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이혼율이 높은 만큼 재혼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안녕, 크림소다》는 재혼 가정 자녀의 가족관에 대해 그려내는 동시에 아련한 첫사랑에 위로받고 흔들리는 청춘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냈다.

 

대학생이 되어 자립했으나 삶이 버거운 도모치카와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 와카나라는 든든한 선배의 만남도 우연은 아니다. 엄친아 같은 와카나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 와카나도 도모치카도 재혼 가정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하나로 뭉쳐야만 한다는 가치관 앞에 숨 막히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지만 저자 누카가 미오는 부모의 재혼이 아이에게 주는 영향을 그려내며 바람직한 가족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가족 따윈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큰 죄야?"라고 질문하는 와카나를 보며 가족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인간을 억지로 가족의 틀 속에 데려오려 했던 도모치카 두 가정을 통해 '완벽한 가족'을 꿈꾸며 탄생한 재혼 가정은 그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는 누군가가 있음을 그려낸다. 결국 이혼 가정도, 재혼 가정에서도 상처받는 것은 아이라는 사실을 재조명한다.

 

도모치카와 와카나는 완벽한 가족이 되려고 불편함을 감수하느라 숨 막히는 삶을 살기보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숨통 트이게 살아가기를 택하며 한층 성숙해진다. 아울러 잘못된 길을 갔을지라도 멈출 수 있는 용기, 좌절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우정까지 청춘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 다 들어간 부드러움과 청량감이 공존하는 크림소다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듯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탄산소다가 만나 하늘을 향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가는 크림소다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소설 《안녕, 크림소다》는 탄산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더해지기에 드라마로 제작되면 재밌을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거든. 인간이 무엇을 중요시할지, 무엇에서 가치를 발견할지, 반대로 무엇을 포기할지, 그런 것은 타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때로는 스스로도 알 수 없게 될 때도 있고. 나는 나 자신의 가치관을 잘못 알았기 때문에 결국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어." p. 316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게 아니야. 자기 멋대로 혼자가 된 기분에 젖어 있는 거지. 자기 혼자만 완치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이 상처를 준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 -- 아주 제멋대로이고 버릇없는 이기주의자야." p.337

 

"스스로 탈출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독한 올바름보다는,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릇됨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나는." p.3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 - 화폐와 금리부터 부의 축적 원리까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본주의 수업
더나은삶TV(채수앙)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경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알기 위해서다.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탄생 배경부터 자본주의가 기본 작동하는 원리까지 자본주의 필수템을 소개해 자본 시장의 큰 흐름을 읽어 내도록 안내한다.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거의 역사와 경제적인 요소가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어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구조부터 투자전략, 부의 축적 원리 등 6개의 큰 파트에 자본주의에서 꼭 알아야 할 86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3분 언저리에 소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소개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내용의 깊이도 사회에서 필요한 교양과 상식적인 선에서 언급하기에 따분하지 않아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특징인 것 같다.

 

 

 

  1. 자본주의의 시작

  2. 자본주의와 화폐

  3. 자본주의의 경제구조

  4. 자본주의의 투자전략

  5. 자본주의의 성공 마인드

  6. 자본주의에서 부의 축적 원리

 

개인적으로 86가지 소주제 중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생겨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미국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인해 3,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시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도시 기능은 물론이고 금융 기능까지 마비되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시작되고 은행의 도산을 염려해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한다. 미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천재지변으로 인해 1907년 금융 공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이때, 금융 거부인 JP 모건을 비롯하여 금융권 인사들이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자금을 투입하여 은행의 연쇄적 부도라는 금융위기를 막아낸다. 이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공론화되어 민간의 자본을 모아 은행들이 주주가 되는 형태의 연방준비제도(FED)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한국의 한국은행,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 일본의 일본은행처럼 중앙은행이 국가의 소유인 것과는 달리 민간은행들이 주주인 민간기업이라는 부분이 특이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이사들의 임명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고 최종적으로 상원 의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일정 배당금을 제외하고 화폐 발행의 수익은 미국 재무부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통제하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를 누릴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 놓치는 사람도 많다. 이 행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본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앞서가는 자본주의 어른이 되고 싶다면,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흐름을 따라가며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에 대해 하루하루 이해해 나간다면 저자의 유튜브 채널명 대로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지켜내는 연습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 처방전
브리애나 위스트 지음, 이상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은 척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 있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치유의 마법사 브리애나 위스트는 《나를 지켜내는 연습》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 처방전을 제안한다.

 

최고의 자기애는

불행한 삶을 더 이상 참지 않는 것,

그리고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나를 지켜내는 연습》는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 17가지를 알려주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자기 파괴의 12가지 증세를 통해 변화가 필요한 때인지 판단하고 알아차릴 것을 권한다.

 

◆ 변화가 필요한 자기 파괴 증상 ◆

  1.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을 더 잘 안다.

  2.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3. 문제를 회피한다.

  4. 실제로는 어떻든 괜찮아 보이려고 노력한다.

  5. 최대 관심사는 남들의 호감을 사는 것이다.

  6. 실은 자기감정이 가장 두렵다.

  7. 왜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맹목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8. 자신의 대처 메커니즘만이 문제라고 여긴다.

  9. 잠재력보다 의혹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10. 모든 것을 다 챙기려고 한다.

  11. 누군가 나타나 원하던 삶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12.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기 돌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행동으로, 기본적인 안전욕구를 비롯해 영양 공급, 숙면, 깨끗한 환경의 삶, 적절한 옷차림 등의 욕구도 존재한다. 이 욕구들을 스스로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자기 파괴를 극복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밤에 잘 자면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집이 정돈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워지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가 채워져야 자기 파괴의 악순환을 끊고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갑자기 마음을 사로잡으며 휘몰아치는 거대한 돌파구가 아니라 사소한 전환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변화를 유지하는 비결은 극적인 행동이 아니라 습관 바꾸기다. 이 패러다임 전환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덧붙인다. 즉, 매일 우리가 하는 행동이 삶의 질과 성공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성공과 행복, 치유와 온전함을 이끄는 행동 습관을 만드는 것 역시 잠재의식임을 기억하며, 스스로 마땅히 누릴 자격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자아를 재편성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는 7년마다 신체의 세포가 계속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며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과거를 놓아보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통해 치유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면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방법을 소개하며 과거에서 머무르기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권한다. 먼저 두려움과 대면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해 보며 현재 삶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미래의 자신에게 질문을 퍼부으며 안내를 요청하고, 새로운 삶으로 가는 열쇠를 건네받는다고 상상하며 미래에 멋진 인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결국 나의 인생은 나만이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다면 스스로 가치를 두고 중요하다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삶에 맞는 일상의 원칙을 세우며 삶을 정비해야 한다. 《나를 지켜내는 연습》에서 마지막 장에 정신적 강인함을 키우는 훈련을 소개하며 단단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마무리한다.

 

삶은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주도적으로 즐기며 살아가야 함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나의 원칙으로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인생은 스스로 파도를 일으키는 것

그리고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

p. 2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껏 본 적 없는 최장 제목의 책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은 정지돈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은 네 편의 단편 소설과 안은별 작가의 한편 그리고 대화록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소설이 걷는 것을 묘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시 또한 마찬가지다. 시는 걸음을 영원한 행위로 만든다. 또는 순간으로." p.9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中

 

독서욕을 일으키는 작가라더니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걷는 것을 묘사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움직임, 모빌리티라는 공통된 주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에서 이만희의 '휴일', 루소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등의 소재를 활용해 러닝타임, 휴머니즘과 자유의지와 죽음 등 사유의 흐름대로 끊임없이 수다가 이어진다. 마치 팟캐스트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새로운 형식의 단편집이라 다소 난해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단편 『내부 순환』에서 21세기 문학이 필요한 것은, 지금 시대에 부족한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방가르드, 실험 문학, 시대로부터의 탈출이라며 '말은 홀로 내버려 둬야 한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게 된다.

또한 소설 중 '소설이라기 보다 소설을 향해 느리게 전진하는 연속적인 메모들의 모음이었다.'라고 묘사한 미치 미치의 소설처럼 프레임에서 탈피해 새로운 장르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 이 또한 단편 소설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정지돈 작가가 '모빌리티'라는 주제를 여러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가 아닐까.

 

살아있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니 시간 감각이 달라지면, 필요로 하는 욕망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라는 매체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연결되는 '모빌리티'로 자리할 수 있음을 독보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새로운 단편을 접하고 싶다면,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뽑은 올해의 책 《트러스트》는 월가의 천재적 투자가와 아내의 이야기를 네 명의 시선으로 전개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트러스트》는 네 편으로 구성된 소설로, 1920년 대 월가의 전설적인 거물 앤드루 베벨과 그의 아내 밀드레드 베벨에 대한 이야기를 네 명의 시선으로 전개한다. 해럴드 배너의 '채권', 앤드루 베벨의 '나의 인생',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을 기억하며', 밀드레드 베벨의 '선물'까지 화자가 달라질 때마다 무언가 조금 다르지만, 서로 맞물려가며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들의 진실은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신뢰할 수 있을까.

 

1920년 대공황에서 더 큰 번영을 이룬 앤드루 베벨의 성공 신화를 소설가 해럴드 배너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채권'을 완성한다. 앤드루 베벨을 미국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작전으로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한 인물로 비난하고, 밀드레드는 남편의 부를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사회에 환원하였으나 정신병에 걸려 죽는 비극적인 결말로 묘사한다. 2부 앤드루 베벨은 자서전을 통해 밀드레드는 탐서가이자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는 쇠약한 여인으로 그려내 아내의 명예를 회복하고, 금융 사업가에 대해 예찬하며 앤드루가 사업가로서 출중한 능력을 지님을 주장한다. 3부 회고록은 대필 작가의 시선으로 자서전은 앤드루의 입맛에 맞춘 글임을 고백하며, 그가 숨긴 진실이 무엇인지 세상에 드러낸다. 마지막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를 통해 밀드레드 베벨의 실체가 공개된다.

 

죽기 전까지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앤드루,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밀드레드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앤드루 베벨은 왜 그리도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를 감추려 했으며 밀드레드 베벨이 총명하지만 음악과 소설을 좋아하는 여인으로 묘사하려고 했는지. 명예를 회복시키기보다 평범한 아내상으로 그려내기를 바랐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니까 말이다.

 

저자는 인간이 부에 대해 열망하는 이유를 자연은 아무것도 안정적이지 않으므로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돈과 성공에 대한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트러스트》에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앤드루 베벨을 통해 돈과 사랑 그리고 명예까지 지키고 통제하려고 하는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주며, 마치 범죄 현장이 없는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트러스트》는 읽을수록 매력 있는 소설이다. 금융 시장을 조망하는 앤드루의 통찰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소설을 찾는다면,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p. 173

모든 금융업자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금융이란 인생의 모든 측면을 관통하는 실이기 때문이다.

p. 201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서사시든 비극이든 결정적인 장면의 주연이어야 한다.

p.201

과거가 우리에게 무엇을 건네주었든,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 내는 건 우리들 각자에게 맡겨진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