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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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워낙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고 잘 알려진 고전 명작으로 손 꼽히는 책이 <어린 왕자>로 완독한 적은 없어도 책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중에도 이미 다른 출판사들과 번역가들이 만든 동명의 책들이 많이 나와있는 상황이다.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어린 왕자>를 읽으면 벌써 세 번째로 작품을 읽게 되는 셈이다. 같은 <어린 왕자>인데 출판사와 번역가가 다르다보니 각각 다른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불리우는데 새움출판사를 통해 나온 <어린 왕자>는 확실히 제2의 창작이라는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매끄럽게 읽히는데다 문장의 어색함이 없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 조종사는 어느 날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고, 어린 왕자가 사는 소행성인 B612와 행성을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종의 비유라고 보면 되는데 비행 조종사는 6살 때 그림을 그렸다.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 했지만 실은 그 안에 보아뱀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어린 왕자>는 아이와 어른이 세상을 보는 관점과 해석이 서로 다르다는 걸 명확하고 일관성있게 씌여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실측가능한 숫자로 말해야 이해를 한다거나 각자 자신만의 세계에 사느라 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별을 볼 여유조차 잊고 살아가는 존재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행복의 기준을 물질에서 찾는다.


"어른들은 내가 안에 그린 것이든, 밖에 그린 것이든, 보아뱀 그림은 제쳐두고 대신 지리, 역사, 수학, 그리고 문법에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 나이에 화가로서의 멋진 경력을 포기해 버렸다." - p.16

아마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어른들의 기준이나 잣대로 길을 정해져버리면 아이는 꿈을 키울 수 없다. 어릴 때는 그 아이가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 모르는데 이미 갈 길을 정해놓고 부모의 뜻대로만 특정 직업을 위해 가야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이가 가진 꿈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곁에서 찾아줘야 할 소중한 시간들이 조기유학과 학원생활로 대체되고 있으니 말이다. 저무는 석양과 밤하늘의 별빛을 우러르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꽃 한 송이에게 인사를 할 수 있을만큼의 감수성이 사라져 감을 생텍쥐페리는 안타까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왕자는 차례대로 행성을 여행하는 부분이 나온다. 왕, 자부심이 강한 남자, 술꾼, 사업가, 가로등 지기, 지리학자들인데 모두 어린 왕자가 살았던 소행성처럼 작다. 이들을 만나면서 어린 왕자들은 행성을 떠날 때마다 이런 말을 되풀이 한다. "어른들은 확실히 완전히 특이해." 어린 왕자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사는 세계는 정말 따분하고 쓸데없는 일에 집착할 뿐이다. 한 번 질문한 건 대답을 들을 때까지 되풀이하는 어린 왕자가 보기엔 권력욕이 강한데다 집착하는 왕, 모든 것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남자, 술 마시는 것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술꾼, 숫자에 집착하며 애정을 쏟아붓지도 않을 행성을 사 모으는 사업가, 충실하게 맡은 일을 수행하지만 행성이 작아서 1분마다 가로등을 켰다 껐다하는 가로등 지기,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전부일 뿐인 꽉 막힌 지리학자 등 부끄러운 어른들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어린 왕자는 마지막으로 지구라는 행성에 찾아온 것이다. 그 행성에서 사막 여우를 만나는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길들이기 전에는 수많은 사막여우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내 친구가 되어주고 길들일 때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사막 여우가 된다는 내용은 참 인상적이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랄수록 순수했던 마음, 그때 가졌던 상상력은 퇴색되어 점차 잃어가는 건 아닌지. 아이와 어른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 얼마나 다른지가 이 책의 핵심인 듯 싶다. 비행 조종사가 어린 왕자에게 양을 그려줄 때도 그냥 이 정도면 양인 것 같은데 어린 왕자가 보기에는 병들었거나 늙었거나 뿔이 달린 것은 자신이 원한 양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결국 고심하다 구멍 3개가 뚫린 상자를 그려준다. 그 속에 양이 들어 있다고. 상상력은 바로 무언가를 마음판에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웠던 것이다.



어린 왕자는 꽃과도 말을 걸고, 사막 여우나 뱀하고도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휴화산 2개와 활화산 1개 그리고 장미 꽃 한 송이가 있는 작은 소행성에 사는 어린 왕자는 꼭 비행 조종사의 여섯 살때 모습과 닮아 있다. 그 때는 무엇을 그리든 상상력이 많았고 생명체가 아닌 인형하고도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잃어버린 순수성을 담은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고 한다. 


"하늘을 보라. 자신에게 물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당신들은 모든 것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어른들은 결코 없을 것이다!" - p. 137


어린 왕자를 만나고 사막에서 겨우 구출받아 집으로 돌아온 비행 조종사는 이렇게 말을 끝맺고 있다. 어른들은 '양이 그 꽃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이해하거나 결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사업가처럼 평소에 너무 바쁘기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느새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될 때쯤 그 때 감수성과 상상력을 잃어가버린 점을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왠만한 것을 보고는 감동을 받지 않을만큼 무뎌져 버렸고, '양이 정말 그 꽃을 먹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만큼 세상에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나와 마주하게 된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소행성 B612를 볼 수 있을까?



앙투안 마르 드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인 <어린 왕자>을 다시 읽으면서 정말 세대를 뛰어넘는 고전이란 변치 않는 고유의 메세지성이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왕자 덕에 알게 된 바오밥나무와 사막 여우, 보아뱀, 금빛 목도리를 두른 어린 왕자의 모습. 그렇게 각인된 이미지는 출간 된 후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를 재확인시켜주었다. 보편적인 언어로 씌여졌기 때문에 대를 이어서 사랑받는 책으로 남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책보다는 훨씬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잘된 번역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내가 안에 그린 것이든, 밖에 그린 것이든, 보아뱀 그림은 제쳐두고 대신 지리, 역사, 수학, 그리고 문법에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 나이에 화가로서의 멋진 경력을 포기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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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물어주마 - 왜가 사라진 오늘, 왜를 캐묻다
정봉주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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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많은 사건·사고들이 터졌는데 국민들이 사건의 원인과 책임, 진실 등 무엇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 이 정권에서는 속시원한 답변을 듣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아직도 수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명확하게 진실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과연 이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지켜보면서 신뢰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있지만 책임지는 자들은 없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나선 정권이 지금은 고용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2015년의 사자성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가 뽑혔다고 하는데 '어리석은 군주로 도가 없어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손 놓고 침몰해갔던 세월호를 보듯 무능하기 짝이 없다. 메르스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도 확진 환자에 대한 관리 미비와 병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아 사태를 더욱 키웠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수록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회의감이 밀려든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야 할 정치가 기득권 세력을 비호하며,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지 모르겠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선 지금. 올바른 잣대와 기준은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즐겨듣는 편인데 <김어준의 Papa is>,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노유진의 정치카페>, <나는 꼽사리다>, <정봉주의 전국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끝까지 물어주마>는 바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18세상, 끝까지 묻고 따져야 할 10가지를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나온 내용에서 10가지 주제를 뽑아 책으로 간추렸다. 


1. 전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가?

2. 왜 미친 전세는 잡히지 않는가?

3. 왜 폭증하는 가계부채 내버려두는가?

4. 우리는 왜 아직 세월호를 떠나보낼 수 없는가?

5. 쌍용자동차, 무엇을 위해 2,002일을 싸웠는가?

6. 누가 민주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렸는가?

7. 김영란법은 왜 시행도 전에 누더기 법안이 됐는가?

8. 국가는 왜 국민을 해킹하는가?

9. 한반도의 이익이 빠진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관계가 성립하는가?

10. 왜 0.1%의 그리스 경제위기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사안들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이 정권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대강 머릿 속에 그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정권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지금보다 더 고용환경은 열악해질 것이며, 악화될 뿐이지 더 나아지고 발전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다. 국민들의 알권리와 소신있는 발언들은 속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다. 일자리에 대한 부족현상과 불안함. 실체없는 창조경제.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와 법. 헬조선과 삼포세대, 칠포세대라는 신조어들이 왜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한다면 서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국민들게 신뢰받는 일관성있는 행정과 법 집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안 될 것 같다. 이럴때일수록 젊은층은 팟캐스트를 들으며 현실정치와 사회, 경제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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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 언제 가도 나를 위로해주는
김태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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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에필로그에 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장을 넘기며 여긴 어딘지?라며 감탄한 곳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로케이션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촬영한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되었다. 과연 그 곳에 가면 마음이 치유받고 위로받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솔직히 이런 류의 책은 1~2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천천히 사진을 음미하면서 읽어도 충분할만큼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곳곳에 박히는 말들.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질 떄쯤 우린 그 생활이 주는 갑갑함에 어디론가로 떠나는 탈출을 계획하며 산다. 언제 가더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공허한 마음, 지친 영혼이 잠시 쉬어도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그런 곳이 그리워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이 열심히 사는거라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 곳엔 내가 없었다. 덜컹거리며 가는 혼잡한 지하철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만원 버스에서도 내 존재라는 건 무리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눈 앞을 가로막는 빌딩숲에서 벗어나 탁트인 푸르른 자연 앞에서는 내가 짊어진 고민이 다 날라가는 것만 같다. 회귀본능처럼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인위적인 안락함이나 풍요로움이 아니라 이렇게 자연으로 빨려 들어가면 드넓은 세상 안에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직 내 마음에서 전해오는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우리는 꿈꾼다.



로케이션 매니저. 이름도 생소한 직업이다. 촬영지를 미리 답사하고 사진촬영을 한다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을테고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과 분명 다를 듯 싶다. 한국 내에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가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된 곳은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어진다. <도리화가>라는 영화에 나온 곳도 정말 아름답고 멋졌는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곳이 참 많은 것 같다. 멋진 사진과 일상이 담긴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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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지지 않는 마음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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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가만히 있는 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나와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럴때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괜한 열등감에 휩싸여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고립된 채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지나가야 했다. 점점 가족형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1인 가구의 급증하며 다둥이 가족은 특이한 케이스가 되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보니 인간관계의 폭은 협소해진다. 공동체의 기반이 약해지면서 자신이 사는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려서 지낸다는 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존할 수 있다. 열정과 능력만 갖추면 모든 못해낼 일이 없다며 극심한 취업난을 애둘러 외면한다. 여기저기 상처받을 일 투성이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부러졌는지 모르는 말이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며 값싼 꿈타령에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희망고문에 지친 몸을 겨우 누울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깊이가 낮고 가볍게 만나다가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그만큼 서로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보니 마음도 쉽게 다치는지도 모르겠다. 상사의 엄한 질책을 듣거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떄면 마음은 심하게 요동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으로 주목받는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인 <부러지지 않는 마음>에선 마음을 단단하게 갖추기 위해 필요한 방법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2) 타인과 깊이 있게 사귄다. 3) 정체성에 뿌리를 내린다.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 연대에 관한 부분이다. 한 사람을 사귀더라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깊이 있게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동네 형,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놀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사귈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쉬웠지만 지금은 자발적이고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안정되고 단단해지면 타인과의 관계 또한 서툴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내겐 서툰 부분이긴 하다. 온전한 내 자신이 스스럼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갖고 대화를 나누기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위안이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전달해줘서 읽기 편했던 책이다. 다시 또 사이토 다카시 만의 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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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한국사 -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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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가 아닌 검정 교과서로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자란 세대다. 나름 역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교과서에 상당 부분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치욕스런 장면은 간단하게 기록되거나 조선 왕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외부 세력의 침입에 의해서 일어난 결과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도 따지고 보면 무능한 조선 정부와 꽉 막힌 외교력에 의한 것이다. 성리학과 대명사상은 다양한 가능성을 일축시킨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 외의 것은 전부 배척시킨 시대다. 조선 시대에 탐관 오리들이 만연한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조정에서는 각 도별로 할당액을 내린다고 한다. 조선은 군포에 따라서 세금을 걷고 있는데 문제는 그만큼의 성인이 있어야 하는데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 부족한 세금을 걷기 위해 소년이나 노인 심지어 죽은 자에게까지 군포를 부과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고 삼정의 군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명백하게 따지면 조선 왕실과 재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배하였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쌀 농사를 지어도 재배한 것은 최소한의 것만 제외하곤 모두 빼앗아 가는데 농민들이 신바람나서 일할 이유조차 없었다.


약간 충격받은 것은 고려, 조선 시대는 중국, 일본 심지어 동남아보다 못하는 후진국이었다는 것이다. 주 식량인 쌀은 재배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기후상 일모작을 하는 데 비해 일본이나 중국은 이모작을 하며 동남아는 삼모작, 사모작까지 가능했다. 1차 산업 뿐이었던 시대에는 농업이나 어업 생산력에서 비교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잘 살았던 나라가 아니라 겨우 배고픔만 면한 채 허기져서 살았던 것이다. 


역사란 부끄럽고 치욕스럽지만 그것도 배워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영토가 지금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넓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 책을 읽으니 지금처럼 한민족으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융합되지 않은 신라가 통일했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답을 찾는다. 고구려는 지역 특성상 북방 민족과 중국 등 수많은 나라와 전쟁을 치뤄야만 했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여러 문화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에서 의문점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유익한 일인데 학교에서 배울 때는 저자처럼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답을 찾는 교육방식이라 그 범위 이외의 것은 시간낭비라 여기는지 진짜 역사를 학교 현장에서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역사의 이런 답답하고 비굴한 모습들이 전혀 불편하거나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실제적 역사를 정치적인 모략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왜곡시키고 미화시켜 다른 의도로 해석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바른 역사를 알아가는 일이라 요즘처럼 역사 문제로 인해 의견이 분분할 때 꼭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고대부터 현대사까지 한국 사람이라면 의견이 분분할 내용을 꼬집어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재특회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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