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은 개연성 높은 사태는 많아도 피할 길 없는 숙명적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평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서구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외부의 도전 세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의 내부적 쇠락 과정을 중단시키고 역전시킬 만한 능력이 과연 있는가 없는가이다. 서구는 갱생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내부의 부식으로경제적으로나 인구로나 더 활력 있는 다른 문명들에게 종속당하는 몰락의 과정이 가속화될 것인가?
더 거대한 충돌, 곧 범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명과 야만성의 ‘진짜‘ 충돌에서 종교,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기술윤리, 인간애를 풍요하게 발전시킨 세계의 거대한 문명들 역시 단결하게나 갈라설 것이다.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우라니아, 그녀는 부모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녀의이름은 어느 행성 혹은 광석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그녀는 반짝이는 피부에 검고 다소 슬퍼 보이는 큰 눈을 지닌 가날프고 세련된 모습이다. 우라니아! 이름과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아무도 그녀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 이스 카브랄, 카브랄 부인 혹은 카브랄 박사라고 불렀다.
현대 세계에서는 교통망과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이런한 연결망의 구축이 용이해졌으며 따라서 단층선 분쟁의 ‘국제화‘ 가 가능해졌다. 이민은 제3문명으로의 탈출구를 열어 놓았다. 통신 수단의 발전 덕분에 교전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운명을 친족 집단들 에게 즉각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친족 집단들은 싸움을 벌이는 자기 편에게 정신적, 외교적, 금전적 물질적 지원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안 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는국제적 연결망이 구축되었고 지원은 다시 분쟁을 지속시했다. 그래서 그린웨이(H.D.S Greenway)가 말하는 ‘친족국 증후군(kin-country syndrome)‘은 20세기 말 단층선 전쟁의 핵심적 특징이다.
서구가 직면한 근본 문제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아니라 이슬람이다. 자기네 문화의 우월성을 철석같이 믿고 자기네 힘의 열세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거느린 상이한 문명이다. 이슬람의 문제를 우려하는 쪽은 CIA나 미국방성이 아니라 서구다. 자기 문화의 보편성을 철석같이 믿고 비록 쇠퇴하고는 있지만 자기들은 아직도 우월하기 때문에 그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할 사명감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거느린 상이한 문명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슬람과 서구의 갈등을 불지르는 핵심 성분이다.
(그 오랜 기다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건 이본이었다. 뭐라고 부르지? 글쎄,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군! 젠장! 기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걸! 이 아름다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