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 대한민국 클래식 입문자&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한 불멸의 명곡 28
최지환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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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의 저자 최지환의 클래식을 만난 순간은 독자와는 완전 다르다. 그러나 클래식을 만나는 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클래식에 빠진 지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일 뿐이다. 독자는 클래식을 오랫동안 좋아하다가 빠지기 시작한 것은 관심을 가진 지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에 비해 저자는 클래식과 사랑에 빠진 첫 순간의 강렬했던 감정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독자는 클래식과의 인연은 대학 시절부터다. 그때는 팝송, 포크송 등이 유행하던 때이고 클래식은 음악대학 학생들이 하는 전유물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팝송 포크송만 대학 내내 듣고 부르고 한 것은 아니다. 학교 앞 다방 같은 곳에서 강의가 빈 시간 휴식 겸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은 어김없이 클래식을 하루종일 들려주었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클래식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접 콘서트나 초청 공연에는 엄두도 못낼 때였다. 비싼 티켓 때문이다.

저자는 클래식을 한 번쯤 마음에 품어 본 사람이라면 저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게 된 첫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클래식과 만남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낸다. "첫사랑처럼 온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밤새 잠 못 들게 했던 그 운명 같던 만남…." 어느 날, 벼락같이 불현듯 내 삶에 들어와 설렘을 선사하기도 하고, 삶의 역경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해일처럼 덮치는 날엔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저자는 "하지만 왜 사람들은 클래식을 어렵고 지루한 ‘엘리트 음악’이라고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자. 동네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에 한 번쯤 홀렸던 적은 없는가? 클래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계〉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없는가? 심지어 피부과나 서점, 백화점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이처럼 우리는 클래식에 알게 모르게 자주 노출되지만, 클래식과 나의 그 스파크 튀는 접점을 찾지 못해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지 못한 것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독자가 그랬다. 그냥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지 강렬한 감정의 흔들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이후에 클래식을 듣다가 감정이 복받쳐 오른 적은 한두 번 있었던 것 같다. 클래식 음반 컬렉터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 최지환은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두드렸던 그 순간을 「음악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고 영혼이 숨을 쉰다」란 제목의 '저자의 글'을 통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 제 고교 시절 예고 없이 찾아왔던 진실의 순간에 대한 잊지 못할 경험 때문일 겁니다. 그날 오후 어머니는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계셨고 저는 거실에서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1980년 12월부터 클래식 음악 전문 채널로 변모한 KBS 제1FM은 의욕적으로 좋은 연주들을 찾아서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날 방송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중략) 음악이 끝나고 나서도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습니다. 그 위대한 지휘자의 이름은 푸르트벵글러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p.6~7)

 


 

이 책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에 거리를 두며 한 번쯤 음악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지친 영혼을 안내하는 책이다. 살면서 우리는 욕망을 '쉬지 않고 휘둘러야 하는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잘 쓰면 효과가 두 배이지만 잘못하면 자기 손을 베기도 한다. 자꾸만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이 시대에 더욱 클래식 같은 고전적인 영혼의 양식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음악의 힘’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공감이 간다. 저저의 말대로 "클래식이란 게 완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알게 되면 마침내 사랑하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기 마련"인가 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도 몇 년간 무의미하게 무의식적으로 접하다 어느 날 콘서트장에 직접 가서 감상하다가 울컥했으니, 저자의 지적은 독자를 두고 한 말처럼 신기하게 잘 들어맞는다. 클래식에 진심이거나 클래식을 모르는, 누구든지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사전 주의를 준다. 수많은 악보와 음악가, 곡 등 평소에 익숙지 못한 것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계속 친분 관계를 지속하려면 세부적인 것보다 전체를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먼저 보아라는 격언과 비슷한 조언으로 들린다. 클래식이라는 음악은 사실 생겨난 지 30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곡가의 수도 5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독자도 깜짝 놀랐다. 너무 많고 외국 이름들이라 쉽게 적응이 안 돼 외우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단순성에 깜짝 놀랐고, 그 단숨함이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했는지 새삼 경이롭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클래식 음악의 경우 한 곡에 많게는 수백 종이 넘는 연주 음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베토벤 교향곡' 5번(우리가 흔히 운명교향곡이라고 말하는 교향곡)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내에 들어온 음반의 종류가 300종이 넘는다는 것. 이 책을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음악과 교감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5성급 호텔에서 잘 차려진 최고의 만찬을 먹은 것처럼 충만한 만족감이 들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멜로디를 듣는 것 이상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그 희열과 감격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범위가 넓지 않는 클래식 음악을 교양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저자는 교양 수준의 공부로는 진짜 음악을 들으며 겪을 수 있는 신비로운 경험들, 감동, 위로, 환희를 제대로 만날 수 없다고 밝힌다. 요컨대 교양 이상의 클래식 수준이 마땅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 예술가들처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실제 연습이나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많이 들어라'고 조언한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음악을 듣는 일에 여가 시간을 다 쓸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저자는 오랜 기간 음악을 들으면서 깨달은 방법과 주변 분들을 가르치면서 찾아낸 '지름길'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클래식의 끌림에 매료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짝 내비치기도 한다. "가장쉽게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은 음악 듣기를 일종의 소통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를 통해 접근하는 일이라고 지름길의 방향을 제시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창'을 통해 음악을 접하면 클래식 음악 역시 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다」, 2장 「클래식을 그림처럼 보다」, 3장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다」 등이다. 이를 묶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자의 말대로 소통의 방식이 될 것이고, 독자의 이해로는 '3다(多) 전략'이다. 독자가 새로 표현은 '3다'는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독자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으니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저자는 앞서 작곡가 50명의 300년의 짧은 역사를 이야기했듯이 이 책에서 등장하는 클래식 곡은 모두 28편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 독자도 작곡가는 물론 제목도 들어봤고, 일부는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다.

저자 최지환의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선별한 명연주들로 구성하였기에 기대할 만하다는 책 소개글도 독자의 느낌으로는 부족하다. 클래식 입문자라도, 혹은 애호가라도 그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 만한 보물 같은 선곡과 곡 중심의 감상 포인트, 전체를 감상하는 법 등을 각 곡마다 정확한 지점을 설명함으로써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곁들일 수 있도록 씌어졌다.

독자들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좋다. 알던 곡은 새롭게 들리고, 모르던 곡은 절로 들어보고 싶어지도록 다양한 매력의 곡들이 잘 차려진 만찬처럼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 끌리는 감정대로 찾아서 읽어보고 저자의 섬세한 감식안으로 선별한 QR코드를 통해 서로 다른 연주자별로 연주되는 불멸의 명곡을 비교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깊이 있고 품격 있는 해설과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매혹적인 명강의를 한 권으로 만나볼 특별하고 독창적인 기회다.

 


 

저자에 따르면 음악은 감정적인 예술이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일상적인 삶이나 이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초월적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클래식을 ‘소리로 쓰는 시’라고 하는 이유는 음악이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고 감싸 안으며 치료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과연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영역에 바로 ‘클래식’과 시가 있다. 클래식은 시와 같이 운율과 구절이 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감정적 성숙이 이루어지고 내면을 다스릴 수 있다면 인격적 성숙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다. 클래식이 주는 가치는 그뿐만이 아니다. 두뇌가 안정되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해지며 감성지수가 향상된다.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생활의 활력이 되고 삶이 윤택해진다. 무엇보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할 힘을 준다.

이 책이 다른 클래식 교양서와 차별화되는 네 가지 이유을 책에 차근차근 씌어 있다. 클래식 입문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쉬운 말로 쓰였다. ① 먼저 문학, 미술, 서예, 영화, 와인, 건축 등 우리 주변의 친숙한 분야를 클래식 음악에 접목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낙엽이 뒹굴 때 듣는 제철 음악’, ‘음악에도 마리아주가 있다’ 등의 흥미로운 주제가 가득하다. ② 저자의 재미난 입담으로 어려운 클래식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전장에 울려 퍼진 베토벤의 울부짖음’, ‘BTS 이전에 정경화가 있었다’, ‘텍사스 시골뜨기가 쓴 반전 드라마’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③ 클래식에 대한 색다른 관점과 통찰력으로 음악을 감각적으로 풀어간다. ‘고양이로 둔갑한 바로크의 호랑이’, ‘입안에 흙먼지가 씹혀야 제맛이다’를 추천한다. ④ 지금까지 클래식 교양서에서 금기시하고 피했던 주제를 다루며 신선한 문제 제기를 한다. ‘꼭 들어야 할 명반인가?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똥반인가?’, ‘꺼이꺼이 운다고 슬픈 것은 아니다’ 등의 글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주제를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

 


 

이처럼 알수록 멋진 클래식 28곡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소개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음악이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오늘 하루, 시끄러운 세상과 분리되어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에 오롯이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더욱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아닌가. 클래식 듣기 좋은 계절이다.

 

"와인과 음식에만 마리아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 역시 시나 소설과 좋은 마리아주를 형성합니다. 그 상호작용은 음악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하고 글귀의 표현들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중략) 김훈의 『자전거 여행』 「꽃 피는 해안선」의 마지막 구절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라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다소 무심한 언급은 마지막까지 생상스 소나타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목련꽃이 피고 지는 봄날이 오면 자연스레 레지날드 켈의 생상스 음반을 들으면서 마리아주를 느꼈던 그날의 감동을 되새깁니다. 음악의 마리아주는 문학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과 가능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늘 가까이하며 지내다 보면 여러분도 이렇듯 우연히 음악의 마리아주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p.137~140)

 

저자 : 최지환

 

45년간 클래식 음악과 함께한 클래식 음반 컬렉터 겸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격월간지 <스테레오 뮤직>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클래식 음반의 리뷰와 비평을 연재했다. 대표적 리뷰로는 피에르 앙타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보로딘 4중주단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 전곡>, 할리우드 현악 4중주단 <쇤베르크: 정화된 밤> 등이 있다. 또한 건축가, 디자이너 등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이 들리는 강의’를 10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스트라디움 공연장의 클래식 공연기획을 맡아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클래식 공연기획 커뮤니티 ‘M.Ora’의 음악 감독을 맡아 한국의 클래식 공연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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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 - 후회를 최소화하고 만족을 극대화하는 법
마셜 골드스미스 지음, 안솔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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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로 알려진 마셜 골드스미스는 명성 만큼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원한다면 세계적인 기업 CEO들에게 경영과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후회를 줄이고 만족을 높이는 삶을 이뤄가는 과정을 이르는 ‘마땅한 삶‘을 위한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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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 - 후회를 최소화하고 만족을 극대화하는 법
마셜 골드스미스 지음, 안솔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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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의 저자 마셜 골드스미스는 그의 명성만큼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Thinkers50)’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십 사상가 1위’에 두 번이나 뽑혔고, 〈더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등은 그를 세계 최고의 경영 코치로 뽑았다고 한다. 구글, 보잉,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기업 200여 개의 CEO와 임원들, 경영 팀들이 그에게 리더십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회 수업료가 무려 2억5,000만 원(25만 달러)에 달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컨설턴트로도 불린다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리더들, 겉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결국 후회하는 점이 있다는 것. 그는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주목 받는 리더들에게서 골드스미스가 찾아낸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독자로서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공통점이 이 책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리더로의 삶을 평가받는 사람들도 크고 작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후회들이다. 저자는 살면서 겪게 되는 후회의 불가피한 특성을 인정하되, 그 빈도수를 줄여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사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후회를 완전히 남기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다고도 말한다. 신(神)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삶이란 인간이 알 수 없는 일이고 또 완벽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후회는 복잡한 세상에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현명한 균형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우리 삶이 후회와 만족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것임을 전제로,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를 줄이고 만족을 높이는 삶을 이뤄가는 과정을 “마땅한 삶(earned life)”이라고 이름짓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와 상관없이’라는 부분에서 늘 막힌다고 한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배운 성취와 만족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 역시 언제나 타당하거나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기에,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 삶은 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우선 내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여섯 가지 요소(목적, 의미, 성취, 관계, 직업, 행복)를 토대로, 개인적인 만족 욕구와 인생의 불공평함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세부적이고도 실용적인 인생 지침들을 하나씩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70세가 넘도록 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경험한 통찰들을 다양한 사례와 실천 방법으로 풀어내며 많은 사람들의 후회를 목격하면서 남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돕는다. “앞으로 이루지 못하면 심각하게 후회할 만한, 꼭 해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자 하는 여정이었음을 저자는 고백하며,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터득한 구체적인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더하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 출간과 동시에 같은 콘셉트의 다큐멘터리 〈The Earned Life〉를 제작하여 인생의 바꾸는 ‘마땅한 삶’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널리 전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영화제 4관왕에도 올랐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을 살펴보면 과연 그가 그의 생애를 바쳐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에 대해 실감할 수 있다.

 

 

마셜 골드스미스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훨씬 좋아졌다. 그때 이후로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그의 지혜와 공감, 헌신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100명의 코치’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만족을 향해 나아가고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게 서로 돕는다. 이 놀라운 책을 읽으면서 마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도전에 맞서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겸손함과 열정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땅한 삶을 얻기 위해 이 책의 오디오북을 듣는다. - 김용(세계은행 12대 총재)

 

마셜 골드스미스 코칭의 본질은 목적을 향한 그의 헌신에 있다. 그 목적은 나를 포함한 그의 모든 고객들이 행복과 만족을 찾고, 그들과 그들이 이끄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고객의 범위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넓히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후회 없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니 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 고마워요, 마셜. 이 책은 정말 끝내줍니다! - 앨런 멀럴리(포드 전 CEO, 구글 이사)

 

놀라운 코칭과 우정을 통해 마셜 골드스미스는 내가 더 좋은 리더가 되고, 더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에게 받은 가장 큰 영향력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피드백을 수용하는 법(나의 모습을 인정한 뒤 피드포워드를 훈련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존경받는 세계 최고의 코치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통찰력을 공유한다. - 위베르 졸리(베스트바이 전 CEO,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부교수, 『하트 오브 비즈니스』 저자)

 


 

책 서문에서 저자는 "유용한 자기 계발서는 독자가 되풀이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둔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최근의 저서에서 직업적 목표와 개인적 행복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조화를 찾을 수 있는 행동에 집중했다고 언급한다.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에서는 직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근절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고 말한다. 또 『모조』에서는 직장에서 우리의 추진력을 막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보았고, 『트리거』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 반응과 선택을 유발하는 상황을 분간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고 전작의 중심 테마를 설명한다.

전작들에서 다룬 문제가 바로 '후회'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독자는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라 완전 공감은 어렵지만 저자라면 그렇게 책을 써나갈 분이라는 점에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책의 전개만 보더라도 이미 머릿속에 책 한 권의 내용을 완전하게 마스터한 채 써놓고 마치 손으로 필사하는 일만 남았다는 듯하다. 이 책의 전개도 그렇다.

저자는 우리 삶이 양극단의 감정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힌다. 한쪽 끝에는 우리가 '만족'이라고 알고 있는 감정이 있다. 우리는 내적 만족감을 여섯 가지 요소로 판단하며,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이를 '만족 요소'라고 부른다. 이 요소들은 인생에서의 모든 노력을 좌우하는 이정표다. 우리는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인생의 목표와 의미를 찾고 성취를 인정받고, 관계를 유지하고, 직업을 갖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삶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분투하는데, 그 이유는 여섯 가지 요소와의 연결성이 깨지기 쉽고, 불안정하고, 덧없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① 여섯 가지 만족 요소를 얻는 과정에 치르는 수많은 선택, 위험, 노력과 ② 그렇게 함으로써 받는 보상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영원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이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되뇐다. 나는 원했고, 열심히 일했으며,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었다. 다시 말해, 나는 마땅한 자격이 있다. 이 단순한 역학 관계는 우리가 인생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관계는 마땅한 삶의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편 후회는 만족의 정반대에 있는 감정이다. 또 모든 후회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티셔츠처럼 S, M, L, XL, XXL 사이즈 또는 그보다 큰 사이즈로 분류된다. 확실히 짚고 넘어갈 부분은 아주 사소한 후회, 예를 들면 동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빈번한 말실수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보통 이런 애석한 실수는 진심 어린 사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신을 하고 난 다음의 후회는 중간 크기의 후회로 이는 극복할 수 있는 범주에 집어 넣는다. 이 책에서 살펴볼 주제는 운명을 바꾸고 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는 초대형 크기의 실존적 후회다. 실존적 후회에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가 너무 늦게 마음을 바꾸는 경우나 사랑하는 사람을 아쉽게 놓치고 마는 경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실존적 후회를 피하기란 어렵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가 만족감에 더 집중한다면 가능하다. 주어지는 기회를 잘 받아들인다면, 심지어 이미 행복하고 만족하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후회를 피할 수 있다. 만족감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만족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땅한 삶'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마땅한 삶의 실제 정의는 다음과 같다. "매 순간의 선택과 위험, 그리고 노력이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와 일치할 때 마땅한 삶을 살게 된다. 이는 최후의 결과에 구애되지 않는다." 합당한 성공은 필연적이고 정당하다고 느껴지며, 마지막까지 고난에 승리를 빼앗기지 않았다는 약간의 안도감마저 든다. 반면 부당한 성공은 처음에는 안도감과 놀라움에 휩싸이지만, 뜻밖의 행운의 수혜자가 됐다는 죄책감의 늪에 빠진다. 온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언짢은 기분이 든다. 선택과 위험, 그리고 최대 노력의 결과는 대개 '타당하거나 공정하지' 않다. 당신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아주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은 이상 인생은 언제나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러한 불공평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마땅한 삶을 이야기하며 '마땅한 보상'이란 개념도 내놓는다. 자신은 마땅한 보상이라는 개념을 너무 깊이 믿지 않으려는 더 결정적인 증거로서, 이러한 보상은 마땅한 삶은 향한 우리의 바람과 욕망을 담기에 너무 덧없고 깨지지 쉬운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로써 자신이 내세운 마땅한 삶이 우리에게 몇 가지만 요구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①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② 날마다 '마땅한 보상을 얻기 위해' 전념하라. ③ 보상을 얻는 순간을 단순히 개인적인 포부보다 더 큰 목표와 연관시켜라.

 

"만약 당신에게 마땅한 삶을 살 가능성을 키워줄 단 한 가지 조언을 남긴다면 바로 이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라.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신체적 고통이 극심하다면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주방 싱크대가 막혔다면 배관공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면 변호사에게 연락할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순간들이 매일 존재한다. 특히 두 가지 상황을 조심하라. 첫 번째는 당신의 무지나 무능이 드러나기 때문에 도움 요청을 부끄러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는 이 일을 혼자 할 수 있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p.287~288)

 


 

"이 책 제목을 ‘후회 치유법’이라고 지으면 어떨지 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후회는 우리가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모든 일이 실패했을 때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낯선 존재다. 후회는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후회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후회에 대한 공식적인 방침은 불가피한 특성을 인정하되, 빈도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후회는 복잡한 세상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하게 막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주된 주제는 바로 만족한 삶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를 ‘마땅한 삶(earned life)’이라고 부른다."(p.27~28)

 

저자 :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

1회 수강료 2억5천만 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컨설턴트.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서, 포춘 500대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그의 코칭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UCLA에서 조직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트머스 대학 TUCK MBA 교수로 재직했다. 행동교정학의 혁신으로 불리는 360도 다면평가360-degree feedback 프로그램을 개발해 명성을 떨쳤다. 경영학계의 노벨상인 싱커스50Thinkers50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십 사상가’ 1위를 2015년과 2018년에 걸쳐 두 번이나 수상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트리거》, 《모조》,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 《미래형 리더》 등이 있다.

 

역자 : 안솔비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말과 영어를 좋아했고 현재는 두 언어에 발을 담그고 일한다. 옮긴 책으로 《정원을 가꾸는 오래된 지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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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문학 습관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좋은 습관 시리즈 28
장정윤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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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을 뜻하다.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비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language)·언어학(linguistics)·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 기준을 설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역사와 예술이 인문학에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있기도 하다. 이 용어는 고대 로마의 키케로(Cicero)가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원칙으로 삼은 라틴어 「휴마니타스」(humanitas:humanity 또는 humaneness)에서 발생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 후에 겔리우스(A. Gellius)가 이 용어를 일반 교양교육(general and liberal education)의 의미와 동일시하여 사용하였다.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향은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동안 고전교육(classical education)의 핵심이 되었고 특히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교양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독자는 단순하게 문사철(文史哲)로만 알고 있던 것에 비해 그 해당 영역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을 이 책 『일상 인문학 습관』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중국을 통해 학문이 들어온 게 많아 흔히 동양사상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학문 분류에 의해 계승돼 오다가 해방 이후 미국을 통해 확대된 서양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이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인문학 중심의 연구가 훨씬 활발해 이로 인한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과 친해지는 19가지 방법을 담았다. 인문학 학습 공동체를 지향하는 〈숭례문학당〉의 리더 19인이 모여, 자신의 인문학 공부법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공부법이 아주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인문학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방법은 이들 저자와 함께할 수 없어도 스스로 인문학을 터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시작함으로써 잘사는 것에 매진함으로써 인문학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조금은 약한 편이다. 실제로 세상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불과 30여년 만에 산업화를 뛰어넘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며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 그래서 이젠 인문학의 시대가 열리게 된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크게 미흡할 터, 뜻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인문학 공부에 열정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형국이다. 불과 5년 여 전에는 '인문학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TV 등 매체나 출판 책이 뒷받침 해왔다.

이 책을 펴낸 저자들이 속한 '좋은습관연구소'가 제안하는 기획 시리즈 28번째 습관은 일상 인문학 습관이다. 이에 따르면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 행위는 인문학 공부를 하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도 다르겠지만, 책을 읽고 토론하고 나아가 글을 쓰는 것이 인문학 공부가 아님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좀 더 좋은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을 다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의 인문학이다.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몰라보게 인문학에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누구나 일상에서 인문학 공부를 습관처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독서를 기초로 해서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가고, 달리기를 하는 등 무척 다양하다. 대학의 상아탑에 있는 학자들만 인문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닐 터,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이 인문학 공부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 책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필진으로 참여한 〈숭례문학당〉 리더 19인은 인문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부터 어떤 공부를 했고, 이후 어떤 것들을 얻게 되었는지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문학 입문자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도 함께 수록했습니다. 각 저자가 10권의 '도움되는 책' 10권의 목록도 추가해 모두 인문학 서적 190권의 제목도 알게 된다는 점은 작은 기쁨이지만 인문학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즐거움을 주리라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19인의 저자가 각 분야에서의 인문학 공부법을 제시하는 한편 책 '서문'은 〈숭례문학당〉 대표 배윤 말글연구소장이 썼다. 배윤(필명) 소장은 뒤늦게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공동체의 창업 주주 세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그는 "말과 글로 삶과 세상을 제대로 읽고 쓰고 상상하자"며 발족했지만 4년 정도 일하다가 중도 하차했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큰 벌이는 고사하고 적은 벌이조차 안 될 때다. 생계도 잇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자신도 가장으로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해 당시 근무하던 국내 굴지의 대그룹 〈대우〉가 어려워져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문학 공부를 별도로 모여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우〉가 무너지고 〈현대〉로 옮기면서 '투 잡'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자세히 '서문'에 써놓고 있다.

 

 

우리의 인문학 토대가 약한 이유이다. 산업화에 밀려 뒷전이었던 인문학이 이젠 산업화의 열매를 즐기려던 힘에 밀려 다시 설 자리가 비좁아진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을 비롯한 〈숭례문학당〉 리더들은 인문학의 힘과 즐거움을 알기에 어떤 고난도 극복할 마음가짐이 된 사람들이란 것을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이들은 각자에게 닥친 현실의 여러 문제를 책과 글쓰기 혹은 자신만의 인문학 소양으로 풀고자 하는 분들이란 점을 배윤 소장은 강조한다. 자신은 외도했지만 저자들은 꾸준한 노력과 공부로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한 인문학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걷고 달리고, 몸에 맞는 음식을 고르고 정성 들여 꽃을 가꾸고, 매일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고, 좋은 글을 만나면 발췌를 하거나 필사를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 글을 쓴다. 이런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결과물이 이번에 펴낸 『일상 인문학 습관』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19명의 저자가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실천하고 있는 인문학 습관 들이기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사례로 「내 인생에 무늬를 새긴다」는 저자 장정윤의 '『코스모스』를 읽는 습관'이다. 저자 장정윤은 경영학 박사 수료 후 전략컨설팅을 하다 책에 매료됐다. 책에서 삶을 배우고, 토론으로 소통하고, 글을 쓰며 정신을 다듬어 간다고 말한다.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인생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전파하고 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국공립 도서관, 각급 학교, 교사 연수, 지자체, 기업체 등에서 독서 토론 및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책만 읽는다고 해서 인문학 공부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스스로 정리한다."고 말한다.

 


 

「매일 만나는 자기 돌봄의 시간」의 글을 게재한 신동주의 '심리학 책을 읽는 습관'도 인상적이다. "심리학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너무 자주 예단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에게는 평가와 단정 짓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보이는 대로만 관찰해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심리학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런 태도를 더 많이 연습하고 또 배워나가고 있다. 모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 역시도 내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을 고민했다. 진행자인 내 얘기를 어디까지 꺼내 놓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과연 옳은 것인지. 원래 리더들은 참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 심리 상담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말은 독자가 심리학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기 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대하면 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내기 어렵다. 완전히 백지 상태라고 생각하고 일단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한 다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과 다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짚어봐야 한다. 마치 문제를 풀기 전 답을 알고 답에 맞게 읽어나간다면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굳이 많은 경험이 필요치 않을 터, 자신이 앞서 생각한 것을 지워야 한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래야 독서의 맛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점을 집중해 다시 비교해보는 일은 그 다음 일이니까.

저자는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책을 읽는 시간은 '나를 읽는 시간'이다. 나를 만나고 이해하는 방법이 꼭 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책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다양한 관계와 일로, 여가와 취미 혹은 신앙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문학과 그림책, 과학과 철학 등 다른 책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심리학책을 통해게 되면 나를 읽는다는 목적이 조금 더 명료해진다."

 


 

이 책에는 모두 19명의 저자가 분야별로 인문학 공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사유,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될수록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누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책이 아니라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과 지침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방향에 대한 설정을 미리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명확한 설정을 하고 경험자들이 먼저 제시한 책에 다가가는 방법이 좋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서 권유하는 분들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① 인문학 공부가 어렵게 느껴져,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막막한 분

② 책 읽는 것 외에도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인문학 공부법을 알고 싶은 분

③ 중년 이후 왠지 모르게 허무해진 인생의 의미를 인문학 공부로 메우고자 하는 분

④ 평소 꾸준한 독서를 해왔지만, 좀 더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자 하는 분

⑤ 다른 분들은 인문학 공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은 분

 


 

저자 : 숭례문학당 리더 19인

 

숭례문학당(shdang.kr, 인문학 학습 공동체)에는 매달 100여 개에 가까운 학습 모임이 운영되며 각 학습 모임마다 학습을 설계하고 이끌어 가는 리더가 존재한다. 각 리더는 하는 일도, 좋아하는 분야도, 성별도, 나이도 모두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다. 생의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또는 현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서 도피처처럼 이곳을 찾았다 위안과 위로를 받고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면서 몇 년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은 학인 신분으로 참여했다 경험과 경력을 쌓은 다음 리더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서 새롭게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 간다. 이 책을 쓴 리더 19인도 평균 5년 이상의 활동 경력을 가진 분들로 문학/철학/역사/영화/미술 등의 다양한 주제를 독서/토론/글쓰기/필사/여행 등과 연계시켜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과 청소년까지 두루 포괄하는 일상 속 인문학 공부를 다른 회원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함께 읽기"와 사진과 문장 발췌, 짧은 글쓰기 등으로 매일의 공부를 인증하는 방식은 지금의 온라인 단톡방 학습 문화를 만드는 원조 역할을 했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주목하고 학당의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다큐의 주인공으로 섭외하는 등 학당의 공부법을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현재 리더 대다수는 학당 모임 외에도 개별적으로 다양한 기관과 공간에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 리더 19인 : 장정윤, 손녕희, 신동주, 김선화, 전은경, 김예원, 윤영선, 김승호, 박은미, 이혜령, 이인경, 오수민, 윤석윤, 김현수, 육은주, 조혜원, 권미경, 최선화, 최병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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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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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순례』는 작가 박범신의 등단 50주년을 맞아 펴낸 두 권의 에세이 중 한 권이다. 저자는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한꺼번에 냈다. 온전히 새로 쓴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쓴 것과 지금 펴내려는 책의 성격을 감안해 합쳐서 손색이 없고, 오히려 깔맞춤이 되니 민망함이 다소 덜어진다는 저자의 고백(〈글쓴이의 말〉)을 듣고 보니 사실이다. 「산타이고 가는 길」과 「폐암 일기」가 새로 쓴 글이고,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는 삼분의 1로 압축해 끼워 넣으니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을 쓰기 위한 전편처럼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말〉에서 저자는 자신의 지향은 '두근거리는 고요', 혹은 고요한 파동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목숨이 애당처 거기에서 왔을 터, 지난날 순례 또한 언제나 그를 좇아 걷는 일이었을 거라 말한다. 더러 에푸수수한 적도 많았으리라고도 털어놓는다. 여기서 '에푸수수한'이란 '정돈되지 아니하여 어수선하고 엉성한'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그조차 살아서 짐 지고 갈 부끄러움이라고 여기고 모두 용서하고자 했다.

이 책은 저자의 뜻에 따라 앞 두 개의 장(章)은 기존 발표한 글을 압축한 것이고 뒤의 두 장은 새로 쓴 것이다. 이 책은 4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비우니 향기롭다」, 2장 「카일라스 가는 길」, 3장 「그 길에서 나는 세 번 울었다」, 4장 「새로운 순례길의 황홀한 초입에서」 등이다. 1, 2장엔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사색 편지〉, 〈영혼의 성소를 찾아서〉란 부제가 붙어 있고, 3, 4장엔 〈산티아고 순례〉, 〈폐암일기〉란 부제가 각각 제목을 받치고 부연 설명한다. 독자는 이 책 『순례』에서 쓴 시기가 다른 것을 통해 저자의 나이듦을 느낀다. 히말라야 순례기는 힘이 있고, 의지가 불쑥불쑥 드러나는 반면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용기보다는 희망을, 미래보다는 회한을 자주 드러냄을 본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경쟁, 자학적 수준에 도달한 정신적 분열, 효율성의 구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서열화를 이룬 생명의 가치, 실패하면 죽는다는 불안…. 저자의 마음 상태가 그렇다고 쓰는 말 같지만 사실 독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대충 이렇다는 생각이다. 육체와 정신이 서로 다른 곳을 배회하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산다는 게 이건 아니지’. 저자는 걸핏하면 짐을 쌌다. 짐은 헐거웠지만, 가슴은 열망으로 가득했다. 초월에 대한 열망이었고, 신성에 대한 열망이었으며, 순수에 대한 열망이었다. 매년 떠난 히말라야에서 고산증으로 정신이 가물거리기도 했고, 킬리만자로 허리에 엎드려 울기도 했고, 캅카스산맥 삼나무 그늘이나 시베리아 자작나무숲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적도 있었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멀고도 텅 빈 길에서는 또 여러 번 울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히말라야든 킬리만자로든 피레네산맥이든, 그곳이 돌밭길이든 진창길이든 길은 모두 같았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소용이 없으니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없고 사람과 당나귀 사이에도 높고 낮음이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을 뿐이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걷는 것뿐이다. 두 다리 외의 어떤 이동수단도, 편리를 제공하는 물건도, 시중을 들어 줄 사람도 없으며 오직 내 앞에 놓인 길만이 나를 도울 뿐이다. 그러니 이 길 위에 흐르는 존재들은 몸은 고될지언정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영혼은 분열하지 않는다.

 

 

저자는 순례는 사실 걷는 게 아니다고 단언한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득바득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길 위에 올라선 채 길이 흐르는 대로 나를 가만히 맡겨두는 일이다. 돌아올 날을 완주의 성취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먼 곳에서 바람으로 떠돌다가 혹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영영 잃어버리더라도 주저하지 않는 것, 그것이 흐르는 길에 대한 예의이며 참 순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도 그렇다. 인생도 결국 하나의 순례이니까. 열심히 살았다는 표현일 터다. 열심히 글을 썼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작가니까. 아등바등하지 않았지만 한날 한시도 허튼 일로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았다는 자기 만족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저자는 순례길에서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얻어낸다. 어쩌면 진리일지도 모른다. "길 위에선 아무도 가면 뒤에 숨을 수 없고, 누구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 자신이 본래 그 텅 빈 본성으로부터 걸어 나왔다는 충만감으로 마음속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숨결을 정밀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숨결이 본래의 자신과 일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마치 자신 안에 깃든 신이 숨 쉬는 것만 같다. 살을 파고드는 배낭끈이 속살 자체가 되는 듯한 고통마저 신비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비로소 ‘고통은 업장을 쓸어내는 가장 커다란 빗자루’라는 말을, 뜨겁게 고통을 바친 순례자들의 비밀스런 축복을 알 것만 같다.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 순례길을 걷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은 거의 같은 느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폐렴을 얻었고 돌아와 폐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 그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병고의 순례길을 걸었다. 흩어진 마음을 모아 진심 어린 기도를 드리며…. 〈산티아고 순례길〉이 병을 얻는 길이 되고 말았지만 저자는 개의치 않는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다. 삶의 한 길이었고, 병을 얻은 것도 살다가 죽기 전까지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해도 순례길을 후회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고, 다른 순례길 혹은 아예 칩거했어도 결과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순례길에서 얻은 삶의 지혜이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해도 사랑하는 이여, 나의 죽음을 결코 차갑게 여기지 마소서. 내가 태어날 때와 내가 죽을 때를 구별하지 마소서. 혹 슬플지라도 ‘환하고 따뜻한 슬픔’으로 나를 느끼소서. 내 평생 따뜻한 물로 흐르며 살기를 간구했으니, 갓 낳은 달걀을 두 손으로 쥐었을 때처럼, 탄생처럼, 죽음으로 떠나는 나의 영혼도 부디 따뜻한 파동으로 느끼소서.”

저자의 아내에 대한 심정을 글로 옮긴 것이다. 죽음에 초연하고 의연하지만 나를 사랑한, 내가 사랑한 아내에 대해서는 한없는 연민이 가는 모습이다. 꼭 아내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을 느끼리라 독자는 생각한다. 인간 박범신의 모습이니까.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마음을 전하는 글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의 말이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독자의 추측은 막연한 것이 아니다. 이 책 1장 「비우니 향기롭다」 중 다섯 번째 글 〈우유의 강을 건너면서〉에서 "작가이므로 그때 우리의 욕망은 모두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겠지만, 그러나 작가 생활 수십 년을 해왔는데도 솔직히 나는 좋은 소설이 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좋은 인생'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요. 아니, 글쓰기가 나의 정체성에 따른 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삶의 환경에 따른 우연의 발현으로 시작된 것인지도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며 익명의 K형에게 편지 형식을 글을 쓴다. 이어 저자는 작가로서 다루어야 하는 '인물'의 사유와 감정이 세계의 모든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야 나의 소설 쓰기는 시작됩니다. 고유성과 보편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으로 잡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고유하다고 믿었던 것이 어떤 독자에게는 상투성으로 읽히고 내가 보편의 진리라고 암시했던 것이 어떤 독자에게 가짜 담론으로 치부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오해와 오류는 필연적이지요. 그 오류를 넘어서고자 더 많은 문장과 수사를 동원하고, 더 많은 수사를 동원하면 할수록 더 깊은 오해와 오류에 빠지는 오류의 반복이 내 작가 생활의 전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성찰한다.

이곳에서 저자는 사색을 통해 문장이불러오는 오해와 오류의 함정이 독자와 나 사이에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해와 오류의 함정을 피해를 피해 그리운 당신들에게 갈 수 있을까요. 그런 길이 있기는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 내가 올려다보고 있는 저 설산들과 나 사이엔 아무런 오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설산들과 최상의 정직성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p.35)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길'에 대한 사유는 인상적이다. 저자가 본 길은 늘 두 갈래다. 세상이 가리켜 보여주는 보편적인 길을 눈치껏 살피면서 가장 무난한 길을 선택해 걸어갈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에 따른 특별하고 고유한 길을 선택해 걸어갈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시선이다. 보편적인 길을 따라 무난히 걸으면 안정적이지만 무미건조하고 쉽고, 정체성에 따른 고유한 길을 선택하면 존재의 의미는 얻을지 몰라도 위험하거나 세계로부터 유리돼 고독하다. 순례길에 들어선 지 한 달여, 길가 카페의 와이파이에 의지해 서울의 친구들 모임인 단톡방에 들렀는데 서울의 풍경에 아연실색한다.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의 스크럼과 피켓들, 그리고 답답하게 차들이 정체된 거리들이 두서없이 저자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늘 봐왔던 풍경이라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었으리라. 그런데 이곳(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들으니 '시위'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스크럼과 피켓의 풍경은 우리만 가진 긍정적 역동성의 한 상징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의 현몽일까.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선 주말이면 사람들이 집단으로 도심으로 몰려나와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추는 모습을 흔히 연출하는데, 시위가 아니라 축제가 일상적이라는 데 이질감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국민소득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유럽에선 겨우 중위 그룹에 속한다. 한때 제국으로서 세계를 경영했던 스페인 아닌가. 오늘날 스페인은 자학적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낙천적인 정서와 자유로움은 한껏 올라간 느낌이다. 저자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주 만났던 회한은 '그것'이었다고 밝힌다. 욕망에 사로잡혀 원하지 않았던 소모적인 일에 낭비한 시간들. 남의 행복을 들여다보고 질투하는 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소비하는가. 내 중심의 잣대로 남을 재고, 남을 비판하는 데 복무한 시간은 또 얼마나 긴가. 단지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알량한 승리감에 따른 가짜 자부심을 얻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나 잔짜 하고 싶은 말을 줄기차게 참거나 뒤로 미루면서.

 


 

어스레한 삶의 뒤란에서 당신 역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무엇인가를 떼어 내주며 살아왔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며 순하게 웃는 당신, 당신은 참 놀라운 사랑이에요.(p.306)

 

저자 : 박범신(朴範信)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명지대 교수, 상명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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