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7
강효선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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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좋다/ 강효선 글 ㆍ그림/ 길벗어린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7 <남매는 좋다>

어찌 알고 시리즈 이름도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투박한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진한 현실 남매애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락없이 우리 집 2살 터울 남매다. 



어렸을 때는 누나 말이라면 무조건 끔뻑하던 아들이 차츰 주관이 생기면서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의좋은 남매라 책 속 남매처럼 싸우다가도 손잡고 학교 가는 흐뭇한 뒷모습 등 애틋한 추억들이 떠올라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엄마와 둘이서만 놀던 아이에게 동생이 생겨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있어 행복과 기쁨은 2배, 슬픔과 지루함은 0.5배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밀리는 듯하는 그림책 남동생처럼 좋아서, 화나서, 심심해서 동생은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날 함께 블록 놀이를 하다가 조각이 부족해 원하는 작품을 만들지 못해 슬퍼하는 누나를 보고 자신의 작품을 부셔서 만들라고 양보해 주었다. 누나는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울적해진 동생 모습에 마냥 기뻐하지는 못하고 대신 꼭 안아주며 양보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시간들이 쌓여 저 아래 자리 잡았던 이 어여쁜 추억이 이 책 덕분에 다시 소환되었다. 둘이라 다행이다. 따뜻하고 감사했던 그 울컥한 감정이 온몸을 감싼다. 






늘 함께 있어 좋은 너희, 남매는 좋다. 참 좋다. 학교 가는 길에, 잠자리에, 여행길에 맞잡은 두 손의 온기가 투박한 터치와 절제된 색감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를 통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작품 <남매는 좋다>이다. 그림책의 묘미를 잘 녹아내어 두고두고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우리네 현실 속 즐거운 흔한 남매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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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 여성 인물 도서관 8
한영미 지음, 인디고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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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 청어람주니어



"호외요, 호외! "


재기 발랄한 아이, 

애국심 깊은 소녀, 

열정 넘치는 신문 기자가 되다.





"은희가 남다른 거네."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번뜩이는 재치로,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아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랍니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기획 ·출간되고 있는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 여덟 번째 동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입니다. 

옹골찬 최은희가 밝은 모습으로 힘차게 뛰는 듯한 표지 그림은 그가 걸어온 길처럼 투명하고 맑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스르르 미소 짓게 만드는 이 표지를 넘겨 최은희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햇살 같은 사람이요.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어
웃음이 나게 해 주고 싶어요."





부유한 집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최은희는 깨어있는 부모님 덕분에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남아선호 사상 같은 유교 사상이 뿌리 깊었던 시대라 최은희는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응원과 격려를 더욱더 고맙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학교를 세워 계몽활동에 앞장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픔을 깨우치고 햇볕처럼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어 웃음이 나게 해주는 이가 되고자 합니다. 




"일본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조선인이 똑똑해져야 한다.
특히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모르면 뭘 지켜야 할지도
모르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의협심 강하고 뚝심 있는 최은희는 어린 시절부터 도전과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롭게 헤쳐나갑니다. 






창동 소학교 1학년 경기 '숟가락에 달걀 얹어 돌아오기' 일화와 고종 태왕 성복날을 위한 '나비 상장' 일화 그리고 일본 유학생 시절 한복을 입고 태극 모양이 그려진 둥근 부채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화를 통해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와 목표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 곧바로 실천하는 '최은희'와 함께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꿈이 아닌, 다 같이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의 힘찬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지키며 독립과 교육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역사 공부를 하면서 일본에 의해 짓밟히지 않으려면 조선인 스스로 문화와 역사를 알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한복을 입은 자신을 보고 비웃는 일본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가여워하며 조선의 독립과 조선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는 최은희의 남다른 나라 사랑과 큰마음이 벅찬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은밀히 독립운동에 대한 의식을
북돋우기 위함이 아닐까? 신문 기사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나라를 사랑하는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가 됩니다.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를 다닐 때 접한 <매일신보>의 기사 한 편으로 그녀는 각성하게 됩니다. 기사의 힘을 느낀 그녀는 신문기자를 꿈꾸게 되죠.





암울하고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와 굳건한 신념을 보여준 최은희 기자의 이야기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그녀는 꿈꾸던 기자가 되어서 세상을 글로 담습니다. 




'기자로서 제대로 일을 못하면
취재원을 구경거리로밖에 만들지 못하게 되겠구나.'





나흘간의 변장 취재로 서민들의 생활 모습과 사회 분위기를 전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찾아 살핍니다. 그리고 6ㆍ10만세 운동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기도 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주장을 펼치는 그녀에게 신출귀몰, 신문계의 패왕 등 여러 가지 별명이 붙었습니다. 


최은희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조선의 독립과 더불어 여성 인권 신장에도 힘씁니다. 여성들끼리 단결하여 여성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 스스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근우회라는 단체로 이어집니다.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여 발로 뛰는 최은희 기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쫓다 보니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나아가기를 원했던 최은희 기자의 깊은 뜻을 계속 이어나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다양한 읽을거리와 생각거리 그리고 활동지를 제공합니다. 이번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역시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승하를 계기로 일어난 6ㆍ10 만세운동에 대한 역사 이야기와 기자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최은희'가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라면 최초의 여기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초기 여성 언론인들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요약 ·정리한 연대기까지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으로 활용 가능한 독후 활동지까지 제공되니 최은희 기자 한 분을 만남으로써 확장되는 세상에 깜짝 놀랄 겁니다. 이번 책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낱말들이 다수 등장하여, 낱말 퍼즐 푸는 재미가 있답니다. 논리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유용한 활동들과 기자가 되어 기사 글을 직접 써보는 체험까지 알찬 구성입니다. 책을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계 활동으로 심도 있게 접근하는 독후 활동지를 꼭 활용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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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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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단요ㆍ문호진 지음/ 창비





<사교육의 기술자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온 『수능 해킹』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사교육 한복판에서 활동해온 사설 모의고사 출제자 소설가 단요와 의사 문호진이 입시 사교육의 작동 원리와 수능의 본질을 낱낱이 밝힌다'는 홍보 문구는 고2 학부모인 나의 가슴에 콱!!! 박혔다. 주저 없이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일부 내용이 담긴 가제본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역시나 읽는 내내 고구마 100개를 물 없이 먹는 듯 답답함에 몸서리쳐졌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수능과 입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과 질문들이 사교육 현장에서 뛴 출제자들의 글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생각 알갱이들이 또르르 정리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내용들이 품고 있을 거대한 수능과 입시의 세계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수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등 과거와 현재의 수능과 입시를 분석하여 미래의 수능과 입시를 정립해나가는 길에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과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논하고 있다. 









<1부. 1장.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거론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가지는 사회적 위상은 엄청나다. 이번 4월 10일에 치러진 2024 총선 경우, 3월 모의고사 실시일인 3월 28일부터 선거 유세가 시작되어서 관련 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듣기 평가 시간에 울려 퍼지는 선거 유세 소리는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렇듯 수능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특별한 행사인 것이다. 왜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인 '수능'이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게 되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수능 해킹』은 이에 대한 의문들을 하나씩 해소해 주고, 변화의 방향을 잡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수능 해킹』은 박제가의  『북학의』 중 한 구절을 서두에 떡하니 제시하여 수능을 '비교육적'이 아니라 '반교육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은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바로 책 제목인 『수능 해킹』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이다. 저자들은 사고력, 논리력, 추론을 기르기 위한 학습이 아닌 논리 흐름과 접근법, 행동 전략 등을 숙달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능 해킹』이라 칭하고 있다. 박제가 실학자가 말한 '시험 보는 법'이 바로 '수능 해킹'이며, 10여 년간 사교육 업계가 해온 일인 것이다. 그리고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평가원이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생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원의 이런 실용적인 결단을 두고 저자들은 관료 조직이며, 수능 개편 같은 중대 사안을 스스로 결정할 힘은 없으니 정치권이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 취할 수 있는 최선이라 말한다. 







하지만, 『수능 해킹』을 출간한 본질적인 의미는 사교육계의 수능 해킹과 평가원의 타협적 개입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을 해결하고 변화의 의지에 촛불을 붙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수능의 난이도는 기형적으로 상승했고, 서울과 지방의 수능 등급 차이는 역대급으로 커지고, N 수생 비율은 상승세다. 그리고 수능이 추론이 아닌 퍼즐적 사고(목적 없는 추리, 형식만이 존재하는 추리)를 확산시켜 종국에는 사고의 외주화(접근법 자체를 외우게 되면서 주체적인 정신 활동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은 문장들이다.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들의 행보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한국의 교육열이, 성취보다는 승리에 그 목적을 두기 때문일 겁니다.(62쪽)

한국 사회의 경쟁 과열을 줄일 묘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지요. 다 함께 경쟁을 멈추자고 합의하더라도, 그 약속을 배반한 누군가는 큰 보상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총량이 고정적이라면, 그 에너지를 유용한 방향으로 돌려보자는 제안은 가능할 것입니다. 수능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만큼은 자명합니다. 관건은 언제나 '어떻게?'입니다. (91쪽)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탓할 사안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시험의 형식과 요구사항이 잘못된 인식을 유도하고 강제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인식은 학습 태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지요. (84쪽)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과열된 입시 제도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열을 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이다. 사교육을 하지 않다가 고등학교 입학 후 힘들어하는 큰아이를 위해 1학기 기말고사 후부터 학원을 등록해 주었다. 공교육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입시의 관문. 학원을 다니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기쁘고 대견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둘째 또한 사교육 테두리 밖에 있는 아이다. 그런데 큰아이가 힘겨워하는 것을 보면서 더 빨리 사교육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책에서 거론된 국민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읽으면서 속마음을 들킨 듯 불편하였다. 하지만 분명 이를 넘어서는 변화의 의지가 필요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동체적 관점에서 좀 더 세심하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일 것이다. 



수능과 입시의 작동 원리를 적절한 사례와 논거를 들어 충분히 설명해 주고 반교육적으로 변형된 수능의 변화를 논의하고자 하는 『수능 해킹』이 과열된 경쟁을 식혀주는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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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 - 기적을 그리는 소년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6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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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 팀 보울러 지음/ 다산책방/ 다산북스





미짓, 그 고통스러운 이름을 입안에서 되뇌어본다. 마지막 장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크게 숨을 내쉬어본다. 그래도 눈가는 떨리고, 마음은 저리다. 



팀 보울러 작가는 데뷔작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에서 환상적인 서사로 '죽음에 가하는 폭력과 공포'를 포용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엮어냈다. 작은 키에 볼품없는 외모, 말까지 더듬는 열다섯 살 소년이 보여준 마지막 선택은 그가 겪은 고통을 뛰어넘는, 숭고한 희생과 진정한 용서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 



자신조차 본명보다 별명 미짓이 익숙해진 아이. 가족과 이웃은 미짓의 빛나고 순수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다. 겉모습으로만 그를 판단하여 외면하거나 무시하거나 괴롭힌다. 

특히 미짓보다 2살 많은 형 셉은 끔찍한 폭언과  잔인한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엄마의 죽음을 미짓 탓으로 여겨 지독한 증오를 뿜어내는 그는 악마 그 자체였다. 미짓이 같은 공간 안에서 형 셉의 존재를 인식하면 보이는 신체적ㆍ심리적 반응을 주변의 누군가가 눈여겨봤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교묘하게 이루어져 더 가슴 아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짓에게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등 마음을 쓰는 아버지조차 아무것도 몰랐다. 오히려 신경 써주는 형을 멀리하는 미짓을 꾸짖기까지 한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형은 만인에게 사랑받고 주목받는 존재이고 자신은 폭행 당하는 사실조차 말하지 전하는 작고 못생긴 존재라 여기는 미짓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이제 열다섯, 가족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성장해야 할 아이에게 오늘은 그저 버터 내야 할 가혹한 현실일 뿐이었다. 활자를 뚫고 전해지는 참담함에 어른인 나조차 무너져 내렸다. 부디 그에게 온정의 손길이 미치기를 바라며 읽어 내려갔다.




팀 보울러 작가는 작고 못생기고 팔다리가 뒤틀리는 소년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미짓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품어왔던 꿈이 있었다. 아버지가 심어주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하는 그 꿈을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그리고 그의 온 마음을 알아주는 이, 미러클 맨 조셉 노인을 만나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완전하게 꿈꾸는 이가 되어야 기적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오래 산 조셉 노인은 미짓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인간이라면 휘둘릴 수 있는 부정적인 마음을 경계하라고 미리 주의 주는 것이었을까. 조셉 노인의 말은 복선이 되어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을 묵직한 작품으로 완성 짓는다. 나쁜 기적을 바라면 대가가 따라온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미짓의 상황에서 그가 그리는 나쁜 기적이 마냥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더 마음 저렸다. 



두 형제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제니는 이 소설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이 소녀는 미짓을 진실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존재가 미짓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던가. 그리고 그녀는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삶의 메시지를 뼈아픈 경험과 함께 녹여낸다. 그 진정성에 미짓뿐만 아니라 우리 독자들도 감화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쉽지 않은 문장이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무언가를 건드리는 이 문장을 실천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소년 미짓은 해내고야 말았다. 그가 보여준 마지막 위대한 기적이 일으킨 감동의 파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의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우리 삶을 충만하게 채워주고 있다.  이 아름다운 소년,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을 내려놓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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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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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서사원




괴담, 기이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요괴들이 나오는 글, 만화,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이다. 미야베 미유키 월드,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나츠메 우인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등 다양한 작품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가이토 구로스케 작가의 『기묘한 민박집』이 그 궤적을 넓혀주었다.





저주의 눈을 가진 소년과

기묘하지만 다정한 존재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괴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에 있다. 비록 외양은 흉측하거나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무서울지라도 심성은 고운 요괴들이 있다. 또 악한 요괴라 할지라도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연유를 쫓다 보면 인간의 탐욕과 지나친 욕망에 닿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세상사를 아우르는 어둠과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명징한 욕망의 이야기가 '괴담'이라고 생각한다. 신화와 괴담은 종이 앞뒷면 차이처럼 인간을 들여다 보기에 적당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신화보다 평범한 우리들의 분투기가 펼쳐지는 괴담이 더 가깝게 다가와 '괴담'을 즐겨 읽게 된다. 그들의 욕망을 마주하고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삶이 좀 더 투명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번 『기묘한 민박집』은 '사람과 요괴의 구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운영하는 '사람과 요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아야시 민박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야시'는 '괴이하다'라는 뜻으로, 아야시 민박집을 배경으로 사람과 요괴가 함께하는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먼 친척 부부와 함께 지내던 야모리 슈는 친할머니의 부름으로 아야시 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요괴 만화의 일인자인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인 도시에 자리한 관광지 '미즈키 시게루 로드' 중간쯤에 있는 민박집이다. 

운치 있는 전통 가옥의 민박집을 상상했던 슈는 허름하고 낡디낡은 2층 목조 가옥 '아야시 장'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만다. 더욱이 같이 살자고 청했던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요괴 만화가 하츠코이 키라리 선생님이 자신을 맞아주는 상황에 걱정이 앞선다. 그러던 중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 경고문이 붙은 철제문을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기묘한 민박집』은 총 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요괴들의 이름과 특징, 사연들이 특색 있다. 수많은 요괴들이 머무는 민박집 '아야시 장'답게 다양한 이야기로 마음을 뒤흔든다. 

슈의 몸 안에 씐 우엉종, 댄디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햄스터 코노스케, 어릴 때 죽은 아이의 혼이 들어간 올빼미인 타타리못케 요타, 비를 맞는 자신을 걱정해 준 남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연습하는 아메온나 시즈쿠, 주인과 함께 여행하며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살아가는 의미라는 츠쿠모가미 카사바케, 시신을 빼앗아가는 요괴 카샤, 아야시 장의 수호신 이무기 손츠루 등 다채로운 요괴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 요괴, 요괴와 시간을 공유한 사람, 그들 모두 살아가는 내내 행복하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새기는 이야기가 바로 『기묘한 민박집』이다. 






할머니가 요괴들이 머무르는 아야시 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야모리 슈에게도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슈가 할머니의 제안에 응한 이유이기도 해서 마음이 애잔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생활하는 슈는 자신의 눈을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슈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해 이유도 모른 채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했다. 그 짐을 이곳 아야시 장에서 생활하면서 주변과 나눠질 수 있게 성장해 나가는 슈를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타인과 소통할 수 없었던 슈가 아야시 장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요괴와도,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모님이 지어준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마음처럼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될 슈의 다음 이야기는 한층 더 다정하고 따스할 것이다. 







이야기 마무리에 미련 없이 떠나는 스에노 할머니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열심히 뜻한 바대로 살다간 이라 그리고 꿈꾸던 대로 '사람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같은 순간을 경험한 이라 빛으로 사라지는 마지막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현관 앞 야캉즈루가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서 오십시오. 아야시 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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