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 따르면, 센터를 찾아오는 병사들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니다. 이들이 가장힘겨워하는 것은 내적 갈등과 양심의 가책이다. 한 조종사는 재커리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전 정말 궁금해요. 제가 저질러온 이 모든 살인에 대해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실까요?" 그들은 전쟁터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속을 뒤집는" 장면(그 자신이 찰나에 내린 결정의 결과일 때도 있고, 그들이 어쩔 수 없는 결과일 때도있다)에 끊임없이 노출된 나머지 영적으로 길을 잃고 전혀 다른종류의 전쟁 상흔을 입는다. 재커리는 그 상흔을 ‘도덕적 외상‘이라고 불렀다. - P192
매구언은 자신이 상담한 퇴역 군인들 중 군대의 승인으로 살인을 수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무방비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의 감정적 피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들이 옳은 결정을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차에 가족이타고 있었더라는 이야기를." 매구언은 살인 행위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전 귀환병까지 거슬러올라가 군 복무 중에 누군가를 살인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떤 설문에서는 피살자가 누구였는지, 전투원이었는지 포로였는지 민간인이었는지 묻기도 했다. 매구언은 살인 행위와 사후 증상(알코올 중독·관계 문제 · 폭력성 분출•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쟁 중의 여러 다양한 경험과 비교했을 때 살인은 사회기능 장애 및 "다수의 정신과적 증상과 관계된 유의미하고 독립적인 예측 변수"였다. - P195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는 달리 ‘도덕적 외상‘은 의학적 병명이 아니다. 이는 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사람의 정체성과 영혼에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상처를 의학적 장애로 축소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귀환병이 이 용어에 공감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은 귀환병의 불안을 탈정치화하고 그것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라크에서 복무한 뒤 이 전쟁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품던 해병대 장교 타일러 부드로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적 외상이라는 말의 가장 큰 쓸모는 이 문제를 정신건강 전문가와 군부의 손에서 뺏어 원래 장소에, 그러니까 사회 안에, 공동체 안에, 가족 안에 돌려놓는다는 것이다. 도덕적 질문들을 제기하고 논쟁해야 할 그 장소에 정확하게 놓으려는 것이다. 이 용어는 ‘환자‘를 다시 시민으로, ‘진단‘을 대화로 변화시킨다." - P197
크리스의 환멸이 깊어짐에 따라, 그가 이전에 전쟁은 원래 이렇다며 넘어갔던 사건들이 그에게 더 큰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영상이 "너무 자글자글하거나 깨져서" 공격 대상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던 순간들, 동료들과 함께 "가끔 우린 저게 애들인지 닭인지 분간을 못 하지"라고 농담하던 일들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탈레반 하급 사령관이 있는 것같다며 어디 외딴 지역에 있는 건물을 평가해보래요. 그런데 거긴 우리가 이미 2, 3일 전부터 사람들이 드나드는 걸 지켜본 곳이거든요. 그런데 위에서 와서 그래요. ‘우리는 저기에 폭탄을 떨어뜨릴 준비가 됐어. 건물 안에 탈레반 사령관 외에 다른 사람이 있나?‘ 그러면 나는 그냥 아니라고 해요. ‘그건 모르겠는데요‘라고 할수가 없으니까요. 이틀 후 길에 장례 행렬이 나타나는데, 우리도 프레데터 드론으로 다 보고 있어요. 그런데 거리를 지나가는 관이 한 개가 아니라 세 개인 거예요." - P201
드론 부대가 처음 창설되었을 때, 이 새로운 전투 방식은 근거리 전투의 격렬함과 위험)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듯하다. 그러나 원거리 전투는 다른 방식으로 섬뜩할 수 있다. 기존의 전쟁에서 병사들은 자신에게 대응 사격을 할 수 있는 적을 향해 총을 쏘았다. 자신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를 죽였다. 이 위험을 전적으로 어느 한쪽만이 무릅쓰게 된다면, 전쟁터의 생존 윤리 "죽이든가 죽임당하든가 둘 중 하나"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 공군의 교관이자 지휘 조종사 출신인 M. 셰인리자. Shane Riza는 《비정한 살인Killing Without Heart">(2013)에 프랑스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격언을 인용했다.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리자에 따르면, 무인 항공기는 죽음과 부상의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전사를 암살자로 만든다. 이러한 성격의 전투에서는 명예가 사라진다. 퇴역 육군 대령이며 콜린파월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로런스 윌커슨Lawrence Wilkeron도 "병사는 얼마간의 상호 위험을 떠안아야만 한다"는 "전사 윤리"가 원격 전투 때문에 침식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가 두 전사 중 어느 한쪽에 완전한 면책권을 부여하고 사람을 죽이라고하면, 그 사람은 살인자가 된다. 왜냐하면 상대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확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인 데다 자기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06
내가 만난 또 한 명의 전직 드론 조종사는 화면이라는 장치가역설적으로 목표물과의 친밀감을 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논문에서 이 현상을 "인지적 전투 친밀성"이라고 명명하며, 폭력적인 사건을 고해상도로 면밀히 관찰할 때형성되는 관계적 애착을 분석했다. 논문의 한 대목에서 그는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조종사가 공습으로 ‘테러리스트 조력자‘를 살해하지만 그의 아이는 살아남는다. 그 후 "아이가 아버지의산산조각 난 시체로 다가가 파편을 다시 인간 형태로 배치하기 시작해" 조종사를 경악케 한다. 드론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이론상으로는 원격 공습이 쉬워졌지만, 현장의 원격 전사들은 더 생생하고 강렬한 화면을 지켜보게 되었다. 목표물이 옷을 입고 아침을먹고 아이들과 노는 등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목도할수록 조종사가 "도덕적 외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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