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밀은 부자들에게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줬던 반면, 상속세에 대해서는 다소 엄격했다. 그는 여러 철학 및 경제학 저술들에서 ‘결과의 균등 equality of results‘보다는 ‘기회의 균등 equal opportunity‘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 불공평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땀을 흘려 더 많은 부를 창출하려고 하기보다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부에 안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밀은 소득세에 대해서는신중하고 느슨했던 반면, 상속세 inheritance tax에 대해서는 엄격했을까? 밀은 누진세와 달리 상속세에 높은 세금을 물린다고 해서 그것이 노동의욕을 떨어뜨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상속 재산은 상속받는자가 직접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선publicgood을 위해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 P225
그러나 밀의 구제 수당은 이보다도 훨씬 더 엄격했다. 그는 구제 수당을 받는 빈민들(특히 신체 건강한 빈민들)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키기위해 그들이 구제 수당을 받는 대가로 수행하는 노동, 즉 공공근로가일반 노동자의 노동보다 더 고역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오늘날 시행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해내지는 못했지만, 밀은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는 구제 수당이 너무 쉽게 분배될 경우, 구제 수당을 받는 가난한가정의 자식들이 신성한 노동 윤리work ethic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구제 수당이 너무 많으면 빈민들의 출생률만 높일 뿐 생활 조건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입장에서 밀은 구제 수당이나 임금을 높이자는 사회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정책들은 반대했다. 이제 밀에게 남은 일은 자신의 규범적인 정책들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모델로 제시하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아버지의 조기 교육의 쓰라린 기억을 되새겼다. 비록 그가 조기 교육의 희생자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알고보면 그런 엄격한 교육의 힘이었다. 이런 경험에 기초해 그는 빈민들에 대한 공교육을 지지했다. 당연히 밀에게 있어서 교육은 단지 읽고, 쓰는 능력을 키우거나 기본 셈을 위해 필요한 산수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본주의의 가치관을 그들에게 가르치고 설득하는 것도 교육적 측면에서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의무 중 하나는 상업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든시민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뒤에 독일 태생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는 이것을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 Protestant work ethic" (또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 불렀는데, 이런 윤리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천적으로 반복 학습되어야 몸에 익힐 수 있다. 혹시라도 노동 윤리라고 하는 것이 선천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보다 더 가혹한 말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에서 언젠가는 구빈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P231
자유방임 정책과 정부의 개입 정책에 대한 밀의 입장을 살펴보는 일은 몇 권의 책을 써도 모자란다. 그래도 간략히 요약하면, 밀은 한쪽에치우치기보다는 두 입장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의 입장을 거부했던 그는 자유방임의 기본 전제만을 받아들였다. 반편,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는 더 큰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경우에 한에서만 인정했다. 밀은 "더 큰 선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자유방임을 포기하는 것은 확실히 악이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과세, 화폐 발행, 국방, 법질서 확립 등 국가가 개입해서해야 할 일들이 분명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교육, 그리고 사업규제 같은 것들은 국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분야들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선택적 optional‘ 기능들은 각각의 경우에 따라 개입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밀은 국가복지보다는 사적인 자선 사업을 선호했지만, 이런 자선 사업이 부분적인 성공 밖에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누가 한 푼이라도 더 준다면 좋아하겠지만, 부자들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없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무임승차free-rider‘ 효과 때문인데, 무임승차란 자신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에 편승해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밀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해 과세의 힘 taxing power 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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