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시체와 폐허의 땅』

: 강렬한 표지와 더 강렬한 추천사로 무장하고 돌아온 조너선 메이버리

시체와 폐허의 땅/조너선 메이버리 저/황금가지



많은 스토리의 단골 소재인 좀비,

우리나라의 킹덤, 부산행, 반도이나 미국의 새벽의 저주, 28일 후, 워킹 데드 등 떠오르는 영상물들이 많다. 스릴러, 추리소설 분야 책을 즐겨있지만,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 묘사는 좋아하지 않아 위의 작품 중 28일 후 만 감상했다. 이렇게 좀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설은 이번 작품 <시체와 폐허의 땅>이 처음이다. 좀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평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대부분 끔찍한 살육, 서로 죽이거나 죽는 추격전, 극적인 탈출이 주를 이루는 좀비물에 성장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준 이유가 궁금해졌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좀비의 공격으로 세상이 멸망한 '첫 번째 밤'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좀비가 나타나 발생한 세상의 혼란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쳐 마을과 시체들의 땅을 분리했다. 이전 시대처럼 편리한 생활을 이루면서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근처 좀비들을 처리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라 일상을 누리면서 생활을 한다. 한정된 인원과 자원으로 유지되는 마을이라 14세가 되면 누구나 직업을 가져야 배급을 받을 수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좀비의 공격으로 세상이 멸망한 '첫 번째 밤'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좀비가 나타나 발생한 세상의 혼란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쳐 마을과 시체들의 땅을 분리했다. 이전 시대처럼 편리한 생활을 이루면서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근처 좀비들을 처리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라 일상을 누리면서 생활을 한다. 한정된 인원과 자원으로 유지되는 마을이라 15세가 되면 누구나 직업을 가져야 배급을 받을 수 있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니 이무라는 결국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첫 문장)

벤저민 이무라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보지만 딱히 맘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좀비 사냥꾼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지만, 유명하고 존경받는 좀비 사냥꾼인 이복형 톰에게 배우기로 한다.


베니(벤저민)은 좀비를 매우 증오한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로 가득 차있다. 왜? '첫 번째 밤'에 좀비에게 물려 엄마와 아빠를 잃은 기억이 자신이 기억하는 첫 기억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좀비에게 물린 아빠, 그 아빠에게 쫓기는 엄마, 엄마의 하얀 블라우스와 빨간 소매를 뒤로 한 채 자신을 안고 도망치는 톰이 기억의 파편들로 남아 베니를 괴롭히고 톰을 미워하게 한다.


좀비 사냥꾼이 되기로 한 베니는 톰과 함께 '시체들의 땅'으로 들어가 다양한 일들을 직접 경험한다. 좀비를 만나고, 좀비 사냥꾼들의 만행을 목격하고, 좀비들을 돌보는 수도사를 만난다. 그리고 톰이 행하는 좀비 영결식을 목도한다. 이제껏 자신이 믿었던 진실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벤저민 이무라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보지만 딱히 맘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좀비 사냥꾼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지만, 유명하고 존경받는 좀비 사냥꾼인 이복형 톰에게 배우기로 한다.


베니(벤저민)은 좀비를 매우 증오한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로 가득 차있다. 왜? '첫 번째 밤'에 좀비에게 물려 엄마와 아빠를 잃은 기억이 자신이 기억하는 첫 기억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좀비에게 물린 아빠, 그 아빠에게 쫓기는 엄마, 엄마의 하얀 블라우스와 빨간 소매를 뒤로 한 채 자신을 안고 도망치는 톰이 기억의 파편들로 남아 베니를 괴롭히고 톰을 미워하게 한다.


좀비 사냥꾼이 되기로 한 베니는 톰과 함께 '시체들의 땅'으로 들어가 다양한 일들을 직접 경험한다. 좀비를 만나고, 좀비 사냥꾼들의 만행을 목격하고, 좀비들을 돌보는 수도사를 만난다. 그리고 톰이 행하는 좀비 영결식을 목도한다. 이제껏 자신이 믿었던 진실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체와 폐허의 땅>은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분명 진실은 한 가지일 텐데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눈에 보이는 사실뿐만 아니라 사실 이면에 감춰진 진정한 진실이나 미처 살피지 못한 사실들로 인해 진실이 달라질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우리가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체와 폐허의 땅/60쪽



'첫 번째 밤' 톰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한 진실,

마을과 버려진 세계 '시체들의 땅' 사이의 울타리에 대한 진실,

찰리와 해머 일당 좀비 사냥꾼에 대한 진실.

책을 읽을 때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시선은 어떤 진실을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책을 읽을 때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시선은 어떤 진실을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시체와 폐허의 땅>은 '좀비'에 대한 시선도 남다르다. 좀비를 괴물로 치부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본다. 죽은 사람이고 어떤 원인 모를 이유로 저렇게 변해버린 사람이다. 살아있지 않아도,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할 때조차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가족들에게 부탁받아 좀비의 마지막을 보내는 영결식을 수행하는 톰.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 베니는 한 단계 성장한다.



그리고 악한 의도 없이 위협을 하는 존재인 '좀비'와 고의로 악의를 품을 수 있는 찰리 일당이 대비되면서 과연 진정 괴물은 누구인가?에 대해 묻고 있다. 물려고 달려드는 좀비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힘없는 이들을 힘으로 지배하고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찰리는 두려운 존재이다. 찰리의 악행은 이미 수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톰과 베니의 선택은 이제 단 하나뿐이다.




톰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베니와 함께 매듭지었고, 그 과정에서 '첫 번째 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가두고 있던 철조망에서 벗어나 시체들의 땅 저편 '동쪽' 미지의 세상으로 떠난다. 언젠가 보았던 비행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들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란히 걸어갔다.

 






톰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베니와 함께 매듭지었고, 그 과정에서 '첫 번째 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가두고 있던 철조망에서 벗어나 시체들의 땅 저편 '동쪽' 미지의 세상으로 떠난다. 언젠가 보았던 비행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들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란히 걸어갔다.








<시체와 폐허의 땅>을 읽으면서 가족애를 느끼고, 베니와 친구들, 톰과 친구들의 소중한 우정에 감사하며, 베니와 닉의 사랑을 응원하였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에 같이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좀비로 변해버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마지막 편지에 같이 울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철조망 안에서 안전하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마운틴사이드 마을 주민들과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두려움을 이기고 떠나는 톰 일행이 오버랩되면서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소설 <시체와 폐허의 땅>이 영상으로 제작 중이라 하니, 톰과 베니 형제의 케미를 스크린에서도 기대해 본다.


영웅이 된 사람들은 보통 전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가,

어느 순간 자기 내면에서 타오르는 큰 불꽃을 발견한 사람들이었어.

불꽃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었겠지만,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거지.

자신이 가장 최악의 시기에 가장 밝게 빛나게 되리라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사는 거야.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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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시간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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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시간』

'불펜'의 사전적 의미

: 야구에서 구원 투수가 경기 중에 준비 운동을 하는 장소



불펜의 시간/김유원 저/한겨레출판사



우리는 어떤 규칙을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승부의 세계에 던져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불펜의 시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인 준삼, 혁오, 기현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기는 게 중요할까?

얼마나 중요할까?

무엇보다 중요할까?"



"이 주임은 누구처럼 살고 싶어?"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질문을 받은 준삼은 한동안 대답을 못 하다가 때마침 TV에 나온 야구선수인 "권혁오요." 라고 답을 합니다.

준삼이 바라는 권혁오처럼 사는 인생은 무엇인지 저자는 <불펜의 시간>을 통해 짜임새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쌓아온 현장지식이 현실감을 부여해 야구로 대표되는 스포츠, 증권회사로 대표되는 기업, 스포츠 신문사로 대표되는 언론을 배경으로 결과적으로는 '승부'에 집중하는 사회 시스템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제의식은 권혁오 선수의 '볼넷'이 구심점이 되어 확장됩니다.

준삼과 기현은 각자 자신의 직장 안에서 선수로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치열함으로 승부하고 있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기쁨보다 예정된 모욕'을 선택한 준삼은 악취와 모욕을 견디다 모욕을 주는 사람이 되는 끔찍한 일까지 잘 견뎌내 끝까지 회사에 남고 싶습니다.

기현은 편집장의 우호 아래 자신감 넘치는 승부사 기질로 특종을 찾아 헤맵니다. 특종에 촉을 곤두세우는 모습은 사냥을 나선,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야생동물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기자요, 기자의 사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이들에게 혁오의 '볼넷'은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고, 용납되지 않는 반칙입니다. 준삼은 혁오의 중학교 야구부 동창으로 혁오의 아름다운 투구폼을 동경하였고, 기현은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그만두어야 했기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혁오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투수로 어렸을 때부터 좋은 기록을 세워 주위의 기대와 칭찬으로 촉망받는 에이스였습니다. 그런 그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제구가 되지 않아 구원투수로 나갔으나 '볼넷'으로 교체되는 상황은 사회에서 보는 기준으로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그가 정한 규칙인 이기지 않는(≠지는) 경기였고, 기쁨이 넘치는 투구였습니다.


불펜의 시간/김유원 저/한겨레출판사


준삼은 혁오의 아름다운 투구폼에 빠져들수록 회사 내 부조리와 악취, 모욕을 견뎌내기 힘들어집니다.

준삼이 회사원 또한 승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선수임을 깨닫고 강박으로 인해 꾸게 되는 꿈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왜 뛰는지 아나요? 아니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왜 그렇게까지 뛰어야 하나요? 그 와중에도 준삼은 피범벅이 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듯한 제스처로 부장에게 생존을 허락받는 장면은 현대 직장인의 처절한 자화상 같아 가슴 먹먹해졌습니다.

기현은 권혁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자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특종'을 향한 강박에서 벗어나 사회의 또 다른 고통(의료법 로비)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불펜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은 변화를 맞게 됩니다.



패배한 사람의 눈을 응시해서는 안 된다. (38쪽)

혁오야 너의 승리가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38쪽)

추하다. 비열해질 기회까지 잡을 필요는 없다고, 놓쳐도 되는 기회도 있다고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210쪽)

혁오가 필사적으로 지킨 아름다운 조각이 자신의 조각을 자극했음을.

누구나 아름다움의 조각을 자기고 있으며, 우리에겐 서로의 조각을 자극할 힘이 있음을.

"나도 있다." (251쪽)





이 소설은 매력적입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예상되거나 원하는 방향이 있는데, 중요한 대목에서 매번 빗나갔습니다.

내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새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생겨서 별 탈 없이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 3명의 주인공 중 '준삼'에 눈길이 계속 갑니다. 가장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인물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고민하고 계획 세우는 게 아니라 세상이 제시하는 규칙에 맞춰 기본적인 삶,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직장 내 부조리를 알면서도 무시하며 최대한 버텨보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그는 우리네 보통 사람이 투영됩니다. 악취를 맡을 수 있고 거북해할 수 있는 아직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준삼이기에 직장 생활이 더 곤혹스럽고 끔찍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혁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변하게 됩니다. 이런 악취를 뿜어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조각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세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흥미롭습니다. 인생 한방을 노리는 준삼의 아버지나 승리에 도취되지 않도록 당부하는 혁오의 어머니 현숙, 기현의 친구 새롬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새롬은 협동조합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일을 통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걸 만들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고, 당면한 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나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 그러려면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치중해 쉽게 분노하고 쉽게 설득당하고 쉽게 결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시선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새롬 또한 세상의 규칙 안에서는 성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자는 사회가 정한 규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길을 다지며 걸어가려고 하는 준삼과 혁오, 기현의 앞길을 밝고 희망차게 그려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SNS 기자로 전향한 기현의 인터뷰에서 접할 수 있었던 여성 기자에 대한 편견, 선발이 된 혁오가 보여준 경기 등이 그렇습니다. 

이제 '시작'이고 그들이 찾은 '아름다운 조각'과 '작고 단단한 것'이 주위에 스며들어 서로를 자극해 함께 나아갈 동료를 만들어가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세상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웃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작고 단단한 것을 꼭 쥐고 공감하는 이들을 서로 자극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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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른 - 어쩌다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김자옥 지음 / 북스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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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었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는데, 막상 '어른'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 모습에서, 다른 다 큰 어른의 모습에서.

어른이니까,

아니면 어쨌든 어른이니까

궁색한 핑계 말고

어른 다운 어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런 어른>


저절로는 아니지만, 태어난 이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에게 부여되는 자리와 역할이 있다.

아기 - 유치원생 - 초등학생 - 중학생 - 고등학생 - 대학생 or 사회인 그리고 어른

어느 자리든 힘들다 하겠지만, 어른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가정, 직장, 사회 전반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하며 현명하고 지혜롭고 배려심 넘치는 자세로 다른 세대들을 받쳐주고 이끌어주리라는 기대를 받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렸을 때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러했다. 하지만 띠로리로~~  내가 막상 어른이라 불리우는 어른이 되고보니 그건 환상이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른으로서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어른이 될 준비가 필요했는데 무심했던지 부족했던지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다.

이 책의 묘미는 작가님과의 동질감을 느끼는 데 있다.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이가 있구나.'라는 감동?이라든지, '생각을 글로 써서 전달하는 작가도 못하네.'라는 위안?이라든지.

'이제 우리 다같이 노력해보아요.' 이런 동지의식으로 <그런 어른>되기에 동참하려 한다. 작가님 말씀대로 어쨌든 어른이 되었으니, 좀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어보자!


작가님처럼 먼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는 어른

- 헐렁한 게 아니라 여유로운 어른

- 내 몫을 다하는 어른

작가님이 원하는 <그런 어른>에 공감하고 나는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 김자옥 저/북스고>


숨바꼭질 같은 대화는 서로 지치게 만든다. 지킬 건 지키면서도 충분히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다. 정말 진심이 뭔지 모를 정도로 꽁꽁 숨겨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보여주기 싫다면 인정, 하지만 그렇다면 진심을 몰라준다. 말을 해야 아나?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으면 진심을 드러내면 된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면 상대방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p.21


공감된다. 그리고 너무 자기 입장만 얘기하는 사람도 불편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이제 그만, 반복되는 패턴에 지치게 된다.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몫도 남겨뒀으면 한다. 그래야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사랑이란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저 보고 싶고 생각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바라는 것, 추구하는 것이 뭔지 정도는 알고, 그걸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까지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감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진짜 사랑이다. p.68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사랑받을려고 한다. 그만큼 사랑하는 일은 힘든 일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자. 어느 순간 보면 다 눈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행동, 습관이 서로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 것처럼, 그런 사람이고 편한 것 뿐이리라.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대화로 풀어보자. 우리는 어른이니까. :)

 


살면서 내가 정한 예상 답안만 줄여나가도 삶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럼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p.82


답정녀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뜨끔한 이야기였다. 나는 질문까지 답을 예상하고 물어보는 중증환자이다. "너는 이런 거 안 좋아하지?" 내가 뭔데 남 취향까지 정해주는 거지? 나조차 의아한데 상대방은 얼마나 어이없을 지. 고쳐야 하는 데 생각만 가득하다. 예상 답안을 줄이고 좀더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당연히 줘야 하는 사랑인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내가 낳아준 게 아니고 아이가 태어나준 거니까. p.105


'낳음 당했다' 표현에 적잖이 당황했다. 태어났다. 낳아줬다. 세상에 한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표현이지만 의미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이가 태어났다.' 로 정했다.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리 곁에 있을 때 맘껏 사랑해줘야 겠다. 사랑한다, 울 튼튼이, 튼실이 .

 


(p.142)나이를 먹어서 책을 안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확실히 표시가 났다. 생각이 좁고, 고집스럽고, 마음이 너그럽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자.


(p.152)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인정하는 순간 한계를 극복하고 넘기보다는 한계라는 거친 파도를 유연하게 타게 되었다.


(p.159)괜찮은 실패의 맛을 알아가다. 조금씩 실패에 의연해지려고 하지만 아직도 실패가 두렵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낙담만 하고 있지않고 실패의 맛을 꼭꼭 씹어가며 느껴본다는 것이다. 실패의 매운 맛이 성공의 단맛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꽤 괜찮은 실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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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단편 주 <표제작> 숏컷이 담아내고 있는 주제의식이 눈에 띄네요.

'균형을 맞추는 추로써의 페미니즘'

왜곡되어가고 있는 페미니즘을 청소년 문학에 어떻게 접목시켜 이야기해나갈 지 궁금합니다.

숏컷, 성인들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스타일인데 한창 외모에,타인의 시선에 신경쓸 나이인 십대가 숏컷으로 본인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새롭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환경과 가정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십대들의 분투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https://blog.naver.com/jamo97/22243007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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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 카운터 너머에서 배운 단짠단짠 인생의 맛
봉달호 지음, 유총총 그림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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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봉달호 저/유총총 그림 ⓒ시공사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생긴 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 편의점이 없는 거리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많아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정들은 잘 모른다. 이렇게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께서 본캐 점주로서의 삶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부캐 작가로서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일상들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모이고 지켜져 단단하고 폭신해지는 관계가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

여러 글 중 <냉정과 열정 사이>가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 운영 초기에 장담하는 일을 자주 했던 작가님.

손님과의 약속이 몇차례 어긋나고는 사무적으로 변하게 되었단다. 약속을 어겨 손님을 울게 만들기도 하고, 사가겠다는 약속해 준비해놨더니 노쇼를 당하기도 하고, 알바생들과의 불협화음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냉정과 열정 사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시월의 오후 2시쯤 되는 그런 온도가 좋은 것 같단다.

편의점 하루에 녹아있는 인생사 얘기를 봉달호 작가님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온도로 풀어내고 있다.

매년 편의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쉿! 우리만 알아요.

편의점 곳곳에 숨은 비밀들을 이렇게 다 말해도 되는 것인가 싶다가도 우리는 "오~~ 아~~ 에고~~ 하하하" 공감하면서 읽으면 되지 싶다.

편의점에는 여행권이 걸린 대회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이제 편의점에 들렀을 때 유독 특정 상품이 눈에 띄면 '아, 혹시~~'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

'오롯이 한 생명체의 힘으로' 생산되는 유일한 제품이 있다. 바로 우유!!!

우유를 상품 자체로 마시기도 하지만,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라테, 빙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이 되면 우유 소비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소는 여름이면 힘들어 생산량이 준다. 반대로 겨울이 되면 힘이 넘쳐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우리가 오히려 소비량이 준다. 그래서 젖소들이 힘들다. 인간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오늘도 젖소들은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젖소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짜인가 가짜인가> 편이 인상적이라 잠깐 쉬어간다. 편의점에는 특이한 상품들이 많다. 이름이나 모양만이 아니라 별의별 걸 다 판다. 반려견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는 본사 안내장에 당황하는 작가님. ㄴ@.@ㄱ

소매업, 외식업, 통신업, 물류업에 이어 금융업까지 진출하다니, 정말 없는 것 없는 편의점 월드이다.

작가님의 복제품과 돌려 막기 재탕들에 대한 염려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대세라면 무조건 쫓고 보는 세태가 당혹스럽고 염려스럽다.

 

젖소, 호빵, 호빵 찜기 등을 의인화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좀 더 경청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다들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D

 



 

코로나19, 어둠의 끝자락은 보일락 말락 아직 희미하지만 가족, 이웃, 친구, 동료가 있어 끝내 이기리란 희망만큼은 또렷하다.

 

<네 전화에 심장이 쿵쾅거려>

코로나19 초창기 때 너울인 줄 알고 늘어나는 개인위생용품 판매량에 좋았던 작가님. '겪어본 일'의 반경 안에 있던, '예상'의 범위 안에 있던 일인 줄 알았는데 해일이고, 지진이고, 끝도 없는 터널이었다.

"올 것이 왔다."

작가님 친구분인 정욱 씨,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을 꼭 전화로 이렇게 알린다.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전화하지 말라는 작가님 말을 뒤로하고 계속 전화를 하는 근성의 사나이다. ♡

"네 맘 이해해. 힘내자."

"이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 힘내."

 

정말 코로나19로 다 힘들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이 다각도로 타격을 받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 힘든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생업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얼른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극복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코로나19로 부서진 일상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나만이 힘들고 나만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다.

다 그렇게 힘든 터널을 건너고 있음을 아는 순간,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어두운 길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 모두 힘내요.

 




 

불확실 가운데 나름의 확실을 구하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내일을 지킨다.

 

<사라진 이름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참 많은 것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편하고 좋고 깨끗하다. 그래서 '편의'점이다. 그럼에도 역시 뭔가 쓸쓸한 공기가 피부를 훑고 지나간다. 누군가의 편의 뒤에 울면서 떠난 이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볼 수 없는 개인 슈퍼마켓, 도매상, 대리점, 영업소 등 중간 상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성, 효율성, 편리성 이런 이유로 떠난 이들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눈물로 썼다는 작가님 에필로그를 읽고 뜨끔했다. 이 시국에도 잘 버티고 있구나. 유머로 이겨나가고자 힘을 내는구나. 생각했는데, 마음으로 울었다는 글에 마음이 아팠다.

날씨는 이미 열대야인데 왜 상황은 시베리아 벌판인지. 녹지 않는지......

 

내가 살려고 웃었다. 그것까지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것만 같았다.

 

본캐 점주, 부캐 작가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봉달호 작가님, 신발 끈 묶고 자신만의 출발선에 섰다.

자, 달리자.

 

편의점 안에서 변해가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가늠하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평소와 같은 오늘을 이어가는, '지키는 삶'이라 여운이 남는다.

덕분에 특별하지 않더라도 하루를, 오늘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지키고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코로나19 팬데믹 잘 이겨내고 마스크 벗고 웃고 싶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 속에서 즐거운 소재들을 찾고 찾아 웃음과 힘을 북돋아주고, 일상 속에 숨은, 깨닫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믿음까지 전해준 고마운 책이다.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총총 일러스트레이터님 조합으로 이런 색감 톡톡 터지는, 상큼한 책이 탄생했다. 울적할 때마다 지칠 때마다 곁을 지키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깜빡할 때마다 펼쳐볼 것이다. ☆


<시공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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