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 Stacy
지피 지음, 강희진 옮김 / 북레시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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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스테이시/ 지피 글ㆍ그림/ 북레시피


서늘한 그래픽 노블 [스테이시]

위험하고 잔혹하며 우리 문화 정서상 낯설고 껄끄러운 '성적 욕망'에 대해 실언을 한, 어느 한 사람이 '캔슬 컬쳐'로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순간의 추락과 배신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자아 분열과 허상으로 만들어낸 존재들로 구체화되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가 느낀 분노, 절망과 원망 그리고 복수심 등이 스테이시와 '악마'라 불리는 독특한 존재로 형상화되어 주인공 지아니의 내면이 표현된다. 







작품명이자 주인공 지아니의 그녀인 '스테이시'는 이야기 속에서 실존적 존재가 아니다. 오로지 지아니의 생각과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녀로 인해 존경받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사회적 입지가 송두리째 날아갔다. 그리고 온 세상, 온 사람이 내리는 온갖 비난과 질타를 마치 벌거벗은 채로 맞닥뜨려야만 했다. 


현대사회의 도덕적 위선과 공격 심리를 고발하는, 이 날선 작품의 작가는 '지피'이다.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 작가인 그의 펜 끝에서 시작된, 잔혹한 고발장은 친절하고 쉽지는 않다. 직관적인 내용이 아니라 여러 서체로 작성된 글과 거친 그림으로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속에 감춰진 진실 혹은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지아니와 또 다른 자아인 '악마'가 나누는 대화와 상황들, 스테이시를 향한 집착, 지아니의 동료들이 '대참사 발언' 직후나 활동을 재개한 이후 보인 위선적인 행동들을 지켜보는 내내 힘겨웠다.그리고 불편했다. 지아니를 향한 동료들의 거친 비난과 인플루언서들의 거리낌 없는 모욕 섞인 글이 넘쳐나는 세상이 마냥 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럴 것이다. 지피 작가는 '캔슬 컬처'로 '취소 문화' 혹은 '제거 문화'라는 현상을 [스테이시] 작품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개 인터뷰에서 '한마디' 실수한 지아니와 돌아온 지아니 앞에서 틱톡 영상에 대한 소회와 잠재된 욕망을 드러낸 마우로 그리고 이를 카드로 쇼러너 자리를 꿰찬 랄라를 견주어봤을 때 지아니가 매장당할 정도였나. 물론 사적인 자리와 공적인 자리라는 물리적 공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단 한마디로 존경을 표하던 이들이 돌아서 비난의 화살을 맹렬히 쏟아붓은 그 잔혹함에 결국 지아니가 철저히 부서진 게 아닐까. 






폭발~ 랄라에게 순응하는 지아니의 모습 때문에 지아니와 악마가 그리던 폭발의 결말이 더욱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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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2500년을 초월하는 논어 속 빛나는 가르침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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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김준태 지음/ 한겨레출판





4차 산업혁명 이후 숨 가쁘게 달려가는 첨단 기술의 출현과 발달 속에서 현대인들은 동요하고 있다. 기술 발달의 변곡점에서 '러다이트 운동' 등 반대·반발·우려의 움직임이 있어왔다. AI 시대가 도래하는 오늘날, 호감이든 불호감이든 시대의 커다란 흐름과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을 듯싶다. 그렇다면 현대인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할 시점이다. 

거대언어모델 기반 AI들이 치열하게 경하고 있는 오늘날,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대책과 규제, 정책들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이용자 입장으로, 이 무시무시한 기술을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유리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김준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문학자로서 전문가적 소양으로 춘추전국시대의 대학자 '공자'와 제자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에 비추어 AI 시대에 필요한 현대인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공자가 중히 여겼던 덕목인 '인의예지'와 꼭 소개하고픈 구절을 바탕으로 5가지 꼭지를 잡았다. '인 = 사람'이요, '의 = 올바름'이자 '예 = 관계'이며, '지 = 배움'이고 '삶'이다. AI 시대를 맞아 더더욱 사람이 먼저인 이유를 역설하고, 사람다움을 지키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리고 관계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려를 뛰어넘는, 변하지 않는, 지켜야 하는 가치와 자세를 알아본다. 그리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공부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에게 질문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지 이끈다. '삶 = 살아가는 법'에는 AI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수동적으로 살아'지'지 말고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를 권하는 공자의 가르침이 녹아있다.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살아간 그의 가르침이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토록 큰 울림으로 다가오다니 경이롭다. 춘추전국시대가 철의 등장으로 세상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로, 시대를 아우르는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김준태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AI가 등장했으며 포스트 휴먼이 논의되는 오늘날'과 비슷하다 평가한다. '둘 다 인간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변화를 마주했다는 점'에서다.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가 되고 있는 트랜스휴먼, 포스트 휴먼 시대의 출현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 나아가는 장이다. 이제는 인간의 범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포스트 휴먼 시대에 적절한 '사람'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더불어 '사람다움'에 관해 새롭게 규정하고 재해석할 준비가 왜 필요한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AI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게 아니라 '배제'한다면, 생산에서 소외된 인간이 자신의 가치와 삶의 목적을 과연 찾을 수 있으려나. 인간을 배워 역할을 대체해나가고 있는 AI가 특이점을 넘어 초지능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인간의 윤리와 가치관에 부합하는 AI로의 진보를 위해서는 긴요한 일이다. 









인간의 본성보다 인간의 태도에 더 관심을 두고 가르침을 전한 공자의 <논어>는 오늘날 헤매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사람으로서 사람다움을 지키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을 추천한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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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4
서동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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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깬다/ 서동찬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누구를 상대하든 내가 편안한 거리에 있으면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면 그때부터 힘들어지잖아."





이 정도가 내 거리다.

많이 부딪쳐 겪어봐야 '내 거리'를 알 수 있다. 서동찬 작가의 신작 [깬다]에서는 인간을 싫어하는 고1 하준이가 복싱을 통해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서동찬 작가는 하준이 인간을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동생의 남다른 집착이 가족 구성원에게 미친 영향과 부모의 선택으로 더 커진 부정적인 관계가 하준이가 인간을 싫어하고 마주하기를 꺼려 하게 만든 사실을 고1 사춘기 시점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 얼른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갈 즈음, 하준이는 다원이와 관계를 맺게 된다. 









작은 내딛음이 하준이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세상과 가족을 향한 벽을 부서뜨릴 틈이 되어주었다. 항상 웃고 친절하고 자신감 넘치던 다원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었다. 의도치 않게 체육관 안팎으로 다원이와 엮이게 되어 신경 쓰이고 눈길이 가던 차, 일어난 비극은 하준이를 자극하게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고 싶었던 하준이가 반장 희윤이, 체육관 선배 하준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답답하기만 하던 하준이 주변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복싱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몸을 단련하기 위한 러닝이 고민거리도, 수많은 생각도 흩어지게 도와주었다. 




"다원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복싱뿐이었어요. 

링에 올라갈 때는 마음에 담긴 모든 나쁜 감정을 

가지고 올라가서 다 쓰고 내려 온다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것들이 계속 쌓이니까. 

그래서 시합 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고 그랬거든요."





다원이처럼 복싱을 잘하고 싶다. 다원이처럼 자신감 넘치고 싶다. 다원 바라기가 되어 세상을 향해 서투른 발을 내딛는 하준이를 보면서 '다행이다'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자신을 조금씩 달궈가던 하준이지만 여전히 가족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준이의 곪았던 상처가 봇물처럼 터져버린 날 그리고 동생 현준이의 고집으로 체육관을 데리고 갔던 날, 명목상의 가족이 아니라 가면과 껍질을 깨고 속마음을, 상처를 내보인 진짜 가족이 되었고, 변화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하준이도 변하고 성장하고, 희윤이도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하준이 가족들도 비로소 짐을 제대로 지고 달라지려 한다. 스토리텔러 서동찬 작가는 [깬다]를 통해 인간의 관계를 '거리'로 표현하여 공감 가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복싱'을 소재로 하여 신체의 단련이 정신과 마음의 수련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인상적이다. 긴장하고 힘을 주는 대신,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툭! 인생 사는 법을 이렇게 간결하고 시원하게 풀어내는 성장담이라니! 하준이와 희윤 그리고 다원과 예빈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굳은 벽을 깨고 나와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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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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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먼 소설/ 다산책방




앨런 라이트먼의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칼비노가 '공간'을 두고 한 일을 라이트먼은 '시간'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이기도 한 그는 실로 경이로운 내용과 접근으로 '시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1991년 그를 찾아온 온갖 영감과 동기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에 다산책방에서 재출간되어 읽게 된 [아인슈타인의 꿈]은 '시간'과 관련된 상징적인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꾸는 꿈의 수많은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과학과 문학의 절묘한 만남은 '시간'에 대한 1차원적인 인식을 뛰어넘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사한다. 



시곗바늘은 평생 오른쪽으로 돌지만

시간은 결코 같은 궤도를 돌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특허 담당 공무원으로 지리한 일상 중 '시간'에 관한 꿈을 꾸고 연구에 빠져든다. '시간에 관한 꿈을 꿀 때마다 그럴듯한 시간의 본질이 하나씩 새로 나타났고, 그 가운데서 한 가지가 유달리 마음을 끌었다.' 



소설 속에서 시간의 정의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가능성이 존재하는 시간들, 그 매혹적인 시간과 그 안의 수많은 삶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간이 원이라는 세계, 

불행하기 그지없는 이 사람들이 
바로 시간이 원이라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실마리다. 마을마다 늦은 밤이면 이들의 신음이 텅 빈 거리와 
발코니를 가득 메운다.(p24)


한 세계에 세 가지 차원이 존재하여 선택의 순간마다 세계가 갈라져 무수히 많아지는 세계, 

기계 시간과 체감 시간이 존재하는 세계, 

두 시간은 모두 참이지만,

두 참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p36)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시간이 더디 흐르는 세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므로 모든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세계, 

사람들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자기가 태어난 순간이, 첫 걸음마를 한순간이, 
첫 열정의 순간이, 부모에게 작별을 한순간이 어딘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저마다 알고 있는 것이다.(p44)

인과관계가 없는 세계,
순간의 세계다. 진실의 세계다.(p48)

종말의 시간을 다 아는 세계,

시간이 한 시점에 들러붙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세계,

시간이 가만히 서 있는 세계,

시간이라는 것이 없는 세계,

기억이 없는 세계,

시간이 꾸준하게 흐르지 않고 불규칙하게 흐르는 세계,

미래의 단면이 잠시 보이는 이 세계에서는 모험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장래를 내다본 사람은 모험을 

할 필요가 없고, 장래를 내다보지 못한 사람은 모험을 

하지 않으면서 예지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p87)


움직이면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세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

사람들이 단 하루만 사는 세계,

그의 삶은 토막토막 대화 속에 흩어지고, 
사람들 기억에서 토막토막 사라진다.(p106)

시간이 감각인 세계,

사람이 영원히 사는 세계,

아무도 완전하지 않다.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p114)

시간을 질로 가늠하는, 존재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세계,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양으로 따져보고 분석하고 
쪼개어보려고 한다. 이들은 돌로 변한다.(p119)

미래가 없는 세계,

시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차원이라 시간의 축을 따라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세계,

시간이 불연속적인 세계,

위대한 시계를 숭배하는 세계, 

지역마다 시간이 다른 세계,

미래가 고정된 세계,

같은 것이 수없이 많은 세계,

과거가 바뀌는 세계,

새가 시간인 세계……


시간의 본질이 다른 수십 개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내가 속한 사회에서의 시간과 친숙한 공간에서의 시간과 내가 바라는 시간이 서로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각의 세계에서도 순응하며 살아가기보다 모험을 떠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같은 시간의 본질 속에서도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하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누군가는 그저 휩쓸려 살아간다. 


시간 자체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학적 접근에 인간의 본성을 고찰하는 인문적 통찰이 더해진 세계를 만나는 기쁨이 온몸에 차올랐다.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한결 충만하게 만들어준 [아인슈타인의 꿈]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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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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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 부연정 장편소설/ 다산책방





자신을 존재감 없는 조연 혹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엑스트라라고 생각하는 중학생 '배달희'를 만났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중학생 배달희가 불가사의한 일을 겪게 되면서 변하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소리를 삼킨 소년>, <피망이세요>, <악마의 비밀 레시피> 등 청소년들의 일상을 판타지 세계와 엮어서 공감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는 부연정 작가의 신작이다.


부연정 작가는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살아가는 장애 소년을 밖으로 나오게 하기도 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는 능력 때문에 힘겨운 소녀에게 능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간을 괴롭히기 싫은 악마에게 영혼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렇게 닫힌 세상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열린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저승으로 떠난 이들의 미련을 풀어주는 우체부를 소환하였다. 평범하다 못해 남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중학생인 달희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달희는 안된다는 거절의 말조차 하지 못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달희는 차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내심 믿고 싶어진다.




"배달희 씨는 81억 인구 중에서 

저승과 이승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만큼 특별하단 뜻이죠."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정교하게 짜인 구성에, 촘촘하게 이어진 관계에, 우연 같으면서도 현실에 있음 직한 인연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먹먹한 감동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한순간의 선택! 옳고 그름을 떠나 선악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에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게 되는 경우는 많다. 달희는 용기가 부족해 마음과는 다르게 외면하였던 선택들이 몰고 온 감정 덩어리를 버거워한다. 물 머금은 솜뭉치처럼 죄책감과 후회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는지, 달라질 수 있을는지…


저승 우체부로서 처음으로 전한 편지, 그로부터 서서히 변화의 씨앗이 꿈틀거렸다. 용기가 없어 하루와 세희 언니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던 달희는 진심으로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의 마음을 세희에게 전했다. 하루도, 세희도 그리고 달희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









하루의 편지에 이어진 편지 배달 임무로 달희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로 힘겨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진심을 전해주고, 그 마음을 받은 이들이 용서와 위로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달희기에 절실히 다가왔을 것이다.





"지금 진심을 전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보자."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게 된 주인공 '배달희'는 눈부시게 찬란했다. 후회하고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존재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달희는 저승 우체부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지금' 전하는 하루의 소중함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음 한편에 망설임이 있는 모두가 읽고 용기 얻고 위로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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