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김영란 지음 / 풀빛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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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는 딱딱하고 엄중한 법 이야기가 아니다. 독자도 이 책을 손에 들기 전까지는 '김영란'이라는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돼 무척 딱딱한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 유명한 부패 공무원에게 서슬 퍼런 법으로 각인돼 청렴한 공무원으로 바뀌게 하는 데 큰 힘을 쓰신 분이라고 알고 있어서다.

또 여성 최초의 대법관 출신으로 이렇게 재밌게 책을 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판결문은 한두 번 들어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서 생긴 선입견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띄는 게 법 제정의 역사. 무겁게 쓰지 않고 어떤 취지로 어떤 법이 제정됐는지 여행 가이드가 안내하듯이 써서 독자들의 부담이나 선입견을 완전히 무장해제시킨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이 헌법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마치 에세이처럼.

저자는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로 여행 도중 떠오르는 가상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이다. 문답식이어서 구어체로 씌여서 한층 정겹다.

이 책에 나오는 여행지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그리고 대한민국이다. 이 책에서는 각 나라의 헌법이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한계를 지녔으며 우리는 그들의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 주고 있다.

저자는 이미 2016년에 법과 정의에 대한 상식의 철학을 이야기한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를 펴낸 적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독자의 법에 대한 무지는 '못 말리는 정도'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 책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 극장이다. 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연극 주제로 ‘경의’(reverence)와 ‘숙고’(deliberation)를 자주 다루었다. 여기서 ‘경의’란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는 지도자의 덕목이고 ‘숙고’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좋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즉 경의란 정치인을 포함한 소수 엘리트 전문가가 지녀야 하는 겸손이고, 숙고란 시민이 엘리트의 말을 의심하고 질문하며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대중이 숙고를 하려면 그에 앞서 ‘경의’의 감정을 지닌 전문가가 제대로 된 논변을 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전문가보다는 유명인을 정치인으로 뽑는 데다 주장으로 점철된 논변을 하는 유튜버들이나 가짜 뉴스가 너무 많이 퍼져서 시민이 숙고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 성별, 나이, 직업, 지역 등이 고르게 분포된 시민참여단 490명을 선발한 뒤 전문가와 질의·응답하는 과정을 거쳐 4가지 방안 중에 바람직한 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고르도록 숙고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지금부터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한 장면씩 이어지는 치열한 헌법 제정의 현장을 관람한다. 지금껏 어떤 책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맛보는 민주주의라는 달콤한 열매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피를 먹고 자랐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막이 내린 연극 무대를 뒤로하며 독자는 자문한다. 앞으로 우리 헌법이 담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헌법 개정에 내가 참여할 방법은 또 무엇인가.

미리 밝히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우리나라 헌법 제정과 개정에 관한 역사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이 책의 시작인 대한민국 헌법 개정에 대해 불붙은 논쟁과 맞닿아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 만들어진 헌법 제10호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헌법이다.

대통령 직선제 등 의미 있는 내용을 확립한 헌법이긴 하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개헌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이후 개헌에 대한 적극적 행동도 있었으나, 아직 그 어떤 정치적ㆍ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대한민국 헌법 개정은 표류 중이다.





법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틀 안에서 30년을 재직한 공직자이지만, 한순간도 법의 굴레에 매이지 않았던 김영란.(저자 이름을 존칭도 없이 써서 좀 불경스럽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친근감이 입에 붙어서니 양해해 주시길)

그는 시민을 위한다는 법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을 자신의 판단 근거로 삼았고 법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자신의 능력 안에서 경주했다.

판관의 자리에서는 법이 보호해야 할 약자의 편에서, 국민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자리에서는 부당함 없는 정의로움을 위해 일했다.

저술가의 자리에 선 그는 법의 편이 아닌 사람을 위한 법에 대해 논하고, 이제 법의 정수 헌법에 이르렀다. 역시 헌법을 보는 그의 시각은 헌법을 위한 헌법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헌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에 개헌이 필요하다면, 오롯이 지키고 담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하자고 말한다. 탐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우리가 잊었던 헌법의 시작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그 지난한 길을 떠나 보자고 권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는 개헌에 책임이 있고 헌법에 책임을 물어야 하므로. 그러므로 이 책은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써 나가야 할 헌법 이야기다.





저자는 먼저 책 전체를 관통할 주제인 교양교육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 시대 벌어진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인용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두고 ①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지배당하면서 생긴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처벌, ②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긴 아테네와 달리 자유를 중시한 소크라테스 양심에 대한 처벌, ③ 윤리적 사유의 역사적 출발점이라는 다양한 견해를 접하며 독자의 시야는 넓어지고, 교양교육을 중시하던 그리스 시민들이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 주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등을 정리했다. 이른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저자의 세심함은 독자에게 헌법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준다.

이어서 헌법이라는 딱딱한 대상에 대한 독자의 거부감을 풀어 주기 위해 문학과 예술 작품을 들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④ 대헌장을 승인한 영국 존 왕의 시대에 활약하던 로빈 후드에 대한 『로빈 후드의 모험』, ⑤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는 혼란한 시기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면을 그려 낸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⑥ 영국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에 새로이 정착한 초창기 식민지인들의 모습을 담은 『주홍글자』, ⑦ 평생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려 노력해 온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 ⑧ 그리고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서 가장 큰 기폭제인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당시 서울의 모습을 이야기한 『1987』 등(이상 번호 무의미순)이다.

대법관이라고 하면 묵직하고 근엄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독자에게 저자는 배려로 답한다. 동시에 독자가 던질 질문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질문과 대답을 활용한 교육인 문답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 중 하나이며, 소크라테스 역시 자주 애용했다고 배운 바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답법의 방식을 이용해 독자가 저자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문을 갖고 사유하도록 돕는다점이 매우 사려깊다고 생각한다.





불과 2백 년 전,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국가의 기본 통치 체제는 전제군주제였다. 군주인 왕은 국가의 모든 통치권을 장악하고 단독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였다. 입법, 사법, 행정권이 분리된 현대 국가와 달리 전제군주제를 도입한 나라에서 이 권한은 모두 왕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입법 및 사법 기관을 포함한 모든 국가 기관은 왕의 결정과 명령을 백성에게 전달하는 곳에 불과했다.

‘왕은 신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왕권신수설은 국가의 기본 이념이었으며, 왕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왕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어서 왕에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왕에 의한 통치는 모든 결정에 대한 권한이 왕에게 있어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왕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조선의 세종대왕은 한민족 역사상 가장 훌륭한 왕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고 건국 초기 기틀을 튼튼히 잡아 5백 년 왕조를 열었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가 통치하던 청나라는

전성기를 달렸고 특히 옹정제는 중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부정부패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로마 역시 5현제가 통치하는 2백 년 동안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불리는 빛나는 시기를 이룩했고 그리스와 함께 서양 문명의 뼈대를 일구었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왕 역시 인간이라는 점에서 모든 왕이 항상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또한 전제군주제에서는 왕의 권한이 너무 강력해 제대로 된 정치적 권력 견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때문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한 인간의 타락은 자신과 주변 몇몇에만 영향을 끼치지만, 왕의 타락은 곧 국가의 파멸로 연결된다.





우리는 20세기 초까지 전제군주제를 유지했지만, 한참 전부터 지구 반대편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왕의 권력을 헌법으로 제한하거나 왕을 축출하고 공화정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영국의 존 왕에 맞서 싸운 귀족들은 왕의 지배 대신 법의 지배를 주장하며 대헌장에 서명을 요구했다.

프랑스의 제3신분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민중은 루이 16세에게 구체제의 모순을 개선하라고 요구했고 프랑스 혁명을 통해 인권선언을 만들었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의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부를 세우며 독립에 성공했다. ‘왕도 법에 따라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법이 국가를 통치한다’는 주장은 이렇게 시작됐고 차례로 다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며 민주주의를 만들어 왔다.

세 가지 사례는 모두 변화하는 시대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구체제만 고수하려는 세력과 그에 반발하는 신흥 세력 간의 다툼이다. 물론 새로운 흐름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젊은이는 강력한 추진력과 매서움을 지니고 있지만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당시 가장 젊고 현대적인 헌법이라는 찬사를 듣지만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한 민주주의라는 평가도 받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의 사례처럼 독일 국민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버리고 전체주의를 선택한다.

경제는 엉망이고 정치 체제가 안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국민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거짓 정보로 국민을 선동하고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할 지식인마저 무너진다면 파멸은 걷잡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젊음이나 새로운 어떤 것보다 앞서 말한 경의, 정의, 숙고의 능력이다.





한계를 파악할 줄 알았다면 존 왕은 억압 대신 덕치로 백성들을 돌보고 국가를 다스렸을 것이고, 윤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면 영국은 영국인과 미국의 식민지인을 차등을 두어 대우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숙고를 갖추었다면 루이 16세와 독일 국민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에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 변화의 흐름을 타지, 휩쓸려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 가지 능력은 전제군주제의 주인이 왕에게 필요했던 것처럼 민주공화제의 주인인 국민에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사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처럼 민중이 주체가 되어 지배층을 상대로 투쟁을 통해 이룩한 상향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광복 이후 진주한 미군에게 영향을 받아 미국의 제도를 정치 지도자들이 도입해 민중에게 전달한 하향식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육에 대한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광복과 한국전쟁 직후, 국민 개개인의 문맹률도 높고 경제 발전이 최우선 목표이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부진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1987년의 민주화 운동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한 지금은 그동안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친 뒤 제정된 헌법 제10호는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국민의 염원인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등,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민주주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통치 원칙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6.29 선언 이후 4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사이에 개헌안 작성, 국회 본회의 통과, 공포까지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심도 있고 깊은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현행 헌법은 국민의 권리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 소수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 다른 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 하나씩 나타나자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결정적으로 2016년에 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시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는 자연스레 헌법 개정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 시기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반영하여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된 뒤 현재는 그 어떤 논의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앞에서 우리는 영국, 프랑스,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는 왕과 그에 맞서 싸우는 민중의 모습을 살펴봤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구체제만 고수한 채 변화를 희망하는 이들을 탄압하고 거부하며 몽니를 부리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추하고 그 끝은 대부분 파멸로 귀결된다. 변화는 때때로 두렵고 처음 보는 길을 걷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충분한 교양교육을 통해 기본적 소양을 기른 국민이라면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학교 교육만이 아닌 부수적인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모자람을 보완하고 완전함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모습이 여기서 발현된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의 숙고로 다스리는 정치라며, 비록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국가의 큰 방향은 전문가의 토론을 경청하고 학습한 다수의 시민이 정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요즘 논의되는 헌법 개정 작업 역시 소수 엘리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시민의 숙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각 나라의 헌법이 겪은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시민의 숙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참혹한 결과가 나타나는 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했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졌고 소크라테스가 살아생전 중요하게 생각해 자주 인용했던 “너 자신을 알라” 역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체면, 지위, 역할 때문에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는 것처럼 행동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묻는 자는 딱 5분만 바보이지만, 묻지 않는 자는 영원한 바보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은 무엇인지, 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모자람을 채울 수 있는지 알려고 하는 자세를 국민 대다수가 갖출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진보할 것이다.


저자 : 김영란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이 되었고,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게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학생들과 만났고, 2019년 4월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으로, 9월부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판결과 정의》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문학과 법》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등이 있다. 청조근정훈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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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씁니다 - 1%의 외로움, 나만 아는 이야기
김석현 지음 / 북스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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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외로움'. 부제로 사용된 문구다. 『외로움을 씁니다』란 제목 아래 왜 이런 부제를 달았을까. 친절하게 '나만 아는 이야기'란 풀이도 달았다. 한참 생각해야 뜻이 제대로 읽힌다. 독자가 SNS를 좋아하지 않아서 SNS 글쓰기에 서툴러서 그런 것 같다.

나만 아는 1%의 외로움은 내 삶에서 특정한 곳이나 상황에서 나만 느끼는 외로움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이 책의 글들은 아주 쉽게 술술 읽힌다.

“외로움을 쓰는 것은 결국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외로울 필요는 없지만, 굳이 외롭지 않을 필요도 없다!"는 구호 같은 문장도 무슨 의미인지 금세 알아차린다.

'미처 알지 못했던 ‘외로움’에 대한 반전 에세이'란 광고 카피 같은 문구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작가 김석현의 외로움을 깨닫자 이젠 SNS 글쓰기를 읽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주제만 유지한 채 생각나는 대로 메모식이든 정리해 책으로 펴낼 땐 약간의 첨삭만 있으면 가능할 듯싶다. 나만의 외로움을 쓰는 데 문장의 격식 같은 게 필요없을 터. 그런 문장이 오히려 작가의 외로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진다.

지면 일부만을 활용해 글자의 크기나 글자체, 색을 바꿔가며 마치 SNS식으로 배열한 것은 작가와 편집진의 의견일 것, 독자는 그저 읽고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정도로 평온한 마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모두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마음에 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해 외롭기도 하고, 당장 놀 친구가 없어서 외롭기도 하고, 타인의 경쾌한 일상을 보며 괜히 외로워지기도 한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외로움이 있다. 다만 외로움을 무겁고 쓸쓸한 감정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을 뿐.

“1%의 외로움은 나를 위한 감정이다.” 이 책은 외로움이야말로 해소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기회’라 이야기한다.

작가는 '외로움을 씁니다'라는 제목이 말하듯,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공백을 관찰하고 글로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과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상의 장치는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우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 어쩌면 가끔 나를 외롭게 하는 외로움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책에 따르면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성향 덕에 살면서 외로울 일이 없을 거라 믿었던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에 살면서 난생 처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마주한다. 여행자도 아니고 완벽한 현지인도 아닌, 모호한 경계인의 입장이 되어보니 자신도 얼마든지 외로울 수 있음을 실감한 것이다. 작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다른 이들에게 외로움을 털어놓는 대신, 자신의 외로움을 글로 써보기로 한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의 시도였다.

“외로움에 관해 쓰기 시작한 건 사실 어느 정도 외로움이 가신 후였다. 글쓰기를 통해 심리적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외로움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나의 외로움을 복기할 수 있었다. 일부러 시간을 낸 건 아니었다. 이동 중에, 식사 중에, 자기 직전에라도 외로움과 마주치면 기록을 남겼다. 하루 일과를 쓰듯 그날 느꼈던 외로움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고, 더러는 내 일상을 외로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기록했다. 외로움에는 타인의 유려한 글보다 나의 서툰 글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종종,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정도는 다르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또한 외로움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관찰 가능한’ 감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언제 외롭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은 언제 그런지, 외로움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름대로 정리해갔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외로움과 친해질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살아야 덜 외롭잖아’라는 고정관념에 집착하는 대신,

나만 아는 외로움에 대해 세밀하게 쓰면서부터 오히려 외로움의 눈금이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거리 조절이 아닌 ‘나 자신’을 충족해야 해결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선뜻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지만 외로움을 쓰는 동안 누구에게든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로 변해갔다.





“외로움을 말끔히 날려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덜 외로워질 일상의 장치를 찾아낼 수 있다.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공백을 관찰하고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 내가 끝까지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사람은 ‘나’임을 알게 된 것, 모두 외로움을 쓰면서 얻은 수확이다." <- 본문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썼지만 결국 이 책은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의 기록이다. 아울러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는 무언의 위로이다. 몰랐던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고 써보고 싶은 사람, 외로움을 통해 소소한 행복의 장치를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단언컨대 1%의 외로움은 나를 위한 감정이다. 어쩌면 외로움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활기차고 능동적으로 꾸려갈 에너지가 아닐까. 작가의 외로움의 색깔이 인지되자 빠르게 공감대도 형성된다. 당연이 독자도 나만의 외로움을 갖고 있으니까.

처음 겪는 감정 앞에서는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 파리에서 외로움을 마주한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타국에서 온 나는 외로움을 토로하고 위로받을 지인이 많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란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드러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구에게나 ‘나만 아는 외로움’이 있는 이유다.

다만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곧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상황에 적응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물건을 사거나, 먹고 마시는 데 탐닉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모두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다. 물론 모두 도움이 된다. 내 경우 의외로 효과가 없었던 건 읽기, 의외로 도움이 되었던 건 쓰기였다. 외로움에는 타인의 유려한 글보다 나의 서툰 글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만큼, 글을 씀으로써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동안 내가 별 뜻 없이 해온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내가 무얼 할 때 가장 신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특히 쓰는 행위와 마시는 행위는 분리될 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글을 쓰며 무언가 마시는 걸 즐겼다. 집에서 거리가 있는 카페까지 굳이 걸어가 원두를 사와 커피를 내리고, 실력 좋은 바텐더의 바에 일부러 찾아가 칵테일을 맛보고, 이왕이면 구하기 어려운 맥주를 찾아 마셔보는 것. 모두 쓰는 행위가 가져다 준 취미다.

- 「파리의 와인가게」 중에서


직장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공간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외로움이다. 정직원과 ‘심리적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인턴은 외롭다. 취준생과 회사원의 경계에 있는 신입사원은 외롭다.

이제 회사에 적응했나 싶었는데 슬럼프에 빠져버린 대리는 외롭다. 이대로 평생 부장처럼 살아야 하나 비관하는 과장도 외롭다. 이제는 패기 있게 사표를 쓸 수 없는 부장도 외롭다. 드라마 〈미생〉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 걸 깨닫게 된 모든 직장인은 외롭다.

#스토브리그


종종 사람들에게 묻는다. “외로움이 뭐라고 생각해요?”

이때 사람들의 대답이 재미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대신 자신이 언제 외로운지 말한다.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와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외로움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같은 외로움이라도 상황에 따라 색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는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도, 외로움을 외롭다고만 느끼지 않게 된 것도 이것을 알게 되고서다.

#다자키쓰쿠루





소울푸드가 뭐예요?” 미식의 도시 파리에 살아서인지 종종 듣는 질문이다. 라따뚜이? 꼬꼬뱅? 부야베스? 상대는 내심 프랑스 전통음식들을 기대하고 물었을 텐데 난 늘 머뭇거리다 결국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심금을 울릴 만큼 애착이 가는 음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맛있으면 다행이고 맛없으면 서글퍼지며,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맛있는 음식도 달라진다.

생각해보건대 라비올리 역시 나의 소울푸드는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대변해주는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파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면, 파리에서 느꼈을 외로움에 대해 묻는다면, 라비올리로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나만의 라비올리를 만들고 신기했던 기억, 어정쩡한 위치에서 더욱더 크게 느꼈을 소외감을 덜어준 레시피의 분투, 친구들과의 맛집투어를 대신해준 든든한 간식. 라비올리는 외로웠다면 외로웠을 나의 식탁을, 어쩌면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준 존재감 있는 친구다. 그게 소울푸드라면 소울푸드겠지만.

- 「라비올리 한 접시」 중에서





파리 사람들도 나처럼 카페에서는 덜 외로워지기 때문일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파리의 카페에서는 비교적 차가운 파리 사람들의 따뜻한 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카페를 나서는 길에 커피나 빵을 하나씩 더 사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파리에는 노숙자가 많은데 빵 하나, 커피 한잔을 더 사서 이들에게 슬며시 쥐여주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돈을 주면 술이나 담배, 마약을 살 수도 있다는 염려가 깃든 사려 깊은 행동이다. 언젠가 나도 해봐야지, 하게 되는 시크한 배려랄까.

카페의 무엇이 파리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파리를 떠날 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커피의 따뜻한(여전히 대부분의 파리 사람들에게 커피는 차갑게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속성이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는 건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서울에서 나는 친구를 만나는 대신 카페에 앉아 조용히 노트북을 켠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카톡을 보내면 즉각 답을 보내주는 친구가 파리에 한 명, 팔로알토에 한 명, 서울에 한 명 있다. 셋이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사는 덕분에 나는 이들 중 누군가와 늘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와 끊김 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 아닐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영광은 내 인생에 찾아오지 않을지 몰라도, 카톡이 멈추지 않는 나의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대단히 흡족하다. 외로운 파리에서 터득한 삶의 요령이다

- 「카페의 온도」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쓴다고?”, “외로움을 글로 쓸 수 있을까?”

외로움에 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외로움은 다른 이들에게 선뜻 말하기 망설여지는 감정인 데다, 외로움처럼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온전히 글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꽤 이성적인 편이다. 평소 일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느끼는 것들을 연결해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글쓰기는 즐기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그것도 외로움이라는 낯선 주제로.

그런 내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그러니까 온라인이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또 다른 세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는 없지만, 분명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온라인에서만 튀어나오는 감정이 있다. 때로는 얼굴을 맞대고 말하는 것보다 메신저로 대화할 때 오히려 속내를 털어놓기 편한 것처럼, 온라인이어서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속성을 띠는데도, 스마트폰으로 매 순간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갖지 못해 결핍을 느끼지만, 마음 둘 곳이 없을 때에도 결핍을 느낀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일어나기만 해도 마음이 채워지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내 고민을 알아주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영화 [카모메 식당]에도 그러한 장면이 나온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마사코에게 핀란드인 토미가 말한다. “숲이에요, 여기엔 숲이 있거든요”라고.

마사코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숲으로 향한다. 숲에 간 그녀는 버섯을 따다 말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한참 바라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그 숲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상상했다.

굳이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야 한다면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쓸(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쓰면서 나를 더 알아가는 곳이면 좋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밝히지 않고 나에 대해 쓸 수 있는 곳,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어도 좋겠다. 온라인이어도 좋고 오프라인이어도 좋다. 지금도 이따금 카모메 식당에 가고 싶은 이유다.

- 「카모메 식당」 중에서


저자 : 김석현


SNS에서는 김투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일상에서 느낀 엉뚱한 생각들을 논리적인 콘텐츠로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주기적으로 관심사를 바꾸어가며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여행과 먹고 마시는 일에 유독 공을 들인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보낸 5년을 바탕으로 첫 책 『마케터의 여행법』을 썼다. 경영학을 공부했고 마케터와 투자자를 거쳐 지금은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언젠가는 ‘유능한 디지털 노마드’로 자신을 소개하기를 희망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을, 저녁보다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이 책 『외로움을 씁니다』를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자아 덕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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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 이채연, 청하, 찬희, 문빈, 호시, 유아, 레오, 제이홉 인터뷰, 개정증보판
박희아 지음 / 우주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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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아이돌 세대'도 아니고 음악의 특성상 요즘의 팝음악은 너무 시끄러워 좋아하지도 않는다.

한류를 이끄는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워낙 매스컴에서 앞다퉈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때문에 한때 유행일 뿐이라고 폄하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고 실제로 20~30년 전에는 생각도 못한 상을 수상하고,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버닝썬' '마약' 등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의 일탈 때 다시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류나 K-POP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한류와 K-POP의 유행이 '한때'가 아니라는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어도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의 한류와 K-POP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진정 한국인들의 예술 감각과 열정이 뭉쳐 우리의 예술을 세계에서 인정 받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니 '그들의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미국 빌보드어워드를 위시한 수많은 글로벌 시상식에서 K-POP 아이돌의 활약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대를 준비하고, 그 무대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고자 제작됐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아이즈원 이채연, 청하, SF9 찬희, 아스트로 문빈, 세븐틴 호시, 오마이걸 유아, 빅스 레오, 그리고 방탄소년단 제이홉까지. 모두 8인의 K-POP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무대 위 퍼포먼스에 서린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마음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현 K-POP과 K-POP 아이돌에 대한 이해, 나아가 각자의 현실에서 자신만의 무대에 오르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섞인 현실적인 조언으로 거듭난다.

이 책『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는 2019년 출간된 『무대위의 아이돌』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 내용에 찬희, 문빈, 유아의 인터뷰가 추가된 것이다.





2018년 말~ 2019년 초, 시청자들의 인기와 드라마 내용이 화제가 됐던 화제작 <SKY 캐슬>.

조용하면서도 예쁜(남자를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보통 그렇게 말한다고) 인물로 주목받은 배우가 바로 SF9의 메인 댄서 찬희(황우주역)다. 연기를 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아이돌 출신이네요. 아역배우였고.

책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를 '느리다'고 표현한다. 아마 좀 게으른 편이나 행동이 느리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도 메인 댄서라니?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을 터. 스타가 되고 인기를 얻고... 다 이유가 있다. 예전처럼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노래만 잘 부른다고 가수가 되지는 않은 시대니까. 그의 메인 댄서로의 춤 실력과 그가 말한 성격과는 대조적이다. 아마 땀과 열정으로 극복했을 것 같다.





MBC <전지적참견시점>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탈하고 순수한 매력을 보여준 청하. 본명이 김찬미라고 한다. 이름과 외모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온다.

역시나 '프로듀스 101'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몇 번 보진 않았지만 청하가 유독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니 프로듀스 101 한 번 찾아서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청하는 순위가 50위 정도에서 최종 4위까지 오른, 순위 급상승 인물 중 하나였다고 인터뷰 내용이다. 역시 멋진 매력과 노래 실력을 모두 차근차근 인정 받았다고 생각해야 할 듯.

춤도 굉장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20대는 '청하하면 춤'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시작은 노래부터였다. 그런데 춤을 함께 추니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이 좋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경쟁의식이 굉장할 텐데 친구를 이끌어주고, 친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들린다. 이렇게 되면 너무 완벽한 연예인 아닌가? 질투심인가? 인터뷰 내용에 살짝 의심이 가기도 한다.





흔히 팬들은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더 집중적으로 좋게 생각하겠지만 독자는 '누가 더 좋고 누구는 덜 좋고'는 없다.

노래 잘 부르고, 연기 잘 하고, 춤 잘 추면 다 좋다. 누구나 다 노력과 열정이 있고, 노력만큼 흘린 땀으로 보상받았을 테니.독자가 20대 때와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요즘 20대와는 차이가 있다. 딱 한 세대 차이. 이른바 '세대차'인가?

어쩌면 그때 사회 환경이나 인기 기준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 전에는 배우는 외모, 가수는 노래실력이 가장 큰 기준이었으니.

여기에 언급하지 못한 분들은 개인의 호불호나 인기 여부에 관계없이 솔직히 독자가 잘 몰라서 쉽게 쓰기 어려워서다. 못 쓰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으면 되지 하고 사진을 모두 찍었으나 역시 호흡을 같이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보고 듣고 느낀 게 잘 전달되도록 써준 저자에 감사하다.

또 한 가지 기쁜 일은 그들이 단순히 인기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예술 열정과 치열한 노력, 아티스트로서의 고민과 긍지를 모두 갖췄기에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되고,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인기를 누린 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사실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다듬어 싣는다는 것을 알고 망설였으나 저자의 전직을 알고 마음이 바뀌었다. 사회부 기자였다는 사실. 사회부 기자는 취재 열정과 현장 중심의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사실에 입각해 기사를 쓴다.

그렇게 훈련 받은 기자가 연예인 기사를 책으로 만들어낼 때는 자신의 노력이 가치 있다고 느꼈을 것이란 신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그룹으로 활동하는 멤버들은 팀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하는 모습이 보여 기사를 통해 그들의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귀한 내용이란 믿음도 생겼다. 한류, K-POP에 대해 더 믿고 좋아할 수 있게 된 '쉰세대'로서 대한민국의 젊은이의 신념이 믿음직하다는 느낌도 오랜만에 가져본다.


저자 : 박희아


사회부 기자였으나 문화 전문 기자로 방향을 바꾼 뒤, 웹진 아이즈(IZE)에서 취재팀장을 맡았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KBS 1, 3라디오, 네이버 NOW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한다.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등을 작업했다. 무엇보다 아이돌을 같은 직업인으로서 바라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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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
박현주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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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만났다. 경험과 사색, 그리고 오랜 관찰을 하다가 얻은 통찰력일 게다.

작가 박현주에 들은 바도 없다. 당연히 어떤 분인지, 어디에 사는 분인지 몰랐다. 그의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가 많아 애착이 간다.

삶의 경험과 고독 속의 사색, 생명이나 사물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로 쓴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이다.


"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나는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지 않음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의 때가 똑같지 않음을 상기했다.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이 있고 추위를 뚫고 맺힌 꽃망울에 하얀 눈을 맞으며 피어나는 꽃도 있다." (p. 17)


이 문장에 사로잡혔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표현이 멋진 게 아니고 말의 내용이... 이름 없는 작은 풀꽃에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생명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표현이라 믿는다. 마치 풀꽃, 나무,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작은 생명에 대한 의지와 삶을 모두 자연의 순리로 보는 통찰력이 생겨야 이 같은 표현이 가능하리라. 그래서 이 에세이는 그냥 나무나 풀꽃이나 사물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 덕을 볼 수 있음에 어찌 애착이 가지 않겠는가.

이 같은 글은 독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해도 금과옥조의 신념 하나를 심는 것이 되니까.

제각각 꽃이 피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 고민과 걱정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삶에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말이어서 독자들에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의 작가 박현주는 어릴 때 종교인을 꿈꾸었기에 수도원에서 6년을 보냈다.

이후 우연히 전시회에서 만난 한 화가의 드로잉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탈리아의 미술학교로 진학 후 예술인으로 살고 있다.

이력이 조금은 독특하지만 그러기에 그의 책은 더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이력보다는 사실 그가 삶에서 얻어낸 각종 관찰력과 통찰력이 이 책이 담은 우리가 사는 삶의 지혜다.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쉽게 쓰는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의지나 모습을 응축시켜 썼기에 독자들의 가슴에 바로 와 닿아서일 게다.

독자는 재밌고, 즐겁게 마음을 책장을 덮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시간 행복한 느낌과 삶의 기쁨을 얻었다면 최고의 독서 아닐까.

멋진 책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살며 그림을 배우며 느끼고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볍게 썼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작가의 진실성과 통찰력을 담고 있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가라면 더 좋은 글을 많이 써내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공간의 정리와 비움으로 저자가 깨우친 내용에 대해서도 독자에겐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준다.





책의 내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작가의 삶도 그렇게 잔잔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여섯 해를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그림을 만나고 예술을 경험하면서 새롭게 마주한 삶에 대하여 담백하고 잔잔하게 고백한다.

삶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인연들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철저하게 거저 주어진 선물이고 행운이다.

힘들어하던 시절 그림을 만나면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땅히 즐겨야 할 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아무도 이 즐거운 놀이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사람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을 통해 피어나길 바란다는 게 작가의 글쓴 이유다.

책의 목자를 보면 작가의 그동안의 일상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쓰다보니 글이 됐다는 반증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는 어린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삶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Part 1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이었던 수도자의 길을 가다가 떠나온 일, Part 2에서는 나답게 사는 길을 찾던 방황의 끝에서 그림을 만난 이야기, Part 3에서는 이탈리아 예술 학교에서 그림과 사람을 통해 마음속 숨겨진 씨앗들을 발견한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저자는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하고 있다.

모든 사람 안에는 예술가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단지 불씨가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 예술이 익숙한 얼굴로 자리 잡고, 그리하여 누구든지 창의적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프롤로그_ 낯선 땅에서 무엇을 보았나


Part 1. 수도원을 나오다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진 않는다

작은 생명의 말없는 존재감

세상 모든 일에는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없다


Part 2. 이탈리아 예술 학교

예술은 외롭지 않은 길이다

완벽한 삶, 완전한 사람은 없다

혼자 머무는 시간의 힘

어떤 일을 계속하는 것


Part 3. 캔버스 앞에서

나는 이제 노트를 찢지 않는다

변화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없다

예술은 당연한 권리이자 놀이


에필로그_ 매 순간이 선물이고 행운이다


목차에서 독자가 임의로 선택한 소제목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칫 놓치게 될까 두려워 여기에 적는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일치, 시간 순으로 정리했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삶을 따라가며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술을 중심으로 쓰는 것 같지만 결국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살아가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삶 자체가 선물이다는 뜻으로 읽힌다.




에세이의 전체 흐름을 보면 사실 예술의 면이 크게 중요한 얘기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예술가로서의 삶보다는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의 삶이 더 돋보인다. 독자들에겐 그래서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가 부담 없이 다가올 듯하다.

"가장 늦은 출발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마음뿐이다." (p. 81)

"쓸데없는 일이라고 인식되었던 일은 실제로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p. 93)

"누구나 처음이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라고 여길 수 있는 넉넉함은

그 배려를 받아 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다." (p. 173)


저자 : 박현주(글 그림)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입회했다. 꼬박 여섯 해를 수도원에서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세탁공장 일, 아파트 청소, 일당 잡부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무작정 1,000KM나 되는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걷는 동안 깨달음을 얻어 가방 하나만 들고 이탈리아로 떠났다.낯선 땅에서 예술학교에 다니며 저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로 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했다. 그 여정에서 끌어올린 생각들을 첫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에 담았다. 그가 직접 그린 드로잉도 본문에 수록했다. 저자는 바란다.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가기를, 자기 안에 숨겨진 창작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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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
박범종 외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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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대한민국. 미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무역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약 20년만에 무역상대국 1위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과는 달리 다양한 매체와 도서를 통해 중국을 접하고 있지만, 중국을 잘 안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지만 아직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이 정치 외교 문제와 경제 문제를 별도로 하는 투트랙 국가 발전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G2라는 지위를 가진 나라로 급부상됐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인물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는 중국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을 건국할 당시 상황과 중국 건국 이후의 다양한 방면의 발전과 변화에 관한 전문지식을 제공한다. 중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제거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역사를 살펴보고, 사회·경제통상·외교 등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정리한 책이다.

책은 우선 건국 전에 열린 주요 회의와 건국 후 국가 기반 구축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어 시민사회, 도시화, 중국영화의 변화, 경제발전 등을 다룬다. 또 미·중 관계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건국 이후 주요 지도자들의 정책과 이론을 정리한다. 중국 건국 이후의 주요 대사기를 소개하고 있고, 중국 내에 일고 있는 사회에서의 민주의식을 다룬다.

또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도시발전계획, 찰리우드라 불리는 중국 영화의 변화, 경제발전 상황과 주요 통상정책, 미중 관계, 주요 정치인들의 사상과 이론을 담았다. 특히 G2 지위에 있는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 변화를 조망한 것은 시의적절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 건국 후 주요 대사기를 비롯하여 사회, 문화, 경제통상, 외교, 정치지도자의 정책을 정리하였다.

첫 번째 내용인 “신중국(1949)을 건국하여 ‘21세기의 신중국’으로 나아가다”에서 중국 건국 전의 주요 회의를 소개하고, 건국 후 국가 기반 구축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중국 국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주요 국가 기구의 성립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10년 단위로 나눠 각 시기별 주요 개혁 정책과 사건 몇 가지를 선별하여 소개하면서 중국의 발전과 변화 과정을 알아본다.

특히 중국이 변화하게 되는 분기점을 소개하며 G2 지위 획득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시진핑 정부에 들어와서 강조되고 있는 신시대의 중국은 무엇인지 소개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중국을 전망한다.

두 번째 내용인 “중국에 시민사회는 존재하는가?”에서는 중국 시민사회에 관한 내용이다.

‘중국에 시민사회가 존재하는가?’라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형식적이지만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수용이 되었고, 중국 특색의 시민사회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조직 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시대 들어 악화되고 있는 국민 통제 정책 등은 시민사회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향후 중국의 시민사회가 현재의 반시민사회(semi-civil society)에서 탈피해서 내용적인 발전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인식하고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내용인 “중국 건국 70년, 중국의 도시화 정책”에서는 최근 중국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중국몽(中國夢)과 중국제조2025(中國製造2025), 일대일로(一帶一路)까지 중국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여러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변화와 전환의 물결이 빠르게 일고 있다. 이 전환의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급속한 도시화’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인구의 도시 집중이 급물살을 타면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들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도시군(城市群)’이 발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도시군 발전전략’은 상호보완과 협력을 중점으로 한 새로운 지역발전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의 도시화는 여전히 진행 과정 중에 있다.

네 번째 내용인 “건국 후 중국영화의 변천사”에서는 중국영화 탄생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영화 변화를 살펴보았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문화굴기를 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오랜 역사와 함께 21세기를 선도할 문화 역량을 발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는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르이기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의 중국영화의 행보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가 있으며, 영화를 통한 문화산업의 성장과 이와 아울러 자국의 우수함과 애국주의를 선전하고자 하는 양면적 목적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세계적 위상과 함께 전개될 중국의 영화장르의 확장과 영화산업의 진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발전 과정을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살펴본다. 개혁개방 이후의 주요 정책은 농업 구조의 개혁, 국유기업 개혁을 통한 사기업의 성장, 대외 개방, 호구제도 개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제발전 과정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성장 전반에 걸친 궤도수정과 경제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향후 변화가 기대된다.

여섯 번째 내용인 “중국의 통상정책과 수출입관리제도 변화와 발전의 역사”에서는 개혁개방을 분기점으로 한 중국의 대외무역정책 변화를 다루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대외무역정책은 경제발전의 단계와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중국 중앙지도층의 정책과 경제 노선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었다. 중국의 대외무역의 기조는 경쟁적 차원에서의 비교 우위 이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국가 독점관리 하에 계획적으로 운영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개방은 점진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게 하였고, 중국은 점차 생산성과 주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중국에 대한 투자, 수출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WTO 가입으로 투자와 수출의 경제 견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곱 번째 내용인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나? 협력인가 경쟁인가”에서는 미중 관계의 변화를 다루었다.

1971년 핑퐁외교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추진은 세계 경제의 1위 미국과 세계 경제 2위로 성장한 중국의 G2시대를 도래하게 했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몽(中國夢) 실현과 지역패권을 추진하고, 미국은 중국 부상을 견제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생산량의 1/3, 교역량의 1/5를 차지하는 미중의 최근 무역전쟁이 하이테크기술, 금융, 군사안보로 확대되면서 21세기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여덟 번째 내용은 “신중국 수립 후 중국 지도자들의 주요 정책에 대한 정리”이다. 급부상·성장하는 중국을 이해함에 있어, 역대 주요 지도자의 정책은 신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국 건국 이후, 주요 지도자들의 정책과 이론을 정리하고,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해본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성립되면서 '신중국', '현대중국'이 건국되었다. 현대중국 역사의 흐름을 보면 1951년부터 도시호구관리잠정조례를 반포해 도시민의 출생, 사망, 전입전출, 사회신분 변동 등 항목을 등재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호적제도는 농민들의 계층상, 신분상 자유로운 유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인데 민족을 식별하고 언어와 문자를 정도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중국에서 사용하는 글자인 간체자를 이때 발표한다. 그러나 1960년대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고 암흑시대를 초래한다.

1980년대가 되면서 중국 사회는 변화와 안정을 갖게 된다. 드디어 2000년대가 되면서 중국은 세계 대국으로 가게 되는데 2001년 WTO에 가입하게 되고 서부대개발을 시작한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도적으로 세계를 관려하기 시작한다.

중국 시민사회가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중국의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시민사회는 서구의 개념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부상과 근대의 관료주의 국가의 등장을 바탕으로 한 정치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란 국민이 자율성을 향유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중국은 오랜 공산국가로 시민사회를 국가가 통제했다.

하지만 중국에도 미비하지만 시민사회의 면모가 있다.





최근 중국과 가장 큰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어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의해 향후 50년간 사법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홍콩 자체의 법률과 경제체제 등의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정부는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켜 홍콩인의 자유와 제한에 대한 우려가 예상된다. 이제 반발하는 홍콩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등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형식적인 시민사회만 존재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에서는 중국을 공부하는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중국 70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 중국 역사와 경제, 사회문화, 도시화 정책, 세계정세, 정치 등 다양한 방면의 중국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지난 70년을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이다.













저자 : 박범종

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로 한국정치, 계량분석, 정치학 이론을 전공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신라대 한국재외국민선거연구소,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동아대 강사, 부산외국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저자 : 공봉진

부경대학교 중국학과, 부산외국어대학교 G2(영종)융합학부의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면, 국제지역학(중국 지역학)을 전공하였다. 국제통상지역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편집위원장과 총무이사 등을 지냈다.

저자 : 김태욱

전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강사로 국제지역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 이사로 재임 중이며,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최근 현대 중국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변용될지를 연구 중이다.

저자 : 박미정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강사로 중국 지역학을 전공했다. 중국 사회 지역 환경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 <중국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 동향 및 정책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저자 : 이강인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글로벌지즈니스대학소속 교수로서 중국 북단대학교에서 중국 현당대 문학의 화극과 영화를 전공했다. 부산대학교와 부경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중국문학과 영화를 연구했다.

저자 : 서선영

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제학을 전공했다. 도시지역경제, 인구경제, 경제발전 등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분야를 연구 중이다.

저자 : 장지혜

다문화인재양성센터 글로벌문화교육연구소 연구소장 겸 대원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강사로 지역학, 중국 통상을 전공했다. 경성대학교 중국대학 중국통상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대중국 투자 환경 및 마케팅에 관심이 많으며, 중국 e커머스와 관련된 마케팅과 관련해 연구 중에 있다.

저자 : 조윤경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민족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민족학을 전공했다. 중국에서의 민족학은 법학으로 구분되며, 소수민족의 문화 예술 등에 관시믈 가지고 연구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동서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등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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