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눈 - 마음을 씻고 세상을 꿰뚫는 경전
이선경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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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운(運)' '점(占)'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무당', '무속' 등의 단어도 떠올린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예언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속임말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그러나 옛날 동양 철학과 사상의 근본에는 운이나 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는 세상의 일을 미리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아는 독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일부 사실이고, 일부 거짓이다'고 학자들도 정확한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왜 학자들마저도 "거짓이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분명 이유가 있을 터다. 사실 동아시아 사람들은 고대 중국의 학문과 사상 체계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당시 중국 문명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문명보다도 앞서 있었고 심오했다. 위대한 왕도 많았고, 성인이라 부를 정도로 사상과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에 대한 이치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를 거듭해 서양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한자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명되고 발전해 왔다. 주변국들은 모두 말은 달라도 문자(한자)는 빌려 쓰고 있었다. 나중에 불교가 동아시아에 많이 퍼져 국교로 받아들이는 등 번성한 것도 중국을 거쳐 한자를 통해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사서삼경', '사서오경'이란 단어를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책 이름과 내용은 전부 모르더라도 누구나 많이 들었다. 그 사서삼경 중의 하나가 《주역》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주역(周易)은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다. '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이다. 도마뱀(카멜레온)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바뀐다. 여기에서부터 '바뀌다', 즉 '변화'라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역'을 키워드로 하여 성립된 《주역》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와 사상, 삶의 곳곳에 역(易)의 사유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 책 『주역(周易)의 눈』의 저자 이선경도 주역에 대한 공부를 30년 넘게 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역 학자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나라의 상징 태극기, 우리글 훈민정음은 그 안에 역의 이치를 담아 제작되었다고 밝힌다. 훈민정음의 원리는 역리(易理) 그 자체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태극기와 훈민정음에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사는 삶의 지혜, 상생과 평화의 논리, 더불어 살아가는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변화로서의 역(易)의 성격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고대 그리스인과 구별된다고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변화하는 자연과 인생을 덧없고 부질없는 무상한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심화되면서 '덧없지 않은 존재', 삼라만상을 변화시키면서도 그 자신은 변화하지 않는 영원한 존재, 즉 그러한 변화를 있게 하는 이법(logos)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였다. 이것을 그리스인들은 '피시스(physis)'라고 불렀다. 

점술에 관한 점서(占書)로만 오해하기에 십상인 《주역》은 『역경(易經)』과 「역전(易傳)」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주역』은 사서삼경(四書三經)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 문헌이며 가장 유래 깊은 유교의 경전이다. 특히 공자의 방대한 해설 「역전(易傳)」까지 더해진 『주역』은 자연, 인간의 이치를 오랜 세월 탐구하고 증명받아온 최고의 철학이자 인문학이다. 동양에서 가장 탁월한 고전으로 추앙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주역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최고의 인생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선뜻 펼치기는 어렵다. 워낙 심오한 변화의 이치나 만물의 섭리 등이 담겨 있어 학문적은 깊다는 이유다. 사실 독자도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으로부터 주역은 나중에 읽어도 될 책이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주역에 대한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실제 주역에 대한 것을 찾아보아도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은' 독자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잔뜩 씌어져 있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한자 공부도 해야겠다는 필요성은 전문 학자가 아니라면 교양서로 선뜻 읽는 것마저 주저하게 된다.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라는 심오한 대자연의 변화와 법칙을 다루는 탓에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것도 학계나 문학계 등 인문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인 듯하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저자 이선경의 주장이다. 다소 어렵다고 우리 문화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주역』을 도외시 한다면 우리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핵심만 알아도 세상의 문리(文理, 사물의 이치를 아는 힘)가 트이는 『주역』의 내용을 많이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에세이로 먼저 썼다고 밝히고 있다.


동양철학 연구의 정통 계보를 3대째 이어온 주역학자 이선경 박사는 ‘역(易)의 사유’ 방식에 주목한다. “역(易)이라는 글자는 ‘바꿀 역’이다. 뜻 자체가 ‘변화’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이 우주는 한순간도 멈춤 없이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순간순간 세포들은 생멸을 거듭하면서 몸의 균형점을 새롭게 맞추어 간다. 변화해야 산다. 그것이 우주의 원리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p.14~15)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元: 『주역』을 읽으면 내가 보인다〉, 2부 〈亨: 삶의 뿌리를 찾아서〉, 3부 〈利: 지금, 나를 위한 『주역』〉, 4부 〈貞: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등이다. 학문, 즉 수학, 물리학 등 과학 등은 핵심 공식을 알면 어떤 수를 대입해도 답이 나온다. 저자는 『주역』의 핵심 원리이자 사고방식인 ‘역의 사유’에 『논어』, 『맹자』, 『중용』 등 동양철학을 대입해 세상의 이치와 음양오행의 묘리를 풀어나간다. 저자가 한국인의 DNA에 흐르는 ‘역의 사유’를 발견, 우리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삶과 함께 흘러온 『주역』을 에세이로 쓴 까닭이다.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그리고 만파식적, 훈민정음의 제작 원리,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4개의 괘에 담긴 자연 순환 등을 ‘역의 사유’로 자상하게 설명한다. 특히 인간 관계, 음주, 이름에 담긴 의미, 화와 복, 죽음 등 누구나 인생에서 겪을 법한 여러 상황을 ‘역의 사유’로 풀어가면서 인생을 경영하는 성숙한 지혜까지 알려준다.

저자는 『주역』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를 위한 기초지식도 이 책 『주역의 눈』에 담았다. 「역전(易傳)」은 무엇이며, 이렇게 생긴 모양을 왜 ‘산천 대축’이라 부르고, 요렇게 생긴 모양은 왜 ‘지천 태’라 부르는지 핵심만 갈무리했다.(괘의 배치 모양) 기초지식을 배울 수 있지만, 이 책은 『주역』 입문서나 개론서가 아니다. 『주역』이 왜 ‘마음을 씻는 경전’ 세심경(洗心經)인지, 왜 ‘세상을 꿰뚫는 경전’인지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한다. 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주역』의 핵심 원리와 의미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자신도 모르게 ‘역의 사유’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아끼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30대,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야 읽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삶의 든든한 중심을 잡고 싶은 모두를 위한 인문학 필독서다. 『주역의 눈』은 3,000년의 지혜가 담긴 동양사상 최고의 고전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안목을 키우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복(福)은 쌍으로 오지 않고, 화(禍)는 혼자 오지 않는다.” 주역의 한 문장이다. 중국 명언 ‘복무쌍지 화불단행(福無雙至 禍不單行)’를 풀어쓴 말이다.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이 많은 게 인생이다. 길(吉)한 일이 있으면 흉(凶)한 일도 있다. 다만 때를 몰라 초조하고, 닥쳤을 때 해결하지 못할까 불안하다. 자기 의지와 다르게 주변 환경의 변화는 깊이 파고 들어 일상을 흔들기 마련이다. 불안의 시대, 삶의 든든한 중심이 필요하다. 동양철학 최고의 고전 『주역』은 흉한 일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역의 사유’로 『주역』을 바라 본 이 책 『주역의 눈』은 인생에 정말 필요한 곤(坤)·겸(謙)·복(復)·곤(困)·혁(革)·정(井) 6개 괘를 선별해 묘리를 푼다. 이를 테면 인생에 화가 찾아올 때 혹은 흉한 일이 닥쳤을 때 필요한 괘를 저자는 설명한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흉한 국면을 제시하는 곤괘(困卦)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를 다시 위로와 격려의 말로 풀어 독자들에게 건넨다.

저자에 따르면 곤(困) 자체가 ‘괴롭다’는 뜻이다. 괘의 모양이 '연못이 위에 있고 물은 아래에 있다'. 물이 연못에 담겨 있지 못하고 아래로 쭉 빠져 내린 모양새이다. 더 험악하게 말하자면 몸에서 피가 쭉 빠져나간 형국이다.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풀이된다. 이보다 더 흉할 수가 없다. 이 괘의 의미를 풀어놓은 『주역』의 설명은 아이러니하다. “곤(困)은 형통하고 곧은 대인(大人)이라서 길하고 허물이 없다. 말을 해도 믿지 않으리라.” 모순이고 역설적인 풀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죽게 되는 흉한 상황인데도 길하고 허물이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곤궁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라고 풀이한 것이다. 『주역』은 이렇게 덧붙인다. “기쁘게 험난한 길을 가기에, 곤고하지만 형통함을 잃지 않으니, 군자라야 그러하리라!” 『주역』에 담긴 ‘역의 사유’ 묘리가 여기 있다. 저자는 『논어』, 『맹자』, 『중용』 등 동양철학으로 해석한 곤괘를 통해 좀 더 성숙한 인생 경영의 지혜를 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 하루 작지만 의롭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 나 자신을 참되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지금의 노력이 중요하다. ‘마음을 잘 보존하고, 본성을 잘 기르는 일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라는 것이 맹자의 가르침이다. ‘나침반은 흔들리기 때문에 바른 방향을 가리킬 수 있’듯, 오늘도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길을 찾으며 가는 우리 모두를 격려해 본다.” 이처럼 『주역의 눈』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오랜 세월 증명받아온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삶의 든든한 중심을 잡도록 이끈다. 저자는 『주역』을 단순히 점서로만 이해하지 않고,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이 책으로 증명한다.


삶의 지혜를 얻는 통로로 『주역』을 곁에 두면 허물을 덜 짓고 상생의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오해받기를 거부한다. 동양철학 최고의 고전에서 자기 인생을 좀 더 성숙하게 경영하는 지혜가 담긴 인생책이 바로 『주역의 눈』이라는 말이다. 『주역』은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 온 고전이다. 복희가 그린 8괘를 바탕으로 주나라 문왕(文王)이 64괘의 모양과 괘의 뜻을 알려주는 말, 즉 괘사(卦辭)를 붙였다. 여기에 문왕의 아들 주공(周公)이 괘를 이루는 6개 효의 의미를 알려주는 말, 즉 효사(爻辭)를 붙였다고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괘사와 효사의 알쏭달쏭한 내용을 친절하게 풀어 해설을 덧붙인 공자(孔子)의 「역전(易傳)」이 더 있다. 괘·효사가 점을 치기 위한 것이라면, 「역전」은 그 점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인문학적 해석을 더해준다. 책에 따르면 「역전」은 10개의 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명 ‘십익(十翼)’이라고 하는데, 『주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10개의 날개란 뜻이다. 여기에는 괘사나 효사에 관한 설명뿐 아니라, 역(易) 철학의 개론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주역』이 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사상서이자 철학서로 간주되는 것은 「역전」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는 『주역』이 인문학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 순간을 ‘역의 사유’로 들여다보면서 사람이 사는 이치를 풀이한다. 이는 곧 ‘나를 아끼는 지혜’로 이어진다. 생로병사 인생사에서 가장 두려운 ‘죽음’에 관한 ‘역의 사유’는 『주역』이 왜 인간학의 정점이자 경전으로 추앙받는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역(易)은 ‘변화’이다. 『주역』이 바라보는 우주는 멈춤 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영원히 변화한다’는 것은 본래 시작이 없으며 끝도 없다는 말이다. 종말이 없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또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 끝났는가 하면 다시 시작하고, 또 끝났는가 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우주 변화의 영원한 패턴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시종(始終)이라 하지 않고, 종시(終始)라고 한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는 죽음도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지, 변화를 벗어난 별도의 우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란 변화의 한 마디를 마친 것뿐이다. 소멸이 아니다.”(p.245)

저자는 『주역』을 공부하는 목적이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서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잘 아끼고 사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역의 사유’이자 『주역』의 핵심이라는 것. 『주역의 눈』은 ‘마음을 씻고 세상을 꿰뚫는 경전’ 세심경(洗心經)으로 불리는 『주역』의 핵심을 발견하는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책에 따르면 『주역』에 주목한 서양학자도 있었다. 무의식과 『주역』을 접목해 MBTI에 이론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세계적 정신분석학자 칼 융(1875~1961)이다. 칼 융은 1949년 독일의 리하르트 빌헬름이 번역 출판한 『주역』 서문에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책”이라고 썼다. 오랜 시간 『주역』을 연구한 칼 융이 외향형-내향형 등 성격유형을 구분한 것은 『주역』의 영향이다. 『주역』에서 음양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닌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주역점도 연구에 깊이 적용했다. 그는 주역점의 원리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한 결과, 동시성(synchronocity) 원리라는 이론을 제창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름만 언급하면 알만한 사람들이 왜 『주역』을 탐독했을까? 『주역』이 주나라의 역이라고 해서 특정 민족이 만들어낸 특정한 시대의 산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역(易)’은 ‘주나라의 역’이 전부가 아니다. ‘두루 통하는 역’이듯, 그것은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사유의 바탕을 이뤄온 사유체계이자 문헌이다. 

‘변화’에 담긴 인간 이해와 세상 이치를 논하는 『주역』에 담긴 ‘역의 사유’를 특징짓는 말은 관계, 상생, 평화, 생명, 중도, 균형, 주체, 창의 등이다. 밤과 낮, 추위와 더위 같은 자연의 상반된 힘이 생명을 끌어가듯, 우리도 삶 속에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을 함께 버무려 제3의 길을 찾아간다. 공자의 대표 사상인 인(仁)은 『주역』에서 ‘생명을 살리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설명된다. 이 마음에서 나 자신과 세상이 잘못되어가는 것을 근심하는 ‘우환 의식’이 나온다. 우환으로 가득한 삶의 길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의 고전 중의 고전 『주역』에서 어떤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주역의 눈』에서 불안의 시대에 삶의 든든한 중심을 잡는 지혜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 : 이선경(李善慶)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완당 김정희의 실사구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다시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易經之善思想硏究」로 두 번째 석사를 마쳤다. 그리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일수 이원구의 역학사상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역학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 주희 『역학계몽』의 수용과 재해석을 다룬 「조선 상수역학象數易學의 전개양상과 그 현재적 의미 연구」가 있으며, 한국학토대연구사업인 『한국주역대전』 편찬 및 번역 사업에 팀장으로 참여하였다. 현재 조선대학교 철학과 초빙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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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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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항공사 승무원, MBC 기자라면 누구나 선망하고 부러워하는 직업·직장일 것이다. 이 책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의 저자 김아영은 두 번째 직장인 방송사 입사 8년 만에 내려놓았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 퇴직한다는 말에 회사 동료들은 의아해하고 말리기도 했을 것이다. 선망의 직업을 택할 때는 누구나 나름대로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경제적 대우 이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두 곳의 직장이라면 경제적 대우도 남부럽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원해서 들어간다면 분명 보람 있는 일에 앞뒤 돌아볼 겨를이 없을 터다. 특히 저자는 MBC 기자로서 ‘한국방송기자대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갑자기 기자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놀랐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일의 보람을 보고 입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외로움과 괴로움이 가득했다고 털어놓고 있다. 저자가 털어놓은 속내를 들어보면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저자는 학교 다니면서 강박증을 앓으며 친구들과 멀어졌단다. 이런 경험을 강박증이라고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우들과 그리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때때로 모든 소음이 제거된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은 하굣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러, 과일 맛 아이스크림을 샀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샤워를 한 뒤 TV를 켰다. 좋아하는 드라마마의 재방송을 보기 위해서. 상대 배우가 칠 대사를 입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리곤 했다. 좋아하는 장면을 또 보는 게 좋았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며,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한낮을 즐겼다. 이 일과는 남은 반나절을 시작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30분 동안 TV를 보고 나면 침대로 가서 쿠션을 등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었다."(p.6) 

몇 줄의 문장으로 강박증 여부를 파악할 수 없겠지만 여자중·고등학교 시절이라면 꿈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때다. 친구들과 어울려 별일 아닌데도 깔깔대며 웃어젖힐 나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좋다고 한 남학생도 있었지만, 그 남학생이 어쩌다 보낸 메시지는 "너, 혹시 학교에서 왕따니?" 하고 의문을 품을 만한 일이 있었던가 보다. 매일 혼자 집에 가는 것도 목격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가능한 추측 아니겠는가? 좋아하지 않은 남학생이 쫓아다니거나 추근대면 싫겠지만, 전화번호를 줄 정도라면 그래도 호감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자신에게 대하는 쌀쌀한 모습이 남학생으로부터 그런 의심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독자가 단순 판단한 말이다.


성격이 그렇다고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심각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신과적 문제가 아니니 학교도, 또 직장에 들어가 직장생활도 훌륭하게 해냈을 듯하다. 중학교 때까지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고, 그만큼 나중 사회인이 되어도 훌륭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는 그러나 책의 〈프롤로그〉에서 밝힌 말은 조금은 정도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불행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취미생활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끝나게 되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교실에 갇혀 있었다. 학교가 감옥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같지 않다. 나는 숨이 막혔다. '왜 여기 있어야 하지?'" 

저자는 야간 '자울학습'은 자율이 아니었고, 부모님 돈을 내고 듣는 보충수업은 반 강제였다고 말한다. 저자가 느끼기에는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3년만 뛰면 된다고 말했다. 저자도 남들보다 빨리 뛰어서 이기면 멋진 세상에 도착해 소설책 따위는 실컷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 경주마처럼 뛰었다. 뛰려면 무거운 소설책은 모두 버려야 했다. 더 빨리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급하게 필독 도서들만 읽었다. 더 이상 책에 줄을 긋지 않았고, 페이지를 접지도 않았다. '그때까지만 참자'고 다짐하며 공부에 매달렸다고 저자는 밝힌다.

항공사 승무원이 된 후 자신의 성격과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저자의 단순 생각인 듯하지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특히 서비스 직인데다 늘 직장에서나 고객들에게나 '을'의 자세로 살아야 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다. 독자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저자가 항공사 퇴직 이유를 '낮아진 자존감'으로 괴로웠다'기에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직장이 된 MBC 기자직은 직장 내에서는 취재 나가거나 출입처에 오갈 때는 '을'보다는 '갑'의 위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들의 주 출입처가 되는 공공기관은 대부분 기자가 '갑'이 되는 경우다. 더욱이 열심히 한 덕분에 ‘한국방송기자대상'도 수상했다면 열정적인 기자 생활을 했다는 증거 아닌가? 

‘한국방송기자대상'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저자의 방송기자로서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은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러나 저자는 더 잘해내야 한다는 주변의 소리에 그저 달리기만 했다고 고백한다.



"몸에 암세포가 자라나고, 불면증에 시달라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했다."는 표현은 현재도 투병 중인지 여부가 잘 드러나지 않아 판단을 미룬다. 저자는 아직도 수능 시험을 치는 꿈을 꾼다고 털어놓는다. "꿈속에서 저자는 늘 공부를 다 끝마치지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갔다. 악몽에서 깨고 나면, 다시 짐을 싸서 취재 현장에 나가곤 했다. 현장에선 다른 언론사 기자와 경쟁을 했다. 부서가 바뀌면 또다시 인정받기 위해, 매일 증명의 단두대 위에 올라서야 했다."(p.8)

스무 살, 대학생이 되었다. 학과에서 수석을 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서 가고 싶었던 학교로 편입했다. 그러나 달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치열하게 준비해 방송 기자로 입사했고, 입사한 뒤에는 경력직으로 이직했다. 항상 무언가를 끝내고 나면, 그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덧 8년 차 기자가 됐다. 달려야 한다던 목소리들은 언제부턴가 조금씩 희미해지다가 사라졌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별 문제 없이 아마 방송 기자를 계속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달리기를 독촉하는 목소리 대신 저자를 매일 평가하는 눈빛들이 생겼다고 말한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휴대 전화 메시지가 수십 개씩 쌓여 있었고, 초조한 마음으로 급하게 횡단보도를 걸었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지 않으면 한숨부터 나왔다. 보폭은 커졌고, 걸음은 빨라졌다. 이렇게 무언가에 쫒기듯 살아야 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자신의 무조건 달리기를 성찰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생의 정답에 다다른 듯한 이들이 보인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장…. 그 결과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던 시절에 대한 성찰일까. “힘내!”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은 더 큰 좌절로 상대방을 이끌기도 한다. 거센 파도 앞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헤엄쳐도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힘내도 더는 나아갈 수 없을 때가 있다고 저자는 항변하듯 말한다. 이쯤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나 앞으로 읽을 많은 독자들도 공감할 것이다. 공감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흔들리면 좀 어때요?"라는 단단한 위로를 건네려고 책을 썼다. 그의 삶 역시 무수히 흔들리고 무너졌기에 할 수 있는 위로다. 문득 하늘의 보랏빛 노을, 주변의 기분 좋은 소음, 친구를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보내는 문자 한 통 등 수많은 것들을 놓치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작은 것들 사이에서 자신이 찾아 헤맸던 행복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달리는 것을 멈추고 행복을 찾기로 결심한 끝에 자신의 첫 에세이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를 완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마다의 인생에는 미로가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미로에는 중간 중간 작은 선물이 놓여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미로에는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미로를 평생 걸어야 한다. 미로를 걸으며 스스로 즐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생 앞만 보고 가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나의 미로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발견해보자. 그리고 그것들로 삶을 채워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한 걸음'으로 표현했다. 가까운 세 나라를 여행했다. 첫 번째 걸음(1장)은 대만을 무대로 삼았다. 두 번째 걸음은 일본, 세 번째 걸음은 베트남으로 향했다. 마지막 장인 네 번째 걸음은 다시 우리나라로 와서 고향으로 돌아온 마음으로 차분하게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달라진 인식으로 보고 느낀 모습들을 담았다. 각각의 장은 1장 「잃었던 행복을 찾아서」, 2장 「소중한 것들을 찾아서」, 3장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찾아서」, 4장 「나를 지켜준 것들을 찾아서」이고 〈에필로그〉엔 「아빠는 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돌아보지 않았을 뿐」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을 주로 그리고 있다. 마지막 고국으로 돌아와 가족, 아버지에 대한 그의 글에는 성찰과 애수의 느낌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와 감성이나 사는 모습이 비슷한 일본, 대만, 베트남에의 여행은 간혹 그곳에서 느낀, 삶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과 자신이 고국에서 살아오던 모습을 오버랩해서 성찰하는 글이 많다. 여행이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한 성찰 혹은 순례 여행인 듯한 느낌이 강하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모습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자 떠난 여행이어서 이 에세이의 매력이 크다. 이를 테면 첫 번째 대만에 가서 저자는 자신이 권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여행 가서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가 됐던 듯하다.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쳐다보라는 신의 뜻이 아닐까. 때로는 상대방의 슬픔을 알아차려서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빠져 있지 말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을 찾아보라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나는 인생의 퍼즐을 찾아나갔다. (p.18) - 「방황이라고 쓰고 성장이라고 읽는다」 중에서



두 번째 장의 이야기 중 일본 여행의 어느 날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에 앉아서 본 모습을 회상한다. "온 세상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은 시간, 오후 4시다. 한없이 여유 있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보이고 하늘도 한낮의 더위가 좀 가신 때다. (중략) 호수가 보이는 카페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문득 창밖을 봤는데 등이 굽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천천히 밀며 걷고 있다. 그 휠체어에는 똑같이 백발이 된 할머니가 앉아 있다. 할머니는 빨간 조끼를, 할아버지는 한 걸음 한 걸음 느리지만 힘껏 휠체어를 밀며 지나갔다." 할머니는 석양에 천천히 물들어가는 호수를, 싱그럽게 불어오는 꽃향기를, 아름다운 새 소리를 만끽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자의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던 것 같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저자에겐 그 순간 놓쳐버린 인생의 조각들이 슬며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순간 놓쳐버린 인생의 조각들이 슬며시 나타났다.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는 휙휙 지나가버려서 내 눈에 흐릿하게 포착돼 있던 장면들이다. 퇴근 후에 힘들다며 건성건성 받았던 부모님의 전화, 집 앞에 새로 생긴 밥집에 같이 가지 않아 서운해했던 남편의 표정…. 항상 “나중에”라고 말하고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버렸다. 그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인생 끝자락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떠올려보니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인 내가 서 있었다. 그맘때쯤이면, 피부과 기계로도 어떻게 안 되는 주름이겠지. 아침저녁으로 소중히 가꾸던 내 외모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미래의 그 날에는 내 직업도, 세상의 평가도, 내가 입는 옷도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p.162) - 「오늘 나는 잃었던 오후 4시를 다시 주웠다」 중에서

저자의 글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슬며시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강렬한 기억이지만 그때 떠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다른 복잡한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채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라도 이런 강렬한 기억은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베트남에서의 단상 한 편도 기억의 편린 속에서 살아난다. "살다보면 사람 때문에 인생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사람을 멀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는 것이 있다. 인간은 인간과 함께 있을 때 가장 강하다는 것. 지치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그 한 가지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p.204 - 「불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연대」 중에서 


저자 : 김아영


행복을 향해 걷는 이방인. 소설책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아이였지만, 더 높은 곳으로 향하라는 사회의 압박에 지금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계속해서 달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 결과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G1 방송에서 기자로 일하며 “한국방송기자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MBC에 입사해 8년차 기자로 커리어를 쌓던 중 돌연 회사를 퇴사하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보고 싶었다.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며 매일매일 작은 행복을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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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윈 - 찰나의 영광을 넘어 오래 지속되는 승리로
캐스 비숍 지음, 정성재 옮김 / 클랩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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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롱 윈』의 표제어 '롱 윈'은 생경한 단어다. 독자처럼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원제 'The Long Win'을 보더라도 뾰족한 번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길게 이긴다는 뜻인지, 긴 승부에서의 승리를 뜻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저자 캐스 비숍이 쓴 〈서문〉을 봐야 해결될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을 '성공=승리'라는 성공 공식의 허상을 증명하기 위해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수록 왜 승리 공식은 살벌해지는가? 혹시 생물학에서 말하는 다윈의 '생존 경쟁'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류 문명은 발달을 거듭해오면서 타인과의 경쟁 방식이 '승자 독식'으로 맞춰져 있다. 이런 경쟁은 승리할 경우 모든 영광과 이익을 혼자 독차지한다. 패자에게는 위로의 말을 해줄지언정 경쟁에 참여한 어떤 혜택이나 보상은 없다. 인류는 그것이 경쟁 방식으로 가장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때문에 사회 모든 분야에서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승자 독식은 전쟁에서나 있는 승부이지 다른 분야에서는 원래 승자 독식의 경쟁 방식은 없었다. 있었던 것도 따져보면 모두 협력하는 방식이 닥쳐오는 고난에 대비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험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문명의 발달은 모두 승자 독식 경쟁방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왜 바뀌었을까? 저자가 쓴 〈서문〉에 힌트가 있을 듯하다. 저자 캐스 비숍은 올림픽 조정에 참가한 영국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서 알 수 있듯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아니었다. 고대 올림픽뿐만 아니라 쿠베르탕이 근대 올림픽을 창설할 때도 '공정 경쟁' '평화 추구' '즐거움'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올림픽뿐만 아니라 스포츠, 예술 등 모든 문화 부문에서도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도입돼 있다.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아직도 승자 독식 경쟁방식은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더욱이 참여한 모든 사람도 당연한 경쟁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성공=승리의 공식을 되짚어보기 위해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또 경쟁 참여자들은 성공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져 성공의 의미와 승리는 다른 의미라는 결과를 도출해야 가능하다. 다행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지니스, 스포츠, 교육, 정치,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성공을 다시 정의하자는 목소리가 날로 커졌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이 책이 초판 발행된 시점은 2020년 10월이다.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아직은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일어난 계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라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성공의 개념을 새롭게 그려야 할 때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 저자는 초판 발행 후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롱 윈 사고'를 실천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을 더 알려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판에 '롱 위너'들의 짧은 이야기를 추가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리더들이 어떻게 성공을 정의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올림픽, 전쟁터, 그리고 비지니스 현장과 학교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조사하면서 운동선수, 학자, 교사, 심리학자, CEO 등 각계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덕분에 승리가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탐구했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승리는 인간 문화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려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표면 아래의 모습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승리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모두 녹아 있다. 따라서 승리를 알려면 통상적인 관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온갖 선입견과 신념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될수록 광범위한 분야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도발적일 수 있는 내용도 담아야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통해 많은 분이 자신만의 '성공'을 정의할 수 있게 하기 바란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불법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 학위를 받기 위해 표절하는 학자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많은 분야의 성공 공식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인 승리에 집착하는 문화는 그동안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아이들은 형제자매, 학급 친구와 경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에 새기고 있다.


심지어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는 지구에 돌아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알려졌다. 한 올림픽 선수는 금메달을 따냈던 과정이 너무 괴로웠던 나머지 메달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정치인들이 자국의 승리를 선포하는 동안 기후위기는 가속화되었다. 도대체 왜 승리만을 자신의 삶 등 모든 것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성찰한 사람들에게는 승리란 한때의 '허망한 환상'라는 후회감을 느낀 것일까? 

예스24 MD인 책 홍보문에서 우리의 경쟁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로 진화하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승자 독식이 당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결과는 비극이다. 분노와 우울이 만연하다. 부정적 감정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캐스 비숍는 승자 독식에 의문을 던진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서, 경쟁 사회의 폐해를 지적하고 제로섬이 아닌 윈윈을 제안한다."

이처럼 『롱 윈』은 오늘날 만연한 경쟁주의와 승리 지상주의에 정면 도전하며 지속 가능한 성공을 탐구하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정 선수, 분쟁 지역에 파견된 외교관이라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지나오면서 어떤 세계를 가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이후 본격적으로 승자 문화를 탐구하기 시작하며 삶에 녹아든 승리의 언어, 역사, 과학, 교육,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까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이 책 『롱 윈』에 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승자는 공허감과 계속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패자는 무너지는 자존감으로 괴로워한다. 승자도 패자도 괴로워하는 기이한 현실에서 진정한 승리란 무엇을 의미할까?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동시에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제시하는 책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3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승리란 무엇인가〉, 2부 〈승리는 어떻게 인간을 망가트리는가〉, 3부 〈지속되는 승리는 어떻게 얻는가〉 등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승리의 정의에 대해 탐구하고 왜 지금의 승리 인식이 인간을 망가트리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현황을 많은 분야에서 파악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지속적인 승리(롱 윈)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13개장을 제목으로 살펴보면 1장 「‘루저’ 부르짖는 사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승리의 언어」 2장 「인간은 원래 그래?: 오해와 편견을 부르는 과학적 해석」3장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오직 승리만 기록되는 역사」 등 1부를 이루고 있다. 4장 「언제까지 이겨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평생 경쟁하는 삶」 5장 「이 반에서 누가 제일 공부를 잘합니까?: 승부욕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6장 「메달에 울고 웃는 선수들: 엘리트 스포츠의 신화와 진실」 7장 「반드시 1등 기업이 되어야 한다: 무한 경쟁 비즈니스」 8장 「전쟁, 선거,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 21세기 글로벌 승자의 민낯」 등으로 2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9장 「트로피보다 훨씬 오래 남는 것들: 롱 윈 사고법과 3C」 10장 「성공을 다시 정의하라: 명확성」 11장 「어떻게 배울 것인가: 꾸준한 배움」 12장 「사람이 먼저다: 연결」 13장 「새 시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롱 위너들의 이야기」로 3부를 이뤄 끝을 맺는다.

1장에는 '루저'라는 단어가 나온다. 저자 캐스 비숍이 영국 조정 국가대표로 훈련 중일 때 “네 녀석들은 챔피언이냐 루저냐?”라는 핀잔을 코치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학창시절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에서, 영국 여성 조정 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내며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9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느꼈다. 저자가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다시 도전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출전을 의심했다. 과거의 기록으로 보건대 절대 메달을 딸 수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캐스는 그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처음에는 기뻐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금메달을 놓친 것과 은메달을 딴 것 사이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고도 말한다.

올림픽 정신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것을 강조하지만 언론은 이런 가치보다 메달의 색과 수, 승자와 패자의 심정을 담은 인터뷰에 집중한다. 세 번째 은메달을 딴 캐스의 동료는 가족을 떠나보낸 것처럼 슬퍼했다. 금메달을 기대한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실망을 표했고 자신마저 괴로움에 빠졌다. 캐스는 메달 색깔이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2위를 했다고 이토록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문화를 조장한 사회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쟁사회의 함정이다. 경쟁이 있어야 빠르게 성장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진 반면,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탐구한 바로는 트로피 뒤에 숨은 부패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행, 뇌물, 약물 복용 범죄, 업계 최고가 되고자 성과를 조작하는 기업들, 1등급을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과 부모들까지 일상 곳곳에서 경쟁을 향한 집착을 볼 수 언론을 통해서도 매일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보며 부정행위로 얻는 이득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하고 돌이키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 선수 벤 존슨은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손에 넣었으나 사흘 뒤 불법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수상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가 누린 영광의 시간은 고작 55시간 남짓이다. 남은 인생 동안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짧디짧은 순간이다.

승리를 향한 집착은 어떻게, 왜 생겨났을까? 저자는 우선 우리도 모르게 승패와 관련된 언어가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성공하는 법’ ‘성공 명언’ ‘부자와 빈자의 차이’ ‘승리 요정’ ‘이기는 팀 우리 팀’ ‘압도적인 승리’와 같은 승리에 관한 언어가 언론, 도서, 유명인의 연설, TV 드라마, 친구와의 대화 등 곳곳에서 사용된다. 어딜 가나 1등을 조명하는 일은 흔하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에서 이긴 나라의 역사가 주로 기록되었지 패전국, 소수 민족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이 DNA처럼 몸에 새겨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윈의 ‘생존 경쟁’을 예로 든다. 그러나 실제로 다윈은 이것을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는 것까지 포함한 넓고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이 오늘날의 경쟁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언제나 ‘1등’을 우월하게 생각한다.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교사가 경쟁 중심의 교육에 지쳐 교직을 떠나고 있다. 성적이 중시될수록 미술, 음악, 체육 같은 예체능이 대폭 축소되고 주요 과목조차 시험에 필요한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는 등 창의적인 교육이 전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과정보다는 성과에 주목하고 팀끼리 경쟁을 붙이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같은 팀인데도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팀워크가 무너진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저자는 높은 성적을 받거나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행복을 느끼는 것과 별개이며,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풍토가 각종 부패와 불행을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쟁에 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도 뒤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은 특히 경쟁에 익숙하다. 누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누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누가 먼저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지를 두고 싸우는 ‘제로섬 게임’은 남과의 비교를 부르고 행복감을 저해하는 등 현대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다." 



인생은 결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삶을 평가할 때 ‘승리’와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과정으로서의 삶은 철저히 무시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승패 이분법을 지양하고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갈 것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명확성'이다. 개인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과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것, 쉽게 바뀌는 숫자와 당장의 결과에 목매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꾸준한 배움'이다.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움의 태도가 곧 경쟁력이다. 배움에 집중하면 어떤 풍파를 맞아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면 실제로 성과도 더 잘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다. 저자는 12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고 ‘사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결론을 배웠다. 연결되지 못하면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초를 겪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관계를 무시하고 경쟁에 몰두하면 오히려 목표와 멀어지고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새 시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세계적 리더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승자 문화의 실체를 깨닫고 나면, 트로피보다 값진 자신만의 성공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집필했다. 저자의 말이 사회 각 분야에서 잘 흡수돼 경쟁보다는 협력, 독식보다는 공동체 의식 확장에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캐스 비숍(Cath Bishop)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이자 영국 외무부 외교관 출신. 현재는 리더십, 팀 개발, 조직 문화 혁신을 돕는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이자 세계 곳곳에서 강연 요청을 받는 연사이기도 하다. 영국 대표 여성 조정 선수로서 1998년, 2003년에 열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수상했고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간절히 바란 메달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없이 느껴야 했던 ‘실패자’라는 낙인은 쓰라렸다. 저자는 메달 색깔이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순간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교육,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승패 이분법을 타파할 대안을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위한 ‘롱 윈 Long Win’ 사고법이다. 저자의 연구는 2020년 《The Long Win: The Search for a Better Way to Succeed》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같은 해 파이낸셜 타임스 비즈니스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실제로 롱 윈 사고법을 적용한 리더들의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추가한 최신 개정판을 완성했다. 바로 이 책이다.


역자 : 정성재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머신러닝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National Geographic 펼치면서 알아보는 숨겨진 공룡지식백과》, 《National Geographic 펼치면서 알아보는 숨겨진 곤충지식백과》, 《자이언트 보드게임북》, 《비행기 대백과》, 《네가 있어 다행이야》, 《어몽어스 완벽 매뉴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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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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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사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구태의 독일 교육 제도와 종교적 틀에 갇혀 청소년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저자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성장소설이지만 신랄한 사회 비판적 요인들로 오늘날에도 소설 속의 질문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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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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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성장소설이다. 한 재능 있는 소년, 한스를 통해 가정과 사회의 강요된 기대 속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인공 한스가 모범생이라는 이름 아래 짓눌린 감정을 스스로 억누른 채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려내 당시 고정화된 독일 사회와 교육에 메스를 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스는 제도권 틀 속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당시 독일 사회와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인 헤르만 헤세가 지방 소도시에서 학교 다닐 때 겪었던 부조리한 사회나 제도를 들춰내 메스를 가한 비판적 소설이기도 하다.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 기벤라트는 학문의 길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유를 포기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삶을 살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결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야기는 한스의 열정과 희망으로 시작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한때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소년이 어느새 신학교의 엄격한 규율 속에 갇히고, 오직 성적과 학문적 성취만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세계에서 점차 길을 잃는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는 유일한 위안이 되지만, 그마저도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 앞에서 끝내 멀어지고 만다. 남겨진 것은 피로와 허무, 그리고 조용한 절망뿐이다.


가 수록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몄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소년이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 신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감, 낚싯대를 드리우며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마울브론 신학교의 차가운 풍경, 호숫가에서 나눈 친구와의 대화, 교실에서 터져버린 감정, 착즙기를 돌리며 피어오른 감각, 그리고 공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한스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소년의 모습은 그가 끝내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묻게 만든다. 출판사 측은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러고 설명한다. 이것은 사라지는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가 쉽게 놓쳐버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분석은 헤르만 헤세가 유대인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스위스로 망명한 사실에서 추론해 낸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당시 독일은 과학기술의 최고 위치에 있어 이른바 '독일 전성시대'를 열려는 시기였다. 그러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세계 패권은 미국에게 넘겨주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아인슈타인 등 많은 독일 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 등으로 망명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때 망명한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었다는 공통점에서도 일치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끝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이 고전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한스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또 다른 한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성찰해 볼 때다.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신학교에 들어가 교육받았은 경험을 통해 당시 받았던 내면의 상처를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촉망받는 인재로 아버지의 기대와 지역 어른들의 기대주로 촉망받았고, 아버지의 뜻대로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 이후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헤르만 헤세는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은 ‘재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삶’이었다. 작중 주인공 한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고 풀이된다. 당시 유럽 사회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교육에 구시대적 관습을 따랐으며, 종교와 정형화된 사회 구조로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회에 결국 융화되지 못하고 내면은 점차 피폐해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경쟁 중심의 교육, 폐쇄적인 학교 시스템, 자율성과 감정이 억압된 청소년기를 신랄하게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한스는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쁨을 잃어가고, 낚싯대를 드리우며 자연과 교감하던 시절의 행복했던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신학교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소년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마저 사회의 잣대에 의해 멀어진다. 결국 한스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죄’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작품이 단지 성장의 실패를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 폭력 앞에 무력하게 희생되는 영혼에 대한 애도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우리 삶과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유교적 폐습을 발전적 변화로 풀어내지 못하고 답습한 결과 나라를 빼앗기는 설움을 당했다고 풀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유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의 악습이나 변화되는 사회에 맞지 않는 구습을 떨쳐내지 못한 조선과 구한말 우리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된 사회에서 경제 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진정으로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이 존재하는가?를 되돌아볼 때라고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있다. 왜 세대 갈등이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는가에 대해 기성 세대들의 반성이 필요한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작품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는 지나간 시절의 것이 아니다. 한스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누군가는 그 ‘기대’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사라지는 과정을 기록하며, 동시에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 하지 못햇다면 과연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중년의 나이이자 기성 세대인 독자가 청소년 성장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느낀 감정이다. 

사실 전쟁으로 유럽 사회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영토마저 분단됐다. 로마 제국의 영광을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꾼 독일의 도전 방식은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변화된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아시아를 제패하려던 일본의 꿈과 너무나 닮았기에 독자로서 독일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패전 후 독일은 철저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소련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독일은 다시 통일됐다. 세계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 중 이제 우리 한반도만 남았다. 독일은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의 내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지금도 무너지고 있을까? 아니면 철저한 반성으로 재도약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을까 사뭇 궁금하다. 


그가 어떻게 강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길을 잃고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갈증을 해소하려다 중심을 잃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강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몸을 기울였고, 그 순간 달빛과 밤의 고요함이 주는 평 온함이 그를 감싸자, 극도의 피로와 두려움이 조용한 충동으로 그를 죽음의 그림자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p.279}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과 시, 수많은 그림을 남겼고, 평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역자 : 랭브릿지


Bridge of Language, 랭브릿지는 언어의 다리를 연결하자는 모토를 가진 전문 번역그룹으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소통을 지향합니다. 다양한 전문 번역가로 구성되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읽기에 편안한 번역을 제공합니다. 언어의 다리를 통해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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