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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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은 자기계발 도서로 읽히는 책이다. 리처드 J. 라이더와 데이비드 A. 샤피로가 공동 집필했다. 출판사 측은 '인문학' 도서로 소개하지만, 책은 등장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문체나 문장, 이야기의 흐름이 소설 작품 같다는 독자의 판단이다. 공동 저자(이하 저자)가 딕을 이야기 속 중심인물로서 이 책의 이야기들을 끌어가게 한다. 소설처럼 구성된 스토리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중심인물이 딕이다. 책에는 12명의 중년으로 구성된 탐험가들이 등장한다. 아프리카 오지 탐험을 하는 중이다. 딕은 탐험대의 리더이다. 저자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부터 특별하게 전개된다. 


어느 늦은 오후, 세렝게티의 고원지대를 여행하던 중 딕은 인생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게 될 하나의 질문과 마주쳤다. 그해 동부 아프리카는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거대한 평원은 바싹 말라 온통 먼지뿐이었고, 강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었다. 풀이 자라던 벌판에는 마른 지푸라기들만 바람에 흩어지고, 평원을 물들이던 색색의 꽃들도 제 빛깔을 잃은 지 오래였다. 푸석푸석한 평원 위로는 황토색 먼지만이 제멋대로 휘날리고 있었다.(p.4) 


탐험이라고는 하지만 무엇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12명의 탐험가들의 목적은 '내적 탐험(Inventurr Expedition),'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가슴에 품고 아프리카와 '나 자신'에 맞서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각오로 떠나왔다. 그러나 환경은 어느새 그들을 한계에 도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리더 역할을 맡은 딕은 안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끝없이 터지는 성가신 일들로 인해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일행은 고원에 위치한 작은 마사이족 마을인 마가두로로 차를 몰아 간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는가?" 이 질문에 어느 순간부터 행복과 활기를 잊고 정체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독자들은 자각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독자들은 지금 내 삶을 이루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고, 이 모든 것이 나를 과연 행복하게 해주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이로써 성공보다 성취를, 목적지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내면의 통찰력을 통해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람직한 삶을 위해서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짐을 덜어내고, 과감하게 버리고, 지혜롭게 나만의 인생을 소유하자는 것이 저자의 집필 취지다. 저자는 "당신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 마지막까지 나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길 바란다"고 말한다.

차를 몰아 마사이족을 찾아간 후 마을 족장 코이에에게 딕은 자신의 최신 가방과 안에 들어 있는 온갖 세상 만물을 자랑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족장은 묻는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줍니까?” 이 상황에서 딕의 깨달음은 갑자기 온다. 다시 떠나기 위해선 무거운 짐을 덜어내야 한다. 이미 녹초가 된 몸에 가방에 들어 있는 온갖 준비물은 장애가 될 뿐 거의 사용하지 못할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씩 필요없는 물건들을 옆으로 치워놓는다. 마사이족에게 선물로 주고 갈 요량으로 짐을 덜어내기 시작한다. 각종 식기, 가위, 칼, 삽, 방향 탐지기, 천제 망원경, 지도, 수첩과 필기도구, 각양각색의 옷가지들, 비상약, 응급치료 도구,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방수 봉투···.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물건들이 한없이 쏟아져 나온다. 마침내 배낭이 텅 비고 모든 물건이 바닥에 펼쳐지자 딕은 마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오지를 탐험할 때 필요한 것들'이란 제목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장면 아닌가? 이 과정을 통해 딕은 그동안 지니고 있던 생각을 버리고 전혀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내면으로 눈을 돌리면 나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저자에 따르면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인생을 가로막았던 모든 두려움이 하나씩 걷히게 된다. 삶은 결코 일반적인 논의로 규정되는 것도 아니고, 거룩한 몇 마디의 명언들로 요약되는 것도 아니다. 삶은 오로지 자기만의 질문을 품은 채 끊임없이 내적 탐험을 떠남으로써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과연 내 인생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걸까?’ 이 질문이 가슴에 와닿는다면, 당장 인생의 가방을 다시 꾸릴 것은 저자는 주문한다. 책임감과 집착에 억눌려 모든 것을 버리고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계속 짊어지거나, 내려놓거나. 

우리는 흔히 짐을 ‘하나’로 여기는 바람에 전부 다 지든가, 전부 다 버리든가 양자택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의 범위는 훨씬 넓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두려움과 불안은 무엇에서 오는지 원인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내가 가진 것들을 재고조사 하는 방법, 내면의 소리를 듣는 방법, 여행(삶) 가방 꾸리기 등 직접 나의 삶에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펼쳐 나간다. 내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해 바람직한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꼭 지금과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 현재의 중요한 것을 찾아 인생을 재정립하면 된다. 저자 리처드 J. 라이더는 이 책을 쓰면서 인생의 가방을 다시 꾸리는 삶을 실천해 나갔다고 한다. 행복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말하는 ‘내적 탐험’을 통해 자신에게 주는 행복이 진정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며 이 책의 진정성을 이끌어낸다. 라이더는 순탄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능에 맞는, 진정으로 원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삶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한다. 저자는 삶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우리가 짊어진 인생 가방 속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고 저자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확인하게 해준다. 진정한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불필요한 짐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자 지향점이다.


이 책은 모두 1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2장 「바람직한 삶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 3장 「인생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4장 「도대체 왜 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5장 「성공했는가, 성취했는가」, 6장 「삶은 애초에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7장 「인생의 여정을 함께할 친구를 가졌는가」, 8장 「이미 답은 내 안에 있다」, 9장 「하나의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열 준비가 필요하다」, 10장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11장 「지금과 꼭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 12장 「'타임아웃'이 충만한 하루를 만든다」, 13장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14장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다」 등이다. 〈에필로그〉 「내일의 목적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라」도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질문이 나온다. 대부분의 질문이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는 곧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하나의 상징적 물건이 저자에 의해 설정되어 있다. 즉 '삶의 가방(배낭)'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메고 온 것들이 담겨 있다. 삶의 절반쯤 왔을 때 이 가방을 열어보면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갔으리란 짐작을 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것들은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던 것들이다. 일, 가족, 사랑,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은 한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었지만 이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워졌다. 닥치는 대로 꾸역꾸역 채워 넣다 보니 정작 인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뒤늦게 알아챘기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끝난 것이 아닐까? 하고 싶었던 일들은 이제 영영 멀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결코 불안한 점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슬그머니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삶의 중간쯤 와서 당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오후에 삶을 위해서 어떤 것을 남길 것인지, 버릴 것인지에 대해 결정도 끝났다. 그렇다면 "당신의 가방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란 질문엔 쉽게 답할 수 있다. 인생의 오후에 필요할 것들만 추려 가지고 떠나면 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확실한 답을 얻어야 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이 질문은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나를 자극하며 고찰할 수 있도록 생각의 장을 넓혀주는 성찰이다. 길을 가다 짐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되면 즉시 가방을 열고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버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인생의 오후'를 위한 프로그램이 바로 자신들의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짐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새로운 성장과 또 다른 여정을 위한 '클릭 타임'인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클릭하기 위해서는 지금 짊어진 인생의 가방을 풀고 다시 꾸려야 한다. 저자는 상징과 은유를 사용하며 매우 문학적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가방을 푼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들고 다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것을 왜 들고 다니는지 찬찬히 되돌아본다는 뜻이다. 지금 소유하고 책임지고 있으며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이 과연 앞으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오히려 발목을 붙들어 매게 되지 않을까?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하고 길을 계속 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행복한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가방을 다시 꾸린다는 것은 끝없는 재평가와 재창조를 의미한다. 우선순위를 정한 뒤 바람직한 삶의 조건들을 바꾸고, 살아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믿어왔던 삶의 방식들이 앞길을 인도하기는커녕 걸림돌이나 족쇄가 되지 않게 하려면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과 취지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이젠 희망적인 생각을 해보자.

가방을 다시 꾸리고 집을 나서는 중년의 발걸음은 짐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보다 가볍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길은 가장 멋진 인생의 여정이 될 수 있다. 가방을 다시 꾸려본 사람들은 인생의 황혼기가 사실은 진정한 '황금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저자는 독자들을 격려한다.

저자는 다시 마사이 족장 코이에를 만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첫 만남 이후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저자는 코이에를 다시 만나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힌다. 깊은 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별을 바라보거나 바람이 휩쓸고 간 평원을 함께 횡단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깊이 통찰하는 기회를 만났다. 코이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란 우리가 가진, 그래서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이루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코이에와 만난 이후 우리가 만나야 할 진정한 상대는 내면 깊숙한 곳에 가려진 채 빨리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우리 '인간의 본질'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제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엉켜 있는 삶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오랫동안 짓눌려온 존재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언제든 가방을 풀고 짐을 덜어낸 뒤 다시 꾸릴 수 있다.



본문의 내용들은 모두 저자가 일, 가족, 사랑, 인간관계에 대해서 하나 하나 짚어낸다. 저자 역시 그동안 탐구하고 꾸준히 연구하며, 깊은 사색 끝에 일궈낸 사유를 차분하게 풀어낸고 있다. 문학적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문체나 문장은 독자들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기술했다. 또 좀 더 독자들의 객관적인 시선을 위해 3인칭 소설처럼 경험의 내용도 객관화해 표현한다. 자아성찰이나 행복의 조건 등은 모두 하루아침에 어디서 툭 떨어지는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동안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경험 사례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유명 인물들의 말과 글에서 인용되는 많은 문장들은 그야말로 금과옥조로 보아도 될 정도다. 저자의 사색의 깊이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지만 결코 미치지 못할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란 느낌은 이 책이 잘 쓰여졌다는 반증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어떤 독자가 이 책의 매력에 끌리지 않겠는가. 먼저 읽은 독자로서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이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찾아 방황하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의 절반에서 만나는 위기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느낌은 마음, 몸, 감정, 영혼 그 어느 영역에서든 우리가 지닌 재능을 시험하고 발휘할 때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나이보다 더 빨리 늙고 삶의 생기를 잃어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p.236)


저자 : 리처드 J. 라이더(Richard J. Leider)

미국의 저명한 강연가이자 저술가이며 자기개발 분야의 트레이너이다. 21세기를 위한 직업 및 라이프스타일 전략 전문가로서 신문 잡지에 여러 차레 글이 실린 바 있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도 그의 글이 자주 인용된다.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트레이닝 컨설팅 회사 디 인벤처 그룹의 설립자이자 공동 경영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내적 탐험가들 : 당신의 삶과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목적의 힘』 『삶의 기술 : 성숙한 인간과 성공한 인간』 등이 있다.


저자 : 데이비드 A. 샤피로(David A. Shapiro)

스탠드업 코미디 작가로 출발하여, 지금은 조직이나 기업을 위해, 사람이 기계의 부속품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멋진 삶’을 하나로 융합시킬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주관하기도 했다. 현재 노스웨스트 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방 다시 꾸리기Repacking Your Bags 운동’을 펼쳤다.


역자 : 김정홍

현재 출판 기획과 집필을 주로 하고 있으며,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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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강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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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 고 이어령 선생이 타계한 지 2년이 넘었다.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순 없지만 그가 남긴 책이나 육성 강연을 통해 여전히 우리는 그를 만나기를 원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 외에도 그가 평생 책을 쓰고 강연을 해온 덕분이다. 이번에 독자가 선택한 책은 『이어령의 강의』다. 독자는 선생이 남긴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강의나 강연에 참석한 일은 한 번도 없기에 이 책은 더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선생의 힘찬 강연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선생은 평생 인문학을 공부하고 인문학을 가르치며 인문학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것을 발굴해 가르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밝혔다. 선생의 생전 모습을 그리며 우리는 여전히 그의 지혜를 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생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지적 유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까지 세상에 남을 이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생명 자본주의, 디지로그 등을 제시하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와 이 사회가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 독자로서는 다소 낯선 단어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알고자 한다. 이 책은 이어령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선생의 수많은 강연 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10편을 가려 모았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떴다 떴다 비행기”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서울대학교 입학식 축사(2008)부터 ‘생명 자본주의’를 이야기한 한국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2010), 그리고 “검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진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2021)까지, “전 세기의 모순과 문제를 떠안은” 채 “새 패러다임을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이어령 선생이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역시 독자에게는 처음 들어본 강의 내용이다. 선생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강연의 주제와 가르침의 본뜻을 헤아려본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은 다른 시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청중들에게 지혜를 전달한다. 1장 〈마스크 한 장〉, 2장 〈‘뜨다’에서 ‘날다’로〉, 3장 〈여기, 즐거운 대학이 탄생한다〉, 4장 〈학문의 수원지가 마르고 있다〉, 5장 〈대학생의 창발력, 그리고 새로운 길〉, 6장 〈젊은이들의 생명 의식〉, 7장 〈가슴 뛰는 창조의 힘, 세종〉, 8장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의 공간〉, 9장 〈삶을 이끄는 컴퓨팅과 신체성의 법칙〉, 10장 〈닫고 열고 넘어서는 디지로그 세상〉 등이다. 이 가운데 첫 장 〈마스크 한 장〉이라는 제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1년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 수여식 축사」이다. 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집회나 대중이 모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포에 떨며 나날을 숨 죽이며 보내던 때이다. 졸업식 축사라면 당연히 현장에 가서 해야겠지만 엄혹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대신했다. 

이날 축사를 통해 선생은 "좋든 궂든 여러분은 비대면 강의를 듣고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그룹에 속한 졸업생입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앞당겨 학습하게 되었고, 동시에 살결 냄새 나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을 겁니다"라고 말머리를 꺼낸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디지털 공간의 '접속'과 아날로그 현실의 '접촉'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것들이 하나로 '융합'하는 '디지로그(Digitak+Analog) 시대'를 살아갈 주역이 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청중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더욱이 대학 졸업식 청중들은 누가 뭐래도 자신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기에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을 실현시킬 도전 정신과 위기 극복 의지력을 갖추기를 강조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여기에 선생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사람의 기침 하나가 내 일상을 뒤집어놓는 상황도 겪었다"고 전제하고 그 영향으로 어떤 물질적 가치보다 생명의 내재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물질 자본으로 전환하는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들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 이어령은 늘 '창조'의 세상을 동경했다. 또 창조의 세상에서 살았다. 누구나 창조를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실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청년들을 가르쳤다. 지(知)의 최전선에서도 언제나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선생은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의 삶을 창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배운 것을 취합해서 묻는 것”이라는 학문의 본질로 돌아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끝없이 질문”하며 학문을 갈고 닦았고, 제자들과 이 시대 청년들에게 꾸준히 강조했다. 저자는 “이 물음이 창조의 하나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종래의 패러다임을 바꿔” 뜨는 것에 그쳤던 우리의 삶을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도, “지혜는 지식 속에서, 지식은 정보 속에서” 죽어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의 공간〉이란 제목의 「2009 동아방송예술대학 석좌교수 특별강연」에서 저자는 '창조'의 정의부터 차분하게 말을 꺼낸다. "창조란 뭐냐. 그것은 넘버원이 되는 게 아닙니다. 창조에는 넘버원이 없어요. 창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중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항상 창조는 하나예요. 즉, 온리원(only one).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 돼야 한다는 거죠."라며 창조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이들을 격려한다. 

"여러분은 사실상 어렸을 때 전부 천재들이었어요. 왜? 끝없이 물었어요. 어머니한테 묻고, 아버지한테 묻고, 사람들한테 물었는데 그 물음을 누가 죽였나요? 어른들이 다 죽여버린 거예요. 내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그 학생들이 주부가 되어서 아이를 낳았지요. 그 학생들이 가끔 저를 찾아와서 서로 아이 키우는 얘기를 하는 걸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얘, 너희 애도 그렇게 묻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물어. 귀찮아 죽겠다.'"(p.276) 저자는 자신의 제자들도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서,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모두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창조 행위, 즉 예술을 하기 위해 예술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저자의 귀중한 한마디는 결코 지나쳐버려서는 안 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러분이 나이가 들고 학교에 간다는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어른들은 새가 왜 우냐고 어린애들이 물으면 답변을 못 하면서도 부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모든 창조는 질문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와 함께 '문화의 힘', '언어의 힘', '예술의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창조의 비밀을 밝히기도 한다. 창조는 바로 ‘눈물’과 ‘외로움’을 딛고 일어선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가슴 뛰는 창조의 힘, 세종〉이라는 제목의 이 강연(「2009 세종대학교 특별강연」)에서 세종대왕도, 아인슈타인도, 퀴리 부인도 울부짖음과 상처가 있었기에 위대한 발명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고통과 외로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우리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한다.

"세종대왕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퀴리 부인, 이러한 천재들을 죽여왔느냐를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 창조적인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창조적인 사람을 따돌리고 못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결국에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에 창조적인 발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p.236) 


배움과 창조를 통해 젊음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전하지만, 결국에는 ‘생명’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선생의 '생명 의식'이다.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창조해도 그 안에 '생명의 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대의 젊은이들을 ‘생태 교류’를 통해 교감하는 종족이라고 표현한다. 신체감각을 활용해 개발된 아이폰(iPhone), 위(Wii) 등을 사용하고, 영화 〈아바타〉를 보며 지구인보다는 '나비족'의 편을 드는 세대. 선생은 이 세대가 기계와 산업이 '당연시된 현 문명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생명 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물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주장한다. 선생은 현대 사회를 생명 중심의 사회가 아닌 생명 경시의 사회로 보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생명에 굶주려 있습니다. 살고는 있는데 사는 게 아닙니다. (…) 자기가 살아 있다는 걸 체감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죽입니다. 피가 분출되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 존재를 느낍니다. 그들의 일상에서는 자아가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게 아날로그 결핍증이 낳은 병폐입니다." - 「젊은이들의 생명 의식」 중에서



마지막 장 〈닫고 열고 넘어서는 디지로그 세상〉은 「2009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융합포럼」에서의 발제이다. 선생은 생명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꿨다. “리빙(living)을 라이프(life)로” 바꾸고 “산업 기술이나 기계 기술의 패러다임, 금융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생명 시스템으로 바꾸”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선생은 “평범한 생명의 생동력을 사랑하고, 울고 환호하는 생생함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을 만들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모든 것은 계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컴퓨터나 과학이라는 이름 밑에” 의존하지 말고 “38억 년의 기나긴 세월 속에 축적된” 자연의 지혜를 배우며, 이를 인간의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야 함을 역설한다.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이 인간의 지혜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만들고 나서 보니 그 결과는 괴물입니다.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자연이 만든 생명체는 아름다움과 조화가 있는데 인간이 만든 생명체는 괴물에 불과했던 것이죠. 1백 년, 2백 년밖에 안 되는 인간의 과학기술로 만든 생명이 신이 만든, 적어도 38억 년 동안의 긴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과 비교가 됩니까. - 「닫고 열고 넘어서는 디지로그 세상」 중에서


마지막까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남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삶을 살기 바랐던,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 이 책 『이어령의 강의』를 읽으면서 그의 지식의 방대함에 놀랐고, 세부적이고 꼼꼼하게 거의 전 학문을 엮어내는 솜씨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리고 단편적인 단어에 숨어 있는 뜻과 그 말을 어떻게 살려내는지에 대한 영감도 받았다. 이 책은 언제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아 열정적 노력으로 잘 살아가기를 소원했던 그의 진심이 전해져 독서의 보람도 느꼈다.

이어령 선생이 강연 중에 했던 "아마도 10년 후, 20년 후 나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때 여러분은 필록테테스처럼 마지막 영광의 승리를 가지는, 상처와 함께 당당하게 트로이전을 승리로 이끄는 그런 숨은 활의 재능들을 꽃 피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기대하면서, 그것이 실현되리라 생각하면서 여기에서 오늘 이 이야기를 마칩니다."가 오늘 독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는 생명 자본주의가 온다는 겁니다. 금융자본주의는 돈 넣고 돈 버는 것이고, 산업자본주의는 기술 넣고 기술 버는 것이죠. 이제는 감동을 넣고 감동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명 자본주의가 온다는 겁니다. 이 생명 자본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오는 것입니다. 컴퓨팅이 바로 생명 자본주의에 이바지할 때에 컴퓨터와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게 신체성입니다. (중략) 이런 지구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물이 자연과 함께 지내려면 원폭이 떨어져도 살아남는, 공룡보다도 더 오래 산, 지구의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바퀴벌레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 이런 것들이 바로 앞으로 산업이나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는 것이 컴퓨터와 신체성을 관심, 관계, 관찰의 마지막 항목으로 삼아달라는 이유입니다.(p.334) - 「삶을 이끄는 컴퓨팅과 신체성의 법칙」 중에서


저자 : 이어령(李御寧)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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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와 다큰 왕자 -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 7인 7색 관계 심리학
엄혜선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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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성격 유형별 관계 맺기를 위한 적절한 대응법. 이 책은 〈어린 왕자〉를 패러디한 ‘다큰 왕자‘가 모모와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타인과 관계 맺기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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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와 다큰 왕자 -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 7인 7색 관계 심리학
엄혜선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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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잘 안다. "6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나는 '어린 왕자'를 만났다. 처음에 그는 나에게 양의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또한 전에 그린 보아뱀의 그림을 이해했다. 양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귀찮아 상자의 그림을 그렸더니 의외로 만족해했다. 상자 안에 양이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 왕자는 집채만한 별에서 왔는데, 그 별의 이름은 Β-612였다. 언제나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이들은 숫자 같은 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여섯 해 후에 그를 잊지 않기 위해 다시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로 시작하는 〈어린 왕자〉는 동화로도 읽히고 소설로도 읽힌다. 뿐만 아니라 영화·연극·뮤지컬은 물론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주는 캐릭터가 됐다. 생텍쥐페리는 1943년 〈어린 왕자〉를 발표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이 작품에는 아름다운 삽화까지 직접 그려 넣어 그의 또 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옛 프랑스 50프랑짜리 지폐에 새겨질 정도로 프랑스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비롯, '철학'이 담긴 아름다운 동화를 써서 8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있다. 아쉽게도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1943년 연합군 반격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행방불명되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그린 것이라는 듯이. 

이 책 『모모와 다큰 왕자』는 저자 엄혜선이 〈어린 왕자〉를 '다큰 왕자'로 바꾸어 7명의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사로 마음의 상처난 이들에게 치유의 조언을 해주는 저자는 다큰 왕자가 7명의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 심리 치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이들에게는 기다릴 수 있는 변화를, 나만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상대방과의 균형을, 나만의 방향으로 소통하는 이들에게는 타인을 이해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7가지 조언을 주기 위해 『모모와 다큰 왕자』를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린 왕자〉를 패러디해 관계 맺기를 도와주는 심리학 콘텐츠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주인공 다큰 왕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이 책에서 ‘어린’ 왕자는 ‘다큰’ 왕자가 되어 새로운 관계 맺기 여행을 시작한다. 원작에서 만났던 인물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변신해서 왕자와 만나게 된다. 다큰 왕자는 비밀 친구 모모의 도움으로 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우당탕탕 깨지고 화해하고 질문하면서 모모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있는 「서문」에서 원작 〈어린 왕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모와 다큰 왕자』는 다시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린 왕자〉에서 지구에 온 어린 왕자는 비행사와 여우를 만나면서 마음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자신이 길들였던 장미를 책임지려 돌아가기로 선택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수십 년간 전 세계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만약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 돌아갔다면 그곳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이 궁금증이 '다큰 왕자'의 새로운 여정의 변곡점이 된다. 

"나에게만 보인다고?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별에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온 우주에 전해졌나?" 중얼거리는 다큰 왕자에게 어느 날 꼬물거리는 신기한 생명체가 나타난다. 말랑말랑한 몸통에 왕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그 요정의 이름은 '모모'다. 귀찮아 죽겠다는 왕자를 흔들어 깨워 B314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모모의 말을 과연 믿어야 할까? 저자 엄혜선은 B314로 돌아가려면 왕자가 지나온 별들을 다시 거쳐서 이전에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설정한다. 〈어린 왕자〉가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과 관계 맺기 위해 힘들게 애써야 하는데···.

저자는 다큰 왕자의 성격을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ENFP 유형으로 설정한다. ENFP 유형은 열정적이고 따뜻하며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세상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 자발적이고 융통성이 있으며, 특히 자신이 관심 있는 일에는 매우 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다큰 왕자는 'I'들이 봤을 때는 정말 '극E'이고, 'E'들 사이에 있으면 또 아주 'I' 같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호기심은 정말 많다. 아이 같은 순수함을 장착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훌훌 잘 털어내는 편이다. 모두와 친해질 수 있는 타입이고, 모든 것에 감동한다. 생각이 많은 편이고, 딴지 거는 사람은 못 참는다. 과거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곱씹는 것을 좋아하고, 고독을 즐긴다고 한다. 이런 '20대 취준생' 다큰 왕자는 봄날의 햇살 같은 'ENFJ 모모'의 설득에 못 이겨 B314로 돌아가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난다. 

실행력이 부족한 책방 주인 마르코, 갓생 사는 시설관리인 세바스찬, 성공한 CEO 알렉사, 귀농한 셰프 포레스트, 유튜버 개스톤, 벼락부자 건물주 토르, 플로리스트 로제를 만나 좌충우돌 부딪치며 관계를 맺어간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는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공감 거울을 들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큰 왕자를 지치게 하고,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시 출발점에 선 다큰 왕자와 모모는 어떤 길로 나아갈까?

“왕자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나는 믿어. 바닥을 쳤다면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은 거잖아.”라고 책 속의 모모의 말을 전제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내 곁에 이런 든든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타인을 미워하고 상처받았어도 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나를 잃지 않고도 관계를 회복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는 권한다.

이 책은 7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 맺는 과정을 각 1장(章)씩 배정해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에 들어가기 전 저자는 「다큰 왕자 되기 전, 어린 왕자 요약하기」「모모와 다큰 왕자, 7인 7색 관계 맺기 여정」「다큰 왕자, 모모를 만나다」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이 세 가지의 사전 배치는 인물의 성격과 현재의 직업, MBTI 상의 성격유형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일러스트레이트를 통해 그림으로 설명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심리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치유 코드가 되기도 할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다큰 왕자의 경우 '20대 취준생'이고 다재다능하며 성장형 캐릭터라고 규정하고 있다. 행성을 여행하면서 관계 맺기를 연습하는 열정적인 젊은이로 설정되어 있다. 캐릭터 설명에는 각 2페이지씩 할애해 한 페이지에는 〈기질 & 성격〉〈Big5 성격검사〉〈감정 Iceberg〉〈버킷 리스트〉 등으로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다른 페이지에는 〈WORD CLOUD〉에는 인물과 관계있는 키워드들이 적혀 있다. 모모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성격유형 ENFJ, 봄날의 햇살, Hoding이란 설명과 함께, 앞서 언급한 대로 '다큰 왕자 눈에만 보이는 생명체'이다. 특히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 등을 밝혀 각 장의 인물마다 함께하며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실제 각 인물의 뒷 부분에서는 모모의 뼈 때리는 조언을 만날 수 있다.

첫 장 「책방 주인 마르코」는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저자는 마르코의 부제(副題)로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날 경우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정도의 친밀감을 쌓을 수 있을까? 등 많은 부분을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마르코는 여전히 책에 파묻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책방 주위로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어서 오래된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p.30) 

"오, 탐험가가 돌아왔군요. 지구는 어땠나요? 영원한 것들이 있던가요" 그는 뿌옇게 흐린 안경알을 못으로 닦으면서 쳐다봤다.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얼굴이었다. 

"영원한 건 없더라고요. 그래도 새로운 건 배웠어요. 길들이는 것."

"길들여 봐야 소용없어요. 다 의미 없는 일이죠."

이건 뭐지? 나는 벌써 그의 첫 마디에 빈정 상했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공책에 뭔가 적었다. 뒷목에 붙인 파스와 무릎 위에 놓인 찜질팩을 보니 그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7장에는 「플로리스트 로제」를 만난다. 로제의 장에는 '장미 가시 같이 예민한 사람을 만난다면'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책에 따르면 로제는 20대의 플로리스트다. 성격유형 ISFJ이고 센서티브하며 예술감각이 있다. B314를 가꾸면서도 누가 떠나갈까 두려워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Big5 성격검사〉에서는 심경증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그녀를 나타내는 〈WORD CLOUD〉에는 까칠함, 감정기복, 애정욕구, 이기적, 먹방, 차박캠핑, 꽃, 콧대 등이 보인다. 어떤 인물인지 독자들이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녀를 만난 후 〈다큰왕자의 일기〉에는 "로제에게 휘둘리지 않아서 ㄱ람사하다. 너무 반갑게 맞아주는 그의 미소에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애정 욕구가 많고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들이 표현하는 걸 25%만 진심으로 받아들이라는 모모의 말이 도움이 되었다. 로제의 애정과 분노 사이에서 벤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휘둘릴까. 그 사람은 인내심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적고 있다. 이 장은 마지막 장이라는 점을 일기에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별을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새롭게 시도한 보람이 있다. 모모가 알려주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고, 두려워서 피하는 게 있다고 한다. 그때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로제는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달리고,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면서 조종하고 있었다. 다음 별에서는 어떤 사람을 만날까?(p.182)


저자 : 엄혜선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쓰담 상담교육연구소에서 누구나 자기 안의 원석을 발견해 자가발전기를 돌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육지원청, 대학교, 도서관, 기업체, 해오름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심리학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디지털 페인팅을 배워 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 <나쓰담 - 세상 특별한 나를 찾아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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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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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2 초판본 THE HOUSE AT POOH CORNER classic edition 2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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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는 1926년 출간된 후 누적 판매 7천만 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의 명성을 함께 얻었다. 1권 출간 후 1928년 2권이 출간됐으며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책’으로 꼽힌다. ‘월트 디즈니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곰돌이 푸2 초판본(THE HOUSE AT POOH CORNER)』은 1권인 『곰돌이 푸 초판본(WINNIE-THE-POOH)』에서 만났던 귀엽고 엉뚱한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후속 이야기다.

이 책에서 곰돌이 푸와 피글렛, 이요르, 아울, 래빗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은 100에이커 숲에서 어우러져 즐겁게 지낸다. 2권은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는 그들의 일상에 새로운 친구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콩콩 뛰기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 친구의 이름은 ‘티거’다. 티거는 처음 만난 숲속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신나는 일상을 함께 만들어 간다.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과 다채로운 모험을 헤쳐 나가며 곰돌이 푸와 친구들은 여전히 함께라서 매일매일 새롭고 즐겁다.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2권에는 크리스토퍼 로빈과 곰돌이 푸의 마지막 인사가 담겼다. 모두 다른 모습을 가졌지만 성숙하게 만나고 이별하는 이들을 보면 우정과 연대, 화해와 양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울림과 메시지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출판사 피카 클래식 에디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곰돌이 푸2 초판본(THE HOUSE AT POOH CORNER)』는 1928년에 출간된 『THE HOUSE AT POOH CORNER』의 복원판으로, 초판본의 판형, 편집, 디자인 그대로 제작되었다. 출판사 측은 본문과 표지를 동일하게 디자인한 것은 물론이고, 본문은 재생 용지로 질감을 살렸고, 고급스러운 양장 표지에 금박 인쇄, 커버는 100년 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크라프트지를 썼다고 밝힌다. 뿐만 아니라 원서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의 삽화도 한 컷도 빠짐없이 고해상도로 담아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오래전 수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고, 삶과 가치관을 변화시켰던 그때 그 책을 선물처럼 다시 만나보는 일은 어릴 때 추억과 함께 아름답고 순수한 동화의 세계로 돌아가는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노랗고 오동통한 몸집에 빨간 티셔츠, 엉뚱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가 바로 ‘곰돌이 푸’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1977년 이후 80년 들어서야 처음 만났지만 곰돌이 푸는 이미 1926년 '어린이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초판본이 표지, 삽화를 그대로 번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원작을 보기 전에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시장에서 먼저 선을 보인 곰돌이 푸는 우리에게 여전히 쾌활하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곰돌이 푸는 2권으로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초판본 모습 그대로 번역 출간한 것은 의미가 깊다. 소장용 판본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책의 모습이 오래되고 귀한 책이라는 느낌이 손에 들어올 때부터 물씬 풍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1926년 저자 앨런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은 아들 로빈이 가장 좋아하던 곰 인형과 다른 동물 인형들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곰돌이 푸 초판본(WINNIE-THE-POOH)』를 집필했다. 출간되자마자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출간되었고, 이후 월트 디즈니가 만화 영화 〈곰돌이 푸〉로 제작하면서 전 세계 아이들에게 더욱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10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1권에서는 100에이커(1에이커는 1,2240평)에 달하는 숲에서 어우러져 지내는 곰돌이 푸와 피글렛, 이요르, 아울, 래빗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등장해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이번 출간된 2권에서는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는 그들의 일상에 새로운 친구가 찾아온다. 콩콩 뛰기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 친구의 이름은 ‘티거’다. 티거는 처음 만난 숲속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신나는 일상을 함께 만들어 간다. 낯선 친구와도 편견 없이 친구가 되고, 이해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에서 연대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he World of Pooh 곰돌이 푸 1~2 초판본 스페셜 박스 세트』에 들어 있는 두 권의 책은 읽고 소장하는 것은 물론, 선물하기에도 적절하게 디자인됐다. 어른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영원한 동심을 주는 책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자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책의 서문(序文)이란 단어는 많이 보아왔지만 반문(反文)이란 말은 처음이다. 이 책 『곰돌이 푸2 초판본(THE HOUSE AT POOH CORNER)』은 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 말른은 "서문은 본래 책 속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로빈과 친구들은 벌써 여러분에게 소개한 적이 있으니(1권),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며 너스레로 말문을 연다. "그 대신에 반대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푸에게 서문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무엇의 무엇' 하고 되물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도움이 되지 않았죠. 하지만 다행히 아울이 침착하게 나서서 설명햇어요. '내 친구 푸, 서문의 반대말은 반문이란다'라고 말이죠."(p.4) 

반문을 쓰는 이유는 지난주에 크리스토퍼 로빈이 저자에게 말한 내용을 상기시킨다. "푸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들려준다고 하셨던 바로 그 이야기 말인데요···." 저자는 순간 재빠르게 "9 곱하기 107은 뭘까?"라는 문제를 냈다. 이 문제가 끝난 다음에는, 소들이 1분에 두 마리씩 문을 통과해서 나가고 지금 들판에는 소 300마리가 있다면 한 시간 반 뒤에는 과연 몇 마리가 들판에 남아 있을까 하는 문제를 냈다고 슬쩍 미소를 띤다. 문제를 풀다 보니 참 재밌었다는 말도 잊지 않고서···. 그렇게 실컷 즐기다가 어느새 우리는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다고 적고 있다.

베개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있던 푸는 좀 더 오래 잠들지 않고 있었다.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일에 관한 대닺ㄴ한 생각을 떠올려보고 있었던 것. 그러다 푸도 곧 눈이 감기고 고개가 끄덕끄덕하더니 우리를 뒤따라서 살금살금 숲속으로 들어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독자는 여전히 모르고 있지만 그곳 숲속은 여전히 마법 같은 모험으로 가득했고 예전에 들려준 이야기보다도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10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연결된 상황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굳이 장(章)으로 나누지 않고 '이야기'(에피소드)의 연결을 저자가 선택한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모두 10개의 이야기의 제목만을 적어도 어쩌면 숲속에서 푸와 친구들,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의 생활이고 일상의 모습이다. 「추운 이요르를 위해 푸 모퉁이에 지은 집」 「숲을 찾아온 티거에게 아침밥 먹이기」 「하마터면 히파럼프와 마주칠 뻔한 순간」 「나무 위에 고립된 티거와 루 구출 작전」 「크리스토퍼 로빈은 아침마다 뭘 하는 걸까?」 「푸가 만든 게임으로 다 함께 놀기」 「티거가 콩콩 뛰지 않으려면」 「피글렛이 아주 대단한 일을 해내다」 「새로운 집이 필요한 아울을 위해!」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 마법의 공간으로 향하다」 등은 숲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략 눈앞에 떠오를 정도로 구체적이다. 이 책에서 독자가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 곰돌이 푸가 말하는 것은 거의 시에 가깝다는 점이다. 시나 노래 가사처럼 말한다. 굉장히 멋들어진 표현이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언어인데 적은 수의 단어 몇 개를 이어 말하면 그것이 노래 가사가 되고 곧 시가 된다. 그러나 곰돌이 푸는 사실 말을 잘하지도 않고 글도 잘 쓰는 것이 책에 표현되지 않는다. 말을 잘하지 못한 탓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몇 개를 띄엄띄엄 이어붙인다. 


"그날 곰돌이 푸는 별달리 할 일이 없었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푸는 피글렛의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어. 피글렛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지. 밖을 나서자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어. 푸는 벽난로 앞에 앉아 발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을 피글렛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얗게 눈 내린 숲길을 걸어갔어. 그런데 피글렛의 집에 도착한 푸는 깜짝 놀랐어. 문이 열려 있었거든. 또 집 안쪽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피글렛은 없었어.'

대답이 없자 푸는 피글렛이 밖에 나갔다고 실망하며 중얼거린다. "그게 맞지. 지금 집에 없으니까. 그런 나 혼자 생각에 잠겨 빠르게 걷기를 해야 하네. 아, 이런!" 중얼거리는 동안 갑자기 푸의 머릿속에 노래가 하나 떠오른다. 


펑펑 눈이 와, 티들리 팜.

오고 또 오고, 티들리 팜.

오고 또 와도, 티들리 팜.

자꾸 

눈이 와.


아무도 모를걸, 티들리 팜.

내 발가락이 얼마나

꽁꽁 얼었는지, 티들리 팜.

내 발가락이 얼마나 

꽁꽁 얼었는지, 티들리 팜.

지금도

얼어붙는 중.


푸는 최고로 멋지게 누래를 불렀다. 다 부르고 난 뒤에는 피글렛의 반응을 기다린다. 눈 오는 날 야외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말해주길 기대했단다. 피글렛은 노래 가사를 곰곰이 되짚어 보더니 진지하게 말한다.

"푸, 발가락보다는 귀가 더 꽁꽁 얼어."



밝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말들은 문장으로 보기에는 어딘지 어눌한 느낌이지만 이내 이들이 동화 같은 마법의 세계에 산다고 생각하니 궁금증은 일시에 풀린다. 순수하고 순박한 이들의 마음은 어떤 말이든 시적이고, 맑고 순수하다는 사실을 정작 독자 개인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나갔던 것이다.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어린이들의 세계와 그들만의 대화법은 어른이 애써 짜내는 시보다도, 심지어 지능이 높은 어른보다도 더 잘 통하는 명문장이고 시요, 노래 가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단순하고 짧은 언어만으로도 잘 통하고 마음의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동심의 세계를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들과의 대화는 물론 의미와 의사 전달도 어렵다. 천진난만한 표현, 그것이 말하는 자와 듣는 자와의 의사 전달이 원활하다면 그것보다 시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하는 자각심이 비로소 독자에게 생긴다. 이 사실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동심의 세계가 아닌가 싶다. 이런 동심은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괜히 좀 안다고 그들의 짧은 언어를 이해하려 들다가는 그들이 전하는 의미와는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들과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면 푸가 하는 말이나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의 억양과 장단만 들어도, 혹은 몸짓과 표정만 보아도 의사 전달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니 그들의 맑고 고운 언어는 그 자체로 시가 된다는 생각에 확신이 서기 시작한다. 저자는 어린이들은 물론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의 마음속까지 이들의 맑음과 순수함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을 것이란 추정도 크게 빗나간 것은 아닐 거란 생각마저 든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어른의 시각으로 읽으면서 궁금했던 이들의 놀이와 마음이 진실과 가장 가까울 것이란 느낌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읽을수록 즐거워진다. 



「나무 위에 고립된 티거와 루 구출 작전」이란 네 번째 이야기에서 독자의 느낌은 현실이 된다. 햇볕이 기분 좋게 따뜻한 아침. 징검다리 세 번째 돌도 오래 햇볕을 받아 아주 따뜻하다. 푸는 혼자 시냇물 한복판에 앉아 아침 시간을 마저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은 참이다. 문득 래빗이 생각난다. 

"나는 래빗이랑 이야기하는 게 좋아. 래빗은 쓸모 있는 이야기를 하거든. 아울처럼 길고 어려운 단어는 안 써. 짧고 쉬운 단어를 쓰지. '점심 먹을래?'라늗니 '맘껏 먹어, 푸'라고 말해. 아무래도 나 래빗을 보러 가야겠다."

이때 푸의 머릿속에 또 다른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른다.

오, 난 래빗의 말투를 좋아해.

그래, 그렇지.

최고로 기분 좋은 말투야.

우리 둘한테는 그래.

맘껏 먹으라는 래빗의 말,

혹시 입버릇이 되려나 싶지만

그래도 상냥한 입버릇 같아.

푸한테는 그래.(p.73)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크리스토퍼 로빈과 곰돌이 푸가 이 장면을 연출해 낸다.

"푸, 너 언제까지나 날 잊지 않는다고 약속해. 내가 100살이 되어도 말이야."

푸는 잠시 생각했어.

"그때 나는 몇 살이지?"

"99살."

푸는 고개를 끄덕였다.(p.245)


저자 : 앨런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H. G. 웰즈에게 가르침을 받아 큰 영향을 받았으며, 공립학교 웨스트민스터 및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부터 학내 잡지에 시나 수필을 투고했으며, 대학 시절 유머 잡지 [펀치]의 편집 조수가 되었고 이후 작가로 독립하였다. 몇 년 후에는 [펀치] 편집부의 일원이 되어 해 학적인 시와 기발한 평론들을 쓰기도 했다. 1913년에 도로시 다핀 드 셀린코트와 결혼한 후, 그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 시기에 인생의 밝은 면을 묘사한 희극을 많이 썼다. 대표 작품으로 『핌씨 지나가시다』, 『블레이즈의 진실』, 『도버 가도』 등이 있다. 1922년에는 유일한 장편 추리소설인 『붉은 저택의 비밀』을 집필했다. 이후 『위니 더 푸』, 『푸 모퉁이에 있는 집』을 집필했으며, 이 두 작품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그 이후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다가 1956년 74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림 :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곰돌이 푸』를 그린 삽화가로, 1879년 런던 출생이다. 평생 어른과 어린이를 위해 많은 책에 삽화를 그렸으며, 대표작으로는 『곰돌이 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있다.


역자 : 박성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와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기획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수영하는 여자들』, 『안녕은 단정하게』, 『관계의 미술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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