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하기 때문에, 딱정벌레는 야행성 곤충과 달리 멀리 있는 불꽃을 쉽게 감지할 수 없다. 그들은 시각에 의존해 연기기둥을 추적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먼발치에서 연기기둥을 식별할 만큼 예리한 눈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듬이를 이용해 그을린 나무 냄새를 탐지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단서는 바람의 방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단서는 ‘열‘이다. 모든 물체의 원자와 분자는 끊임없이 진동하며, 이 운동은 전자기 복사detromagnetic radiation를 생성한다. 물체가 뜨거워질수록 분자는 더 빨리 운동하며, 더 높은 주파수에서 더 많은 방사선을 방출한다. 그 방사선은 약간의 가시광선 가열된 금속에서 나오는 빛을 생각해보라-을포함하지만, 대부분은 적외선 스펙트럼상에 존재한다. 우리는 적외선을 볼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벽난로 근처에 서 있으면 불타는 나무에서 적외선이 방사된다. 적외선이 당신에게 도달하면 그 에너지가 흡수되어, 벽난로에서 가장 가까운 피부를 가열하고 피부의 온도 센서를 작동시킨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열기를 느끼고, 그게 어디서 오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적외선 조명 아래에 있는 신체부위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반면, 적외선 그림자 속에 있는 부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트릭은 근거리에서만 작동한다. 적외선은 벽난로에서 사방으로 퍼지고, 그중 일부는 이동하는 동안 흡수되기 때문이다. 벽난로에서 멀어질수록 당신에게 도달하는 빛의 양이 줄어들어, 마침내 그것이 전달하는 에너지는 더 이상 당신의 몸을 (탐지될 만큼) 가열하지 못한다. 따라서 원거리에서 오는 적외선을 탐지하려면, 광원이 (태양처럼) 극도로 강렬하거나 특수 장비가 있어야 한다. 검정넓적비단벌레속 딱정벌레는후자에 해당한다. - P223
딱정벌레의 몸에는 또 한 가지 비결이 있다. 모든 곤충과 마찬가지로그들의 외부 표면은 화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매우 잘 흡수한다. 딱정벌레는 불을 효율적으로 쫒도록 전적응 prcadaptation (생물이 현재 처해 있는환경과는 다른 환경에 처하거나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가 생겼을 때 이미 그것에 적합한형질을 가지고 있어 적응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옮긴이)되어 있는셈이므로, 그들의 조상은 몸이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적외선을 감지할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기만 하면 되었다. 열한 종의 검정넓적비단벌레가 이렇게 했는데, 매우 성공적이어서 다섯 개 대륙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호주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 그곳에서는 세 가지 다른유형의 곤충들이 독립적으로 적외선 센서를 진화시켜, 까맣게 그을린 숲의 고요한 낙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불 쫓는 기술은 너무나 유용해서 적어도 네 번-검정넓적비단벌레, 호주의 세 가지 곤충-진화했지만, 불은 동물이 추적하고 싶어 하는 유일한 열원이 아니다. 어떤 종들은 몸의 온기를 추적한다. - P226
소름끼칠 수 있지만, 기생은 자연계에서 가장 흔한 생활방식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동물 종은 다른 생물의 몸을 착취함으로써 생존하는 기생충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무임승차자 중 상당수는 숙주를 선택하는데 까다로우며, 올바른 표적을 찾기 위해 약간의 방법이 필요하다. 냄새는 좋은 단서를 제공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수억 년 전에 또 하나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조류와 포유류의 조상은 체온을 생성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켜, 주변 온도와 자신들의 온도를 분리했다. 전문적으로 내온성, 구어체로 온혈성으로 알려진 이 능력은 조류와 포유류에게 속도와 스태미나, 지구력과 가능성을 부여했다. 그 능력 덕분에, 그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장기간 및 장거리에 걸쳐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온혈동물은 누군가에게 추적당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즉 그들은 변하지 않는 체온 때문에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숙주(특히 혈관)를 찾는 기생충들의 좋은 표적이 되었다. 혈액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일반적으로 무균 상태여서, 결론적으로 최고의 식량원이다. 그리하여 최소한 1만 4000종의 동물들 - 빈대, 모기, 체체파리, 참노린재assassin bug이 이것을 먹고 살기 위해 진화했으며, 그들중 상당수가 열에 적응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P228
환경세계 개념의 창시자인 야콥 폰웍스킬은 진드기가 냄새를 통해 숙주를 추적하고 온도를 사용해 맨살에 내려앉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썼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앤카Ann Carr와 빈센트 살가도Vincent Salgado는 최근 진드기가 최대 4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체온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놀랍게도 두 사람은 DEET와 시트로넬라 같은 곤충 기피제가 진드기의 후각을 방해하는게 아니라 열 추적을 막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발견은 진드기 물림을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과학자들에게 ‘기존의 많은 진드기 연구를 재평가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진드기의 환경세계에 대한 연구자들의 부정확한 지식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과거의 실험들이 잘못 해석되었을까? 돌이켜보면, 진드기의 열 감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의 탐색용 다리 끝에 있는 기관은 지금껏 냄새 탐지기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흡혈박쥐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조들의 기저부에는 작은구형 요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요부는 얇은 시트로 덮여 있고, 시트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다. 전형적인 코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끔찍한 설계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방향제가 시트에 가로막혀 기저의 뉴런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외선 센서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탁월한 설계다. 멀리 떨어진 숙주의 혈액에서 나온 적외선은 대부분 시트에 의해 차단되지만, 일부는 미세한 구멍을 통과해 그 아래의 요부를 부분적으로 비출 것이다. 요부의 어떤 부분에 적외선이 비치는지 분석함으로써, 진드기는 ‘적외선의 방향‘과 ‘열원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가설이다. - P231
열에 민감한 구멍은 세 그룹의 뱀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중두 그룹인 비단뱀과 보아뱀은 무독성 보아류constrictor로, 숨을 막히게 하는 휘감기로 먹잇감을 죽인다. 세 번째 그룹은 적절하게 명명된 맹독성의 살무사류pit viper-코튼마우스 cottonmouth, 코퍼헤드 copperhead, 모카신moccasin, 방울뱀-다." 방울뱀은 따뜻한 물체를 공격하고, 죽은 지 오래된 쥐보다 갓 죽은 쥐를 선호하며, 완전한 어둠 속에서 목표물을 공격한다. 선천적으로 눈이 없는 눈먼 방울뱀조차도 눈 있는 방울뱀만큼이나효율적으로 생쥐를 죽일 수 있다." 구멍 덕분에, 그들은 설치류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머리를 정조준할 수도 있다. 살무사의 열 민감성은 (진드기 다리에 있는 것과 유사한) 구멍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구멍의 모양이 궁금하면, 동그란 어항 바닥에 미니 트램폴린을 놓고 전체를 옆으로 눕힌다고 상상해보라.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공기가 가득 찬 넓은 방이 나오고, 얇은 막이 그 방을 가로막고 있다. 입구를 통과한 적외선이 막에 부딪혀 막을 가열한다. 이런 일이 쉽게 발생하는 것은 막이 구성요소들에 노출된 채 공중에 매달려 있고 이 책한 페이지의 6분의 1만 한 두께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막은 미세한 온도 상승을 감지하는 약 7000개의 신경종말들로 가득 차 있다. 엘레나 그라체바가 발견한 것처럼, 이 신경들은 다른 신체부위에 있는 뉴런보다400배나 많은 TRPA1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의 온도가 0.001도만 상승해도 반응한다. 이 놀라운 민감성은, 살무사가 최대 1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설치류의 온기를 감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신의 머리 위에 눈가리개를 한 방울뱀을 앉혀놓는다면, 방울뱀은 당신의 쭉 뻗은 손가락 끝에 있는 생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P234
이런 특성들-호기심, 손재주, 분해하는 취미-은 북아메리카의 서부 해안에 서식하는 해달에게 안성맞춤이다. 빈번히 직면하는 차가운 바닷물은 족제빗과 동물에게 커다란 부담이지만, 해양 포유동물에게는지극히 사소한 일이다. 해달에게는 보온이 되는 우람한 몸도, 단열재 역할을 하는 바다표범 · 고래 · 매너티의 지방도 없다. 그들은 동물계에서가장 촘촘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1제곱센티미터당 몸털 수가 우리의 머리털을 능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체열의 신속한 방출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체중의 4분의 1에 상당하는 먹이를먹어야 하는데 해달의 안절부절못하는 성격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늘 다이빙을 한다. 못 먹는 게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먹잇감을 손으로 잡는다. 광량이 불충분할 때도, 그들은 분주한 발놀림으로 먹이를 찾는다. 셀카가 테이블을 분해할 때 보여준 손재주를발휘해, 야생 해달은 물고기를 낚아채고 성게를 잡고 해저에 묻힌 조개를 캐낸다. 섬세한 촉각 덕분에, 그들은 넓고 차가운 바다에서 아담하고 따뜻한 포유동물로 살아남을 수 있다. 해달의 뇌를 살펴보면 발의 민감성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해달의 촉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은 체성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이다. 체성감각피질의 상이한 부분들은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정보를 입력받는데, 이 부분들의 상대적인 크기를 분석하면 동물의 주요촉각기관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손. 입술·생식기와 관련된 부분이 발달했고, 생쥐는 수염, 오리너구리는 부리,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빨과 관련된 부분이 각각 발달했다. 해달의 경우, 발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는 부분이 다른 족제빗과 동물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크며 심지어 다른 수달보다도 크다. - P244
지금 당장 해달이 먹이를 찾으러 간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은 바다 표면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둥둥 떠다니고 빙그르르 구르고 잠수한다. 그들이 바닷물에 잠겨 있는 시간은 1분에 불과한데, 이 정도면 당신이 이 단락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잠수는 소중한 1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올바른 깊이에 도달하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몇 번에 걸친 ‘광란의 순간‘에, 해달은 우툴두툴한 손모아장갑으로 해저를 헤집으며 모든 것을 탐색한다. 물속은 어둡지만 어둠은 문제가 되지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발 아래에 펼쳐진 바다는 만지고, 움켜쥐고, 누르고, 찌르고, 쥐어짜고, 쓰다듬고, 다룰 수 있는 모양과 질감으로 넘쳐난다.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먹잇감은 비슷하게 단단한 암석 사이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해달은 순식간에 둘의 차이를 느끼고 암석에서 먹이를 끄집어낸다. 촉각, 다재다능한 발, 그리고 족제빗과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으로 조개를 낚아채고, 전복을 홱 잡아당기고, 성게를 움켜쥐고, 마침내 어획물을 먹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다. - P246
촉각의 속도와 민감성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엽기적인 코를 가진 두더지는 곤충의 애벌레 같은 작은 먹잇감을 감지하고 포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조각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양을 포획해야 한다. "그들은 작은 진공청소기에요." 카타니아가 말한다. "워낙 작은 것을 먹기 때문에,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왜 사서 고생을 할까?" 그들이 그런 고생을 하는 이유는, 경쟁자가 없기때문이다. 별코-손처럼 작동하고 눈처럼 스캔하는 코-덕분에 지하세계는 눈부시도록 상세하게 보이고, 경쟁자들이 인지할 수조차 없는 먹이로 넘쳐난다. 다른 두더지들에게는 텅 빈 복도처럼 보일 수도 있는 땅굴이 ‘별‘의 손길 아래에서 맛있는 간식으로 반짝인다. 별코두더지처럼 촉각에 특화된 동물 중 상당수는 시각이 제한된 조건에서 활동한다. 그들은 종종 숨어 있거나 찾기 어려운 것을 탐색하는데, 이를 위해 ‘탐지하고, 누르고, 탐색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가지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녀야 한다. 해달의 발이 됐든, 인간의 손가락이 됐든, 코끼리의 코가 됐든, 문어의 팔이 됐든, 동물은 의도적으로 촉각기관을 움직여 세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두더지가 보여준 바와 같이, 그 기관이 굳이 손일 필요는 없다. 새의 부리는 뼈로 만들어졌고, 단단한 각질(케라틴)-손톱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덮여 있다. 그것은 뭔가를 움켜쥐고 쪼기 위해 얼굴에 장착된 단단한 도구로, 생기가 없고 무감각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종의경우, 부리의 끝 부분에는 진동과 움직임에 민감한 기계수용체가 약간 포함되어 있다. - P255
어떤 포유동물은 움직이는 동안 수염을 1초에 여러 번씩 앞뒤로 연신휘젓는다. 수염질whisking로 알려진 이 흥미로운 행동을 통해, 그들은 머리의 앞쪽과 주변 영역을 탐색할 수 있다. 수염질에 대해 처음 들었을때 나는 그것을 과소평가했다. 직관적으로, 그것은 내가 어두운 복도를비틀거리며 걸어갈 때 할 수 있는 일-벽에 부딪히지 않거나 전등 스위치를 찾기 위해 손을 뻗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감각생물학자인 로빈 그랜트 Robyn Grant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수염질 하는 생쥐나 시궁쥐가 코털을 사용하는 방식이, 내가 눈을 사용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치류는 자기 앞에 있는 장소를 지속적으로 훑어봄으로써 장면에 대한 인식을 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주둥이에있는 ‘긴 이동성 수염‘이 뭔가를 감지하면, 턱과 입술에 있는 ‘짧은 고정성수염‘이 더 자세히 조사한다(후자가 전자보다 더 많고 예민하다). 이 행동은 별코두더지가 땅굴 벽에 코를 들이대고 별코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고, 최종적으로 열한 번째 광선쌍(작고 가장 민감한 광선쌍)을 가동하는것과 유사하다. 또한 그것은 인간이 어떤 장면을 대충 훑어보다가 주변시야에서 뭔가를 탐지하고, 고해상도의 중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유사하다. 수염질과 시각의 유사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고개를 돌리면 눈이 먼저 움직이는 것처럼, 생쥐는 머리보다 수염이 먼저 움직일것이다." 우리가 망막을 가로지르는 빛의 패턴을 통해 세상을 지도화하는 것처럼, 생쥐는 수염의 배열을 가로지르는 촉감 패턴으로 세상을 지도화할 수 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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