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 프로메테우스의 꿈과 좌절
테리 이글턴 지음, 박경장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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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의 이념에 따라 새롭게 건설된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은 사회주의 체제가 이론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국가 체제란 사실만 확인한 채 도입 100년도 안 돼 무너졌다. 20세기 초반 노동자 농민이 모두 농노의 상태로 전락하는 동안 로마노프 왕조의 제정 러시아는 부정부패에 휩싸여 있었다. 서유럽은 물론 튀르키에와도 늘 대립 관계에 있어 누구 하나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널따란 알래스카 주를 미국에 판매(1867)해 전쟁 자금과 권력 유지에 사용하는 등 대다수 국민들은 농노의 상태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굶어죽는 자가 도시에서도 속출했다고 한다. 지배 계층의 무능과 권력욕은 마르크스가 주장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도화선이 되는 요소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하는 마르크시즘의 기본적 토양이 제정 러시아에서는 이미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레닌이 이끄는 좌익의 다수파(볼셰비키)가 러시아의 10월 혁명을 주도하고 '노동자 농민'의 나라라는 '소비에트 연합' 정부를 세웠다.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왕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들은 혁명 다음해(1918) 처형당했다. 

이 책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는 지난 100여 년간 마르크스에게 들씌워진 철저한 몰이해와 극단적 곡해를 벗겨 내려는 저자 이글턴의 극진하고 핍진한 노력의 소산이다. 이 책은 그동안 부르주아 반동들에 의해 끊임없이 자행되어 온 ‘마르크스(주의) 비판 10가지’를 뽑아서 이글턴이 직접 재비판·반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 이글턴은 논리와 분석을 근간으로 하는 철학자의 방식이 아니라 유머와 위트가 서린 비유로 종횡무진하는 문학비평가의 방식으로써 마르크스의 핵심 쟁점들을 시의적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하게만 느껴질 세간의 정치·경제 비판에서, 이글턴은 아주 활력 넘치는 필치로 읽는 내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생동감을 더해 준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적힌 내용처럼 이글턴은 우리 시대 독보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문화)평론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글턴은 1943년 영국 샐포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신좌파의 대부이자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교 영문학 석좌 교수로 있다. 19세기 이후 영미 문학을 주로 연구하며, 문학사상론, 포스트모더니즘, 정치·이념·종교 등의 분야에서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2011년 첫 판을 펴낸 후 이번 출간된 책은 개정판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개정판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마르크스·엥겔스의 저서가 인용된 경우에는 영어 원서를 독어판 원전과 일일이 대조하여 오류를 바로잡고 번역의 정확성을 기했다. 둘째,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 장에 대제목과 소제목을 넣고, 삽화·사진 등도 추가하여 흥미를 돋우었다. 책 내용에 좀 더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첫 출판된 데에는 영국 BBC방송이 1999년 뉴 밀레니엄 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사상가'를 묻는 조사에서 카를 마르크스가 1위로 선정됐다고 보도한데 힘입은 바 크다. 곧 이어 미국의 TIME지도 마찬가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책의 저자 이글턴은 마르크스 사후 100년간은 전 세계 절반의 국가가 그의 사상을 실험했고, 나머지 절반의 국가는 그를 거의 악마의 화신처럼 여겼다고 말한다. 단연코 인류사에 마르크스만큼 절대적으로 신봉되고 절대적으로 불신된 사상가는 없었다. 그만큼 그는 몰이해되고 곡해되었다는 주장이다.

독자들이 보았다시피 이 책의 표제어를 수식하는 문구에 그리스 신화의 인물 '프로메테우스'가 들어 있다. 원전인 그리스어에서 프로메테우스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Pandora)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이때 동생인 에피메테우스(Epimetheus,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는 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았는데, 이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 사건이 일어나고, 인류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제우스의 장래에 관한 비밀을 제우스에게 밝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코카서스(캅카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저자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는 현재 도전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올바른 이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어에서 언급한 10가지가 각 장에 하나씩 배정된 셈이다. 즉 비판성 가제 혹은 공인된 이론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선 이 책의 각 장의 제목을 보면 마르크스주의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가설이나 비판성 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나열해본다. ① 마르크스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② 마르크스주의는 도그마가 아니다 ③ 마르크스주의는 결정론이 아니다 ④ 마르크스주의는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았다 ⑤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환원론이 아니다 ⑥ 마르크스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었다 ⑦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강박증이 없다 ⑧ 마르크스주의는 폭력 혁명을 옹호하지 않는다 ⑨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⑩ 마르크스주의는 급진적 운동에 기여했다 등이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 〈서문〉의 첫 문장을 "2011년 이 책이 출간된 후 마르크스 사상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 극적으로 확인되었다."고 썼다. 마르크스가 이루려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정부가 실패했다고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저자는 무거운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가 마르크스를 보는 시각은 평등과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라는 마르크스주의의 전제를 목표로 착각하는 데서 온다고 강조하는 듯 보인다. 저자는 이어 쓴 〈서문〉에서 "마르크스는 자유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 영역과 이른바 '시민 사회'(사회적·경제적 존재를 의미하는)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 영역, 예컨대 투표함에서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고 자율적이며 각각 한 표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실제적인 분열과 불평등, 그리고 종속성을 은폐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것은 마치 이런 조건들로부터 정치적 차원이 추상화되어 시민들이 스스로 창백한 가짜 인간(simulacra)이 되는 것과 같다 민주적인 자치정부가 시민 사회 자체-예를 들어 노동자의 자주관리-로 확장되어야만 그 간극이 좁혀질 것이다."(p.5)

즉 마르크스에게 자유민주주의 정치 영역은 완전히 실재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 책 출간 이후 서구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단지 정치 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좌파가 아니라 우파의 포퓰리즘이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된 모순의 한 극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는 2011년 초판 〈서문〉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로 알려진 역사적 대상의 정체-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법칙으로 작동되며 어떻게 종식될 수 있는가-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뉴턴이 중력 법칙으로 알려진 보이지 않는 힘을 발견하고, 프로이트가 무의식으로 알려진 보이지 않는 현상의 작용을 밝혀냈듯이, 마르크스도 우리 일상생활의 이면을 파헤쳐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 알려진 감지할 수 없는 실체를 드러냈다고 저자 이글턴은 말했다. 이 방면에서 보여 준 마르크스주의 저작들의 비범한 풍부함과 생산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르크스주의 유산에 나란히 놓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저자 자신의 생각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소외, 사회적 삶의 '상품화', 탐욕과 공격성과 무분별한 쾌락주의와 점점 확산되는 니힐리즘 문화, 인간 실존에 대한 의미와 가치의 꾸준한 내부 출혈 같은 문제들에 대한 지적 노의 중에서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크게 빚지지 않은 것을 찾기란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장 「마르크스주의는 끝나지 않았다」의 발제문은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르크스주의는 공장과 식량폭동, 광부와 굴뚝청소부, 만연한 빈곤과 집단 노동계급의 세계와 어떤 관련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점차 계급이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유동적인 후기산업 사회와 분명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마르크스주의는 너무 완고하거나 겁이 많거나 착각에 빠져서 세계가 영원히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들의 신념이라고 지적한다.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사회계급론은 21세기 탈산업화시대엔 더 이상 적용 가능하지 않다는 일반적이 비판이 거세다. 이 비판에 대해 이글턴이 말하는 역비판의 핵심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모든 역사 체제 가운데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이 체제에는 이상하게도 정태적이고 반복적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자본은 여느 때보다 더욱 집중되고 약탈적이며, 노동계급은 양적으로 늘어나고, 부와 권력은 엄청나게 불평등하며, 국가는 점점 억압적으로 되어 갔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내적 모순으로 마르크스주의가 거의 두 세기 동안 성찰하고 비판해 온 문제들이다. 그러므로 자분주의 체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1장의 요지이다.

독자는 '마르크스'나 '공산주의'란 이름이 들어간 책은 대학 시절 접한 적이 없다. 당연히 그럴 것이 군사독재 시절 공산주의나 마르크스에 관한 책은 북한의 김일성 사상의 책과 다름없이 금서로 지정돼 출판 자체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서 가운데는 언급한 내용 이외에 중국 공산당이나 마오쩌둥 사상도 금서였고, 심지어 우리 반체제 인사들이 저서 가운데도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쓴 책은 쉽게 읽을 수 없었다. 90년대 군사독재가 끝난 무렵에야 상당히 자유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라는 사회 비판 여론에 의해 관련 책은 잘 출판되지 못했다. 이젠 팔리지 않아서 출판사 측에서 출판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군부독재를 거치고 나서야 이념이나 사상 면에서 크게 자유스러워졌다. 거기에 혼신을 다해 산업화에 매진한 세대들은 OECD 가입, 금융실명제, 해외 여행 자유화 등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행복한 느낌을 만족해 했다. 그러나 지나친 과신이었을까? 다시 교과서에서나 듣던 IMF를 겪고 나서야 현실 경제, 자본주의 경제 등이 걱정하던 부익부빈익빈의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온 국민이 함께 IMF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 부분에서의 도약, 국가 경제력 강화 등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틈내서 읽은 책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허점과 부정적인 면을 하나둘씩 깨닫게 해주었다. 아직 사회주의 체제에 머무르며 국방력만 강화하는 북한, 부분적 경제 개방 정책으로 30년만에 국가 경제력 2위로 올라선 중국, 연방체제는 무너졌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미국과 맛서고 있는 장기 집권하고 있는 푸틴의 러시아 등의 소식은 우리의 경제력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글턴의 저서 중 『더 리얼 씽』이란 문학비평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글턴은 『더 리얼 씽』에서 '미(美)'라는 것이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한 부르주아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이 '미'의 범주가 현대 유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예술이 부르주아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위한 투쟁의 핵심에 놓이게 되면서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 부르주아 사회에서 사회적인 삶의 현상은 사물화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전통적인 철학의 개념인 정체성 개념은 더 이상 가치에 관한 담론들의 적절한 출발점이 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그러한 담론은 관념주의적인 것이 되고 만다. 가치라는 것은 그 자체에 기초를 두거나 직관에 의거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미'의 개념은 그 두 가지 방식에 중요한 모델이 된다는 등의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문학을 평가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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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멍칭옌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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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 성찰을 겸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자신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볼 때도 필요한 질문이다. 이 책 『우리는 왜 공허한가』는 사회는 갈수록 풍요롭고 인간에게 편리한 각종 재화를 제공하는데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물론 각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해 산출할 방법은 없다. 즉 우리가 주로 느끼는 마음의 병이라고 일컫는 우울, 불안, 불만, 공허감, 무관심 등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짚어내는 데는 이유가 같을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에 비해 무기력감(공허감)을 느끼는 빈도가 잦고,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개는 현대 사회가 예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변하고 복잡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현대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부정적 감정이 오래 쌓이다 나타나는 것이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는 의학자나 심리학자들도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일이니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을 터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개인의 어려움을 조명하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도구화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책임은 모호해진다. 돈과 외모가 본질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인간과 삶의 의미가 변질되고, 자아 중심적 삶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개인은 분열과 갈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 멍칭옌은 풀이한다. 저자는 중국 정법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 사회학의 유망한 학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이 직면한 부조리에 대한 그의 예리한 분석과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이 책은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꼽힐 정도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13가지 문제를 화두로 삼으며, 편안한 대화처럼 이야기를 건네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구체적으로 현대인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게임 중독, 외모 강박, 탈맥락화, 알고리즘의 지배, 우울감에 갇힌 일상, 도구로 전락한 집, 물질적 욕망의 과잉, 고령화와 같은 현대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현대인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그 책임을 타인과 시스템에 떠넘기며 무력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저자는 타고난 재치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독창적 판단과 해석에 그치지 않고 뒤르켐, 베버, 푸코 등 세계적 석학들을 논의 속으로 소환해, 함께 문제의 본질을 탐구하며 깊이를 더한다.

현대인들은 왜 삶의 의미를 잃고 온라인 게임에 빠지며, 외모에 불안함을 느끼고, 내 집 마련에 집착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사회병리학’이라는 명칭으로,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단순히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나열하는 대신, 앞서 언급한 우리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13가지 사회 현상을 탐구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외모 강박, 알고리즘에 잠식된 일상, 끊임없는 소비 욕망, 스마트폰 중독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사회학이 제시하는 관점과 통찰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안경’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저자는 현대인의 삶이 복잡한 사회적 구조와 개인적 한계 속에서 갈등을 겪는 현실을 짚어내며, 이러한 문제를 사회학적 시각으로 이해하고 균형을 찾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문제를 탐구하다 보면, 저자가 ‘나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고, 나의 슬픔에 함께 울어준다’는 깊은 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의 〈추천사〉를 통해 중국 정법대학 정치학과 리쥔 교수는 "나와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를 열심히 생각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다르다. 이것이 과연 나에게 정말 문제인지, 그게 만일 문제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벗어나야 하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삶은 천지 차이"라고 전제한다. 

추천사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게임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인지 중독된 사람도 잘 모르고 중독되지 않은 사람도 잘 모른다. 사이버 폭력이 쉽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이 야만적이어서? 아니면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쉽게 야만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것은 과연 우리의 문제일까, 아니면 인터넷의 문제일까? 이건 나의,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자 시스템의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로 사회 체계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에 관한 저자의 독특한 견해가 담겼다. 저자는 사회학의 '3대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은 물론 미셸 푸코, 노베르트 엘리아스, 피에르 부르디외, 게오르그 짐멜, 장 보드리야르와 같은 사회학의 거장들, 그리고 겸직 사회학자로 활동했던 알렉시 드 토크빌, 지그문트 푸로이트, 귀스타브 르 봉 등의 유명 인사들을 책 속으로 초대해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탐구한다. 리쥔 교수가 쓴 〈추천사〉에는 근·현대의 저명한 사회학자들이 이름이 열거된다. 이 책이 그만큼 우리 사회 현상의 깊은 곳까지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독자들이 이 책을 앍는다고 자신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그냥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모범답안'은 아니더라도 해결의 열쇠를 쥘 수도 있다는 말을 암시하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회학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나 추상적인 이론을 내려놓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문제되는 사회 현상이 일어난다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까?"에 대한 답은 대부분 "나의 잘못이 아니다."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하는 원인은 태어난 가정, 거시적인 정책, 주변 사람들이다. 흔히 '집에 돈이 없어서', '전체적인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서',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물음은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부정문과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이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그저 무기력하게 그 상황에 항복하고 싶지 않은 두 마음이 동시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희망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또 근심 걱정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라고, 이로써 신성한 자아의 가치를 실현하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참혹한 현실을 경험하고 이내 좌절한다. 그렇게 현대인들은 삶의 의미와 의미 없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다른 대상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외침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움직이는 기본적인 로직에 관한 읊조림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 사회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과 같다. 이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분업 체계를 통해 돌아가는데 '효율화, 규격화, 전문화'된 것이 특징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물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전례 없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지식, 지식재산권이 곳곳에 넘쳐난다. 이런 현상으로 현대 사회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사람의 도구화'다. 복잡한 분업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업무의 중복성(전문성)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가끔 상실하기도 한다. 현대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무언가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구'로서의 운명을 살아가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전 사회적인 '소외화'다. 소외화란 그 본성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현대 사회는 뭐든지 '돈'을 절대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그것이 단지 '절대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같은 이치로 현대인은 직업과 교육, 심지어 결혼과 가정의 존재 의미와 본래의 목적을 다르게 이해한다. 이렇듯 본질이 변질된 세상은 모든 것이 '실용성'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도구'와 '목적'의 자리가 종종 뒤바뀌거나 엉뚱한 위치에 놓이기 일쑤다. 세 번째 특징으로 저자는 '모순과 분열'을 꼽는다. 현대인은 그 어떤 시대보다 '신성한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아실현',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그것이 성공하는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내 능력과 의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렇듯 이론적인 '이상'과 현실의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삶으로 말미암아 현대인은 심각한 '분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중심'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무한한 '영광'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일단 현실을 보면 이 '전능한 개체'는 삶의 곳곳에서 위축됨을 경험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개인의 의지와 역량을 제한하는 것일까? 저자는 간명한 열쇠를 내놓는다. 한계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로 인함이다. 태어난 가족이 그 이유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류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집'과 '가정' 때문에 삶을 제한 받는다고 한다. 제도와 환경을 이유로 꼽는 사람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지닌 규칙과 질서 때문이라고 탓한다. 모순적이다. 모순적이란 말은 역설적이게도 현대 문명의 도래로 생겨난 학문 체계, 즉 사회학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운명과 관련 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뒤르켐이 강조했던 것처럼 인류는 현대 문명의 시작으로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들어섰고, 앞에서 언급한 '사회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마르크스가 강조했던 '소외화' 현상과 '물신숭배'는 이제 현대인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도구적 이성이 만들어낸 '이성의 새장'을 염려했던 베버의 예언처럼 '시스템 안에 갇힌 노동자'는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3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추상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2부 〈현대인의 공허, 그리고 그 너머〉, 3부 〈존재의 가벼움, 관계의 무거움〉 등이다. 13개의 장에는 「현대인의 공허」, 「게임 중독의 심리」, 「‘알고리즘’-디지털 식민지」, 「21세기의 ‘파놉티시즘’」, 「사이버 폭력」, 「외모의 올가미」, 「‘도장 깨기’ 식 여행」, 「우리가 짊어진 시대의 짐, 집」, 「잔혹한 상아탑의 현실」, 「소비주의-현대 사회의 민낯」, 「고령화와 시스템의 위기」, 「우울은 인류 사회의 전염병」, 「무의식중에 자꾸만 하게 되는 비교」 등을 다룬다. 

우리는 종종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문제가 너무 특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책은 개인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현대인의 고단함과 좌절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겪는 현상임을 이해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 책은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싶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당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친절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멍칭옌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 박사 지도교수. 2003년 난징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중국 정법대학과 칭화대학에서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작 『원류: 사물의 기원과 발전』이 중국 대표 온라인 서점 당당왕에서 사회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팟캐스트 ‘동창시땨오’에서 「사회병리학」, 「산하기」 코너의 패널로 활동 중이다.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에서 진행하는 「인문 교양 상식 100강좌」의 사회학 코너를 담당했으며, 팟캐스트 ‘칸리샹’의 「현대세계 500년: 무엇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는가」의 시즌1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역자 : 하은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 통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했으며, 국내 유수 기업에서 출강 및 기타 번역, 통역 업무를 담당했다. 사랑하는 남편, 두 딸과 긴 중국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중국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말하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가장 빛나는 나이에 싸구려로 살지 마라』, 『기분 좋은 말투 품격 있는 말투』,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청소년 논어』, 『밥 먹여주는 경제학』,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경제학』, 『상위 1%는 빨리 걷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8가지 일에만 집중하라』,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감정대화』, 『하버드 인맥 수업』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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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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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미술보다 재미있는 디자인』이 독자의 관심을 끈 이유는 '미술'과 '디자인'이 태생은 같다는 점에서 설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상업 미술의 영역에서 출발했다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사실 이 두 용어는 거의 같은 의미로 시작했지만 미술이 디자인과 다른 점을 순수예술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디자인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예술이냐, 상업 이미지냐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디자인이란 용어가 예술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디자인이 소비되는 곳에 중점을 두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19세기까지 디자인이란 표현이 예술의 영역에서는 낯설지만 구분되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를 홍보해야 할 필요성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상업 혹은 산업 디자인이란 표현이 잘 쓰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본격 상업 이미지나 제품 이미지에 쓰이기 시작했다. 책의 저자 최경원도 같은 맥락에서 디자인이 출발했다고 말한다. "디자인은 대부분 기업의 이미지나 광고, 패키지 등 상업적인 공간 안에서 상업적인 기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고, 상업성을 넘어서는 뛰어난 가치들을 전달하기 때문에 미술 작품 못지않게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있다."(p.5)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디자인을 살피다 보면 디자인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실험적이고, 예술적일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이를 통해 대중에게는 디자인의 예술적 매력을,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영감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19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서양에서 미술과 디자인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미술이 디자인과 분리되어 고고한 예술의 세계를 지향하게 된 것은 폴 세잔 이후 현대 미술에서부터였다. 20세기 들어서는 미술이 순수의 꽃을 한껏 피우면서 지금까지 음악이나 문학 등과 더불어 중요한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는 동안 미술과 분리되었던 디자인은 자본주의 사회가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상업성의 첨단에서 더욱 세속화되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상업성이 오히려 디자인의 주체적 가치가 더 지켜지고, 예술이 되지 않을수록 사회적 공헌이 커지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디자인과 미술의 극명한 차이는 20세기 들어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 더욱 부각됐다고 저자는 지목한다. 바로 '대중의 엘리트화'이다. 세속의 중추가 되는 게 대중이라 할 수 있는데, 20세기 후반부로 갈수록 대중은 예전의 왕족이나 귀족들보다 더 뛰어난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자본이 독점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견제하기도 하고, 복지와 사회적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세속이 세속으로 머물지 않게 만드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세속에 머물러 있는 디자인에도 당연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실 속에서 이런 대중과 함께하다 보니 디자인도 자연스럽게 질적으로 발전하고 변모하게 된 것이라고 저자 최경원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뛰어난 교양과 취향을 가진 대중의 성향에 맞추면서 디자인도 순수미술 못지않은 가치를 표현하고 대중을 가치로 감동시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순수미술이 초월적인 예술의 세계에 머무는 사이에 현실 속에서 뛰어난 예술성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디자인이 미술보다 더 뛰어난 예술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미술과 비슷하게 시각적인 언어로 가치를 표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에서 그것을 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증거로 내세운다. 디자인은 대부분 기업의 이미지나 광고, 패키지 등 상업적인 공간 안에서 상업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고, 상업성을 넘어서는 뛰어난 가치들을 전달하기 때문에 미술 작품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의 그래픽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인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경쟁력도 있고, 예술적 가치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디자인적 감동을 즐기는 데 아주 적합하다. 저자의 이같은 주장은 일본 문화나 일본 문명 자체를 크게 평가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주장하기 어려운데도 오랜 시간 디자인 연구를 해온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해준다. 실제 일본의 디자인 수준을 알지 못하면서 피해 의식인지 보복 심리인지 일본이 추구하는 것은 모두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하류 취급하는 독자에게 충격을 주기까지 한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미니멀함에 담긴 풍성한 가치〉, 2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디자인〉, 3부 〈시각언어의 힘〉, 4부 〈깊은 문화적 향기를 가진 디자인〉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일본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작품을 설명하면서 일본 디자인의 발전과 변화를 짚어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디자인을 살펴보다 보면 디자인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실험적이고, 예술적일 수 있는지 이론이 아니라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이 미술품 못지않게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려주며,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영감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저자는 집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어엿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 정치권의 느닷없는 비상사태로 국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힘과 능력이 있는 국가로 국제 사회는 전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 다소 진정되기는 한 듯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 때문에 내부적으로 조심스러운 점이 있지만 한 나라의 규모의 경제가 그리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디자인과 미술, 그 중에서도 디자인(일본의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을 펼쳐 일본의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는 점을 확인했을 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독자 개인적으로 과거 우리가 일본에 당한 수치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의 문화가 우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할 듯하다. 과거에는 문화의 주도국이 중국이었고 대륙 끝에 있는 우리와 바다 건너 일본은 교통과 지형의 거리만큼 우리가 앞섰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무인정치를 했던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나서면서 일본은 근대화가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섰다. 그들은 서구 특히 대영제국의 문화를 배우고 학문도 익혔다. 근대화가 빨랐고 동양에서 유일한 선진국 대열에 일찍 들어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옛 생각만으로 우리보다 뒤진 문화 수준이란 말은 그야말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식일 터다. 이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미술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디자인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예술적 의미보다 상품이나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는 기업들의 요구에서 크게 확대되고 발전돼 온 사실도 분명한 듯하다. 미술이 디자인과 분리될 때 미술은 순수미술로, 상업성 디자인은 예술 분야에 끼워넣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설득력이 높다. 그러나 미술도 현대에 들어 사실적 그림보다는 도형이나 이미지 또는 느낌을 화폭에 담는 흐름에 들어서서는 디자인과 분리할 수 없는 모습을 띠고 있다. 디자인이 순수미술의 흐름을 따라간 것인지, 미술이 디자인처럼 변해간 것인지는 일반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예술을 소비하는 대중들이 디자인도 예술이라고 느끼는 한 그것은 예술이 되는 현대에 구분할 이유는 없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런 인식에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더 쉽게 이해되고 의미 파악에도 그림 감상 못지않은 즐거움을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디자인은 재미있다」란 제목의 〈서문(들어가며)〉에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어떤 디자인이 좋은 것인가?」, 「왜 디자인이 미술보다 더 재미있을까?」, 「일본 그래픽 디자인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 「앞으로 디자인은 어디로 나아갈까?」, 「즐거운 디자인은 쉽지 않다」란 소제목으로 구분해 디자인의 이해를 돕고 있다. 미술은 물론 디자인에도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서문〉만으로도 초보가도 읽기 쉽게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차이, 굿 디자인, 디자인이 재미있는 이유 등 디자인의 이해를 충분히 돕고 있다. 「어떤 디자인이 좋은 것인가?」에서 저자는 기능이 뛰어난 디자인을 좋다고 하는 것은 기능이 주는 만족이 다른 것에 비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쓸모 있는 물자가 부족할 때 대개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하는 저자는 기능주의 디자인은 물자가 부족한 저개발 상태나 개발도상국일 때 많이 선호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가 선진국에 들어서면 기존의 디자인의 정의는 정당성을 잃고 새로운 정의로 빠르게 전환한다고 설명한다. 

물자가 풍족해서 삶을 편하게 해주는 디자인이 많아지면 기능적으로 좀 불편해도 기능 이외의 다른 가치를 원하게 되는 인간의 예술의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욕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란 설명을 덧붙인다. 즉 실용적이지는 않아도 가치가 있는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이유를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미학적으로 말하자면 효용성보다는 미적 감흥이 중요시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디자인이 미술보다 더 재미있을까?」. 책에 따르면 순수미술은 화랑이라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만 작동하는데 디자인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우리의 삶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이 미술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워진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만큼 재미있고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은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이 자신의 삶 속에서 재미와 예술을 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화랑에 있는 작품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에서 표현되는 예술성에 환호를 보낸다. 그러니 다자인이 미술보다 재미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가지 독자의 눈을 끌었던 부분은 일본 디자인의 수준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디자인에서 회화와 비교되는 것이 그래픽 디자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제작이 용이하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고차원의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들이 큰 문제 없이 바로 표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그래픽 디자인이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디자인 전 분야 중에서도 앞서나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 그래픽 디자인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매우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 스타일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세계 그래픽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문화적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것. 오랜 역사와 독자적인 개성, 국제적인 인지도, 디자이너의 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왔다 까닭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디자인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현실을 지적한다. 저자 역시 근대 이후 형성된 좋지 않은 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가 배제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와 일본의 위치가 다를 이유가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감춰진 채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듯하다. 독자는 이런 현실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고 이해한다. 이 책에는 일본의 저명한 디자이너와 작품이 적지 않게 소개된다. 대부분 20~21세기 일본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작품과 디자이너들이다. 독자의 관심을 가장 먼저 끌었던 작품은 깔끔한 술병 디자인이다. 토 타쿠 작(作) 「TAKARA SHOCHU SUPER JUN」이다. 디자이너 토 타쿠의 소주 술병 디자인 작품으로 보인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티끌 하나 없이 투명하고 정갈한 술병의 모양이 안에 들어있는 술을 마치 새벽의 이슬같이 깨끗하게 느끼게 해주는 패키지 디자인이다. 옆에서 보았을 때 각이 진 둥근 병의 모양은 청결함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듯한 긴장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리고 병에 최소한의 라벨만 붙여 놓아서 병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 맑고 투명한 느낌이 최대한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정갈함, 청결함은 동아시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미학적 가치로 여겨졌다. 더없이 맑고 깨끗한 자연에 대한 지향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아시아의 미학이 지향했던 가치였다. 그런 자연의 순수하고 청결한 가치를 편안하고 수수하게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된 상태로 지향하거나 보존하려는 경향은 일본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술병의 디자인은 동아시아적인 미감에 입각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본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p.43)

흰색 사각형에 검은색 글자들이 줄을 맞추어서 배처럼 되어 있는, 긴장감 넘치는 라벨의 디자인도 심플하면서도 순수한 청결함에 대한 긴장된 지향을 잘 보여준다. 그냥 보면 단순한 모양의 술병이지만 이 안에는 동아시아적인 미적 가치와 일본적 미적 가치들이 녹아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심플한 디자인이 단지 심플함에서 그치지 않고, 깊은 미적 가치를 환기하고 있다.


저자 : 최경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국민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에서 한국 문화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0년에 현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디자인 브랜드 ‘훗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전3권)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Great Designer 10』『디자인 인문학』 『알레산드로 멘디니』『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Good Design』『디자인 읽는 CEO』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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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역사 이야기
강혜영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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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세계적 기록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특히 500년 역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왕과 신하들의 정치를 기록했다. 세계 역사의 어느 나라도 이 같은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유사 이래 1,000번도 넘는 외침에 시달려 왔지만 기록은 가감없이 빠짐없이 남겼다. 그리고 오늘날 이를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았다. 세계 문명을 이끈 세계의 어느 위대한 제국도 하지 못한 역사 기록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지나간 일들을 기록한 역사지만 《조선왕조실록》은 왕조 시대 정치의 중심이었던 모든 말과 행동, 심지어는 어조(語調)나 제스처까지도 서술했다 하니 지금 봐서는 놀라울 뿐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 문화가 세계를 주도하는 힘을 갖게 된 것도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도대체 어떤 힘이 이제서야 제대로 발현된 것일까? 

이 책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역사 이야기』는 역사의 교훈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강력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 강혜영은 이 책의 소개글을 통해 책의 출간 취지로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격언을 내세운다. 시공간이 다른 시대를 살지만 역사 속 인물들의 고민을 통해 우리가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운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흔히 역사 기록처럼 연대순에서 탈피, 인물들로 구별하고 다루었다. 역사 분류법으로는 〈열전〉에 해당된다. 

역사 속 우리 선조들은 당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오늘날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지침을 전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역사 속 선조들은 후손인 우리 현대인들에게 생생한 기록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는 개개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힘과 의미를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적 사실을 유익하게 전달하고 그 메시지를 널리 공유해온 역사 스토리텔러로서 저자는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과거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별한 삶의 자취를 남긴 선조들의 일화는 우리가 삶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시간의 흐름이나 시대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존 역사책들과 달리 이 책은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과 인물 소개인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판소리에서 쓰이는 '마당'으로 구별해 일체감과 전통적 감각을 되새긴다.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취했기에 '장'을 '마당'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첫째 마당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에서는 한국과 외국의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이회영, 김원봉과 윤희순, 정정화, 그리고 호머 헐버트와 후세 다츠지를 소개하며 한국인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을 강조한다. 첫째 마당에서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바쳤던 선조들의 정의와 끈기, 그리고 용기를 보여준다. 둘째 마당 〈세상을 이롭게 한 나눔의 아이콘들〉에서는 애민정신으로 백성을 구휼한 이지함과 장계향, 장사꾼으로서 큰돈을 벌고 이를 백성들을 위해 사용했던 김만덕과 임상옥, 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서 국민을 지킨 이승훈과 최재형 통해 돈의 쓰임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고찰하고 재물에 대한 철학을 전한다. 셋째 마당 〈역사를 바꾼 위대한 지도자들〉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름을 알린 왕건, 고려 현종, 조선 정조를 통해 지도자로서 성공한 비법을 보여준다. 승리로 이끌기 위한 가치관과 통치 방식, 실패를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 성공에 다다르는 일화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의 모습을 고민해보게 한다.

넷째 마당 〈1인자를 만든 성공한 2인자들〉에서는 정도전과 조준, 이이, 이원익, 하륜, 한명회 그리고 박문수와 정약용을 통해 1인자가 아님에도 권위를 가지고 성공할 수 있었던 방법을 전한다. 이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특징을 파악하고 나와 시너지가 나는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 탐색해본다. 다섯째 마당 〈사상과 예술의 위대한 선도자들〉에서는 사상가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백성들을 위로하는 데 사용했던 원효와 의상, 여성이 이름을 날리기 어려운 시대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펼쳤던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일화를 서술한다. 사회의 고정관념이나 물질적인 것을 쫓기보다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사는 삶이 지니는 가치를 살펴본다. 여섯째 마당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의 경계인들〉에서는 고선지와 이정기, 장보고와 최치원, 그리고 수많은 귀화인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한 일화를 전하며 결국엔 그들의 노력은 빛을 발휘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는 점을 설파한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씌어진 이유다. 〈부록〉에서는 모든 인물에 대한 사진과 약력, 그리고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치적 지도자, 성공한 2인자, 세상을 이롭게 한 이들, 사상가와 예술가, 독립운동가, 경계인 등의 주제를 대표하는 선조들의 사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가치관, 꿈과 시련, 도전과 실패 그리고 죽음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에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시련을 겪고 고민하며 실패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내고 해결했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처럼 우리에게 조언을 남기고, 좌절 속에서도 일어날 힘을 전달한다. 선조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도 돌아보고 성찰함으로써 교훈을 얻는다는 것이 이 책의 출간 목적이기도 하다. 본문에는 각 인물들이 남긴 명언을 강조해, 그들의 생각을 보다 직접적이고 깊이 느낄 수 있도록 기술하고 있으며, 각 인물의 서사에서 우리가 자문해볼 만한 질문들을 제시한다. 이런 질문들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감으로써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인물들의 일화는 우리 삶의 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특히 스토리텔링에서 쓰이는 일화 형식의 사건 전개는 역사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게 한다. 〈부록〉에서는 이 책의 역사적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약력과 업적을 인물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지혜와 용기, 통찰, 그리고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책의 첫 페이지에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교훈이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실었다. 그러나 지나간 교훈적 역사를 되풀이 공부하다 보면 깊이 들여다볼수록 생각이 갇히는 수가 있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저자는 또한 역사 이외의 다양한 활동으로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새롭게 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라는 지식을 내 삶으로 가져오게 해주는 것은 역사 자체라기보다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 역사 분석의 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선 말 근대화도 이루지 못한 채 일제의 강제병탄으로 조선은 멸망했다. 일부 대신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부를 보답받고, 일제에 조선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 이른바 을사오적의 매국 행위다. 경술국치(1910) 이전 외교권을 되찾으려는 일부의 노력과 의병들의 목숨을 건 활동으로 조선의 멸망은 다소 늦춰졌지만 결국 19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완전히 일제의 손에 넘어갔다. 우리의 국권과 국민을 지키려는 이들은 만주와 상해 등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펼쳤으나 무소불위 일제의 야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중국과 아시아 전역으로 뻗치던 일제의 식민지 정책은 점점 강화되었고, 강력한 군국주의로 변모해 갔다. 그러나 우리 독립지사들의 끈질긴 저항과 무장 투쟁은 계속되었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순국하기도 했다. 36년의 기간 중 한일병합 직전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1909) 안중근은 가장 널리 우리의 독립정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재판 과정과 일제에 대한 당당한 주장들이 외국에 알려지기를 꺼리던 일제는 가능한 한 빨리 그의 사형을 집행했고, 철저히 비밀리에 그의 유골의 위치마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의 유해는 지금도 찾지 못해 해방된 조국으로 안치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철두철미하게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밖에 이회영과 김원봉도 조국 독립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제대로 된 대우에는 미흡했다. 또 일부 여성 독립운동가들과 외국인과 일본인이 우리나라 독립 투쟁에 많은 힘을 보탰다고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는 일부만을 다루지 못했지만,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해방 후 뒤이어 터진 이념 전쟁인 한국전쟁과 친일 세력의 재등장으로 독립운동가들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일이다. 뒤늦게 반일 투쟁이 반공 투쟁으로 전환됨으로써 분단 조국의 통일 문제가 더 시급한 실정으로 바뀌었다. 어느 정도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해 먹고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뀐 지금, 축적된 민족 의식은 세계 만방에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데 일치된 힘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독립과 통일에 목숨을 바친 분들께 고개 숙여 뜻을 이어 받겠다는 다짐하는 계기도 된다.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기술한 조선시대 역사 이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게 지적되지 않은 탓에 지금도 역사학자들은 조선 이전의 인물들에 대한 끊임없는 발굴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고구려 유민 고선지와 이정기에 대한 이 책의 내용도 상당 부분 연구가 된 탓에 이 책에 실릴 수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신라 시대의 장보고와 최치원의 활동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을 위협했던 강력한 고구려는 668년 나당(羅唐)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당은 고구려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고구려 유민들은 짐승처럼 당으로 끌려갔고, 그들의 삶은 노예보다 처참했다. 

그렇게 끌려간 고구려 유민 가운데 중국을 뒤흔든 인물들이 있다. 우리 역사에는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고선지와 이정기이다. 고선지는 실크로드를 지배했고, 이정기는 산둥반도를 지배한 영웅이었다. 그들의 서사가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 강혜영은 이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고선지는 중국에서 영웅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탐험가로 아시아를 연구한 오렐 스타인은 『극오지 아시아』에서 고선지를 "고선지야말로 나폴레옹과 한니발을 능가하는 뛰어난 장수다"라고 칭송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군대를 이끌고 피레네산맥과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이아 북부로 침입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로마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장군이다. 나폴레옹도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오렐 스타인은 왜 고선지를 한니발과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장수라고 평가했을까? 

고선지는 고구려 유민인 고사계 장군의 아들이다. 당으로 끌려온 고구려 유민의 상당수는 서쪽 사막 지대의 황무지를 개간하고 이민족의 침입을 막아야 했다. 이런 노예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군인이 되어 출세하는 것이었다. 제국으로 성장한 당은 이민족에게 포용적이었다. 이민족 출신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인정받을 기회가 있었다. 당의 역사서 『구당서』 고선지 열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들이 남아 있다. 

"고선지 장군은 용모가 반듯하고,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능력이 뛰어나며, 용감하고 결단력이 있다."(p.238) 저자는 고선지가 제위 장군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특히 서역 쪽의 돌궐과 토번을 넘어 중국의 광활한 영토 개척을 통해 당의 국세를 크게 떨친 내용을 당의 역사서를 통해 책에 기술하고 있다. 

또 고선지보다는 낯선 이름이지만 이정기에 대한 이야기도 당 제국의 광활한 영토를 총괄했던 인물로 당 역사서를 통해 찾아내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고선지가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다 누명으로 죽임을 당했다면, 이정기는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우리 역사서에는 그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당의 역사서 『구당서』와 『신당서』에는 이정기 열전이 있다. 열전이란 왕을 제외한 영웅들의 전기를 뜻한다. 최남선은 『국민조선역사』에서 이정기를 중국 내 광대한 지역을 총괄했던 고구려 유민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사에서 이정기의 영향력은 막강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 황제는 물론 무엇보다 휘하 부하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안녹산의 난 때 모함으로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부하들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다시 되살아 난 인물이다. 이정기 안녹산을 지지하던 세력들을 몰아내고 청주와 치주를 차지하며 그곳의 지배권을 인정받는 치청평로절도사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절도사였던 후회일의 모함을 받아 오히려 감옥에 갇히지만 부하들이 들고 일어나 이정기를 구하고 절도사를 몰아낸 뒤 이정기를 그 자리에 앉게 도왔다고 한다. 이후 이정기는 위구르 출신 장군도 제압하고 부하 10만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그의 이름 '정기(正己)'라는 이름도 황제로부터 하사받았다. 그가 다스리는 영역은 통일신라에 맞먹었고 인구는 540만으로 통일신라의 450만보다 오히려 많았다고 저자 강혜영은 서술하고 있다. 

치청의 근거지인 산둥지역은 비옥한 농토는 물론이고 중국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소금 산지였다. 당시 소금의 중요성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재원이었다. 또 중국 전체 철과 구리 생산량의 10%가 이 지역에서 나왔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정기는 당과 신라·발해를 잇는 중계무역으로 큰 부를 쌓았다. 특히 발해의 수출품인 명마를 사들여 경제적 이득은 물론 기병 양성에 큰 도우을 받았다. 이정기가 다스린 번진은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이루며 일대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았다.


저자 : 강혜영


유튜브 채널 〈일상의 인문학〉의 ‘강혜영의 친절한 역사 이야기’에서 100회 이상의 역사 강연을 올리며 다양한 외부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새하늘을 열어가는 독서교육’에서 역사 독서 관련 워크북 제작 및 교육 활동을 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외래교수로 활동했다. 현재는 경일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역사교육과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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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가 되기 위한 리셋 혁명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서승범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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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사회의 흐름과 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사회 변화의 빠른 속도는 제1차 산업혁명에 의해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해 각종 재화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공업이나 가내공업으로 만들어지던 생활필수품 등 각종 재화가 시장에서 대량 소비가 예상되는 물건들을 무한 생산하면서부터 예고된 변화다. 당연히 재화의 24시간 생산이 가능해지고 가격도 내려감으로써 대량 소비를 유도했다. 이는 자본주의 시대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화폐가 일반화되고, 재화와 비용을 감당할 화폐가 금은 중심에서 종이로 바뀌면서 사회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이를 학자들은 "빠른 속도로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에는 디지털 시대에 인공지능(AI)이 더해져 매일 쏟아지는 정보가 무한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엄청난 정보가 쏟아진다. 이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가 필요한 시대다. 이처럼 급하게 변하는 사회에서 사회 최상층으로 불리워지는 '상위 1%'는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책 『상위 1%가 되기 위한 리셋 혁명』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른바 사회의 하이클래스에 도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과 방법을 살펴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점을 부각해 알려준다. 특히 저자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현직 교육자로서 일본과 한국 등 '성숙사회'에서의 상위 1%가 되는 제시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은다. 저자는 성숙사회의 우리들은 지금 조직과 개인의 관계가 바뀌게 된다고 강조한다. 즉, 조직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으로서의 희소성을 연마하지 않으면 돈벌이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 사회가 심화될수록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가 아니면 SNS에서 아무리 어필을 해도 소용이 없게 된다. 비즈니스맨도 상하 양극화되는 사회로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투명한 시대에서 먹고사는 데 걱정 없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100명 중 1명의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럼 샐러리맨이든 공무원이든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저자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언젠가 사장이나 간부가 되고 싶은 조직형 인간인지, 혹은 일의 성취감을 더 중요시하는 개인 사업가를 지향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공적인 조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사람인지, 4개의 타입으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세밀하게 노하우를 알려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희소성을 높여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제는 학벌이나 연줄보다는 어느 분야에서든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 적성에 맞으면서도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평생 일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경쟁력과 희소가치를 지닌 자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상위 1%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다. 이 책이 그러한 시도와 준비에 구체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저자는 상위 1%가 되기 위한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3가지 조건’에서 예상치 못한 조건을 내세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어렵고 처음 들어보는 일을 의미하지 않아서 예상치 못한 것이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3가지 조건에 대해 ① 파친코를 하지 않는다. ② 모바일 게임을 일상적으로 하지 않는다. ③ 한 달에 책을 1권 이상 읽는다.를 주장한다. 이 3가지가 상위 1%가 되기 위한 공통적인 조건이라니 매우 쉬운 일이다. 누구나 가능하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만큼 사회 문제가 되어 있는 일인지 모르지만, 의외의 조건이다. 더욱이 저자는 이 3가지조차 충족되지 못하면, 스타트라인에조차 설 수 없다고 역설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조건(전제)이지 결코 충족조건은 아닌 셈이다. 다만 이 책이 전제로 내세우는 조건 등 많은 설명에서 수치가 자주 언급되는데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사회적 병리 현상도 다를 텐데 일괄적으로 적용 가능할지는 독자가 읽고나서 판단할 몫이다.

저자는 〈서문(프롤로그)〉을 통해 "슈퍼 엘리트와 그 외의 사람들, 비즈니스맨도 상하 양극화되는 사회로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글로벌한 슈퍼 엘리트를 많이 예찬한다. 일본의 엘리트 비즈니스맨 중에는 외국계기업에 취직해 높은 수입을 얻는 사람도 있고, 해외에 진출해 현지인들과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사람도 있고, 해외에 진출해 현지인들과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지금까지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로 규정한다. 이 슈퍼 엘리트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슈퍼 엘리트에 함께 올라서려면 지금은 경제외적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대가 신중산층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심으로 행복의 가치를 돈이 아닌 방법으로 찾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 수준의 국가들이 삶의 보람을 일 중심이 아닌 가족,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 혹은 인터넷을 통한 활동이나 사회공헌 같은 일로 가치를 찾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혼자 살면서도 외롭지 않은 삶을 추구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를 '권력(월급쟁이) 지향'의 중심, 즉 출세만이 목표인 사람들이 과거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프로(독립) 지향'의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돈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갈 것인가, 아니면 인간관계 활동이나 사회공헌 등을 중시하는 '경제외적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권력 지향'을 목표하는 회사조직에 남아 출세를 꿈꿀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조직이라는 범위에서 벗어나 스킬 획득을 위해 '프로 지향'적 삶을 영위할 것인가. 어떤 길이 최상의 선택인지는 아무도 없다. 자신의 가치관과 지향에 따라 멋진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둡고 어두운 낯선 길에서 빛도 나침반도 없다면 얼마나 불안할까요? 이 책이 어둠 속 독자들의 손에 들린 지도와 나침반이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슈퍼 엘리트 이외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한 최고 핵심사항, 그것은 상위 1%, 즉 '100명 중 일인지', 희소가치에 속한 사람(rare)이 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경제적 가치×권력 지향(CEO 타입)〉, 2장 〈경제적 가치×프로 지향(개인 사업가 타입)〉, 3장 〈경제외적 가치×권력 지향(공무원 타입)〉, 4장 〈경제외적 가치×프로 지향(연구자 타입)〉 등이다. 저자는 7가지 조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상위 1%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7가지 조건이란 '2의 7제곱'이란 저자만의 계산법이다. 즉 7가지 관문을 말하는 것으로 2의 7제곱이란 매우 간단한 수식이고, 따라서 간단한 조건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쉬운 일은 아니다. 2의 7제곱은 '128'이다. 따라서 7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하는 조건은 128분의 1에 해당한다. 이것은 단순 수치상의 비교일 뿐 첫째 관문은 모두 동등한 사람들이지만 두 번째 관문은 첫째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과의 관문이다. 훨씬 어려운 상대와 맛서야 하는 것이다. 

제1장에서는 ‘파워’를 추구하는 사람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작업이 아닌 일을 한다, 자신만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이나 협상 능력을 갖춘다 등, 회사 내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하는 4가지 조건을 담았다. 제2장에서는 ‘기술’을 추구하는 사람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 시간으로 기술을 체득하는 요령이나 개인 사업가가 되기 위한 심리적 포인트 등을 담았다.

제3장에서는 ‘연결’을 추구하는 사람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설명한다. 어쩌면 낭비라고 생각될 수 있는 시간을 견디거나 일 외의 부분에서 타인의 신임을 얻어 이 조건에서 성공하는 일인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담고 있다. 마지막 제4장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수록했다. 이 장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 등이 담겼다.

이 책이 담고 있는 3가지 공통 조건에 대해 잘 숙지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를 제대로 읽어내는 바탕이다. 앞서 언급한 조건을 간단한 키워드로 분류하자면 ① 시간 ② 중독 ③ 독서 등 3가지다. 시간과 독서는 쉽게 수긍이 되지만 '중독'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에서 모바일 게임을 들고 있지만 모든 종류의 중독에는 지나치게 몰두하고 몰입해 상습적으로 반복함으로써 헤어나오기 힘든 상태에 빠지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일 중독 등 생명체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는 모든 약물과 오락 등이 이에 속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인사 채용자로서 전철 안에서 모바일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을 채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일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이런 중독 상태의 사람을 회사에 채용할 수 있겠는가를 따져본다면 너무나 쉽게 배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은 휴식이나 일에 있어서도 시간을 쓸모없는 일에 버리는 셈이기 때문에 발전의 한계가 분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은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시간 관리'와 관련이 있다. ① 시간의 경우 유럽이나 일본, 한국처럼 성숙사회에 접어들면, 파친코족과 파친코를 하지 않는 사람은 명징한 차이를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경우 파친코이지만 유럽에서는 아직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는 점을 저자는 예로 들고 있다. 지배층은 피지배층에게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피지배층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적은 돈을 도박을 위해 쓰게 된다. 따라서 주 단위로 임금을 지불하고, 그 주에 돈을 다 쓰게 만든다고 한다. 유럽의 임금노동계의 현실로부터 증거된 사례를 들고 있다. 유럽의 피지배층이 베팅 오피스를 찾는 이유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들 피지배계층이 파친코장으로 몰려든다고 주장한다. 

파친코족과 파친코를 하지 않는 차이에서 저자가 차이를 끌어내려는 것은 시간 관리다. 이 책에서는 '시간 매니지먼트 능력'이란 표현을 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의 평등한 자원이며 보물입니다. 돈과 인맥이라는 자원은 소유자와 무소유자로 나뉘어 어쩌면 처음부터 불공평합니다. 또 상황에 따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그럴 재주가 없습니다. 다른 상황,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선물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라는 보석입니다.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p.46)

자신이 마음속 깊이 열중할 수 있는 것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인제 그만둬라”라는 말을 들어도 절대로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을 압도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모르는 사이 습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언젠가 비즈니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들어 언젠가 각광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p.216)


저자 : 후지하라 가즈히로(ふじはら かずひろ, 藤原 和博)


‘조례만 하는 학교’ 교장이며 교육 개혁 실천가로 활동 중이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8년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주식회사 리크루트에 입사했다. 도쿄 영업 총괄 부장과 신규 사업 담당 부장 등을 역임했다. 1993년 유럽 주재를 거쳐 1996년 리크루트의 펠로로 활동하며 성과를 거두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도쿄 의무교육 최초의 민간 교장으로 스기나미구립 와다중학교의 교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나라시립 이치조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온라인 학교 ‘조례만 하는 학교’를 개설했다. 저서로는 『인생의 마지막 교과서』, 『언덕 위의 언덕』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서승범


서울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 외국어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사히 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후, 광고업계 사관학교라 불리는 두산그룹 오리콤에 입사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덴쓰와 협업하며, 대전 엑스포 프로젝트를 성공 적으로 지휘했고 이후 덴쓰 합작회사인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에서 한일월드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시통역가, 번역가, 작가, 리딩 퍼실리테이터, 코치, 컨설턴트, 기업가 등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 30년 경력의 일본업계통으로, 일본 비즈니스를 꾸준히 배우고 가르치며 컨설턴트와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 비즈니스 53가지 성공 법칙』을 출간했고, 후지하라 가즈히로의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 간다 마사노리의 『비상식적 성공 법칙』을 번역하고 다수의 책을 자문하고 감수했다.

트러스트코칭스쿨 한국 대표코치 | 나홀로비즈니스스쿨 대표.

간다 마사노리 국내 유일 비즈니스 파트너.

리드포액션 독서 모임의 국내 최초 리딩 퍼실리테이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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