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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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사사기』의 표제어로 쓰인 '사사기(士師記, JUDGES)'는 통일된 국가 조직을 갖추기 전 일종의 과도 체제하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처신하던 타락하고 범죄한 암울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사사기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 백성을 징계하는 수단으로 하나님이 이방 군대를 동원하고, 또 회개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사사를 보내 구원하는 내용이다. 하느님의 심판과 구원의 반복적인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세상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 원리를 배우게 된다. 이스라엘 지도자 여호수아 사후부터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등장 때까지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이스라엘의 군사, 정치 지도자. ‘사사’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쇼페트’나 헬라어 ‘크리테스’는 원래 ‘재판하다’, ‘다스리다’는 뜻으로서 소송과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했으나 점차 그 범위와 영향력이 정치나 군사 등으로 확대됐다.

라이프성경사전에 따르면 사사기에 기록된 사사는 열두 명인데, 6명의 대사사로는 옷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다, 삼손이 있고, 6명의 소사사로는 삼갈, 돌라, 야일, 입산, 엘론, 압돈 등이 있다. 바락은 여사사 드보라와 같이 활동했고, 사무엘은 사사기에 언급되지 않지만 마지막 사사로 간주되며, 사무엘의 두 아들도 사사로 불린다. 탈무드나 초대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이 책은 사사 시대 말기와 왕국 시대 초기에 활동한 사사요, 선지자인 사무엘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B.C. 7세기 말경이나 6세기 초 유다 왕 요시야 때 익명의 저자가 기록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사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범죄→하나님의 경고→뉘우치지 않고 도리어 가중되는 범죄→이방 군대를 동원한 하나님의 심판과 형벌→이스라엘 백성의 회개→사사를 통한 구원→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시작되는 범죄로 이어지는 일련의 순환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범죄의 역사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죄악성과 부패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나 인본주의적 윤리관이 인간을 구원과 행복의 길로 인도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절망과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동시에 오직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 중심적(신본주의적)인 삶에 자신을 복속시키는 자만이 오히려 해방과 구원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는 역설적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 소설 작품 『사사기』의 저자 이기원이 '사사기'에서 최소한의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독자가 이해하는 이유이다.


구약성서에서 여호수아로부터 사무엘 시대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두산백과는 설명하고 있다. 〈사사기〉는 구약성서에서 일곱 번째에 위치한다. 〈사사기〉는 〈판관기〉라고도 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각 부족에 의한 가나안 정복에서 시작하여 엘리야·사무엘 시대까지, 즉 BC 12∼BC 11세기에 걸친 역사 사건들을 토대로 삼고 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누어진다. ① 이스라엘 민족에 의한 가나안 정복과 정착에 관한 개관, ② 판관들의 전기, ③ 부록 등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야훼를 배신하거나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질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지방을 정복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각 부족은 자기들끼리만 각기 적당한 영토에 살았으며, 각각 다른 사정 아래서 생활하고 있었으므로 중앙집권적인 기관이 없었고 왕도 없었다. 그러나 민족 전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공동의 지도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지도자의 소임을 맡은 사람이 판관이다.

판관은 타민족으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전쟁을 할 때에는 군사령관이기도 하였고, 평상시에는 판사의 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들의 권능은 직접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서, ‘신(神)의 심판’을 대행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헤브라이어의 판관이란 ‘판단자’의 뜻을 가지며, 재판자라기보다는 구조자·지도자·지배자라는 뜻에 가깝다. 판관 제도는 그 후 왕 제도가 형성되기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판관의 활동범위는 지역중심적이고 대개 부족의 장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판관기는 이러한 판관들의 영웅담의 일면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왕국 건설 이전의 정복사, 사회적 여건, 부족간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본래 사사(士師)·사사기(士師記)라고 써 왔는데, 1970년대에 신·구교가 성서의 공동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그 명칭을 판관 또는 판관기로 고쳤다고 두산백과는 기록하고 있다.


이 책 『사사기』는 오랜 전쟁과 전염병이 휩쓴 후 모든 것이 궤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쓴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저자 이기원은 전작 『쥐독』에서 디스토피아 세계를 보여준 적이 있다. 『쥐독』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몰락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울의 이야기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허울뿐인 정부를 대신해 도시를 통치하게 된 기업인들은 의학 분야에서 비약적 성취를 이루며 ‘영생’의 꿈을 이루지만, 그렇게 쟁취한 부와 기술은 오직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위한 서비스가 되었다. 아무도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모든 게 당연하게 불공평해진 사회다. 

작품 『쥐독』 출간 후 한 인터뷰에서 2025년에 『쥐독』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소설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할 계획이라고 저자는 밝힌 적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저자는 작품 이름까지 말할 정도여서(『사사기』와 『리사이클러』) 이미 거의 다 써놓은 상태가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때 저자가 밝힌 작품 중 한 작품이 『사사기』이다. 저자는 또 『사사기』의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사기』는 현실에 대한 제 의문을 녹인 소설로 ‘인공지능이 완벽한 정의를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리사이클러』는 지배계급을 위한 톱니바퀴로 쓰이는 인간이, 자신이 갖지 못할 욕망 때문에 비극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또 디스토피아 장르가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고 장르의 개성이 강하다보니 장벽을 느끼는 독자분들도 있을 텐데, 디스토피아물 읽기를 망설이는 독자분들께 장르의 매력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란 질문에 "디스토피아 장르가 읽기엔 불편하고 내용이 어두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이야기이자 현실의 투영이기도 하죠. 저는 우리가 가진 현실의 문제나 진실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곱씹어보며 자신의 상상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게 디스토피아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확고한 작품 성향을 가진 작가임을 귀띔하기도 했다.




이 소설 『사사기』에서도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도시 통치권을 넘겨받아 새로운 형태의 도시국가 ‘뉴소울시티’를 출범한다. 최첨단 기술과 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며 전기련의 수장으로 등극한 기업 ‘아바리치아’는 도시를 개편하고 새 시대를 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AI판사 「저스티스-44」의 도입과 혁신적인 치안 서비스로 범죄율 제로의 태평성대의 시대를 이룬다. 과거부터 쌓아온 수많은 판례와 법률 조항 데이터를 학습하고 뉴소울시티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 바람을 분석해 철저한 법의 논리로만 형을 집행하는 저스티스-44는 만인에게 평등하고도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시민들은 저스티스의 공명정대함에 환호했다. 마침내 저스티스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의의 시대를 열 새로운 사사(士師)로 급부상한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통솔하던 판관이자 통치자들을 뜻했는데 신과 그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사사기’는 구약성서 서른아홉 권 중 하나로 역사 속에 존재해왔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스티스-44라는 이름은 광야에서의 고난을 끝낸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리던 사사기의 사사들처럼 대한민국이라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희망을 짊어진 존재라는 의미와 맞아 떨어졌습니다."(p.35)


어느 날, 완벽해야 할 도시에서 자동차 사고부터 아파트 폭발까지 AI의 통제를 벗어난 오작동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다수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번 사고를 조사하던 조사관 우종은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저스티스-44가 내린 판결에 의구심을 느끼고, 완벽하다고 믿었던 도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우종의 시선은 사고 현장이 아닌 저스티스의 과거 판결들을 향한다. 뉴소울시티의 거주자들이 종교처럼 신봉하는 AI판사는 과연 모두의 믿음처럼 공정한 판결을 하고 있는 걸까? 과연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직감이나 심증 같은 것들을 철저히 배제한 판결이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완벽한 정의’라는 환상에 물들어 맹목적 신봉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종은 자신과 비슷한 의구심을 가진 감사부 직원 영무, 사회부 기자인 재민과 합세해 더욱 적극적으로 저스티스-44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우종과 영무는 저스티스-44의 서버 건물에 잠입해 지난 판결에 대한 데이터를 찾고, 기자인 재민은 저스티스-44의 완벽함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해 도시를 술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신성모독적 활동을 해 나가면서도 이들이 진정 지키고 싶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스티스-44와 도시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그날 밤 재민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들의 믿음은 무참히 짓밟힌다.


우종의 머릿속으로 사건 직후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강한 폭발에 날아간 철제 문짝. 처형이라도 당한 듯 모니터 패널에 처박혀 있던 박도경의 상반신. 저스티스-44의 판결처럼, 이건 정말 오작동 사고가 맞는 걸까?(p.136)


인공지능이 아무리 빅데이터를 축적한 지혜의 총아라고 해도, 인간만의 감각인 촉과 데자뷰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감각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할 순 없다. 인간의 촉 역시 경험이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도출된 일종의 값이다.(p.192)




저자 이기원은 전작 『쥐독』을 통해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 작품 주제는 다르지만 삶과 기술의 딜레마에 대해 통찰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독자는 이해된다. 특히 이 작품 『사사기』는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하는 작가의 고뇌와 문제의식이 가감 없이 발휘된 소설이란 문단의 평가다. 저자는 『사사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응축된 사법체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특유의 인식체계에서 발견하는 심증까지 찾아내고 반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 거짓이야. 진실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진실 속에 살고 싶어 해. 오직 진실만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걸 마주하게 하거든.”(p.303)


인간의 탐욕은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나 뉴소울시티나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일 뿐. 정의로워서, 도덕적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p.327)


저자 : 이기원


타인과의 대화, 누군가와의 접점, 무언가와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진, 때론 외롭고 때론 두려운 공백의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시간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작가 이기원에게는 그런 시간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과 맞닿아 있는 연유다. 담배 연기와 짜장면 냄새 가득한 만화방에서 만났던 우라사와 나오키, 추운 겨울 춘천 시내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비디오테이프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인디아나 존스]를 만났던 1985년의 여름날 같은 순간들. 그리고 그런 생각 안으로 죽음에 대한 사유가 비집고 들어왔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거기서 우리는 진정한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수많은 고민과 반문 끝에 마침내 『쥐독』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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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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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공부라는 세계』의 표제어는 매우 단순하다. 단순하니만큼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독자 개개인의 해석도 다를 수 있다. 표제어만 보아서는 무슨 책인가에 대해 쉽게 판단이 되지 않는다. '공부의 세계'라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지 독자 역시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부제가 붙어 있다.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것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준비생들에게 묻는다면 답변은 역시 시험을 대비한 공부가 될 것이다. 이처럼 '공부'가 우리 일상에서 쓰이는 데는 광범위하다. 국어사전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공부라는 단어는 학문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학교나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아가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한자어 '공부(工夫)'는 무술 '쿵후(功夫)'와 같은 의미라고 한다. 아마 학문과 무술을 구분하기 위해 '工'과 '功'으로 구분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자신의 것으로 쌓아 올리는 일에는 같은 뜻 것 같다.

    저자 켄 베인은 2013년 『최고의 공부』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이것이 한국어판으로 재출간되면서 『공부라는 세계』로 제목이 바뀌었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인정한 멘토’다. 이 책은 그가 30년간 연구한 ‘최고의 공부’에 대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깊이 있는 배움을 쫓았던 1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성적, 학벌, 상장, 합격 등 스펙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삶의 의미를 그려나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부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및 워런 스톤 기금이 제정한 하버드대학교 출판부상을 받으며 탁월한 우수도서로도 인정받은 이 책은 12년 만의 재출간을 축하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한국어판 단독 서문을 함께 수록했다.

    "모든 학생에게 의미 있는 책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질문과 주제를 다루었지만, 특히 한국 사회와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궁금증은 첫 한국어판이 출간되고 몇 년이 지나 풀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서울의 한 주요 신문사 기자가 창의성과 그것을 기르는 방법을 주제로 특별 코너를 기획해 이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창의성에 관한 질문은 이 인터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p.6~7)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성공이란 무엇인가〉, 2장 〈어떤 배움을 선택할 것인가〉, 3장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4장 〈어떻게 실패할 것인가〉, 5장 〈받아들일 것인가, 질문할 것인가〉, 6장 〈삶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7장 〈나는 무엇으로 세상과 연결되는가〉, 8장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등이다. 각 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부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의미가 명확하게 보이는 듯하다. 배움과 공부란 삶을 위한 도구가 아닌 배움과 공부 자체가 우리 삶에 녹아들어가도록 해야 하는 결과물로서 작동된다는 의미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 책은 '성공'과 '실패'를 함께 다루고 학습법(질문과 대답), 습관, '암기'와 '이해'에 대해서도 천착해 탐구한다. 당연히 성공보다 실패에서 얻는다는 격언에도 부합하고, 암기보다 이해하며, 이해를 위해서 어떻게 익힐 것인가 등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씌어 있다. 이를 위해 '삶을 마주하는 태도',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분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독자들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1장에서는 '성공'에 대해서 쓰고 있다. 세부 항목 「성적이 아닌 배움을 쫓은 사람들」이란 글에서 저자는 인터뷰한 사람들(최고의 학생들)이 "정신의 역동적 힘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학문적 명예를 얻거나 그저 대학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고 밝힌다. 저자는 학생 셰리 카프카와 베이커 교수의 교수법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셰리 카프카는 아칸소주 오자크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으로 '산간벽지의 작은 마을 공동체'에서 훗날 셰리를 미국 최고의 저명한 도시계획 설계자로 키울 만한 예술적 자양분을 찾을 수 없던 곳이다. 셰리의 집안은 형편이 넉넉지 못해 이사를 자주 다니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사를 자주했다는 것은 전학을 자주 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마지막 졸업할 무렵 졸업생이 다섯 명뿐이었으며, 졸업 전까지도 교사의 결원이 생겨도 충원할 필요도 없이 작은 시골 학교이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셰리는 글쓰기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아 1년치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학에 합격한 셰리는 머나먼 도시에서 새로운 모험에 들떴지만 이수해야 할 과목 목록도 미리 받아두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필요한 과목을 꼭 수강할 결심을 세웠다. 셰리는 '기막힌 행운'을 만나게 된다. 필수 예술 과목에서 아주 흥미진진한 강의를 발견한 것이다. '능력 통합'이라는 제목의 연극학과 강의였다. 


    대학 강의를 처음 듣는 셰리로서는 교수가 누구인지, 학생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생경한 모습과 마주한다. 곱슬머리의 남성이 들어오더니 무대 한 쪽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이 강의는 여러분의 창의력을 발견하기 위한 강의입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교수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 만남 이후 교수 폴 베이커는 셰리를 포함한 학생들을 새로운 배움의 세계로 이끌었다. 베이커 교수는 중요한 말을 한다. "어떤 학생들에게 성장은 기억력 증진에 불과합니다. 또 어떤 학생들에게 성장은 기계 장치의 작동 원리를 배우는 일일 뿐이죠. 모터를 조립하고, 파이프를 이어 붙이고, 여러 화학물질을 섞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 말입니다. 이 같은 성장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옛 방법에 능숙해지는 게 목표입니다. 또 어떤 학생들에게 성장이란 타인의 수준이 자기보다 얼마나 형편없는지 추정할 수 있는 숭배 체제 같은 어떤 '체계'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패거리'에 소속돼 지시를 내리고, 서로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고, 은밀한 내실에서 시가를 피우며 중요한 위원회에 소속되거나 하죠. 사이비 화가, 음악가, 배우, 예언가, 연설가, 정치인 같은 존재가 되는 겁니다. 여기저기 이름을 흘리고 다니면서 자신을 이런저런 지위로 포장하는 사람들 말입니다."(p.19)

    책에 따르면 극소수의 학생들에게 성장은 '정신의 역동적 힘'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자신을 발견하는 것, 즉 자신이 누구이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성장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베이커 교수는 인간 역사를 통틀어 신체나 삶의 경험을 똑같이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 두뇌와 똑같은 두뇌를 가진 사람은 없다. 나는 고유한 존재다. 나는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견지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만의 고유한 정신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이 누군인지, 어떻게 활동하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베이커 교수는 저마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누누이 역설했다. 저자는 최고의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을 토대로 자신의 저서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실제로 인터뷰 내용에서 그들이 받은 감동을 얼마나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게재하며 그 창의적인 학생들과 가르친 사람들의 교수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적어나갈 것임을 미리 밝히고 있다. 저자는 첫 번째 장(章)은 이처럼 학생들과 교수들의 성공적인 만남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교수들의 교수법과 학생들이 배워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얻은 내용을 꼼꼼이 적고 있다. 


    저자가 셰리의 이야기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그녀가 베이커 교수의 '능력 통합' 강의를 수강했던 경험에 우리가 앞으로 되풀이해 만나게 될 주요 개념과 학습 접근법의 많은 부분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베이커 교수의 강의는 과학자, 음악가, 의사, 목수, 역사학자, 화가, 미용사, 문헌학자, 편집자, 정치인, 교사, 철학자, 작가, 디자이너, 공학자 등 창의적 분야에 종사하는 수백 명의 삶을 바꾸었다. 베이커 교수의 강의를 수강했던 '최고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련이 없거나 멀찍이 떨어진 강의를 수강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또한 최고의 학생들은 정신의 역동적 힘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학문적 명예를 얻거나 그저 대학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베이커 교수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창의력에 관련된 새로운 언어도 배웠다. 그 언어는 우리가 시공간과 움직임, 소리, 실루엣을 통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셰리와 다른 학생들은 이 강의를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어떤 과제에도 자기 의지로 투입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질과 그 경험을 평가하는 능력을 얻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할수록 학생들의 자신감은 높아졌고, 타인의 특별한 자질과 성취도 높이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과학과 인문학, 예술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군 역사를 공부했다.

    출판사 측은 책에 내놓은 한 사례를 직접 들어가며 저자의 교수법을 소개한다. "여기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A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만 암기하고, 높은 성적만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B는 실패가 두려워 어려운 공부는 피하고, 언제나 ‘최대한’보다 ‘최소한’의 목표를 설정해 공부한다. 하지만 A가 깊이 파고드는 공부를 싫어하고, B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A와 B가 이 같은 공부 방식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공부가 그저 부와 명예를 쌓고,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항상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며 오늘 배운 것을 내 삶에 어떻게 연결하여 적용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하는 C도 있다. A와 B가 우수한 성적 대신 틀에 박힌 전문가로 성장해 나갈 때, C는 창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A와 B를 각각 ‘전략적 학습자’와 ‘피상적 학습자’로, C를 ‘심층적 학습자’로 분류했다." 


    저자는 30년간 C와 같은 심층적 학습자들을 만나며 그들이 어떻게 자기 확신을 갖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 연구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그 비밀은 바로 어떤 배움을 선택할 것인지, 즉 배움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다. 연구 결과, 전략적 학습자나 피상적 학습자와 달리 심층적 학습자는 모두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단단한 믿음에 기반한 성공과 궁극적인 행복을 쥐고 있었다. 그것이 ‘최고의 학생’과 ‘일반 학생’을 가르는 한 끗 차이였다.

    이 책은 공부와 배움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성적을 단기간에 급상승시켜 주는 공부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난제와 도전을 즐겁게 마주하는 사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첫 번째 답’을 거부하는 사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 인간의 유일무이한 존재 가치를 알고 존중하는 사람, 호기심 많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 등 성적이라는 나무보다 꿈이라는 숲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평생 공부에 대한 비밀을 집대성한 책이다. 

    일례로 한국인 아버지를 둔 일라이자는 고등학생 때 최고의 성적으로 우수상을 받았고, AP 과정을 공부했으며, 반 차석으로 졸업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몰랐던 일라이자는 대학 진학 후 언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후 일라이자는 자기 안에 남아 있던 전략적 학습법을 모두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배움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고, 더 많은 공감과 자기 연민 능력을 갖게 된 일라이자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에 관한 연구의 선구자가 되었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더들리 허슈바크,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프로테스,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던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까지, 100여 명과의 인터뷰와 그에 더해진 저자의 명쾌한 분석과 통찰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공부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다시 한번 질문한다.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30년 동안 진정한 행복을 위한 공부, 원하는 삶을 사는 ‘성공적인 삶’을 위한 공부가 무엇인지 파헤친 연구 결과들을 나누어 담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가 분석한, 학습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줄 배움의 태도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수단’이 아닌 ‘목적’을 위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가장 슬기로운 지침서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그들이 이룬 진보가 단순히 이러한 경험이나 대화에만 의존해 얻은 산물은 아니다. 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것 또한 틀림없겠지만, 그럼에도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그들 또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배움은 경험에서 오지 않는다. 배움은 경험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p.241)


    저자 : 켄 베인(Ken Bain)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로서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세계 최고 석학들의 교수법을 공개해 화제가 된 EBS 다큐멘터리 〈최고의 교수〉에 출연하여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피츠버그대학교 골드스타인 교수와 같은 최고의 교수 여덟 명을 직접 선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대학교 부설 최고의교수법연구소,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개발센터, 벤더빌트대학교 교수센터, 몽클레어주립대학교 대학학습연구소 등의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니파이퍼재단이 수여하는 우수교수진상, 올해의 교수상, 올해의 명예교수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해리트루먼도서관, 린든베인스존슨도서관, 포드재단, 국립인문재단, 국제연구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그가 집필한 미국 최고 교수들의 교수법을 연구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는 교육과 사회를 주제로 한 뛰어난 연구서에 수여하는 버지니아&워런스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자 University of the District of Columbia의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역자 : 오수원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정리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이름 없는 존재인 ‘괴물’의 관점에서 소설을 다시 보면서 인간의 많은 모순과 문제의 면면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서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공동체를 꾸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인문, 과학, 정치,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영미권 양서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문장의 일』, 『조의 아이들』, 『데이비드 흄』,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현대 과학·종교 논쟁』, 『포스트 캐피털리즘』,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비』, 『잘 쉬는 기술』, 『뷰티풀 큐어』,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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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오다
    김민 지음 / 책짓는크론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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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에 맞서 평화, 정의, 애국 등 선(善)을 추구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저자는 "마법처럼 찬란한 당신의 삶에 제비 날갯짓 같은 저주라도 닿을 수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능한 담백하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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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오다
    김민 지음 / 책짓는크론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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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신이 오다』는 주인공 ‘김신’이 마법을 접하고 이를 이용하여 친구들과 함께 지역 사회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마법 부작용(?)으로 의식 불명에 빠지고, 다행히 한 마법 학교 선생의 도움으로 어렵게 살아나 운명에 이끌리듯 입학한다. 표제어 '신이 오다'에서 이름 신을 '신(信)', 신(神)', 신(新)', 신(臣)' 등으로도 해석 가능하지만 어느 것으로 독자들이 해석해도 상관없다. 전생이 조선시대 신하였다는 점, 지금은 새로 태어나 정식으로 마법을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신(新)'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단군신화'로서의 신(神)과도 맥락이 통한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판타지 소설이란 점을 알아챘겠지만 소년 김신의 성장기를 다룬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김신은 마법 반, 무예 반 친구들과 마법을 수련하고 교제하며 점차 실력을 키워 나간다. 

    김신이 찾아간 곳은 신흥마법학교(新興魔法學校)이다. 일제강점기 이회영 독립지사가 사재를 털어 형제들과 함께 세운 '신흥무관학교'를 연상케 한다. 신흥마법학교는 일제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신영마법사회의 후신으로 생겨난 곳이다. 김신이 들어가 입학식을 했던 첫날 입학설명회에서 사회자가 신영 마법사회를 언급함으로써 전신의 실체가 드러난다. "저희 신흥마법학교는 신영 마법사회처럼 독립을 쟁취하고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 공격과 방어에 적합한 마법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사회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마법학교에서 가르치는 오래전에는 마법 학문으로 인식했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장되거나 필요없는 경우에는 교과목에서 제외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신흥에서는 연금술, 천문학, 점성술, 마법 약, 약초학 등은 가르치지 않는다고도 밝힌다. 이들 학문이 과학 기술이 발전한 지금 사회에서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도 신흥 마법학교가 특별한 목적으로 특별한 임무를 완수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점을 저자 김민은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첫날 사회자를 통해 신흥마법학교의 정체성을 부각시킨 저자는 다시 사회자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를 정확하게 주지시킨다. "첫째, 자신을 믿고 스스로 독려하기를 바랍니다. 배움을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부족한 게 당연합니다. 차근차근 정진하다 보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낙심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반 교과목을 함께 들어야 하므로 아주 힘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여러분이 의무교육 대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학우가 있고 먼저 배운 선배가 있으며, 길을 안내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합시다. 셋째, 배움에 이르러 정의로움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자신이 갈고닦은 힘에 도취해서 교만하면 안 됩니다. 옳고 그름은 힘 크기와 상간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돕고 악을 멸하는 정의로운 마법사가 됩시다."(p.165)

    이곳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주인공 김신은 흑마법사 와가타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긴장감을 느낀 와가타는 네즈미야를 시켜 총감독과 이진, 김신을 살해하려 한다. 이 대목부터는 한일 마법사들의 결전으로 이어진다. 흑마법사는 이에 마법사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학교와 마을에서, 신영 마법사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흑마법사와 변절자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더 큰 악을 끌어들이는 적은 아직 살아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곳에서 교육받는 마법사들은 조선 왕조의 신하였던 천사 이왕, 주인공 김신(信) 그리고 마법사회의 모토인 자신(新)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으로서, 무지와 무의를 극복하는 새로움과 선의 추구를 뜻한다고 강조한다. ‘신’이 후손을 돕기 위해, 악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를 떨치고 일어서는 새로운 깨달음과 힘을 주기 위해서….


    이 소설 작품은 김신의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설 배경과 활약하는 마법사, 그리고 저자의 상상력에서의 스토리가 정교하게 잘 꿰맞히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저자의 집필 취지는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악과 마주한다. 내가 아니라면 가족이, 친지가, 사회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렇다. 광복 80주년이 되었음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 역사와 영토, 존엄과 긍지를 여전히 위협하며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악'에 맞서서 '선'을 추구하는 한 소년의 성장기로 읽힌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평범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신념과 의지”를 상징하며, 선을 이루는 수단이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나타낸다. 반대로 적으로 등장하는 흑마법은 우리의 생명과 안녕을 위협하는 악한 세력이 펼치는 저주를 상징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잔혹함을 통해 ‘우리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 얼마나 가벼이 여겼는가’를 느낄 수 있다. 

    악에 맞선 소년과 마법사들의 고군분투로부터는 무지의 탈피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회, 또 우리의 얼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에는 지금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가까운 과거에 일제 강점기가 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아시아를 통틀어 그들이 지배하는 제국으로 만들려는 야욕을 품었다. 일본 군국주의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 가까이 침략해 들어갔다. 특히 조선 왕조는 붕괴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남다른 애국심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국토를 회복하고 후손들이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받침돌이 되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애국지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허구를 곁들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소설 속 사연과 에피소드가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을 통해서 우리 미래 세대가 자신을 갈고닦음으로써 악에 대한 냉철한 분별력과 단호한 저항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표현된다. 조선 왕조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마저 부정하려는 일부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많은 부분이 민족의식과 애국심, 또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 등이 부각되지만 모두가 일정 부분에서는 뜻 있는 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다. 그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 일은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과 가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는지를 곰곰 생각해보면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세계화된 글로벌 시대에 갑자기 민족의식 고취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우리 후손이 영광된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하나의 보탬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우리가 노력해서 부강한 나라 건설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판타지 마법사 등을 등장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폭력적인 부분도 굉장히 절제돼 있고, 배척하는 마음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눈 것은 명백한 사필귀정의 교훈적 의미도 포함한다. 시대에 따라 스스로를 다듬어 더욱 강하게 거듭나야 하는 게 세계 사회이다 보니 배움과 노력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조금은 스토리나 구성이 싱거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깊은 의도를 더듬어 가다 보면 종교적 배려도 만날 수 있다. 실제 이 소설에서는 기독교 용어도 많이 인용되었다. 뒷 부분의 주(註)로 용어 해설을 따로 둘 정도로 많은 인용이 있다. 성장 소설이니만큼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신조어'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신흥무관학교에서 실시하던 교육 과정과 노래 등을 인용한 것으로 저자의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우리우리 배달나라에

    우리우리 조상들이라

    그네 가슴 끓던 피가 우리 핏줄에

    좔좔좔 결치며 돈다"(p.508)


    저자 : 김민


    연구자가 천직이라고, 작가는 정년 후 노년에나 도전하리라 막연하게 기대했었다. 다닌 햇수만큼 정년이 남았을 무렵,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쳇바퀴 돌 듯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남은 세월을 열정 없이 소모할 자신이 없었다. 퇴사 후 요리사로 도전했지만, 오너보다 나이 많은 초보자는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투자 공부라는 명목으로 사지도 않을 주식의 적정 가격을 분석하기 일쑤였다. 시간을 허비하긴 마찬가지. 삶이 원하는 얼굴로 상냥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위기감과 밥벌이에 대한 절박함이 찾아왔다. 문득 노년에 할 거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자고 마음먹었고, 대학 시절부터 쓴 시와 단편소설 습작 경험에 기대어 작가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12월부터 꼬박 1년간 『신이 오다』를 집필했다. 앞으로도 평생 계속 쓰겠다고,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본명은 김영민이다. 1976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충북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부터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환경, 대체 수자원 분야 과학기술을 연구했다. 2019년 퇴사. 2020년 요리학교(Le Cordon Bleu 서울)에서 프랑스 요리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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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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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엄혹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희�비극의 절정을 보여준 오페라 영화 12편을 살펴본다. 무대에서 펼쳐낸 오페라보다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필름의 눈으로 탐구한 오페라의 미적 탐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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