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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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처럼, 개구리처럼 우리의 기억 속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책 

<미드나잇 칠드런>

 



미드나잇 칠드런/ 댄 거마인하트 장편소설/ 다산책방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이 색다른 <미드나잇 칠드런>은 분명 두려움으로 가슴 졸이고 안타까움으로 몸부림치며 읽어야 하지만, 왠지 나에게는 동화처럼 다가왔다. 외로움에 사무쳐 한밤중 눈을 뜬 십 대 아이가 홀연히 이웃집에 나타난 일곱 명의 아이들과 교류하면서 스스로 껍질을 깨부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사람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라바니 포스터 앞에 갑자기 일곱 아이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가슴 저리는 비밀을 품고 있다. 경계심 강하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들에게 호기심이 생긴 라바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버지니아 디어링은 아주 큰 비밀을 안고 있으면서도 당차고 씩씩하다. 라바니를 괴롭히고 자신을 모욕한 도니 카터에게 당당하게 대응하여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버지니아는 라바니에게 '언젠가는'이 아니라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점점 가까워지는 두 영혼이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두 아이가 사랑스럽다.



 

 

 


'혼자'라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갇혀 불행한 하루를 보내는 이에게 큰 비밀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진심을 나누는 친구의 존재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마법 같은 일이 '슬러터빌' 도시에 일어난다, 동화처럼, 환상처럼.

 

하지만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험과 시련을 함께 헤쳐나간 친구들은 기필코 '희망'과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 힘겨운 여정에 동참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라바니와 버지니아를 응원하게 된다. 래거본드 가족을 사랑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친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로부터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쯤 주인공들은 놀랍고도 멋진 선택을 한다.

 

 

 

 

도축공장 덕분에 슬러터빌로 불렸던 소도시는 래거본드 가족이 이사 오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생각하던 일들이 진짜가 되는 마법이 일어났다. 진짜로 만드는 건 바로 선택이었다.

 

 

좋은 부모였지만 마음을 열어 보이지 않아 다가서지 못했던 라바니 가족은 서로를 아끼는 진심을 알게 되고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적절한 말과 행동이다. 크거나 비싸거나 무거운 게 아니라 딱! 마음을 전하는 정도 말이다.

 


 


 

 


도축공장을 운영하던 슬픈 눈의 스키니스터 씨,

세 가지 빵만 판매하던 브래드 버터 빵집의 리 친 씨,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카페를 운영하던 연극인 프레드,

그저 받아 적어 찍어내는 <슬러터빌 스펙테이터> 신문사 사장이자 관리인이자 기자이자 편집자인 호텐스 월런바크 씨,

그리고 대가족을 원했지만 그러지 못한 포스터 부인과 상처투성이에 크고 강한 손을 가진 포스터 씨.

이들 모두 그대로 변화 없이, 선택 없이 살아왔다.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 그들 앞에 꿈꾸던 그날이 왔다. "그날에 온 걸 환영해."

 


 

"우리는 방랑하고 구조할 것이다.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래거본드 가족뿐 아니라 이 세상 모두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방랑한다. 그리고 선택한다. 원하는 것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거라 믿었던 라바니는 새, 소, 개구리, 반딧불이 등 예쁜 존재들과 친구였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세상은 이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았다. 그런 라바니에게 즐거운 오늘을 가져다준 친구를 지키기 위해 라바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못된 세상에 대항한다. 버지니아가 가르쳐 준 대로 '언젠가는'이 아니라 '지금' 행동한다. 찌릿한 쾌감과 감동을 선사하는 모험담이 펼쳐진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라바니에 투영되어 깊은 감흥을 느꼈다.

 



 

 



 

자신의 영혼을 간질이고 떨리게 하는 영혼을 만나 선택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미드나잇 칠드런>. 라바니와 버지니아를 보면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우리 모두 찬란하게 빛나는 영혼을 만나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기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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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웹툰 만화시집 1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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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빠르게 점점 더 빠르게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따스한 안부와 위로를 건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다홍 작가의 '그림'이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보고 싶었다/ 나태주 시/ 다홍 그림/ 더블북



 

 

'시' 불모지인 내 몸과 마음에 다정한 나태주 시인의 시가 똑똑 노크하고 들어선다. '시'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어 주는 다홍 작가의 동그란 그림체에 눈길이 머물며 반갑게 인사한다.

어렵다 어려워~ 하며 읽는 시가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읽고 보는 만화 시집이다.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함께 하여 여운이 길게 남는 시집이다. 시구가, 그림이 어우러져 인상 깊은 시집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 선물 中

 

 

 

나태주 시인의 시는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거창하고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 가장 친밀하고 소중한 주제를 말하듯이 편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더 친근한 마음으로 귀 기울이게 된다. 더 진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살아가는 데 진정 마음 써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려내는 이 시대의 시인은 나를, 사랑하는 가족을, 지인을 살필 수 있는 여유와 위로를 건넨다.


 

네가 있어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서로 찡그리며 사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돌아앉아

혼자서도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처음 접한 다홍 작가의 그림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닮았다. 보고 있노라면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재촉하지 않고 날카롭지 않고 어둡지 않은, 그의 따뜻하고 몽글한 그림체로 구현된 나태주 시인의 시 세계는 행복한 경험을 선사한다. 자간, 행간의 맥락을 담아낸 그의 해석은 꾸밈없고 포근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

- 다시 중학생에게 中

 

 

 

 

추워진 날씨에 움츠려드는 요즘, 연말이 다가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요즘, 주위를 생각나게 만드는 시집이었다. 산다는 자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내는 오늘을 감사히 여기게 해주는 책이었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中

 


 

 

이리도 세상을 맑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나태주 시인 덕분에 덩달아 어딘가 숨어있을 순수한 마음을 기어이 끄집어내어 몸과 마음을 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음이 사나워지려 하면 얼른 꺼내봐야겠다.

 

 



 

사랑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우선은 너를 위해서

그다음은 나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너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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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해연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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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죽었다, #정해연, #생각학교, #생각정원, #청소년소설추천, #스릴러, #엄마, #성장, #홀로서기, #클클문고

 

"엄마가 죽었다.

집들이를 한 지 두 달도 안 된 아파트의

18층 옥상에서 나를 보며 뛰어내렸다.

엄마는 그렇게 죽었다."

- 첫 문장 -

 

 

 


강렬한 도입부로 시선을 장악하는 작품 <엄마가 죽었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가 죽었다/ 정해연 지음/ 생각학교



 

이 작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엄마 인숙의 투신을 이해하기 위한 아들 민우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주위 어른들의 방해와 억압 속에서도 끝까지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하여 '어른의 사정'이라는 이유로 저지하고 숨기려 하는 비겁한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결코 꺾이지 않는 민우의 진실을 향한 행보는 얽히고설킨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여기에 뭐가 감춰져 있는지 밝혀내고 말 거야.

반드시"


 

화제의 드라마 <유괴의 날> 원작자인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청소년을 위한 스릴러로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에 CIF(고양이 열병)이라는 신종 전염병이 창궐하여 또다시 혼란에 빠진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전염병을 겪으면서 우리 세대는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몇 년간 공동체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었다. 소설은 거기에 '고양이 열병'이라는 새로운 긴장을 추가함으로써 원인과 대책이 불분명한 전염병에 대한 사회 전체의 극도의 불안감을 깔고 이야기를 의뭉스럽게 전개한다.

 


 



 

정해연 작가는 저자 소개에 밝힌 대로 좋아하는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한 상상'을 밀도 있는 필력으로 펼쳐낸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과 재미와 통쾌함을 이번 작품에서도 조우했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악행보다는 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은폐와 무마가 몰고 오는 참극을 작가 특유의 필체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낸다.

 


 

 


 

악인의 의도된 범죄보다 보통 사람의 실수와 잘못된 선택으로 빚어진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져나가는 흐름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를 '어른의 사정'이라는 비겁한 단어로 넘어가려는 어른들에게 '진실'을 수호하는 청소년들이 용감하게 항거한다. 오늘날 큰 영향력을 지닌 매체를 이용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내고야 마는 민우와 제영을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지고 뻐근해졌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화목한 가족,

엄마 인숙과 아들 민우.

이혼을 앞두고 자신의 눈앞에서 투신한 아빠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려 고생했던 엄마가 갑자기 아들 민우 앞에서 투신했다. 민우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엄마가 갑자기 그렇게 떠나버린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빠의 죽음에서 가장 원망하는 일을 엄마가 자신에게 그대로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엄마가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지었던 마지막 표정을,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일그러진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

 

 




 

민우는 엄마 인숙의 다이어리를 토대로 엄마의 회사 생활을 되짚어 보면서 누군가 숨기고 싶은, 숨겨야만 한 충격적인 진실을 마침내 알아내게 된다. 민우는 어른들의 어둡고 부끄러운 민낯을 수없이 마주하면서 그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누구보다 믿었던 어른이 배신을 하고,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어른이 정보만 제공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을 거라 치부하는 어른은 위로금을 받고 묻어버리려 한다. 엄마의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사회를 위해, 사람을 위해 밝혀야 하는 중대한 일이 되었다.

끔찍한 진실을 당장의 이익과 권력 때문에 묻으려는 자, 어차피 변하지 않을 거라 자포자기하는 자, 모두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송민우는 '진실'을 택했다. 모두가 알아야 할 끔찍한 진실을 터트렸다.

 




 

 

저자는 민우를 통해 통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는 무거운 입술을 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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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8
최명 지음, of Linda(최예진)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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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농사기술과 환경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 세대에게 '보릿고개'라는 말이 매우 낯설듯 하다. 대부분 난 곳의 땅에서 거두어들인 작물로만 살아가야 했던 시절의 배고픈 시기를 일컫는 이 단어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새겨져 있다. 그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굶주린 가족을 위해 덕수는 힘겨운 여정에 오른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최명 지음/ 고래책빵/ 고학년문고8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덕수가 귀한 '소금'을 나르는 소금배를 타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시절에도 아버지 일을 돕고 어머니의 소원을 귀담아듣던 듬직한 아들이었던 덕수는 약초를 캐다가 산에서 구른 아버지와 아버지의 병구완으로 나날이 야위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가 만났던 황 선주의 소금배를 타고 일을 배우게 되는데……

 

 


 

덕수는 호기심이 강한 소년이다. 아버지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듣고는 소금밭이 보고 싶어진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낙동강을 바다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덕수는 황 선주와 쌍가매 아저씨 그리고 용삼이 형과 함께 소금배를 타며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여물어간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조선시대 백성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변에 사는 이들이 수해로 배고픈 보릿고개를 건너기 위해 약초를 캐서 장사꾼에게 팔거나 남의 집 허드렛일까지 해야 하는 고초가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왜구의 노략질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만날 수 있다. 덕수의 소금 배 여정을 함께 하다 보니 '소금 길'을 지키고자 애쓰는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뱃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 덕수를 동료들은 다른 태도로 대하였다. 어린 덕수가 가족들을 위해 배를 타는 것을 대견하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하는 쌍가매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하는 일 족족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트집 잡고 혼내는 무서운 용삼이 형 그리고 덕수의 딱한 사정에 기회를 주고 잘못한 일은 꾸짖고 잘한 일은 칭찬해 주는 듬직한 황 선주가 있었다.

 

 



 


덕수는 친절한 쌍가매는 좋아하고, 무서운 용삼이는 싫어한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 같은 반전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남쪽 지방 사람들이 왜구에게 큰 시달림을 당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갈등으로 잘 녹여냈다. 용삼이 옹기마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왜 배를 타야 했고, 덕수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다 이해가 되었다. 가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이지만 용삼, 황 선주, 덕수처럼 '소금 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우리가 그 길을 다닐 수 있으리라.

 


 


 


철부지 같아 여러 소동을 일으켰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들로 견문을 넓혔다.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큰 위험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나오기도 하고, 왜구에 잡혀 끌려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벗어나기도 했다. 동료들과 위기를 이겨내면서 소중한 마음을 품게 된 덕수는 이제 어엿한 소금 배 사공이었다. 그리고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덕수야, 허튼짓할 생각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 인내하고 노력하다 보면

가난도 벗어날 날이 올 것이야"

덕수 아버지가 덕수에게 건넨 말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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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7 -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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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시리즈 7번째 이야기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를 소개합니다.


 

아르센 뤼팽 7 : 여덟번의 시계 종소리/ 모리스 르블랑/ 이혜영 그림/ 국일아이




이 책에서는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들어가기 전에]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뤼팽의 친구 '레닌 공작'의 모험담인지, 레닌 공작으로 변장한 '아르센 뤼팽'의 이야기인지 판단해 보기를 권합니다. 변신의 귀재답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탁월한 뤼팽이기에 생기는 의구심이겠죠. 과연 그는 변장한 뤼팽일까요? 레닌 공작일까요? 이런 호기심을 안고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부제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로 알 수 있듯이 레닌 공작과 파트너 오르탕스가 함께 한 여덟 번의 모험 이야기 중 어린이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네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탐정을 꿈꾸는 활기찬 아가씨 오르탕스와 멋진 추리를 보여주는 레닌 공작의 조합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데 알맞았습니다.

 


네 편의 특색 있는 사건,

그리고 빠른 판단과 행동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탐정들을 만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곤경에 처한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는 온정을, 빠른 두뇌회전으로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여 진실에 도달하는 추리력과 관찰력을, 상황을 흔들어 바르게 바꿔나가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레닌 공작에 흠뻑 빠져들었답니다. 오르탕스와 한뜻이 되어 그를 추앙하게 되더군요.

 

 


 


 

첫 번째 이야기 <물병>은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려야만 엄한 사람이 사형을 피할 수 있는 긴박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증만 있던 레닌 공작은 담대한 기지로 범인을 코너로 몰아붙이네요.

 


 

 

범인과 레닌 공작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답니다. 하지만 역시 공작이 한 수 더 높았네요. 오르탕스와 함께 범인의 자백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범인이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한 방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선사할 듯싶어요.

 

 

"저는 치열한 싸움 끝에 바로 얻는 즐거움이 좋습니다.

일단 그걸 얻으면 흥미가 시들해지지요."

 


 

 


두 번째 이야기 <테레즈와 제르맨>은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여 명백한 진실도 보지 못하게 하나 봅니다. 그리하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걸까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버린 여인을 위해 능력을 발휘한 레닌 공작, 참 멋진 사람입니다.

 


 


 

레닌 공작은 우연히 알게 된 살인 음모를 막기 위해 오르탕스와 함께 아름다운 마을 에트르타를 찾아가죠. 이런 인간미 넘치고 정의로운 모습에 호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파악한 그가 범인의 범행 동기와 피해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볼 만한 주제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내가 만약 레닌 공작이라면 테레즈와 제르맨을 어떻게 했을까?

Q. 내가 테레즈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뀐 듯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번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네요.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방법을 써야 해요.

보통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것 같은 곳에서 문제를 찾으려 해요.

하지만 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곳에서부터 문제를 찾지요.

그러면 자연히 답이 떠올라요."

 

 



참으로 황당한 사건이었던 세 번째 이야기 <장 루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뤼팽이(레닌 공작이 뤼팽이 변장한 거라 믿는 1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닌 공작은 세 사람이 서로 얽혀있는 지옥 같은 관계를 끊고 각자 새로운 세상으로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 사건을 해결합니다.

 

강에 투신한 여인을 구하는 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관계와 집착의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그 지독한 연결고리를 끊어낸 레닌 공작의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죠. '천륜'이기에 본인들이 끊어낼 수 없었던 굴레를 타인인 그가 나서서 부셔주었으니 세 사람 모두 행복할 일만 남은 거겠죠.


 


 

"우리는 눈물보다 웃음으로 인간의 여러 가지 일을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지요.

기회가 될 때마다 웃어요."

 

 


 



마지막 모험은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하는 무용담입니다. <눈 위의 발자국>은 선입견이 초래하는 무서운 결과를 경고합니다. 만약 레닌 공작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용기 있는 제롬 비냘은 조작된 증거 때문에 꼼짝없이 누명을 썼을 겁니다. 그러면 가여운 나탈리는 또다시 큰 상처를 입게 되었겠죠.

 


 


 


일부러 남겨진 범행 증거들을 오히려 의심하는 레닌 공작, 그의 명석한 판단력과 통찰력 덕분에 두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말을 들어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그를 통해 흥미진진한 추리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도 레닌 공작과 함께 모험을 떠나 훌쩍 성장한 오르탕스처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었을 거예요.


 


 

 

이 책에 담겨 있지 않은 다른 네 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아르센 뤼팽의 모험은 우리를 이렇게 두근거리게 하네요.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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