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모든 것이 섬뜩하게 들린다면, 헤엄치는 물고기가 어떻게 자신의 몸 주위에 ‘유수flowing water의 장場을 만드는지 다시 생각해보라. 주변의 물체들은 이러한 흐름 장을 왜곡하고, 물고기는 측선을 사용해 이러한 왜곡을 감지할 수 있다. 스벤 데이크흐라프는 이것을 "원거리 촉각‘이라고 불렀다. 이는 전기어가 하는 일과 정확히 일치하며,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전기어는 수류 대신 전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왜냐하면 전기감각은 측선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기수용체와 측선은 동일한 배아 조직에서 성장하며, 두 감각기관 모두 같은 종류의 감각 유모세포(인간의 내이內耳에서도 발견된다)를 포함한다. 전기감각은 변형된 형태의 촉각이며, 흐르는 물 대신 전기장을 감지하기 위해 용도가 변경되었다. 그러나 측선이 이미 존재했다면, 왜 그 위에서 전기정위가 진화했을까? 전기장이 다른 어떤 자극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난류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 때문에, (급류와 소용돌이가 측선을 뒤덮는)빠르게 흐르는 강물 속에서 유리하다. 전기장은 어둠이나 진흙탕에 의해 가려지지 않으므로, 전기어는 탁한 물과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 전기장은 빛과 냄새처럼 장벽에 의해 차단되지 않으므로, 전기어는 단단한 물체를 투시함으로써 숨겨진 보물을 탐지할 수 있다. - P427
이러한 메시지는 멀리 전달되지 않지만, 전기적 의사소통electrocommunication은 능동적 전기정위보다 범위 제한이 덜하다. 전기정위를 할 때 물고기는 더 강한 전기장을 생성함으로써 감각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물고기의 전기 신호를 "듣는" 경우에는 전기장을 생성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릴 때는 더 민감한 전기수용체만 있으면 되는데, 이것은 전기기관보다 진화하기가 쉽다. 전기어는 3센티미터 이내의 먹이를 감지할 수 있을뿐이지만, 몇 미터 이상 떨어진 다른 전기어의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 동종同種의 전기어들은 맬컴 매키버가 상상했던 지각의 안개 perceptual fog속에서 반짝인다. - P431
상어의 전기감각은 수동적 전기수용 passive electroreception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살펴본 전기감각과 다르다. 즉 상어와 가오리는 주변의 물체를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전기장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다른 동물-대부분의 경우 먹이-의 전기장을 수동적으로 탐지한다. 그들은 다른 동물의 전기장을 유난히 잘 탐지하는데, 아마도 이 분야에서 그들을 능가할 동물 그룹은 없을 것이다. 스티븐 카지우라 Stephen Kajiura는 작은 귀상어 hammerhead가 1센티미터의 물을 가로지르는 1나노볼트-10억분의 1볼트의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상어의 전기감각은 단거리에서만 작동하며, 바다 건너편이나 수영장 건너편에있는 물고기(또는 전극)를 감지할 수는 없다." 목표물은 상어로부터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요컨대 상어는 네 가지 감각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1.6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상어는 먹이의 냄새를 맡는다. 가까이 접근하면 시각이 바통을 이어받고, 더 가까이 접근하면 측선이 끼어든다. 전기감각은 사냥의 막바지에 개입해, 사냥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을 안내한다. 로렌치니 팽대부가 일반적으로 입 주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437
이 광범위한 전기수용 동물들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점을 일깨워준다. 첫째, 전기감각은 오래된 감각이다. 전기수용체는 오래전 측선에서 처음 진화했고, 모든 살아 있는 척추동물의 공통조상은 전기장을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기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의 조상은 거의 확실히 전기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둘째, 척추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적어도 네 번 전기감각을 잃었다. 그래서 먹장어 hagfish, 개구리, 파충류, 조류, 거의 모든 포유류, 그리고 대다수의 어류는 전기감각을 갖고 있지않다. 셋째,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기아나돌고래, 전기어를 포함한 여러 척추동물 그룹은 조상들이 가졌던 능력을 되찾았지만, 그들의 친척들은 그러지 못했다. - P441
칼고기류와 코끼리고기류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반대편에서, 그들은 세 종류의 전기수용체를 독립적 · 연속적으로 진화시켰다. 첫 번째 수용체는 다른 물고기의 전기장을 수동적으로 감지했고, 두 번째 수용체는 자신이 만든 전기장을 능동적으로 감지했으며, 세 번째 수용체는 다른 전기어의 전기장을 탐지했다. 이 두 그룹의 역사는 수렴진화 convergent evolution의 훌륭한 예인데, 수렴진화란 상이한 두 생물그룹이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생명의 파티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전기감각의 복잡한 역사는 또한 전기수용체의 특별한 점을 암시한다. 뇌의 언어는 전기이므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물들은 빛, 소리, 방향제, 그 밖의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기기묘묘한 방법(수용체)을 진화시켜야 했다. 그러나 전기수용체는 전기를 전기로 번역할 뿐이며, 우리의 생각을 작동시키는 실체를 탐지하는 유일한 감각기관이다. 따라서 전기수용체를 진화시키는 것은 비교적 쉬웠을 것이므로, 그것이 척추동물의 진화 계통수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런데 전기수용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제한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전도성 매질 conductive medium에 잠겨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물은 확실히 중요한 매질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전기수용 동물들이 거의 예외 없이 수서동물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기는 물보다 200억 배 높은 저항률을 가진 절연체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전기감각은 육지에서 작동할 수 없다‘고 가정해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 P442
꽃은 음전하를 띠지만 양전하를 띤 공기 속으로 자란다. 꽃들의 존재는 주변의 전기장을 크게 강화하며, 이 효과는 잎 끝, 꽃잎 가장자리, 암•술머리, 꽃밥과 같은 끄트머리와 가장자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모든꽃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독특한 전기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기장에•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갑자기 이런 의문이 떠올랐어요. 벌이 이사실을 알고 있을까?"라고 로버트는 회상한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다‘였어요." 2013년 로버트와 그의 동료들은 전기장을 제어할 수 있는 인공 꽃(전자꽃)을 이용해 뒤영벌을 테스트했다." 그들은 달콤한 꿀이 담긴 ‘하전된 전자꽃과 쓴 액체가 담긴 ‘하전되지 않은 전자꽃‘을 미끼로 던졌다. 가짜꽃들은 전하 외에는 똑같았지만, 벌들은 전하만으로 그것들을 구별하는 법을 재빨리 익혔다. 벌들은 심지어 다른 모양의 전기장을 가진 전자꽃들-전압이 꽃잎에 고르게 퍼져 있는 전자꽃과, 과녁처럼 생긴 전기장을 가진 전자꽃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패턴은 인공적이지만, 실제 꽃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팀은 디기탈리스, 페튜니아, 거베라에 하전된 쇳가루를 뿌림으로써 이를 시각화했다. 쇳가루는 꽃잎의 가장자리 근처에 자리 잡아, 그러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을 패턴의 경계를 표시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밝은 색깔(그리고 볼 수 없는 자외선)과 함께, 꽃은 보이지 않는 전기 후광electric halo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뒤영벌은 이것을 감지할 수 있다. "벌들이 전기장을감지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기절초풍했어요"라고 로버트는 말한다. - P444
지구의 핵은 용융된 철과 니켈로 둘러싸인 고형 철구solid iron sphere다. 그 액체금속의 휘젓는 움직임은 행성 전체를 거대한 막대자석으로 만든다. 지구의 자기장을 교과서 스타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자력선은 남극 근처에서 나와 지구 주위를 반 바퀴 돈 다음 북극 근처에서 다시 들어간다. 이 지자기장geomagnetic field은 항상 존재하고, 하루 종일 또는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날씨나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인간은 나침반을 사용해 1000년 이상 그렇게 해왔지만, 다른 동물들-바다거북, 닭새우 spiny lobster, 명금류, 그 밖의 많은 동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혼자힘으로 그렇게 해왔다. 자기수용 magnetoreception으로 알려진 이 능력 덕분에, 그들은 전천후로-심지어 천체가 구름이나 어둠으로 가려지거나, 커다란 랜드마크가 안개나 어둠에 휩싸이거나, 하늘과 바다에서 숨길 수 없는 냄새가 풍겨나지 않을 때도- 길을 찾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모른다. 자신의 소중한 보공나방이 ‘자기수용 동호회‘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워런트는 이런 환상적인 감각을 연구하느라 신바람이 났겠구나. 천만의 말씀. 그 대신 그는 나에게 이런 농담을 건넨다. "자기감각magnetic sense이 보공에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아, 안돼‘라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자기수용 연구는 치열한 경쟁과 혼란스러운 오류로 오염되었으며, 자기감각 자체는 연구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이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시각, 후각, 심지어 전기수용의 경우에는 ‘작동 메커니즘‘과 ‘관련된 감각기관‘이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기수용은 그렇지 않다. 수십 년 전에 그 존재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감각은 지금까지도 가장 불가사의한 감각으로 남아 있다. - P453
로만이 생각했고 1991년에 증명한 것처럼, 거북은 하나의 자기감각20(나침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자기감각은 훨씬 더 인상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지자기장의 두 가지 속성과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속성은 기울기 지자기장 선이 지구 표면과만나는 각도-다. 지자기장 선은 적도에서 지면과 평행을 이루고, 자극magnetic pole에서는 수직을 이룬다. 두 번째 속성은 강도-자기장 강도의차이다. 기울기와 강도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며, 바다의 대부분 지점은 둘의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둘은 함께 위도와 경도처럼 좌표노릇을 하며, 지자기장이 해양 지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로만이 나중에 발견한 것처럼, 거북은 그 지도를 읽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로만과 그의 아내 캐서린 Catherine은 대서양으로 떠난자기 여행에서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새끼들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그들을 긴 여정의 다양한 장소에서 경험하게 될 것과 동일한) 기울기와 강도에 노출시켰다. 놀랍게도 거북은 각 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환류내에 머물 수 있는 방향으로 헤엄쳤다. 이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과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지도를 모두 가지고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두 가지 감각을 모두 보유해야만 적절한 장소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거북의 이 같은 능력은 선천적인것이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이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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