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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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매개체로 과거와 현대 시공간을 연결하여 연장선상에 있는 여성의 삶을 조명한 점이 인상적이다. 여성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바로서기를 생각해보게 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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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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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오직 입으로만 전해져야 하는 게 있단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이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거부할 수 있을까?

- 출간 즉시 영화화

-《토론토 스타》선정 올해의 책

- 전 세계 15개국 판권 판매

- 아마존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 1위

- She Reads 선정 가장 기대되는 여성 소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카르마 브라운/미디어창비


화려한 수식어들로 무장한, 패브릭 질감의 짙은 빨간색 표지로 감싸진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빠져들고 말았다. 매혹적이다.



한 집을 배경으로 시대를 번갈아 서술되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50년대를 살아가는 신혼부부 넬리-리처드 부부와

2018년을 살아가는 신혼부부 앨리스-네이트 부부

갑자기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계획한 앨리스-네이트 부부는 그린빌 137번지로 이사하게 된다. 네이트는 어린 시절 자신처럼 도심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원했고, 앨리스가 직장을 그만둔 지금이 새로운 출발을 할 적기라고 생각하고 이사를 서두른다. 하지만 앨리스는 마냥 좋지 않다. 지금은 일을 그만뒀지만 결코 가정주부의 삶을 원치 않는 그녀이기에 시골로의 이사는 암흑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조용히 남편, 네이트의 의견을 따르리라.


앨리스 이전 그 집에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그녀가 있었다. 엘리너 머독. '넬리'라 불리는 그녀는 나이차가 있는 성공한 남편과 결혼한, 완벽하고 순종적인 여자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독립적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리처드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누구의 '부인'이 되는 것은 평범한 여자들의 염원이었고 넬리에게 자기를 돌봐줄 누군가가 생긴다는 의미였다.

앨리스와 넬리는 그 긴 시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앨리스와 넬리는 다들 부러워하는 능력 있는 남편과 결혼을 하였고, 남편은 아이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멋진 이웃이 있다. 그리고 어릴 때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픔이 있다.

요리의 비결은 복수, 재료는 남편


넬리는 부모에게 받지 못한 보살핌과 보호, 울타리 같은 안정적인 느낌을 받고 싶어서 결혼을 했으나 그 결과는 실패였다. 남편에게 공손한 아내, 자기 탓이 아닌 일로도 사과하는 아내, 자기 삶이 아무리 힘들어져도 남편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내, 완벽한 아내를 리처드는 원했고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존중받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과 무자비였다. 넬리,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되찾고 삶의 소중한 부분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그녀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앨리스 또한 엄마와는 다르게 첫 번째에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며 남편 네이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또한 그녀의 삶이 안정적이었을 때 얘기다. 간절히 원하던 승진은 어디 가고 해고라니, 그것도 모자라 고소 소송에 휘말리니 그녀는 두 다리를 제대로 지탱할 수 없다. 만약 앨리스가 이 힘든 시기를 네이트와 헤쳐나가고자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다소 완화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목표를 상실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지 못할 정도로 흐트러지는 시기가 말이다. 다행히 앨리스에게는 넬리의 감춰진 수수께끼가 과제로 남겨져 있고 아이가 생겼고 자신의 공간이라 느끼는 집이 있다. 그래서 네이트에게도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다.


"네이트, 선택의 기회는 언제나 있는 거야."



앨리스가 넬리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녀의 인생을 궁금해하면서 차츰 자신을 되찾고 안정되어 가는 서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넬리가 즐겨보던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로 자신과 네이트의 저녁을 준비하면서 부엌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과정은 단순히 주부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건강한 무언가로 채워나가 지친 마음까지 돌보는 성숙한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미리엄과 샐리 클라우센 모녀에 매료되었다.

따뜻하고 상냥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넬리가 리처드에게 상처받을 때 미리엄은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고 명확하게 리처드의 잘못을 짚어준다. 얼마나 고맙고 귀한 이웃인가.

갑자기 닥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넬리의 편지도 찾아다 준 샐리는 결혼이 당연시되던 시기에 의술과 결혼한 개척자이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키워나간 선지자였다. 이런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이가 자신을 지지해 주고 위로해 주니 앨리스가 힘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다.



미리엄의 조언은 샐리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노력할 것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지라도 꼭 해야 할 자신에 대한 약속이다.


다양한 인용문


☆ 곳곳에 등장하는 레시피는 다소 생소하지만, 간혹 따라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초간단 케이크> & <치킨 알라킹>

그리고 앨리스 이야기가 진행되는 페이지 시작 부분의 인용문을 읽다 보면 예전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깨닫고 울분이 쌓이게 된다. 발암 글귀들이 많으니 주의해서 읽기를 추천한다. ☆

아직도 그린빌 137번지 정원에는 디기탈리스 꽃이 종처럼 매달려있을 것 같다. 스완 가문의 비밀을 품은 채로.


픽사 베이. 디기탈리스. 여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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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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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죽음을 소재로 하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_로버트 판타노 지음 (자음과모음)

「어떻게 지내요」_시그리드 누네즈 (엘리)

「죽음을 읽는 시간」_이유진 (오티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주체가 다르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오롯이 '나'에 침잠하여 통찰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내용이며, 「어떻게 지내요」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가 안락사를 결심하고 함께 있어줄 것을 부탁받은 '나'가 주위의 존재들의 고통을 인식하고 안부를 묻는 이야기와 친구와의 시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이번에 읽은 「죽음을 읽는 시간」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인 이유진 정신가 의사가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면서 소중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제각기 다른 주체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죽음.

다르면서도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고통, 죽어가는 고통을 겪는 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기에 그 고통을 받아들여 더 완화된 삶을 살기 위해 서로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건네기를 권하고 있다. 죽음보다 제대로 끝맺지 못한 삶이 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지금, 행동할 수 있는 지금,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진정한 삶을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와 당부를 전하고 있다.

죽음,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더 행복하게 더 즐겁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나의 내면에, 나를 사랑하는 가족, 이웃, 지인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죽음을 읽는 시간/이유진/오티움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

우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또한 커리어에 피해가 갈까봐 정신과 진료를 꺼린다. 그런데 저자가 밝히는 정신과 의사의 사례들은 편견을 벗어나야할 이유이다. 미국의 의료계에서는 정신과 진료기록이나 약 복용을 숨기지 않고 의사가 되는 데 장벽이 되지 않는다. (물론 예외인 주도 있다. ) 저자는 자신의 하소연을 듣고는 멘토인 교수님한테 항우울제 복용을 권유받으면서 자신 또한 복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자신의 눈에는 일과 가정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었기에 이 고백은 낯설고 놀라웠다고 한다.

이는 저자 말대로 문화의 차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적 제약, 편견일 것이다. 마음의 병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정신과 진료를 향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것이다.

몸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숨기고 감출수록 치료는 어렵고 힘들다.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의 내밀한 상처를 내보이는 것에서부터 치유는 시작되어야 한다. 상처는 숨길수록 곪는다._55쪽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 오추치에는 조금 특별한 공중전화부스가 있다고 한다. 일명 '바람의 전화'이다. 마을 주민 이타루 사사키에 의해 설치되었다. 어느날 이타루는 아끼던 사촌형제를 갑작스레 잃어서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졌다. 어떻게든 그와 다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그는 바람과 연결된 전화기를 설치하고 남기고 싶은 말을 하면 바람이 메시지를 대신 전해줄 것만 같았다. 사촌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그는 위안을 얻었고 슬픔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제대로 인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당연하지 않다. 갑작스런 이별은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해야할 말들은 오늘 당장 해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_211쪽

암 생존자에 대한 챕터도 주의깊게 보았다. 암 치료를 잘 끝내고 관해 상태에 이른 이들, '암 생존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암 발생 이전과 이후의 환자는 분명 달라졌다.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그럴 것이다. 이를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이웃 모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인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암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완치될 수 없는 병을 안고 사는 사람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할 때, 질환은 당신의 일부일 뿐 삶의 전체는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려고 애쓴다. _ 268쪽

충분한 절망 없이는 일어서야 할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 절실해질 수 없었다. _315쪽

슬퍼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이 어차피 삶이라는 생각을 하며 재닛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_ 318쪽

상실로 인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지금에 집중하여 살아가야 겠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우주도 팽창하였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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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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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이 확 줄어든 요즘,

푸르른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 한줄기에

여행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떠날 수는 없고

<후각과 환상>으로 여행 세포들을

달래고 있습니다.


후각과 환상/한태희/중앙북스



우리도 모르게 새겨진

향기, 냄새들이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맡은 순간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는 냄새들,

후각의 마법이죠.

프롤로그부터 강렬한 냄새로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칼리의 사원에서 맡아지는

갖가지 향내와 냄새들이 묘사된

글을 읽다 보니 여행을 가고픈 마음이

더욱더 커집니다.

책의 디자인, 사진, 글, 냄새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읽어주는 오디오북처럼

향기가 나오는 서비스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

인류의 향 문화가 이집트와 중동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유명한 향수는 서양 브랜드라서

당연히 서양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카이로 호텔 근처의 전통 향수가게에서

주인이 수제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는

사막을 지나 고대 신전의 폐허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숲으로 이끕니다.


후각과 환상 _ 여행 사진



커피의 역사는 아랍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아프리카 쪽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루에 3,4잔씩 내려마시는

애정 하는 음료건만

이렇게 무심하다니... 민망하네요. ^^;;;

에티오피아고원 지대에서 발견된 커피는

예멘으로 전파되어 재배되었고,

중세 이후 예멘에서 요즘처럼 커피콩을

볶아 우려내는 방식이 발전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멘의 항구 모카에서 커피를 실은 선박들이

페르시아, 터키, 아프리카 등지로 출발하면서

모카는 커피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답니다.

모카커피, 맛있죠. ♡

'이교도가 마시는 흉측한 검은 음료'라며

경원시하던 유럽 또한

커피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각과 환상 _ 오스티아


작가님께서 소개해 주신 세계 각국의

여러 장소 중

눈에 띄는 두 곳이 있네요.

곰배령 초원/선암사!

선암사는 가본 곳이라 떠올려보면서

새롭게 기록하고

곰배령 초원은 가보지 않은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았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늘어납니다.


악취와 향기는 인간이 가른 개념일 뿐,

생태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인간 또한 그 사슬로부터 무관치 않다.

……

다른 향과 어울리면서 포근한 살결 냄새를 만들어 낸다.

인간은 이 원초적이고 관능적 느낌에

오랫동안 매혹되어 왔다. _ 향과 나 224쪽

후각과 환상_옥스포드


후각을 통해 장소를 여행합니다.

그 향기가 장소에 새겨진 역사를 불러내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런 복합적 기록물로 세계 각국을

접하게 되니 신기한 경험이네요.

시각과 글자와 후각이 버무려진

장소의 이미지는 뇌리에 새겨져

나중에 그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내 기억이 아닌 이 책에서 접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 같아요.

후각은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연결되어

근원적인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고,

여전히 인간의 다양한 생리 기전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냄새와 후각이 선사하는

그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이 탄생되었습니다.


다음 여행부터는 시각, 미각뿐만 아니라

후각의 감흥이 가득한 시간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매료되는 순간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추천 소설

파트리크 - 쥐스킨트 향수

다이앤 애커먼 - 감각의 박물관

+추천 영화

트란 안 홍 - 그린 파파야 향기/노르웨이의 숲

알리 아바시 - 경계선

장예모 - 붉은 수수밭

레지스 와그니어 - 인도차이나

마이클 커티즈 - 카사블랑카

조셉L.맨키위즈 - 클레오파트라

왕가위 -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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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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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_시그리드 누네즈

이제 그녀의 이름이 내 가슴에 새겨졌다.

담담하면서도 가슴을 관통하는 그녀의 문체는 그녀가 말하는 주제의식을 배가시키면서 나를 사로잡았다.


어떻게 지내요/시그리드 누네즈/정소영 옮김/엘리



어떻게 지내요? 이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시작된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는 주인공이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친구에게 안락사를 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함께 해주길 부탁하고 그 부탁을 받아들이기까지 '나'가 느끼는 당혹, 혼란, 인정, 공감 등이 주된 이야기이다.


말기 암 환자, 호스트와 고양이 부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든여섯 살의 할머니, 그리고 '나'의 일상 속 여성, 이야기 속 여성 등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전 애인. 세상은 이미 끝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극단적인 내용으로 강연을 다닌다. 친구를 병문안하기 위해 간 곳에서 그의 강연을 듣고 다시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이렇게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기울여주고 안부를 묻는 '나'를 중심으로 주변 이야기들이 서로의 교집합을 공유하며 진행되어서 쉽게 읽을 수 없지만, 집중하면서 읽기에 그 이야기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되고 담백한 문체가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다정한 염려를 드러내니 절로 공감하게 된다.


나로선 그것이 축복이라고 늘 생각했다.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서글프고 고통스러운지 다 아는 젊음은 전혀 젊음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_66쪽




어떤 동네의 어떤 집에 있든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친구에겐 얼마나 중요한지, 그 사실이 거의 견디기 힘든 동통처럼 찾아들었다. _140쪽





2부는

'나'와 친구가 안락사를 위해 다른 공간으로 떠나서 지내는 이야기이다.

그곳에 가서 생활하면서 '나'는 친구와 깊은 교류를 나누게 된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통하는 정신적 교감, 원래 이렇게 같이 살아왔던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유일하게 이 비밀을 털어놓은 전 애인은 자신과 살 때도 그랬다고 말한다. '나'는 공감력이 큰 인물인 것 같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_166,7쪽


3부는

다시 친구집으로 와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겪는 그녀의 내면적 고통, 혼란들로 구성된다.

친구의 집단치료에서 접한 안타까운 여성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내가 지금껏 들은 가장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 지 모르기에 수치스럽다. 그녀의 고통을 인정하는 게 너무 두려워 부정해버린 그들, 나, 너, 우리로 인해 그녀는 더 아팠을까봐...... 병으로 인한 고통이 아팠을까? 내가 안다는 걸 나를 빼고 다 모르는 것이 더 아팠을까? 모르겠다.


그냥 서로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내가 화해를 했어. _ 244쪽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_252쪽




어떻게 지내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따뜻한 염려의 마음.

이글 속에 녹아든 인생 곳곳의 고통에 귀기울여주고 안아주고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벅차게 다가온다. 다들 거리를 둬야하는 요즘, 진심어린 안부 한마디 건네는 마음이 절실하다.


공유 정신병. 안락사를 위해 함께 하는 나'와 친구를 보면서 전 애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 또한 손자들에게 용서받을 명분을 위해 '인류는 가망이 없다'는 강연을 계속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약간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안락사, 존엄사 모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마지막을 맞이하고자 한다는 목적이기에 나는 기본적으로는 찬성이다. 하지만 이는 내가, 내 사랑하는 이들이 직면한 현실이 아니기에 이론적으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쉽지않은 질문에 어떻게 지내요? 실천적인 답변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안락사를 하려는 친구와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이니 어둡고 침울할 것 같지만, 그 묵직한 죽음을 앞두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여정에서도 유머와 웃음, 사랑이 있기에 삶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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