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인지법(觀人之法), 사람을 보고, 쓰고, 키우는 법 - 사람을 알면 세상을 얻고, 알지 못하면 세상을 잃는다
임채성 지음 / 홍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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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법'을 알아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실 책 한 권 읽고 하루아침에 '사람 보는 능력'이 생길 수는 없다. 그러나 관찰하며 판단하는 능력은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

이 책은 '관인지법'에 대한 많은 지식과 영감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많은 고전에서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내용이 담긴 것을 발췌한 것이다.

어차피 중국 고전을 두루 섭렵할 한문 해독 능력도 없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 독자로서는 이 책이 고맙기만 하다.

더욱이 저자 임채성에 대한 안내조차도 학벌, 경력 등을 쏘옥 빼고 '40대 후반의 남자', '저녁형 인간' 정도로만 소개한다.

독자들에게 저자의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내용에 몰두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관인지법(觀人之法), 사람을 보고, 쓰고, 키우는 법》은 5천 년 중국 역사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용인술로 천하를 호령했던 리더들의 치인(治人)의 지혜를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수많은 리더가 고민하는 지인(知人)과 용인(用人)의 해법을 제시하는 셈이다.

책은 공자의 ‘지인지감(知人之鑑)’, 제갈량의 ‘지인지도(知人之道)’, 강태공의 ‘팔관법(八觀法)’ 등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 및 한 고조 유방, 유비, 당 태종과 현종 등의 인재 식별법과및 활용법,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재의 조건 등을 중국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칼이 아닌 머리로 싸우는 ‘두뇌 전쟁’의 시대를 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및 리더의 자질에 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재 때문에 고민하는 리더들의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5천 년 중국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치열한 삶을 통해 인재경영에 관한 깊은 내공 역시 기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직 리더는 물론, 리더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놓쳐서는 안 될 지인과 용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리더와 조직이 “쓸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아우성치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조직과 리더를 향해 “용인술이 없다”라며 오히려 혀를 찬다. 리더의 능력이란, 결국 ‘사람 쓰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천하 제패를 다투었던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쓸 줄 아는 리더가 결국 천하를 얻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능력과 역량이 절대 아니다.

사람을 잘 알아보고, 중용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진정한 차이를 결정한다. 리더들이 말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의 공통점은 말만 믿고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술, 색, 감정 등을 자세히 관찰해서 사람됨을 살피며, 주위의 평판을 고루 참고해서 평가하되, 다양한 질문과 테스트로써 능력과 역량을 평가해 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검증된 인재를 등용해 중용하면 국가와 조직은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게 그들이 말하는 지인과 용인술의 핵심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용인술은 옛날뿐만 아니라 복잡한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책 속의 인재들이 어떻게 발탁되고, 능력을 발휘했는지, 혹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보면서 그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부터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 하여,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자질로 꼽았다.

하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인재를 얻으면 천하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을까. 그만큼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공자는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시기소이(視其所以).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잘 살펴야 한다. 말과 행동을 잘 보고, 그렇게 하는 까닭이나 이유를 알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둘째, 관기소유(觀其所由).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남의 말을 함부로 듣지 말라는 뜻 역시 포함되어 있다.

셋째, 찰기소안(察其所安). 말과 행동의 원인을 알았다면 그것이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서 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즉, 품성과 사람 됨됨이를 살펴야 한다.

사람을 볼 때는 ‘시(視)’가 아닌 ‘관(觀)’과 ‘찰(察)’의 관점으로 살펴야 한다. ‘시(視)’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라면, ‘관(觀)’은 저울의 눈금을 살피듯 세세하게 살피는 것이며, ‘찰(察)’은 본질까지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사람을 속속들이 알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고 깊이 헤아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인재를 보는 안목이 인재 활용의 기초라면, 인재관리는 인재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옥석을 가린 후에는 능력을 잘 헤아려서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재경영의 4가지 철칙이 있다.

인재는 직접 찾아야 하며(知人), 찾았으면 써야 하고(用人), 능력에 맞춰 소중히 쓰고(重用), 썼으면 절대 의심하지 말고, 믿고 맡겨야 한다(委任)는 것이다.

인재와 범재를 한눈에 구분하고, 능력을 헤아려서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높은 연봉을 주고, 핵심 요직에 앉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은 그릇이 필요한 곳에 큰 그릇을 대신 써서는 안 되듯, 큰 그릇이 필요한 곳에 작은 그릇을 써서도 안 된다.

나아가 썼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 의심하는 리더는 사람을 절대 키울 수 없다.





리더는 8가지 자질을 지녀야 한다.

첫째, 리더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 능력을 지녀야 한다.

둘째, 리더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셋째, 리더는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 앞에서는 충성하는 척하고, 뒤돌아서서는 조직을 배신하는 사람은 리더가 절대 될 수 없다.

넷째, 리더는 높은 인격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리더는 청렴하고, 물욕이 없어야 한다.

여섯째, 리더는 절개가 있어야 한다.

일곱째, 리더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은 뒤로 물러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앞장서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리더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유혹에 강해야 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로서 결정적인 결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강태공의 ‘팔관법(八觀法)」 중에서





첫째, 옳고 그른 것에 관해 물음으로써 시비를 가리는 능력을 살핀다.

둘째, 일부러 궁지에 몰아넣어 임기응변 능력을 살핀다.

셋째, 어떤 책략에 관한 의견을 물어서 식견을 살핀다.

넷째, 위기상황을 알려주고 그것에 맞설 용기가 있는지 살핀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해서 본성을 살핀다.

여섯째, 이익을 제시해서 청렴한가 아닌가를 살핀다.

일곱째, 기한이 정해진 일을 맡겨 신용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 「제갈량의 ‘지인지도(知人之道)」 중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는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릇이 작은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낼 수 없듯, 그릇이 큰 사람에게 작은 일을 맡기면 곧 의욕을 잃기에 십상이다. 따라서 작은 그릇이 필요한 곳에 큰 그릇을 가져다 써서는 안 되며, 큰 그릇이 필요한 곳에 작은 그릇을 써서도 안 된다.

- 「인재 관리의 고수, ‘방현령의 인재관리법」 중에서





첫째, 시기소이(視其所以).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잘 살펴야 한다. 말과 행동을 잘 보고, 그렇게 하는 까닭이나 이유를 알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관기소유(觀其所由).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여기에는 남의 말을 함부로 듣지 말라는 뜻 역시 포함되어 있다.

셋째, 찰기소안(察其所安). 말과 행동의 원인을 알았다면 그것이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서 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즉, 품성과 사람 됨됨이를 살펴야 한다.

- 「공자의 사람을 보는 기준」 중에서

사람의 자질을 살필 때는 가장 먼저 평담(平談, 고요하고 깨끗함)한 지를 보고, 그 후 총명한지를 살펴야 한다.

또한, 주어진 상황이나 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그가 가진 뜻과 자질을 판단하는 한편,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서 군자인지 소인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예를 들면, 소인은 마음속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면 기뻐하고,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원망한다. 이때 기뻐하고 원망하는 근거를 파악하면 그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즉, 물질에 기뻐하고 원망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명예에 기뻐하고 원망하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다.

- 「중국 황제들의 인사 교과서『인물지』, ‘사람을 보는 기준」 중에서





저자 : 임채성

남자, 40대 후반, 저녁형 인간.

겨울과 눈, 이상의 글을 좋아한다. 뇌를 긴장시키는 서늘한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한때는 역사서와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지만, 지금은 철학과 고전을 공부하면서 ‘하루 한 줄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물간 젊은 시절의 영웅담을 추억하고, 무조건 내 생각만 옳다고 강요하는 ‘꼰대’가 아닌 인생의 의미와 지혜를 올바로 깨우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어른’으로 살고 싶어라 한다. 지은 책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보인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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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세상의 모든 건 망설이면 품절!
최정원 지음, 유별남 사진 / 베프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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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이다.

작가가 제목으로 차용한 '품절된 하루'란 하루의 시간이 모두 흘러가 남은 시간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밤의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쯤을 의미하리라.

그래서 책 표지도 별이 무수히 떠 있는 밤하늘을 택한 것 같다.

우리는 품절이란 단어를 ‘품절 대란’, ‘품절 임박’, ‘조기 품절’ 같은 표현에서 많이 들어와 익숙하다.

요즘에는 이미 임자가 있어서 품절된 아까운 남녀를 가리키는 ‘품절 남녀’라는 신조어로 사람에게까지 그 범위가 넓혀지기도 했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시간을 하루로, 삶으로 품절을 연결시킨다.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시간 그리고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는 게 순리다.

그러니 후회 없이 살아보자는 것이 작품의 의도다.





이 책은 아픈 기억이든 기쁜 기억이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 꺼내어 보는 것은 물론, 서툰 새 삶의 일상들을 그림 그리듯, 노래하듯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다.

처음으로 살아 보는 삶이니 서툰 점도 많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글에도 말이다.

그러나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게 마련. 작가는 자신이 걸어왔던 길로 되돌아가 보는 것이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되돌아가서 발견한 아주 사소한 기억에 숨겨져 있던 것들, 잊고 지낸 것들이 주는 소중함의 또 다른 의미를 느껴 보자.

작은 것, 순간에서 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오늘’이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젊고 따듯한 선물이 될 것이다.

최정원 작가의 오랜 지기 유별남 사진작가의 시선이 담긴 멋진 사진 작품들은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되어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삶의 빛을 더욱 밝혀 준다.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후회하고 살아가기를 반복한다.

삶이 충만하려면 그저 자기답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남과의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할 때 후회 없는 삶을 기대할 수 있다. 소소한 삶, 소박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의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것. 나답게 살아보기 위해 아주 사소한 기억에 숨겨져 있던 것들, 잊고 지낸 것들이 주는 소중함의 또 다른 의미를 느껴 보자.

그렇게 천천히 마음의 빛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자신이 어느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 무엇을 잃고 얻었는지, 무엇을 잊고 지냈는지 그리고 무엇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이것이 앞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향키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품절된 하루를 후회 없는 삶으로 남기기 위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말하며 살다 보면 금세 이룰 것이다. 완벽한 하루를.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고통이나 괴로움 없이 늘 행복하다면 사는 것이 얼마나 쉽고 즐거울까.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단 한 번의 삶만 주어진다.

우리의 삶도 재입고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아등바등 살지는 않을 텐데….

그러니 애초에 후회할 일은 벌이지 말자. 망설이면 바로 품절되어 버릴 삶의 기회를 냉큼 잡아 보자.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어물쩡대다가는 놓쳐 버리기 일쑤.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이 책은 품절된 하루, 즉 오늘은 이미 지났지만 다시 찾아오는 내일의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데, 일상에서의 행복 찾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인생에 완벽한 하루는 찾아올 것이다. 언젠가는.

“결대로 숨 쉬는 나무처럼, 달만 생각하는 달맞이꽃처럼, 빛을 찾아 걷는 나무처럼,나무를 내려다보는 별의 마음처럼, 신의 선물처럼, 새콤달콤한 추억처럼,모든 하루가 낯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랑의 향기처럼, 참 다행인 오늘처럼, 꽃에 물 주는 마음처럼, 신비한 타인의 마음처럼, 모노드라마의 품격처럼, 보랏빛 사랑초 맑은 향기처럼,함박눈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바람에 스민 [Oh My Love]를 내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까?

거실 조명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후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어. 또 다른 감정 하나와 순간을 마음속에 숨겨 둔 채.

우리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을 때 왜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지….

미련 따위는 오래전에 접어 두고 멍청한 겨울 꽃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래서 내일을 꿈꾸지 않고 삶을 관조하는 고양이처럼 밍밍하게, 건조하게 지내는 건 아닌지.

아무튼,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간다.

“견딜 수 없는 기억의 유적처럼! 그리고 Oh My Love.”

- 「Oh My Love 그리고」 중에서





요즘 나는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안 해 본 것 해 보기, 안 먹어 본 것 도전하기, 안 가 본 곳 가 보기. 미리 걱정하지 않기,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사람 미워하지 않기, 남녀 간의 감정은 접어 두기 그리고 이제 나를 사랑하기…. 한마디로 그냥 보고 느끼기. 삶을 곰곰 뒤돌아보니 사랑하던 사람은 나를 떠나갔고, 미워하던 사람은 나중에 친해지고,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부와 명예, 성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원하지 않았던 온갖 병과 고통은 끊이지를 않고 다가왔다.

한마디로 내 뜻대로 되는 건 많지 않다는 걸 조금 알게 되었다.

진심, 성공, 사랑이란 것, 두려움이란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믿는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10분 뒤, 한 시간 뒤, 내일, 일 년 후, 내 생각과 발길이 어떤 장소와 사건, 사람에게 향할지 궁금하고 설렌다. 음식점을 나오며 벽 유리에 비친 나를 본다.

나는, 당신은, 우리는 지금 가장 예쁘고, 잘생기고, 멋지다.

오늘은, 여전히, 젊으니까.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다시 만들어 간다!

아무튼,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첫 경험처럼 설레게!”

- 「첫 경험 누구나 떨려!」 중에서





비가 내린다. 우이천을 따라 40여 분 산책을 한다. 동네 작은 책방에 들른다. 묵은 책 향기가 가슴 속에 스며든다. 숨을 멈춘다. 책 한 권을 산다. 온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이름 모를 키 작은 들꽃이 눈에 스며든다. ‘향희’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물소리가 귀에 스며든다.

‘숨’이라고 나직하게 불러 본다. 집 앞 처마 밑,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자아이를 본다.

빗속에서도 ‘작은 별’이 빛나는구나! 비가 그친다. 별을 사진에 담는 벗에게서 전화가 온다. 맑은 목소리로 오늘 강원도 ‘은비령’에 간다고 한다.

‘향기로운 숨’ 이야기를 나눈다. 눈을 감는다. 말없이 제 속마음을 태우는 별빛을 느낀다. 자작나무 가지를 감싸 주는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별을 마음에 담고 있을 벗의 표정을 그려 본다. 오늘밤은 자작나무 숲 향기에 물들겠구나!

행복은 젖지 않는 마음을 만나는 것,

스며드는 것!

아무튼,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간다.

“마음속에 접어 둔 향기처럼!”

- 「행복은 젖지 않는 마음이 스며드는 것」 중에서





저자 : 최정원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장과 주간을 지냈다. 다수의 중앙일간지와 잡지에 칼럼을 썼고, 기자아카데미 및 공공기관에서 잡지기획, 출판기획 및 디자인 강의를 했다.

대학에서 출판기획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말하며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저 하늘 별사탕의 속마음을 헤아리면서 실질적인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 그래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지은 책으로는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등이 있다. 지금도 ‘후회!’라는 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며 일상에서의 행복 찾기에 매진 중이다.

사진 : 유별남

동국대학교에서 조각으로 미술학 학사, 상명문화예술 대학원에서 포토저널리즘으로 예술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8년 갤러리 ‘류가헌’에서 제주도의 4·3사건을 소재로 한 사진전 『빗개』를 열었고, 7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10여 회 출연했고, 사진집 『NEVER STOP』, 에세이집 『길에서 별을 만나다』, 『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등이 있다.

인간들이 갈망하는 세상의 조각들을 자연과 인간을 통해 작가의 역사가 녹아든 시선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세계 속에서 체득한 사진을 전시회와 출판, 교육 활동을 통해 세상에 풀어 놓고 있다.

또한 많은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해 사진가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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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 - 1호 가족법 전문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
조인섭 지음, 박은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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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것도 아니고, 이혼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왜 봐?"

그런 생각이어서 처음 이 책을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웹툰이고, 인기가 좋았다니까 "어떤 내용인데?" 하는 정도의 호기심만으로 이 책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책을 본 순간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히 인기가 좋아 책을 펴낸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다.

우리 나라 '1호 가족법 전문 변호사'란 명칭도 꽤 관심이 갔다.

그러나 정작 관심이 더 커졌던 이유는 최근 사회 관심사가 된 '아동학대'가 가족법의 테두리에서 출발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 잘 키우기 위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는 나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법에 의한 적절한 처벌은 법조인들이 할 일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알아야 할 법 상식을 배우기 좋은 교재로 쓰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인섭 변호사가 전문이고, 전문지식을 이용해 피해자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이혼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가족간 갈등을 줄이는 데 최소한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무조건 참고 인내하며 희생만을 강요하는 결혼이 우리 부모님 세대(70~80대)까지였다.

그때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미미하고, 사회 구조가 남성 위주였기 때문에 배우자(남편)와의 문제가 발생할 때도 무조건 참아야 했기에...

그러나 지금 30~40대만 하더라도 다르다.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이혼한 여성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혼의 후유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혼을 비롯한 가정 폭력, 아동 문제를 현장에서 오랜 시간 다뤄온 변호사의 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면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법을 몰라 법의 피해를 보는 가슴 아픈 일은 더 이상 피해자에게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에 깊이 공감한다.





“여기는 쿠키 없나요?”

미리보기 요청이 쇄도하던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

17만 구독자가 추천하는 인기 인스타그램 웹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새롭게 엮은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됐다.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는 매 연재분마다 기상천외한 반전과 믿을 수 없는 실화 에피소드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리보기 결제 코인을 의미하는 ‘쿠키’를 언급하며 “쿠키 없나요?” “현기증 나요, 빨리 다음 편 주세요”라고 장난스레 호소하던 독자들을 위해 미공개 에피소드가 담긴 에세이를 더하고, ‘몰래 찍은 증거는 불법 증거라서 법정에서는 무효다?’와 같이 사람들이 쉽게 오해하는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는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보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만화로 그릴 수 없었던 에피소드와 실용적인 상식을, 아직 만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사이다같은 반전 실화와 가슴 먹먹해지는 현실 이야기를 선물한다.





“변호사님, 저 잘한 걸까요?”

아직 망설이는 사람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

대한변협 1호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 조인섭 작가가 대표변호사로서 운영하고 있는 로펌 ‘신세계로’는 이혼을 딛고 신세계로 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혼이 터부시되고 피해자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시절부터 이혼, 상속, 가정폭력과 아동 문제를 다뤄온 조인섭 변호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혼도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일 뿐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응원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혼 이야기를 더 친근하게 전달하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적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재한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는 어느새 17만 독자가 구독하는 인기 연재 만화가 되었다.





밖에서 보면 알 수 없는 수많은 가정 문제들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는 오랜 시간 가정법원을 드나들지 않으면 생길 수 없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 우리의 사랑과 가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혼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결실로서 결혼생활을 오래 이어가길 소망한다.

그러나, 사람 관계는 내 마음 같지 않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관계의 위기를 다룬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막상 만나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헤어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혼 사무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의뢰인들은 때때로 관계를 회복하고 고쳐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을 위한 선택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나를 위해 헤어져야 할 순간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과 우정,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될 것이다."





연수원을 찾아온 선배가 가사, 아동 학대,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가족법 전문 사무실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때 처음 들었던 분야였다. 가족법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무실이 있다는 것이 신선했고, 법조인으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 다른 길, 이혼 전문 변호사」 중에서

과연 그것이 자녀들을 위한 면접교섭이었을까. 아니면 전혼 배우자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그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자녀를 보면,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일 텐데, 상대방에 대한 분노 때문에 상처를 줘야 할까.

- 「이혼하며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그러나 상대방의 진정한 사과나 반성 없는 소송 취하는 몇 년 혹은 몇 개월 뒤 다시 소송으로 진행되었다. 그럴 때면 ‘그때 변호사님이 취하를 말렸을 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거나 ‘정말 변할 줄 알았죠’라는 말을 듣곤 했다.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소송은 서로 맞춰서 살 각오로 취하하는 것이니 그나마 회복의 여지가 있지만, 가정폭력은 폭력의 습벽이 변하지 않으므로 몇 개월 뒤 다시 폭력이 시작될 때가 잦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대방은 ‘한 번은 걸렸으니 다시는 안 걸린다’는 각오로 증거를 모두 인멸하며 부정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 「그 사람이 변할 줄 알았어요 라는 말」 중에서

Q.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자의 핸드폰 메신저 내용을 몰래 캡쳐하면 불법적인 증거물인가요? 합법적인 증거는 어떻게 얻나요?

A.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는 다양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핸드폰 대화내용 캡쳐나 대화내용 녹음인데요. 남편의 핸드폰이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데, 패턴이나 비밀번호 등을 몰래 알아내어 풀고 대화내용을 확보한 것이라면 이는 불법증거로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 될 수 있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남편이 내연녀와 대화하는 것을 몰래 녹음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으며 이 또한 불법증거입니다.

그러나 이혼사건에서는 불법증거도 다른 증거와 함께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유효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형사고소를 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증거를 확보하기 전 혹은 확보한 뒤 사용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를 한 다음 활용해야 합니다.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가족법 상식」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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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펜션
김제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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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린펜션》은 두 개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김제철은 「그린펜션」, 「끝나지 않은 계절」 두 작품을 통해 역사를 생각하며 사는 삶을 강조한다.

깨어 있어 역사의 아픔을 각성하고 진실에 다가서는 게 집필 목적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성원들 서로의 화해와 용서를 통해 공동체적 삶의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설이 끝난 후 '작가의 말'에 소설쓰기의 이유와 취지를 밝혔다.

"늘 역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그 펜션은 슬픔과 아픔을 통한 각성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얼마나 주변의 진실을 묻고 살고 있는가.

한 집단이 내부적으로 갈등하면서 소멸의 길을 걷는 것은 당대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 현장을 그리는 것이 작가의 몫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리뷰 첫머리에 올린 이유는 독자들이 글의 성격을 미리 짐작케 하기 위해서다.





"현대사에서 성천은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일이라면?"

"해방 직후 시월폭동과 육이오 때 성천전투입니다."

"시월폭동과 성천전투라...."

백경훈이 이지환의 말을 나직이 되뇌었다.

"혹시 시월폭동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지환이 백경훈의 얼굴을 보며 슬척 물었다.

"얼핏 들어는 보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p. 17)

"저는 시월사건의 폭력성을 정당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명백히 그 사건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유혈참사였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조적 모순이 없었다면 그런 참사가 가능했을까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상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어떤 계기로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은 거지요."

"그러니까 그 어떤 계기란 게...?"

"당연히 좌익세력이 그 구조적 모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했겠죠. 그래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겐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폭력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고 어떤 경우 그걸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같아서요." (p. 39~40)





"학도병은 틈만 나면 중대장의 막내 사촌형을 죽이려고 기회를 노렸소.직접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아니지만 원수 무리의 동생이었고 또 스스로 적 치하에서 앞장서서 적을 도운 좌익이었으니까 얼마든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요."(p. 87)

"그렇지만 묘하잖소? 부잣집 사촌형은 좌익이었고 가난한 집 사촌동생은 우익이었소. 그러면서도 서로 아껴주고 따랐다는 게 신기하잖소?"

"그러네요."

"그땐 모두 뭐가 뭔지 제대로 몰랐소. 그래서 올바른 선택도 못했던 거요. 지금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모두 스물 남짓한 어린 사람들의 일이었소."

(p. 92)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도 경험했다.

6.25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은 서로 다른 이념 체제 아래서 7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전쟁을 겪은 분들은 별로 남지 않았고,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던 독일도 통일되고, 갈라져 싸웠던 베트남도 통일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아직도 휴전 상태일 뿐 전쟁중이다.

때문에 민족 동질성은 확인하지만 오고가지도, 서신마저도 왕래할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을 살고 있다.

소설 <그린펜션>은 바로 그런 우리 사회에 내재된 고통과 한국전쟁의 상흔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성천이라는 작가가 만든 지명을 내세우고 있으며, 6.25 전쟁의 변곡점이 된 성천전투, 시월 폭동에 대해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 사이의 경계에 있으면서, 좌익과 우익을 동시에 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이 민족을 어떻게 분열시켰는지 ,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돌아가셨고, 30년이 지나 그 후손들이 다시 모에게 된다.

그 후손들은 서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리에 모여 그때의 상처와 고통을 기억하게 한다.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잔혹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처참한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성천전투와 시월폭동의 진실은 비극이지만 역사적인 교훈을 남긴다.

전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이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전쟁의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 후손에게도 고통이 이어지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전쟁이 준 교훈을 망각하고 변질될 경우 엄청난 왜곡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은 특히 민족간의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를 형상화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두 번째 이야기 「끝나지 않은 계절」의 주인공 현수는 자신이 맡은 환자의 죽음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 환자는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던 터라 모두는 그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박 회장이라는 그 환자의 복부에서 두어 군데 수상한 부종을 발견하면서 현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된다.

결국 현수는 한 동료에게 은밀하게 이 사실을 알리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저지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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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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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춰서가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올 때 당신은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자격을 갖추고 있어서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와서 당신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랑이 들어오기 전에는 누구나 사랑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어떤 사람도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총이나 구원이 그런 것처럼 사랑은 자격의 문제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소설가 이승우와 첫 인연을 맺게 해준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중 한 부분이다.

제목에서 말한 바로는 사랑 자체를 한 생명체로 본 것 같다. 작품은 추천인의 신뢰(꽤 유명한 작가인데 나와 친분이 있는 분으로 이승우의 작품을 읽을 만하다고 소개했다)를 깔고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언젠가는 빠져들어야 함이 숙명인 것처럼 다가오는 제목 때문에 행복, 아픔과 상처, 고통, 그럼에도 다시 사랑이라는 정해진 순리를 밟아가는 이야기인 줄 알고 펼쳐들었다. 첫 페이지를 읽은 느낌은 전혀 달라 당황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은 글들이 이어졌다. 다시 천천히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내를 갖고 읽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의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며 그것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듯 써내려간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어쩌면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과 속성, 그리고 그 위대한 위력을 성찰한다.





소설은 읽기 쉽게 써야 한다는 내 관념을 깨뜨린 작가 이승우. 그를 두고 누군가는 작가와 독자와의 신뢰를 말한다.

책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표지에 현혹되지 않아도 저자 이름만으로 맺어지는 믿음 같은 것. 또 누군가는 그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유려하게 반복되며 힘들이지 않게 긴장되는 그의 문장들을 깜빡 놓칠까 불안해서다. 이런 독자들의 반응이라면 저자의 마음은 한 키 정도 느슨해질 법도 한데, 그의 글쓰기는 유독 더 냉엄하고 외려 더 혹독하다.

너무 어렵게 쓴다는 생각에도 읽고 나면 빠져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 이승우 작가의 냉엄함과 혹독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연유로 그에게 달라붙어 그를 지독하게 ‘쓰는 자’로 만들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이미 그의 많은 소설과 글 속에 있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동시에 ‘쓰는 자’의 태도도 읽는다.

쓰는 자의 굳은 마음, 작가로서 지켜야 할 윤리 같은 걸 소설 안에서 읽는다.

즉, 그는 작가로서 여전히 작가의 존재증명을 위해 끊임없이 쓰는 셈이다.

스물 셋에 등단해 40여 년을 한 가지 일에 매달렸던, 즉 ‘쓰는 자’의 삶을 택했던 그가 그 오랜 시간 글을 쓰면서 말한 것과 말하지 못한 것 그리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놓았다.

이 책은 에세이로 소설보다 오히려 쉽게 읽혀 반갑다. 그리고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표현될 수 없는 아픔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무조건적 무의지적으로 만들어낸 표현, 그것이 손을 뻗는 동작이고,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 (p. 70)

더 이상 손쓸 수 없어 진통제가 필요치 않은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이란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료인들은 할 일이 없다. 다만 입을 다문 채 손을 잡을 뿐. 신음하는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있으면 고통은 서서히 물러갔다.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의 경험담에서 비롯한 이 에피소드는 죽어가는 어느 한 환자에게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간호사와 손을 맞잡음과 동시에 고통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아가는 환자를 목격한 이야기이다.

이승우는 이 이야기를 소설쓰기와 연관 짓는다.

‘고통은 살아 있음의 유일한 방증’이 되기도 하지만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오만’이 될 수 있다는 데에 견주어 소설쓰기 또한 아픔을 표현해내는 것이고, 그러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견해로 나아간다.

이승우에게 소설쓰기란 그런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독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행위이자, 의도와 목적 없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손을 잡는 것.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내민 손의 간절함을 피하지 못해 그 손을 잡는 문학, 자신은 그런 문학이 쓰이며 읽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문장은, 아무리 잘 쓴 문장도,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 그것이 문장의 속성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이 참여해서 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이다.” ―(p. 54)

창작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평범한 질문에 이승우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로 갈음한다.

“영감이란 약삭빠른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추앙받기 위해 하는 나쁜 말.”

이 생각 건너편에는 작가가 신비스러운 어떤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 있고 작가는 단지 초자연적인 존재의 언어를 받아 적는 필기구에 지나지 않다고 말한다. 문학을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에 허용된 특별한 재능으로 판단하는 것.

물론 이승우 자신도 창작자로서 글 쓸 때의 창작의 영감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신비스러운 초자연적인 순간이 아닌, 글을 계속 쓰게 하는, 소설의 이야기가 계속 뻗어가게 하는 추동의 역할로써의 순간이라고 못 박는다. 행운이자 은혜라고 불리는 영감이건만, 글 쓰는 자에게 이 영감은 철저한 글쓰기의 에너지이자 동력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경계한다.

또한 작가에게 영감은 누군가로부터 어딘가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창작자 내부에서 불러일으켜지는 것이며 그 일으킴을 이해할 때 작가는 필기구를 멈추고 창작자의 이름을 얻게 된다고 조언한다.





“나는 타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나를 이루고 있는 타인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p. 109)

남의 집 벽장에 1년 동안 숨어산 어느 여자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작가 에릭 파이의 작품 《나가사키》를 소개하며 이승우는 ‘나’를 결합하는 조건들, ‘나’를 만드는 조각들에 대한 깊은 사유를 우리들에게 전한다.

집 안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들어 은밀한 시간들을 훔친 여자보다 낯선 존재를 모르고 오랜 시간 동안 평범한 삶을 산 남자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 혹은 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비슷한 말로 돌려 말하면, 사람을 이루는 것은 사람 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당신의 생각은 당신만의 오롯한 생각일까? 또 우리 안에 우리가 입주를 허락한 생각이나 사람들만 있는 것일까? 유익하거나 필요한 생각이나 사람만 들어와 살고 있는 걸까?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아는 생각, 모르는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뿐 우리 내부에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 안의 타인. 그 타인들이 우리의 됨됨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늘 우리는 누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정하는지 살피고 탐구해야 한다. 단순히 요약컨대, 자기를 들여다보는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유혹과 위협 앞에서 때론 긴장하고 때로는 초연하게 써온 것이, 그처럼 아슬아슬한 것이 문학이었다.”

―(p. 218)

이승우는 말한다. 중요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절실한 것을 쓴다고. 중요한 것은 나 아닌 무언가를 대표하려는 유혹에 빠뜨린다.

물론 작가의 사회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요구는 때론 정당하고 윤리적이다.

다만, 발언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무엇의 중요함이 도리어 훼손되기 일쑤다. 이승우는 쓰는 자의 태도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건들을 열거한다.

작가는 중요한가를 묻지 말고 절실한가를 물어야 되며 내가 관여되지 않은 절실함들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절실한 것만 쓰려고 할 때 나는 나 아닌 누구, 혹은 무엇을 대표하려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작가는 휘둘리지 않게 된다.

이승우는 자기문학을 하려고 하는 창작자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한다. 욕망의 억제, 세상과의 거리두기, 초연함.

그는 40여 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기준 삼아 글을 써왔다고 고백한다.

절실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고 절실하게 본 것들을 소설로 말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오랜 시간 층층이 모여 나의 문학이 된 것이라고 말이다.





표현될 수 없는 아픔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무조건적 무의지적으로 만들어낸 표현, 그것이 손을 뻗는 동작이고,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 (p.70)

의미는 읽는 순간(에야) 발생하는 일회적 사건이다. 이 불완전과 불충분을 보완하려면 더 많은 단어와 문장을 더해야 하고,

설령 그런다고 해도 완전한 재현에는 성공할 수 없다. 사물의 표현이 그럴진대 변화무쌍하고 신묘불측한 인간의 감정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 (p.54)





모든 문장은, 아무리 잘 쓴 문장도,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 그것이 문장의 속성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이 참여해서 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이다.

- (p. 54)

나는 타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나를 이루고 있는 타인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p.109)

유혹과 위협 앞에서 때론 긴장하고 때로는 초연하게 써온 것이, 그처럼 아슬아슬한 것이 문학이었다.

- (p. 218)

어쨌든 소설가의 삶, 그 속에 녹아든 애환과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호기심으로 이 책을 펼쳤다면 소설가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철학을 담은 책으로 느껴졌다. 독자들은 몰입하여 사색하기를 바라는 분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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