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마운 마음으로 머나의 뒤통수를, 그의 무릎 위에서 순진하게 흔들리고 있는 땋아 늘인 머리채를 바라보았다.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고 이그네이셔스는 생각했다. 그는 그머리채를 한쪽 앞발로 쥐고 자신의 축축한 콧수염에다 다정하게 꼭 갖다 댔다.
삶의 기대를 아들에게 걸었던 좌절감과 그런 어머니를 연민하면서도 증오했던 모자의 가학적이면서도 피학적관계에 깔린 정서는 분명 바보들의 결탁에 두드러지는 서사의 기동이며, 그 속에는 생생한 삶의 경험에서 추출된 진정성이 꿈틀거린다.
툴은 이그네이셔스라는 과장된 캐리커처를 통해,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어머니의 속물근성에 대한 분노, 가난하고 슬픈 어머니의 삶에 대한 깊은 유감과 죄책감, 나아가 무엇보다 현대 물질주의 문명의 현실 속에서 인문교육과 글쟁이의능력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쓰디쓰게 자조하고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