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밤에 피었습니다
김승연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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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봄은 어떤 의미인가요?

원하는 시험에 합격한 순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은 순간.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던 순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추억이 다르듯 각자의 봄날도 다르겠죠.

그 눈부신 봄이 느지막한 밤에 피어난 경험 있으셨나요?

누군가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밤,

또는 그 누군가 때문에 울음이 멈추지 않는 밤.

어떤 모습이든 그 모든 순간은 찬란했을 겁니다.

그토록 찬란한 나와 당신의 모습을 여기 담아두고 꺼내 기억해볼게요.

나의 봄은 밤에 피었습니다.



우리는 봄날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은 늘 봄날이었으면 할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봄만 있는 것이 아니듯 인생도 봄날만 있을 순 없다. 그것은 자연의 진리이고 곧 삶의 진리다. 누구나 화양연화와 같은 봄날을 꿈꾸기도 한다. 언제일까? 어쩌면 우리 일상 속 이미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를 봄날. 그런 당신과 나의 봄날을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지금 봄날을 얘기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도 봄날이지만 같이 있지 못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조차도 봄날이다.

시인이 전하는 화양연화 이 시집에 담겼다.

아름답고 찬란한 수식 문자를 빌리지 않더라도 봄은 그 자체가 희망이고 새출발이고 진리다.



시인은,


천천히 써내려가는 나의 삶

당신 참 예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은 무척이나 찬란했습니다.

~한다면 그날은 나의 봄날이겠다.

난 기쁘게 피고 질 것이다.

가장 빛났던 밤과

가장 빛났던 우리.


라고 노래한다. 시인의 봄은 왜 밤에 피었을까.


너의 슬픔을 지워주고

진한 밤을 새겨주려

나는 여기 떠 있다.

<달의 시>


달을 통해 위로받는다. 어떻게 보면 달을 통해 슬픔을 지우면서 다시 그리움을 얻어 깊고 깊은 밤 잘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싶다. 달이 달로만 보일까. 시인의 다른 시에도 달이 등장한다. 옛날 연인을 생각하나보다.

시인은 <퇴근길>에서 터벅이는 걸음길, 한숨, 공허함 같은 내용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준다.

그러다 후반에 가서는 달을 통해 연인에 대한 그림움, 그리고 그리움 속에 과거의 사랑에 대한 고백과 연인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사랑했던 그 시절의 봄은 지나간 밤이 되었고 꽃은 다시 피었으나 이제 질 일만 남은 그런 느낌이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오면 더욱 그립고 가슴 아프지만 그럼에도 아침이 오고 다시 봄은 올 것이다.



시는 낭만을 노래하기도 하고 슬픈 사랑을 읊조리기도 한다. 시인의 느낌대로 사랑은 슬프기도 하고 찬란한 봄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화창한 밤>을 통해 "나의 봄은 밤에 피었으니 매달린 벚꽃과 당신 사이 그 떨림의 갈림길을 함께 걸어 주시렵니까."라고 청한다.

첫사랑의 순수하고 아련한 입맞춤의 떨림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의 소리와 멈춰버린 숨결이 전해진다.

봄의 완성은 무엇일까. 아마 만개한 꽃들이 아닐까. 출렁이는 바람에 흔들어 보는 그들의 춤자락에 봄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찬란한 청춘의 삶을 봄으로 조명하고 꽃으로 비유하는 시인의 시상은 많은 사연을 담아내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상처는 있다. 매마른 마음에 보여주는 무심함의 미련은 시인의 불행의 이유를 말해주고, 밤과 시의 버무려 '아름다운 그러나 쓸쓸한 후회'로 남겨둔다. 채울 수 없는 빈자리의 공백은 그냥 남겨두자. 행여 나그네의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이 되고 훗날 가물거리는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을 터다. 적당한 꽃 내음과 어둑함이 물들어 있던 밤 가장 예쁘게 피어있던 네게 철헚는 마음을 건네니 몽글한 미소가 살랑였다. 화창한 밤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어릴 적 나는

구름의 맛이 궁금했다


어른이 된다면

반드시 구름을 한 입 베어보리라

다짐했다


어릴 적 나는

바다를 좋아했다


어른이 된다면

반드시 세계일주를 떠나보리라

다짐했다


어른이 된 나는

구름의 맛을 모른다

어른이 뇓 나는

세계일주를 지워버렸다


어른이 된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은

꼼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시인은 정말 꿈을 많이 지웠을까. 꿈은 지우는 것이 아니고, 지운다고 내 마음속에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꿈을 지우려고 애쓰던 때보다 당장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이라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해준다.



1장. 눈부신 당신에게

2장. 삶에 녹아 피어난 것들

3장. 그대 잠시 여기 피어났습니다


이 시집에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와 일상을 담은 시들이 실려 있다. 사춘기 막 지날 무렵의 풋풋함을 담은 시를 읽으면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별에 대한 시를 읽으며 되돌리고 싶은 강렬한 욕구도 느낀다. 그래서 가슴에 와 닿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느낌을 담은 시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고민, 연인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준다.

군더더기 없이 하얀 중이 위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시를 읽음녀서 시인이 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더 쉽게 이해되고 공감했다. 시 하나 하나를 읽어가면서 시인이 사람간의 관계, 행동, 상황, 감정들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쳐 있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저자 : 김승연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낭만을 채워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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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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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던 시절 독자는 '클래식 콘서트 가자'고 누군가 제안하면 늘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기 괴롭고, 돈이 아깝다"며 거절했다. 어찌어찌해서 클래식 몇 번 들어보고 '괜찮네'라고 하던 시절에도 "내 돈 내기는 아까워"라며 슬쩍 빠진 적도 있다. 지나온 시절 독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클래식에 입문했다. 아직도 초보다. 그래도 클래식 콘서트에 가느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부터 대기업에서 지은 콘서트홀에도 자주 갔다. 지금은 클래식 마니아는 아니어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됐다. 그래도 누가 '허세'라고 그럴까 대화 중에

클래식 얘기를 먼저 꺼내는 법이 없다. 아직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그냥 좋아..."라는 얘기밖에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곡에 얽힌 얘기나 곡의 해석 등 기초적인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식으로 클래식을 배운 적이 없어서가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들으면서 조금씩 귀가 열리는 것 같았다. 가끔은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잘 아는 곡이 흘러나오면 속으로 굉장히 즐거웠다.

클래식은 그렇게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려 독자와 친해졌다. 그래서인지 이 책 『90일 밤의 클래식』은 어떤 책보다 소중하게 다가왔다.

하루 한 곡씩 90일을 왜 저자가 선택했는지, 어떤 곡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것은 독자에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클래식 90곡을 선정해 한 곡 한 곡 얽힌 얘기와 감상법은 물론 그 곡을 QR코드로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들어 더 없이 소중한 책이 된 것이다.






'90일 동안 당신의 밤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음악 이야기가 찾아갑니다'라는 출판사의 말대로 이 책은 여러 날 같이 하면서 많은 것을 주었다.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심금을 울리는 선율 뒤에 숨겨진 반전,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무한한 가능성 등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클래식의 참맛을 본 느낌이다. 난해한 음악 이론 대신 이야기와 감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주었다.

이젠 하루 1곡씩 90일 동안 소중한 시간이 예약돼 있는 느낌이어서 코로나로 집콕도 많이 답답해하지 않는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독자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

음악 감상에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음악과 함께하니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게 폭식할까 걱정될 정도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책의 구성으로 음악사의 흐름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곳에서 책을 펼쳐볼 수 있도록 안내를 미리 해둔다. 독자들에게 책 이용법을 친절하게 명기해둔 예는 많지 않다. 매일 꾸준히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로 보인다. 90일 동안 하루 1곡씩 음악을 소개하는 단순한 구성으로, 난해한 이론 대신 음악가의 이야기와 감상에 집중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주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차분히 마음을 채우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로, 클래식 음악이 어쩐지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책으로 다가간다.

평소에 많이 들어본 음악이라도 곡의 배경이나 작곡가의 의도 등을 알고 나면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훨씬 풍성하게 들릴 것이다.

① 매일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

② 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감상 팁’

③ 곡의 매력을 가득 담은 ‘추천 음반’




첫번째 이야기 속 주인공인 <카르미나 부라나>는 너무나 인상깊은 멜로디이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중세음악이라고 해서 약간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점도 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난 뒤 QR코드를 따라 음악을 들어본 뒤 독자의 생각과 달리 신선하면서도 꽤 괜찮은 곡의 느낌에 놀랐다.

그러다가 저자가 골라 준 두번째 곡을 듣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너무나 익숙한 곡이어서 놀랐고, 바로 전에 들었던 신선했던 중세음악과 같은 제목이라는 것에 신기했다. 웅장하고 멋있는 도입부가 돋보이는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듣고 있으니 클래식의 세계로 문을 열고 들어온 걸 환영해주는 것 같았다.


"‘클래식 음악’도 부담스러운데 ‘중세음악’(medieval music)이라는 단어부터 툭 튀어나오면 좀 그런가요. 시작부터 어려운 말을 하려는 건 아닌지 부담을 느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먼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음악 역시 취향과 스타일은 달라도 내용은 거기에서 거기라고요. 과거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즐겁고 신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애절한 사랑이나 이별의 아픔을 담은 노래들을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의 음악보다 더 자극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심지어는 노골적인 표현을 드러내며 쾌락을 즐겼답니다."(p. 18)





이 책은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계속 놀라고 흥미롭다. 내가 들어보았던 곡의 제목을 알게 되고, 익숙한 곡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었구나, 이 곡은 이런 전개였고, 이것이 같은 곡이었구나 하며 연신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를 거듭하게 된다. 베토벤의 익숙한 곡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며칠 전 읽었던 중국소설 <환락송>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흐른다. 다섯 커리어 우먼이 함께 사는 한 아퍄트(아파트 이름이 환락송인데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에서 따온 이름이라 했다)와 소설의 줄거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여기 설명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누구나 같은 일상을 바쁘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조금 공허해질 때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언택트(untact)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여행은 물론 미술관이나 공연 관람도 예전처럼 쉽지 않고, 많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감동을 나누는 일은 요원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역설적으로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기는 것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관중 공연이나 텅 빈 밀라노 두오모에서 울려 퍼진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는 슬프기는 했지만 한편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힘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준 바 있다.




"1741년경 백작은 업무차 라이프치히에 머물게 됩니다. 이때 백작은 한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 바로 불면증이었습니다. 백작은 친분이 두터웠던 바흐에게 자신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을 부탁하고, 바흐의 곡을 잘 이해해서 연주할 수 있도록 골드베르크에게 바흐의 가르침을 받게 합니다. 바흐는 1733년 작센 드레스덴 궁정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백작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빠르게 이 건반 곡을 완성합니다. 그것을 골드베르크가 연주했죠. 백작의 불면증은 치료가 되었을까요?"(p. 62)


"치마로사의 오페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사와 음악의 절묘한 앙상블입니다. 특히 1막에서 비밀 결혼한 카롤리나가 자신에게 청혼하는 로빈슨 백작에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부르는 ‘미안합니다, 백작님’(perdonate, signor mio) 파트의 아리아는 모차르트도 울고 갈 기막힌 위트라 할 수 있습니다."(p. 107)




"독일 낭만음악의 대표 주자인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 정경, Op.15]이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놀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어린이를 위한 음악이라고 알아왔고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예쁜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어린이 정경]은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가 연애하던 시절 서로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 중 클라라가 슈만에게 “가끔 당신이 어린아이 같아 보여요”라고 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동심을 가진 어른을 위한 음악이라 할 수 있죠.(p. 228)


"상상이 되나요? 공식적 사업가이자 비공식적 전문 음악인! 그가 바로 미국이 낳은 현대음악계의 거장 찰스 아이브스입니다. 그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2가지의 일을 해오던 그가 쉰세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뇌에 빠져 사업과 대내외적 음악 활동을 전면 중단합니다. 그리고 [교향곡 3번]을 초연해 일흔세 살의 나이에 퓰리처상을 받지요. 이때 아이브스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이따위 상은 속물들이나 부러워할 법!'”(p. 317)




"베토벤, 안톤 브루크너, 안토닌 드보르자크, 구스타프 말러 등은 모두 아홉수를 뛰어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작곡가들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이들이 만든 ‘교향곡’ 수가 9번에서 멈춰 10번째 교향곡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이렇듯 음악 역사에서 교향곡이 시작된 이래 모든 작곡가가 쓴 교향곡 수의 평균도 10곡을 넘지 못할 정도로 [9번] 교향곡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홉수의 징크스를 깬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입니다."(p. 345)


"구바이둘리나가 크레머의 비엔나 초연을 위해 소련에서 악보를 밀반출해 간신히 연주가 성사되었습니다. 이후 크레머는 이 협주곡을 자신의 연주 프로그램에 자주 넣어 선보였고, 그 덕에 그녀의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었습니다. 크레머가 그녀와 나눈 40년 넘는 우정과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구바이둘리나를 알고 지내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곡을 연주할 때마다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저의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p. 368)




"이 책을 쓰기 전에 세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난해한 음악 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역시 시작하고 보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적당한 길이와 난이도로 다듬으면서도 큰 즐거움과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죠. 집필 과정은 마치 심한 몸살을 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신중한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현실적인 음악 책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음악사를 공부하고 클래식 저널 에디터와 공연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으로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알려온 저자가 9개월에 걸쳐 공들여 집필했하고 한다. ‘눈으로 보는 음악’, ‘성격 유형을 표현한 음악’, ‘바흐가 작곡한 ASMR’ 등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로 가득하다. 익숙히 들어온 노래가 오페라의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 것인지, 재밌게 본 영화에 어떤 클래식 음악이 사용되었는지, 낭만적으로만 느껴지던 선율에 어떤 반전 배경이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도 크다. 또한 천재 음악가들의 고뇌와 기쁨, 사랑과 이별 등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 등이 연결된 다채로운 음악은 클래식 감상의 폭을 한층 넓혀준다.

책 전체적으로는 시대 순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다 읽고 나면 중세부터 현대까지 음악사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펼쳐지기도 한다.





저자 : 김태용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추계예술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VIOLIN를 수석 졸업했고, 체코 오파브 필하모닉, 루마니아 지우르지우 필하모닉, 국립경찰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 음악대학에서

음악학MUSICOLOGY(음악사A HISTORY OF WESTERN MUSIC 전공)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동 대학 고음악 과정BAROQUE MUSIC THEORY, BAROQUE VIOLIN TECHNIQUE을 마쳤다. 국제적 권위의 영국 클래식 저널 〈THE STRAD〉 및 〈INTERNATIONAL PIANO〉 코리아 매거진의 전문 클래식 음악기자와 상임 에디터를 역임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들에 대한 칼럼들을 기고했다. 또한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로서 클래식 음악의 대중적 육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현재 롯데물산, 현대자동차, KT, 세종시정부청사, 미국 뉴욕 K-RADIO ‘용작가의 2시의 클래식’ 등에서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영화관에 간 클래식》, 《5일 만에 끝내는 클래식 음악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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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이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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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나만의 속도. 그 말이 참 좋다. 책은 글과 함께 사진이 들어가 있다. 저자의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감성적 언어로 가득 차 있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짧은 글은 짧은 글대로, 긴 글은 긴 글대로의 매력이 있다. 섬세하면서도 잔잔하게 적어 내려가는 글. 강요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글. 여유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글.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진다. 나의 감각들이 살아나 감성적이 되고, 단어 하나하나를 읊조리며 마음에 새겨본다.

책도 차를 마시는 것처럼 음미하며 읽을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도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오늘날 사람들은 하루하루 너무나 바쁘게 살아간다. 그저 남들처럼 살아가느라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속도가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하지만 거센 바람 앞에서는 작은 풀잎도 날카로운 칼날이 되듯 너무 빠른 삶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이 우리는 계속해서 마음에 생채기를 입는다. 이 책은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의 작가 이애경이 들려주는 삶의 속도에 대한 스스로의 고백이자 다짐이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삶의 속도를 잃어버린 채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대신 조금 느릿하게, 혹은 느긋하게 살기 위해 제주의 삶을 택한 작가는 그곳에서 사람마다 자기에게 알맞은 속도가 있음을, 자신이 그동안 너무 빠르게 달려오느라 삶의 많은 부분을 놓쳐버렸음을 깨달았다. 이후 굳어있던 마음의 속도계를 조금씩 풀어내고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가면서 발견한 일상은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기적의 순간들이었다.




책에 따르면 오랜 시간 일과 사람에 치이는 기자 생활을 하며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바쁘게, 빠르게 살았던 이애경 작가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제주로 터전을 옮기면서 처음으로 ‘삶의 속도’를 정하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좀 천천히 가자, 마음먹고 스스로 제주로 온 것이건만 천천히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섬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제주는 모든 것이 느렸고, 예상보다 더욱 느렸다. 익숙하지 않은 빠르기로 굴러가는 제주살이에 몇 번이고 마음의 멀미를 겪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속도가 자신에게 맞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비로소 삶의 방향과 속도를 되돌아볼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빠른 것’과 ‘느린 것’, 두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다양한 속도가 있음을 알게 된 작가는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냈다.

그리고 지금껏 너무 빠르게 살아가느라 놓쳐버린 소중한 순간들의 아쉬움과 새롭게 발견하게 된 반짝이는 순간들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도 독자의 마음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치 바쁘게 사는 독자의 마음속을 들어가본 것처럼.

프롤로그.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시간

Ⅰ. '빠르게'와 '느리게' 사이, 보통의 속도로 걷다

Ⅱ. 서서히 스며들듯이, 보통의 속도로 사랑하다

Ⅲ. 아쉽지도 아프지도 않게, 보통의 속도로 멀어지다

Ⅳ. 마치 여행자처럼, 보통의 속도로 살아가다

Ⅴ. 조금씩 천천히, 보통의 속도로 어른이 되다


우리의 삶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줄어들 때 가장 본연의 모습으로 빛나는 게 아닐까. 꽃이 떨어지고, 낙엽이 지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인생에 겨울이 왔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다. 겨울에 나는 가장 나다우며, 이쪽저쪽으로 돌아온 인생에서 보이는 노련함과 치열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니까. 혹여 당신이라는 나무 안에 촘촘한 단단함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서글퍼 말자. 엉성해 보이는 나를 너무 채근하지 않아도 된다. 밀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봄이 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오롯이 나를 드러내는 계절」 중에서





조금 천천히 달린다고 해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하루하루의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고 살아가는 삶, 서서히 스며들듯이 사랑하고 너무 아프거나 아쉽지 않게 멀어지고 이별하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많이 지치지 않고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보통의 속도에 익숙해질수록 예전에는 상처로 다가왔을 일이 가볍게 웃어넘길 만한 에피소드가 된다. 천천히 걸어도 길은 사라지지 않고 길 끝의 너머에도 세상은 계속된다. 지금이 추운 겨울 같다면 다가올 계절은 따뜻한 봄이다. 남의 기준에 맞춰 걷는 대신 내 마음의 보폭에 맞는 속도로 걷는다면 인생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많은 부분 중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천천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속도가 빨라야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참고 기다려야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어떤 일은 성취감을 주고, 어떤 것은 만족감을 준다. 또 어떤 일은 오롯이 행복감을 준다. 이 가운데 행복감을 주는 것은 '빨리'보다는 '천천히'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사랑, 과일의 맛, 맛있는 반찬도 그렇다.

우리의 찬란한 문명도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때로는 눈물 짓고, 때로는 땀 흘리려 이뤄낸 것들이다. 천천히.





이렇듯 천천히 혹은 느릿느릿 이루어지는 것을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느림의 미학'은 알지만 '빨리빨리' 해치우고 누리려 하는 마음이 우리를 항상 서두르고 바쁘게 한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세상의 속도에 따라 바쁘게 살아온 우리다. 천천히 해서는 항상 남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우리를 바쁘게 몰아친다. 그러나 혹여 나만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에 빠르고 바쁜 삶을 정신없이 살다 보면 자꾸만 몸과 마음에 병이 난다. 왜 아플까 생각할 틈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다 문득 돌아보면 남은 것은 언제 다쳤는지도 모르는 상처의 흔적들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빠르게 사는 사람은 더 멀리 갈 수 있지만 속도에 쫓겨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천천히 사는 사람은 더 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인생의 소중한 순간, 소중한 사람, 소중한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의 삶의 철학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각자 마음의 보폭에 맞는 속도, 자기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저자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을 담아낸 글과 어울리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글과 함께 실린 사진도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모습이다.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속도를 느끼게 한다.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너무 빠르게 살아가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풍광들,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던 아픔들을 돌이켜보기를, 더 이상 지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을 알게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이 책도 천천히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보폭으로 걸어야 한다고 할 때 독자는 그 보폭을 찾아 헤맸다. 성큼성큼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느릿느릿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어떤 게 내 보폭인지, 그게 살면서 잃어버린 게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몰랐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비로소 안도감이 든다. 생각과 글이 어우러진 적당한 사진은 굳이 많은 이야기를 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된다.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를 섞어 만드는데, 뜨거운 물을 잔에 담은 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가 두껍고 향이 짙어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컵에 에스프레소를 먼저 추출한 뒤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크레마가 얇게 흩어져 커피가 묽고 신선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크레마가 깊게 입에 닿을 때 더 맛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같은 커피인데, 다른 커피인 셈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쓴맛부터 시작이라면 좋아할까. 커피 한 모금 인생 한 모금 아메리카노에게 묻는다.

「인생도 아메리카노처럼」 중에서




그리움이 닿다


예고 없이 비가 찾아오듯

너라는 비가 내린다.

늘 그렇듯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다 젖고 만다.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비는 늘 그리움을 몰고 온다.

그리움이 너에게 닿을 때까지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언제쯤 그칠까, 이 비는.


이별도 운명이라면


만남이 운명이라면

헤어짐도 운명이다.

이별이 힘든 건

운명을 거스르려 하기 때문이다.






사랑도 비슷하다. 매일매일 쳐다보며 잎을 만져주고, 또 가끔씩 분무를 해주어 공중습도를 높여주지만, 물을 주는 타이밍은 아주 신중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과하지 않게 물을 줘야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결국 식물은 나의 물 주는 습관에 적응하게 된다. 사랑은 길들이는 것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게 아닐까. 사랑도, 숨이 막히도록 퍼붓는 것이 아니라, 한여름 장맛비처럼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처럼 길러야 하는 것 같다.

정말 사랑하지만 시크하고 무심히. 그렇게 할 때 사랑은 늘 푸르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사랑은 무심하고 시크하게」 중에서


네가 봄의 속도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빠르게 다가왔다가 어느 지점에서 정차하는 바람에 애가 타지도 않고, 너무 느리게 왔다가 어느 변곡점에서 갑자기 달음박질을 하는 바람에 숨을 헐떡거리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속도. 누구든 봄이 오는 걸 알아챌 정도로 꾸준히, 그러나 서서히 진행되는 바로 그 속도로. 우리가 길들여진 사랑의 속도는 아마 이 정도일 것이다. 세상의 사랑이 혼잡스러운 건 이 적정 속도를 잃거나, 혹은 무시하는 사랑들이 여기저기에서 무질서하게 운행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속도」 중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바느질을 하며 삶을 세어나간다. 그리고 이 속도에 내 삶의 한 땀 한 땀을 이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심하지 않은 정도의 속도. 내버려 둔 것 같지만 촘촘히 혹은 얼기설기 짜인 계획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속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문득 돌아보면 확연히 달라져 있는 정도의 순차적인 이질감이 허용되는 속도이다. 이 속도에 익숙해지면 삶은 조금 편해질 것이다. 단거리 경주를 하듯 초반에 온 힘을 쏟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저 그때그때 정해지는 방향대로 걸어가면 되니까.

모두가 기다리는 인생의 봄도 아마 이 정도 빠르기로 오는 중이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그 속도를 감지하지 못해 지쳐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성큼성큼 봄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봄이 나에게로 오는 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봄의 속도로 살아가기」 중에서


알람을 맞춰놓지 않고 산 지 꽤 되었다.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거나 새벽에 나가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몸이 알아서 자고 깰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었다. 생각보다 몸은 내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기 전, 빛이 창틈으로 스며들 준비를 할 때 나는 정확히 잠에서 깨어났고, 해가 사라지는 자리에 졸음이 밀고 들어오는 패턴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나는 태양이 창문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밤이 내려앉는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를 버리고 자연에 안착하니 그것이 더 쉬워졌다.

「정해진 시간표를 버리다」 중에서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속도가 조금씩 변한 걸 느꼈다. 친구 생일 선물로 배송시킨 물건이 생일날까지 도착하지 않았는데, 배송기사에게 전화하거나 배송 추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식사 자리에서 ‘선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미리 예상해서 더 빨리 주문했었어야지!’라고 스스로를 볶아대던 것이 예전의 나라면 지금은 나에게 한결 여유로워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게 나의 능력이라고 자부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조금 더 느슨해졌고,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고백하건데, 난 지금이 좋다

「조금 느리게, 좀 더 여유롭게」 중에서


식물들을 보며 사람이 가장 겁쟁이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우리는 늘 확률을 따지며 뭔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가능성의 씨앗을 없애버리는 데 익숙하니까. 식물은 확률을 따져보고 발아나 뿌리내리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또 기다림이 연습되어 있어 보채지 않고 자연의 속도대로 삶의 속도를 정한다. 식물에게서 삶을 배운다. 확률을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 그리고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삶.

삶에 정답은 없고 정해진 속도도 없다. 나의 속도를 알고 그 속도대로 살아간다면 늘 자라나는 나무가 되지 않을까.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사막에서도 자라나는 나무처럼」 중에서




저자 : 이애경


하루하루 숨 가쁘게 보내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가면서 삶의 속도를 정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치열하고 복잡했던 삶을 내려놓고 조금 천천히, 조금 느리게 살고 싶었고, 제주는 그런 바람을 이루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섬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반강제적인 느림이 있는 곳, 모든 것이 느리고 느린 곳이 제주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는 쉽게 적응할 만한 것이 아니었고, 익숙하지 않은 삶의 시차에 멀미를 겪던 중 깨달았다. 세상에는 빠른 것과 느린 것, 두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삶의 속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바쁘게 살아가느라 잃어버렸던 나만의 속도,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보통의 속도를 찾는 순간 일상은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워졌다.

이제 우리 모두 ‘빠름’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의 보폭에 맞는 속도를 찾기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행복을 얻기를 소망한다.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해내는 에세이스트.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을 변화시키는 기적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에 희망을 갖고 오늘도 글을 쓴다. 연예·음악 담당 기자를 거쳐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작은 천국’, ‘꿈의 아리랑’, 윤하의 ‘오디션’, ‘My song and…’, ‘Someday’ 등 다수의 곡에 노랫말을 붙였다. 지은 책으로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그냥 눈물이 나』,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너라는 숲』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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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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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歡樂頌’은 주인공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이자,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등장하는 ‘환희의 송가TO ODE TO JOY’를 이르는 말이다.

소설 『환락송』은 하이시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환락송 아파트 22층에서 함께 살게 된 다섯 여자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환락송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룸메이트로 함께 살고 있는 판성메이, 관쥐얼, 츄잉잉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취샤오샤오, 앤디와 만나게 되고,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며 이웃에서 절친이 된다. 이들은 각각 성격도, 집안도, 직업도, 연애관도 다르다. 겉으로는 대도시에 사는 멋있는 커리어 우먼 같지만,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각자 아픔과 고충을 가지고 살아간다.

『환락송』은 조회수 183억 뷰를 돌파하며 ‘직장인 퇴근시간을 앞당긴 드라마’로 불린 같은 이름의 드라마 ‘환락송歡樂頌’의 원작 소설이다. 드라마 ‘환락송’은 시청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시즌 2까지 방영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방송 1주일 만에 주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의 조회수가 30억 뷰를 돌파, 방송 5주차까지 평균 클릭수가 200억 회에 달했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각자 다른 환경과 다른 조건에서 나고 자란 5명의 여자가 대도시 하이시 그중에서도 환락송이라는 아파트 22층에 이웃하며 살게 된 계기로 서로 친해지게 되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보니 서로 다른 개성과 성격이 가끔씩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모두가 미혼이며 독립해서 살고 있고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앤디는 자신의 기억에만 남아있던 남동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곳 중국으로 건너와 환락송 22층에 살게 되지만 어릴 적 봤던 엄마의 모습... 즉 남자에 미쳐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는 정신까지 놔버린 그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남자를 사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변변한 연애를 해 본적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우연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인 필명 특이점과는 마음이 통하고 처음부터 편하게 느껴져 자신의 처지를 모두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또 다른 여자 판성메이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는 나름대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고 어떤자리에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관록이 있지만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이용해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오랜 숙원이기에 항상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판성메이를 경멸하는 부잣집 외동딸 취샤오샤오는 학창 시절을 비롯해 유학 생활 중에도 재벌인 부모를 믿고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배다른 오빠들에게 아빠의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급히 귀국해 이곳 환락송에 자리 잡고 앤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잘나가고 있는 중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외모만 믿고 남자로부터 명품 선물을 받기 위해 웃음을 팔고 틈을 노려 남의 자리를 뺏는 것도 개념치 않는 여자를 혐오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판성메이는 그런 유형의 여자이기에 둘 사이는 계속 삐걱거린다.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 회사 내 직장 상사와 한순간 뜨거운 사랑을 했던 또 다른 여자 추잉잉은 그 팀장의 실체를 깨달은 것과 동시에 직장에서도 잘리는 불운한 신세가 되지만 22층 여자들의 격려에 힘 있어 재취업에 성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지막 관쥐얼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답게 모든 것에 온화하고 둥글둥글해서 다른 4명의 지지를 받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뚜렷한 개성이 없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인턴생활에 고가의 점수를 받아 그대로 취업에 성공하고픈 마음뿐...

이렇게 5명 모두는 각자의 개성과 성격에 맞게 일도 사랑도 열심히지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 인생 모든 것에 느긋했던 관쥐얼이 첫눈에 반한 상대가 알고 보니 취샤오샤오와 현재 뜨거운 사이고 모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옛날 동창과 서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판성메이는 가족문제까지 겹쳐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앤디 역시 오랫동안 찾았던 동생의 모습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도 정신병이 발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가오는 특이점과의 사이가 쉽지 않다.

이렇게 5명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녀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맛보기를 보여준 게 1권이라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듯하다.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각자 개성도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누가 일찍 결혼한대? 여자는 말이야. 연애할 때가 황금기야. 연애 기간을 최대한 늘려서 황금기를 오랫동안 누려야 해.”

환락송 22층에 2201호와 2203호에 새로운 주인이 입주하며, 다섯 여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복오빠와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던 취샤오샤오는 입찰 PT 기회를 따게 되고 앤디의 도움으로 사업 입찰권까지 따게 된다. 회사에서 짝사랑하던 바이팀장과 사귀게 된 추잉잉은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적이지 못한 가운데 결국 상처만 받고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게 된다. 관쥐얼은 연말 성과평가로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지는 인턴직원으로 사랑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매일매일을 야근으로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앤디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하이시로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알고 지냈던 친구 특이점(웨이웨이)과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특이점과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가 나타날지 모르는 자신의 발작증세로 인하여 특이점을 밀어내기만 한다.

대학시절 판성메이를 좋아했던 왕바이첸은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어 그녀 앞에 나타나지만 아직 부족한 그의 조건과 끌리는 마음 사이에서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차가 렌트카라는 사실을 취샤오샤오를 통해 알게 되자 더욱 자존심이 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돈 많은 남자와도 데이트를 한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의사선생님에게 한 눈에 반한 취샤오샤오는 그를 남자친구로 만들기 위해 여우같은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얼음주머니의 찬 기운에 앤디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가 가까스로 힘을 내어 말했다.

“쭝밍, 얘기해.”

탄쭝밍이 어두운 얼굴로 책상 위에 있는 파일을 열었다. 그는 앤디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있던 가사도우미를 내보내고 서재 문을 닫았다.

“정신병원에서 사람을 찾지 못했어. 그런데 옌뤼밍이 그 근처 복지시설을 조사하다가 한 요양원요양원에서 너와 DNA가 거의 일치하는 남자를 찾았어. 너와 혈연관계인 걸로 보여. 이 사진 속의 남자야. 잘생겼어.”

“어떻게 요양원에 있지?”

“자라면서 정신지체 성향이 나타나서 가족들이 먼 곳에 버렸다는군. 공안국에서 찾아서 집에 돌려보냈지만 가족들이 다시 어느 요양원에 돈을 주고 맡겼대. 얼마 후부터 가족들이 보내는 돈이 끊겼지만 요양원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데리고 있었던 거야. 성격이 온순하고 기억력이 비상하대. 특히 숫자를 잘 기억한다는군.”

다시 앤디의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숫자에 대한 비상한 기억력이 정상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 의심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앤디가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을 줄은 탄쭝밍도 예상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자.”

“싫어. 싫어. 안 갈래. 날 정신병원에 보내지 마.”

앤디가 바들바들 떨며 몸을 바싹 웅크려 소파 모퉁이로 파고들었다. 탄쭝밍이 앤디를 와락 품에 안았다. 그는 이것이 두 사람 사이의 신사협정을 위반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참 후 앤디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앤디가 탄쭝밍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

“쭝밍, 나도 실성하게 될까?”

탄쭝밍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어. 지금까지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6장」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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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일레븐
폴 켄고르 지음, 조평세 옮김 / 열아홉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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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제 40대 대통령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보수주의자다. 냉전시대 구 소련과의 정치, 이념, 경제 등 대결에서 소련을 무너뜨렸다고 평가 받는 대통령이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겼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 보수의 힘으로 공산체제 소련을 무너뜨렸다'고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레이건 이후 당선된 대통령은 모두 레이건의 대통령직 수행을 성공적이다고 입을 모은다.

당이나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미국 국익이나 국력 신장에 엄청난 기여를 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보수주의가 구 소련 공산주의를 이긴 게 아니고 '레이건 보수주의(원칙과 가치에 기반한)'가 구 소련 공산제체를 무너뜨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은 스스로를 ‘위대한 소통가’라기 보다 ‘위대한 것들’을 소통했다고 평했다. 열아홉출판사의 첫 번역서인 『보수주의자의 양심』의 저자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낙선자였던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는 대선에서 참패했지만, 그 패배의 원동력은 16년 뒤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탄생시켰다. 레이건은 운명과도 같은 골드워터의 대선 찬조 연설 ‘선택의 시간’을 통해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데뷔했던 것이다.

그 연설에서 그는 200년 전 국부들의 독립정신과 건국이념으로 다시 돌아가 보수주의의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이야기했으며, 원칙과 가치를 재발견했다.







정부가 확대될수록 자유는 축소된다. 레이건은 과도한 세율과 이 세금이 키우는 거대정부라는 괴물이 ‘살며시 진행되는 사회주의creeping socializm’의 징후라고 보았다. 감세 그 자체가 바로 레이거노믹스의 본질적인 요소였다. 또 보수주의자는 결혼이나 가정과 같은 제도를 보전하고 진보주의자는 그것을 바꾸려 하기에, 레이건은 우리가 공유하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보전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가정의 역할이 공고해져야, 가장 연약한 존재인 태아의 존엄이 보호받는다고 믿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철저히 실패한 거짓 유토피아(북한)의 모습을 가까이 보면서도, 김씨 왕조의 폭정에 저항하지 못하는 처참한 북한의 인권을 외면하며 서서히 사회주의로 기울고 있는 현실 앞에서 말이다.

스탈린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나라이자, 무신론 공산주의를 종교로 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의 존재와 의식까지도 국가가 통제하는, 이 기이한 형태의 신정체제는 희망의 땅 대한민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공산권에서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이지만, 자유세계에서도 많은 사람이 자유의 가치를 모르고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의 시대에도 자유인들에게 그들이 누리는 자유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이해시키고 재확인시켜주어야 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과 예절,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서 무언가를 기꺼이 배우려는 의지, 우리의 양심이 알려주는 삶의 태도이자 보편적 가치가 바로 레이건이 말하는 보수주의다. 개인은 국가보다 언제나 우선하며 모든 개인은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

때문에 레이건에게 영원하지 않은 국가가 영원한 개인을 부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개인의 희망과 자유가 있는 땅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그 빛나는 도성에 들어오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 모두 열려있었다. 1980년대 미국인이란 곧 자유를 위해 일어서는 사람을 의미했다. 레이건에게 미국은 인류가 늪에서 긴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인간의 영혼에 깊이 자리했던 ‘자유의 열망’이라는 이미지의 원형 그 자체였다.








1981년 1월,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무렵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허덕이며 자유세계의 동맹으로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다. 소련의 철의 장막 뒤에서는 포로가 된 국가들이 공산주의 폭정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제한된 정부, 전통적 가족관, 강력한 국방을 통해 힘 있는 평화를 지켜냈다. 그리고 소련의 내폭을 이끌어내 냉전을 성공적으로 종식시켰다. 큰 정부와 공산주의, 높은 세금과 규제들을 단순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유를 위한 투사가 되자고 호소했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대중의 아편으로 여겨, 무신론이 시작하는 곳에서 공산주의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레닌은 ‘종교보다 더 고약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에게 종교는 경멸과 파괴의 대상이었다. 레이건은 신앙에 기초한 낙관주의로, 마르크스-레닌의 무신론적 공산주의에 대항해 싸웠다.







"이 책은 지금의 한국 보수에 꼭 필요한 가치관 회복의 이정표를 너무도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수주의도 과거 1940~50년대에, 지금의 한국 보수만큼 좌절하여 무릎 꿇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은 가치관을 포기하지 않고 200년 전 미국의 독립정신과 건국이념을 보수주의라는 이름으로 회복해 우뚝 세워냈습니다. 현대 미국 보수주의 운동사를 잘 공부하면 한국 보수주의 회복의 로드맵이 그려집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레이건이 말한, 그리고 한국 정치가 잃었던 ‘원칙 있는 정치principled politics'와 ’정치적 원칙political principle'이 바로잡힐 것입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한국 보수가 진정한 보수주의를 회복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를 또다시 종의 멍에에 옥죄려 하는 국내외에 도사린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 그리고 창조주가 주신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초 질서를 반드시 지켜낼 수 있길 기도합니다."(- 옮긴이 글 중에서)

옮긴이의 글이 일부만 발췌돼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어 독자의 말을 얹습니다.

원칙과 가치가 지켜지는 보수주의가 대한민국에 자리잡을 때 비로소 우리 정치는 제 길을 갈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보수주의가 옳다, 진보주의가 옳다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더 열심히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만 판단한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는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성찰하며 재건의 밑바탕부터 다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치가 살 길이고 우리 국민을 위한 길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상식과 예절, 바로 이것이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의 핵심입니다. 보수주의의 지혜와 원칙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서 무언가를 기꺼이 배우려는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보수주의는 사람들이 한 세대, 혹은 열 몇 세대 정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모든 것을 종합해 발견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수주의의 원칙이 옳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p. 39)


“사람들이 예배하고, 창조하고, 건설할 자유가 있을 때만이, 그리고 그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들이 감수한 위험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만이 사회는 원동력을 얻고 번영할 수 있습니다.”(p. 52)


자유는 소멸되기까지 결코 한 세대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유는 계속해서 싸워내고, 지켜내고,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p. 64)





“하지만 모세가 광야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계속 노예로 살라고 말해줘야 했을까요?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거부했어야 할까요? 콩코드 다리에서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세계에 울렸던 그 총소리를 울리지 말았어야 할까요? 우리는 역사의 모든 순교자들이 다 헛되이 죽었다고 믿어야 하는 것입니까?.”(p. 96)


“우리는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힘이 있습니다.”(p. 96)


“영어에서 가장 무서운 9개 단어는 ‘I'm from the government and I'm here to help(정부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입니다.”(p. 126)




“우리는 우리의 아들들과 딸들을 전쟁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국방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p. 135)


“소련 체제는 지난 수년 동안 의도적으로 자신의 국민을 굶기고 살해하고 괴롭혔습니다. 수백만이 죽임을 당했고, 그 모든 사실은 역사책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시민들을 정신병동에 수감하고, 때로는 무의식 상태가 될 때까지 약을 투여했습니다. 이런 짓을 자행한 체제가 어떻게 악하지 않다는 것입니까? 악하다면 왜 우리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까?”(p. 144)


“세상을 바라보는 두 세계관은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세계관은 모든 사람이 사랑의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 창조주는 우리에게 자유라는 축복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한 세계관이지요. 두 번째 세계관은 종교가 대중의 아편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진리, 자유, 민주제와 같은 영원한 원칙들이 국가의 변덕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믿지요. 이것이 레닌의 세계관입니다."




저자 : 폴 켄고르(PAUL KENGOR)


그로브 시티 칼리지의 정치학 교수이자 동 대학 소재 CENTER FOR VISION&VALUES의 소장이며,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 있다. 〈USA 투데이〉 〈뉴욕타임스〉 〈내셔널리뷰〉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기고했고 폭스뉴스, BBC 등 다양한 라디오 및 TV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출연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서 레이건 도서관, 레이건 목장센터, 미국 장로교, 프레스클럽, 헤리티지재단, CPAC 등에서 여러 해 동안 강연했고, 레이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소개한 그의 저서 〈레이건의 십자군〉 〈하나님과 로널드 레이건GOD AND RONALD REAGAN〉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피츠버그대학교의 공공 및 국제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아메리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프랜시스칸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서부 펜실베니아 출신으로, 아내와 일곱 명의 자녀를 슬하에 두고 펜실베니아 그로브 시티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조평세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 한국을 떠나 인도와 영국에서 학창생활을 보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에서 종교학(BA)과 전쟁학(MA)을 전공하고,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다니며 유엔평화유지군 및 구호활동가로 일했다. 그러던 중 어느 탈북민의 수기를 잃고 마음이 움직여, 곧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19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보수주의 청년운동단체인 트루스포럼의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사미즈다트 코리아(SAMIZDATKOREA.ORG)를 운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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