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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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소설인가 싶었던 커버와는 달리, 책을 읽고 덮고 나서 본 책 커버는 왠지 처연한 기분이 든다. 그네를 타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되찾고 싶었던 여름에 대한 이야기. 《여름을 되찾다》는 초등학생 연쇄 실종 사건과 다윗 스트라이트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여름방학을 되찾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여름을 되찾다. p.352

 

 

기노하라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명씩 실종되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이 반복된다. 알고 보니 학원 다니느라 여름 방학이 다 지나버린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일으킨 소동이었던 것.

 

깜찍하다 싶을 정도로 트릭을 써가며 어른을 속이는 아이들의 반란. 한데, 아이들은 왜 굳이 실종 사건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소동을 일으키는 걸까? 과연 아이들의 장난 같은 귀여운 소동으로 넘겨도 되는 걸까? 취재차 방문했던 사사키는 이 연쇄 실종에 평범한 놀이와는 다른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란 촉이 발동하는데...

 

아이들은 괴도 다윗 스트라이트? 성명서를 남기며 홀연히 사라진다. 잡지 기자 사사키는 기노하라 아파트의 실종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지난 캠프 방화사 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아이들이 남기고 떠나는 성명서에 존재하는 '다윗 스타라이트?'는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사건의 주요 아이들은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로 '가족이 없는 집에 가서 지낸다'라는 아이디어를 연쇄 실종으로 발전시킨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윗 스타 라이트에 걸맞게 여섯 아이들이 협력하며 트릭으로 어른들을 속이는데...

 

아이들은 단순히 학원 다니느라 빼앗긴 여름 방학을 되찾고 싶었던 것일까??

 

사립 중학교 입시 준비로 여름 방학 내내 학원에서 보낸 기시하라 아파트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입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면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시하라 아파트의 아이들은 경제적 형편도 넉넉지 않은 한 부모 가정이 대다수이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비싼 학비와 학원비를 감내하며 이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었던 것이다.

 

《여름을 되찾다》는 잡지사 신입 편집자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전개해 나간다. 아이들의 수를 읽어나가는 어른의 지혜의 대립 구도는 물론이고, 아이들끼리 똘똘 뭉치면 의외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더욱 돋보였던 것은 진실을 밝히려는 아이들의 진심이었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순수한 동기가 어른의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이들은 단지 억울하게 누명 쓰지 않고 괴롭힘당하지 않으면서 함께 어울려 놀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사는 지역으로 친구를 나눠서 사귀는 것은 어른들이 그어놓은 선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 한 명 한 명 다 함께 사이좋게 놀고 싶다고, 친구를 믿는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어느 순간 소름이 쫙 돋기도 했다.

 

아이들의 실종 사건과 캠프 방화 사건이 맞물리며 미스터리는 점점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과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는데 진심이었던 사사키는 사건의 베일을 겹겹이 벗겨내며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살아갈 이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한다. 사사키라는 캐릭터를 통해 '책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동시에 결국 이 세상은 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전한다.

 

미스터리 소설 《여름을 되찾다》는 '은폐하려는 어른들로부터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되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누가'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나가며 재미와 교훈을 남겨서 읽을수록 빠져드는 것 같다.

 

'명랑하고 서정적인 작풍으로 사랑받는 미스터리 작가'라는 오카자키 다쿠마의 수식어가 딱 어울렸던 《여름을 되찾다》 술술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잔인한 스릴러는 힘든 분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로 추천한다.

 

" 취재란 것은 말이지, 80퍼센트는 헛스윙만 계속하는 거야. 그 헛스윙은 결코 쓸데없는 게 아니야. 의미 있는 헛스윙이다. " p. 270

 

"그런데 저희 같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턱대고 의심하니까, 아이들도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아이가 안심하고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쌓아왔더라면 처음부터 이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것은 물론 저희 교사들에 대한 자계의 의미에서도 드리는 말씀입니다." p.380

 

" 네 잘못이 아니다. 그 말로 남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을 포기해버린다면 결국 무엇을 하든 말든 다 똑같아질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안일하게 구는 거나 마찬가지다.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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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원이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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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상처 하나는 지니고 살아가기에 우리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나를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안내한다.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저자는 심리 상담 시간을 상담사와 내담자가 함께 추는 춤이라고 말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루를 봐야 할 지 막막한 내담자를 상담사가 한 스텝씩 리드해 나간다고 한다.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막막한 순간이 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친구나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해결되지 않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의 마음을 정확히 진단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솔루션을 제시받으면서 먹구름이 끼었던 나날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고 단단해지는 과정이 누군에게나 필요하니 말이다.

 

언젠간 내가 좋아하는 걸

실컷 하면서 살 거예요.

 

이는 저자가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내담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라고 한다. 왜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하는 걸까? 시간에 쫓겨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실은 아직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모르거나, 아직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세상은 내 바람대로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려서는 대학에 가면, 대학생이 되면 취업하면 해야지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만, 정작 직장인이 되면 휴가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어른들이 왜 그리도 청춘의 시간을 강조하시는지 이제는 알 것만 같다. 하루하루가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마음껏 하며 살아가자 다짐해본다.

 

마음이 답답할 땐, 마음을 툭 터 놓을 수 있는 상담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마음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평범한 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한다고 하니, 팟캐스트를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밖에 없다. 행위와 말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 행위보다 강하고 생각은 말보다 강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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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후드 -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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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보다 약한 존재를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동물적인 본능이다. 《와일드후드》는 모든 날것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기에 꼭 배워야하는 어른이 되는 삶의 핵심 기술을 알려준다.

 

'모든 동물은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부터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

 

와일드후드란,

종種에 관계없이 청소년기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을 가리킨다.

보통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 때 시작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4가지 기술을 익히면 끝난다. 지구상 모든 동물은 번듯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안전 확보와 사회적 지위 협상, 성적 욕구 제어, 어른으로서의 자립 등 4가지 기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저자는 모든 동물은 '10대'를 거친다는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10대, 청소년기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세상 모든 날것의 성장기를 읽다가, 고등 동물인 인간은 가장 높은 지능을 지닌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의 품에서 제일 늦게 벗아나는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부모라는 가장 완벽한 갑옷을 평생 입고 살아갈 수 있다면야 걱정할 바 없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필드에서 홀로 살아갈 능력을 터득하지 못한 채 부모라는 갑옷이 벗겨진다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 시기를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걱정 없이 학업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와일드후드》는 사회에서 나를 안전하게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충분히 학습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삶의 4가지 핵심기술 ◎

▶ 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 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 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 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와일드후드를 지나고 있는 인간과 동물은 포식자에게 무지하다. 이 시기에 인간과 동물은 경험이 부족해 공격자와 착취자의 눈에는 쉬운 사냥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이들은 포식자 학습을 통해 공격하려는 포식자를 인지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배워야 생존 확률이 커지고 자신감 있는 성인기에 접어들 수 있다.

 

와일드후드 p. 41

 

와일드후드는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켜내고,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와일드후드》를 읽으면서 종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라면 새끼가 청소년기에 이르기 전까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문장, 그리고 인간의 와일드후드 종료 시점을 확정 지을 수 없는 점에서 혼잣말을 하게 되었다. "이래서 '금수보다 못한 놈'이라는 말이 있구나!". 동물들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청소년기가 되기 전까지 목숨을 다해 새끼를 보호하는데, 가장 진화했다는 인간이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뉴스에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자취를 감출 수 있으려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와일드후드》는 "인간에 대한 통찰로 가득한, 매혹적인 책"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찬사처럼 연약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다.

 

어쩌면, 인생의 결과는 질풍노도의 와일드후드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세상은 호시탐탐 연약하고 속이기 쉬운 상대를 노린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자가 전하는 삶의 4가지 핵심기술을 충분히 터득해야 한다.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인생의 지혜는 성실히 공부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삶인 것 같다.

 

어른으로 삶을 살아가는 기본 네 가지 기술을 익히고 싶은 분들, 청소년기 아이를 자립형 어른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자신을 넘어 타인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는 순간에

어쩌면 와일드후드가 끝나고

성인기가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일드후드, 캐스린 바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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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IT 상식사전 - 챗GPT부터 웹 3.0, 블록체인, 양자컴퓨터까지 디지털 시대 필수 교양서
윤진 지음, 이솔 그림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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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앞당긴 디지털 레볼루션으로, 디지털을 모르면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만화로 보는 IT 상식 사전》은 챗 GPT부터 웹 3.0, 블록체인, 양자컴퓨터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IT 상식을 만화로 쉽게 개념 정리 시켜준다기에 펼쳐보았다.

 

《만화로 보는 IT 상식 사전》에서 놀라웠던 것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1992년에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메타버스란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메타버스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메타버스는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연결하는 세상을 말하며, 라이프로깅, 증강현실, 거울 세계, 가상세계 네 가지로 구분된다.

 

라이프로깅은(Lifelogging)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록을 글, 사진, 영상으로 남겨 서로 공유하는 세계를 말한다. 이를테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해당된다. 느낌상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고 실생활에 들어온 지는 불과 몇 년 안 된 것 같지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메타버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증강 현실은 한동안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을 예로 들 수 있고, 거울 세계는 카카오 맵이나 위성 영상 지도처럼 실제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나타내되, 정보적으로 확장된 가상세계를 말한다고 한다.

 

이처럼 비슷한 듯 조금씩 쓰임이 다른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유도한다. 스마트폰과 접목하여 일상에 녹아든 메타버스의 미래는 또 어떤 세상을 구현할지 기대된다.

 

이외에도 블록체인은 어떻게 채굴되는지, 대체불가 NFT 그리고 양자컴퓨터의 미래까지 현시점에 알아야 할 디지털 세계의 핵심을 다루기에 IT 문해력 지수가 조금 레벨 업 되는 기분이다.

 

특히 듣는 순간 어렵게 느껴지는 IT 단어를 웹툰 보듯 부담 없이 술술 보다 보면 이해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AI 문해력이 필수인 시대는 물론이고, AI라는 도구를 잘 쓰는 사람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고 한다.

 

IT 상식을 높이고 싶은 분, 특히 디지털 문맹이라면 《만화로 보는 IT 상식 사전》으로 IT 문해력을 높여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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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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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싶으면서도 나를 웃게 만드는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하게 느껴진다. 《항구의 니쿠코짱!》의 주인공 니쿠코짱이 그런 사람이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반전 힐링 스토리로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나쁜 남자한테 이용만 당하던 니쿠코짱은 떠난 남성을 쫓아 북쪽의 작은 항구마을까지 왔다가 인생 고깃집 '우오가시'를 만나 니쿠코는 식당에서 일하고 거처를 제공받아 니쿠코와 기쿠코는 항구 마을에 정착한다. 그렇게 3년이 흘러 기쿠코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 니쿠코짱이 부끄럽게 느껴지는데...

 


 

니쿠코는 151cm 67.4kg, 작고 동글동글한 외모가 꼭 마트료시카 같다.

통통해서 고기 살점이란 뜻의 '니쿠'라 불리지만,

38년간 남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순진함에,

외모 콤플렉스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 기분 따라 살아가는

천상 낙천주의자 무한 긍정의 엄마다.

 

반면에 엄마와 이름이 같지만 생김새는 전혀 딴판인 딸 기쿠코는

마르고 귀엽게 생겨 주변의 호의를 사고,

집에 오면 TV부터 켜는 엄마와는 달리 책을 즐겨 읽으며 운동하기 좋아한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사춘기에 접어든 키쿠코의 시선으로 전개하며 기쿠코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지간인 니쿠코와 기쿠코의 숨겨진 이야기로 반전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니쿠코와 있으면 우리 관계가 꼭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쿠코는 여자, 그것도 좀 귀찮은 여자이고 내가 바쁜 남자 같은 느낌이다

항구의 니쿠코짱! p. 75

길을 잃은 인간은

같은 자리를 배회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항구의 니쿠코짱! p. 83

나는 늘 그랬다. 내가 편해지는 쪽만 선택했다. 공격하기보다 공격받는 쪽을 골랐다. 그렇다고 공격받기 위해 내가 먼저 나서서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미리 예방책을 세워놓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게 도망쳤다.

항구의 니쿠코짱! p.259

 

사실 니쿠코는 호감 가는 외모도 아니고, 취향도 촌스럽고 가난하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보통의 날을 제일 좋아한다.

비록 힘들게 살아왔을지언정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켜 나간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모두가 그녀를 사랑한다.

쪼끄만 꼬맹이가 엄마를 바라보던 시선, 조금 컸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새로운 연애 상대를 만나는지 불안해하는 영락없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하지 못하고 눈치 보는 아이.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에게는 이유가 있는 법이듯, 기쿠코의 시선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기쿠코가 니쿠코에게 속마음을 터놓는 장면과 기쿠코가 어린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과정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애니메이션 원작 소설로 국내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소개되었다. 영화보다 책으로 감동과 여운을 더 크게 느끼기에 아직 영상을 접하지는 않았으나, 워낙 소설을 재밌게 읽은 터라 영화로는 또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져 조만간 영화도 볼 예정이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았다면, 기쿠코와 니쿠코의 숨겨둔 이야기에서 눈물을 쏙 뺏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전개임에도 감정선을 사로잡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마무리까지. 힐링 소설 러버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니쿠코짱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의지하며 살아가는 연대의 힘과 따스한 감동에 미소 짓게 된다. 운명에 무너지지 않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니쿠코짱처럼 보통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히 웃으며 살아가는 긍정의 나날들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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