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 책 먹는 고래 23
박혜자 지음, 지연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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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폴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


이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됩니다.

17세기 바로크의 대가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잘 알려진 《한복 입은 남자》 '한복을 입은 남자' 속 조선인은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설이 유력한데, 안토니오 꼬레아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잡혀 이탈리아 상인에게 팔려간 인물로 유럽을 처음으로 방문한 조선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림 한 장으로 이끌어내는 이야기라 상상력의 힘은 참 대단하네요. :)



한복 입은 남자/박혜자 글/지연 그림/고래책빵


정우는 툴툴거리면서도 다른 친구들이 꺼려 하는 친구 태리를 살뜰히 챙겨주는 마음 착한 소년입니다. 정우와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태리, 과학 천재 사차원 석규는 루벤스 작 <한복 입은 남자>를 보고 궁금증이 생깁니다. 임진왜란 때에 노예로 팔려간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걸 알았으나 어떻게 이탈리아까지 갔는지 더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겨 주름부채를 통해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주름부채?

부채의 주름과 시간의 주름을 연결시켜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발상을 시작으로 정우가 겪게 되는 임진왜란의 고통, 강제로 고국을 떠나 일본을 거쳐 유럽과 신대륙으로 노예로 팔려가게 되는 여정이 펼쳐지는 내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저미기도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임진왜란 시기로 이동한 정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 다른 시간 여행자라고 착각한 할아버지, 자신을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여기는 모자, 왜군에게 잡힌 포로들. 홀로 조선 시대에 와서 기댈 곳 없이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정우,

하지만 아주 씩씩하게 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힘겨운 시간 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온 정우는 예전과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겠죠?


\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힘을 일깨워주고,

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는 동화책 『한복 입은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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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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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내뿜고 있는 가지이 미나코와 호랑이가 변한 듯한 버터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황금빛 액체로 변하는 호랑이가, 그 버터를 소개하는 듯한 가지이 미나코가 시작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우유는 소의 피라고 한다. 그래서 노란 표지를 벗겨내면 빨간 표지의 책이 나온다. 피가 우유로, 우유가 버터로 변하는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져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빨갛고 하얗고 노랗게 변하는 과정 속에 우리를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


버터/유즈키 아사코/권남희/이봄


작가 유즈키 아사코는 2009년 일본 열도를 경악시킨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 일명 꽃뱀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범인인 기지마 가나에를 모델로 가지이 미나코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실제 사건이 불러온 파장을 재해석하여 <버터>를 집필하였다.





세 명의 남성 살해 혐의로 수감 중인 용의자 가지이 미나코는 흔히 생각하는 꽃뱀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30대 중반의 뚱뚱한 여성이었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여성 혐오로 번지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주간지 기자 '마치다 리카'가 '가지이 미나코'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공을 들이게 되고 친구인 '사야마 레이코'의 조언대로 레시피를 물었더니 냉담하던 가지이 미나코가 변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인 리카, 레이코, 미나코 모두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리카는 부모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리카의 아버지가 갑자기 죽었다. 리카는 이 죽음에 대해 부채를 느끼고 있다. 중학생인 그녀가 아빠와 약속된 날에 가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아 죽었기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줄곧 잊고 있던, 봉인해온 분노를 문득 자신의 갈라진 살 틈으로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32쪽)


레이코는 절친인 리카와 성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결벽하다. 부모님하고도 연을 끊고 산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외도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이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나코는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여성이다. 성향이 너무 다른 어머니는 그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이는 관계가 어긋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버지와의 깊은 유대관계는 그녀에게 일그러진 성 역할, 성관념을 심어주게 된다.



가지이 미나코에게 빠져들어 동화하는 듯한 리카의 모습. 기존에는 일에 집중하여 집도 음식도 챙기지 않았는데 '버터 간장밥'을 계기로 미각에 눈을 뜬다. (우리집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라 에쉬레버터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먹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어서 마음껏 먹는다. 이런 것을 풍요로움이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고 확장된 그녀의 세계를 환영한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일련의 제약들로 인해 주간지 기자로 의식 있는 사람인 리카조차 외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뚱뚱하다는 게 자기관리를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로 이어지고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리카는 가지이 미나코와의 만남을 통해 맛에 눈을 뜨고 요리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몸이 변하고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가지이 미나코를 좋아하게 된 리카는 그녀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가지이는 단호히 거부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숭배자뿐. 친구 따위 필요 없어." (156쪽)

리카는 가지이에게 3명의 다른 피해자처럼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면서 리카 주위의 친구들은 긴장하게 되고 레이코는 그녀를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버터>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하는 역할, 희생, 이미지 등을 '버터'를 중심으로 풍미 가득한 요리의 세계와 함께 풀어나간다. 버터가 지닌 황금빛 풍미가 글 곳곳에 스며들어 뚝뚝 떨어지는 맛의 향연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녹아들어 갔다. 가지이가 좋아하는 버터는 그렇게 매혹적이다.

리카가 가지이에게 끌렸던 이유, 가지이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날씬함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을 인정했다. 그런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호기심과 가지이와 얽힌 남성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아는 것을 통해 자신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부채를 털고 당당하게 마주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리카와 리카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가지이와의 면회를 통해 피폐해져가는 그녀의 영혼을 치유해 줄 수 있어서 가지이의 피해자들과는 다르게 리카는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쉽지않은 과정을 거쳤다. 가지이와의 만남이 리카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왔지만, 리카의 삶을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일에만 치중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게 되고 지인들과 제대로 교류하게 되면서 리카가 진정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손님인 시노리 요시노리의 맨션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교차로 같은 집, 정자 같은 집을 마련하는 리카를 보면서 그녀의 강한 면모를 새삼 느낀다. 그리고 가지이의 레시피를 수정해가면서 자신의 맛을 찾아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리카는 리카가 없는 곳에서 리카를 아는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새로운 관계가 생겨도, 여러 방향에서 리카 얘기를 해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지? 그런 사람 상당히 드물어. 다들 손해보지 않으려고, 가진 것을 지키는 데 필사적이잖아." _ 레이코가 리카에게 (447쪽)


여왕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틀만 고집하는, 외로운 가지이. 사람을 조종하는 일이 유일한 처세술인 그녀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주는 것이 인간관계라 여겨져 예측이 불가능하면 즐기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이다. 퐁파두르 부인이 되고 싶다고 하였으나 가장 사랑한 것은 본인이었던 그녀는 3명 아니 아버지와 아가노 맨션에서 자살한 남자까지 주변 5명의 남자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내가 만약 사람을 죽였다면 당신과 같은 방법인 거야. 그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은 것뿐. 풍성하게 주던 것을 아무 예고 없이 뚝 끊은 것뿐." _ 가지이 미나코의 고백 (392쪽)


"다들 엄마가 돌보지 않게 된 아기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나한테 응석만 부리던 그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을 텐데. 언제나 나만 기를 쓰고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정말로 혼자구나 생각했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_ 가지이 미나코의 고백 (394쪽)


시노이씨 말처럼 누군가와 함께하는 호흡이 중요하다.

리카, 레이코, 시노이씨처럼 주위의 인연들을 제대로 마주 보고 대할 수 있는 여유와 당당함, 배려가 중요하다.

<꼬마 삼보 이야기>의 호랑이, 삼보, 아버지처럼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 아버지가 가져온 버터가 과연 호랑이들이 녹아서 생긴 버터일까? 아버지도 삼보도 모를 일이다. 그 책을 읽은 우리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일 수도 있다.

가지이 미나코를 이해한 리카는 그녀를 초대한다.

"단지 많은 사람이 비난하는 여자아이를 혼자 응원할 용기가 없을 뿐인 거야." _ 마코토에게 리카가 430쪽

리카는 이제 자신의 적정량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 분명하다.

"금식이 면제되는 사람은 여행자, 환자, 임산부, 어린이, 생리 중인 여성, 의지력이 약한 사람, 그리고 실수로 금식을 어긴 사람."

괜찮다.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 모든 일에 다 해당하는 얘기다.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게 더 중요하다. 자신의 적정량을 받아들이자.


책을 읽으면서 어떤 요리일지 상상하게 되고 입맛을 다시게 되는 활자의 맛 향연을 제대로 즐긴 기분이다.

활자로도 이렇게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니 놀라운 책이다. <버터>

"시럽을 듬뿍 머금은 작고 단단한 파이는 어금니가 찌릿할 정도로 달아서 평소 쓰지 않는 뇌의 부위에 꿀 색깔의 빛이 내리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_ 터키의 라마단 체험행사 중 리카 553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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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카멜레온을 막아라! 괴짜 박사 프록토르 3
요 네스뵈 지음, 페르 뒤브비그 그림, 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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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박사 프록토르3 - 달 카멜레온을 막아라!

다시 돌아온 프록토르 박사, 불레, 리세 세 사람. 더 스펙터클한 이야기로 우리를 사로잡다!





달 카멜레온을 막아라/요 네스뵈 지음/페르 뒤브비그 그림/사계절


신기한 방귀 가루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사로잡은 요 네스뵈의 판타지 동화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가 3편 <달 카멜레온을 막아라!>을 선보였다. 울 집 어린이도 <신기한 방귀 가루>, <신기한 비누 거품>을 재밌게 읽고 다음 편을 간절히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3인에게 엄청난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괴짜 박사 프록토르의 발명품이 아니라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존재가 나타나 문제를 만들고 우리의 3총사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해결해 내고야 만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용기가 넘치는 빨간 불레와 그의 애착 동물 페리의 활약은 우리들 가슴을 졸이게 해 집중하게 만들더니 가슴 먹먹하게 눈물겹게 하고 결국에는 통쾌한 한방을 날린다. 딸꾹 딸꾹 딸꾹



갑자기 국왕이 쫓겨나고 대통령이 선출되고 덴마크와 전쟁까지 속전속결로 팍팍~ 진행되는 상황에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지혜로운 리세는 사람들이 어떻게 최면에 걸렸는지 알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과연 리세와 친구들은 대통령이 된 할바르 테노레센을 능가할, 모든 이들이 귀 기울일 단 한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괴짜 박사 프록토르와 그의 발명품들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두께도 압도적인 <달 카멜레온을 막아라!>는 프록토르 박사, 불레, 리세 외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그림체로 표현된 새로운 인물, 그레고르 갈바니우스 선생님을 주목하면 좋겠다. 딸에게 들려주고자 어린이책인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아빠 요 네스뵈 작가의 독특한 발상이 묻어나는 캐릭터이다.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달 카멜레온'이라는 괴상하고 끔찍한 생명체를 등장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기이한 현상이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들도 결코 평범하지 않고 유쾌한, 모험 가득한 이야기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아이들의 역량이 빛나니 어른이들이 더 몰입하게 된다. 어른들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할 일을 해내는 불레와 리세의 용기 있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두꺼워진 두께만큼 <달 카멜레온을 막아라!>,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졌다. 인간을 위협하는 달 카멜레온을 묘사하는 그림이나 글은 직접 보고 직접 읽으면 좋겠다. 조금 비위가 약한 사람이나 상상력이 넘치는 어린이는 주의하길......



책 곳곳에서 넘쳐흐르는 위트와 유머

그리고 사랑과 믿음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끔찍한 대혼란을 유쾌하게 뒤엎는

결말을 원하는 이들이여,

주저 없이 책을 펼치길 추천한다.

의심 없이 순수하게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 세상을 즐기길 바라는 이들이여,

이 책을 선택하면 끝!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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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 애써 바꾸지 않아도 그냥 나로 살아도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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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보여줄 수 있는 이가 부럽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가 부럽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이진이 작가님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책이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을 귀여우면서도 포인트 있는 그림체와 함께 들려준다. 부러움이 곱절이 된다. 그리고 위로가 된다. 다 괜찮다고,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채워나가는 인생이라고 토닥토닥 안아주고 쓰담쓰담 어루만져 준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 이진이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살아가면서 자리,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나는 항상 마라토너 같았다. 그리고 속도는 단거리 선수처럼 질주하고는 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와 걱정 어린 칭찬을 받는 편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화를 내거나 힘들다고 지친다고 투정 부리기가 힘들고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무리를 하게 된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 싫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스스로도 지쳐간다.

[내 인생의 리모컨을 타인에게 쥐여주지 말 것]편은 내 이야기 같았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내가 나를 몰아붙이지 않게 작가님 언니 말씀처럼 "안 망해, 네 인생... 그 사람 하나 널 싫어한다고 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 리모컨은 내 손에 쥐고 살아가야겠다. 이렇게 글로 정리한 상황을 보니 더 와닿고 결심할 힘이 생긴다.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다. 이 글에 나오는 친구가 혹시 나는 아닐까? 힘들다고 지쳐있는 이에게 "별일 아닌데 그래. 네가 예민한 거야." 더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 순간들이 있나?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래... 너 정말 힘들었겠다."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_215쪽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대목들이 많이 나와서 쾌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맺는 관계들 속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한마디!!! 간접 체험으로나마 기분이 풀린다. 언젠가 내 입을 통해 나올 대사일지도, 아니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게 진정으로 걱정해 주고 격려해 주고 배려해 주는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겠다.




같은 동년배(벌써 40대네요. ^^;;) 작가님의 글이라 공감되는 부분들이 더 많아 읽으면서 울컥했다. 세심하게 어루만져 주는 글들을 통해 왠지 언니한테 상담받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좁아지는 인간관계와 사회네트워크도 신경 쓰이고 인생 중반에 접어들면서 내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도 깊어가는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해줄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맙고 사랑스러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채워나가는 인생, 나를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나 스스로 인정해 주고, 나를 소중히 여겨주고 배려해 주는 이들과 함께 보듬아주는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사는 게 참 피곤하다 생각되는 세상이지만 고난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견뎌낸 시간만큼 단단해지는 언젠가 상처도 경험이 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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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실험으로 밝힌 16가지 심리법칙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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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나에게는 왠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학문이다. 내향적이고 갈등을 발산하지 않고 내 안으로 품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듯하다. 내 감정, 욕구, 필요를 말하는 것이 어색해서 나에 대해 털어놓고 공감하고 교류하는 데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행동, 현상에 대해 원인을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은 있기에 '심리학'은 좋은 이해와 공감을 제공해 주는 친구이다.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문항심/반니



책은 여러 심리 법칙들을 밝힌 16가지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1900년대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실험들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험부터 오늘날 잊혀 가는 실험까지 여러 심리 법칙들을 증명하고자 애쓴 심리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실험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준비과정,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서술하고 이 실험이 '일상생활에서 갖는 의미'를 정리해 주는 구조로 16가지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이에 있는 '심리학'만의 위치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실험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켈로그_침팬지와 아이 <아이 옷을 입은 침팬지의 특이한 행동> && 할로우_애착 행동 <붉은털원숭이와 사랑에 대하여> 실험은 육아서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놀라운 면이 많다.




이 실험들은 부모의 역할 및 어린이의 적응 능력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보완하며 침팬지의 학습능력, 모방의욕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영장류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실험 모두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도 하였다.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실험 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조치가 중요하겠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잘못 짚거나 엉뚱한 곳에 돌릴 때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아론 & 더트의 <흔들 다리 고백 실험>이나 타인의 기대, 평가들이 자아상이나 내면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명한 로젠탈 & 제이콥슨의 <피그말리온 효과>, 타이스의 <자아상의 변화> 실험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뒤흔든다. 될 때까지 속여라. 이처럼 자신의 능력, 흥미, 관심 등도 온전히 자신의 의도와 생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건강한 가정, 학교,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1900년대 심리학자들의 적극적이고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

로젠한_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살아가기 <가짜 환자 또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페스팅커_인지부조화 <지퍼 하나 때문에 구원받지 못할 뻔한 이야기>

1970년대 심리학자들이 직접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 시대 정신병에 대한 진단, 치료 등에 대한 의구심을 증명하여 정신과적 진단학 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모험적인 시도를 하였다.

1950년대 페스팅거는 지구 멸망이 다가왔다고 부르짖는 어느 사이비 교단에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하여 인지부조화를 목도하였다. 생각과 경험 사이의 모순을 일치시켜보려고 발버둥 쳤던 그들이 취한 행동은 대홍수로 인한 지구 멸망과 외계인의 UFO 구조라는 원대한 예언과는 너무나 먼 어이없는 교주의 해명을 믿는 것이었다.


참고 영상_24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악한 본성,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았던 짐바르도_스탠퍼드 감옥 실험 <사람 안의 악마> && 밀그램의 복종 실험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한 영상 링크들이 있어서 살펴보았다. 다른 실험 영상 링크들도 제시되어 있으니 책을 읽은 후 한 번씩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본성,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 타인을 향한 선의 등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심리학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어렵다 느껴지는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도록 실험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 준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저자의 의도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실험과 실험을 이끈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회심리학'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예측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기발하거나 끔찍하든 재밌거나 의외거든 이런 실험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심리학의 실용적인 측면을 알게 되어서 흥미롭다. 철학과 분리되어 좀 더 실용적인 학문으로 인간의 생활을 이해하고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심리학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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