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통각수용체nociceptor라고 불리는, 일종의 뉴런에 달려 있다(noci는 ‘노시‘로 발음되며, ‘해를 끼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nocere에서 유래한다)." 이 뉴런의 헐벗은 끄트머리(자유신경종말)는 우리의 피부와그 밖의 기관에 구석구석 분포되어 있으며, 유해한 자극들-강렬한 열이나 냉기, 짓누르는 압력, 산, 독소, 부상과 염증에 의해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통각수용체들은 다양한 특성(크기, 흥분성, 정보 전달 속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들은 우리가불행하게도 경험할 수 있는 따끔거림, 찔림, 화상, 욱신거림, 경련, 통증의 풍경을 집합적으로 형상화한다. 거의 모든 동물은 통각수용체를 갖고 있으며, 벌거숭이 두더지쥐도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통각수용체는 개수가 적고, 여러 가지방법으로 불능화되었다."일반적으로 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통각수용체를 예로 들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통각수용체는 산에 의해 되레 차단된다." 캡사이신을 탐지하는 통각수용체의 경우,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여전히 캡사이신을 탐지하지만 그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설명하기 쉬운 것처럼 보인다. 만약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여전히 산성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면, 둥지의 방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아마도 고통스러운 잠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캡사이신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어요"라고 파크가 나에게 말한다. 어쩌면 유난히 매운 덩이줄기를 먹는바람에 저항력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수백만 년 동안 생활한 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감각 능력이 쇠퇴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됐든 그들의 무반응은캡사이신이나 산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 P187
사람들은 종종 ‘동물계 전체가 고통을 동일하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색깔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가변적이다. 빛의 파장이 보편적으로 빨갛거나 파랗지 않고 냄새가 보편적으로 향기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것처럼, 고통을 주도록 특별히 진화한 전갈 독의 화학물질조차도 보편적으로 고통스러운것은 아니다. 동물에게 부상과 위험을 경고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그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동물에게는 경계해야 할 것이 있지만, ‘피해야 할 것‘과 ‘용인해야 할 것‘은 종마다 제각기 다르다. 어떤동물이 무엇을 고통스럽게 여길지, 과연 고통을 겪는지, 심지어 고통을느낄 수 있는지를 말하기가 악명 높을 정도로 까다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189
‘감각의 원초적 행위와 그에 따른 주관적 경험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브룸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건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리비가 무엇을보는지‘, 또는 ‘새와 인간이 똑같은 빨간색을 보는지‘에 대한 질문은 철학적으로 흥미롭다. 그러나 통증과 통각의 구별은 윤리적 · 법적·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동물을 잡거나 죽이거나 먹거나 실험하는 것과 관련된 문화적 규범에 영향을 미친다. 통증(또는 당신이 선호하는 경우 통각)은 달갑지 않은 감각이며, 그것의 부재(벌거숭이두더지쥐나 메뚜기쥐처럼)가마치 초능력처럼 느껴지는 유일한 감각이다. 통증은 우리가 회피하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감각이고, 약물을 이용해 완화하는 감각이며, 다른사람에게 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감각이다. - P194
그녀는 긴지느러미오징어 longfin squid 북대서양에서 흔히 잡히는 길이 30센티미터의 종에서부터 시작해 그 괴리를 메워 나갔다. 이 동물은 공격적인 라이벌 오징어나 게의 집게발에게 팔 끝을 자주 잃는다. 크룩은 메스로 이 상처를 모방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오징어는 시야를 흐리는 먹물 구름을 방출하며 쏜살같이 도망치더니,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색깔을 바꿨다. 며칠 후 오징어들은 훨씬 더 빨리 도망치고 숨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 시궁쥐, 심지어 소라게처럼 상처를만지거나 손질하거나 감싸지 않았다. 나머지 일곱 개의 팔을 상처에 쉽게 갖다댈 수 있었지만,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더더욱 놀랍게도, 크룩은 한쪽 팔을 다친 오징어가 마치 온몸이 아픈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이 절상태이나 타박상을 입을 경우, 손상된 부위는 아프지만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그렇지 않다. 내가 손에 화상을 입었을 때, 환부를 찌르면 아프지만 발을 찌르면 아프지 않다. 그러나 크룩이 오징어의 지느러미 중 하나를 손상시켰을 때, 반대쪽 지느러미의 통각수용체도 상처 입은 쪽의 통각수용체만큼 흥분했다. 당신이 발가락을 삘 때마다 몸 전체가 촉감에 예민해진다고 상상해보라. 부상당한 오징어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들은 부상을 입을 경우 온몸이 과민해져요." 크룩이 나에게 말한다. "쉽게말해서 그들은 일상에서 잠재적인 고통의 세계로 이동하는 거예요."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상처를 매만지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다쳤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지만, 상처 부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포유류의 경우, 통증의 국소적 특성 덕분에 취약한 신체부위를 보호하고 관리할 경우 나머지 신체부위들을 갖고서 여생을 잘 지낼 수 있다. 오징어에게 그렇게 유용한 정보원이 결핍된 이유가 뭘까? "하나의 가능성은, "크룩이 말한다. "바닷속의 모든 동물이 오징어를 노린다는 거예요." 부상당한 오징어는 육식성 물고기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눈에 더잘 띄거나 더 쉬운 먹이처럼 보이기 (또는 냄새 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 전체에 높은 수준의 경보를 설정하면, 모든 방향에서 들이닥칠 수 있는 공격을 피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전신에 걸친 민감성은 대부분의 신체부위에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동물에게도 의미가 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면, 지느러미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 P204
그러나 문어는 다르다.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몸의 모든 부분을 만질수 있다. 그들은 심지어 아가미를 손질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에 팔을 뻗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사람이 목구멍에 손을 넣어 폐를 긁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개방수역에서 생활하느라 하루도 쉴 수 없는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호젓한 은신처에 숨어 지낼 수있다. 상처를 돌볼 시간과 손재주가 있기 때문에, 문어의 경우에는 상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크룩이 증명한바와 같이,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문어는 팔 끝이 손상될 경우 때때로 팔을 떼어내곤 한다. 그렇게 되면 잘린 끝stump이 주위의 팔보다더욱 민감해질 것이므로, 문어는 주둥이로 잘린 끝을 어루만질 것이다. 2021년에 발표한 최신 연구에서, 크룩은 문어가 아세트산이 주입된 곳을 피하지만 진통제가 투여된 곳에는 끌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단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면, 다친 팔을 손질하던 행동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룩은 그 논문에서 명백한 결론을 내렸다. "문어는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 P206
모든 생물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건이 너무 차가우면, 화학반응이 느려져 쓸모없는 느림보가 된다. 조건이 너무 뜨거우면, 단백질과 그 밖의 생명 분자가 모양을 잃고 망가진다. 이러한 효과는 대부분의 생명체를 골디락스 존(온도가 딱 맞는 영역)으로 제한한다. 그 영역의 한계는 다양하지만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신경계를 가진 모든 동물은 온도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은 다양한 온도 센서를 사용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철저하게연구된 것은 TRP 채널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그룹이다. 그것은 전신의 감각뉴런 표면에서 발견되며, 적절한 온도에 도달하면 열리는 쪽문 역할을 한다. 쪽문이 열리면 이온이 뉴런 속으로 들어가고 전기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우리는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 어떤 TRP채널은 고온에 맞춰져 있고, 어떤 채널은 저온에 맞춰져 있다(차가움은 단순히 ‘뜨거움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다른 감각이다)." 또한 TRP 채널은 다양한 범위의 온도에 반응한다. 어떤 것은 온화하고 무해한 범위를 탐지하고, 어떤 것은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극단에서 발화한다. 특정 화학물질도 이러한 채널을 작동시킴으로써 열감과 냉감을 생성할 수 있다. 칠리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TRPV1-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온도를 감지하는 TRP 채널을 작동시켜 작열감을 초래한다. 박하는 TRPM8이라는 냉감 센서를 활성화하는 멘톨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냉감을 일으킨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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