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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알쓸신잡에서 지성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던
도시건축가 김진애박사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내는 통찰 있는 모습을 화면을 넘어서 도시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더
깊이 다가왔다. '도시는 수많은 인간과 욕망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사람이 들어오면 도시는 이야기가 된다'라 말하는 저자 김진애는 도시건축가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간과 욕망이 있으면 이야기가 절로 탄생하듯 도시를 이야기로 접근하면 도시가 새롭게 보인다고 한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는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 예찬, 대비, 스토리텔링, 디코딩, 욕망,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돌연변이와
진화라는 각각의 도시적 콘셉트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면, 도시 안에 있던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고 싶어질 거라
전했다.
도시가 이야기 소재가 되고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책을
읽고 있으면 도시를 기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도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며,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도시를 보며 안목을 높일 수 있게 만든다.
" 신분으로 서로를 규정하지 않을 것,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을 것, 너와
내가 같은 욕망과 두려움, 불안과 겁, 희망과 소망을 안고 있다고 인정할 것,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지 '친밀의 거리'에 대해 공감할 것,
언제든 다가가고 언제든 멀어질 수 있음을 인정할 것, 질척이지 않으면서도 체온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길
것."
저자는 도시의 익명성 속에서 오히려 자유가 커진다고 얘기한다. 서로 낯선
이들과 공존하면서 보다 자유롭고 정의롭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익명성이라는 조건 위에서는 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길을 다니는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익명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광장에서의 환희를 독려하는 것은 순간이나마 도시의 익명성을 넘어서게 하는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길과 광장에 대해 저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있다. 추억, 그리움, 설렘 그리고 부러움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문화 유전자'로
사람들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길과 광장이 끊임없이 재소환되는 현상을 봐도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는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대안을 찾고 변화를 모색하게 한다. 고민하다 보면 답을
찾고, 다른 선택을 하면서 개인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과 갈등의 대상인 도시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도시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늠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유독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받는 문화충격 중의 하나가 바로 아파트이다. 한강 양쪽으로 즐비한 고층의 아파트가 외국인들의 시선에는 희한한 광경인 것이다. 저자는
아파트와 외관 외에도 길을 없애는 문제를 지적한다. 동네를 실핏줄처럼 엮던 골목들이 모두 단지 안에 포함되어버리고 단지를 에워싸는 큰 도로만
생기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 단지는 지하 주차장만 만들고 비상시 소방도로만 만들고 안전을 위해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거주민이 아닌 경우엔, 아파트 단지를 빙 둘러서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길과 광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것을 당부한다. 역사의 고비 때마다 거리를 광장으로 만드는 마술을 부려왔던 우리
민족은, 길과 광장을 낯선 사람과 함께 쓰는 방법에 대해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장고의 시간이 집약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를 읽으며 채워지는 지적 호기심은, 그녀의 도시 3부작을 다 섭렵하고 싶어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