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YA! 28
강지영 외 지음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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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이지북




'신드롬'에 관한 앤솔로지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유행부터 미래에 다가올 유행을 예측하는 세태소설 5편을 담고 있다. 숏폼, 포켓몬빵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열풍을 일으킨 유행을 미래 시대에 맞추어 각색한 이야기부터 연애, 선택지, 회피형 같은 신드롬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기이한 신드롬과 그 여파에 놀라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근미래에 마주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한때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SNS 상 활발한 의견이 오갔던 기억이 난다.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예람 작가의 <사랑보다 까눌레>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을 국가에서 중점 관리하며 일정 기간 경과 시 고위험군 장기연애 휴식자가 되어 '연애 휴식세'를 납부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랑의 개념을 단순화시켜 연애에 국한시킨 사회에서 타인에게 가슴이 설레거나, 심장이 쿵쿵 뛰거나 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주영'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사랑을 하지 않는 건 죄악'이라는 세계에서 '외롭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라 말하는 그는 진실되고 용감한 사람이다. 사랑하려고 애쓰는 스스로가 역겨웠다는 고백에 눈길이 머물렀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연애를 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억지로 '기준'안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자신을 역겨워했다. 어쩌면 주영은 '사랑'을 남들보다 더 넓고 크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싶었다. 가족을, 친구를, 까눌레를, 유난히 파란 하늘을, 음악을, 밴드가 합주하는 중 실수로 음이 튀는 순간마저 사랑하는 그가 어찌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회는 단언할까. 새하얀 것들에 대한 주영의 부담이, 살아가는 내내 느꼈던 억압, 부당함이 자신을 얼룩으로 규정하게까지 만들었다. 보라색 관리인이 그 억압을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갈 주영을 응원한다. 외롭더라도, 부서지더라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표제작인 민지형 작가의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는 우리 사회의 숏폼 열풍을 담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숏츠, 릴스 등 짧은 영상이 전부인 숏폼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 학교에서 '쇼츠'처럼 짧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치는 설정의 이야기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터라 어떻게 풀어나갈까 관심이 갔다. 인플루언서가 모범생인 시대에 일등 이수가 계정을 관리하지 않는 꼴찌 정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려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남아돌아서 계정을 운영하는 시대에 '시간을 보낸다'는 정원의 생각은 이수에게는 물음표로 다가왔다. 태어났을 때부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게 당연했던 이수는 정원 덕분에 고개를 돌려 새로운 시선을 감각하게 된다. 익숙한 자신의 세계와는 다른 낯선 감정들을 선사하는 정원과의 시간이 감각적인 문체로 펼쳐진다. '화면' 속 짧은 인생에서 서서히 벗어날 이수의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최세은 작가의 <오차범위는 작게>와 강지영 작가의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소설은 독특한 시각으로 미래의 신드롬을 예측했다. 

생체 렌즈나 안경을 통해서 선택지를 보여주는 세상을 그린 <오차범위는 작게> 이야기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질문과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의 숨겨진 이면을 꿰뚫는다. 




선택은 그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는 거야. 

선택지를 보고 고르는 게 아니라.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는 이 앤솔로지 작품들 중 가장 개성 넘치는 소설이다. 강지영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매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회피형 인간 98점이라는 주인공 '탁효림'이 자신의 행복을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로,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욕망형 인간인 엄마에게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야기다. 서로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이 범상치 않다. '회피형 신드롬'의 일부분일 테지만, 괜스레 서늘해지는 이야기였다. 




<시크릿 캔디>는 몇 년 전 한반도를 강타한 포켓몬빵 열풍을 떠오르게 했다. 양은애 작가는 그 열풍을 '차별'과 '분열'이라는 측면에서 호소력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는 현대인들의 몰개성 그리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 불합리한 이득 추구를 '중학교'라는 작은 축소 사회에서 예리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부는 여러 정책들로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유행은 어떤 것으로든 시작될 것이고

차별은 바뀌어서 나타날 것








신드롬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주는 앤솔로지였다. 남들이 좋아한다고, 다 한다고 해서 당연하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새 유행을 따라가는 내 모습을 들킨 듯해서 뜨끔하였다. 자신을 잃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대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 아이들이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책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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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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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제목부터 가슴을 파고드는 소설이다. '양푼이'라니!

양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비빔밥'이다. 갖가지 재료와 고추장, 밥을 한데 담아 참기름 한 바퀴 두르고 싹싹 비벼 만든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바로 그 비빔밥 말이다. 특히 덜지 않고 숟가락 하나씩 들고 같이 떠먹으면서 눈길을 나누는 순간에 온전한 행복이 스민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김지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작품은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 작품을 읽으면서 따뜻한 위로와 감명을 받았다면,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작품은 읽는 내내 과거의 나로 돌아간 듯 가슴 뛰는 시간을 선사하였다. 그 시절 함께 하는 순간뿐 아니라 온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도 부족했던 중학생 시절의 나와 친구들이 떠올라 행복하면서도 슬프고 아련한 기분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하고 그리운, 수다스럽고 끈끈하고 우당탕탕 기운 넘치던 시간들이, 얼굴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떠들던 그 아이들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네 고통은 곧 나의 고통,

내 아픔은 곧 너의 아픔이야. 

우리는 널,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시래, 예은, 보민, 종희. 이 네 친구들이 나누는 진한 우정을 또래 아이들이 겪음직한 현실감 넘치는 사연들로 잘 그려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지지대가 되어주는 단단한 우정이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네 친구들이 각자 성향과 기질을 배려하면서 유대감을 쌓아가는 모습은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를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사정 때문에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을 김지완 작가는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예은이의 첫 연애, 보민이의 거식증과 강박, 종희의 아빠를 향한 애증, 시래의 꿈. 네 친구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은 각자의 무게와 밀도를 지닌 채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네 친구들은 따뜻하고 다정하게 곁에 있어주고 속마음을 경청해 주면서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준다. 

이 소중한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양푼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모든 것들을 한데 잘 담아 버무려 양푼이 빙수, 양푼이 비빔밥이라는 새로운 맛과 색채를 지닌 추억을 쌓아주고 있다. 



혼자 울게 두지 않을 것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해진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친구들은 어느새 주변의 아픔까지 살필 줄 아는, 아름다운 이들로 성장하였다. 강요하고 통제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유리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너 처음으로 안 이상해 보여.

처음으로 아주 멀쩡하고 평범한 애처럼 보여."



중3 열여섯 살, 그 마지막 날 밤을 함께 보내고 열일곱 새해 아침을 맞이하였다. 마지막 날 밤, 서툴러서 아프고, 사랑받지 못해서 아프고, 소중한 이에게 이해받지 못해서 아팠던 열여섯 살 자신에게 안녕을 고했다. 



"잘 가, 나의 열여섯 살아. 

나 솔직히 너 때문에 힘들었어. 

그렇지만 전부 기억은 할게.

잊지 않을게."




이토록 선명하게 솔직하고 당당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린 시절 추억 한복판 친구들과 울고 웃던 나를 만난 듯 황홀했다. 그들이 나아갈 내일이 화창한 날만 계속되지 않더라도 괜찮으리라. 지난날 아프고 슬퍼서 움츠려든 등을 쓰다듬던 따스한 손으로 서로를 잘 잡고 있을 테니까. 



벌어진 상처보다 더 넓은 범위로 
새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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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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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큐브/ 보린 장편소설/ 창비교육





[큐브]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미래에 관한 생각과 현실을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엮어낸 소설이다.


보린 작가는 '안개 초등학교'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로, 청소년 소설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안개 초등학교' 시리즈는 인물의 감각적이고 세밀한 심리 묘사와 요괴 전설을 바탕으로 한 기묘한 상상력으로 초등학생들의 용기와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큐브] 역시 '외계인'과 '실험 프로젝트'를 청소년들의 현실과 접목시켰다. 미래를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큐브'에 갇혀 반복되는 하루에 체념과 무기력으로 점철된 '연우'로 보여주고 있다. 






연우는 자신이 채집되어 큐브에 갇혔던 '라이카 찾습니다' 조사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그는 큐브에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어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며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집과 학교는 자신이 사라졌던 시간에서 많이 지나 있었다. 자신은 큐브 안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며 멈춰있던 사이에 아버지와 해곤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크게 변해있었다. 


고3 여름, 연우는 특별한 목표 없이 남이 많이 하는 것을 선택한 아이다. 원하는 게 없어서,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 정해진 대로 자라기에는 딱 좋은 장소', 그곳이 연우에게는 교실이었다. 온실이 되어준 교실에서 정해진 대로 대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채집되고 다시 돌아왔다. 친구인 해곤이도, 나루도 그리고 새로 사귄 도서관 친구 윤찬이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온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들도 불안하단다. 



'큐브'에 갇히다. 채집되었다. 항상성을 유지하다.

'살아있다'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원하는 게 없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희석시킨다. 간절한 무언가가 있어야 큐브에서, 온실에서 뛰쳐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몸이 떨리고 두렵고 불안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오늘일지라도, 큐브 밖으로 발을 내디뎌야 내일이, 변화가 생긴다. 


비로소 깨달은 연우가 스스로 큐브 밖으로 나가려 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소중한 이들과 이어지고 닿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주변을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성장한 연우가 시리도록 아름답다.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되어 우리를 가슴 찡하게 하는 [큐브]는 다정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우리는 각자의 큐브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해서, 무서워서, 두려워서 제각각 이유로 갇힌 공간에서 움츠려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와야, 몸을 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한 세상에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두려워 갇혀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 부딪쳐야만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아름다움을 결코 알 수 없다. 홀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나아가는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스한 숨결과 온기를 전하는 [큐브]를 두려워 멈춰있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안아줄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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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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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이재문 글 ㆍ무디 그림/ 이지북




공감 가는 문장이, 위로받는 문장이 많아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게 되는 십 대의 공감 도서 [마이 가디언]을 소개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재문 작가님의 신작으로, [몬스터 차일드], [어린이 시장 돌프] 등 다수의 전작들로 이야기꾼의 저력을 뽐낸 작가답게 현실성 넘치는, 우리 아이들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네요.


또래집단 내 유대가 깊어지면서 아이들은 점차 가정, 부모, 가족보다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삶의 중심이 '친구'로 이동합니다. 친구와 같이 나누는 것들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계'라는 게 참 묘한지라 딱! 절반씩 나누어 채워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어느 때는 나의 마음이 더 클 때도 있을 것이고, 친구의 우정이 더 진할 때도 있을 거예요. 서로를 거울삼아 마음을 나누며 성장해나가는 사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수용하며 건강하고 즐거운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답니다. 바로 [마이 가디언]이 그런 경우를 우리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나뿐인 친구이자 나의 눈부신 구원자였던

베스트 프렌드의 무시무시한 반전






주인공 '정은하'는 친한 친구였던 연서의 절교로 쓰라린 상처를 입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5학년 때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다미와 같은 반이 되고,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됩니다. 이유도 모른 채 연서를 떠나보내고는 외톨이로 생활해 온 은하에게 다미는 구원자였습니다. 다들 친해지고 싶어 하는 다미가 베스트 프렌드라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한 은하입니다. 


은하, 다미, 민지는 5학년부터 단짝 친구가 되었지만, 6학년인 지금은 다 다른 반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만나 수다를 떨고, 화장실에 같이 가면서 아쉬움을 달래죠. 그런데 은하네 반에는 다미가 싫어하는 '이지은'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다미는 말도 하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하는데, 자꾸만 지은이랑 엮이게 되는 은하는 호기심이 새록새록 생겨납니다.








친한 친구였던 연서와의 일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아픔이 있는 은하가 다미를 잃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분투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네요. 











자기를 외톨이, 투명 인간처럼 느꼈던 은하는 인기 많은 다미 곁에 있다는 이유로 받았던 관심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합니다. 이재문 작가님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주변의 그 누구보다 더 절실한 존재인 다미를 향한 은하의 집착은 결국 자신을 더욱더 참담하게 만들 뿐이었죠. 








[마이 가디언]은 십 대 청소년의 용기와 회복력을 믿고 있고,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어른의 적극적인 중재나 도움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나는 아무거나 타도 되는데……

아무거나 말고. 자기 생각이 있어야지."

_78쪽





은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춤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고, 좋아하는 그룹 <가디언즈>의 노래는 '가장 소중한 친구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된 은하는 외로움이나 따돌림 때문에 자기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다미 곁에 머무르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다미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는 은하를 보면서 울컥했네요.








부모로서 자식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게 되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바람일 뿐입니다. 은하처럼, 지은이처럼 상처를 딛고 자신을 사랑하며 삶을 마주할 수 있도록 내면의 자아를 단단하게 단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은하가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턴을 연습해 무게중심을 잡게 된 것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용기를, 회복탄력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라봅니다.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친구는 바로 나'라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까? 고민이 된다면, 주저 없이 [마이 가디언]을 추천합니다. 진짜 자기를 잃지 않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게 한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은하들에게 보내는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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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백서 청어람 청소년 1
심너울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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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백서/ 심너울 이선주 탁경은 하유지/ 청어람주니어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청어람 청소년'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 언제나 '경계'에 서 있는 청소년에게 미지의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어진 청소년 문학 시리즈입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SF 앤솔로지 《미래 학교 백서》입니다. 뜻깊은 시작을 역량 있는 4명의 작가님들이 힘차게 열어주셨네요. 최근에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감각적인 SF 세계관을 선보인 심너울 작가님과 재밌게 읽은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의 이선주 작가님, [싸이퍼]와 [러닝 하이]로 친숙한 탁경은 작가님, 그리고 [3모둠의 용의자들]과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로 즐거움을 선사한 하유지 작가님입니다. 







청소년은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이라 '학교'라는 공간과 가장 밀접한 시기죠. 《미래 학교 백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청소년을 담기에는 학교라는 장소는 너무 일상적이고 작은 공간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SF를 통한 시공간 확장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폴리스' 봉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교내 순회를 하는 활동을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하더군요. 저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공손하게,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계속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암울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 문이 굳게 닫혔던, 불과 몇 년 전을 떠올려 보면,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체화하는 아이들의 오늘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물리적인 공간의 학교를 벗어나고자 애를 쓰기도 하지만요. 청소년 시기의 '학교'는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4분의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래의 학교는 어떤 곳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미래 학교 백서》는 인공 지능, 냉동 수면, 바이러스, 테라포밍이라는 소재로 네 가지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아줌마인 저는 '기술'의 발달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데요. 첫 번째 이야기기 탁경은 작가님의 ''해커와 찰리'는 인공 지능 '찰리'로 통제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로봇 교사로 구성된 교사진과 탁한 공기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갖춘 학교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난 불편한 걸 좋아해.

사람들이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 지금처럼 된 거잖아.

최악의 공기, 로봇 교사, 사람보다 인공 지능을 더 믿는 세상."




인공 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틈을 찾아 아찔하고 무서운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네요. '불편한 걸 좋아하고, 쓸모없기에 쓸모 있는 것도 세상엔 있다' 믿는 석범이와 자신의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세은이 덕분에 초현이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들처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자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하유지 작가님의 '냉동 이모 고은비'입니다. '냉동 수면'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 족보가 꼬이는, 재밌는 발상을 의미 깊은 주제로 풀어내어 흡인력 넘치는 작품입니다. 

심장병 때문에 냉동 수면 상태였던 이모가 30년 만에 해동되었는데, 갑자기 같은 방을 쓰고 같은 반이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놀랍고 기쁜 일이지만,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죠. 조카 예나가 눈앞에 닥친 시련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모 은비가 30년 후의 일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낸 하유지 작가의 필력이 돋보입니다. 

사회 나이는 마흔다섯이지만, 열다섯 살에 멈춘 은비가 미래 사회에 적응하게 해주는 요소로 '최애'를 활용하여 청소년의 감성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선주 작가님의 '미끼'입니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는 SF물이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이라 먹먹함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의 공포가 지속된 미래는 세상을 두 구역으로 구분하여 삶을 박제해버렸네요. 시스템 밖 Z구역의 아이들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A구역으로 넘어가기를 꿈꿉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보물 찾기'는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희망이자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연슬, 채아, 재욱, 현성. 네 명의 아이들이 처음 만나 처음 가본 학교에서 찾은 보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학교'라는 공간의 보편적인 의미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심너울 작가님의 '불법의 존재'입니다. '학교'를 물리적인 공간에서 그리지 않고 확장시켜 미래사회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등장인물들을 구체화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선각자인 테온과 히파티아 부녀의 자비롭고 균형 잡힌 사고와 프로그램에 입각한 로봇 아리의 판단이 대립하다가 끝끝내 아리가 감화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 소설마다 작가노트로 집필 의도를 가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에 대한 감상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해 보고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글을 되새겨보는 여유를 가졌네요.



네 명의 작가가 그려낸 미래의 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 꿈을 키우는 오늘로 찬란한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이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하는 '학교'에 다들 놀러 오세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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