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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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10곳 중 7곳이 문 닫는다'라는 말이 옛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존버'란 말이 나올 정도로 회사 밖은 전쟁터니 현재 몸담은 회사에서 내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저자는 대기업 사무직을 거쳐 군산에서 마트를 창업하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평균 내방객 800명, 평균 이익률 7%를 달성했다. 본인의 창업 노하우를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여 조회 수 116만을 돌파해 프로젝트 6회 대상을 받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라는 말도 돈을 벌어본 후에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스타트 업보다 전통적인 자영업이 더 나은 선택이다.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스타트업들의 경우 내부 재정 상태를 보면 오랜 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물론 이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인 선행 투자를 하는 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저자는 1일 객수를 늘리기 위해 보유 고객 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마트 인근 지역의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반경 3킬로 미터 내 한정된 인구 안에서 어떤 마트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가로 경쟁해야 한다. 다시 말해, 후발주자 입장에서 기존 마트가 보유하던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전환하면 보유 고객 수를 늘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할인을 통해 고객을 최대한 유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고객을 획득하는 데 소모된 비용으로 인식한다. 스타트 업계에서 이런 비용을 UAC(User Acquisition Cost, 이용자 획득비용)이라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어진 업무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한 후 청소처럼 작은 일부터 손실 예측 같은 사업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까지 모두 내 업무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나를 도와줄 동료, 선배, 상사가 존재했지만 여기서는 내 뒤에 아무도 없었다. 결정도 고민도 실행도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을 시작하고서야 깨달았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데, 저자는 창업 전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중소형 마트 12곳의 재무제표를 검색해 각각의 매출, 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등을 산출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한 결과 3%의 영업이익률이었는데,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마트를 창업했다. 마트를 시작하고 향후 매출을 측정하기 위해 단순히 하루 매출이나 객수보다 고객의 평균 구매주기, 신규 고객 수, 이탈 고객 수를 중점적으로 파악하여 고객 수 증감 및 재방문율을 확인하고 전략을 짰다. 상시 할인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소액 구매자에게도 사은품을 제공해 재방문을 꿰한 결과 오픈 4개월 만에 월간 활성 고객수(MAU)가 매월 평균 24%씩 증가하며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사업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 사업가의 자질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성공 공식을 찾는데 열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는데, 7~8년 전만 해도 창업가들은 나만의 스타일대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창업가들이 나왔다"라며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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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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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의 첫걸음인 경제 기사를 읽기 위해 나만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기사를 읽으며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수정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다 보면, 경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에 대한 기초가 없어 막연히 어렵다고 포기하는 이들에게 기본 개념과 경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경제는 이론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온다. 따라서 저자는 이론적 정의를 외우기 보다 상황에 맞게 개념을 응용할 줄 아는 데 포커스를 맞추라고 한다.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기에 GDP를 밥그릇에, 금리를 신호등에, 경상수지를 성적표에 빗대어 설명한다. 아무리 경제에 문외한이라 한들 <세상 친절한 경제 상식>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경제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헤드라인을 수록하여 실전에 활용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면,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전체 맥락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를 파악하려면 '공격'과 '수비'를 잘 가늠해야 한다. 공격 측면에서는 GDP를, 수비 측면에서는 부채를 확인하면 된다. 수비가 엉망이면 공격을 잘해도 이기기 어렵다. 아무리 득점해도 상대에게 점수를 계속 내주는 상황에서는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공급이 거의 한정되어 있다. 어떤 회사가 새롭게 상장되거나 상장폐지되는 등 공급에 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말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거나 유가가 폭등한다거나 하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과정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서 결과만 따로 숫자로 정리한 것이 경상수지다. 무역도 시장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때 일부 나라들은 무역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 '무역 장벽'을 세운다. 무역 장벽을 세우는 대표적인 방법은 관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제 입문자들에게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시장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라고 한다. 사회 초년생들은 자신만의 틀이 잡혀있지 않지만, 제대로 된 틀을 갖출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일찍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야 훗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이 한없이 오른다면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쌓을 수 없을뿐더러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기만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부의 확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측면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기회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아파트 '청약'제도 역시 이런 정책 중 하나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밑천이 없을수록 적은 돈으로 장가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멋모르고 주식투자하여 큰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단, 주식을 시작하고 싶으면 공부하여 던져(주식시장)에서 보스(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사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현실은 갓 게임을 시작해 단검 하나를 손에 든 채 용감히 던전을 누비는 쪼렙일지라도 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기에 나만의 기준을 더욱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를 거르는 안목, 그리고 나의 상황과 어울리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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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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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작품을 한국 작가가 소설의 소재로 썼다는 사실, 그것도 조선시대 노론에 탄압받던 천주교인들과 엮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그러나 읽을수록 흥미진진하고 빠져드는 소설이라 감탄했다. 소설 『최후의 만찬』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스펙트럼을 넘어선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에 더 기대를 가져봐도 좋을 듯한 역작이다.

 

사도세자의 에피소드부터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역사시대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의 선조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절묘하게 엮인 탄탄한 스토리가 몰입도를 높였다. 1791년, 정조 15년 전라도 진산군에서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지냈다는 이유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당하였다. 이들은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였다. 조사 과정에서 윤지충의 집에서 발견된 그림 한 점은 사건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모사본이었다. 도화서 화원들은 이 그림을 없애자고 하지만 정조는 서학과 유교의 난세를 풀어갈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 그림에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지고 별제 김홍도를 불러 그림에 대해 검토를 맡긴다.

김홍도는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까닭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고, 시간이 멎은 듯 눈앞이 캄캄하고 어두웠다. 얼어붙은 느낌은 무엇이 될지, 몸서리치는 것도 잠시 삶과 죽음으로 분할된 양자의 선택이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도화서 별제가 말하길 13인의 만찬은 세상의 비밀을 품고 있다 하옵니다. 화성 행차를 앞둔 근자에 노론의 암투와 다를 바 없다 했사옵니다 " 임금은 왕가의 비기를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전해온 비기에는 세상 안에 감추어진 존재들이 득실거렸다.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의 심리뿐만 아니라 순교 소식을 듣고 신앙이 흔들리는 정약용의 심리도 묘사도 탁월하다. "순교란 조용하고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이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약용은 깊이 시름했다. 곡기를 끊고 기도에 묻혀도 글 속에 참된 천주의 신념은 허기로 다가왔고,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을 두려워했다는 부분, 이에 따라 정약용은 신념을 버리더라도 편입하여 살아남는 길을 택하였다. 우리가 어떠한 인간으로 남아야 하는지 고뇌하게 만든다.

 

순교한 여령의 딸 도향이 『왕가의 비기』에 기록된 '불을 다룰 수 있는 돌연변이'라는 설정, 다빈치의 작품에서 장영실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프리메이슨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최후의 만찬』은 200여 년 전 조선시대에 이념과 정치 종교 간의 대 논쟁의 시대상이 반영되었지만 양심과 신념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시사 사하는 바가 크다. "애끓지 마라. 절실하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간절한 것은 절망에 지나지 않음을..." 한 줌 재로 돌아간 기도문의 가치는 죽음에 있을 것인데, 죽음은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며, 부활은 영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약용은 생각했다. 역사의 실존 인물들의 서사로 이어지는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처음 접한 우리 선조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발한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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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행동력 수업 - 지방대 출신 날라리가 억대 연봉을 받게 된 딱 1% 다른 비법
전빛나 지음 / 치읓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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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서 받고 있는 연봉 또한 억대 연봉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학창시절 성적은 전교 석차가 앞에서 한 자릿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며 일류 대학교를 나와서 만점에 가까운 토익과 우수한 토플 점수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까지 하며 대기업에 입사하여 승승장구했을 모범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대기업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 스펙이 기본 중에 기본이며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 고위직 임원들은 일류 대학교가 아닌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고학력자도 아니고 고스펙 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외 유학파도 아닌 지방대 출신이며 본인 스스로도 평범을 뛰어넘어 흔히 노는 날라리에 였음을 인정할 정도로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현재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류대 출신들도 대기업에 입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혹시나 뒤에서 밀어주는 뒷배 든든하거나 기업 총수인 오너 집안의 로열패밀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서 그 자리까지 갈수 있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다. 바로 그것은 행동력이었다.

 날라리 행동력 수업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본인이 겪었던 사회와 직접 부딪치며 깨닫고 느끼며 성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행동력 하나만으로 불가능했던 꿈들을 현실로 이루어 내었으며 특별한 위치가 아닌 평범한 위치에서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저자의 행동력은 저자와 같은 꿈을 꾸고 있거나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될 듯 될듯하면서 먼가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공감과 더불어 결과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저자의 경험적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행동력 하나로 자수성가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인생의 후배들이 그들의 인생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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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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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는 맨부커상 소설가의 지적이고 섬세한 그림 컬렉션이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이다. 줄리언 반스는 제리코의 그림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25년간 다양한 예술, 문화 잡지에 예술에 대한 글을 기고하였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선별해 엮어내었다.

 

지금껏 잘 알지 못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줄리언 반스는 그가 25년간 얼마나 예술에 몰두했었는지 보여준다.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고, 사실주의자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혹독한 오해를 받은 반면 보나르는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타고난 천재 같기만 한 피카소는 차분하고 도덕적인 단짝 브라크를 평생 질투했다. 예술가들의 이면들을 알면서 작품을 접하면 작품 속에서 그의 성격을 찾아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어쩌면 피카소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수 있고, 미로와 클레는 고상한 체하는 사람일 수 있고, 레제는 같은 것만 반복하는 사람일 수 있다. 모더니즘에도 다른 모든 미술 운동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고 진부화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에 맞지 않는 기질을 지녔다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참된 낭만주의자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지녔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1855년, <화실>과 <오르낭의 매장>이 만국박람회에 전시되지 못하자 쿠르베는 직접 전시회를 기획해서 데뷔했다. 이에 대해 보들레르는 "무장 폭동의 난폭함 그 자체"였다고 기록했다. 그때부터 쿠르베의 인생과 프랑스 미술의 미래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내 자유를 얻고 있다. 나는 예술의 독립을 지키고 있다." 그는 이렇게 썼는데, 뒤의 말은 마치 그저 앞의 말을 공들여 다시 표현한 것 같다. p 93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머리를 문처럼 그려. 누군가의 머리가 흥미로우면 난 그것을 아주 크게 그리지." 한편, 그의 그림에는 '개성'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영혼은 그리는 게 아니야." 세잔은 투덜거리곤 했다. "몸을 그려야지. 젠장, 몸을 잘 그리기만 하면, 영혼은-몸에 그런 게 깃들어 있다면- 사방에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단체브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세잔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실물과 닮았다는 점보다는 인물이 거의 실제로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세잔을 가리켜 "우리가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밀도의 재현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했다 p 147

 

줄리언 반스의 지성과 필력이 빚어낸 그의 작품들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게 되는 재미를 선사하기에 거듭 선택하게 된다. 예술은 배경지식이 수반될 때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법인데, 줄리언 반스의 사색이 담긴 이 책은 나를 미술관으로 데려가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큐레이터 같았다. 그의 지성에 한 번 더 놀라게 하고, 그를 더 좋아하게 만든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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