 곳은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 곧 악플러 수용소다. 이곳에서는 토끼 마스크를 쓴 사내의 소름 끼치는 관리가 시작되고, 도망치려 했거나 수용소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한편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주에 한 번씩 상호평가 댓글을 통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조기 퇴소를 위한 게임을 시작한다.

조기 퇴소를 하는 족족 그들 앞에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그리고 수용소 소장과 자살한 여배우와의 베일에 싸인 관계 등 독자를 사로잡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소설은 악플러들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독자들의 의문도 풀린다.

여배우의 비밀도 조금씩 밝혀지면서 독자에게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풀어간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재미와 복선으로 시선을 잡고, 반전 및 여운으로 감동을 준다.





악플에 시달리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플’을 주제로 하는 모 방송프로그램의 MC로 등장해 담담하게 자신을 이야기했던 여배우이자 가수를 기억할 것이다. 또한 두 아이의 엄마로 화려하게 드라마에 복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국민 여배우도 생각날 것이다. 이 두 사람 말고도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스러져간 연예인과, 더 많은 수의 보통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이 책에서 그들은 10대 학생, 20대 청년, 중년 여성ㆍ남성에 이르기까지 악플 이외에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자 우리 주변의 이웃이다.

작가는 이들의 민낯을 ‘수용소 수감’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심각성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수용소 안에서는 복수성이 짙은 단순 ‘처벌’이 아닌, 피해자가 생전에 겪었던 용서와 응징 사이의 고뇌도 조명한다. 단순 고발성 풍자소설이 아니라 익플러에 대한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그럴 수도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실 누군가는 손가락 하나로 한 생명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 저자는 2차세계대전 때 수백 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주범 아이히만의 예를 든다.

책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나는 잘못이 없다. 내 손으로 죽인 게 아니니까.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악플러 범죄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네이버에서는 문장 맥락까지 고려해 모욕적인 표현을 가려내는 AI 클린봇을 구축했다. 이렇게 악성 댓글 노출을 막는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 소설은 악플로 오염된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는 하나의 촉매제로 자리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저자에 공감할 것이다. 가상 공간에 숨어서 연예인이나 공인에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비난하는 악플러들. 이들은 정보화 사회를 통과해 4차 산업사회로 변화하는 사회의 그늘에서 댓글로 선량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행위는 당연히 범죄행위임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변화하는 사회의 그늘을 지우는 법적 시스템을 미처 갖추지 못한 채 법은 악의 그늘에서 허우적대는 양상이다.





찰칵 찰칵 찰칵, 미친 듯이 눌러대는 셔터에 다소 까무잡잡하기로 소문난 유 대통령의 얼굴이 하얗게 분을 칠한 것처럼 번뜩였다.

환갑을 코앞에 둔 대통령은 백내장 초기에 노안까지 겹친 것치고는 제법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정면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했다.

찰칵 찰칵 찰칵….

“정부는 오늘 2024년 1월 1일 12시를 기점으로 인터넷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 p.16


“일찍 집에 가고 싶으신 분은 레드볼을 획득해야겠죠? 또 그러려면 함께 방을 쓰는 수감자들에게 상호평가에서 많은 공감지수를 얻으시면 되겠고요. 한마디로 추천수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 해 안 되시는 분 계십니까? 없으시면….”

“저기요! 여기서 즉결처리라는 게 뭐죠?”

한 남자가 손을 들고 질문하자, 모여 앉은 죄수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즈, 즉결 처리라는 게 뭔지 알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즉시 처리한다는 거죠. 그것은…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

- pp.60~61





어떻게 촬영을 마쳤는지도 모른다. 눈부신 조명 앞에서 디렉터가 원하는 대로 또 그동안 몸이 기억하는 대로 포즈를 잡으며 촬영을 한 것이 무려 네 시간이었고, 입은 옷은 총 열아홉 벌이었다. 그러는 동안 딱히 특정한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언제나 염두에는 오늘 뜬 기사에 달린 악플들이었다. 선배 연기자인 황민아는 아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20년 차 배우였지만, 자신 역시 16살 때부터 연예계 물을 먹어 와서 십수 년 차인데 모를 리가 없다. 아까 본 악플들은 단지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시기해서 단 게 아니라, 비난하기 위해 달았다는 것을.

- p.165


“악플 속에서 저는 창녀가 되었다가, 불효녀가 되었다가, 돈독에 오른 년이 되었다가, 가증스러운 광대가 되었다가,

관심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관종이 되기도 하죠.”

- p.311





“농담이고요.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왜 별보다 별똥별을 좋아할까요? 평소에 머리 위에 별들이 저렇게 지천으로 빛나는데 거들떠도 안 봐요. 그런데 별똥별이 떨어진다 하면 그렇게들 좋아해요. 나쁘죠.”

“뭐가 나쁩니까.”

“그 별은 죽으러 가는데. 사람들은 왜 죽으러 가는 별한테 소원을 빌어요? 명복을 빌어야지.”

- pp.339~340


“저기요. 아저씨? 저 청소년이에요. 모르셨어요? 나 아직 생일 안 지났는데.”

- p.350


저자 : 고호


일꾼, 이야기꾼, 때로는 상상꾼.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재미없는 무역회사에서 밥벌이를 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와 『악플러 수용소』 등이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소설 일부 내용과 독자들의 이해를 위한 게재는 독자들 입장에서 쓴 것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다음은 저자 입장에서 이 소설을 소개해 본다.

악플러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인기 여배우 고혜나가 자살하기 전까지의 고뇌가 고스란히 작가의 손을 거쳐 독자들에게 느껴진다.

고혜나가 악플로 인해 서서히 멘탈이 무너져내리고 결국 죽음으로 비극적 생을 마감한다. 그 과정을 피해자 입장에서 절실하고 고통스럽게 묘사한 저자의 고충도 읽힌다. 저자의 마음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적가는 법에도 없는 '악플러 수용서'를 고안해 냈을까. 쉽게 쓰이지 않았을 작가의 열정에도 응원을 보낸다.

악플러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은 10대에서 50대까지 평범한 소시민들로 친근한 이면에 드러나게 되는 그들의 속마음이 여지없이 악플을 통해 표출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데 반성도 없이 당당한 모습에 더 화가 난다. 현실과 비슷해 더 공감할 수 있다.

악플러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남여 세 명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제 남은 생존자들은 무직 박기성, 간호조무사 오수정, 사법고시 준비생 장민환, 전업주부 신영자, 인테리어 자영업자 김광덕, 중학생 윤설. 이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고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하는데 상호평가를 통해 박기성이 레드볼을 가장 먼저 취득하게 된다. 전자팔찌 30년 부착하는 조건으로 퇴소를 하지만 또 다시 악플로 인해 결국 전자팔찌가 폭발해 죽는다. 전자팔찌도 무시무시한 장치였구나... 저자의 철두철미한 구상에 박수가 나온다.





레드볼을 받게 된 수감자들은 조기 퇴소를 하지만 끔찍한 사건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더이상 레드볼은 구명볼이 아닌 시한폭탄으로 이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 대목에선 작가는 왜 법적으로 구현되지 않을 이 같은 보복을 범죄자들에게 가하는가. 독자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법전의 형벌제도 취지를 떠올린다. 공감하는 독자들은 법적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한 법 체계가 문제라는 비난을 얹어 저자와 공감할 수 있다. 그들이 얼마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지, '죽어 마땅한 죄'라고 인식하고 고대법까지 소환하며 저자와 독자는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 가운데 수용소 소장과 자살한 여배우 고혜나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반전이다. 이야기가 재미를 더해준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러들. 평범한 이웃이었던 이들이 한 사람을 벼랑끝으로 몰아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으로 아직까지도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악플러 수용소를 보면서 악플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음 좋겠다는 점을 독자들은 이제 확실하게 인지한다.

고혜나에 대한 악플을 보면서도 당사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해지는 충격은 보통 멘탈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쉽게 지나칠 수 없을 정도란 생각이 비로소 들면서 악플로 인해 스러져간 많은 연예인들에게 미안한 느낌도 든다.

차제에 악플이 아닌 선플만 남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보며 읽은 잘 빚어진 도자기 한 점을 감상한 기분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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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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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부제가 훨씬 더 매력적인(책을 써본 적 없는 단순 독자로서의 무지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재미와 몰입성을 빼고도 여러 가지 묘한 느낌을 준다.

영국 소설에다가 범죄소설인데 불교의 연(緣)을 떠올리게 한다. '디 아더 피플'이라는 복수 전문범죄집단의 가동방식이 공짜는 없고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의도치 않았으나 인물들간에 연결성이 생긴다. 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닐까? 범죄가 치밀한 계획이었든, 개인적 욕망이었든 타자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

그리고 법을 넘어선 개인의 복수, 사적 처벌의 범위에 대해서 독자에게 묻고 있다.

과연 공권력이 아닌 개인의 보복 행위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 또 인간의 죽음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소설이지만 독자들은 작가로부터 여러가지 질문을 받는다. 그저 재미로 읽고 끝내기에는 질문의 무게감이 묵직해 뇌리에 오래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법의 심판을 제대로 안 받고 넘어가는 권력자와 재력자들은 법 대신에 전문집단이 처단해줬으면 좋겠다는 법의 문외한인 보통 독자의 소망도 있을 거라고.





'서스펜스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의 범죄 스릴러의 괴물작가 C. J. 튜더가 2020년 다시 돌아왔다. 전작 『초크맨』 『애니가 돌아왔다』가 스릴러와 초자연적인 호러를 접목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디 아더 피플』은 좀 더 현실에 기반을 둔다.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사고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그건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 지극히 평범한 자신에게 벌어질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운명의 장난 같은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그때야 ‘다른 사람들’의 일이 언제든 자신의 일이 될 수 있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는다. 『디 아더 피플』의 인물들 역시 하나같이 평소와 똑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 불쑥 끼어든 비극과 마주한다. 이를테면 평소와 다름없는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게이브는 월요일 저녁 퇴근 시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차량 정체로 고속도로 위에서 꼼짝 없이 발이 묶인다. 이때 그의 바로 앞에서 꾸물꾸물 기어가던 차의 뒤 유리창 너머로 여자아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여자아이가 입 모양으로 중얼거린다.

“아빠!”

그의 다섯 살 난 딸 이지였다. 그때 경찰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신의 아내와 딸이 집에서 살해당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딸의 시신을 확인하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게이브는 딸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캠핑용 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딸을 납치해간 차량을 밤낮으로 찾는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도중, 호수에 버려진 3년 전 그 차를 찾아낸다.

하다못해 아이의 시신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차 안을 살펴보는데, 그 안에서 발견된 건 신원미상의 남성 시신과, ‘디 아더 피플’이라고 적힌 수첩이었다.

다크 웹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며, 요청한 의뢰가 실행되면 반드시 신세를 갚아야 하는 대리 복수 조직 ‘디 아더 피플’. 게이브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디 아더 피플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성공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 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디 아더 피플과 연관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끈질긴 추적 끝에 그날의 살인 사건에 복수 조직 ‘디 아더 피플’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 아더 피플’ 은 법으로 처단하지 못하는 가해자를 대신 처리해주는 조직이다. ‘디 아더 피플’의 다크 웹 사이트에 접속한 게이브는 자신의 업보를 떠올리며 그날의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게이브는 디 아더 피플 조직을 알게된 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며 누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싶을 만큼 원한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한 상황으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끈다.

게이브에게 어떤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었는지 읽다보다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천천히 하나씩 풀리다가 다시 어떤 사건들이 연결이 되면서 또 얽힌다. 사건과 사건이 연결성이 떨어지면 추리소설의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과 구성력으로 연결성을 독자들의 기억과 함께 합리적으로 이해시킨다. 역시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기인한다.

적잖은 분량의 책의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이리라. 독자들은 결국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몰입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떼놓지 못하고, 시선도 책에 박아둔 채로 독서를 마친다.





C. J. 튜더의 소설은 늘 독자가 ‘한 장만 더 읽어야지’ 하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만든다. 불필요하게 질질 끌지 않고,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하며, 빠르게 장을 전환하는 글쓰기 스타일 덕분일 것이다. 『디 아더 피플』은 지루할 틈 없이 롤러코스터처럼 치고 나가는 C. J. 튜더 스릴러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작보다 한층 발전된 치밀한 구성력이 만나 완성된 웰메이드 스릴러로, 복수 품앗이 조직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억울한 일이 일어났는데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번쯤 사적인 복수를 상상해봤을 것이다.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디 아더 피플에 도움을 청하고 거절할 수 없는 다른 복수극에 얽혀든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다른 계획에 참여했는지, 작가가 영리하게 엮어놓은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는 게 『디 아더 피플』의 묘미다. 하지만 장르소설이 응당 갖춰야 할 미덕이 재미와 속도감이라면, 이 소설은 장르소설의 미덕 이상을 보여준다.





출간 전 『디 아더 피플』을 먼저 읽은 사전 서평단은 흡인력, 가독성, 촘촘히 엮인 탄탄한 구성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되는 몇몇 범죄들을 언급하며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할런 코벤은 “C. J. 튜더는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다. 대체 다음엔 뭘 쓸지 궁금하다”라고 평했고, 『사일런트 페이션트』의 작가 알렉스 마이클리디스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C. J. 튜더는 이미 한 발 앞서나가 있다”라고 평했다.

디 아더 피플이 추구하는 ‘사적 정의 실현’은 얼핏 보면 정당한 것 같지만, 결국 모두를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며 상황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기 때문이다. 가독성과 재미는 물론이고, 여러 흉악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 수위 논란이 일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생각해볼 만한 화두까지 던지는 『디 아더 피플』은 2020년 여름, 우리 모두가 단연 주목해야 할 스릴러다.





저자 : C. J. 튜더


영국 솔즈베리에서 태어나 노팅엄에서 자랐다. 데뷔작 『초크맨』은 원고 공개 2주 만에 26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며 에이전시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었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총 40개국에 계약되었다. 2018년 1월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출간된 『초크맨』은 강렬한 도입부와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티븐 킹, 리 차일드 등 장르소설 대가들과 《가디언》, 《타임스》 등 유수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8년 굿리즈 가장 많이 읽힌 신간, 아마존 상반기 올해의 책에 올랐다. 후속작 『애니가 돌아왔다』는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C. J. 튜더를 영국의 여자 스티븐 킹으로 확정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2020년에 발표한 작품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조직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복수극으로, 출간 전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TOP 20에 오르며 독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C. J. 튜더 작품 중 최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할런 코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A. J. 핀 등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스릴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역자 :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애니가 돌아왔다』『초크맨』『일생일대의 거래』『우리와 당신들』『베어타운』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위시』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라의 열쇠』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 『딸에게 보내는 편지』 『11/22/63』 『통역사』 『그대로 두기』 『누들 메이커』 『몬스터』 『리딩 프라미스』 『노 임팩트 맨』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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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 - '할 말' 다 하면서 호감을 얻는 대화의 기술!
후지요시 다쓰조 지음, 박재영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대화에는 대부분 특정한 목적이 있다. 대화의 목적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고, 사고의 변화도 이루어지며, 대부분 비즈니스 미팅의 목적인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간단한 인사로 이웃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관계의 변화도 일어난다.

이렇게 대화 이후에는 감정, 사고, 행동, 관계에 어떤 변화가 발생한다. 『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의 저자 후지요시 다쓰조는 이 '번화'를 이끌어내는 '대화'에 주목한다.

감정, 사고 등이 달라지면 침울했던 사람이 활기를 되찾거나, 생기 넘쳤던 사람이 풀이 죽는 등 기분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어떤 기분의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지가 대화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대화를 좋은 분위기로 이끌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말투나 논리적인 언변 등이 아니라 ‘기분 조절’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다음 14가지의 를 독자에게 제시함으로써 마음을 얻는 대화법을 제안한다. 책의 목차만 전부 게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책의 경우 독자들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기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어서 전재한다.


1. 당당하게 말하고 호감을 얻는 대화법

2. 호감을 얻으려면 기분부터 바꾸라

3. 좋은 기분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4. '3초'만에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

5. 표정을 바꾸면 감정도 달라진다

6. 자신의 표정을 보는 습관을 들여라

7. 최고의 상태를 떠올리며 기분을 전환하라

8. '바른 자세'가 진짜 중요한 이유

9. 무의식중에 하는 동작에 주의하라

10. 부정적인 기분을 전하는 동작을 버려가

11. 행복감을 높이는 말을 덧붙여라

12. 어떻게 신뢰감을 얻을 것인가

13. 상대방의 자긍심을 높여 주는 방법

14. 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사람들의 공통점

책에 따르면 대화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기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3단계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기분을 찾고, 이것을 표정이나 동작으로 표현하며, 그 기분에 말을 덧붙이는 것이다.





[STEP 1. 자신이 원하는 기분을 찾는다]

- 대화의 목적을 정한 뒤 감정, 사고, 행동,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떠올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기분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STEP 2. 기분을 표정이나 동작으로 표현한다]

- 감정과 사고가 하나로 합쳐져 파악하기 쉬운 기분으로 저절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기분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화할 때는 적극적으로 표정과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STEP 3. 기분에 말을 덧붙인다]

- 밝은 기분에 덧붙인 “안녕하세요.”와 어두운 기분에 덧붙인 “안녕하세요.”는 같은 말이라도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항상 이 점을 유념하고 자신이 원하는 기분에 말을 덧붙여 보자.

저자는 익숙해지면 이 3단계를 실행하는 데 단 ‘3초’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이 책은 누구든지 3초 만에 대화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쉬운 대화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잘 파악한 후 따라 하다 보면, 보다 쉽게 ‘호감형 인간’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그들은 ‘밝은 사람’으로 능숙하게 변신하고,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캐치하며, 유머 감각을 통해 웃음을 끌어낸다. 이뿐만 아니라 상대방과의 공감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건설적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은 대화로 채워져 있다. 미래 지향적으로 서로 간의 이익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면, 상대방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대화력을 높이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킬 수 있다면,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말을 여러가지 여건과 상황을 보면서 쉽게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던 것 같다. 수시로 변화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진실되게 다 하고 살다보면 다양한 의견 대립도 생기고 감정 상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감 부족이다. 내가 느끼는 모든 생각을 상대가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의견이나 감정을 잘 전달될 수 있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일 때가 많다. 더 쉽게 말하하면 내 감정이나 느낌,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는 훈련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보다는 글로 써 전달하는 게 정리도 잘 되고, 제대로 표현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물론 글로 표현이 안 돼 말로 한 적도 있긴 하다. 대체적으로 감정 표현이 그렇다. 하지만 가끔 내가 너무 남을 배려해서 그런 건 아닐까? 독자도 이 말은 꼭 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한 적이 많다. 뒤돌아서 후회하는 경험도 많았다.

가끔은 뻔뻔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 때를 느껴도 '그놈의 배려와 착한사람 콤플랙스'는 왜 제대로 작동하는지... 참고 넘어가면 유무형의 손해에 후회와 '못난 놈'이란 자책으로 끝맺음하게 될 텐데도 말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면서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은 독자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뻔뻔하게'란 단어가 주는 약간의 낯설음과 불편함이 싫다면 독자들은 우선 '당당하게'로 바꿔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뻔뻔하게란 단어를 제목에 붙인 저자의 의도는 자신감이나 지식의 부족으로 대화를 꺼리는 독자들을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어쩌면 번역 과정에서 다소 강렬한 의미에서 바뀌었을지도(독자가 일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하는 추측) 모른다.

아무튼 뻔뻔하게는 성실과 예의를 무시하는 뜻은 아니고, 품위와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대화를 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집필 의도와 전체적인 내용에 비춰 적절할 것 같다.

일본인은 상대방의 눈을 보며 말하는 것에 서투르다고 한다. 그래서 대화법과 관련한 자기 계발서 등에서는 눈을 보기보다 눈과 눈 사이나 콧날 주위를 보면 좋다고 조언한다. 눈에는 우리의 기분이 나타난다. 시선을 피하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자신의 기분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동작이다. '뭔가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니?'하고 상대방을 경계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다. 대체적으로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유교적, 제왕 시절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대화할때 상대방과 나는 맞댄 거울이다. 불안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불안해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본다면 더욱더 불안해질 것이다. 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불안한 메세지를 주는 동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도 캐치볼과 같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때 서로가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해서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확실히 받아들여서(캐치해서) 자신의 의견을 다시 던져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다시 던질 수 없다.

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이 밝아 항상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중요한 용건에도 웃음을 띠며 상대방을 끌어들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토크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을 하는 MC처럼...

주변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항상 밝은 기운을 내며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필요에 의해서 신경 쓰는 척, 배려하는 척하며 가식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경우에만 잘 보이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초반에는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의 가식을 깨달아 신뢰가 무너지면 그 사람 말은 믿지 않게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무슨 말을 할 것인지’와 ‘어떻게 말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해도 되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말주변이 없어서, 너무 긴장해서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우리 주변에는 대화법에 관한 책들이 넘쳐 나고, 그 노하우를 소개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그 대화법에 따라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실전에서는 잘 안 먹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매너를 갖추고 정중하게 표현해 봐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해 봐도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많은 사람이 가진 대화법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이 책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은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하는 일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아 고민인 사람들에게는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필요하지만 회사 업무 상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대방들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계약할때 어떤 방법으로 대화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사회 초년생과 비지니스를 하는 직장인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저자 : 후지요시 다쓰조


1991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제1문학부를 졸업한 후 플러스 주식회사에 입사해 영업, 기획, 신규 사업 설립 등에 종사했다. 2009년에는 일본 전국 플러스 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해 노동조합 활동에 코칭을 도입했다. 2013년, 코칭을 중심으로 각종 심리 기법과 무술, 명상 등의 경험을 통합해 꿈 실현 응원 대화 기법을 확립했다. 2015년에는 『일하는 습관을 바꾸는 10초 행동력』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40만 부가 넘게 팔렸다.

2016년, ‘GONMATUS’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를 모토로 삼고, 경영자에서부터 학생까지 폭넓은 층의 개인을 대상으로 꿈 실현을 위한 코칭 및 연수,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역자 : 박재영


서경대학교 일어학과를 졸업했다. 출판·번역 분야에 종사했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강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번역, 소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는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YES를 이끌어내는 심리술』, 『부자의 사고 빈자의 사고』, 『힘내라는 말보다 힘이 나는 말이 있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 『나쁜 감정을 삶의 무기로 바꾸는 기술』,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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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기담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판타지’이다. 요즘 대세인 '판타지 문학'을 살짝 차용해 편성해 의도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설화나 전설, 기담, 괴담 등의 대부분이 판타지라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좀처럼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인간의 본성과 의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현상일 뿐이다.

특히 현대의 우리 인류는 풍요를 대신해 얻은 크고 작은, 많은 사회적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사회는 너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미래도 불확실하다. 이러니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부푼 꿈조차 갖기 어렵다. 왠지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삶을 염원하는 소망하고 선망한다. 이른바 판타지의 세계, 환상의 세계를 그려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였으되 초능력을 장착한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여 인간은 결코 할 수 없는 환상적인 스킬을 선보이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수많은 영웅들이 신비롭고 화려한 무용담을 펼치는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세상에는 우리의 사고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물론 그 가운데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기적과 같은 우연으로 일어난 놀라운 상황들도 있다. 또 상상과 공상, 환상이 만들어낸 존재들의 이야기나 납득하기 어려운 괴담과 기담 등이 우리의 삶 속에 오랜 역사를 지니고 변함없이 존재하며 호기심과 공포감을 주는가 하면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상식적인 환상의 주인공들은 일찍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신화와 전설에 수없이 등장하고, 오늘날에도 때때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호기심과 공포감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실체를 알 수 없고 현실감이 없는 상상의 존재들은 어떻게 태어났고 우리의 삶 속에 살아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 사유(思惟)의 한 부분으로 우리의 욕망, 욕구, 선망 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환상, 즉 인간의 판타지(fantasy)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삶을 통해 무엇을 욕망하고 갈망하며 선망하는가?

바로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흥미로운 신화와 전설, 괴담, 기담, 미스터리한 이야기 등을 통해 인간의 판타지를 들여다본다.





판타지의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도, 상상력의 경계도 없다. 판타지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아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영원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신화와 전설의 주인공들, 한끗 차이로 신에서 괴물로 곤두박질한 불운의 존재들, ‘세상에 이런 일이,’ 싶은 미스터리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까지, 인간의 염원과 환상이 투영된 존재들이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물론 수많은 판타지를 책 한 권에 모두 담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판타지들을 간추렸다.

우리나라의 판타지도 다소 생소한 것들도 있겠지만 거의 모두 우리 민족의 삶과 가까이 있어서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이다. 내용도 되도록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꾸미려고 노력했다. 독자들은 이상화 저자의 노력이 그의 글쓰기 실력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PART ① 신화와 전설

중국의 창세신화, 일본의 창세신화, 도깨비, 치우, 신화 속의 여신들, 서왕모, 마고할미, 바리데기, 희생양, 미인계, 아마조네스, 피그말리온, 루시퍼, 미다스.

PART ② 영물과 괴물, 요괴

우리나라의 영물, 우리나라의 요괴, 불가사리, 메두사, 키메라, 피닉스와 스핑크스, 히드라와 켄타우로스,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 빅풋, 마귀.

PART ③ 괴담과 기담

늑대인간, 판도라, 아킬레우스, 카이사르, 황후의 매춘, 라스푸틴의 성기, 여성의 피임, 다이아몬드,마법.

PART ④ 믿기 어려운 사실들

신탁, 오이디푸스, 고르디우스의 매듭, 엄지 척, 밀로의 비너스, 13일 금요일, 숫자 666, 노스트라다무스, 신내림, 빙의와 퇴마.

PART ⑤ 이승과 저승

삼수갑산, 옥황상제, 염라대왕 326, 저승사자, 좀비와 강시.





앞서 열거한 단어들은 대부분 동서양의 신화, 전설, 괴담, 기담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의인화된 가상 인물들이다. 인물을 수식하는 형용사 등은 뺀 채 단어만 선택해 독자가 임의로 열거한 것임을 밝힌다. 전부 역사가 있고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돌, 문자가 등장한 이후엔 물증이나 기록을 근거로 저자가 선별해 이 책에 실었으리라 생각된다. 모두 싣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 될 테니... 독자에게도 익숙한 단어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 잘못 안 것이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도 꽤 있었음을 고백한다. 뒤늦게나마 저자의 책을 통해 바로 알게 된 것도 감사드린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저주받은 다이아몬드' '13일의 금요일' '숫자 666' 등이 흥미로웠다.

각 주제마다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서 흥미를 더했고, '마귀'의 정체에 대해서는 단테의 신곡이라든가 밀턴의 '실낙원', 괴테의 '파우스트' 등 문학작품들이 거론돼 이 책에 대한 몰입도 높이 올라가기도 했다.

'반인반수'는 "타락한 인간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동물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말엔 설득력이 크게 높아졌다. 마지막 부분의 인간 악마 '히틀러', 성폭력 '가해자'까지 언급돼서 시사적 흥미를 높인 것도 저자의 문학적 능력으로 보인다.





<믿기 어려운 사실들>에 나오는 666에 대한 해석은 재미 있기도 하고 숙제로 남겨진 부분도 있다.

고대 히브리어로 된 문자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착오와 오역이 있었다면 해석이나 이해가 더욱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차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제척으로는 독자의 부족한 지식욕을 돋아줘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일본작가들의 서적들을 읽다보면 당연히 일본 위주의 설화만을 만나고, 우리의 것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도 다소 풀어준다. 우리의 설화, 우리의 요괴, 우리의 영물들 역시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창조설화나 민중설화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다양한 영물과 괴물, 요괴들을 추적한다. 심지어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늑대인간, 강시, 좀비처럼 판타지 소설에서나 만날 법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오랜 신화 속 영물들 뿐 아니라, 빅풋이나 예티와 같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미확인생물들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어,

책 속에서 만나는 설화나 기담, 요괴들의 스펙트럼이 참 넓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판타지’라는 테두리로 묶고 있다. 저자의 판타지에 대한 정의 가운데 이런 정의가 있다.

“인간들이 현실을 살면서 이루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염원하는 소망하고 선망하는 것도 판타지다.” 그러니 설화나 전설, 기담 속 존재나 이야기들은 결국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삶 속에서의 희망이나 염원이 반영된 판타지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이는 판타지가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도리어 삶에서 시작된, 희망과 염원의 실체가 바로 판타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책을 통해, 동서양을 뛰어넘고, 시대를 넘나들면서 만나게 되는 민중들의 염원을 만나게 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저자 : 이상화


1973년 방송작가로 데뷔하여 30여 년 동안 〈TV 손자병법〉 〈호랑이 선생님〉 등 수많은 TV 드라마와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했다. 특히 1990년대 초 KBS-2TV를 통해 방영된 〈TV 손자병법〉은 서민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해학적이고 심도 있게 다룬 문제작으로 ‘안방 관객’들을 사로잡은 공전의 히트작이다.

경원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KBS와 MBC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지속적으로 후진들을 양성해왔다.

현재는 방송작가의 업(業)과 더불어 ‘미래성문화연구소’를 개설해, 인간이 지닌 성적 역할과 그 심층적 의미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성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고 집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는 《아줌마 손자병법》 《천재를 만드는 엄마, 바보를 만드는 엄마》 《여자에게 다 줘라》 《여자의 자격》 《혼돈의 시대, 당신의 멘토는?》 《최후의 툰드라》 《여자의 사생활》 《류중일 업포스 리더십》 《호감력》 《생각의 투망을 던져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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