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소녀 찔레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심진규 지음 / 다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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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책이 팔리지 않는다니 나라도 꾸준히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어보지만, 나 또한 웬만하면 도서관에 의지하고 책을 거의 사지 않게 되었다. 더이상 둘 곳이 없어서다. 책장은 포화상태고, 아무렇게나 쌓인 책더미 위에 또 책이 놓이게 되니 갈수록 정리도 난감하다. 이 책은 그 난감함을 무릅쓰고 오랜만에 내돈내산한 책이다. 여름방학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심진규 작가님의 책은 <조직의 쓴 맛>이라는 교실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역사동화에 집중하시는 것 같다. <강을 건너는 아이><, 1948>도 무척 좋았다. 이 작가님의 역사동화는 특히 서사의 울림이 매우 크다. (뭐라고 표현할지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 그래서 시나리오로 리메이크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도 같은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이 책의 배경은 이미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긴 했다. 병자호란때 청으로 끌려간 조선 백성들이 겪는 고난을 주로 그린다.

 

역사동화에는 대부분 역사 속의 실존인물이 나오고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인물이 추가된다. 여기서 주인공인 찔레는 후자다. 전자는 소현세자와 세자빈이다. 한국사를 읽으며 가장 아깝고 안타까운 인물이 내게는 소현세자다. 사람들 마음은 비슷해서인지 소현세자는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독살설이 유력했으나 지금은 가능성만 제기되고 병사 쪽에 좀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어쨌든 왕실에서 태어나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고 자식들과 부인 일가가 몰살하는 비극을 당하느니 좀 힘들게 살더라도 평민으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권력은 인간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만드는가? 역사를 보며 전부터 들던 의문이다.

 

이 작품에서 소현세자는 찔레에게 구세주 같이 등장한다. 고향 땅에서 아버지, 동생과 생이별하며 포로로 끌려온 찔레. 탐욕스러운 조선인 역관은 첩으로 삼으려고 눈독을 들이고, 탈출 시도는 실패하며 사람 꼴이 아닌 지경에 이른다. 살아가며 누구나 선인과 악인을 만난다. 선인을 주로 만난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요, 그 반대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찔레 또한 그 흉물스러운 역관과의 악연도 있었지만 시강원 관리 정뇌경, 해주댁 등 생명의 은인들도 만나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어딘가로 또 팔려가려는 찰나, 등장한 이가 바로 소현세자였다. 세자 관소의 재정과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농사를 짓기로 했고, 필요한 인력을 마침 팔려나가는 조선인들로 채우고자 했다는 설정이다. 세자 관소의 일꾼이 된 이들은 노예로 팔리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활에 감사한다. 찔레는 그 영특함이 눈에 띄어 세자, 세자빈을 측근에서 돕는 위치가 되었다.

 

소현세자가 청나라에서 서양의 문물과 천주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는 것도...) 여기에서 실존 인물이 또 등장하는데, 청나라로 파견된 선교사 아담 샬이다. 두 사람은 매우 친밀한 교류가 있었고, 이 책에서는 거기에 찔레가 함께하는 것으로 나온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조선으로 돌아가기 직전 찔레가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는 장면도 나온다. 세례명은 바르바라. 종교적인 면을 굳이 축소하지 않은 느낌인데, 작가 본인의 종교가 반영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결말 부분이 그렇다. 쓰는 것은 작가 자유, 읽는 것은 독자 자유이니 나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찔레의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찔레라는 이름에 대하여, 나는 그저 작가님이 예쁜 이름을 지으셨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 보니 찔레에 얽힌 설화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설화의 비극과 이 책의 찔레 가족의 비극은 맥이 같았다. 이렇게 설화를 모티프로 하여 그 이름을 차용하고 더 넓은 이야기로 확장해 나간 작가님의 역량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사동화를 쓴다는 것은 쓰는 시간 이상의 공부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서, 창작 중에서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렇게 주인공과 함께 숨쉬며 그때의 고통에 안타까워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역사동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숨쉬어 보는 것. 그 느낌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르게 이끌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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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한숨 도감 큰곰자리 81
무라카미 시코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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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여러 권의 책이 올라왔는데 이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서점에서 줄거리를 찾아보니 어떤 학급에 '주제별 도감 만들기'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주인공 모둠이 '한숨 도감'으로 주제를 정해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이 담긴 것 같았다. 다른 것 볼 것도 없이 바로 이 책을 신청했다. 지난 학기에 우리도 사전 단원이 있었고 '나만의 사전 만들기'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주제를 '한숨'으로 잡았다는 것도 매우 특이하고 흥미로웠다.

 

화자인 란타네 모둠이 삐걱거리며 난항을 겪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바로 이것이 모둠과제였기 때문이다. 모둠과제로 아주 적절한 활동이긴 하다. 나는 개인작업으로 했지만... 모둠과제를 주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아이들끼리 시간을 맞추는 일, 의견을 조율하는 일, 역할을 분담하는 일, 성실하게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내는 일 등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진통과 시간낭비가 있을 수 있는데 이걸 감수하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란타네 모둠이 지금 이 상황이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다른 모둠은 직업 도감, 반려동물 도감, 질병 도감 등으로 빨리 정하고 작업에 들어갔는데, 란타네 모둠은 주어진 회의시간을 다 흘려보내고도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목마른 놈이 샘 판다고, 가장 조급한 란타가 드디어 '한숨'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냈다. 란타네 모둠은 교실의 4인 외에 1명이 더 있었다. 마음의 문제로 교실에 오지 못하고 보건실에서 지내는 유라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도 가능한가? 며칠이라면 몰라도 장기간 교실 입실을 거부하는 경우 보건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나? 어쨌든 란타는 유라에게 모둠과제를 알려주러 갔다가 한숨 이야기를 하게 되고, 유라가 그려준 자신의 '한숨 요정'을 선물로 받아온다. 각자의 아바타와 같은 한숨 요정이 존재하고 란타의 경우처럼 그 둘이 대면할 수도 있다는 설정. 이것이 이 작품의 판타지 요소이다.

 

이렇게하여 주제는 정했는데, 두번째 난관은 유라와의 문제다. 란타는 유라를 딱하게 여겨 최대한 배려하려 하고, 유라의 그림솜씨를 알아보고 그림그리기 역할을 맡기려 하지만 다른 조원들과 이견이 생긴다. 특히 고유키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며 유라도 역할을 맡고 싶으면 교실로 와야 한다고 매정해보이는 말을 한다. 듣고보니 그렇다. 유라처럼 예외적인 친구에게 어떻게 하는게 맞을까? 모든걸 배려하며 맞춰주는게 맞을까? 원칙을 지키도록 단호하게 대하는게 맞을까? 똑같은 경우는 아니라도 자주 겪게되는 딜레마다. 알고보니 란타는 유라를 올해 처음 대하지만 고유키는 작년(3학년)부터 둘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유라의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유라는 등교거부 이유를 친구의 놀림이라고만 밝히고 입을 다물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엄마하고의 문제였다. 가장 심각한 건 엄마가 그 사실을 아직까지도 꿈에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인식해야 인정, 해결 등의 다음 과정이 따를텐데 시작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알고 인정하기는커녕 유라 엄마는 본인이 대단히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유라한테 요구하는 것 중에 틀린 말은 없다. 다만 유라의 의지로 하는 것을 방해하고 강압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 이렇게 자식의 마음이 깊이 병들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모가 수두룩하다. 이 책에선 그래도 교사탓을 하며 학교를 뒤집어놓진 않아서 다행이다. 본인의 문제를 몰라서, 아니면 알기 때문에 더 집요하게 학교를 공격하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그 공격의 세기가 자신의 자식 사랑 척도라도 된다는 듯이, 남탓으로 부모노릇을 때우려고 드는 부모들. 유라 엄마는 그 지경까지는 아니다.

 

이런 배경에 한숨이라는 특별한 소재까지 얹었으니 이 책은 그리 가볍지는 않다. 중학년용으로 적당한 분량이지만 부모나 교사들이 함께 읽어도 좋겠다. 란타네 모둠은 시작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감을 완성했다. 주제가 창의적인 만큼 기존 자료들을 활용할 수 없었을 테고, 주로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자료를 통해 한숨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거쳐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아주 제법이었다. 도감이라기보다는 보고서에 가까워 보였다.

 

나도 한숨을 많이 쉬는 사람이다. 란타네 도감에 의하면 한숨에는 순기능도 있으니 억지로 한숨을 참으려 하지는 않겠다.

나는 오늘도 한숨과 함꼐 살아간다.” (본문 마지막 문장)

우리 모둠이 생각한 한숨은 그저 슬프거나 괴로워서 쉬는 게 아니랍니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담겨있지요. 그래서 누군가 한숨 쉬는 걸 들었을 때, 왜 그래? 괜찮니? 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숨 도감 마지막 문단)

 

모둠과제는 깔끔하게 마쳤지만, 유라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결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희망을 보여주긴 하지만. 핵심을 겨누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맴도니까 이처럼 더딘 것이 아닐까? 라는 답답함도 든다. 내가 너무 조급해서 그런 것이겠지? 근데 조급을 강요당하면서 살아왔던 것인지 나라면 이렇게 기다리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답은 없는 것이니 나도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 새로운 소재의 흥미로운 동화였다. 한숨에 대한 어린이들의 철학적 고찰이 담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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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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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맘에 든다. 딱 뭔지 알겠는 느낌이다. 세상 무너진 듯이 감정의 홍수가 흘러도, 먹을 건 먹고!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어이없는 느낌도 들지만 나는 한편 안심이 되더라.

사춘기 아이들이 등장하는 단편 다섯 편을 모아놓았고, 연애라는 소재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나는 오랜 경력과 다양한 경험에 의하여 연애를 요란스럽게 하는 아이들을 싫어하게 되었지만, 이 소재의 동화들은 눈여겨본다. 뒷표지에 김서정 평론가님의 이런 평이 매우 반가웠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진정한 연애 동화'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해 왔다. 아이들이 '연애'라는 새로운 충돌을 통해 인간관계의 오묘함과 지난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힘겹게 통과하며 어떤 성장의 단계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훌륭한 작가님들이 이미 꽤 써놓으셨지만, 이 책도 그 목록에 들어가면서 겹치지 않는 특별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첫번째 작품 [체중계의 사랑]에서 담하는 한창 연애가 무르익고 있던 동준이에게 난데없이 차였다.
"그만 만나."
라는 톡 한마디로.
담하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그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살 때문이라는 심증이 굳어졌다. 그들은 함께 수영장에 다녔고 최근 담하는 체중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아챈 담하는 분노의 다이어트에 돌입하는데, 정민이한테 이런 소리를 들었다.
"류동재 보라고 살을 빼? 그자식 보라고?"
이후 어떤 계기로 담하가 부끄러움의 현타를 쎄게 맞으며 이 작품은 끝난다. 그 부끄러움은 담하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시험지로 만들어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는 자각이었다.

자기관리는 하는 게 좋다. 비만은 건강에 나쁘기도 하고, 자기만족에도 해가 된다. 하지만 남의 눈에 비친 내가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 연애의 함정 중 하나이다. 담하는 그걸 일찍 깨달았으니 예방주사를 참 빨리도 맞은 거네. 실패한 연애는 이렇게 인생에 약이 되기도 한다.^^

두번째 작품 [사랑의 물 분자]에서는 특이한 공통 관심사로 커플이 된 조하나와 경지완이 나온다. 둘다 '두루마리 연금술 까페' 회원이란 걸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둘은 많이 다르다. 조하나는 사귄다는 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하나의 눈에는 때로 지완이 야속하고 성에 차지 않는다.

연금술에 관심을 갖는 하나는 과학수업에서 배운 '화합물' 이라는 말에 주목한다.
"너는 수소고, 나는 산소야. 우리는 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가 사귀어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규칙이 필요해."
이러면서 하나는 둘만의 규칙을 만든다. 서로의 톡에 바로 답한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허락을 받는다 등의, 말하자면 서로 속박하는 규칙이라 하겠다. 이렇게 하나의 연애의 꿈은 거창했으나, 바로 깨져 버렸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무슨 소리야. 내 주인은 나잖아. 네가 아니라고!"
아이고 창피해라. 하지만 이렇게 이불킥 하면서 점점 나은 사람이 되는 거지 뭐. 이 작품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생각해냈다.
"연애는 화합물이 아니고 혼합물이다."
지난 학기 과학시간에 중요하게 가르친 개념 중에 혼합물이 있었는데 그 뜻은 이러하다. 두가지 이상의 물질이 성격이 바뀌지 않은 채로 섞여있는 것. 오호 이게 연애에도 적용이 되는구나. 세상엔 아직도 깨닫고 발견할 게 천지삐까리란 말이지.^^

세번째 작품은 [전류 차단의 원칙] 오, 이건 또 뭘까. 이 책엔 과학적 개념이 많이 나오네? 이 작품엔 오랫동안 함께 어울린 두 가정이 나온다. 류희재, 류희원 자매의 가정. 또하나는 윤진원 가정이다. 사랑의 불꽃이 튀는 방향은 참 예상하기 어려워서, 어린시절 깨벗고 함께 놀던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자 진원이가 '희재누나'를 흠모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둘이 사귀기 시작했다. 근데 더 웃긴건 희원이 마음도 야릇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셋은 적당한 전류가 흐르는 공간에 갇혀 적당한 찌릿함을 즐기며 팔딱거리는 중이었다.

이 상황을 파악한 양가 어른들이 나섰다. 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바로 옛날 구도로 돌아갔다. 그 상황을 작가는 '부도체를 만나서 전류가 차단됐다'고 표현했다. 웃음이 나왔다. 이 어른들의 부도체 역할을 어떻게 봐야할까? 심술궂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도체의 실험은 필요하다. 그래야 그게 유사감정의 유희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 대부분이 이 전류놀이를 즐기고 있거든. 그 전류놀이를 동네방네 떠벌리고 자기들 감정으로 남까지 피곤하게 하는 것처럼 민폐가 없어요. 작가님 진짜 짱이다. 내가 이런 작품을 쓰고 싶었는데. 이 작품에 매화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처럼, 소중하고 따뜻한 감정은 오래 살아서 숨쉴 것이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구요.

네번째 작품 [나는 여기 있다]는 전학 온 재희의 첫사랑 회상이다. 재희는 자신을 모르는 어떤 상대방을 혼자 지켜보며 좋아했다.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실체를 모르고 내가 만들어가는 이미지로 좋아한다는 면에서 속성이 비슷했다. 그 사랑은 대상을 맞닥뜨린 후에 곧 깨졌다.
"어떤 의미든, 그게 대단하든 별것 아니든, 그 모든 일은 내 생각에서 시작된다."
"가상의 세계는 날 끊임없이 불러들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곳에만 있을 생각이다. 나는 여기 있다."

마지막 [나는 괜찮나요?]는 할머니, 아빠와 함께 사는 지유의 이야기다. 평생 엄청난 노동으로 자식들을 길러냈지만 이제 손가락이 아파 그럴 수 없는 할머니가 지유의 주 양육자다. 엄마는 없었다. 지유는 그 빈곳을 친구 은지와의 관계로 가득 채워보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아픈 깨달음만 얻는다. 이 책 중 유일하게 남녀 연애 이야기가 아니지만 관계의 이야기라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할머니의 온찜질을 위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는 장면으로 이 책은 끝난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이 원하는 관계는 하나도 이루어진게 없었다. 다 실패였다. 하지만 어둡지 않았다. 어쩌면 이 실패는 우리 인생의 일상다반사이고 통과의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일단 치킨은 먹고! 그다음 괜찮아지는 아이들 모습에 안심도 된다. 이 책에는 표제작이 없다. 제목을 따로 지은 것인데, 그 제목이 전체를 잘 아우른다고 생각한다. 고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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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하는 이유나 2 - 소미가 달라졌다 노란 잠수함 16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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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유나 2편이 나왔는데 반년이 넘어서 찾아읽게 됐다. 전편의 유명세에 기대어 썼다가 2편은 맥빠지는 작품도 있지만 이 책은 여전히 탄탄한 느낌이다. 최초의 독자들은 훌쩍 컸겠지만 여전히 3학년에 머물러있는 유나와 소미. 그리고 호준이. 하지만 똑같은 3학년은 아니다. 적절한 발달단계를 밟으며 커나가고 있다. 그래서 때론
"걔가 그럴수가"
"실망이야"
할 수도 있지만 넓고 길게 봐야한다. 아이들은 크고 있는 중이니까.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욕 좀 하는' 이라는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은 엄청 모범적이고 순한맛이다. 시시하다는 느낌과는 다른 거다. 깨알재미와 신선함이 있어서 아주 알차게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건전하기까지하면 두마리 토끼 다 잡은 거 아닌가? 전형적인 방법으로 교훈을 주려는 뻔한 서사가 아니고 음식으로 치면 맛있는데 "그거 건강에도 좋아." 이런 느낌이다.^^

1권에서 소미의 욕 의뢰와 소미를 돕기 위한 유나의 노력으로 둘은 절친이 되었다. 유나의 '창의적 욕 퍼붓기'는 일면 성공했지만 의외로 기대했던 느낌보다 예기치 못한 감정이 그들을 덮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무찌르려 했던 임호준을 이해하게 된 계기는 되었다. 호준이도 나름 변했고. 그리고 욕의 부정적 느낌을 가슴에 정통으로 맞은 유나는 이제 웬만해서는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2권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호준이가 유나한테 욕 레슨을 의뢰한다. 호준이의 여러 사정을 들은 유나는 1권에서의 마음의 빚도 있고 해서 수락하는데.... 그들이 세우고 시작한 경계(주의사항)를 보면 1권에 비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인데, 그들의 창의적 욕 공부는 마치 국어 연구와도 같았다는 점이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뒤지고 정리하고 조합하면서 하는 연구. 본문 중의 대화나 삽화에 나타난 낱말들을 보면 작가님이 일단 해보신 작업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든다. 작품이란 그냥 줄줄 써지는 게 아니라 이런 끝없는 궁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겠구나 라는 짐작. 어쨌든 국어사전이 가장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 정말 맘에 들었다 속담의 유용성이 나오는 점도 좋고. 그런 면에서도 중학년에게 권해주기 안성맞춤인 책이라 하겠다.

2권에서의 또다른 변화는 착한 어린이, 순하고 배려하며 상대에게 맞춰주는 소미의 변화다. 둘의 레슨은 소미 몰래 진행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소미는 차갑게 돌아서 버렸다. 변해버린 소미를 느끼며 유나는 탄식한다.
"소미가..... 우리 소미가 비뚤어졌다."
그래도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는 않게 화해했다.ㅎㅎ

소미의 변화는 그뿐이 아니었다. 소미 또한 나름대로 국어사전을 횔용한 창의적 욕 연구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정리의 결과물을 엄마한테 들켰고, 놀란 엄마는 '유나랑 놀다가 물든 것'이라 단정하고 유나 할머니에게 항의하기까지 한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모 유형이라 하겠다. 2권의 가장 큰 위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재미나고 흐뭇하게 해결되고 끝난다.

유나와 소미의 대화에서 욕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이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좀 뽑아보았다.

"생각해보니까 욕도 조미료 같은게 아닐까?"
"그래도 넌 하지 마, 소미야. 평소에 네가 하는 말은 국물로 치면 맑고 담백한 맛이야. 건강하고 편안해.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렇게 되고."
"무슨 말인지 알아. 그래도 가끔 필요할 땐 후추랑 고춧가루를 뿌려 볼게." (77~78쪽)

"암튼,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게 어찌 보면 욕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 같아." (95쪽)

이제 욕 레슨을 그만두고 싶은 유나는 호준이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까? 그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말 연구와 창의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라 가장 적절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박수!!ㅎㅎ

나도 어릴 적부터 욕의 무풍지대에서 살지 않았고 꽤 많은 욕을 구사할 줄 안다. '욕 좀 하는' 축에 드는 거지. 가끔 알만한 사람들과 있을 때나, sns의 친한친구 공개로 욕을 발사할 때가 있는데, 공감하거나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세상 모든게 그렇듯이 나름대로 존재 이유는 있는 거겠지. 하지만 많이 할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욕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고 설득력있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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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 - ‘말’에 관한 여덟 가지 이야기 큰곰자리 76
모리 에토 지음, 시라코 외 그림,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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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있는데(권태기?) 거기다 찔긴 감기로 코로나때처럼 무력하게 며칠 앓다보니 동화책은 저 멀리로.... 다행히도 우연히 잡은 이 책이 좋아서 다시 조금 다가앉게 되었다. ‘말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바른 말, 고운 말, 말의 힘에 대한 책이겠구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단순한 주제동화 모음집은 아니다. 주제가 각잡혀 있는 느낌보다는 훨씬 더 깊고 유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여덟 가지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삽화를 그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했다는데 나는 잘 모르는 이름들이지만 어쨌든 그림체도 느낌도 제각기 다르고 다양해서 좋았다.

‘말’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떤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느껴진다. 그 둘은 접점이 많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작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리쓰와 슈야가 번갈아 화자로 서술하며 그들에게 있었던 일과 그 해결을 보여준다.

둘은 말하는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리쓰는 좀 망설이고 뜸을 들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리쓰에게 즉답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반면 슈야는 마구 던지는 화법이다. 겨냥도 없이 막 던진다고 할까. 말이 많은 거지 한마디로. 점심시간에 '어느 쪽이 더 좋아?' 라는 밸런스게임 비슷한 그런 놀이를 하고 노는데 이럴땐 리쓰가 문제다. "글쎄...." 라든가 "둘다 좋아" 라고 하면 김새는 거니까. 나라면 그냥 아무거나 댈 텐데 리쓰는 망설인다. 진짜를 대답하고 싶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생각한 것이 바로바로 말로 나오지 않는 한계도 있다.

이 모습에 속터진 슈야는 면박 주는 소리를 한마디 해버린다. 가볍게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어쩌나. 리쓰의 입이 굳게 닫혀버렸다. 신경쓰인 슈야는 야구연습도 포기하고 하교길을 동행하는데, 어색한 침묵은 무겁기만 하다. 행운이었을까. 난데없는 소나기가 쏟아졌고 아이들의 응어리는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리쓰는 한마디를 꼭 해야 했다.
"나, 맑은 날씨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비도 좋아. 정말로 둘 다 좋아해."
둘이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갈등은 해소되었다. 이후 둘의 말하는 스타일이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염두에 두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 이 책이 참 좋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교훈을 정해놓고 거기만 좁게 파면 뻔한 이야기가 돼서 재미가 없다. 이 책은 '말'을 소재로 잡았지만 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은 느낌이다.

추가로, 슈야의 어머니가 한 말 중에 대화를 공 던지기에 비유한 부분이 있는데, 매우 유용한 비유라 꼭 기억해두고 싶다.
"대화라는 건 상대방 말을 받아서 정확하게 다시 던지는 거야. 너는 혼자서 공을 툭툭 던지기만 하는데, 그래서는 벽에 대고 치는 탁구나 마찬가지라고."
대화는 캐치볼. 정말 좋은 비유다. 던지는 것도, 받는 것도 다 중요하겠다. 슈야의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다.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리쓰의 말을 제대로 받아 낸 것인지도 모른다." (19쪽)

두번째 작품 [쟤가 불편해]는 매우 현실적이고 마음이 편해지는 주제를 담았다. 이 작품을 킵해놨다가 어떤 아이들이나 어떤 부모들에게 읽히고 싶을 정도다. 이 작품의 키워드를 '견원지간'이라고 하고 싶다.ㅎㅎ 즉, 너무 싫은 상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라는 문제다. 결론은 포기하라는 거다. (얼마나 편해?ㅋ) 도저히 좋게 엮을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거다. 그럴 때는 인정하고 거리를 두는게 상책.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지도를 한 적이 꽤 있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어. 너희들은 좋은 말로 서로를 대할 수 없다면 당분간 서로 상대하지 마. 얘랑 꼭 사이좋은 친구가 되지 않아도 돼. 단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는 끼어들지 마. 쟤랑 놀지 말라든지 하는 참견은 금물이야. 그것만 명심하고 너희 둘은 떨어져."
이렇게 '절교'를 시켜주는 몰지각한 선생을 봤나? 그런데 이럴 필요가 있을 때가 있더라는 거다. 분명히.

"어떻게도 되지 않는 타고난 궁합이야. 어느 쪽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야. 고민해봐야 시간 낭비야. 뇌세포 낭비라고."
"마음이 안맞는다는 건 그런거야. 안 맞는 건 안 맞아. 그렇게 이해하고 끝낼 수밖에 없어. 안 맞는 상대가 누구한테나 있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29쪽)
이 대목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상적으로는 누구나 사랑하는게 맞지만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니까.

세번째 작품 [도미타에게 보내는 메일]은 제목 그대로 미사토가 도미타에게 보낸 메일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사토는 학급간 경기에서 엄청나게 실수를 했고, 열심히 연습한 학급 친구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주장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던 도미타가 다가와 조용히 치명적인 말을 속삭이고 갔다. 미사토는 충격을 받았지만 다음날부터 도미타는 예전과 다름없이 웃으며 미사토한테 잘해준다. 아마 그 일이 미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미사토는 그 의도를 짐작하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되는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말을 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그 '말'은 꼭 입으로만 해야 되는 건 아니다. 글도 말의 역할을 충분히, 때로는 더 효과적로 해낸다. 그래서 미사토는 메일을 선택한 것이다.

"말이라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말이 없으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끝나 버릴 때도 있는 것 같아.
우리를 얽매고 있는 말을 푸는 것도, 역시 말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기분이 들어.
그러니까 역시 용기를 내서 이 메일을 보낼게. 보내기로 지금 결심했어." (54쪽)
어린아이의 문장 치고는 참 중요한 진리가 담긴 문장이다. 말이란 남발해서도 안좋지만 필요한 시점에서는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 메일에서 끝난다. 도미타의 답장은 나오지 않았다. 도미타가 이 메일에 담긴 미사토의 진심을 읽고 답장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학급 아이들과 그 답장을 함께 써보고 싶다.

리뷰가 길어지니 몇 편은 뛰어넘고 마지막 작품 얘기를 하겠다. [내일의 말]이라는 작품이다. '유'는 시골학교로 전학왔다. 좋게 온건 아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랑 아빠 고향으로 이사한 거라서. 고향으로 오자마자 아빠는 사투리를 쓰기 시작하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투리도 구수하다. (역자는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을^^) 시골 사람들 특유의 오지랖인지 유에게 다들 친절하고 잘해주려 애쓴다. 하지만 유는 더욱 기운이 빠지기만 할 뿐이다.

그런 유에게 힘이 나는 말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아주 일상적이고 흔하디 흔한 말이었다. 그렇구나. 예쁜말 고운말은 따로 상품처럼 있거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 또 놀자고!"
웃으며 건넨 이 말 한마디였다. 이 말에 유는 내일의 힘을 받았다고 한다. 표지에 쓰여진 "어떤 말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문장이 여기서 나온 거구나.

이 책은 말에 대한 이야기면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쉽지 않지만 무작정 어렵기만 하지도 않고, 정답은 없지만 경계는 있으며 무엇이 어느 쪽에서 다가올지는 모른다는 점에서 말도 관계도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문장이 쉽고 간결하면서도 때로 유머도 있고 감각적 표현도 돋보이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옥의 티를 굳이 하나 고르라면, 표지 그림을 [쟤가 불편해]에서 뽑으셨는데 표지로 쓰기엔 느낌이 썩 조으지 아니했다. 전체적인 메시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다른 좋은 그림도 많은데' 라는 아쉬움? 그것만 빼면 다 좋았다. 읽고 함께 나눌 이야기가 무척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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