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양다솔 지음/ 한겨레출판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에세이'의 세상에 발을 딛게 되었다. 소설 특히 추리소설을 탐닉하던 지난 시절의 나에게 '에세이'는 잔잔하고 조용한 아니 밋밋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평단 활동으로 한 권, 두 권 에세이를 접하다 보니 서서히 물들게 되었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속내가, 포장되지 않은 일상이, 글로 쓰인 상처의 흔적이 와닿기 시작했다. 아, 이게 에세이의 맛이구나.


이번에 도전하는 책은 살짝 결이 다른 에세이다. 양다솔 에세이스트가 쓴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이다.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까불이 글방'을 운영 중인 그는 일주일마다 글감을 주고 글을 써오게 했다. 협박을 했지만, 글쓰기의 무서움을 알기에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그 편지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글감에 대한 양다솔 작가의 의도와 추억, 책 추천 등등이 담긴 편지글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씩 풀어준다. '나는 까불 테니 너는 글을 써라!' 소개처럼 그의 발랄 진지 모드가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그냥 써야 한다. 좋은 글을 쓸 때까지 쓰는 게다. 양다솔 작가는 빈 종이에 첫 획, 첫 자음, 첫 단어, 첫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유려한 글이 아니라 그냥 쓰기를 권한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와 '저에게 답장을 주세요.', 이 두 가지를 주문한 그는 활자로 자신을 옮길 수 있는 글방으로 기꺼이 우리를 초대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더라도 홀로 외딴곳에 버려진 듯 막막한 기분에 젖기 쉽다. 책방 지기 양다솔 작가는 그런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 이끌어 준다. 서른네 통의 글감 편지가 어느 글이라도 기꺼이 써 내려가는 당신을 환호하며 응원한다. 그 자신 또한 10년의 글방 생활을 거쳐 작가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글감으로 선택된 주제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나'와 '주변'을 살뜰히 그려보는 시간을 통해 삶을 기록하고 또다시 그냥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나, 감정, 관계, 장소와 사물, 시절과 순간에 관한 글을 권하는 편지를 읽으며 문득 그가 받았을 답장이 궁금해지고, 편하게 글 쓸 수 있도록 추신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배려도 감사하다. 또 <비밀 쪽지>는 쓰려는 이들에게 비타민 같은 활력과 응원을 담은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글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소화해야 가능하다. 쓰다 보면 다듬다 보면 '내 영혼이 살 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들 가슴속에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모두 다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이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자 손을 내밀었다. 글쓰기의 두려움을 줄어주는 현실적인 제안은 무엇이든 쓰도록 종이 앞으로 이끈다. 양다솔 작가의 글은 나의 하루, 감정, 기억, 관계 그 어느 것 하나 하찮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다. 그 마음이 글쓰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쓰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 - 김혜정의 청소년을 위한 힐링 에세이
김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 김혜정 지음/ 다산책방




우리 집 가족이 좋아하는 김혜정 작가의 힐링 에세이 [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을 사전 서평단으로 만나게 되었다. <오백 년째 열다섯>, <시간 유전자>, <헌터걸> 작가 김혜정이 괜찮은 어른으로서 청소년에게 직접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문장들을 엮은 이 책은 긍정적이고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다.







좋은 마음, 다정한 글, 따스한 그림이 차곡차곡 쌓여 흔들리고 불안한 우리 청소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기둥이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를 빨리 반복하다 보니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가 되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든 된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자주 하는(365일 중 1/3은 학교에 강의하러 간다) 작가답게 청소년에게 해주고픈 말들이 많았다. 어른으로서, 작가로서 꼭 해주고픈 말들을 하나하나 골라서 엮어낸 수고가 느껴졌다. '작가' 한 길만을 꿈꾸며 지나온 시간들의 이야기는 꿈이 있든 없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흔들리는 청소년에게 큰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꿈을 오로지 믿어준 자신, 공모전에서 100번을 떨어졌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자신,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열정을 불안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거쳐온 '청소년' 시절이건만 그 시절 듣고 싶었던 말보다는 듣기 싫었던 말을 더 자주 하는 어른으로서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믿음과 기대가 세상과 부딪치며 깨지거나 부서지는 과정을 '성장'이라 여기지 않아야겠다. 자신을 "왜 괜찮은 어른이라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저는 스스로를 좋아하거든요."라 답하면 듣는 연령마다 반응이 다르다 한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어요?"라 되묻는 초등학생들처럼 당연한 걸 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자신을 좋아하는 일이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같다는 작가의 말에 머릿속 빨간 불이 팍! 들어왔다. 자신을 좋아하고 칭찬하고 믿어주는, 그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으로 자신을 담금질하면 흔들림 없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혜정 작가는 우리네 인생 중 가장 강렬하고 역동적인 십 대, 청소년기에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는 방법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정하게 조언해 준다. 불행한 나라, 자살률 1위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는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청소년에게 그 힘의 씨앗을 품게 해주는 [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이다.



어른답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은 어른으로서 과거의 잘못은 반성하고 사과할 줄 알고, 오늘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려고 열심히 살아보고, 미래의 기억을 꿈꾼다. 배려하고, 다정한 말과 글을 건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오늘을 사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먼저 실천한다. '~하지 마라' 대신 '~하라' 권하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잘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아낌없는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이다. 막막한 미래를 기다려지는 미래로 바꿔줄, 확실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다정한 지침서를 놓치지 말자!



지금 어렵고 힘든 거 알아. 조금만 더 힘내.

잘 견디고 있는 네가 기특하고 대견해.

미래의 너는 걱정보다 잘되어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미래의 네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서른 번의 힌트/ 한겨레출판



올해로 한겨레문학상이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한 책 <서른 번의 힌트>가 출간되었다. 20명의 수상 작가들이 당선작을 모티프로 써 내려간 짧은 글을 엮은 책이다. 이미 '당선작'을 읽었다면 그 당시의 감정을 소환할 것이고, 혹시라도 읽지 않았다면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중 읽은 작품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8회, 박민규), '체공녀 강주룡'(23회, 박서련), '불펜의 시간'(26회, 김유원), '카지노 베이비'(27회, 강성봉)이다. 이 중 <서른 번의 힌트>에 글을 수록한 작가는 3분이다. 다른 작가분들도 당선작은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어 친숙했다.

'체공녀 강주룡'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옥이'였다. 한때 주룡이 살았던 집의 맏딸 '옥이'가 화자가 되어 주룡과의 인연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그의 삶을 되짚어가면서 과거와 오늘을 연결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간다. '체공녀 강주룡'이 현실을 바꾸고자 분투했던 그날의 용기와 의지 아래 더디지만 변해가는 세상에서 떠나간 그를 그리워하는 옥이가 꼭 나를 보는 듯했다.

'불펜의 시간'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힌트'였다. 불펜의 등장인물인 진호와 기현의 중학교 시절의 일화가 펼쳐진다.


진호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홈런을 맞고도 웃을 수 있는 야구를 하던 기현과 안타를 쳐야만 재미를 느끼는 야구를 하던 진호의 뒷이야기는 진중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불펜의 시간'에서 들을 수 있다.

'카지노 베이비' 강성봉 작가의 '진홍 : 박수외전'은 또다시 마음을 긁어댔다. 문장, 구성, 주제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을 이루며 깊은 여운을 이끌어 냈다. 박수가 구송으로 토해낸 감정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이 외에도 당선작은 모르지만, 단편만으로도 호소력 넘치게 끌어당기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들의 말, 행동, 감정이 궁금하고,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한 마음이, 시간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달라 성화였다.

하승민 작가의 '유전자',

김희재 작가의 '잠도 가는 길',

장강명 작가의 '서강대교를 걷다',

박정애 작가의 '불의 말'이 특히나 재촉하였다.


한겨레문학상 30주년의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는 <서른 번의 힌트>는 우리가 어떤 답을 찾기를 바라고 있는가. 혹은 반대로 우리가 한겨레문학상에게 바라는 답을 찾고자 하는 건가. 이런저런 사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고대한다는 거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 속 선택받은 올해의 당선작은 무엇일까? 30년의 기다림에서야 만나는 이야기와 함께 <서른 번의 힌트>를 다시 읽을 날을 기다려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근의 맛
그림형제 지음 / 펜타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퇴근의 맛/ 그림형제 소설집/ 펜타클




[퇴근의 맛]은 그림형제(필명) 작가가 들려주는 스무 가지 인생 이야기다.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이야기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일상이 펼쳐진다. 현실성 가득한 일과 끝에 마주한 저녁 한 끼에 주인공의 감정이, 기분이 담겨 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을 쫓다 보면 절로 저녁 메뉴에 감정 이입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인물이 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야기에서 화자가 되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동일한 상황이 인물의 시선에 따라 서술되기에 우리는 다 조합해서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일상에서 벌어질 만한 상황들이라 인물마다 달리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선 회사원, 은행원, 교사, 세일즈맨, 변호사, 군인, 경찰, 간호사, 통역사, 수의사, 헤어디자이너, 요리사, 장례지도사, 목사, 배우, 버스기사, 파일럿, 고등학생, 엄마, 작가라는 스무 가지 직업인이 주인공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걸 제하고도 여러 직업군을 인터뷰하는 것부터 상황 설정, 음식 선정까지 고려하면 작가가 피력한 대로 절대 편하지 않는 작업이다. 더욱이 진짜 그 직업을 가진 독자에게까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실과 상상의 적절한 조합이 필수였으리라.






사회적 이슈와 현실적인 고민을 잘 녹여내어 이야기꾼이자 맛집 내공자의 면모를 찬란하게 뽐냈다.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일상은 반복되고,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시스템화된 사회에서 개개인의 역할은 제한적이 되어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직장인의 애환, 학생의 학업 스트레스,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 등등 퍽퍽하고 고단한 하루를 버텨낸 모든 이들에게 '쉼'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좋은 일, 기쁜 일, 슬픈 일, 아픈 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일을 함께해 주는 게 '음식'이 아닌가 싶다. 여러 감정들을 녹여주는 적절한 음식, [퇴근의 맛]은 음식의 힘을 잘 아는 맛있는 책이다.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은 좋지만, 교권 침해로 인간의 존엄성이 흔들리는 것은 싫은 초등학교 교사의 선택은 망설임이 없는 짬뽕이었다. 짬뽕은 갈팡질팡하는 교사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극적인 맛으로 앙칼지게 승부해온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짜고 매운 짬뽕 한 그릇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어찌해야 할지 갈등하다)

고인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고 유족에게 부검을 권한 장례지도사는 결국 해고당했다. 하지만 그는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시간과 직업 만족도를 떠올리며, 부당 해고로 구제신청 접수를 한다. 그의 선택은 돈가스였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자신처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돈가스 가게에서 돈가스를 주문했다.(옳다고 믿는 일을 하다)

마지막 운행 중에 비상계엄령 선포를 듣게 된 버스 기사는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 순댓국밥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일에 놀란 그는 국회의사당으로 갔다.(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여러 맛 중 여운이 남는 맛을 떠올려봤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깊이 있게 다가온 맛들을 음미하며 나의 오늘을 되짚어보게 하는 [퇴근의 맛]이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 맛이었나요?"



퍽퍽하고 고단한 하루였을지, 기쁨이 넘치는 하루였을지, 보통의 하루였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이든 삼키고 견뎌냈다면 [퇴근의 맛]에서 건져올려 같이 한 끼 맛있게 먹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 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클




만화가 송송이가 그려내는 가슴 뜨거운 각성과 변화 그리고 아름다운 연대를 담은 <해오와 사라>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를 보았다. 총 3권인데 1권만 읽으니 애가 탔다. 해오와 사라는 물론 자신의 앞날을 능동적으로 헤쳐나가는 우도의 여성 캐릭터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기 그지없다.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세상을 단단히 받치고 있던 틀을 깨는 변화의 물질이 시작되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묵묵히 받아들여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해녀들. 이제 그들의 손에 테왁 대신 무엇을 들지는 오롯이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 이렇게 가슴 터지는 이야기의 시작인 <해오와 사라 1>에서는 등장인물들과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이 변화를 꿈꾸는 태동의 기운이 싹 틔웠다.







<해오와 사라 1>>은 판타지 문학으로 여성의 연대와 분투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광활한 바다에 둘러싸인 작디작은 섬에서 물질을 천직으로 여기고 가족을 뒷바라지하면서 평생을 다 보내는 여인의 뒷모습만을 비추지 않고, 배우고 깨우쳐 우도를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더 다양한 일로 역량을 발휘하기를 꿈꾸는 여성의 앞모습을 조명하였다.






엄마가 해오를 버리고 떠나버린 건 다섯 살 때 일이다. 인어를 봤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다음 날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 엄마 옥련을 닮아 상군 해녀만큼 물질을 해내는 해오의 뒤에는 알게 모르게 엄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엄마 닮아 수영을 잘 한다, 똑똑하고 멋지다, 글을 배우고 항일운동을 했다. 자신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또 다른 얼굴에 궁금증이,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해오였다.





해오 앞에 나타난 인어 사라. '반쪽짜리'라 불리며 따돌림당하는 인어 사라는 인간을 싫어하면서도 동경한다. 자신들과 닮았지만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 앞으로 가서 어느새 사라지는 인간이,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다.






해오와 사라의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유 없이 미워하지 않고 새로운 존재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 친구가 되었다. 진심을 다하는 관계가 된 해오와 사라. 하지만 인어에 관한 나쁜 소문이 돌고, 사람들은 인어를 잡고자 한다. 과연 인간 해오와 인어 사라는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신비로운 상상의 생물체, 인어. 수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된다. 인어공주, 세이렌 등등 미지의 존재에 제각각 의미를 부여하여 원하는 이미지로 투사하고 있다. <해오와 사라 1>에서 인어는 인간을 노래로 유혹해 죽이는, 사악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단순히 '인간과 인어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갈등, 인간과 인어의 우정, 인어와 인어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야기가 한층 풍성하다.






종을 초월한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시선을 잡아끈다. 사라진 엄마, 다른 세상을 꿈꾸는 해녀 연지, 우도로 다시 돌아온 의사 여희. 그리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여성 주변의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지금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의 도전과 분투를 함께 하고 싶다. 멋진 풍경과 함께 성장하는 <해오와 사라>, 후편을 얼른 만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