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제목부터 가슴을 파고드는 소설이다. '양푼이'라니!
양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비빔밥'이다. 갖가지 재료와 고추장, 밥을 한데 담아 참기름 한 바퀴 두르고 싹싹 비벼 만든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바로 그 비빔밥 말이다. 특히 덜지 않고 숟가락 하나씩 들고 같이 떠먹으면서 눈길을 나누는 순간에 온전한 행복이 스민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김지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작품은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 작품을 읽으면서 따뜻한 위로와 감명을 받았다면,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작품은 읽는 내내 과거의 나로 돌아간 듯 가슴 뛰는 시간을 선사하였다. 그 시절 함께 하는 순간뿐 아니라 온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도 부족했던 중학생 시절의 나와 친구들이 떠올라 행복하면서도 슬프고 아련한 기분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하고 그리운, 수다스럽고 끈끈하고 우당탕탕 기운 넘치던 시간들이, 얼굴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떠들던 그 아이들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네 고통은 곧 나의 고통,
내 아픔은 곧 너의 아픔이야.
우리는 널,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시래, 예은, 보민, 종희. 이 네 친구들이 나누는 진한 우정을 또래 아이들이 겪음직한 현실감 넘치는 사연들로 잘 그려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지지대가 되어주는 단단한 우정이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네 친구들이 각자 성향과 기질을 배려하면서 유대감을 쌓아가는 모습은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를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사정 때문에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을 김지완 작가는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예은이의 첫 연애, 보민이의 거식증과 강박, 종희의 아빠를 향한 애증, 시래의 꿈. 네 친구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은 각자의 무게와 밀도를 지닌 채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네 친구들은 따뜻하고 다정하게 곁에 있어주고 속마음을 경청해 주면서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준다.
이 소중한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양푼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모든 것들을 한데 잘 담아 버무려 양푼이 빙수, 양푼이 비빔밥이라는 새로운 맛과 색채를 지닌 추억을 쌓아주고 있다.
혼자 울게 두지 않을 것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해진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친구들은 어느새 주변의 아픔까지 살필 줄 아는, 아름다운 이들로 성장하였다. 강요하고 통제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유리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너 처음으로 안 이상해 보여.
처음으로 아주 멀쩡하고 평범한 애처럼 보여."
중3 열여섯 살, 그 마지막 날 밤을 함께 보내고 열일곱 새해 아침을 맞이하였다. 마지막 날 밤, 서툴러서 아프고, 사랑받지 못해서 아프고, 소중한 이에게 이해받지 못해서 아팠던 열여섯 살 자신에게 안녕을 고했다.
"잘 가, 나의 열여섯 살아.
나 솔직히 너 때문에 힘들었어.
그렇지만 전부 기억은 할게.
잊지 않을게."
이토록 선명하게 솔직하고 당당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린 시절 추억 한복판 친구들과 울고 웃던 나를 만난 듯 황홀했다. 그들이 나아갈 내일이 화창한 날만 계속되지 않더라도 괜찮으리라. 지난날 아프고 슬퍼서 움츠려든 등을 쓰다듬던 따스한 손으로 서로를 잘 잡고 있을 테니까.
벌어진 상처보다 더 넓은 범위로
새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