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2020년 전 세계 SF 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렬한 표지와 수상 경력으로 존재감을 빛나는 소설을 받은 순간,

'와, 예쁘다. 실타래가 엮인 건가? 잉크가 퍼져나가는 모습인가?'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글/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84년생 작가 둘이 초고에서 퇴고까지 6주도 안 되는 시간에 완성된 이 소설은

2020년 SF 관련상들을 휩쓸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실'을 오르내리면서 실 가닥을 타래를 땋고 매듭을 묶는 등으로

수많은 세계의 운명을 놓고 싸우는 시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세력의 핵심요원인 레드와 블루는 서로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흔히 전개되는 시간과 관계되는 서술 방식(과거-현재-미래 구분이 명확)이 아니라, 시간의 절대적 의미가 무색한 구조입니다.



레드와 블루가 서로에게 쓴 편지글 1


블루의 도발같은 편지를 시작으로

조롱 같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편지들이 서로 오가는 사이,

친구로, 더 나아가 연인으로 레드와 블루의 관계가 변모하는 과정을

우리는 아름다운 편지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두 작가의 아름다운 단어와 영상이 펼쳐지는 듯한 섬세한 묘사는

레드 요원과 블루 요원이 벌이는 시간 전쟁 속으로

우리를 소환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수많은 아틀란티스들, 수많은 소크라테스들, 수많은 칭기즈칸들이 존재하는

세계관과 우주 내에서 벌어지는 가든과 에이전시의 시간 전쟁은

아주 멀고도 비현실적인 미래의 모습 같지만,

그들의 글에 의해 눈 앞에 실현됩니다.

레드와 블루가 서로에게 쓴 편지글 2



식물처럼 씨앗에서 태어나는 가든 요원들과

인공 자궁에서 만들어지는 피조물인 에이전시 요원들은

싸움의 방식 또한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명령에 충실하고 전쟁에 집중하며

- 전쟁이 끝나면 다시 가든의 품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는 가든의 다른 요원들과는 다르게,

- '우리'는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우리들'로 존재하는

에이전시의 다른 요원들과는 다르게

블루와 레드는 고독을 즐기고 허기를 느끼고

자연 자체가 아닌 자연을 즐기고 돌보는 주체가 되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더 끌리고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결국 자신을 서로에게 심습니다.

이 아름다운 연인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레드와 블루가 주고 받은 편지들 속에 숨겨진 수많은 유희와 은유들이

우리에게 문학적인 자극이 되고

생각의 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 레드의 편지글 중 '먹는 것'에 대한 부분이 좋더군요.

먹는 행위가 끔찍하다고 하면서 자신은 먹는 일이 즐겁다고 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표현들 속에서 레드가 에이전시 동료들에게는 밝히지 못하는

자신의 진실된 모습들을 서서히 드러내게 되는, 마음을 여는 순간이니까요.

"네 편지는 나에게 들어가서 살 곳을 마련해 줬어." _134쪽

- 블루의 편지글 중 '편지'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시간 여행으로서의 편지,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를 써. 겉으로는 안 보이는 의미를 담아서." _79쪽

레드와 블루는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편지를 쓰고 주고받게 됩니다.

'과거의 상대'를 회상하며 '현재의 내'가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는 미래나 과거의 어느 순간에 상대방에게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다양한 형태로 전달됩니다.

재, 물의 부글거리는 모양, 100년의 시간이 걸렸을 나이테,

용암이 흐르는 모양, 차잎, 기러기 깃털, 수리부엉이, 씨앗,

실잠자리 몸통 무늬, 벌, 먼지구름 등을 이용하여 편지를 전달합니다.

그 기상천외한 편지에 가능 여부를 떠나서 무한한 상상력의 쾌감을 느낍니다.

어느 순간 뫼비우스 띠처럼 관계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된 레드와 블루.

이제 그들은 대상을 바꿔 전쟁을 시작하려 합니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

"가든은 우리를 거느릴 자격이 없어. 그건 에이전시도 마찬가지야."

기계와 기술을 중시하는 에이전시 세력과

자연을 중시하는 가든 세력의 시간 전쟁이 주 무대이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레드와 블루의 순수하고도 고귀한 사랑이 주 이야기가 되는 책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한번만 읽어서는 안되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건 없이 존중하는 엄마의 말 - 아이의 자기긍정감을 키우는 몬테소리×레지오 에밀리아 대화법
시마무라 하나코 지음, 김은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영유아기일 때는 육아서를 끼고 살았습니다. 

어느 더 시간이 흘러 초등고학년, 중학생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
큰 아이는 무난히 사춘기를 넘어가고 있어 안심하던 차
작은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네요.
크게 부딪치지는 않지만,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던 차
<조건없이 존중하는 엄마의 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건 없이 존중하는 엄마의 말/ 시마무라 하나코 저/더난출판사




무조건육아?
몬테소리 교육법과 레지오 에밀리아 대화법이 접목된 교육법으로
이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 예시까지 곁들여져 더 확 와닿았습니다.



많이 들었던 I-Message 부터 액티브 리스닝까지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실천하기에 거부감이 없네요.
물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내용을 되짚어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겠지만,
차차 습관이 되면 아이와 긍정적인 라포를
생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 3세~12세가 적기인 교육법이라지만,

저처럼 사춘기로 흔들리는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고 싶은

부모님께도 주저 없이 추천합니다.

아이들도 배우고 성장하지만,

우리 부모 또한 계속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존재들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검사의 이야기입니다.

거악 척결과 사회 정의 구현에 몸 바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검사가 된 인물이 아닌 '어쩌다 보니' 검사가 된 인물이 전해주는 검찰 생존기입니다.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정명원 저/한겨레출판사



필명을 '이끼'라고 정하고

스스로를 외곽주의자라 칭하고

소심한 자유주의자로 살아가는 정명원 검사님의 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흡입력 강한 문체와 다소 생소한 소재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검사에 대한 편견이 집단을 단순화시켜서 적용되었고 (언론에서 접하는 일부 사건들 속의 검사) 엄숙하고 권위적이며 폐쇄적인 검찰 조직 안에서도 다채로운 면면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남들은 검찰청에서의 중심은 공안부, 특수부이라고 하는데 형사부, 공판부에서 행복한 검사를 꿈꾸며,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진심인 편인 국민 참여 재판 검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나'라도 그런대로 괜찮을까요?"라고 대한민국에 물어보는 대한민국 법률 노동자, 왠지 믿음이 가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의 중심은 서울이라고 하는데 대구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게 좋은 외곽주의자입니다. "왜 서울로 옮기지 않냐?"라는 다소 도발적이고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자들에게 서울이 아니더라도 똑같은 크기의 삶과 만족이 있는 대구에서 살고 싶다는 취향의 영역임을 확실히 밝히고 있네요. 그 취향, 완전히 존중합니다.



흔치않은 직업인 검사도 여자, 그중에서도 젊은 경우에는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놀랐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년이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거냐!"

이 문장을 책 속에서 왜 선명한 욕이 되는지 분석하는 부분은 같은 여성으로서 절실히 공감합니다. 성별을 떠나 똑같은 직업군의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받는 것이 당연한데 젊음과 여성성이 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프네요.

사회는 여성인 나에게 젊어 보일 것을 강요하고, 나의 직업은 나의 젊음을 불편해한다.

더 이상 젊지는 않지만 여성에게 골고루 가해지는 그 모욕에 대해 고민하고 여성 검사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려는 선배 검사인 저자에게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 욕을 들은 그 후배는 자신을 '딥 블루 레이디'라 불러달라며 유쾌하게 웃었다는 일화에 그녀들의 종횡무진 유쾌한 앞날을 그려봅니다.




본인이 원해서 국민 참여 재판을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피고인,

책 제목이 된 초임검사 시절 반복 민원 사건들을 맡아 이야기를 한없이 들었던, 친애하는 민원인 고 여사와 정 영감님,

소년 전담 검사 시절에 만난,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천진하고도 진지한 적극성을 띤 소년의 얼굴.

저자가 겪고 생각하고 풀어낸 그 이야기들은 한없이 진지하지도, 한없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회적 현상에 대한 우려를 짚어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검사라는 직업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의 자세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낭만이라도 있어야, 한 사람의 생에서 범죄만을 추출하여 계량하는 직업을 가진 자들도 좀 사람처럼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낭만이 밥 먹여주지 않지만, 낭만이 숨은 쉬게 해주니까.


인간이면서 어쩌다 검사가 된 저자는 검사 7년 차, 1차 변이를 마친 후 하나의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제 나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지위를 나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에 써야겠다.'

소심한 자유주의자로서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2가지 정합니다.

1.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는 없지만) 하기 싫은 말은 하지 않는다.

2. (웃긴다고 해서 그때마다 웃을 수는 없지만) 웃기지 않은 말에는 웃지 않는다.

검사도 직장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기억에 남네요. 과연 저자는 자유로운 직장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래도 이렇게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과 하면 끝장나는 일 가운데 존재하는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저자는 이제 16년 차, 2차 변이가 거의 완성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완성된 이후 기꺼이 멋진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존재이길 바라는 직장인의 자세가 부럽네요.


보통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둘 다 완벽하게 수행할 능력자는 드뭅니다.

큰 아이가 유치원생일 때 큰마음을 먹고 휴가를 내 행사에 같이 가게 됩니다. 그때 아이의 말에 울컥하게 되죠.

"이제 내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나도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저자는 보육자인 동시에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또 하나의 인생으로 롤 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의 어른이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대하고 꾸려나가는지, 사회와 어떻게 반응하고 소통하는지, 인생에서 닥치는 문제들을 어떤 원칙을 가지고 풀어나가는지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배우고 익히게 되니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진 어른으로 멋진 생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엄마는 언제나… 정의의 편이지!"


중학생 딸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친구와 나누고 싶지 않니?" 라고 물어보는 엄마.

"내 친구들은 이게 아름다운지 몰라.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라고 대답하는 딸.

그러자, 엄마는 "그런 친구들이랑은 놀지 마." 단호한 눈빛으로 말합니다.

저자는 이런 엄마에게 삶의 태도를 배우고 익혀

"인생의 많은 문제들로부터 담대하면서도 그 안에 숨은 작은 기쁨들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

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합니다.

진정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검사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세상으로부터 늘 밥값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

내일이면 당도할 새로운 기록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기록을 넘기는, 그 무게를 오롯이 견뎌야 할 자신만의 캐비닛을 가진 자.

그러면서도 기운 없고 쉽게 지치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 한 끼, 가득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은 '위로받는 사람들의 국숫집' 주인이 되고 싶은 오래된 꿈이 있는 검사 인간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저는 검사님의 국수 솜씨도 믿고 법률 서비스도 믿습니다. 그러니 그 꿈을 꼭 이루세요.



<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쓸모 있는 몸을 만드는 고강도 다이어트 스트레칭 - 체지방 감소, 근력강화, 유연성, 체력증진을 위한
김성종.최호열 지음 / 북스고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쓸모있는 몸을 만드는 고강도 스트레칭

스트레칭 조이 김성종.최호열 저/북스고


강렬한 문구의 책이 시선을 잡아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기에 나이가 들면서

몸 구석구석 여기저기서 존재를 비명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나마 했던 걷기 운동조차 코로나19로 멈추고

숨쉬기 운동으로 버티던 나에게 운동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쓸몸 스트레칭 차례1

쓸몸 스트레칭 차례2


이 책은 다섯 파트로 나눠져 있으며,

몸의 기능을 높이고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동작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에어로빅 기초 스텝을 선보이며

유산소성 스트레칭을 보여주고 있다.

상,하체로 나뉜 고강도 다이어트 스트레칭

몸의 라인을 만드는 다이어트 스트레칭 루틴으로

체지방 감소 뿐만 아니라 근력, 지구력, 유연성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고 한다.


- 운동하기 앞서 하는 스트레칭으로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근력, 지구력,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니 신기하다.

- 아줌마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에어로빅을

활용한 점도 신선하다.


(이런 쪽에 무지한 나라서 그런지 다 신통방통 @.@)


다이어트 상체 스트레칭 - 날개뼈 조여주기 스트레칭


이 책은 별다른 도구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요가매트, 밴드, 폼룰러 이렇게만 구비하면

스트레칭 조이 선생님들을 따라서

스트레칭을 매일 열심히 하면 된다.

스트레칭 이름, 스트레칭의 효과,

스트레칭 운동 횟수와 작극을 느끼는 부위,

포인트(알아두면 좋은 점, 주위할 점), 동작 설명,

QR코드, 호흡을 해야 하는 위치,

몸이 움직여야 하는 방향을

운동마다 한 장에 사진과 함께

정리해 놓아서 따라하기 참 편리하다.

그리고 QR코드로 잘 모르는 부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더 효과적이다.

(효과가 있는 부위가 나오는데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겠다.

초심자를 위해 효과 부위를 한눈에 알수 있도록 보완되면 좋겠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귀차니즘에 빠져서 힘들다.

한장에 몸 전체를 그려놓고 근육과 위치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허리가 좋지 않아 플랭크를 했는데

남편한테 자세를 지적받아

갑자기 하기 싫어져서 안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을 보니

천천히 따라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 15분 투자로

몸의 라인을 만드는 다이어트 스트레칭도 있어서

솔직히 솔깃하다.


이제 시작이라 으~~ 하면서 하고 있지만

달라질 내 몸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으~~ 매트를 펼 것이다.


"몸은 정말 솔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 다섯 마리의 밤>

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 개를 끌어안고 잤다고 합니다. 조금 추운 날에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추운 밤에 대한 기록입니다. 날씨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날카롭고 매서운 고통에 몸부림치는 가엾은 영혼들이 겪는, 벗어날 길 없는 추운 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 다섯 마리의 밤/채영신 저/은행나무


박혜정, 박세민 모자

이들은 편모 가정이고 세민이는 알비노 환자입니다. 혜정은 세민이를 데리고 이민을 가고 싶으나 세민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세민은 자신의 상황에서 물러섬 없이 고개를 들고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용감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그를 향한 아이들의 폭언과 협박, 위협은 순수한 어린이 세계를 벗어나 일그러지고 비열한 어른들의 세계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방패막이 없는 세민이로서는 술과 자해 그리고 똑같이 그릇된 방식의 대응으로 자신을 갉아먹고 있네요.


"엄마도 알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 거기가 지옥이란 거.

……

어둡고 칙칙한 구석에 박혀 화사하고 명랑한 세상을 넋 놓고 바라보며 살도록, 그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태어난 거였다. 그런데 이제 눈까지 멀게 되는 거였다.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침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64쪽 열두 살 세민이의 고통)


요한, 에스더, 대모, 대부

종교인인 이들은 지금 세상은 멸망을 앞두고 있고, 자신들의 구원을 위해 '성별자'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대모, 대부라 불리는 이 부부는 과거 끔찍한 일을 겪고 종교에 귀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비극으로 치닫는 결과를 맺게 됩니다.

이 소설은 '권사범 살인사건 현장검증'으로 시작합니다. 세민은 뉴스에서 이 소식을 보고 자신은 권사범이 왜 아이들을 죽였는지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엄마인 혜정은 그런 끔찍한 사건을 세민이가 입에 올리는 것조차 몸서리치게 싫습니다. 그녀는 세민이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을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그녀를, 세민이를 자신들의 편에 두고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시기와 질투를 넘어선 혐오와 비난, 증오의 대상으로 그들을 끝도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아가면서 자신의 비열한 행동을 정당하다!!! 부르짖습니다.


약한 자가 악한 자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던 저자의 의도처럼 너무나도 평범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엄마인 안빈엄마가 혜정세민 모자를 잔인하게 찢어놓는 그 끔찍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지옥입니다. 어릴 때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아픈 언니를 위한 존재로 살아온 혜정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연 존재가 안빈엄마였기에 혜정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을 겁니다. 저로서는 상상조차 감내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기에 딸깍 스위치를 꺼버리는 혜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민이가 더 아픈 존재입니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세민이에게 전염시키지 않고 싶었을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세민이는 너무나 영특했고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라도 제대로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무리한 상상을 해봅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이백 년을 살지만 나비의 평균 수명은 고작 한 달이다. 그렇지만 평생을 산다는 점에 있어선 다르지 않다. 태어나서 숨이 다할 때까지 똑같이 생로병사를 겪어내는 것이다.

……

그렇다면 나의 하루는 보통 아이들의 사흘과 같은 거겠지." (62쪽 수명에 대한 세민의 생각)


권사범 살인 현장검증에서 따온 호박 한 덩이.

버려진 땅에서 버려진 물과 버려진 햇볕이 버려진 시간을 다독이며 키워낸 호박 한 덩이.

혜정이 그 호박에 손이 닿던 순간의, 눈물이 솟을 것처럼 가슴 뭉클했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까요?


너무나 큰 생채기.

그 상처를 내고 나면 멈출 수 없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선을 넘은 거겠죠. 고통을 주는 이, 고통받는 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 무심한 이 모두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구원받지 못하고 끝납니다. 고통을 주는 이, 고통받는 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 무심한 이 모두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구원받지 못하고 끝납니다.

고통을 주는 이는 그 행동이 독이 되어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들에게 비웃음과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자신의 가정이 파괴되고 자신마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됩니다.

고통받는 이는 악한 자가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실천에 옮기게 됩니다.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는 한없이 흔들리며 의지할 데 없는 도망자가 되어 살아갑니다.

무심한 이는 우리의 모습일 테지요.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만 그를 끊어내지 못하는 방관자의 모습으로 어떤 때는 동조자의 모습으로 고통의 늪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바라봅니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이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라 여기는 세상이 아닌, 그 아픔을 품어줄 수 있는 치유의 세상은 아니더라도 아픈 이의 소리에 귀기울여 줄 수 있는 세상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구분하지 않고 제각기 다른 삶을 인정하며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개 다섯 마리의 밤> 그 혹한의 추위에 살아남으려면 우리 다 같이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