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에 따르면, 많은 교도관이 자신은 경찰관보다 지위노동자계급 출가 낮다고 여겼고 경찰관이 교도관을 ‘보조 인력‘으로 취급한다고느꼈다. 또한 교도관 제복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그 일을 하는 환경에 오염되었다"고 느꼈다." 요컨대 프랑스의 교도관은 플로리다주 · 콜로라도주의 교도관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일하는 환경이 대중의 바람과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것임에도 자신이 비천하고 도덕적으로 수상쩍은 일을 하는 ‘더티 워커‘라고 느꼈다(프랑스교도관에 대한 또 하나의 연구에서는 "교도관이 하는 모든 일은 사회가 시킨것인데도 교도관의 이미지가 이토록 부정적인 이유"를 물으면서 그 답은 교도소의 비참한 환경에 대한 사회의 ‘양심의 가책‘이 교도관에게 투사되는 ‘전치과정‘에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P131

그럼에도 할덴 펭셀 운영진은 재소자가 가구를 갖춘 창살없는 방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곳 재소자들은 각종강의를 들을 수 있고 카메라의 감시 없이 돌아다닌다. 할덴 펭셀은 ‘역동적 보안‘이라는 교정 철학에 따라 강압이나 통제가 아니•라 신뢰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폭력성을 완화하고자 한다. 이곳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재소자를 수감하는 독방이 딱 하나 있다.
독방에 설치된 구속의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이런교도소는 미국의 최고 보안 교도소에 비해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비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이다. 또한 더 인도적인 교도소가재범률을 낮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할덴 펭셀의 목표는 재범 비율을 낮추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목표는 노르웨이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었다. 할덴 펭셀의 직원들 또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졌습니다." 할덴 펭셀의 교도소장은 벤코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교도관들도 자신들의 직업을 좋아하고 그곳에서 은퇴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교도소의 잔혹한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거기 갇힌 사람들의 존엄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도관들이 공포와 위협을 동원하여 권위를 행사하지 않게 하고, 자신이 일하는 환경에 오염되었다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P132

사회학자 존 프래트Join Pratt는 교도소 건축 양식이 점점 더 스파르타풍으로 바뀌고 교도소 부지가 사회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변두리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그 후의 일이라고 분석한다. 이 건축적  지리적 변화를 추동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가지 설명은 교도소 관리자들이 디킨스 같은 관찰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는 것이다. 디킨스는 이스턴주립 교도소 운영진의 선의를 칭찬하면서도 그들이 재소자를 철저한 고립 상태에 가두는 "감옥식 훈육"을 고안했다고 규탄했다. 이 시대 미국의 개혁가들은 감금 요법이 재소자의 내적 성찰과 자기 규율을 증진한다고 믿었지만 디킨스는 이들의 주장에 아랑곳없이 독방 감금은 "지독한 처벌"이라고, 그 피해가 은폐되고 위장된다는 점에서 더욱더 교활한 처벌이라고 보았다. "나는 매일매일 그렇게 서서히 뇌의 신비를 조작하는 이 행위가 다른 어떤 종류의신체 고문보다도 헤아릴 수 없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그 섬뜩한 징후와 증거가 육체의 흉터만큼 눈에 띄거나 손에 만져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디킨스는 이렇게 썼다. 19세기 미국의 형벌 체제는 교도소가 범죄자의 도덕을 고양시키고 그들을 준법 시민으로 교화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설계되었다. 20세기후반, 그보다 더 징벌적인 교정 철학에 의거하여 건축된 교도소는 외부인의 접근을 훨씬 더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 P137

그러나 교도소가 사회 변두리로 이동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존 프래트에 따르면 이 변화는 "처벌의 문명화"(일반적인 의미의 문명화가 아니라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말한 문명화, 즉 불쾌하고 충격적인 일들이 "사회생활이라는 무대의 뒤편으로 옮겨지고 은폐되는 과정인 문명화)가 득세한 결과였다. 표면적으로 엘리아스의 연구는 처벌 연구와 무관해 보인다. 그의 1939년 저서 《문명화과정》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식사 예절을 비롯한 행동 규범의 변화를 추적한 유럽 풍속사 연구로, 처벌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래 들어 범죄와 처벌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엘리아스의 통찰을 빌려 현대적 형벌 관행의 아이러니와 모순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엘리아스에 따르면 ‘문명화 과정‘의 핵심은 내적 통제의 강화이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행위자들이 인간 행동의 ‘동물적‘ 측면을 억압하고 그런 행동을 타인에게 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침을 뱉거나 방귀를 뀌는 등의 신체 기능이 불쾌한 것으로 여겨져 상류사회에서 추방당했다. 죽은 동물을 자르는 행위는 원래 잔칫상에서 하던 일이었으나 점잖은 상류층이 지닌 "불쾌감의 한계치"가 높아지면서 "충격적인 일"로 여겨져 시야에서 숨겨졌다. - P139

신체에 대한 처벌이 ‘누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론상으로는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엘리아스의 계승자들이 말하듯이 ‘문명화 과정‘은 잔인한 폭력이 실제로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더 은밀한 장소로 밀려난다는 뜻이다. 엘리아스의 연구를 형벌사회학에 처음 접목한 데이비드 갈런드orite Garland에 따르면,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문명화된 감수성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폭력을 세탁하는 것도 가능하다(《문명화 과정》의 중요한 주제 하나가 바로 국가에 의한 폭력의 독점 과정으로, 같은 시기에 일반 시민이 허가 없이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도록 자제력이 강조되었다). 《처벌과 현대 사회Punishment and Modern Society》 (1990)에서갈런드는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문명화된 처벌"의 계보를 제시한다. 범죄자를 교수대에 매달아 죽이는 행위가 야만적이라는 데에는 현대 미국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그런데 범죄자를 독극물주사(더 은밀한 살인 도구)로 죽이는 행위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합법이다. 재소자를 매질하는 행위는 분명 현대 미국인의 "불쾌감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반면에 재소자를 눈에 띄지 않는 별도의 "고립 장치"에 가두는 행위는 그렇지 않다. 디킨스가 1842년에 말한대로 독방 감금은 "그 섬뜩한 징후와 증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바로 그 이유에서 불쾌해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갈런드는 "일상적인 폭력과 고통은 은밀하게 수행되거나 위장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시야에서 제거되면 용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잔인성의 정도가 아니라 잔인성의 가시성과 형식이다. 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들의 외딴 위치는 우연이 아니다. 프래트에 따르면 서양 세계 전역에서 "문명화된 감옥은 보이지 않는감옥"이다. 시스템의 폭력을 은폐함으로써 ‘선량한 사람들‘이 담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훨씬 더 쉽게 모르는 척하거나 잊을 수 있게 하는 감옥이 문명화된 감옥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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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스는 다시 빙긋 웃는다.
그 웃음이 어쩐지 약간 소름 끼쳐서, 나는 ‘동기화‘와 ‘호환‘
항목에 ‘정상‘으로 표시한 뒤에 비고란에 저장 완료된 뒤에웃는 기능은 삭제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기록했다. 인간이 하지 않거나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을 하고 나서 사람처럼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란 인공 존재의 외모뿐 아니라 행동을 받아들일 때도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37

안 켜지면 어떡하지……
전원을 넣은 뒤에도 1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매번 불안해진다.
1호를 처음 데려와서 전원을 넣었을 때도 나는 이렇게 불안했었다. 내가 처음 개발한 인공 반려자인데, 아예 켜지지도않으면 어떡하지. 기능을 너무 많이 넣었으면 어쩌나. 오작동하면 어쩌지. 자기 이름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전원을 넣고 나서 1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기까지의 짧은 순간동안 나는 이런 쓸데없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1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주인과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웃음 짓는 기능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1호의 녹색 눈동자를 마주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는 내 피조물이고 내가 만든 반려자였다. 머리에서부터발끝까지 나를 위한 존재, 달리 표현할 방법도 필요도 없이한마디로 완전한 ‘내 것‘이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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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는 이렇게 썼다. "때때로 우리는 교도소나 구치소의 죄수들에게 잔혹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풍문을 듣는다." 그런 행동에 대해 교도관을 비난하고 싶은 충동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교도관은 사실 "우리의 대리인일 뿐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느끼기에, 교도관이 집행하는 처벌은 사회의 ‘외집단‘인 범죄자들이 "선량한 사람들로구성된 내집단에서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하는 처벌"이다. 그 처벌이 "우리가 생각하고 싶어 하는 정도를 넘어설때는 좀 나쁜 것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양가적이다.
이어 휴스는 "미심쩍은 관행"에 가담한 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하급 교도관"의 관점으로 그를 멸시하는 ‘윗사람들‘과 ‘선량한 사람들‘의 위선을 비웃는다. 이 교도관은 그들을 위선자로 여길 이유가 충분하다. "그는 자신을 고용한 사람의 바람, 즉 대중의 바람이 전혀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대중은 교도관이 지나치게 가혹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친절할 때도 비난한다. 또한 종종 그렇듯 교도관의 성격이 잔혹할 경우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어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혹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 있었다면 똑같이 했을 일을 자신이 한 것뿐이라고 정당화한다." - P91

훈련·급여·인력 충원. 교화 과정에 돈을 쓰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너그러운 교도관마저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이 그의 요점이었다. 교도소에 정신질환자가 너무나 많아진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일기장의 한 대목에서그는 샬럿 교도소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재소자가 많은 이유를
"주립 정신보건 시설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커티스는 정신질환자와 관계 맺는 방법을 훈련받은 적이 없었다. - P97

이처럼 교도소의 더티 워커, 나아가 모든 더티 워커가 담당하는 또 하나의 필수 기능은, 그들로서는 결국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비인도적인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받아내는 것, 그럼으로써 그들보다 훨씬 더 힘센 사회적 행위자들이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힘센 행위자가 누구인가 하면, 그들의 윗사람만이 아니라 국민의 포괄적인 동의하에 일하는 판사와 검사, 선출직공무원이다.  - P120

이 상업이 ‘곤란해진이유는 흑인에게 가한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백인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즉 노예제 자체가 혐오스럽다는 진실과 그로 인해 수많은 가족이 파탄난다는 진실을 일깨울 참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장 불쾌한 특징들이 부끄러울 만큼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노예를 사고파는 불명예스러운 ‘영혼몰이꾼‘은 노예제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이들의 편리한 희생양이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예리한 관찰자들이 지적했듯이, 모든 노예상이 불명예를 짊어지진 않았다. 가령 노예제 폐지론자 시어도어 드와이트 월드TheodoreDwight Weld에 따르면, 노예 거래의 낙인은 거래 과정에서도 특히 악명 높았던 "저속한 고역"을 담당한 "하류층 가정의 남자"에게 주로 돌아갔다. 반면에 가장 큰 규모로 노예를 사고팔아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노예상은 비난을 비껴갔다. "이 사업으로 출세한 사람들에게는 낙인이 거의 찍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자 월터 존슨Walter Johnson은 뉴올리언스 노예 시장에 관한 권위서 《하나하나의 영혼 Soul by Soul》 (1999)에 이렇게 썼다." 이 말대로 가장 큰 노예 거래 회사를 운영하는 부유한 남자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는 하류층 일꾼들에게 실무의 대부분을 외주하고는 그들과 떨어진곳에, 더 우아한 무리 속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한 부유한 노예상은 누군가 그의 이름으로 판매된 노예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저 신사들이 하는 일이죠.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답니다." 그 ‘영혼몰이꾼‘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은 생략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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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등은 매우 귀여웠다. 토끼가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나무 부분은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았지만, 토끼는 한껏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토끼의 양쪽 귀 끝과 꼬리 끝, 그리고 눈은 검었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새하얀 색이었다. 딱딱한 재질인데도 보드라운 분홍 입술과 복슬복슬한 털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등에 불이 들어오면 토끼의 몸체가 하얗게 빛났고, 그 순간만은 마치 살아 있는 토끼같아서 귀를 쫑긋 세우거나 코를 벌름거리기라도 할 것 같아보였다. - P9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분노와 슬픔과 원한이 넘치는 세상에서 타인에게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돈과 권력이 정의이고 폭력이 합리이자 상식인 사회에서 상처 입고 짓밟힌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찾아오는 마지막 해결책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끔찍하고 비참한 곳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 덕에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그러니까 달도 별도 없는 밤에 토끼 전등을 켜놓고 창가에앉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말할수 없이 의지가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 산다면 나도 언젠가 할아버지처럼죽어도 죽지 못한 채 달 없는 밤 어느 거실의 어둠 속에서 나를 이승에 붙들어두는 닻과 같은 물건 옆에 영원히 앉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창가의 안락의자에 앉게 될 때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자식도, 손주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닫고 완전한 어둠 속에 홀로선다.
이 뒤틀린 세상에서, 그것만이 내게 유일한 위안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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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앵무새가 깨어났다. 직원의 배가 4분의 3까지 돌아갔던 순간, 앵무새는 기분이 나쁘다는 걸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렇게 비명을 질렀으니까.
"꾸웩!"
거대한 배가 움찔했다.
"꾸이-욕!"
그배가 다시 돌아서서 멈추었다. 빅 엔젤은 그저 앞만 똑바로바라보았다. 턱 근육이 격렬하게 떨려서 뺨이 후들거렸다.
"으웨에엑!"
직원의 커다랗고 붉은 얼굴이 스윽 내려와 창문 밖에 보였다. 얼빠진 얼굴이었다.
어머니 아메리카는 세상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좀 이상하죠? 이게 뭘 것 같으세요?"
그 순간 그녀의 가슴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이어 투덜거리는 소리와 꽥꽥대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앵무새가 가슴골에서 꿈틀대며 튀어나와 머리를 빙글빙글 돌려댔다.
"참 재미있네요."
어머니 아메리카가 말했다.
화가 난 데다 술이 덜 깬 앵무새는 펄쩍 솟아올라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열린 창문 사이로 탈출해서 날아가버렸다.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그러니까 공무원들과 멕시코인들과 뒷좌석에 있던 미국 시민들 모두가 국경 너머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그저 바라보았다. - P456

빅 엔젤은 뒤통수에서부터 팔을 타고 내려가는 고통을 느끼며 씩 웃었다. 아직은 태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재미있구나, 아우야. 나는 예전에 죽을 정도로 배고팠다고, 알지? 언제나 뭔가를 먹고 싶었어. 그런데 우리가 여기 이 나라에 오니까, 먹게 되더라. 항상 말이야. 나는 살이 쪘어! 그래서 페를라가 나더러 여보flaco"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야. 재미있지."
리틀엔젤은 테라스에 드리워진 미니의 그림자를 보았다.
"근데 그거 알아? 지금 나는 또 배가 고파 죽겠어. 난 먹는 게싫어. 먹어봤자 암이나 키울 뿐이야. 이 약들을 먹으면 아파. 위장이 항상 쓰려. 하지만 음식 꿈을 꿔. 다시 열 살이 된 것처럼. 정말이야. 난 사랑을 나누는 꿈 같은 것도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카르니타랑 토르티야 꿈을 꾼다고."
미니의 그림자가 멀어져갔다.
빅 엔젤은 솔직하게 말했다.
"음...... 그래. 섹스 꿈도 항상 꾸지. 미겔 엔젤의 위대한 생각이라고 돼지고기를 넣은 토르티야. 그리고 엉덩이. 네가 내 이야기로 책을 쓴다면 알아둬라."
"그래야겠다."
"그래야지. 맞아."
"머저리 같은 엔젤." - P458

"날 용서해라."
빅 엔젤이 말했다.
"형도 날 용서해."
리틀 엔젤이 대답했다.
이제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말이야, 나한테 준 상자 안에는 뭐가 들었어?"
리틀 엔젤이 물었다. 손으로 침실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날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다. 그 크리스마스 날에."
빅 엔젤이 대답했다. 미니는 그의 휠체어를 굴려 멀어져갔다.
"가서 봐."
리틀 엔젤은 그 상자를 뜯지 않을 참이었다. 죽든지 말든지, 미겔 엔젤 따위. 죄다 될 대로 되라지. 하지만 그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초판 사인본이 들어있었다. - P461

사람들은 빅 엔젤에게 파도처럼 다가갔다. 마치 달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점점 더 가까이, 점점 더 빽빽하게. 그것은 소용돌이이자 몸으로 만든 보호막이었다. 빅 엔젤은 사람들의 홍수가운데 휘말려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머리를 높이 들고 노래를 불렀다.

일어나요, 엔젤, 일어나요
무엇이 떴는지 봐요
벌써 작은 새들이 노래하고 있어요
달은 이미 저물었답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듣기에 노랫소리가 별로 크지 않았나 보다. 사람들은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리틀 엔젤이 한 번도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가 확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소리치고, 오페라를 부르는 것처럼, 마리아치 악단의 연주처럼 음을 높였다. 그러다 노래 중간쯤에는 흐느끼는 바람에 음을 놓쳐버렸다.
리틀 엔젤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음악이 들려오는 가운데 서서형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노래를 끝까지 들어본 적이 한 번도없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노래를 아는 것 같았다.

아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내가 당신에게 인사하러 온 아침이죠
우리 모두 기뻐하며 왔답니다
즐겁게 당신을 축하하러요

그들은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마침내 노래가 끝나자, 모두는 큰 소리로 오랫동안 박수쳤고, 자리를 뜰 때까지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윽고 리틀 엔젤은 형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사람들이 박수 치고 휘파람을 부는 가운데, 빅 엔젤은 기진맥진한 권투 선수처럼 두 손을 들고 머리 위에서 손을 맞잡아 흔들면서 입 모양으로 ‘그라시아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반짝이는 눈물이 모든 이들을 바늘처럼 찔러댔다.
리틀 엔젤은 눈 위에 손을 얹었다. - P465

빅 엔젤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진맥진한 채로 잠들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에게 계시를 내려주셨으니, 꿈에서 송별 파티를 보았던 것이다. 그는 모든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페를라가 겁에 질린 채로 소리치는 가운데 깨어났다. 그녀는 빅 엔젤의 얼굴과 베개에 묻은 피를 발견했고, 사람들은 허겁지겁 집에서 달려 나와 싫다는 빅 엔젤을 침대에서 끌어내어 응급실로 달렸다. 그러는 내내 그는 죽기를 거부했다. 바로 이 파티 때문이었다. 이 케이크, 이 노래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껏 잡혀 있던 시간의 기포에서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웃으며 이야기하고 아직도 케이크를 먹거나 서로에게 던져대고 있었다. 빅 엔젤은 리틀 엔젤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너는 한 번도 억지로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겠지. 스스로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다면, 언젠가 하느님은 너를 바닥에 메다꽂고는 네가 지은 죄를 낱낱이 대조해보실 거다. 그때가 오기를기다려라, 막내야.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랄로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애는 아부지 옆에 있는 의자에서 점점 몸이 미끄러져갔다. 그리고 발을 축 늘어뜨린 채로 코까지 골아댔다. 그는 손등으로 아들의 얼굴을 쓸었다.
"폐인 같은 놈." - P472

두 조각째 케이크를 먹으러 온 리틀 엔젤은 형 옆에 앉았다. 그들은 자면서 실실 웃고 있는 랄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 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언제나 널 사랑한거 알지."
빅 엔젤이 말했다.
"나도 그래."
"시애틀로 가지 마라."
"가야 해 일해야지. 나도 내 삶이 있는데."
"그럼 내 자리는 누가 이어받냐?"
"난 아니야."
"너밖에 없어. 랄로는 가장이 될 자질이 없어, 인디오는 떠나버렸고, 불쌍한 세사르는…… 할 수 없어. 난 널 골랐다."
리틀 엔젤은 형을 슬쩍 보고서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여자가 가장을 할 차례가 온 것도 같아."
그는 이렇게 말하며 라 미니를 가리켰다.
"지금은 재가 여기 대장이야."
빅 엔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P476

 그는 자신의 인생 마지막 장면을 보았다. 조그마하지도, 스러지지도 않은 영웅적인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웅장했다. 그는 앞으로 가족의 기억에서 절대로 잊히지 않는 전설이 될 것이었다. 그는 일어섰다.
그는 리틀 엔젤에게 손을 뻗었다.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를 가만히 앉혀두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너 지금 뭐하자는 거냐?"
그는 총잡이에게 물었다.
총구를 당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건만, 총잡이는 총을 쏘는 대신 그를 흘깃 바라보고 말했다.
"앉아, 노인네."
"니미 씨발 놈아."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더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건가? 이망할 새끼들은 입이 참 거칠었다. 총잡이는 계속 어찌할 줄을 모르고만 있었다. 오늘은 살면서 최악으로 웃음거리가 된 날, 다 망해버린 날이었다. 이 가족들, 다들 미쳤군. 게다가 다들 말도 너무 많아.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겠다는 총잡이의 계획은 아주 분명했는데, 자신의 총으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랄로를 죽여버리는 것이었다고. 그런데 이 늙은이가 입을 열어서 총잡이는 그만 당황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리려고 온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총알을 더 챙겨왔겠지. 고달픈 인생이여. 할 일이 너무 많잖아. - P482

"하지만 네가 날 못 죽이면, 내가 반드시 네 어미 목을 따버릴거다. 네 아비 목도 지체하지 않고 죽여버릴 거야. 그 머리통으로 볼링을 쳐줄 테다."
페를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들! 아버지를 구해!"
사람들이 총잡이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총구를 사람들 쪽으로 돌렸다. 제길. 그는 다시 노인네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티에 늦어서 미안해요."
빅 엔젤은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인디오가 나타나서 아버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노인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서와라, 얘야!"
사람들은 한 달 내내 연습해온 가족 연극을 보듯 그 장면에 빠져들었다.
인디오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 장면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의 역할을 연기했다.
"왔어요, 아부지.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빅 엔젤이 작게 미소 짓자, 인디오의 마음은 자부심으로 가득찼다.
"아, 이거"
빅 엔젤은 날씨 얘기를 하듯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어떤 멍청이가 우릴 전부 죽이겠다잖냐."
엘 인디오는 기분 나쁘다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들은 이 상황을 끝까지 빅 엔젤의 방식으로 이끌어갈 작정이었다.
엘 인디오가 말했다.
"그럼 날 먼저 죽여, 개새끼야. 그게 내가 해줄 말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미쳤어. 총잡이는 총구를 내리고 뒤를 돌아도망쳤다.
미니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야, 이 개놈의 새끼야."
그는 잠시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잡아낸 인디오가 주먹을 날렸다. 오른 주먹이 남자의 옆얼굴을치고 턱과 얼굴뼈를 부수었다. 그놈은 풀썩 쓰러졌고, 콘크리트바닥에 어찌나 심하게 부딪혔는지 들고 있던 권총이 날아가버렸다. 미니는 권총을 밟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빅 엔젤은 리틀 엔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우리 애들이야." - P486

"아우야, 자기 전에 잠깐 나 좀 보자."
ㅍ삼촌이 침대 옆으로 기어가 아부지 옆에 앉는 걸 보고 인디오는 깜짝 놀랐다.
"우리 아까도 이러고 있었어."
리틀엔젤이 그에게 말했다.
"멋지네."
인디오는 대꾸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좀 어안이 벙벙했다.
"얘야."
빅 엔젤이 부르자 미니가 침대로 올라왔다.
인디오는 주먹을 꽉 쥐고 선 채로 이 장면의 전개를 그저 바라보았다. 이건 그가 기억하던 가족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 브라울리오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이 장면을 보고 그의 동생이 잔인하게 웃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는 아버지를 다시 응시했다.
페를라는 그의 옆에 서서 손으로 등을 쓸었다.
"너도 가봐."
"아냐, 괜찮아."
"얘야, 가라니까."
"나는 괜찮다고."
"랄로는 어디 있지?"
빅 엔젤이 말했다.
"여기 왔어요, 아부지."
랄로는 누가 말하기도 전에 침대 발치에서 올라가 아버지의 발밑에 몸을 둥글게 말아 누웠다.
페를라는 모두와 함께 침대에 올라가지 않을 참이었다. 그녀는 인디오에게서 물러서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인디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페를라는 침대 머리맡으로 가서 빅 엔젤 옆에 가까이 선 다음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다. 빅 엔젤은 그 손을 잡고서 아내의 손마디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헝클어진 빅 엔젤의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매만졌다.
"아들?"
페를라의 부름에 인디오는 몸을 돌렸지만 문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마침내 빅 엔젤이 말했다.
"아들아, 왜 나랑 여기 있지 않는 거냐?"
인디오는 마침내 돌아섰다.
모두 몸을 비켜 가족의 침대에 그의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 P491

"8시야."
"준비할게."
"죽지마."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리틀 엔젤은 약속했다.
그들은 작별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
"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빅 엔젤은 내일 아침에 여행할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리틀 엔젤은 그들을 데리고 이 동네를 빠져나와 농구 코트와 맥도날드를 지나 805번 국도에 진입할 것이다. 라디오를 틀고 큰형에게 웃어주겠지. 티후아나는 저 멀리서 점점 작아지면서 보이지 않게 되리라. 그들은 북쪽과 서쪽으로 가서, 해변에 도착한다음 탁 트인 구릿빛 바다 위를 영원히 떠도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리라.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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