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은 아름답다. 우리는 원래의 길을 1.5킬로미터가 넘게연장했다. 우리를 위한, 와이라를 위한 새로운 정글, 케이지와 러너의 북쪽에 있는 이곳은 어쩌면 와이라가 탈출했을 때 와봤던 곳일지 모른다. 우리와는 함께 오지 않았던, 결코 그런 적 없었던 곳.
다음 날, 나는 와이라 앞에서, 돌프는 뒤에서 로프를 달고 걷는다. 방향을 틀어서, 새롭고 낯설고 불확실한 파라다이스 고속도로길목으로 접어들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와이라의 눈이 흐려지는 것을 보고 잠깐 망설인다. 표정에서 두려움이 어른거린다. 혼란. 나머지는 흥분과 불신, 완고함도 잠깐 스치지만 일순간일 뿐이고, 다른 무언가에 자리를 내어준다. 그 무언가는 나의 배 속을 꽉 채우고 내게 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로, 믿음. 우리 사이에서 수없이 부서지고 형성되었던 믿음. 와이라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춘다. 그러고는 함께 걷는다. 아르릉도 그르렁도 없다. 말없이 걷는 와이라, 경외심에 휩싸인 와이라뿐이다.
반 바퀴 돌았을까. 일광에 젖은 나무에 이른다. 오솔길의 우측 경사면 위로 쓰러진, 거대하고 오래된 나무. 와이라가 불쑥 나무로 뛰어올라 잽싸게 달려가는 바람에 돌프가 나동그라질 뻔한다. 나는 몰래 미소를 짓는다. 와이라와 마찬가지로 긴장감은 이미 녹아내렸다. 와이라는 몸에 힘을 쭉 빼고 나무 위에 엎드려 발을 달랑거린다. 휘둥그레진 두 눈은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의 조각들로 향한다.  - P317

"사랑해." 갈라지는 목소리로 나직이 말해본다.
햇살 아래로 굽은 와이라의 목이 금빛을 머금는다. 우리는 하늘 한 조각을 가로질러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를 함께 바라본다. 소리 내 말하기까지 이토록 오래 걸렸다니, 믿기지 않는다. 와이라가 나를 바라보고 꼬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호응한다.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 오래전부터. 그러고는 볼을 양발에 기대고 나를 응시한다. 경이로 가득한 눈빛. 왜 그러느냐는 듯한 눈빛. 독수리가 저 멀리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 P318

나와 와이라……. 우리의 관계는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서로를 믿는 법을 배우고 그 믿음을 부서뜨리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도 부서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난 더욱 강해졌다. 그럴 때마다 와이라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 관계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앞으로 또 이런 관계가 형성되리라고 감히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 P343

떠난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을 하기로 선택한다면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선택할 수 있다. 특권이 남긴 선물이다. 와이라는 선택조차도 할 수 없다. 그러니나는 결코 부서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품기로 선택했다. 결혼 그리고 성공의 의미.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자본주의,
종차별주의를 비롯한 ‘주의‘들. 이러한 파멸을 떠받치는 것들. 나를 나 자신과 나의 욕망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만든 모든 것들. 수많은 사람을, 수많은 집을, 수많은 동물을 다치게 한 모든 것들. 그것들에 의문을 품고 맞서 싸우기로 선택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떻게 와이라의 얼굴을 다시 볼 수가 있겠는가? - P351

"와이라는…" 찰리가 멈칫한다. 와이라가 눈 깜짝할 사이에 파투후 숲에서 뛰어나왔다. 그러고는 굉장히 빠르게 달린다.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만큼 순식간에 움직인다. 전과 다르게 달리고전과 다르게 보인다. 와이라는...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와이라는 로프에 묶이지 않은 채 달리고 있다. 로프는 물론이고 모퉁이에서 몸을 가로막는 철조망도 없다. 그저 달리고 있다. 와이라를 처을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그 몸이 얼마나 짓눌린 것처럼 보였던지. 하지만 케이지 밖으로 나가 오솔길에 서면 놀랄 만큼 거대했다. 부풀어 오른 것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보다 천배는 더커진 것 같다. 입을 떡 벌리고 와이라를 바라본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꼼짝도 할 수 없다.
그때 찰리가 나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와이라가 우리를향해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다태진 두 눈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나의 심장이 아드레날린으로 고동친다. 로프에서 벗어난 퓨마가 우리를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몇 미터 앞에서 속도를 늦추더니 내 다리에 머리를 들이민다. 혹여나 뛰어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막을 작정으로 두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와이라는 그저 나를 핥기 시작한다. 나는 곧바로 앉는다. 와이라가 내 팔과 손을 핥으며 가슴에 몸을 기대온다. 그러더니 가르랑거린다. 평상시에 가르랑거릴 때에는 얼마 안 돼서 소리가 멎기 일쑤였다. 그리 좋지 않은 세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이. 그런데 지금은, 계속해서 가르랑대고 있다.  - P429

나는 현기증을 느끼며 웃는다. 와이라는 차분해지더니햇살 아래서 잠이 든다. 우리 둘은 부러진 통나무에 앉는다. 이제야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올라, 로라?"
"네나."
"시, 토도 비엔(그래요, 괜찮아요)?"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네나의 음성에 불안과 긴장감이 팽팽하다. "케파소(어떻게 됐어요)?"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네나, 와이리타 에스타 엔라 누에바 하울라(와이라가 새 방사장 안에 있어요)."
"¿엔 세리오(정말이에요)?" 치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네나가 외친다.
"시(네)." 나는 끄덕인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다.
"아, 로라." 네나의 목소리가 나직하다. "에야 에스 펠리스(행복해 보여요)?"
"시" 안심과 놀라움, 자랑스러움과 믿기지 않음. 이 모든 감정이 아우성치는 통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나 자신의 말조차 가까스로 들린다. 와이라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와이라 에스펠리스(와이라는 행복해요)." 그리고 우리 둘 다 울음을 터뜨린다. - P431

ONCA는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번성 중이다.
ONCA의 운영팀은 날마다 내게 깊은 인상을 준다. 나는 그들을 온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내가 슬플 때마다 그들은 우리의 상상력이 충분히 드넓은 한 세상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음을 상기하도록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파르케에서 찾은 희망이기도 하다. 파르케는 그 시초가 된 볼리비아 자원봉사자들의 상상력과 용기와 의지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르케는 뾰족한 막대기와 칼 그리고 영웅 한 명이 아니라, 가방과 장바구니와 그릇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생각은 내 여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 한 작가, 어슐러 K. 르 귄에게 빌린 것이다. 1986년에 발표한 선구적인 에세이<소설판 장바구니 이론 The Carrier Bag Theory of Fiction》에서 르 귄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한다. 영웅 한 명이 맞서야 하는 폭력에서 벗어나 협동과 발효, 협력과 연결로 나아가는 것. 나에게 파르케는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진 곳이다.
우리가 나란히 ‘발효‘되는 곳, 사람만이 아닌 동물들도, 그들이 무슨 종이든, 어떤 이야기를 지녔든, 어떤 방식으로 부서졌든, 집을 찾는곳. 우리 모두가 함께 출렁이며 중요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곳. 변화를 몰고 오는 건 연결이니까. 그렇지 않은가? - P440

이제 깃털처럼 가벼워진 배낭을 맨다. 문밖을 나가기 전에마지막으로 방 안을 한참 바라본다. 바라건대 내년 이 무렵에도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건대 너무 늦지 않게 조금은 늪에 빠질 수 있기를. 그리고 바라건대, 정말로 바라건대 그때에도 정글이 암녹색으로 변하는 길목에서 와이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를. - P4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의 통화사>는 지난 세기 동안 발생한 모든 심각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통화 정책의 실패에 있다고 주장한다. 케인스나케인스주의자들이 말하는 유효 수요의 부족에서 오는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경기 부양책인 정부지출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또한 흥미로운 것은, 프리드먼의 이런 주장으로 어부지리 이득을 얻은 집단이 있다. 그것은 기존에임금 인상 투쟁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노동조합이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이다. - P466

이처럼 화폐의 강력한 힘을 입증하고, 화폐수량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다음, 통화주의자들은 정부 지출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다고 주장하는 케인스주의자들에게 일대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케인스라는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이제 그들은 케인스의 승수가 제로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통화주의자들은 케인스가 다음과 같은 중대한 질문을 교묘히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정 지출에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만일 화폐 공급이 일정하고, 정부가 돈을 지출한다면, 다른 사람이 쓸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세상에 공짜free lunch 는 없다. 만일 연방 의회가 정부의 재정 지출 정책에 필요한 돈을 확보하기 위해세금 인상안을 통과한다면, 소비자의 수중에서는 세금이 인상된 만큼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만일 연방의회가 정부 보유 채권을 개인이나 은행 등 기관에 판매함으로써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줄인다면, 기업은 그만큼 투자에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는 위축된다. 정부 지출이 민간 지출을 저해한다. 케인스 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승수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케인스주의자들은 정부 지출이 갖는 이런 상쇄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 분야는 그들의 주요 종목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이런 상쇄 효과가 정부 지출, 특히 경기 침체기에 그것의 효과를 완전히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사실 문제는 이런 상쇄 효과의 범위에 있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연방준비은행은 통화주의의 원칙에 기초해 계량경제학적 모델 하나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연방 정부가 매년 10억 달러씩 정부 지출을 늘려간다고 할 경우, 첫해에 경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그 이후부터는 아예 아무런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데이터 리소스 모델 DataResources Model 이라 불리는 이 모델은 케인스주의에 더 가까운데, 첫해에 승수는 약 1.6이고, 이후부터 계속해서 떨어진다고 계산했다. 케인스주의 모델조차도 케인스가 자신의 사례, 즉 승수 효과를 너무 강조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 P4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이라는 나를 멍하니 바라본다. 와이라의 두 눈은 아래에서올려다본 숲 천장처럼 크고 짙다. 이제는 천천히 돌아서 뒤쪽 정글을 바라본다. 꼬리가 맥없이 단 아래로 축 늘어졌다. 폭신폭신한 꼬리 끝이 휙휙 움직이기를, 머리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모기를 향해불쑥 튀어 오르기를 기다렸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또다시 양발에 머리를 누이고 아까보다 더 작게 웅크린뒤에 눈을 감는다. 와이라의 가슴이 오르내린다. 들릴락말락 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구름이 더욱 자취를 감추고, 공터가 황량한 진회색으로 물든다. 와이라의 숨소리는 점차 느려지고, 잠들었나싶을 때쯤 또 다른 소리에 쉽사리 먹혀버린다. 귀뚜라미의 날갯소리, 나뭇가지의 삐걱거림, 지나치게 우거진 파투후의 우레 같은 바삭거림, 벌레의 웅얼거림은 전부 너무도 시끄럽다. 야자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새들의 깍깍거리는 불협화음, 수많은 원숭이의 거친 비웃음, 끊임없이 크게 고동치는 나의 심장 박동도. 와이라가 바로 저기에 있다. 와이라를 완전히 잃을까 봐 정말 두렵다. - P272

와이라는 숨 막힐 듯 오랫동안 내 팔을 바라본다. 공기가 서늘해지고, 부풀어 오른 털은 근육을 따라 능선을 이루었다. 퀴퀴한 건초와 대지의 향기가 우리를 휘감는다. 놀람이 새겨진 와이라의 눈동자는 바늘구멍만치 쪼그라들어 황록색 우주 속 검은 별이 되었다. 눈가의 호박색 주름은 여전하다. 코에 새로 생긴 하트 모양 자국은 이유 모를 생채기로 두 동강이 났다. 누가 그랬을까. 가시투성이나뭇가지 혹은 누군가의 발톱이었을까. 결코 알 수 없다. 와이라는절대로 나에게 말해줄 수 없으니까.
"와이라."
숨죽이고 기다린다. 여전히 그르렁 소리의 부드러운 진동이 느껴진다. 두 귀는 미동도 없다. 와이라 역시 숨죽이고 있다.
바로 그때 와이라가 불쑥 고개를 들어 앞으로 기울인다.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아주 섬세한 움직임. 와이라가 시계 분침이라고 치면 12시에서 12시 1분으로 똑딱 움직일 만큼 작은 동작이다. 두 눈이 동그래지고 연한 금빛으로 아주 조금 밝아진 것을 시작으로 얼굴의 긴장이 살짝 풀려간다. 내가 알아차리게 된 신호다. 괜찮다는 신호. 나는 숨을 휘 내쉬고 팔을 더 가까이 댄다. 와이라가 내 팔을핥기 시작한다. 와이라의 혀가 내 살갗을 쓸어 올리는 소리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현기증이 난다. 눈물이 나서 눈을 깜박이며 와이라의 목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댄다. 안도감에 내 갈비뼈가 짓눌렸다가 부풀어 오른다. 날카롭고 아프고 아름다운 혀의 끌어당김. 와이라에게서 석호의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부드러운 바람과 흙 냄새가 난다. 와이라는 불신과 기쁨을 안고 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내게 기댄다. 빠르게 쿵쾅쿵쾅 울리는 와이라의 심장이 느껴진다. 내 심장도 덩달아 뛴다. 우리의 가슴, 우리의 뼈, 우리의 호흡이 맞닿아 있다. 귓등의 흰 솜털을 긁어주자 와이라가 광대뼈를 내 손에 대고 가만히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와이라의 코가 내 손바닥을 누른다. 차갑고 축축하다. 이제 두 앞발을 내 장화 위에 올려놓고 날 가까이 끌어당긴 채 한쪽으로 고개를 젖힌다. - P2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와이라가 두렵다. 와이라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더 가까이 있길 바라는지, 가능한 멀리 떨어지길 바라는지 알 길이 없다. 나를 핥고 싶은지 물고 싶은지, 그르렁대는 것이 행복해서 그런지 짜증 나서 그런지도 알 수 없다. 아직도와이라와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때면 목숨을 거는 것처럼느껴진다. 그런데 해리도 그런다고?
"그래, 개무섭다." 해리가 어깨를 으쓱인다.
새미가 끄덕인다. "사실이야."
나는 눈을 가늘게 뜬다. 새미가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톰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와이라는 그냥..... 잠만 자는걸." 와이라는 덤벼들지않는다. 와이라와 달리 어떤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덤벼들거나 사람이 집중력을 잃는 순간에 같이 놀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와이라는 옆에 앉아 쓰다듬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글을 지나 걸으려면 보디가드가 필요할 지경이다! 심지어 나를 만진적도 없다. 무릎을 베거나 손가락을 핥을 때를 제외하면 또 와이라는……
"하악거리잖아. 으르렁대기도 하고, 하악댈 때가 더 많아. 몇시간이고 처자는 걸 보면 머리가 돌아버리겠어. 그러다 또 하악거려서 사람들이 케이지로 서둘러 달려가게 만들지. 행복하게 있는법이 없어. 놀고 싶어 하지도 않고, 하나를 해주면 바로 다른 걸 원해. 모든 걸 무서워하면서도 미친년처럼 군단 말이야......"
"미친년이라니! 또 그렇게 부르기만 해봐!" 나의 얼굴이 곧바로 새빨개진다.
해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는 뒤돌아서 삽을 집어 든다. 그리고 궁시렁거린다. "와이라 봉사자들이란"
나는 말없이 서 있다. 해리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 어떻게 감히? 와이라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결국 패디와 브라이언이 나를 떨어트려 놓는다.
"와이라는 미친년이 아니야!" 패디의 팔을 잡은 채 다시 소리친다. 패디가 내 어깨를 가만히 토닥인다. - P154

공사 작업을 하느라 볼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날마다 와이라는 더 차분해지고 나를 더 맘 편히 대한다. 왜 이렇게 느껴지는지는설명하기 어렵다. 미묘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와이라의 미묘함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시간의 길이에서 나를 야무지게 혀로 핥는 동작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하악거리는 횟수가 줄고, 더 많이 산책하고, 러너를 벗어난 곳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더 다정해졌다. 그늘 속에서 혼자 있기보다 내 옆에 앉는 빈도가늘었고, 보이지도 않는 흙을 발에서 핥아내는 강박 행동이 줄었고, 더 많이 먹고, 꿈속에서도 들릴 만큼 익숙해진 낮은 아르릉 소리를내기보다 고요한 시간을 더 자주 보내게 되었다.
와이라가 나에게, 우리에게 너무 큰 정을 붙이는 것은 아닌지굳이 걱정하진 않으려 한다. 걱정하기 시작하면 언젠가 항공편과 비자와 돈 문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리라는 사실을, 제인과 내가 둘 다 떠나리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테니까.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순간만 빼고는. - P172

물론 끝은 있다. 불이 산꼭대기를 붉게 밝히고 연기 냄새가 처음 풍겨온 지 3주쯤 지났을 거다.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연기가 걷히고 불길이 이동한다. 어쩌면 다른 이들의 땅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정말로 앞을 볼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고속도로처럼 넓게 판 길이 세상을 서로 다른 둘로 나누었다. 산에 근접한 세상은 아무렇게나 뻗어 나가는 회색과 검은색의 사막이다. 남은 것이라곤 드문드문한 나무들뿐이고, 나뭇가지는 음울한 종말의 생존자처럼 그을었다. 허공을 빙빙 도는독수리 떼, 등을 구부려 만찬을 즐기는 그 그림자 동물의 수는 점점줄어만 간다. 하지만 다른 쪽 세상은......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아는 그 정글, 무성하고 끝이 없고 불가해한 그 정글이 유리를통과하는 햇살처럼 안에서 밖으로 빛을 발한다. 예전과 다름을 눈치챌 만한 유일한 단서는 고요함밖에 없다. 독수리의 울음소리 말고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개구리도 귀뚜라미도 없다. 원숭이도 올빼미도 나비도 없다. 전부 사라졌다. - P194

물은 그 안에 열을 가두고, 진득거리는 진흙은 나의 옷을 잡아붙든다. 이제는 질색인 연기 냄새가 아직도 바람을 타고 멀리서 풍겨온다. 그래도 냄새의 대부분은 물과 흙 냄새, 희미하게 톡 쏘는 라벤더 향이다. 귀가 뾰족한 쥐처럼 자그마한 노란색 다람쥐원숭이떼가 아마존의 키 큰 나무로 손꼽히는 케이폭나무 꼭대기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고색창연한 가지들을 날개처럼 활짝 펼쳤다.
어쩌면 몇 주간 케이지에 홀로 있어서 그랬을지 모른다. 어쩌면 통제력을 잃어서 그랬을지도, 열기와 불과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와이라의 본능이 물로 뛰어들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와이라가 너무도 두려워하던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다. 수년간 이곳에 머물며 호숫가에 몇 시간이고앉아 있으면서도 하지 못했던 일. 와이라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목이 메여 침을 삼키기가 어렵다. 보이는 것은 오직 물방울과 석호진흙이 튀고 햇살에 갈색을 띤 와이라의 뒤통수와 반들반들한 회색귀 끝, 휙휙 움직이며 물을 가르는 꼬리 끝의 짙은 털 뭉치가 전부다. 와이라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전부 부풀어 오른다. 뜻밖에 나를 완전히 때려눕히는 그 모든 감정들. 나는 여지없이 망가진다. 몸이 부서지고 마음도 산산조각 난다. 이게 사랑일까? 모르겠다. 확실한건,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 P198

나는 목을 쭉 빼고 두리번거리며 트럭에 실린 나무를 세어본다. 다섯 그루. 저마다 폭이 내 키만큼 크다. 머리와 발이 잘린 거인, 하지만 여전히 속박할 필요가 있다는 듯 묵직한 사슬로 바닥에 묶어두었다. 트럭이 또 다른 구덩이를 쿵 하고 지나갈 때 나무가 튀어오르는 모습을, 나무들이 서로 이리저리 거칠게 떠밀리는 모습을지켜본다. 작년에는 벌목 트럭이 기껏해야 한 주에 한 번꼴로 지나가곤 했다. 이제는 상공을 날아가는 야생 금강앵무 떼처럼 수두룩하다. 도로의 구덩이를 키운 또 다른 범인일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앵무새처럼 반복해 강조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1분마다 풋볼 경기장 세 개 넓이의 숲이 사라진단다, 얘들아! 나무를 심어야 해! 아마존 보호 자선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케이크를 판매한단다! 나는 남아메리카 전역에 바다처럼 넓게 퍼진 소 방목장을 보고 육식을 중단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아이스크림을 마다하는 것이 케이크 판매처럼헛된 일로 느껴진다. 산불의 연기 냄새가 또다시 풍겨오는 것만 같다. 그 냄새를 맡으면 정글이 산 채로 잡아먹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개미부터 원숭이, 거대한 쥐, 거미, 뱀, 버섯, 뿌리, 사람까지,, 그 모든 것이 정글과 함께 잡아먹힌다. - P2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얼굴색이 피오 똥처럼 변한다. 핑계를 대고 급히 자리를뜬다. 푸세식 변기에 혼자 있을 때에만 호흡이 침착해진다. 여기서만 진정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가장 안전하게 느껴지는 곳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시간보다 오래 푸세식 변기에 앉아 있기 시작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벌레와 구더기와 나방이 종이접기 하듯 서로 포개져 있는데! 기름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손이 덜덜 떨린다. 평소의 대처방식, 그러니까 나는 멋져 보이고, 웃고 있고, 여기에 적합한 사람이고, 괜찮다고 다짐하는 것이 더러운 물집투성이 손가락 주위에서 부서진다. 노랗고 검은 거미가 서까래에 친 거대한 거미집에 매달려 있다. 첫날 밤에 보고 소리를 질렀던 바로 그 거미다. 나는 거미에게 해그리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해그리드가 나를 바라본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어두운 눈. 그 앞에서는 나의 미소가진짜 미소로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거미가 나의 마음속 어두운 곳까지, 온갖 안 좋은 것들을 꽁꽁 숨겨둔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까? 내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차와 자파케이크(초콜릿이 발린 동그란 모양의 영국 과자 - 옮긴이)가 먹고 싶어, 날씨는 어때, 같은 게 전부다.
하지만 속으로는 엿 같은 ‘운명의 산(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화산. 주인공 프로도는 그의 동료 샘와이즈 감지와 함께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운명의 산‘으로 여정을 떠난다-옮긴이)‘을 오르고 있다. 와이라도 나의 그런 모습을 간파하고 있을까? 그래서 내가 자기 주변에 있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속상함에 눈물이 난다.
화장실 바깥이 숨 막힐 듯 고요해서 입을 막고 소리를 죽인다. 그동안 가본 여느 장소와 달리 정글은 실제로 모든 것을 듣고 있다. 이 모든 소음에도 개의치 않는다. 수 킬로미터에 걸쳐 존재하는 생명체, 나무와 식물과 버섯, 암석과 대지에도 개의치 않는다. 지금껏 나 자신이 이토록 연약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정글은 듣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정글이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P86

따뜻한 물로 샤워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참이다. 쿠션이 깔린 의자에 앉을 그날을, 단 몇 초라도 벌레에 물리지 않고 서 있을 그날을……. 하지만 나뭇가지에 매달린 야생 꼬리감는 원숭이가 태평하게 망고를 먹으며 구경하는 동안, 해리가 자기보다 큰 돼지에게 뽀뽀를 퍼붓는 모습에는 무언가가 있다. 숲 천장의 틈 사이로 햇살이 반짝거리며 진흙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에도 마찬가지다. 나의 마음 한구석을 살짝이나마 여는 것. 내가 갈망하는 것. 예전에는 그 존재를 미처 알지 못했던 것.
나는 고개를 젓는다. 어느 모로 보나 이 남자는 형편없는 멍청이에 불과하다. 이 돼지는 오래된 죽과 똥으로 뒤범벅이다. 그리고 와이라는... 와이라는 그냥 화만 내는 양아치일 뿐이다. 나는 마음을 강하게 먹으며 서둘러 숙소로 돌아간다. 함께 마음껏 뒹굴고 있는 해리와 판치타를 뒤로한 채. - P98

"나를 핥고 있어!" 목소리를 낮춰 감탄한다.
문 반대편에서 무릎을 감싼 채 쭈그려 앉아 있던 제인이 웃
"너무 들뜨지는 마. 소금기 때문일 거니까."
와이라는 도도하게 이마를 들이밀어 나의 팔을 뒤집더니 다른쪽까지 핥기 시작한다. 하마터면, 정말이지 하마터면 와이라는 케이지 안에, 나는 바깥에 있다는 것조차 망각할 뻔했다. 마치 정반대로 느껴진다. 와이라가 바깥 정글에, 우리가 케이지 안에 있는 것처럼. 정글이 암녹색을 드리워 와이라를 감싼다. 와이라의 혀는 거칠다. 살갗이 벗겨질 정도다. 생각보다 아프지만, 그만두지 않으면 좋ㄱ다. 지금 와이라의 낮은 소리는 지칠 대로 지친, 자포자기한 나의 귀에는 그가 나를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들린다. 와이라는 내 팔 쪽으로 머리를 숙이고 앞발 한쪽을 철조망 가장자리에 편안히 댄 채로균형을 잡는다. 할짝, 할짝, 할짝, 살갗이 벌게진다. 몸의 나머지 부분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와이라와 접촉한 이 좁은 살갗만이 감각의 대상이 된다. 그저 그 부분만이 나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 이를테면 놓친 버스, 시내를 구경할 기회, 이전의 생활 모두가 흐릿해져간다. 와이라는 나를 케이지가 실재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간다. 처음 만난 날 하악거리던 고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똑같이 생겼지만, 결코 똑같지 않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워낙 활짝 웃고 있어서 또다시 우스꽝스러운 순간에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와이라, 고마워." - P108

나의 숨이 와이라에 발맞춰 느려진다. 그는 할기를 끝냈다. 전장한 두 뒷발은 진흙 속에 오그라져 있다. 한쪽 앞발은 여전히 내바지 끝에 놓여 있다. 발톱을 집어넣고 발가락에 힘을 뺐다. 다른 쪽 앞발은 턱을 받치고 있다. 그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숨이 깊어간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속눈썹이 흔들린다. 믿기 힘들지만, 갑자기와이라가 연약한 존재로 보인다. 어안이 벙벙하다. 우리가 없는 매일 밤마다 케이지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우리를 만날 시간을 기대하고 있을까. 아니면 불안해할까. 또 현기증이 난다. 몸이 기우는 것같다. 아드레날린 때문이려나. 너무 오랫동안 이곳을 맴돌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껏 앞으로 위로 어딘가로 움직여야 했던 압박과 소리와 빛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방향을 잃은 삶에 손이 떨리고 사지가 피곤에 찌들었다. 지금도 역시 피곤하긴 하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오랜 시간 동안 처음으로, 와이라의 차분한 숨소리와 나를 둘러싼 정글의 편안한 심장 박동을 들으며 몸이 떠오르는듯하다. 내 몸이 허공에서 멈춘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이런 장소에있다니. 더군다나 퓨마와 함께라니. 나는 와이라가 나에게 보이고싶어하는 모습만큼 용감하거나 대담하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깨닫고 있다. - P113

"파라미, 로스 아니말레스 레스 카타도스 손 코모 라스 세보야스(나한테는 구조된 동물이 양파처럼 느껴져요)."
밀라는 나를 바라보며 말뜻을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밀라는 한숨을 쉬고,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천천히 말한다. 구조된 동물은 양파와 같다. 불안의 껍질을 힘겹게 한 꺼풀 벗겨내면 예기치 못한 다른 껍질이 나오고,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껍질이 그 아래에 숨어 있다. 우리모두는 이곳 동물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기에, 전부 제각기 엉망이고 망가져 있기에, 우리 또한 양파나 다름없다.
"이 에소 에스로 케 아세 엘 파르케." 밀라가 미소를 머금는다. "바로 그게 파르케가 하는 일이죠. 그렇지 않나요? 우리의 껍질을벗겨내는 것." 그가 나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리고 말을 이어간다. "당신과 나 말이에요. 한 꺼풀씩, 한 꺼풀씩. 그러면서 우리 자신에대해, 우리가 돌보는 동물들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죠. 카다디아, 매일매일. 훈토스, 함께. 함께하는 거예요. 포르 에소 메 에나모레 데 에스테 루가르, 그래서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거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결코 알 수 없어요." - P118

야생 원숭이들의 고함이 차츰 잦아든다. 원숭이들의 우두머리는 무리를 이끌고 캠프 근처로 와서 코코와 파우스티노를 비웃곤한다. 우두머리는 덩치 큰 수컷 원숭이인데, 그래 봤자 코코가 몸집이 더 크다. 털의 붉은빛도 더 짙고 턱수염도 더 길고 두껍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만일 상황이 달랐더라면, 숲이 벌목되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관광객이 이색 애완동물의 수요를 부채질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존재를 억누르고 짓밟는 행태가 정상이 아닌 세상이었더라면, 코코는 자신의 힘과 열정과 관대함을 앞세워 무리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두운 실루엣의 밀라가 나타난 뒤에야 코코가 움직인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진다. 하늘은 분홍색에서 금빛 붉은색으로 변하고, 그에 따라 숲 꼭대기가 구릿빛으로 물든다. 밀라가 우리에게 천천히 걸어온다. 카우보이모자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다. 밀라가 주머니에서 치즈 한 조각을 꺼낸다. 코코가 밀라의 품속으로 들어가 치즈를 입안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차마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슴 속에 파묻는다.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동물은 그저 동물일 뿐이라 여겼던 과거의 삶을 떠올린다. 그랬던 내가 싫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 P132

고양이들은 주로 봉사자들과 헤엄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야생에서도 헤엄을 칠 것이다. 물속을 응시하는 와이라를 보면 이따금 그가 용기를 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이해한다. 허세 부리기, 하악거리기, 으르렁대기. 전부 그의 대처 방식이다. 미소 짓기와 괜찮은 척하기가 나의 대처 방식인 것처럼. 내가 나뭇가지를 밟자 와이라가 1미터가량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제 그림자조차 무서워하는 퓨마다. 야생을 두려워하는 퓨마. -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