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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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에 이어서 《삼국지 기행 2》는 조조의 동작대 건설로 시작해 위나라의 삼국 통일로 삼국지 기행 여정을 마무리한다.

 

《삼국지 기행 2》삼국지 여정

 

진시황의 아방궁에 비견될 업성과 3대(동작대, 금호배, 빙정에 대)가 업도(하북성 임장)

손권이 적벽대전 승리 후 건업에서 옮긴 오나라의 새로운 수도 악주(호북성 무창)

방통의 첫 부임지 뇌양 (호남성 형양)

손권일가이 집성촌 용문고진(절강성 부양)

촉도의 목구멍 부성(사천성 면양)

익주 점령의 교두보인 가맹관(사천성 관원)

파촉의 요충지이자 장비가 7년을 다스린 낭중고성(사천성 낭중시)

관우와 노숙의 단도부회로 만난 청룡주(호남성 익양)

장료의 8백군사로 손권의 십만 대군을 무찌른 합비전투의 소요진(안휘성 합비)

교통의 요지 한중의 양평관(한중시 면현)

삼국이 노린 요충지 형주(호북성 형주)

관우의 유체가 매장된 관릉(호북성 당양)

장비묘가 있는 운양(사천성 중경)

유비가 서거한 백제성(사천성 봉절현)

조조묘인 고릉(하남성 안양현)

한나라 마지막 황제 헌제가 조비에게 선양한 산양고성(산동성 초작시)

제갈량이 맹획을 7번 잡았다 7번 놓아주며 회맹한 곡정 (운남성 곤명)

촉나라 요충지(사천성 광원시)

마속이 진지를 쳤던 백경원(간수성 천수시)

제갈량이 죽음을 맞이한 오장원(산시성 보계시)

강유가 지키려 한 촉의 마지막 요새 검문관(사천성 광원시)

오나라 마지막 격전지 서재산(호북성 황석시)

 

《삼국지 기행 2》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오나라 손호의 항복을 받아내며 삼국을 통일한 장면이 아닌,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다짐하며 일으킨 전쟁, <삼국지>에서 관도대전, 적벽대전과 더불어 3대 대전으로 꼽히는 이릉대전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이릉대전'을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위해 일으킨 사사로운 전쟁으로 묘사했지만, 유비에게 그리고 촉나라 입장에서는 운명이 걸린 대전이라 할 수 있다. 형주 없이 익주만으로는 제갈량의 천하 삼분지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본 만화 삼국지에서 관우의 죽음에 원통해하던 장비가 관우에 대한 복수심에 이성을 상실해 술에 취해 부하들에게 난폭하게 구는 장면이 생생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릉대전에도 <삼국지연의> 페이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손권이 제갈량의 형 제갈근을 통해 형주를 돌려줄 테니 다시 협력하자는 제의가 있었다고 한 점, 황충이 분전하다 사망한 것, 관흥이 참전하여 반장을 죽인 것, 장비를 죽인 범강과 장달을 손권이 유비에게 보낸 것 또한 나관중이 지어낸 허구라는 것이다.

 

결국 유비는 이릉대전에서 무참하게 패하고 만다. 천하의 조조도 속였던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오나라의 육손을 과소평가한 교만 그리고 전쟁을 말린 제갈량과 조운의 의견을 무시한 독단으로 인해 한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문학작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여 받아들이기보다는 소설적 재미와 소설이 주는 감동과 교훈에만 심취되어 온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세태를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에 유리한 건 과장하거나 신격화 시키고 불리한 건 없애버리거나 사실과 다르게 바꿔 버린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역사인지 소설인지 구별하기 애매하다. 또한 중화 문화 콘텐츠 양산은 전 세계를 중국화 하기 위한 중화 제국주의화의 숨어있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에 역사와 허구를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중국이 고구려 역사와 문화와 영토를 자신들의 것이라 왜곡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하기에 <삼국지연의>를 제대로 읽기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각 장마다 느껴졌다.

 

삼국지 영웅들의 자취를 따라 영웅들의 인간 군상을 돌아보며 처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삼국지 기행 》시리즈는 삼국지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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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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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의 여왕'이라 불린다는 앨리스 피나의 《가위바위보》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페이지터너 스릴러 소설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부부가 있다. 그러나 엄연한 룰이 있었다. 룰만 지키면 둘 사이는 안전하다. 아내는 가위, 남편은 보. 언제나 정답은 아내가 이기는 결말이니까. '내 남편은 내 얼굴을 못 알아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가위바위보》. 책을 다 읽고 다시 첫 문장을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가위바위보로 정할까?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가 있다. 두 사람은 매년 결혼기념일 전통에 따라 종이, 구리, 양철 등으로 만든 선물을 교환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편지를 쓴다. 결혼생활의 명암을 적나라하게 담은 비밀 기록이다. 어느덧 결혼 10주년을 맞아 그들 부부는 함께 주말여행을 떠나 점점 틀어져 가는 사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세상사도, 사람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가위바위보 中 p.342

 

아멀리아와 애덤 부부는 스코틀랜드의 한 예배당을 숙소로 제공한다는 이벤트 당첨 메일에 주말여행을 떠난다. 인적이 드문 예배당은 으스스 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2층 침실은 자신들의 침실과 매우 흡사해 무언가 석연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폭설에 갇혀 되돌아갈 수도 없는 판국에 물도 안 나오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은 스릴러 현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가위바위보》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아내 아멀리아, 실인증을 앓는 시나리오 작가 애덤, 로빈의 시선이 교차되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남편에게 편지를 쓰는 아내의 편지가 살을 붙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아멀리아와 애덤,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분위기의 로빈까지 누가 범인으로 그려져도 이상하지 않도록 저자는 독자의 감정선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해 보통 1/3 정도 읽으면 대충 윤곽이 잡혀 전개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위바위보》는 반 이상을 읽고 나서야 어색했던 퍼즐 조각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며 놀라운 비밀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긴장의 끈을 빨리 놓았다가는 뒤통수 제대로 맞을 수 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까지만 언급해야겠다. 앨리스 피나의 다른 작품들도 한국에 얼른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결혼기념일 전통, 올해의 단어 등 특별한 이벤트로 삶을 채워나가는 로맨틱한 분위기도 또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넷플릭스 TV 시리즈 영상화 확정되었다는 《가위바위보》, "속도감 무엇? 진짜 재밌다."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 가운데 주변을 더 믿지 못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트위스트의 여왕'이 수놓은 메리지 스릴러의 서늘한 공포에 흠뻑 취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반전 스릴러 애독자들은 요번 여름에 읽을 책이 너무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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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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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다. 《삼국지 기행》은 삼국지의 배경인 중원을 현장답사하면서 영웅들의 자취를 따라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삼국지를 재해석한다.

 

 

《삼국지 기행》의 저자 허우범 인하대학교 융합 고고학자 교수는 20여 년에 동안 삼국지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닌 자타 공인 삼국지 전문가다. 하여 기존의 삼국지 관련 도서들과는 차별화된 내용을 기대하며 읽어 보았다.

 

 

 

《삼국지 기행》은 실제 역사서인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비교하면서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인들을 사고방식을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는 흔히 삼국지의 내용을 중국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접해 온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진수의 <삼국지>와 비교하면, 사실을 과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없던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 내었기에 70%는 사실이고 30% 허구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인 부분을 자세하게 들어가다 보면 진실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삼국지 기행은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황건적의 난부터 적벽대전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태평교를 창건하고 황건적을 이끌었던 장각의 근거지와 묘지를 답사하며 여행이 시작된다.

 

 

관우가 태어난 해현(산서성 운성의 상평촌)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 결의를 한 하북성 탁주

동탁의 천도한 낙양, 동탁과 연합군이 싸웠던 호뢰관

조조의 고향인 안휘성 박주

최고의 무장 여포가 점거했던 서주

조조의 근거지인 하남성 허창

조조와 원소의 중원 통일전쟁 관도대전이 있었던 관도(하남성 중모)

조조가 하북을 평정하고 들렸던 산해관

유비와 제갈량이 만난 형주

조자룡과 장비가 유비의 아들을 구했던 장판파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장강의 적벽

 

 

 

삼국지 기행 1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적벽대전이다.

 

 

 

총 120회 분량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적벽대전에 대한 부분은 무려 8 회나 할애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 중에서 적벽대전의 비중이 약 7% 정도 차지한다고 하니 하이라이트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의 가장 유명한 전쟁인 적벽대전 역시 아쉽게도 허구적인 내용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제갈량이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서 손권과 동맹을 맺으려 오나라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손권의 신하들을 제갈량의 화려한 언변으로 제압했다는 외교술, 주유와의 십만 개의 화살을 내기한 부분 책략, 배와 배를 연결하는 방통의 연환계, 제갈량의 동남풍,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내용은 나관중이 만든 소설이라고 지적한다.

 

 

삼국지의 무대에서 펼쳐진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금세 1권이 끝났다.

 

 

 

특히 소설과 역사서를 비교하며 해당 유적지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해줘서 평소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국 테마 여행으로 삼국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앞으로 2권은 어떤 일정과 유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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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 16%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건강자산
가토 아키라.간치쿠 이즈미 지음, 김재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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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기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사람이 있다. 노화 속도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최고의 자산은 건강한 신체이듯 《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는 16% 사람들만 알고 있는 건강자산 챙기는 비결을 소개한다.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태어났을 때부터 가졌지만

매일 아무 생각이나 계획 없이 계속 낭비하고 있는

건강이라는 자산

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p.42

 

'16% 사람들만 알고 있다는 건강자산'은 무엇인지 또, 상위 1%나 5%가 아니라 왜 16%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혁신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 비율인 16%는 건강 분야의 정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노후를 대비할 거라 여기고 대입한 수치라고 한다. 건강자산을 운용하는 세 가지 힘을 소개하며, 몸의 시스템을 마스터하고 유전자의 활동 방식을 바꾸는 방법 그리고 유전자에 손을 써서 건강해지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유전자 활동 방식 바꾸는 간단한 방법

채소 많이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배불리 먹지 말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 취하기

 

 

사실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뿐. 노화 역시 나이 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겨왔건만, 《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에서 저자는 '노화'를 죽기 쉬워지는 것이라 정의한다. 단순히 나이 들어 몸이 점점 노쇠해지는 것이 아닌 죽기 쉬워지는 상태라고 하니 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노화와 유전의 세계 권위자인 데이비트 싱클레어 박사는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소개하면서 얼리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테면, 항노화 성분으로 장수 유전자를 촉진시키는 레스베라트롤, 노화 조절 핵심 인자인 NAD를 활성화시키는 NMN 등 항노화 영양제로 쉽게 노화를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그래서 NMN 영양제도 찾아보고, 유튜브 등 이것저것 찾아보았는데, NMN은 아직 임상이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제로 복용하기보다 브로콜리, 토마토 등의 녹황색 채소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채소를 통해 섭취량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영양제나 주사제라는 쉬운 방법을 택하기 전에 노화를 늦추는 웰 에이징 라이프 스타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병을 고치는 건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세포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헬스 리터러시를 향상시켜야 한다. 우선 건강에 대한 자신의 판단 기준을 기르고, 몸의 시스템을 이해하며 유전자에 관심을 두면서 노화를 예방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켜는 웰 에이징 라이프에 한걸음 다가가야 한다.

 

평소 에피 제네틱스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어렵게만 느껴졌었는데 《그들은 이미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는 소설 형태라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웠다. DNA에 대해서 그리고 유전자로 건강을 되찾는 방법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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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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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으로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이 10주년 리커버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어느 잔인무도한 인간을 고발하는 일기 한 편으로 시작하는 《데드맨》은 도쿄에서 27살 남성이 머리없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얼마 후엔 몸통 없는 시신이 한 구 발견된다. 이어서 팔, 다리 없는 시신까지 총 6구의 시신이 발견되며 '아조트 연속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사건 현장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것은 시신의 신체일부 뿐, 원한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사건 현장에서 중년 남성의 머리카락 외엔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는데...

 

나는 살해당한 여섯 시체의 집합이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독립된

한 명의 죽은 사람이다.

그래 '데드맨'이라는 이름을 쓸까?

데드맨 p.196

 

 

그러던 어느날, 사건 담당 형사 가부라기에게 '데드맨'으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들어오면서 사건이 급 물살을 타게 된다. 메일에 의하면,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이 40여년 전의 한 재판 관계자들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범인은 도대체 왜 시신의 머리, 몸통, 팔과 다리 한 쪽씩 잘라내는 엽기적인 살인으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을까. 도대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타인을 생 지옥에서 살게하면서도 죄책감 마저 느끼지 않는 범죄자들을 법의 테두리로 처단하지 못하는 이들의 탄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누구도 살인으로 타인을 단죄할 수 없고,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데드맨》은 데뷔작이라 믿기지 않는 치밀하고 완벽한 플롯의 미스터리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아조트 살인사건과 과거사의 연결고리를 찾는 가부라기 형사가 직감과 근성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동시에 또다른 실종자를 찾아내며 거듭된 반전으로 수사 과정의 전모를 밝히는 동시에 데드맨이 자신의 존재에 다가갈수록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카타르시스까지 중도에 책장을 덮기 어려웠다. 범인의 심리를 파헤치는 두뇌 싸움은 책장 넘기는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번역과 편집도 깔끔해서 간혹 이름과 번역투로 흐름이 끊기는 일본 소설의 단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데드맨》을 읽지 않은 미스터리 소설 애독자라면, 요번 기회에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소설이라 여름 휴가 도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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