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 데이비드 우드David Wood의 《우리가 저지른 일these Harve to Dove"이었다. 우드는 이렇게 썼다. "오랫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혼동되어왔지만 도덕적 외상은 더 미묘한 상처로서, 플래시백이나 병적인 놀람 증상이 아니라 ‘슬픔, 회한, 비탄, 수치, 반감, 도덕적 혼란‘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특징은 신체적반응이 아닌 꿈이나 의구심 같은 미묘한 감정적 반응으로 드러난다. 칸투는 이 개념이 자신의 문제에 부합한다고 느꼈다. 회고록에서 그는 "전투를 경험한 사람만 도덕적 외상을 입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2018년 초에 이 책을 출간할 때 칸투는 국경순찰대사람들의 비난을 각오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경순찰대와 정치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칸투가 텍사스주 오스틴 같은 도시에서 낭독회를 열면 이주민 인권운동가들이 나타나 불매를 외쳤다. 그를 ‘나치‘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 칸투가 국경순찰대를 미화하는 책을 썼다면 그런 비난이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회고록에 국경순찰대의 현실을 가차 없이 폭로했다. 한 대목에는 요원들이 이주자의 개인 소지품에 대고 오줌을 싼다고 썼다. 또 한 대목에서는 요원들이 체포된 이주자를 ‘쓰레기 같은 놈‘ ‘멍청한 늙다리‘ 등 인간성을 부정하는말로 부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낭독회를 찾아오는 운동가들은 그런 대목을 회개의 표시로 읽지 않았고, 제도적 인종차별의 유해함을 밝히려는 시도로는 더더욱 읽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을 개인적 타락의 증거로 여기고 저자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이 칸투의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나선 배경에는 트럼프대통령이 불붙인 분노가 있었다. 그는 미등록 이주자를 ‘강간범‘ ‘짐승‘이라고 불렀고, 국경순찰대가 그들을 비인도적으로 취급할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으며, 미등록 이주자 일제 단속을 위해 이민관세집행국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요원까지 파견했다. - P244
이탈리아의 소설가프리모 레비 Prino Lort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회색지대zone grigia>라는 에세이에서 죽음의 수용소에 나타났던 노동 분업에 주목했다. 가장 추악하고 모욕적인 일, 가령 유해를 쓸어 치우거나 피해자를 선정하는 일 등이 포로에게 위임되었고, 그 일을 맡은 포로는 특권(여분의 빵 한 조각, 죽음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누렸다. 나치가 이 전략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인력 부족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도덕적인 이유였다. 레비에 따르면, 나치는 그들을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을 불결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들에게 죄의 부담을 지게 하고, 피로 물들이고, 최대한 그들의 이름을 더럽히고, 그렇게 그들을 공모 관계로 묶음으로써 다시는 등 돌릴 수 없게 해야 했다.‘ 레비가 보기에 바로 이것이 "국가사회주의가 저지른 가장 악마적인 범죄"였다. 나치는 "선택(특히 도덕적 선택)의 여지가 0으로축소된", 강압된 협력이라는 "회색지대" 안에서 피해자의 무죄성을 강탈했다. 그런데 "특권층 포로"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자발적인 부역자는 자신의 의지로 체제가 저지르는 죄의 매개물이자 도구"가 되었으므로 "그들이 행한 죄의 정당한 주인"이었다.‘ 그러나 종국에 레비는 판단을 유보하기를 주장하며, "연민과 엄격함"으로 그들이 마주했던 절박한 상황과 난처한 선택들을 숙고해보기를 요청한다. - P246
수용소에 처음 도착했을때 레비는 "불행을 함께하는 동반자들의 연대를 기대했다. 다시말해, 무력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그들끼리 동맹을 맺고 권력자에게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용소에서 풀려날 즈음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포로들은 너무도 절박했던 나머지 권력자의 감언이설에 쉽게 흔들렸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흐릿해지곤 했다. 나치 수용소가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결국 레비의 글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바는, 어떠한 사회질서에서든 권력 격차가 존재하는 한 그 질서의 맨 아래에있는 사람들이 부정한 시스템의 "매개물이자 도구"로 기능할 수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권력이 없다는 그 사실이 권력을 행사하려는 욕망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혹은 나치 수용소의 포로들에게 가해진 강제력만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강제적인 힘에 속박되기 때문이다. 그런 힘 중 하나가 경제적 곤경이라는 압력이다. - P248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더티 워커가 느끼는 공모 의식과 죄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해리엇이 침묵한 가장 큰 이유는 교도관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서, 또는 해고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것은 충분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 이유가 충분히 정당한가? 해리엇은 그 답을 알 수 없었고, 자신이 시스템의 피해자인지가해자인지 줄곧 헷갈렸다. 해리엇만이 아니라 내가 만난 교도소의 다른 상담사들도 그저 돈을 계속 벌어야 한다는 그 이유 때문에 학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들과 달리 폭행 사건을 고발했다가 해고당한 맬링크로트는 환자를 위해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경제적 사정보다 우선시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칙을 고수하는 이 훌륭한 입장은 의료윤리학계와 인권운동 진영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맬링크로트는 그런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위험을 덜 무릅써도 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자란 독신자였고, 해리엇처럼 안전망 없이 어린 자식을 부양하는처지가 아니었다. 그에 비해 해리엇을 비롯한 여러 상담사들은 경제덕 곤궁에서 비롯된 모순된 충동에 시달리면서 더 조심스럽게 데이드의 회색지대 안에서 길을 짚어나가야만 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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