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헤엄을 칠 때 유체역학적 후류 물고기가 지나간 후에도 계속 소용돌이치는 물의 흔적를 남긴다. 예민한 수염을 가진 바다표범은 이러한 흔적을 탐지하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능력은 2001년 독일 로스토크에서 활동하는 귀도 덴하르트Guido Dehnhardt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들은 두 마리의 잔점박이물범 헨리와 닉이 소형 잠수함의 수중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이 눈을 가리고 헤드폰으로 귀를 막았을 때도 헨리와 닉은 잠수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잠수함을 놓치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수염이 스타킹으로 덮여 있을 때였다. 당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유체역학적 감각이 근거리에서만 작동할 거라고 믿었다. 수중 물체의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란은너무 빨리 사라져서, 몇 센티미터의 범위를 넘어서면 탐지될 수 없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체역학적 후류는 실제로 몇 분 동안지속될 수 있다. 덴하르트의 추정에 따르면, 헤엄치는 청어는 180미터떨어진 곳에서 바다표범이 따라갈 수 있는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 P268
물고기는 측선을 통해 문자 그대로 주변에 흐르는 풍부한 정보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거의 모든 방향으로 몸길이의 한두 배까지 확장되는데, 데이크흐라프는 이를 일컬어 "원거리 촉각"이라고 한다. "인간은 피부 위로 흐르는 강한 수류를 느낄 수 있지만, 물고기가 측선을 통해 획득하는 풍부한 인식에 비하면 어림도 없어요"라고 수십 년동안 이 시스템을 연구해온 셰릴 쿱스sheryl Coombs는 말한다. 우리가 거리를 걸을 때 밝기와 색상의 패턴이 우리의 망막 위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를 지나쳐 흐르는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아마도 물고기는 측선 위로 움직이는 물의 패턴에서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단언하건대 그들은 이러한 패턴을 사용해 흐르는 물속에서 방향을잡고, 먹이를 찾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고, 서로를 감시할 수 있다. 무리 속의 물고기는 측선을 사용해 가장 가까운 이웃과 속도 및 방향을 일치시킨다." 포식자가 돌진할 때 유입되는 급물살은 포식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개체의 측선을 자극해 멀리 달아나게 한다. 그들의 갑작스러운움직임은 이웃의 측선을 연쇄적으로 자극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공황의 물결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면, 물고기 떼는 포식자 주위에 매끄럽게 분산된다. 각 물고기는 주변에 있는 소량의 물에만 주의를 기울이지만, 촉각은 모든 물고기를 연결해 조정된 전체로서 행동하게 만든다. 눈먼 물고기일지라도 여전히 무리에 가담할 수 있다. - P273
떠돌이호랑거미는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치지 않는다. 그 대신먹이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다리에는 수십만 개의 털이 1제곱밀리미터당 400개의 밀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거의 모든 털은 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접촉에 민감하다. 다리 하나에 있는 털을 몇 개만 건드리면, 거미는 팔다리를 움츠리거나 몸을 돌려 탐색할 것이다. 만약 달리는도중에 털이 물체 예를 들어 호기심 많은 과학자가 길을 가로질러 엮어놓은 철사를 스친다면, 거미는 몸을 아치형으로 만들어 장애물을 뛰어넘을 것이다." 구애하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적절한 방법으로 암컷의 털을 자극할 수 있다. 대부분의 털은 직접적인 접촉에만 반응하지만, 일부는 너무 길고 민감해 바람에 의해 구부러지기도 한다. 이것들을 감각모trichobothria라고하는데, "털trichos"과 "컵bothrium"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새의 모상우나 물고기의 신경소구처럼, 그것은 흐름 센서이지만 유난히 민감하다. 심지어 분속 2.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공기- 미풍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바람도 그것을 구부러뜨릴 것이다. 현미경으로 털을 관찰하면,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해 있음에도 감지할 수 없는 기류의 영향으로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각의 다리에 100개의 감각모가 있어, 떠돌이호랑거미는 몸 주위의 기류에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 - P282
하지만 곤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곤충들이 그들만의 기류 센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귀뚜라미wood cricker는 꽁무니에서 튀어나온 미각cercus이라고 불리는 한 쌍의 가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들은 거미의 감각모만큼이나 민감한(어쩌면 더 민감한) 수백 개의 털로 덮여있다. 소위 사상모filiform 라고 불리는 이 털들은 벌의 날갯짓이 생성하는기류를 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제롬 카사스Jerome Casas가 보여준 바와 같이 돌진하는 거미가 만들어내는 극미풍을 탐지할 수 있다. 늑대거미wolf spider는 귀뚜라미의 주요 포식자로, 먹잇감을 향해 달려간다. 불규칙하고 낙엽이 깔린 임상 forest floor에서, 그들은 목표물과 동일한 잎에 머무는 동안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 그들은 빠르지만, 카사스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귀뚜라미의 사상모에 탐지될 수 있다." 거미가 더 빨리 움직일수록 탐지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따라서 거미의 유일한 희망은 귀뚜라미에게 최대한 살금살금 접근하는것이다. 즉 아주 느리게 움직여야만 공기를 흩뜨리지 않고 귀뚜라미에게 근접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최단거리를 돌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미의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50분의 1에 불과하다. "귀뚜라미가 거의 항상 이겨요"라고 카사스가 나에게 말한다. "귀뚜라미가 잎에서 뛰어내려 다른 곳에 도착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요.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세계로 이동한 거거든요." - P284
귀뚜라미의 사상모와 거미의 감각모는 거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하다. 그것들은 단일 광자 가능한 한 가장 적은 가시광선 양 안에 있는 에너지의 일부에 의해서도 구부러질 수 있다. 이 털들은 존재하거나 존재할 수 있는 어떤 시각수용체보다도 100배나 더 민감하다." 실제로 귀뚜라미의 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열잡음 thermalnoise-흔들리는 분자의 운동에너지-과 거의 같다. 달리 말하면, 물리법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이러한 털들을 더 민감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들을 흥분시키지 않는 이유가 뭘까? 거미가 상상 속의 곤충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거나, 귀뚜라미가 유령거미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첫째로, 털은 생물학적으로 유의미한 주파수에만 반응한다. 그런 종류의 주파수는 포식자나 먹잇감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지, 환경에 의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털의 기저부에 있는 기계수용체는 털 자체보다 덜 민감하므로, 발화하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닥의 털이 거미를 움직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동물들은 단일 기계수용체의 흥분된 독창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모든 기계수용체의 합창을 듣는다. - P285
워켄틴은 그 이후로 줄곧 이 행동을 연구해왔다. 다행히도 지금은 ‘긁적거리는 밤샘 작업‘이 줄어들고 적외선 비디오카메라 촬영이 늘어났다. 그녀가 보여주는 최근의 비디오에서, 고양이눈뱀은 청개구리 알 덩어리에 달려들어 몇 개의 알을 덥석 입에 문다. 의기양양하게 한입 베어물려고 할 때, 주변의 배아들이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얼굴에서 (알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를 방출한다. 그들 중 하나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잠시후 다른 하나가 합류한다. 이윽고 수많은 올챙이들이 재빨리 다이빙하고, 아직도 첫맛을 보지 못한 뱀의 입가에는 젤리 같은 알 껍질만 남아있다. "난 이걸 보는 게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라고 워켄틴은 말한다. 그녀의 실험은, 개구리의 배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력하지도 않고 어리바리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배아의 감각 거품은 그들이 갇혀 있는 실제 거품 너머까지 확장된다. 빛은 반투명한 알을 통과할 수 있고, 화학물질은 그 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진동이다. 진동은 알과 배아로 전달되며, 배아는 아무런 사전 경험도 없이 ‘유해한 분위기‘와 ‘무해한 분위기‘를 구별할 수 있다. 뱀에게 물리면 부화가 촉진되지만, 비와 바람과 발자국은 그렇지 않았다. 가벼운 지진이 워켄틴의 연못을 흔들었을 때도 배아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워켄틴은 다양한 진동을 녹음해 알 앞에서 재생함으로써, 배아들이 특정한 음높이와 리듬에 맞춰져 있음을 증명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짧은 고주파 진동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뱀이 공격하면 주파수가낮아지고 패턴이 복잡해지며, 씹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이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정적을 빗방울 소리로 대체함으로써 더 뱀처럼 느껴지도록 만들면, 올챙이는 더 많은 공포감을 느끼며 부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들은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세상을 명확히 감지할 수 있고, 그정보를 자신을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은 선택의지와 환경세계를 가지고 있다. - P290
예를 들어 공중에 떠다니는 소리는 진행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이다(용수철 형태의 장난감인 슬링키를 앞뒤로 잡아당겼다 놓는 것을 상상하라). 그와대조적으로 표면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한다(슬링키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상상하라)." 표면파는 수면에서 잔물결로 확연히 드러나지만, 단단한 지면에서는 감지하기 어렵다. 만약 당신이 땅에 돌을 던진다면, 미세한 파동이 지면을 따라 잔물결을 이룰 것이다. 만약 어떤 동물이 충분히 민감하다면, 발 아래 땅의 미묘한 들썩거림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많은 동물들은 충분히 민감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스피커의 저음이나 휴대폰의 진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다른 종들이 알고 있는 풍부한 진동풍경vibroscape을 놓치고 있다. 표면 진동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소리와 분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동물들은 종종 땅과 공기를 동시에 흔듦으로써두 가지를 동시에 생성한다. 게다가 동물들은 종종 동일한 수용체와 기관-예컨대 유모세포와 내이-으로 두 종류의 파동(표면 진동, 소리)을 탐지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공통 어휘를 사용해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진동은 들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물이 진동을 듣는다"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표면 진동과 소리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감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를 크게 무시한다는 점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연구자들은 신체부위의 온갖 움직임(두드림, 쿵쾅거림, 흔듦, 뜀)을 시각이나 청각 신호로 해석하면서, 그런 움직임이 생성하는 표면파를 무시했다. 모든 빨간눈청개구리는 생후 4일 반부터 감각 세계에 신호를 보내지만, 여러 세대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무시했다. "우리가 만난 것은, 우리가 찾던 것이 아니었다"라고 생태학자 페기 힐Peggy Hill은썼다." 그것은 감각생물학자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교훈이다. 우리는 선입견에 굴복함으로써, 바로 눈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는 것은 때때로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운 것이다. - P293
전갈의 센서는 발에 자리 잡고 있다. 대충 ‘발목‘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관절에는, 마치 날카로운 칼로 외골격을 후빈 것 같은 여덟 개의 틈새가 모여 있다. 이게 바로 틈새 감각기 slit sensilla로, 모든 거미류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진동 탐지 기관이다. 각 틈새는 막으로 둘러싸이고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표면파가 전갈에 도달하면 들썩이는 모래가 전갈의 발을 밀어붙인다. 이것은 틈새를 극미하게 압축하지만, 막을 쥐어짜서 신경을 발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외골격에 일어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전갈은 지나가는 먹잇감의 발자국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건이 처음 발생하면, 전갈은 재빨리 사냥 모드로 전환한다. 녀석은 몸을 일으켜 집게를 벌리고, 여덟 개의 발을 거의 완벽한 원형으로 배열한다. 이 자세에서, 전갈은 표면파가 각각의 다리에 부딪친 시점을 비교함으로써 표면파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낼 수 있다. 녀석은 몸을 돌이켜 달리다가 잠시 멈추고 제2의 파동을 기다린다. 잠시 후 파동이 도착하면 다시 몸을 돌이켜 달리며, 제3, 제4의 파동이 계속 도착함에 따라 목표물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한다. 집게발이 뭔가에 부딪히자마자 전갈은 그것을 움켜잡고 독침을 쏜다. 파동의 진원지에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먹이가 땅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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