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2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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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에서도 입체적 감상과 여운을 남기는 서머싯 몸. 단편에서 어떻게 이런 깊이가 가능하고 이런 성찰을 끌어낼까 싶은 놀라움을 독자로서 기쁘게 감사하게 즐겼다. 번역이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한) 최신형이고 제본이 손에 촥촥 감기게 업그레이드 된 점도 무척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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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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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가 타고나는 것은 필력이 아니라 세상을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수작. 담담하게 바라보면 세상도 인간도 굳이 환멸하고 냉소하지 않아도 된다. 관조하면 되니까. 그 경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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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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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한때 친밀하게 지냈으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흥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이다. - P22

앨로이 키어의가장 탁월한 특징은 진실함이었다. 무려 이십오 년간 사기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위선만큼 성취하기 어렵고 진이 빠지는 악덕도 없다. 위선은 한시도 늦추지 않는 경계심과 영혼을 초월하는 극기가 필요하다. 불륜이나 폭음과 달리 짬짬이 훈련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다. 또한 이기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 P27

평론가는 형편없는 작가에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세상은 전혀 가치없는 자에게 열광할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오래가지는 못한다. - P139

나는 아름다움을 숙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다. 아름다운 것이 마법 같은 감성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내 마음은 즉시 방황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떤 풍광이나 그림을 몇 시간씩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황홀감이고 배고픔 만큼이나 단순하다. 이러쿵저러쿵 떠들 만한 거리가 아닌 것이다. 장미 향기와 같아서 한번 냄새를 맡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것이 예술 비평이 지루한 이유다.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에 대해 모든 평론가들은 그저 가서 직접 보라고 말하면 된다. 그것 말고 더 할 말이 있다면 역사나 전기 정도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다른 특성들-숭고함, 인간적 관심, 부드러움, 사랑-을 덧붙인다. 아름다움이 그들을 오래 만족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완벽하지만 완벽함은 사람들의 주의를 잠시 잡아 둘 뿐이다. - P142

파에스툼에 있는 도리아 양식의 신전이 시원한 맥주 한 잔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름다움과 무관한 것들을 끌어댄다면 모를까. 아름다움은 막다른 골목이고, 한번 도달하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산봉우리다. 아름다움은 심미적 본능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대체 누가 만족하기를 원하는가? 배부른 것은 진수성찬 못지않게 좋다는 말은 어리석은 자에게나 해당된다. 아름다움은 지루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 P142

마흔 살에 정치인이었던 사람은 일흔살이 되면 정치 거물이 된다. 너무 늙어 점원도 정원사도 즉결 심판 치안 판사도 못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한 나를 다스릴 만큼 성숙해진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예로부터 노인들은 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세뇌했고, 젊은이들은 그것이 허튼소리임을 깨달을 즈음엔 이미 늙은이가 되어 그 기만적 행태에 편승해 이익을 봐 왔다. 또한 정치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치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 별다른 지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 P144

"신사와 작가 노릇을 동시에 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 P156

작가를 흔드는 인간들은 수두룩하다. 인터뷰를 하려는 신문 기자들,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 원고를 달라는 편집자들, 소득세를 긁어 가는 세금 징수원들, 오찬을 같이 하자는 귀하신 몸들, 강연을 부탁하는 협회 국장들,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들, 이혼하겠다는 여자들, 사인해 달라는 젊은이들, 배역을 달라는 배우들, 생판 남인데 돈을 빌려 달라는 사람들, 감정이 북받쳐 부부 문제를 상의하려는 부인네들, 자기 작품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진지한 청년들, 대리인들, 출판업자들, 관리인들, 따분한 인간들, 팬들, 평론가들, 그리고 작가 본이느이 양심. 하지만 작가는 한 가지 보상을 얻는다. 뭔가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면 괴로운 기억, 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슬픔, 짝사랑, 상처받은 자존심, 배은망덕한 인간에 대한 분노, 어떤 감정이든, 어떤 번뇌든 그저 글로 풀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걸 소설의 주제로, 수필의 소재로 활용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작가는 유일한 자유인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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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홍명교 지음 / 빨간소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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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중국의 진보적 학생들은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자운동에 관한 책과 영화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과 구해근의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의 중국어 번역본을 대학생과 활동가가 많이 읽는다. 전자는 해적판이고 후자는 정식판인데, 실제로는 두 책 모두 PDF파일로 돌아다닌다. - P21

"이 중에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얼마나 될까? 있긴 할까? 이들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 전시‘와 사회 모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 번째 전시 구역의 풍경은 특히 어색했다. 거대한 폭의 그림을 지키는 보안 노동자들 때문이었다. 시꺼먼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그들의 표정은 활기차게 웃고 떠들며 단체사진을 찍는 공산당원들과 달랐다. 마르크스가 제1인터네셔널(국제노동자협회)로 짐작되는 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그린 거대한 그림 앞에 오랫동안 서 있던 쉐린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저 보안원들은 다 임시직일 거야."

전시 공간 끝에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국가주석 역임 당시 사진들이 연이어 있었다. 쉐린은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사진이 2장씩이지만, 시진핑 사진은 5장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37

텐진에 가면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설계로 세계적 명성을 떠친 빈하이 도서관이 있다. 개관 당시 도서관에서 배포한 사진에는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빈하이 도서관에 갔을 때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 의아했다. 안에 들어가서 그 이유를 알았다. 진짜 책은 없고 책 표지 사진만 가득했다. 그러나 이 도서관에 수백 권씩 꽂혀 있는 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진핑 선문집이었다. - P137

그즈음 일면식 없는 친구가 위챗으로 말을 걸어왔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여산의 노래를 빈 배 끄는 어사 노씨에게 보내노라‘의 첫 구절에서 따온 ‘초나라 미치광이랍니다‘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이었다. 알고 보니 고향이 초나라가 있던 장시성이었다. - P187

나이 든 농민공들에게 체념과 절망이 깊게 배어 있었다. 학생들은 노동자들과 관계를 맺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같이 그런 아이러니와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인생경험이 적었고,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노동자와 함께하는 영화상영회를 열어 가유희사라는 홍콩 영화를 봤다. 장국영, 주성치,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로 1992년 한국에서도 개봉한 적 있다. 결혼 관련 내용으로 어렵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교훈적인 영화라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함께 보던 여성 노동자들이 하나같이 집중하지 못했다. 절반 이상은 도중에 자리를 떴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한 노동자가 말했다. "우리 그냥 전쟁 영화 보자."
15년쯤 전에 만들어진 홍콩 멜로영화조차 지루해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게임은 야학의 최대 경쟁자가 돼버렸다. 문득 노동조합 집회 내내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 P208

20-30대만 돼도 중국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퇴근하기 무섭게 허름한 숙소 침대에 누워 게임을 하고 싶어 하지, 야학 수업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 P208

흔히 한국 언론은 중국 여론을 보도할 때 가장 극단적인 현상이나 목소리만을 옮기곤 한다. 섬뜩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차분하고 중립적인 이야기보다 훨씬 전파력이 강하며, 그 전파력에 기대 페이지뷰와 트래픽을 늘려야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는 계획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이다. 이런 트래픽 장사는 다시 대중 여론에 영향을 미쳐 상호 증폭을 반복한다. - P261

"난 그게 항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너희는 충분히 유의미하게 싸웠고 전 세계에 이런 모순을 알렸잖아. 하지만 지금은 역량을 보존하고 미래를 기약해야 하지 않을까?" - P228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국가신자유주의 개혁 과정에서 중국은 노동자를 극한 착취의 늪에 빠뜨렸다. 동시에 중국 사회주의 역사가 남긴 집단성과 자기희생이라는 주체성은 착취를 감내케 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한 세대가 지나 출현한 신세대 농민궁에겐 기성세대가 지녔던 집단주의적 열정과 희생정신이 없다. 그들은 시장화된 사회의 거대한 사막 위에서 아무런 보호막 없이 생존해야 한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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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픽션 - 당신이 사랑한 작가들은 모두 이 책으로 소설 쓰기를 배웠다
재닛 버로웨이 지음, 문지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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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글을 쓰는 건 쉽다. 쓰지 않는 것이 어렵다. - P49

대화를 쓸 때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맣은 것을 의미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의미심장한디테일이 감각적 이미지와 ‘의미‘를 모두 불러와야 한다면, 등장인물의 말은 아마도 무언가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이미지, 성격, 그리고 감정까지 암시할 수 있어야 한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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