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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ㅣ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인의 질병이라 불릴 만큼 만연해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수면 장애,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마음속 무의식이 표출되는' 것이다. 물론 왜곡되고 변형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의식에서 억압되었던 무의식을 꿈을 통해 경험하게 되면서 일부 해소되거나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시드 드림/ 강은지 장편소설/ 창비
제5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 수상작인 강은지 작가의 [루시드 드림]은 '우울증과 꿈'을 연결시켜 놀라운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다. 암담한 절망 속에서 갈팡질팡하다 무게중심을 찾아가는 청소년들 그리고 사람들의 연대를 과장 없는 서술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사람으로서 명치께가 아릿해졌다.
세상에 '꿈 바이러스'가 퍼져 어른들이 잠들어 버렸다. 금방 깨어날 줄 알았던 남겨진 사람들은, 아이들은 점차 생존을 위해 연대하기 시작하였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수면자들을 돌보고 자신의 내일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어른이 잠들고 멈춰버린 세상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다.
가끔, 다 꿈같아.
엄마 아빠가 꿈속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
가까운 미래 2029년,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세계에서 해길고등학생 2학년 강희·강석·홍주·윤서·찬미·준영·동혁·동준 등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치열한 분투가 그려진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강석을 중심으로 수면자들을 위한 생명 유지 장치 배터리와 수액 그리고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위험과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는 여정은 먹먹함을 불러왔다.
다들 난생처음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에 혼란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뛰어들어 온몸으로 부딪쳐 나아가야 했다. 이 가여운 아이들의 절망과 불안 그리고 배신감을 어떻게 감싸 안아줄 수 있을까. 그들이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순간, 눈물이 터져버렸다.
어른은 왜 잠들었을까?에서 시작된 질문은 왜 깨어나지 않을까? 우리는 버려졌나?로 이어지면서 세상의 혼란과 무질서는 심해지고,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 또한 달라지기 시작한다.
엄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조부모와 조손 등 다양한 가족의 관계와 상황이 묘사된다.
고전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처럼 제각기 다른 형태를 띤 현실의 가정을 만날 수 있다. 그 안에서 사랑받고 행복하거나, 상처받고 아파하고 절망한 아이들이 열악하고 두려운 환경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수면 상태의 부모를 꿋꿋이 지켜내고자 하였다. 어른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 데에 대한 배신감을 뒤로 한 채 아이인 자신들이 어른을 끝까지 믿고 지켜냈다.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냐 아이냐 구분하는 기준이 단순히 연령에 있을까? 성년과 미성년의 구분이라면 모를까 어른과 아이의 구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통상 사회에서 '어른'이라 '부모'라 칭하는 '나'라는 사람도 '진정 내가 어른인가?' 자신이 없다. 그냥 노력할 뿐이다.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이 더 나은 내일로, 결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믿으며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루시드 드림]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과정 그리고 믿음은 존경스럽다. 규칙이 사라진 세상에서 소중한 이들을 지키면서 어려움에 처한 낯선 이들에게, 미처 살피지 못한 같은 학교 친구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고 안아줄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은 성장했다. 단단해졌다.
다들 무사히 깨어났으면 좋겠어.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
우리의 삶은 대부분 소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옆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 혹은 투닥거리는 아이들, 먹을거리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냉장고를 여시는 부모님…… 반복되는 일상에 무던해지고 하찮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그 일상에 자그마한 균열이라도 생기기 시작하면 우리는 쉽게 무너져버리기 십상이다.
수면자는 달콤한 목소리를 따라 꿈의 세계에 들어가 행복한 가짜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평온한 미소를 띤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깨어나기를 바라기도,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어떤 게 정답일까? 아무래도 나도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언젠가는 깨어날 거라고,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기다리고 싶다.
루시드 드림, 자각몽은 '꿈의 세계'가 가짜라는 걸 안다.
루시드 드리머의 존재가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자기가 겪은 고통과 상실이 이 세상에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이들이니까.
[루시드 드림], 행복하기만 한 꿈의 세계에서 깨어나 현실의 세계에서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