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 Uncontact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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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느낌으로 봄꽃 만발한 계절을 살아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진달래, 개나리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못 보고 지나갔다. 마치 먼 나라에 피는 꽃처럼 TV 등을 통해서만 보았을 뿐이다.

많은 트렌드 학자나 미래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내 마음의 표준을 '포노 사피엔스'로 바꿔야 하고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일상은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주장이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명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갖고 있다.

게임 중독, SNS 중독, 악플러, 가짜뉴스, 인간관계 해체, 플랫폼 독점의 횡포, 인공지능의 위험, 최근에는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작용을 떠올리다 보면 디지털 문명은 편리하긴 하지만 인류 정서에 반하는 나쁜 문명이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디지털 문명 시대로 전환될 거란 예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아날로그 문화에 훨씬 익숙한 나로서는 앞으로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 남을 것이란 절박한 심정이다.

우선 어떻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화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의 『언컨택트』는 맞춤형 책이다.자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의 관심이 ‘언컨택트(비접축, 비대면)’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실제로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의 생활은 언컨택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시기를 앞당기는 촉발제가 됐다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욕망의 산물이자, 새로운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진화 코드다.

언컨택트는 소비의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 종교와 정치, 연애를 비롯한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

언컨택트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의 욕망과는 어떻게 연관되며, 비즈니스에선 어떤 기회와 위기를 줄지를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분석가의 담대하고 치밀한 미래 전망서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스런 현실과 마주했다.

개인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이 흔들렸고, 이 위기는 경제위기뿐 아니라 일자리의 위기이자 소득의 위기, 노후의 위기, 정치의 위기 등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전방위적 위기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 스포츠, 예술, 의료, 감정 교류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언컨택트(Uncontact)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언컨택트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불안하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로 분석한다.

언컨택트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비대면과 무인 거래의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유통의 트렌드임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용어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이다.





지금까지 언컨택트를 유통과 소비 분야에서만 주목했다면, 이 책에선 범위를 더 확장시켜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 소비, 유통은 물론이고 산업적 진화와 기업의 업무 방식, 인맥과 사회적 공동체, 종교, 정치,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된 언컨택트 트렌드를 다룬다.

언컨택트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의 욕망과는 어떻게 연관되며, 비즈니스에선 어떤 기회와 위기를 줄지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지금 시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트렌드 화두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언컨택트 현상이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는 대전환적인 흐름의 원인과 배경에서부터 미래 전망까지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시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로 풀어내고 있다.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등 총 3부로 나누어 앞으로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언컨택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를 들어 소개한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언컨택트라는 거대한 메가 트렌드는 결국 우리가 키운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이다. 기술적 진화, 산업적 진화, 사회적 진화는 결국 인간의 진화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

우린 컨택트와 언컨택트를 넘나들며 좀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이런 욕망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쌓여오고 진화되어왔던 흐름이다.

즉, 지금 우리가 맞은 언컨택트는 과거 시점에서 보면 예고된 미래였던 셈이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우린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연결과 접촉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우린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되고 함께 살고 일하는, 서로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상을 이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숙제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때,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온다.

이 책에서는 언컨택트 현상으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지, 비즈니스와 경제에서는 어떤 위기와 기회가 있는지, 특히 접촉 없이 소통하는 관계가 확대될수록 사회와 공동체에서 더 심화될 수 있는 소외나 양극화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가야 하는지 등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예측해보고 우리가 함께 모색해야 할 문제에 대한 전망까지 제시한다.

컨택트에서 언컨택트로, 접촉 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일상의 대전환기를 맞은 이때, 낯설고 혼란한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알고 이 흐름을 받아들여 대처하는 자가 이 불안과 위험의 시대에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 현상을 짚어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떤 모습일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좋은 영감을 줄 것이다. 아울러 그 속에서 우린 어떤 자세로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까지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타인과의 대면과 접촉을 피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면, 피하고 줄이는 게 언컨택트다.

무조건적인 단절이 아니라, 피하고 줄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언컨택트 기술이자 서비스의 방향이다.

기술적 진화의 목적은 위험 회피와 안전 지향과도 연관이 있다. 기술이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해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더 확대시켜준다. 결국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다.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 pp. 86~87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요즘 동네 책방이나 카페, 북카페 등을 아지트를 만드는 차원에서 시작한 이들이 꽤 있다. 취향도 과시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기 위해서다. 물론 본업은 따로 있다. 이건 일종의 ‘도심 월든’이다. 고립된 산속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가 생기면서 나온 일이다. 무조건적 연결에서 호의적이자 선택적 연결로, 그리고 선택적 단절을 거쳐 무조건적 단절로 이어진다면, 우린 지금 선택적 단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바로 언컨택트 사회의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 p. 236





그동안의 역사가 오프라인에서의 연결과 교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인류를 진화시켜왔다면, 이젠 온라인에서의 연결과 교류를 오프라인과 병행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인 것이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과 교류가 되는 언컨택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도 우리의 공동체는 유효하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란 것도 유효하다. 다만 사회적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연결되는 방식에서 비대면・비접촉이 늘어나고, 사람 대신 로봇이나 IT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다

- p. 263

언컨택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19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언컨택트가 가진 문제를 급격히 노출시키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인간 소외와 새로운 갈등, 새로운 차별과 새로운 위험성,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사회는 언컨택트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었는데 그 시기가 당겨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

- p. 299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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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법
팀 데스몬드 지음, 허윤정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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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상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다.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다짐은 많이 느슨해졌고, 심지어는 매일 습관처럼 5분이라도 하던 명상을 거를 때가 종종 있다. 각오를 다시 다지고 새출발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더 없이 좋은 말과 글로 다시 명상을 다짐하는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명상가로 알려진 한 분의 책 『명상하라』를 읽고부터다.

물론 명상의 중요성이나 좋은 점에 대해 많이 듣고 읽고 해서 명상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 책의 일부분 내가 크게 공감하며 느꼈던 부분을 두어 문장 인용한다.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는 지금 여기 이 삶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이 시간에 이 모습으로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 각인되어 있는 수많은 인상을 지워내는 것이 명상의 첫 번째 관문이며, 저절로 떠오르는 끝없는 생각을 소멸하는 것이 두 번째 관문입니다."

지금 보면 단순히 명상을 왜 하며, 어떤 점을 유념해 시작하라는 충고일 뿐이다. 책을 읽던 순간의 공감과 감동을 지금 부족한 글 실력으로 되살리기는 어렵다.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명상을 하려는 분에게는 주옥 같은 글이 잔뜩 실려 있다.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는 갈등과 고통으로 얼룩져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어떻게 우리 삶의 터전인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연하고, 구글에서 정신 건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신뢰받는 불교 철학자 팀 데스몬드는 우리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기 성장, 연결,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저자의 명상수련은 자신의 삶을 넘어 다른 이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 등을 통해 삶의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변화된 마음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저자인 팀 데스몬드는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났다.

일상에서 수행되는 그의 마음챙김은 자신의 삶을 넘어 세상 곳곳에서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생산성이나 수면 때문에 마음챙김 수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종교나 철학, 가상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로 지금 여기의 고통과 슬픔, 외로움,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챙김만이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때로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을 위한 진정한 해독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단한 수련과 연구를 통해 데스몬드가 얻은 깨달음이다.

명상 스승인 틱낫한 스님에게 배우고 공부해온 여정을 담아낸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우리에게 자기 연민, 감사, 희망으로 인생의 많은 폭풍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누구와 비교해도 거칠고 힘겨웠다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냉담한 여자친구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맛보아야 했던 절망감, 명상에 관한 책을 쓰는 동안에도 암과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과 마음의 흔들림 등, 팀 데스몬드는 과거의 경험은 물론이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고통이 일순간의 깨달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련법을 상황별로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고통을 없앨 수는 없지만 고통에 압도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어떤 조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준다.





심리상담가이자 명상 수련자인 저자는 상담 사례와 자신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실제 상황을 예시하며,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문득문득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기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지난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괴로움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선택은 최선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 생각이 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함으로써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인도한다.

명상 수련을 통해 자신이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 발견하기, 불행을 다루는 기술, 오래된 고통 치유하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명상가이자 심리상담가인 동시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기획한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저자는, 세상의 번거로운 일들과 등지고 오로지 자기만족의 세계에 좀비처럼 머무르게 하는 도구로써의 마음챙김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명상 수련을 추구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내 고통의 근원에 있는 욕구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듯이 타인의 고통 역시 나와 같은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불안과 괴로움 등에 대처하는 명상수련법을 제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수련을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저항과 의식의 방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놓아두고 바라보거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명상 수련은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명상 중 일어나는 괴로운 감정이 너무 강하면 어떡하나?”

“‘이 수련은 도움이 안 돼. 난 이런 데 정말 소질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하나.” “생각이 이어지며 멈추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등과 같이, 명상수련을 하는 중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딴생각’이나 명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목소리’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사안별로 세밀하게 알려주며, 각 개인의 기질별로 선택할 수 있는 명상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명상을 실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데스몬드는 우리 삶에서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져야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한 어리석은 행동들이 우리가 멍청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자신에게 있는 싫은 점들이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것이며,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전환의 순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자신의 아름다움 발견하는 것이고, 치유는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기억과 자책으로 인한 절망감, 어지러운 생각의 폭풍우를 고요하게 잠재우고 아름다운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질 때까지 행복을 미룬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으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에너지도 얻지 못한다.

- p.27





인간은 항상 생명을 유지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대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불완전한 모형을 근거로 최선을 다한다.’

- p.76

우리는 모두 남들이 어떤 보답을 바라서 혹은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서 우리의 청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나에게 흔쾌히 베풀게 만드는 비결은 나 자신의 욕구와 더불어 그들의 욕구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94

우리는 심지어 어떤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난 후에도 그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 오늘은 끔찍해 보이는 일이 내일 일어날 멋진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엿 같은 경험이 미래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생각나지 않을 때, 나는 고통이 그 자체로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고통은 연민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이다.

- p.128





우리는 모두 과거 세대로부터 전달받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서 있는데, 이 공장의 노동자로서 우리는 각자 두 가지 임무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전해진 아름다운 것을 모두 음미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과거 세대의 고통을 전환하는 일이다.

- p.144

치유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상처 준 일에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일에도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도 않고, 우리가 그 일을 잊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 대신 치유는 우리를 현재로 데려다준다.

- p.160

우리 자신의 추한 부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이게 바로 우리가 느끼기에 나쁜 것이든, 어리석은 것이든, 비이성적인 것이든, 결함이 있는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수련이다.

- p.182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한 나의 이야기에 집착할 때 이는 내가 그 사람의 실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착한다는 것은 내 모형이 실제와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 내 모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는 뜻이다. 에잇, 빌어먹을 실제 같으니.

- p.198

마음챙김, 연민, 감사를 비롯해 모든 수련의 요점은 더욱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수련은 온전히 인간다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이는 인간이 경험하는 전체 범위의 것들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하는 감정 표현을 좁은 대역으로 제한하려는 것과는 상반된다.

- p.224




저자 : 팀 데스몬드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의 저명한 연구원으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기연민에 뿌리를 둔 전문 심리학(PROFESSIONAL PSYCHOLOGY)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거친 후 대학에 들어가 책으로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나서 직접 플럼 빌리지로 가서 수련하고 공부했다. 2011년 빈부 격차의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뉴욕에서 일어났던 시위인‘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의 공동 조직자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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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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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심지어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한목소리다.

역사소설은 우선 작가의 역사관이 올바르게 서 있어야 하고, 문헌이나 역사 연구자들의 고증이 필요할 때도 많다.

소설이나 극적 전개, 구성 등이 필요한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가 불가피한데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해서는 사실감과 현실감을 잃기 쉽다.

또 자칫 잘못 쓰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론 학교 역사 교육도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역사소설은 작품을 써서 탈고하기까지 오래 걸리고 엄청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정사(正史)에 기초해 소설을 쓰는 한계점에 쉽게 노출된다.

사실을 왜곡한다면 문학계뿐만 아니라 역사학계로부터 엄청난 비판에도 맞닥뜨린다.

작가들은 정론으로 평가받는 사관(史官)이 쓴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등을 기초로 한다.

문제는 정론이 사실을 왜곡하면 어떻게 되느냐다.

소설의 기초가 되는 사기나 실록이 올바르지 않고 왜곡돼 쓰였다는 가정은 소설을 쓰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김의 나라》의 작가 이상훈의 시도는 그래서 과감하다. 어찌보면 사관의 심정으로 소설을 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고려의 《삼국사기》에 의해 왜곡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가리워진 신(新)-신라(新羅)-금(金)-청(靑)으로 이어지는 ‘김의 나라’의 역사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이상훈 작가의 장편소설 《김의 나라》는 우리가 국사 수업 시간에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의 미스터리한 역사적 발자취를 파고든다.

숭자인 고려 입장에서 편찬한 역사서 《삼국사기》는 그가 신라 패망 후 돌연 상복(마의)을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고 서술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원도 인제를 중심으로 신라부흥세력을 규합했던 마의태자 김일의 흔적과 역사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가 더 넓은 북방의 땅으로 건너가 발해를 일구었던 우리 조상의 후예들을 만나고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다졌다는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추리를 완성해낸다. 이를 소설 속의 인물(진국, 주인공, 다큐멘터리 PD)을 통해 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 《직지》와 비슷한 창작법이다.

주인공은 인제의 한계산성과 경주의 문무왕릉비 하단석 등 숨길 수 없는 유물·유적은 물론 중국의 《금사(金史)》와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가 남긴 《해동비고(海東碑攷)》 등의 오랜 기록을 바탕으로 한 고증과 합리적 추론은 미스터리한 소설 전개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진국은 우리 역사 속에서 애잔한 모습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마의태자의 흔적을 찾아 10여 년 전부터 골몰해온 다큐멘터리 PD다. 여러 사학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역사적 고증이 어려워 번번이 방송 제작에 난항을 겪던 그는 오랜만에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다가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의 성씨가 ‘애신각라(愛新覺羅)’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중국 청나라 황제의 후손들이 지금까지도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한다’는 의미를 가진 애신각라를 성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진국은 베이징 특파원으로 나가 있던 선배 명대의 도움을 받고, 국내 역사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는 차경일 박사의 조언에 귀 기울이면서 역사학자들도 풀지 못한 거대한 미스터리의 본질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소설 《김의 나라》에서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은 고려에 쉽게 굴복했던 아버지 경순왕과 달리 신라의 부흥을 주도하며 강원도 인제에서 힘을 키워 나갔다. 한계산성까지 쌓으면서 세력을 다졌지만 결국 고려의 군사력에 의해 고립되고 말았던 마의태자 일행은 사랑하는 연인이자 고려 왕건의 맏딸인 낙랑공주의 헌신으로 북방의 땅으로 이주하기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김일과 낙랑공주의 아들 함보가 성장해 아버지의 소원대로 복간수(지금의 하얼빈)를 중심으로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해 나간다. 그것이 훗날 금나라를 이루는 시초가 되며 ‘김의 나라’의 출발점이다.

마의태자 김일은 아들 함보에게 김씨의 상징인 작은 금인 동상을 전하는데, 동상 뒷면에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한다’는 의미로 한자 ‘애신각라(愛新覺羅)’를 적어 넣었다. 진국은 마침내 21세기까지 청나라 황제 후손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금인 동상의 행방을 찾아내지만, ‘동북공정’을 지휘하는 중국사회과학원 감찰국에 의해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만일 우리가 해방되지 못하고 일제의 식민지로 남았다면 일제시대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라를 강제 합병한 고려는 마의태자를 중심으로 한 신라부흥운동을 역사의 기록에서 완전히 없애버렸다.

고려 입장에서 편찬한 《삼국사기》에서는 마의태자의 모습을 나약하게 그리며 ‘삼베옷을 입고 금강산에 들어가서 풀과 들 꿀을 먹고 살았다’고 적었다.

마의태자의 신라부흥운동에 대한 기록은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글자는 조작할 수 있지만, 역사적 흔적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다.”





《김의 나라》는 신라의 서라벌과 화랑을 호령하던 마지막 태자 김일이 아버지 경순왕의 처세와 달리 고려에 끝까지 맞서며 투쟁했던 모습을 시작으로 낙랑공주와 함께 북방의 초원에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대제국을 건설해 나가며 꿈을 이루어내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추리는 우리 선조가 북방의 땅에서 발해의 유민들과 조우하고 여진족과 합심해 금나라를 구축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며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더불어 마의태자가 원수의 딸 낙랑공주와 나누는 애절한 사랑, 전투와 전쟁이 거듭되는 순간마다 드러나는 군신 간의 깊은 의리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PD 진국이 호기심 어린 방송 제작을 넘어 민족적 사명감에 눈뜨며 거대한 역사 미스터리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모습도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이상훈 작가는 전작 《한복 입은 남자》에서도 역사의 미궁에 빠진 장영실을 유럽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천재 과학자로 복권시킨 바 있고, 《제명 공주》를 통해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백제의 제명 공주 이야기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와 함께 풀어냈다.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보탠 저자의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이 신작 《김의 나라》를 통해 완결되는 셈이다.

《삼국사기》에 묘사된 마의태자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역사적 기록만이 진실이 아니듯 기록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진실을 찾아내고 싶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이다. 고려의 입장에서는 신라의 부흥운동을 《삼국사기》에 남기기가 당연히 싫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삼국사기》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적인 실체를 밝히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신라는 무능하게 그냥 항복한 것이 아니라, 마의태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부흥운동을 펼쳤다. 기록으로는 남겨지지 않았지만, 유물과 유적으로 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삼국사기》에 나와 있는 기록의 행간을 찾아내기 위해 수백 번 《삼국사기》 경순왕 편을 읽었다.

- pp. 4~5 ‘작가의 말’ 중에서





태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저 끝없는 대륙을 사랑해라. 우리 조상들이 뛰놀던 저 대륙을 미련이 없을 정도로 뛰놀아라. 그래서 우리 후손이 대륙의 주인이 되어서 남의 눈치 보지 않도록 네가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아비는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 아비는 조상의 꿈을 자랑스러운 너에게 맡기고 떠나도 안심이 되어 행복하다. 너의 어머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네가 태어나줘서 고마웠다. 어머니에게 잘 해줘라. 내 몫까지 해주기 바란다.”

태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누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사람이다. 너의 어머님을 보아라.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있기에, 오늘의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야. 백 살까지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그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좋은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명분을 가지고 민심을 얻었다. 민심이 곧 역사이다.역사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길을 닦았으니까 너는 이 길을 타고 우리 조상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정의와 명분이 모든 것을 이긴다. 순간의 안락을 위해 명분을 버리지 마라. 죽으면서 후회할 것이다. 이 아비는 지금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내가 사랑하는 낙랑이 옆에 있고, 나의 일을 이어줄 듬직한 아들이 있는데,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옆에서 듣고 있는 낙랑은 미소를 머금은 눈물이 구슬처럼 떨어졌다. 태자는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한순간의 안정을 위해 이상과 꿈을 잃지 마라. 편안하게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 금인을 쳐다보아라. 나는 평생의 꿈을 이 금인에 네 글자로 새겨넣었다. 그것이 애신각라이다. 신라를 사랑하고 항상 신라를 생각해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유언이다.”

함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 pp. 264-265

영린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김륭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순간 창백한 얼굴로 복잡한 기계들을 매단 채 누워 있는 그의 모습에 진국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역사의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 그 명분을 찾기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도 되는지, 나아가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의 관계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지.

펜을 쥔 진국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p. 328





이상훈

시청률의 황제로 한국 방송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동엽과 강호동 등 정상의 예능인들이 뽑은 최고의 멘토,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에서도 히트작을 쏟아내고 있는 마이다스의 손. 항상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 잡은 그가 드디어 꿈꾸어 오던 역사 미스터리 3부작 프로젝트를 완결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은 그의 뚝심과 집념이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역사의 미궁에 빠진 장영실을 유럽 르네상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천재 과학자로 복권시킨 역작 『한복 입은 남자』와 백제의 공주로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천황의 자리에 올랐던 제명 공주와 의자왕의 사랑 그리고 ‘백제 멸망’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를 담은 『제명 공주』에 이어 그의 역사 미스터리 3부작이 『김의 나라』를 통해 완결된다.

경남 밀양 출생으로 마산고와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KBS 공채 14기 PD로 입사해 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SBS 개국 멤버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을 기획, 연출했다. 동아일보 채널A 제작본부장으로 채널A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트렌드를 포착하는 앞선 기획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한국방송대상과 한국방송 프로듀서상, 방송 기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돈텔파파』, 『마파도2』, 뮤지컬 『문나이트』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 마이다스 손의 명성을 영화계와 뮤지컬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향 생각』,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유머로 시작하라』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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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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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은 맨부커상의 전(前) 이름이다. 2002년 맨그룹(Man Group)이란 후원사가 추가돼 맨부커상이 됐다.

맨부커상은 우리 나라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수상함으로써 국내에 더 널리 알려졌다. 인터네셔널(국제)부문이다.

부커상은 노밸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1969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원래 영연방국가 소설만 다뤘으나, 2005년부터 국제상이 신설되며 영어로 출간된 모든 소설로 대상을 확대했다.

작품과 그닥 상관 없는 얘기 같지만 앞서 언급한 한강 작가가 수상한 상이 (맨)부커 국제상이다.

고백컨대 『더 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부커상 2019후보작이라고 해서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우리 독자에게 그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





난민과 불법 이민자, 국경과 장벽, 기후 변화, 자국중심주의 등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다양한 이슈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이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바뀐다면,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소설 『더 월』은 이러한 여러 세계적 이슈를 배경으로 어쩌면 우리에게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오른 이 작품은 ‘이 시대의 『1984』’라는 평을 받으며 그 문학성과 작품성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즈], [이브닝스탠다드] 등의 언론에서 2019 최고의 책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더 월』의 배경은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정치적 분열이 증가해 황폐해진, 지금보다 미래의 세상이다.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세상에서 한 섬나라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모든 해안선 및 국경을 둘러싸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세운다.

넘으려는 자와 그들을 막으려는 자가 교차하는 벽 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여전히 국경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후 변화로 인해 상승한 해수면과 정치적 분열이 증가해 사람들이 이전과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 황폐화된 시대.

한 섬나라의 모든 해안선, 국경을 둘러싸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세워진다. 조셉 카바나는 이 벽 위에 새로 발령 난 신입 경계병이다.

그의 임무는 벽 안으로 침범하려 드는 침입자, ‘상대’로부터 자신이 맡은 벽 위의 구역을 사수하는 것이다.

만일 운이 좋아 벽 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인 2년 동안 상대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고 아무 일 없이 지낸다면 그는 벽과는 상관없는 인생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해수면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바다에 갇혀 필사적으로 벽을 넘어 오려는 상대를 막는 데 실패한다면 그는 벽 너머 바다로 던져져 자신이 막지 못한 자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벽 위에서는 대개의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매서울 정도의 추위, 홀로 경계를 해야 하는 외로움, 그리고 언제 상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카바나와 함께했다.

카바나는 동료 경계병과 가까워지고 엄격한 상사의 명령을 들으며 임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오늘도 변함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만약 상대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온다면, 목숨을 걸고 그들과 싸워야 한다면,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대격변이 일어나 망가진 세상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벽을 두고 일어나는 싸움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시사적이고 풍자적인 메시지를 매혹적인 필치로 그려낸다.





대 격변으로 황폐해진 세상에 해안을 따라 국경을 둘러싸고 세워진 차갑고, 추운 콘크리트 벽위에서 2년동안 벽 복무를 남여 모두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15명씩 하루 12시간 2교대로 벽 위에서 추위와 두려움에 싸우면서 홀로 서서 수평선만을 노려보며 벽을 넘어 오려는 '상대'를 막아야 하는 벽 신입 경계병 '조셉 카바나'는 배달되는 커피 한잔과 에너지 바 하나를 꼭꼭 씹어가면서 제대할 그날까지 별다른일 없기를 바라며 벽위에서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상대'의 공격에 바로 앞에 서 있던 동료를 잃고 부상을 당했지만 방어 성공에 훈장도 받고, 처음부터 눈길이 갔던 동기 '히피'와 함께 번식자로서의 잠깐이지만 행복을 누린다.

최전방에서 후방으로 잠시 발령이 받아 옮긴 후에는 새로운 신입을 받게 되어 선임병이 되어서 후배들에게 벽에서의 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평온한 반복 생활을 하면서, 히피와 함께 대학도 가고 아이도 낳는 평범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상대로부터 급습을 받게 되고 이에 많은 피해와 놓친 상대로 인한 결과로 바다에 버려진다.

희망도 없고 알수 없는 미래지만 힘겹게 살아 남았기에 삶은 계속된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배경으로 시작된 이 소설은 분단이 현실이 한국 사람이라면 국경, 장벽, 경계선, 적, 군인의 단어에 익숙하고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의 남자들은 최전방 38선에서 여러명이 한방에서 생활하고 단체 훈련과 철 경계선에서 앞에만 바라보고 몇시간을 서있는 국군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황폐한 미래가 우리에겐 현실이라는 사실이 당황스러웠고 분단 국가의 서글픈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회색빛의 두꺼운 콘크리뜨 벽은 벽에 기어올라 넘으려는 사람들과 이러한 사람들을 막는 사람들은 하며 살기 위해 벽을 기어오르는 이민자들의 처절한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벽, 적과 대치하는 경계선등은 무엇을 위한 장벽인가? 넘으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상대'편이 되었다는 이유로 죽고 죽임을 당해야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많을 바랄 뿐이다.





해안 경비대와 공군과 해군에 병가를 낸 병력 등등을 더하면, 벽을 방어하는 병력이 30만을 넘어선다. 그래서 모두가 열외 없이 벽에 배치되는 것이다. 이것이 규칙이다.

다만 번식자는 열외다. 이건 역설이다. 벽을 지키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번식할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벽에 배치시킬 병력이 충분하도록 말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병력 부족이 머지않아서 그런지 부족한 병력을 메꾸기 위해 복무 기간을 2년 반이나 3년으로 더 길게 연장시키자는 소문이 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상이 너무 끔찍하게 변한 탓에 번식을 꺼린다. 그래서 번식할 경우 벽을 떠나도 된다는 우대 조치가 생겼다. 벽을 떠나고 싶다면 번식하는 거다.

언제든 벽 복무를 해야 하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못할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랴? 그때 가면 상대가 전멸해서 벽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이들도 때가 되면 번식할 수 있으니 그렇게 벽을 떠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 종의 수명도 연장하게 된다. 떠나고 싶다면 번식하라. 이게 표어다.사람들이 왜 번식을 원치 않을까? 대격변 이후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던 것이다.

- pp.40-41






컴컴한 동굴 같은 마음속 어딘가에 사는 괴물은 이렇게 속삭인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만약 상대가 공격해 온다면, 만약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면, 만약 혹독하게 훈련받은 대로 전투를 해야 한다면, 즉 악몽에서나 봤을 법한 그냥 아주 조금 궁금하기도 한 전투, 그래서 죽거나 죽임을 당할지 모를 전투를 해야 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게, 추위와 굶주림과 지겨움과 피곤함 말고 다른 걸 느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매일 아침 소총에 대검을 꽂아 휘두르면 신나지 않을까? 최악의 상황이 발발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여전히 나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 pp.50-51





저자 : 존 란체스터

JOHN LANCHESTER

1962년 2월 25일생. 영국의 언론인이자 소설가.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랐고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미란다 카터와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으며 런던에서 살고 있다.

그는 소설, 회고록, 논픽션 작가이자 저술가로서, 편집자로 일했던 〈가디언〉 및 〈더 뉴요커〉 등에 글을 썼으며

〈에스콰이어〉의 식품 및 테크놀로지 섹션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소설 『아주 특별한 요리 이야기』는 1996년 화이트브레드 도서상의 처녀작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1997년 호소덴 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가디언〉의 초청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료를 조사하고 스노든 파일에 대한 책을 썼다.

『캐피탈』은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로 수많은 영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였으며, BBC1에서 3부작의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더 월』은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오르면서 작품성을 전 세계에 인정받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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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러시아 2 - 도시 이야기 줌 인 러시아 2
이대식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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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엄청나게 큰 영토를 가진 지구 최대면적의 나라다.

구소련 시대 위성국가들이 대부분 독립해 자주국을 세웠는데도 여전히 영토는 세계 최대다.

유럽과 동아시아 최동단 지역까지 가로로 뻗어 있는데다 남북으로도 중국 못지 않은 폭을 가졌다.

다만 기후 특성상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영토가 대분이라 그만큼 자원도 많고, 개발 가능성도 높다.

냉전 시대엔 '갈 수 없는 나라'였으나 지금은 수교한 지 30년이 돼가고 한반도와 인접한 지리상 특성과 기술과 자본력이 우수한 우리 나라와 윈윈하기에 좋은 조건의 나라로 부각됐다.

철도 연결이 이미 돼 있어 우리 나라에서 유럽까지 물자나 자원, 제품 수송이 빠른 속도로 가능한 상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갈 수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러시아의 도시들은 도시 변천사를 하나의 횡축으로 꿰어놓는 살아 있는 도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난 러시아 땅을 실제로 밟아본 적이 없다. 유럽 여행을 갈 때 경유지로 모스크바공항에서 2시간 여 머문 게 전부다.

지금은 러시아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여행 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관심이 컸다. 매스컴을 통해 들은 바로는 기차로 일주일 이상 걸리는 거리라니 쉽게 가늠은 안 될 정도다.

이 철도는 1903년 개통되어 8140km 길이로 시베리아 혹한 속에서 러시아 노동자들이 손노동으로 매일 평균 2km씩 건설했다고 한다.

그 엄청난 길이를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동원되고 당시로서는 세계 최강 길이의 철교를 3년 만에 완공했다고 한다.

그런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연결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제국에 군사기지보다 값진 보물이었다고 한다.

조선, 중국 일본 3개국 모두를 지척에 두고 있어 동북아 공략에 최적의 입지였기 때문이다.

《줌 인 러시아》는 1권이 이미 출판돼 많은 독자의 호응을 받았다. 물론 나도 주의 깊게 읽은 책이다.

러시아에 대한 많은 지식과 몰랐던 내용이 많아 큰 재미를 느꼈고, 러시아 여행을 꼭 하고 싶다는 심중을 굳히기도 했다.





《줌 인 러시아 2》 이대식 저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러시아를 여행할 때는 도시별 여행은 꽤 유용한 방법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제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독특한 색을 띠게 된 도시들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태운 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행을 마치는 이 책은 횡단열차 노선상에 있는 도시와 지선상에 있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크고 작은 도시 20여 곳을 방문한다.

1115개에 이르는 러시아 도시 중 공들여 선택된 이 도시들은 러시아 역사에서 각자의 선명한 존재감과 개성을 뽐낸다.

우리에게 제법 잘 알려진 도시도 있는 반면 이름조차 발음하기 어려운 낯선 도시도 있으나 도시의 핵심 포인트를 포착하는 정확하고도 신선한 시각과 입체적이고 맛깔난 해설 덕에 익숙한 도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낯선 도시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에 출간되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 책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발견의 기쁨과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하는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극동연방관구와 프리모르스키(연해)주의 행정중심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점이며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여행지에서 아는 이름이나 사실을 확인하면 그곳이 왠지 더 반갑고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낯선 러시아 도시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름들의 흔적을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선물한다.

러시아 극동의 유일한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의 역사 속에는 이민자 출신 거상 율리우스 브리너가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우리에게도 [왕과 나]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명배우 율 브리너의 조부였다.

율리우스 브리너의 일대기 속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역사의 부침을, 그리고 대를 이어 계속되는 율 브리너의 오디세이를 함께해보자.





도시에 흐르는 이야기와 역사는 그대로 그 도시의 몸과 마음이 된다. 러시아에도 놀라운 이야기, 슬픈 역사를 품은 도시들이 있다.

입담 좋은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순식간에 독자를 이야기 속에 몰입시키고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많은 업적으로 위대한 황제로 추앙받았지만 자신이 부친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죄책감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던 알렉산드르 1세는 48세에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충격을 준다.

그로부터 12년 후 톰스크에 한 유형수가 나타나는데 겉으로는 고향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랑자였지만 죄수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글과 성경 읽기를 가르쳐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가 바로 알렉산드르 1세라는 소문이 퍼진다.

나이가 같고 외모가 비슷할 뿐 아니라 이르쿠츠크 대주교와 톨스토이의 접견을 받는 등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의심을 받자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가 황제라는 인식이 굳어졌으며 사망 후에는 톰스크의 성인으로 모셔졌다. 수수께끼의 유형수는 과연 알렉산드르 1세일까?





‘새로운 시베리아’라는 뜻의 노보시비르스크는 인구가 161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러시아 제3의 도시이다.

산업·교육·문화 등 다방면에서 일찍부터 세계적 수준을 자랑해왔으며 무엇보다 이 도시가 가장 자랑하는 보물 ‘아카뎀고로도크’를 갖고 있다.

‘과학도시’라는 뜻의 아카뎀고로도크는 1957년 기네스북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세계 최초의 연구단지로 등재되었다.

러시아인들의 창의력이 집적된 도시로 세계 수준의 기초 과학기술 연구소가 즐비하다.시베리아 최초의 도시 토볼스크와 시베리아의 대표적 대도시 예카테린부르크는 로마노프왕조의 비극적 종말을 생생히 간직한 곳이다.

러시아혁명 이후 폐위된 황실 가족은 토볼스크로 옮겨졌다가 다시 예카테린부르크로 왔고 이곳에서 총살을 당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황실 가족이 머물렀던 장소를 눈앞에 펼쳐진 듯 설명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는 긴장된 분위기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승리하며 우리에게 기적의 무대로 기억되는 카잔은 흥미롭게도 러시아 역사에서도 내내 기적의 도시로 알려져왔다.

1579년에 발견된 카잔 성모화가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등에 전해지며 러시아 역사의 고비마다 기적을 행했다고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카잔은 러시아인들의 영혼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아주 중요한 유적지로 여겨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 무기 공급지였던 니즈니노브고로드는 이제 대표적 중공업도시로 변신하여 러시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러시아 경제의 대명사인 ‘자원’ 분야 산업의 비중이 0.1%에 불과하다는 점이 놀라운데, 이 도시를 대표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다. 저자는 1932년 미국 포드 사에 의해 러시아 최초의 자동차 공장이 이곳에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현재 한국 기업을 포함해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여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러시아 최고의 IT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는 현황을 알려준다.

굳게 닫힌 나라인 줄로만 알았던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개방의 큰 흐름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 중 페름과 황금고리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곳들이다.

특히 황금고리에 속하는 도시들(야로슬라블, 블라디미르, 수즈달, 세르기예프포사트)은 모스크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외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오랜 기간 러시아에서 생활한 저자가 자신 있게 안내하는 도시들인 만큼 독특한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소금의 생산지이자 유전도시 페름은 비옥한 땅에서 나오는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는, 러시아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은 도시이다.

그 비옥함 덕분에 페름의 산업과 경제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고 든든한 재정의 뒷받침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토대도 두텁게 쌓을 수 있었다.

대표적 사례로 페름 차이콥스키 오페라발레극장이 있으며, 이외에도 러시아 3대 발레스쿨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1967년 소련의 잡지 기자가 모스크바 근교의 8개 고대 도시를 돌아보고 ‘황금고리’라는 시리즈 기사를 발표한 데서 유래한 황금고리는 러시아 근현대사에서 모스크바의 큰 그늘에 가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낙후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고대 러시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고 오히려 이 점이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중 4개 도시를 돌아보는데 블라디미르에서는 러시아적 아름다움의 정수인 백석건축물들을, 세르기예프포사트에서는 러시아 정신의 중심 세르기예프 수도원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8세기 이후 러시아의 궁정 및 귀족 문화를 거의 그대로 간직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축에서는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러시아인들의 놀라운 지혜와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다. (p. 23)





책을 통해 러시아의 중요 도시들을 숨 가쁘게 돌아본 후 러시아가 독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여행서는 독자가 그곳에 갈 것을 전제로 하여 정보를 전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집필된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일부 도시는 많은 독자가 실제로 가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곳을 모르고 지난다면 그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굴곡진 역사, 그 안에서 묵묵히 살아낸 사람들, 그들의 눈물과 경건한 신앙심을 고스란히 담아낸 건축물들, 절절한 사연을 그림으로, 문학작품으로, 음악으로 남긴 예술가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아름다운 자연…… 그렇다. 이 책을 통해 살아 있는 이야기를 만난다면 그곳에 꼭 가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된다면 더없이 풍요롭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될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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