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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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부터 '웰 에이징'에 가치를 두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의 미발표 유고작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죽음에 대해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하는 따스한 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모리 교수는 노년의 도전과제는 웰 에이징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노후는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잘 살아내야 할 단계라고 단언한다.

 

'나이 들면서 기분이 좋고, 나이 드는 일을 좋다고 느끼면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일을 하게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웰 에이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노화의 어려움과 기억 속에서 각자의 필요와 관심사 그리고 능력에 맞는 최선의 노후 생활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더 이상 늙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고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모두의 인생이 멋진 것은 아니다. 유한한 나의 인생을 멋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어야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진정한 나를 만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경제적인 여유로움이 기반된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웰 에이징 하기 위해서 모리는 마음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하고, 삶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웃음으로 온몸을 채우는 삶. 소중한 관계의 가치를 깨우치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인생을 작은 행복들의 합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당부한다.

 

멋있게 나이 드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롭고 충만해지지 않을까.

멘시mensh, 좋은 사람이 되며 멋지고 지혜롭게 나이 들어가기를 바라본다.

 

찬란한 내일을 살아가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부모님의 머리맡에 놓고 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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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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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벼랑 위의 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TJ 클룬은 신작 소설 《시간이 멈추는 찻집》에서 죽음과 상실에 대해 판타지 요소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어른 동화책 같다.

 

잘나가는 로펌 대표 월리스 프라이스가 법무사를 인정사정없이 해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얼마 후,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월리스는 애도하러 와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천하의 둘도 없는 진상'이라 비아냥 거리는 동료들, 진정으로 슬퍼하는 이 하나 없는 초라한 장례식을 마주하게 된다. 씁쓸하던 차에 유령이 된 자신을 데리러 온 사신 메이를 쫓아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 이르는데...

 

시간이 멈추는 찻집에는 휴고라는 사공 흑인 청년, 그의 할아버지 넬슨, 그의 강아지 아폴론, 그리고 사신 메이가 있다. 처음에는 월리스도 다른 망자들처럼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죽음' 상심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 수업』 을 인용해 소설에 녹여냈다.

 

10여 년 읽었던 『상실 수업』 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고통을 견디는 남겨진 이들의 치유에 초점이었는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각색한 TJ클룬이 왜 천재 작가인지 납득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차를 같이 마신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두 번 차를 같이 마신 사람은

귀한 손님이 된다.

세 번 차를 같이 마신 사람은

가족이 된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 中 p.70

 

망자가 사후 세계로 넘어가는 중간 정거장 '시간이 멈추는 찻집'. 제목과 간략한 에피소드만 보았을 때, 드라마 「도깨비」가 떠올랐다. 아마도 저승으로 떠나기 전 이동욱이 따라주는 차 한 잔의 시간이 기억에 남아있어서인듯. 또한 월리스가 자신의 초라한 장례식장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멈추는 찻집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은 꿈이 아닌 현실로 이어진다. 친구 하나 없이 일만 해 온 진상 월러스가 죽음을 맞이한 후, 시간이 멈춘 찻집에서 새로운 이들을 만나 변화되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존재해요.

삶에는 여러 부분이 있고,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요.

시간이 멈추는 찻집 中 p.276

 

특히 시간이 멈추는 찻집의 사신과 사공은 카르마로 인한 억겁의 세월의 벌을 받는 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다는 점이 기존의 판타지물과 차이가 있다. 어쩌면 동서양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은 이승이든 저승이든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타심과 희생 그리고 연대의 희망에 대한 스토리 라인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게다가 퀴어 소설이라는 점도 파격적이다.

 

혼자 못 서 있겠다 싶은 날에는 옆에서 도와줄 거야.

시간이 멈추는 찻집 中 p.552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한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시간이 멈추는 찻집》. '웰 다잉'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즈음, 판타지 소설로 조금 가볍게 접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살아있을 때 더 많이 베풀고, 사랑하고, 살아있음을 만끽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티타임을 가지며 책장을 넘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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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시는 보이차 -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
주은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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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젊은 대표는 일상에 녹아든 보이차 라이프를 소개하며 《시간을 마시는 보이차》에서 차가 삶의 일부로 녹아들 수 있도록 보이차의 매력을 알려준다.

 

그녀가 선호하는 보이차는 무엇인지, 차 맛을 좌우하는 온도 등 찻물을 끓이는 법을 소개하고, 차를 머금은 다구와 찻자리 등 차에 입문한 사람도 전문가처럼 찻 자리를 차릴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젊은 차 애호가가 다실을 열기까지는 차를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는데, 5살 때부터 보이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자주 접하면서 축적된 경험이 차를 보는 눈이 생겨난 것이다.

 

하여 차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싶다면, 가능한 많은 다실을 방문해 직접 마셔보며 다실 주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추천한다. 차의 향과 맛 그리고 수색을 직접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감식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보이차의 3가지 조건★

첫째, 중국 윈난이라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둘째, 찻잎이 다 자라면 손바닥을 가릴 만큼 커지는 키가 큰 교목 차 나무인 대엽종에서 채엽하며

셋째, 햇빛 건조인 쇄청을 한 것을 보이차라고 부를 수 있게 정의해 두었다.

윈난이라는 지역의 경계를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면 그 차는 보이차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나는 찻잎으로 보이차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지라도 발효차 또는 흑차가 될 뿐 보이차가 되지 못한다.

-p.21

 

차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3가지로 품질 좋은 차, 차를 우리는 데 알맞은 다구와 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품질 좋은 차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저자는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 맛이 좌우된다고. 특히 미각이나 후각이 예민하다면 3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달라질 경우 차 맛에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차를 우리는 물로는 산에서 흐르는 물이 으뜸이고,

강물이 중간이고,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물이 가장 나쁜다고 했다.

p.52

 

저자가 즐겨 사용하는 물은 삼다수와 백산수다. 미네랄이 너무 강한 물로 차를 우리면 수색도 맑지 않고, 향이나 맛도 편차가 크다고 한다. 반면에 삼다수와 백산수는 미네랄 함유량이 낮아 차를 우리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생수가 아니더라도 수돗물을 필터 정수기로 사용하거나 하루 정도 받아두었다가 윗물로 끓여도 된다고 하니, 최상의 맛을 구현하고 싶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차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구비해두고 마신다. 그날 기분에 따라 마실 차와 찻잔을 고르는 시간은 하루의 행복한 시간 중 하나다. 혼자 마시는 티타임도 하루를 다독이는 시간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스한 티타임도,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티타임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1일 1티타임은 내게 힐링타임이다.

 

그래서인지 다실을 열어 다회를 즐기는 그녀의 차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이 간다. 좋아하는 일이 일상에 녹아드는 매력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공간에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일단, 저자가 계절별로 큐레이션 한 차로 티타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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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을 줄여드립니다 - 1년간의 생산성 실험이 밝혀낸 잘되는 사람의 루틴
크리스 베일리 지음, 황숙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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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TED>가 주목하는 생산성 전문가 크리스 베일리는 1년간의 생산성 실험으로 밝혀낸 잘 되는 사람의 루틴을 토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드립니다》에서 생산성을 높여 삶의 여유를 높이는 25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생산성은 '얼마나 많은 양의 일을 해치우는가'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며, 전적으로 '얼마나 많이 성취하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수도승처럼 일하면 업무 처리가 너무 느려 어떤 일도 완수할 수 없고, 주식 트레이더처럼 일했다가는 너무 성급해서 중요한 것을 가려내며 지혜롭게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수도승과 주식 트레이더 사이에서 적당한 속도로 일한다. 그들은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속도를 갖춘 동시에 일의 중요도에 따라 의식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느긋한 태도로 일한다.

 

생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간, 주의력, 에너지를 관리가 필요하다. 얼마나 지혜롭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무엇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얼마나 많은 동기와 에너지를 가졌는가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평균적인 하루 에너지 수위를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에 업무를 처리하라고 권한다. 에너지와 주의력이 떨어질 때 업무에 매진하기 보다, 에너지와 주의력이 높은 시간에 업무에 매진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시간과 주의력 그리고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것을 당부한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 삶의 여유를 높이는 비밀 전략 25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 덜 일하고 더 성취하는 비밀 ★

하나, 진짜 목적 찾기

둘, 가장 영향력 있는 일 가려내기

셋, 하루에 딱 세 가지 해내기

넷,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 파악하기

다섯, 거들떠보기 싫은 일과 친해지기

여섯, 미래의 자신과 접촉하기

일곱, 규칙적으로 인터넷 차단하기

여덟, '나인 투 식스'에서 벗어나기

아홉, 주 20시간 일하고 문제없이 살기

열, 메이커 스케줄인가, 매니저 스케줄인가

열하나, 잡일은 한꺼번에 해치우기

열둘, 영향력 낮은 일 단순화하기

열셋, 보조 업무에 집중하는 빈도 낮추기

열넷, 시간 가치가 낮은 일 위임하기

열다섯, 할 일 목록 만들기와 머릿속 비우기

열일곱, 생각이 방랑하는 시간 갖기

열여덟, 속도를 늦추고 의식적으로 일하기

열아홉, 디지털 단식하기

스물,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기

스물하나, 마음 챙김과 명상을 일상화하기

스물둘, 작은 변화로 식습관 개선하기

스물셋, 영리하게 카페인 섭취하기

스물넷, 운동으로 뇌 기능 키우기

스물다섯, 잠자리에 드는 시간 통제하기

 

생산성을 높이는 비밀 전략 외에도,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방법도 소개한다. 생산성에서 더 자주 단절하면서 휴식의 시간을 강조하기도 한다. 휴식 시간이 과도하게 적으면 생산성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세 가지를 떠올리고, 긍정적인 경험을 기록하며,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등 자신에게 관대해질수록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에너지가 높은 시간대에 집중하는 것이 생산성 높이는 기본이자 중요 전략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칼퇴를 선호해 4시~6시 에너지 집중도가 높아지는 편인데, 저자의 시간 에너지흐름과 유사해 신기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드립니다》에서 소개한 25가지 비밀 전략이 생활 시스템이 되기만 한다면, 누구나 시간 부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루에 딱 3가지 해내기',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기', '우선순위대로 일 처리하기' 등 일상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기본부터 하나씩 적용하다 보면, 하루에 생각보다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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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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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 『지킬 앤 하이드』. 조승우, 홍광호 주연의 뮤지컬로 두 번이나 봤건만, 정작 원작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터. 소설로 풀어내는 서사는 어떠한지 궁금하던 차에 빅토리아 시대로 배경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어 보았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

두 인격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선과 악을 각자 개별적인 정체성 안에 가둘 수만 있다면,

모든 힘겨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리라.

 

초자연적인 과학 연구에 미쳐 있던 지킬 박사는 인간의 이중성을 약품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가설 하에 자신에게 임상 실험을 시행한다. 지킬 박사는 고귀한 지킬과는 달리 흉측하고 추악한 악의 원형을 띈 하이드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임상을 거듭할수록 지킬 박사는 통제권을 상실하고 악한 영혼 하이드 씨에게 점점 잠식당해가는데...

 

이 모든 것이 암시하는 바는

한 가지 사실이었네.

내가 본래의 더 나은 자아를

서서히 잃어가고,

또 하나의 더 나쁜 자아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p.183

 

지킬 앤 하이드의 음악들을 배경으로 지킬과 하이드의 변화를 가파른 호흡으로 이어나가던 연기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책장도 꽤나 빠른 속도로 넘겨졌다. 소설과 뮤지컬의 차이라면 소설에는 로맨틱 서사가 없었다.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카리스마에 압도되던 뮤지컬과는 달리 소설은 최측근인 변호사 어터슨씨와 엔필드씨 등 지킬의 주변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지킬과 나눈 대화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서 조성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긴장감은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인 듯하다. 게다가 일러스트가 더해져 시각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은 점도 독서의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쓴 선한 이미지 안에 숨어있는 탐욕스럽고 추악한 내면, 악에 대해 그려낸다. 사회적인 명성과 인격을 갖춘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내 안에 잠든 악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악이란 한 번 깨어나면 돌이킬 수 없어지니까 말이다.

 

물론, 다중 인격에 대한 소재가 많이 나와서 어쩌면 지킬 앤 하이드의 심리 묘사가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선과 악을 정체성으로 분리해 가둔다는 철학적 고찰이 담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고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명불허전 문학 작품이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팬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읽어봤을 『보물섬』의 작가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옛 추억으로 돌아가 보물섬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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