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3가지 질문은 프랑스 고등학생이 졸업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 바칼로레아의 철학 과목에 출제된 표제어다. 사실 성인들에게 같은 논제가 주어진다 해도 논리적으로 답변하기 만만치 않은 주제다.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4시간 동안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년간 철학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해당 질문에 철학자들의 논리로 답변할 수 있는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검증한다.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칼로레아를 취득한다는 것은, 시민이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을 쌓았다는 의미로 여겨진다고 한다. 철학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함이 아닌, 철학을 통해 '생각하는 자유'를 획득하고,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고등교육으로 가르친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인 것 같다.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에서 프랑스 시민이 학습하기를 바라는 사고의 틀은 다음과 같다.
철학 이론에 기반하여 논점을 정의하고,
'도입 - 전개 - 결론'의 사고의 틀에 맞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도입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를 복수의 질문으로 변환함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몇 가지 시나리오를 밝힌다. 전개 부분에서는 질문에 대한 긍정 의견과 부정 의견에 대한 주장의 근거를 분석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전개 부분의 논의를 요약하고,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2018년 출제된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먼저 도입 부분에서는 '욕망, 불완전함, 표시'라는 단어에 대해 어떤 의미인지 정의하고, '욕망은 어떻게 기능하는지, 욕망에서 비롯된 불완전함은 옳은가?'등 문제 문장에서 도출한 복수의 질문을 열거하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 예고한다.
전개 부분에서는 '욕망은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가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어떤 철학적인 논거에 의해 정당화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필요에 따라 두 가지 의견을 통합한 의견을 논하기도 한다.
결론으로는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이다' 혹은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가 아니다'라는 전개 부분의 결론을 반복하거나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인 동시에 불완전함을 위한 원동력이다 등의 통합된 의견으로 제시하라고 조언한다.
정리하자면, 주어진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무엇을 논의할지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출처가 명확한 철학적 이론에 기초하여 구조적으로 답변을 구성했는지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의 핵심이다.
소논문을 쓰기 전에 반드시 '문제 선택, 문제 분석, 구성안 작성' 단계를 신중하게 수행해야 한다며, 4시간이라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중 2시간은 이 단계에 할애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구성안 완성 후, 소논문의 답안 작성 시에는 같은 요소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바칼로레아식 사고의 틀을 응용할 수 있도록 연습 문제와 예시들도 수록되어 있으니 비판적 사고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논리적인 사고의 틀로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교양인이라면,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