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세라피나 시리즈 4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그동안 판타지 소설에 대해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던 이유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 감명이나 감동을 크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재밌고 좋긴 하지만 오로지 작품 속에서만 가능한 세계의 이야기라 오랫동안 소설을 읽어온 독자로서는 많이 생소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소설은 허구지만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기 때문에 더 현실감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독자의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을 접하게 된 큰 이유는 《반지의 제왕》 때문이었다.

그것도 영화를 먼저 보고 흥미를 느껴 판타지 소설에 본격 입문하게 됐다.

물론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을 접했을 뿐 판타지 판타지 소설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까지는 표현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실존하는 대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기존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게 추리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소설은 나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져 판타지 소설의 재미에 빠지게 했다.

판타지 소설은 앞으로 나의 독서의 폭과 상상력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소설의 작가 로버트 비티는 ‘세라피나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로 명성을 얻었다.

이 첫 번째 작품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것이 출판사와 판타지 소설계의 정직한 평가인 것 같다.

이 소설은 '세라피나 시리즈’와 《숲속의 윌라》의 연이은 성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로버트 비티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로버트 비티는 ‘세라피나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로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판타지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60주간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아마존ㆍ반스앤노블ㆍ퍼블리셔스위클리ㆍUSA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연이어 출간된 2권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와 3권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역시 엄청난 인기로 흥행 돌풍을 이어 갔다.

‘세라피나 시리즈’는 원래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으나,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4권 출간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4권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이 나오자마자 ‘세라피나 시리즈’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북트레일러는 엄청난 조회수를 올리며 새로운 판타지의 시작을 열어 주었다.





미국의 첫 출판사 측에 따르면 ‘세라피나 시리즈’에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손에 땀을 쥐는 도입부, 숨 돌릴 틈 없는 전개, 극적인 반전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1권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의 백미는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의 정체를 추리하는 데 있었다.

2권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는 검은 망토의 원래 주인인 유라이아를 포함해 수상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추리 난도가 쑥 올라갔다.

3권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은 보다 깊고 어두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적이라 생각했던 자가 아군으로 보이고, 아군이라 믿었던 친구가 적으로 보이는 혼돈을 이겨 내며 세라피나는 눈부시게 성장한다.

4권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미스터리 판타지라는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빌트모어에 전에 없던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하지만 세라피나는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과연 세라피나는 자기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의 숨 막히는 대결에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세라피나 시리즈’의 배경이 된 빌트모어 대저택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이라는,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도시에 위치한다.

작가 역시 애쉬빌에서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실제 빌트모어를 바라보며 거대한 저택의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는 소녀 세라피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빌트모어를 방문하면 햇빛이 쏟아지는 겨울 정원, 웅장한 대층계, 화려한 도서관 등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실제로 구경할 수 있다.

작가는 미국의 철도 산업을 주름잡던 대부호 밴더빌트 가문의 개인 주택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소설 속에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녹여 냈다.

로버트 비티 특유의 깔끔하고 세밀한 묘사에 흡인력 있는 전개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장담컨대 로버트 비티의 서술을 따라가기만 해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은 물론이고, 어느덧 빌트모어의 문 앞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플레이아데스성단에 얽힌 설화와 빌트모어 대저택이라는 공간을 절묘하게 엮은 작가의 눈부신 상상력이 돋보인다.

영혼을 흡수하는 검은 망토, 동물을 조종하는 뒤틀린 지팡이, 그 뒤에는 사악하고도 강력한 적 유라이아가 있었다.

끈질기게 살아 돌아왔던 흑마법사를 물리치고 마침내 빌트모어 대저택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세라피나는 이 평화를 즐기지 못한다.

자신이 더는 쓸모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무력감, 적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장 의지하는 브레이든의 부재까지 더해져 세라피나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나날을 보낸다.

뉴욕으로 떠났던 브레이든이 돌아왔던 하룻밤, 세라피나는 브레이든과 호숫가에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수놓은 플레이아데스성단과 쏟아지는 유성우를 바라보며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그날부터 알 수 없는 힘이 빌트모어 대저택을 감싸고,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 나간다.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 세라피나의 눈앞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절망과 혼돈의 늪에 빠진 세라피나에게 아빠는 ‘유일한 탈출구는 정면 돌파뿐’이라며, 삶이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껴질 때면 마음을 가다듬고 ‘가장 중요한 것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꼽으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아빠의 가르침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세라피나는 사건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굳게 믿어 온 진리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혼돈을 경험한다.

옳다고 믿고 행한 일이 예기치 못한 그릇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혼돈 속에서도 주어진 역할을 꿋꿋이 해 나갈 때,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다.

인생은 혼돈과 질서의 끊임없는 순환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서로 도우며 ‘나’라는 그릇을 더 크고 단단하게 빚어 나간다.

세라피나가 보여 주듯이 말이다.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에 ‘세라피나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왜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열광했는지, 유수의 매체들이 극찬했는지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판타지 소설의 초보 독자인 내가 느낀 감정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풍부할 테니까.




로버트 비티

‘세라피나 시리즈’와 《숲속의 윌라》의 연이은 성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로버트 비티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지금은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예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구자였고, ‘플렉스 시스템즈’라는 곳의 CEO이기도 했으며,

‘비티 로보틱스’라는 곳의 공동 설립자였다. 〈내러티브 매거진〉의 회장도 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벤처 기업의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일하던 시절, 비티는 일주일에 90시간 넘게 업무에 매달리던 지독한 일벌레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티의 아내가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결심한 뒤,

과감히 회사를 정리하고 어린 시절 꿈이던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나이 오십이 넘어 출간한 첫 소설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는 60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작가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지는 2~4권 역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적인 판타지 작가이자 최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WWW.ROBERTBEATTYBOOKS.COM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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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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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 그때는 20대다.

작가의 20대이고 독자의 20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가 정여울의 첫 번째 에세이다,

꿈, 취업, 인간관계 등 20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공감 어린 조언을 담고 있다.

첫 발간(2013)된 지 6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펴낸 것은 2017년 4월 출간된 30대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과 함께 리커버에디션이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과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이 책들을 쓴 뒤 나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삶’을 갈망하지 않게 되었다.

이 두 권의 책이 우리 안의 영원한 젊음을 향한 따스한 미소지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진정한 성숙을 위해 발돋움하는 우리 안의 눈부신 날갯짓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가 두 권의 리커버에디션을 펴내며 한 말이다.




목전에 다가온 서른 살이 두려웠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루어진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피로했고,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사랑은 행복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늘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 본문 중에서





‘멘토’ ‘힐링’ ‘테라피’ 등 각종 치유의 담론들이 범람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 광적인 치유의 열풍 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동시에 가장 소외되는 세대가 20대일 것이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그 조언으로부터 튕겨 나가고 싶은 욕망도 가장 강한 나이.

사실 뚜렷한 아픔보다도 막연한 분노 때문에 늘 먹먹한 나이다.

어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 내던져진 채 학점, 스펙, 취업 같은 단어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방황, 여행, 타인, 직업, 배움, 행복, 탐닉, 재능, 멘토, 죽음 등 20대가 가슴속에 품어야 할 20개의 키워드를 통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인생의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20대를 반추하며 풀어놓는 개인적인 경험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위로와 공감을 넘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20대를 보내며 미처 끝내지 못한 사랑과 우정의 ‘뒤풀이’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20대들은 모른다. 20대를 이미 지나온 세대들이, 그들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 그대들이 머물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야말로, 아무런 책임감도 부담감도 없이 무언가에 ‘미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20대의 가장 큰 고민이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 꿈이 진정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할까 봐 느끼는 불안,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를 따라가느라,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것일 것이다.

그런 청춘들을 위해 저자는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함께 나누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나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나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내 안에 숨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을, 멘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멘토로부터의 해방이 곧 멘토의 발견이라는 충고를,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부끄러워 말고 사랑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재테크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앞으로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재테크를 시작하라는 따끔한 독설을 건넨다.

세상을 향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바뀔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은, 청춘의 고민을 안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세상을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20대에 놓쳐버린 ‘기회들’보다 20대에 놓쳐버린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회는 노력해서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만으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지식은 추구하여 얻을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보다 그때 그 순간의 우연에 기댈 때가 많다. < p.35 >

불현듯 삶의 운전대를 확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삶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공인 걸 잠시 쉬고 싶을 때.

삶의 구심력이 너무 강해서, 그 삶의 폭풍에 내가 자칫하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을 때.

정말 잠시만, 잠시만 내 삶의 운전대를 놓고 싶을 때가 있다. < p.44 >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 그것은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마음보다 훨씬 아름답다.

세계 명작 100권을 읽는 것보다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도,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일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 p.71 >

행복은 설명하거나 계산될 수 있는 것들보다는 오히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계산 자체가 되지 않는 것들 속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비교’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수천 배로 부풀 것이다.

(…) 우리는 정말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눈앞의 행복조차 놓쳐버리곤 한다. < pp.119-121 >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언제 방황했나’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학생활 내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솔직히 대답하면, 나의 20대 내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방황은 선택이 아니라 물처럼 공기처럼 매 순간 내 존재를 지탱하는 그 무엇이었다.

방황은 내 존재를 속속들이 해체하여 전혀 다른 제3의 존재로 재조립한 후, 다시 세상 속으로 내보내는 소중한 원동력이었다. < p.197 >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잃어버리곤 한다.

꿈을 잃어버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인 계획, 좀 더 실현가능한 미래를 구상하며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수많은 가능성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 p.218 >

힘들 때마다 나는 타인에게서 편안함만을 찾으려 했다.

타인에게서 느끼는 어색함과 서운함과 오해가 싫어, 편한 사람, 순한 사람, 이해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배타적 우정은 더욱 무너지기 쉽다.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사랑은 기대를 동반하고, 기대는 언제라도 실망으로 추락할 준비가 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 pp.229-230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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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는 곰
뱅상 부르고 지음, 박정연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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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이란 테마를 갖고 있다.

사랑이란 달콤하고 신비스럽지만 불확실하다.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특히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처럼 여주인공 시선으로 곰(남자)과의 사랑을 빠른 속도로 이야기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책의 시작부터 세련된 단발머리의 여주인공은 핑크색 연회복을 차려 입고 파티에 간다. 그리고 곰을 만나 춤을 추며 사랑에 빠진다.

매력적인 곰과 평범하지만 너무너무 행복한 일상을 즐기던 중에… 곰이 사라졌다. 그녀의 남자가 사라진 것이다.

그녀의 곰이 떠난 빈자리에는 수많은 다른 남자들의 구애가 넘쳐났지만 그녀는 자신의 그 곰만 생각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같은 곰을 재회한 곳은 다름 아닌 또 어느 파티장, 그리고 함께 춤을 추며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전과 같은 듯한 일상들이 펼쳐지는데.. 또 곰은 홀연히 떠난다. 이제는 곰을 뒤쫓기 시작한다. 그 곰만이 그녀의 사랑이었기에.



책의 서문도, 제목도 없다. 마치 사랑이란 불현듯 찾아오는 것을 암시하듯.

이처럼 이 책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어느 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곰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사랑에 빠진 그들의 인생은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곰. 그 후 그들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게 된다.

과연 내 남자는 어디로 간 걸까? 곰의 정체는 무엇일까? 곰을 찾으러 나섰다 길을 잃는 여자, 그곳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남자, 그리고 곰과의 재회…!

그녀가 찾는 사랑과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내 남자는 곰』은 ‘사랑’을 테마로 한 그래픽노블로, 누구나 찾고 싶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일러스트로 사랑의 순간과 방황의 여정을 아름답고도 쓸쓸하게 표현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단한 내용과 달리 많은 여백은 독자에게 '생각의 시간'을 준다.

이 책은 읽어본 독자로서 작가의 사랑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각자의 자유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은 맹목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사랑에 빠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곰(남자)을 사랑할 때 (여자의)인생은 불확실해진다. 이뤄지기를 바랄 수 없는 불가능한 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들어 간 사랑은 낭만적이며, 사랑의 충만함을 느끼게 한다."로 말하는 것 같다.

문자와 그림은 단지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만 할 뿐 이해하고 영감을 받는 일은 독자의 몫이라는 듯이.





그래픽 노블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실제로 읽는 문장은 한 페이지에 한두 개 정도이다.

하지만, 강렬한 전면 일러스트는 흡사 영화를 보는 듯했다. 특히 곰을 계속 뒤쫓는 여자의 모습에서.

시간이 흘러 여자는 그녀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잘 산다. 그리고 시간이 무척 흘렀는데.

이럴 수가. 거짓말처럼, 소설처럼 다시 곰과 재회한다. 함께 춤을 춘다. 춤을 계속 추며 서서히 책에서 사라져 버리는 여자와 곰.

단순한 이야기지만 강렬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녀가 아이까지 낳고 긴 시간을 함께했던 남자와의 시간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그리고 그녀의 남자 곰은 첫 등장부터 끝까지 표정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더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남긴다.

독자의 상상으로 곰의 모습을 생각해야 할까?





출판사나 많은 전문가들이 평은 대체로 일반 독자들이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특유의 세련된 일러스트와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대사로 300쪽에 가깝게 ‘사랑’에 관한 서사를 풀어 나간다.

때로는 로맨틱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우리를 유혹하며 쉴 새 없이 책장를 넘기게 만든다.

한 여자와 곰의 사랑을 통해 깊이와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랑’의 본질을 떠올려 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긴 여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사랑의 민낯마저도 아름답게 그려 낸 책이다."





또 다른 평가도 여기에 적는다.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내 남자는 곰』이라는 제목에서 얼핏 느껴졌던 귀엽고 다정한 느낌보다

사랑을 향해 방황을 거듭하는 한 여자의 모습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짧은 글과 절제된 일러스트로 사랑에 빠진 그들의 행복감과 이별의 암담한 분위기를 리얼하게 표현했다.

곰과의 만남과 이별, 그 속에서 그녀가 깨달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살아간다’라고 담담히 말하는 그녀가 인생에서 발견한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사라진 곰을 찾아 나섰던 그 길의 끝에서 여자는, 그리고 또 우리는 무엇을 알게 될까."





알고 보니 이 책의 작가는 벨기에인으로 아동그림책으로 유명했다.

196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그림을 시작해 그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여러 출판사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몇 년 전부터 프랑스 마르세유에 정착하였고, 이곳에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LA NOUVELLE GRAPHIQUE’ 출판사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의 첫 그래픽 노블 《내 남자는 곰》이 출간되었다.

그의 첫 그래픽노블이자 성인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

매우 유럽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동양적인 남자와 여자가 아니다.

강렬하면서도 깊은 사랑의 감정은 미국 쪽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유러피안 스타일이다.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 책. 하지만 강렬하고 이국적인 일러스트.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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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피로 쓴 7년의 지옥.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치욕은 반복된다, 책 읽어드립니다
류성룡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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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왜 갑자기 『징비록』인가.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싶었을까.

외교적 이유인지 모르지만 오래 끌어오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이 이제야 나왔다.

우리 대법원이 개인의 민사상 보상(배상) 문제는 여전히 남은 것으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박정희 정부 때 대일청구권에 관한 양국의 합의에 따라 보상을 따로 논할 수 없다는 자국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보상은 양국의 정식 외교 통로를 통해 이미 합의했고, 일본은 더 이상의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한일 외교가 초긴장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정치적, 외교적 차원에서 인정치 않고 경제 보복으로 맞섰다.

과거 식민지 정책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본 정부가 오히려 반성 없는 경제 보복을 강행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여기에 『징비록』 출판의 의의가 크다.

일본은 이웃 나라지만 '불편한 이웃'이다.





최근 일본과의 긴장이 계속됨에 따라 출판계는 『징비록』에 다시 주목함으로써 우리의 대일 시각을 고취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징비록』은 임진왜란 7년에 대한 참상과 후세에 경계로 삼기 위해 쓴 '피의 기록'이다.

얼마 전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소설가 장강명은 “『징비록』은 정작 일본에서는 『조선징비록』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그 시대에 베스트셀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잊혀진 책이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김상욱 교수는 “도로도 없고, 교통수단도 없었는데 일본군이 부산에서 한양까지 20일 만에 진격했다. 백성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라고 당시의 두려움을 가늠하며 “니체의 말처럼, 『징비록』은 피로 쓰인 책이다. 단순히 읽기를 바라기보다 한 자 한 자, 기억되길 바란 책"이라고 정의했다.

『징비록』 본문을 보면 알겠지만 순식간에 나라가 부수어지고, 임금은 살기 위해 도망가 굴욕적으로 무릎 꿇고, 백성들은 잔혹한 죽음을 당하고 굶주림을 참다못해 육신을 목구멍으로 넣는 일까지 발생한다.

류성룡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돌이키지 못할 비극이 발생했을 때 단지 ‘참담하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라고 심정을 밝히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엄 있는 군주가 아닌 불안에 벌벌 떨며 자리에 연연하는 왕, 역시 자기 이익을 채우는 길이 어디인가를 따라가는 관료들, 방위 사업을 귀찮아하는 백성들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으나, 그럼에도 비극의 가장 큰 책임은 최고 결정권자인 수장의 몫일 수밖에 없다.

류성룡이 『징비록』을 기록한 연유는 과거를 회한하며 죄책감을 덜고자 함도 아니고, 다른 누군가를 탓하고자 함도 아니었다.

류성룡이 지은 제목 그대로 비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징계하며 앞날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외침의 역사는 비단 임진왜란뿐만이 아니나 정치, 경제, 군사의 중책을 맡아 나라의 요직에 앉았던 인물이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였다는 점에 『징비록』의 가치가 있다. 류성룡은 왜란이 일어난 원인과 전쟁의 실황, 군사 기무의 정리, 여러 사건의 논평 등을 기록하여 국난을 극복한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남겨 놓았고,

거기에 더해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문물제도까지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헌을 남겼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전란 발발 이후 7년간의 기승전결과, 그 안에서 오간 대화의 기록들은 전쟁문학의 고전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이 책에 따르면 전란 발발 이전 류성룡이 불길하게 느낀 조짐들은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첨단을 달리는 지금의 시대라도 무시하지 못할 그리고 무시해서는 안 될 자연적 암시는 존재한다. 그처럼 류성룡은 하늘의 기미들과 세간에서 드러나는 기미들을 보고 느꼈다.그중 하나는 류성룡이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에 꾼 꿈이다.

경복궁 연추문에 불이 나 그가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다시 지을 때는 조금 높여 인근 산에 가까운 높이로 해야 한다”라고 말해 준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깨어난 류성룡은 이 불길한 꿈 이야기를 차마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다가 임진년에 왜적이 쳐들어온 뒤에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였다.

실제로 경복궁·창덕궁·창경궁 세 궁궐이 모두 불에 타 잿더미가 되고, 그리하여 임금이 피란하고, 백성들은 처참히 목숨을 잃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라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고 여기며 자포자기하자, 류성룡은 지난 꿈을 언급하며 “꿈속에서 궁궐의 고쳐 지을 일을 의논하였으니 반드시 나라가 회복되리라는 뜻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류성룡은 평생토록 꾼 꿈 중에 징후를 경험한 바가 많았음을 스스로 밝힌 사실이 있다.





『징비록』 본문에 나와 있듯이 전쟁이 터지기 전 류성룡을 불길하게 만든 일들은 여럿이고 현실은 이미 끝나 버린 듯 비참했지만, 그날의 꿈은 분명 류성룡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현실을 기어이 헤쳐 낼 수 있게 한 중요한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류성룡의 해석처럼 왜적은 결국 물러갔다. 비록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조선 건국 후 태평한 세월이 200년 동안이나 계속되다보니 전쟁을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왜적이 쳐들어오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온 국토가 넋을 잃고 말았다.

왜적은 파죽지세로 불과 열흘 만에 서울까지 들이닥쳐서,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 해도 전략을 도모할 수가 없었고, 용감한 사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민심 또한 무너져 수습할 길이 없었으니 서울을 빼앗는 교묘한 계책이 달리 필요치 않았다.





한심한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용궁 현감 우복룡이란 자는 자기 고을 군사를 거느리고 병영으로 가다가 방어사에 예속된 군사 수백 명이 말에서 내리지 않고 그 앞을 지나간단 이유로 모두 죽여 버렸고, 순찰사 김수는 이 행동에 공이 있다고 임금에게 알려서 승진되도록 하였다.

파벌 싸움에 몰두하였던 지사 신잡은 나라를 잃고 임금이 피란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수복할 계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께서는 마땅히 영변으로 떠나셔야 합니다. 그곳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간장이 없는 것이옵니다”라는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 말을 하였다.

안타까운 죽음도 있다. 평복으로 바꿔 입고 도망다니는 다른 관원들과 달리, 경기 감사 심대는 위험한 곳을 피하지 않고 왜적이 알도록 먼저 공문을 띄워 알렸으며 내응할 사람도 모집하였다. 그러다 첩자의 말을 진짜로 믿고 왜적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참혹함을 겪은 부끄러운 우리의 지난날을 현실에 결부시켜 다시 살피면서, 앞날을 바로잡는 일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서애 류성룡이 이 책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근심하고 두려워하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 뒤에 지난 일을 생각하면 황송하고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비록 볼만한 내용은 없지만 이로서나마 간절하게 충성을 바치려는 나의 뜻을 보이고 또 못난 신하가 나라의 은혜에 아무것도 보답하지 못한 죄를 드러내고자 한다.”

류성룡은 퇴계 이황의 수제자로 주자학, 양명학, 불교, 도교, 병학에 해박한 당대 최고 수재였다. 더구나 전란 당시 영의정이자 전쟁 수행을 책임지는 도체찰사(都體察使)를 겸했기에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과 대궐의 사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었다.





일찍이 이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정읍 현감이라는 미관말직에 있던 그를 전라 좌수사로 추천한 사람도 류성룡이었다.

류성룡은 이 책을 통해 참혹했던 전쟁의 경위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과 일본, 명나라 사이의 밀고 당기는 외교전, 전란으로 인한 백성의 피폐한 생활상, 전쟁에 나섰던 숱한 인물들의 처절한 활약상을 생생히 전한다.

여기다 민족적 재앙에 대비하지 못한 무능한 왕조와 전쟁 중에도 당파싸움을 멈추지 않은 용렬한 벼슬아치들 등 당시 정치사회 상황까지 고발한다.불행하게도 류성룡의 가르침은 이후 전혀 계승되지 못했다.

‘징비(懲毖)’의 정신은 ‘역사를 잊지 말자’는 다짐에서 출발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고, 적개심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란이 끝난 뒤 류성룡은 임진왜란 같은 참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능력과 책임감, 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각종 신병기와 병법 도입, 직업 군인제 창설, 무역 통상을 통한 경제 부흥 실시 등 조선의 재건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가르침은 이후 전혀 계승되지 못했다. 불과 40년 뒤에 병자호란이 일어나 또 한 번 국토가 쑥밭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징비록』의 교훈에 주목한 것은 오히려 일본으로, 그들은 조선보다 더 열심히 징비의 정신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끌어냈다. 1712년에 일본에 간 통신사가 오사카 시장에서 『징비록』이 팔리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징비록』이 저술된 이후 많은 조선의 지식인과 위정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 조선 시대 대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이 책을 여러 번 탐독하고 독후감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징비록』은 두 차례의 왜란을 진두지휘하며 나라가 몰락해 가는 과정과 백성들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던 류성룡이 낙향한 뒤에 기록한 내용이다.

류성룡은 왜란 당시를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후대인들이 같은 잘못을 선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책은 청렴함으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전쟁을 진두지휘한 류성룡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류성룡은 어떤 인물인가’를 통해 설명하고, 또 ‘징비록은 어떤 책인가’와 ‘류성룡의 자서’를 통해 당시의 역사와 류성룡이 글을 남긴 목적을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이어 『징비록』과 『녹후잡기』 본문을 싣고, 마지막에 조선시대의 관직과 관청을 정리해 이해가 쉽도록 했다. 왜란을 이겨 낸 걸출한 두 인물 가운데 재상 류성룡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전체 그림을 보며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수장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에 대한 우리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라 생각한다.

류성룡의 『징비록』은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읽혔다.

일본에서는 1695년에 교토에서 『조선징비록』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1880년 무렵 일본에 머물렀던 청나라 학자 양수경(楊守敬)이 『조선징비록』을 수집해 중국으로 가지고 들어가면서 중국에서도 널리 읽히게 되었다. 『조선징비록』은 모두 4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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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박재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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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탈리아'와 '행복'이란 키워드 때문이다.

저자가 난치의 암 환자인데도 희망과 치열한 노력으로 국복하고 '제2의 인생을 이탈리아에서 배워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거기에 독자의 이탈리아에 대한 향수도 한몫을 했다. 독자는 사실 이탈리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로마 때문이다. 처음 로마에 대한 책을 대했을 때부터 로마인들의 강인함과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대제국을 건설하고 오랜 세월 유지했다고 느꼈다.

딱 한 번의 이탈리아 여행 때도 로마인이 남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 등을 직접 보면서 지금 서구인의 뿌리는 로마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이없는 이탈리아와 방역 체계로 엄청난 숫자의 환자 발생과 희생자 보도를 보면서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몸과 마음이 가지는‘건강한 삶’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책 《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에 백혈병을 극복하며 해외에 나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현지에서 스 타트업을 시작하고, 다시 한국에서 셰프로 도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나는 이탈리아 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에 고스란히 담았다.

행복한 인생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의 저자의 진심은 여과없이 전달된다.

저자는 "현재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해외로 유학 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는 보다 더 유익한 인생의 가치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심정을 이 책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강조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한 번쯤 꿈꾸는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현지인이 추천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행 정보까지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를 통해 몸과 마음이 가지는 ‘건강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저자는 이탈리아 여행을 온 많은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만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다.

현재는 서울 쌀국수〈미미옥〉에서 셰프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는 ‘캠핑맨’ 유튜버로서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이유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려운 상황이나 미묘한 상황도 어렵지 않게 표현한 데다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매력이 있다.

독자로서는 술술 읽히고 글에 큰 공감을 갖는 이유이다.


#001 백혈병 환자, 생과 사의 경계에 서다

#002 뉴욕에서 또 다른 길을 찾다

#003 피렌체에서 진짜 삶을 만나다

#004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낭만을 품다


학창 시절부터 10년 넘게 해온 태권도를 접고 요리에 빠져 셰프의 주방에 들어갔을 때, 노동의 강도는 운동과 비슷했지만 전혀 힘들거나 괴롭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투어가이드 스타트업을 할 때도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너무 행복하게 이탈리아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 살았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살고 있다. 지금도 서울 쌀국수‘미미옥’주방에서 10시간씩 서서 육수를 뽑아내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 p.12 >

원장님은 초지일관 하나만 말씀 하셨다. 밥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물로도 못 고친다.

100세 시대는 이미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신약의 개발로 가능해졌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로써 우리가 건강하게 삶의 영위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말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약은 더 이상 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허봉수 원장님은 약물 오남용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유일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병원에 가서 약을 먹기 전에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 p.45 >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란 말이 백 번 맞다. 아무리 오진이었다고 하더라도 1차 항암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몸속에 들어온 독소를 다 빼내야 했다. (중략)

내 몸이 아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강한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최면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홀로 외롭게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픈 사람을 보살피고 있다면 최대한 환자의 입장에서 먼저 배려해 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이 시기에는 환자를 아무리 배려해도 부족하지 않을 테니 보호자의 무한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부디 지금 백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 p.68 >


내가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하려는 것이 ‘취미론’이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둘째,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다. 취미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의 라이프스타일 차이는 아주 클 것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통해 인생을 즐길 줄 안다면 우리의 삶의 수준은 높아질 수 있다.


나의 진정한 취미는 ‘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이다.

나는 뉴욕에 살면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 점은 맛있고 멋있는 가게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일에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돌아다녔다. 점심을 두 번 먹어도 괜찮았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가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정독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뉴욕의 숨은 맛집들을 찾아내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리스트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뿌듯함도 있었다. 이 정도면 먹는 것과 식도락은 내 취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p.80 >


역시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일을 배우다 보니 일을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가 넘도록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몸이 힘들지만 오히려 힘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주방 지하에 혼자 내려가서 닭 날개 손질만 3시간, 포기 김치만 30킬로그램을 썰어 담기도 했다.

당연히 힘들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즐거운 숙제 같았다 < p.123 >





내가 피렌체에 살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가 보았지만 나에게 가장 이탈리아다운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미국 유학 시절 이탈리아와 친해지기 위해 방학 때 시간만 나면 잠깐이라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녔다. 이탈리아에 올 때마다 모든 도시가 저마다의 개성이 강해서 좋았지만 그중에서 피렌체가 주는 느낌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분위기는 많이 스며들어 있으면서, 도시 발전도 적당히 되어 있는 곳이다. 완전 도시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골 느낌도 아니었다. 게다가 치안까지 좋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면 꼭 이곳에 와서 살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 p.145 >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의 첫 사업은 이탈리아 현지 투어 가이드 일이었다. 거창하게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지만 어쨌든 매출과 매입이 발생했던 엄연한 여행 비지니스였다. 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사람 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과 힘들어 하는 고충을 알게 된 것이었다. < p.181 >





나는 이런 여행의 틈새를 잘 파악해서 젊은 감성으로 가이드 선발만 잘 한다면 괜찮은 투어 사업 아이템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동기부여는 아주 간단했다. 예를 들어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가이드가 유머가 있고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서도 해박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준다면 여행의 완성도는 올라갈 것 같았다. < p.185 >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내 스스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많이 느낀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일상 속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에서 현지 사람들의 표정과 작은 행동을 가장 유심히 살피고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계속 보다 보면 그들이 삶을 얼마나 즐기는지 보인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도 걸어 본다. 그리고 몇 마디를 나눠 보면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 느껴진다. <p.201 >


캠핑은 나를 단순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좋다. 산이든 바다든 일단 가서 텐트를 치고 앉아 있으면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멍하니 해먹에 누워 있거나, 새소리를 듣거나 운이 좋으면 텐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러고 몇 시간 동안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보면 도시에서 과부하 상태였던 몸과 마음을 털어 비워 낼 수 있다. 이때 비로소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결코 내 인생을 제대로 즐기며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친 일상에서 무조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p.214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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