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거짓말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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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국 사회는 인문학에서도 편중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교과서로부터 이어져 고착된 듯 싶다. 지배계층의 역사만을 추종하며 다른 시각과 관점을 배재하면서 기계적으로 답을 외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넓고 다양하게 역사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걸 깨우쳤던 것이 <책의 정신>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유사한 선상에서 우리가 숭상해 온 인문학을 낱낱이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가 믿어 온 진실들이 사실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의문을 왜 품지 못하고 있었을까? 그리스 철학자 중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톤텔레스는 노예제를 주장하며 민주주의를 반대해 온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시중에는 이들을 다룬 책들이 왜 그렇게 많은걸까?


저자의 모든 주장에 다 동의할 수는 없어도(특히 종교에 관해서는) 인문학을 지배층에서 잘못 인용할 경우 하나의 논리로 피지배계층을 권력의 도구로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플라톤의 <국가>라는 책으로부터 파생된 우생학이 대표적인데 한창 제국주의가 지배했던 시대에 통했던 논리다. 나치스는 이 우생학으로 유대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해 대대적인 학살을 감행한 바 있다. 고전은 무조건 진리일거라는 맹신보다는 그 고전이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 사실은 사람을 계층으로 구분하여 차별과 배제한 인문이었다. 저자가 주장한 것은 명확하게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민주적인 모든 것은 인문이라고 지칭할 수 없다.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각 꼭지별로 읽게 되면 그 나름대로 집중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한 깨우침을 얻을 때는 호기심이 왕성하게 일어서 내가 믿어왔던 것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인문학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워낙 시중에는 인문학을 바로 알자는 책들이 무수히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식상하다고 느낄만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인문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로 알자는 취지로 저자가 쓴 책이다. 한국 사회의 학문은 너무 한 쪽으로 편중된 경향이 없잖아 있다. 프로이트가 잠식했던 심리학 분야에서 기시미 이치로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이 알려졌듯 이 책을 통해 인문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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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2017-06-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이봉호 작가의 ‘음란한 인문학‘을 읽고 있는데 다 읽는 대로 ‘인문학의 거짓말‘도 구입해봐야 겠네요~!!!
 
흉터의 꽃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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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우리의 지난 역사의 기록인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 그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경남 합천으로 취재차 내려간다. 저자도 경남 합천 출신인데 소설 형식을 빌어 취재기록을 플래시 백을 하면서 중간마다 그들의 증언을 듣는 방식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이야기에 살을 더 보탤 수가 있고 현장감을 살릴 수가 있기 때문에 몰입이 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합천에서 태어나 부유한 형으로부터 천대받으며 살아간 강순구가 장인으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가 가난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는 그 한폭탄에 그들은 그곳에 있었다. 어느 자료보다 생생하게 그 당시로 돌아간 듯 피폭 후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합천으로 돌아왔는데 한창 꽃 필 나이의 분희는 원폭 피해를 입어 얼굴이 보기 흉하게 바뀌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게 다가왔다. 



아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원폭 피해로 인한 후유증과 고통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했다. 원폭 피해를 입은 분들의 이야기도 증언을 통해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도 얼마나 처참했는지 마음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소재로 나온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그들의 절박함과 서러움, 힘든 시기를 이 악물고 이겨내야 했던 모습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원자폭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폭탄이었는데 히로시마 인구 33만명 중 14만명이 사망하고 나가사키는 7만명이 사망했다. 합쳐서 대략 21만 여명이 한 순간에 죽게 되었는데 히로시마에 거주하고 있던 7만명의 조선인 중 3만명이, 나가사키에서는 1만명이 죽음을 당해야 했던 생지옥의 현장이었다.



분희는 여자가 누려야 할 아름다움을 모두 상실해 버렸지만 그의 곁에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철이 있었다. 이웃하면서 친하게 지낸 동철은 분희를 사랑하게 되었고 분희의 흉터에 꽃을 가져다 댄다. 동철이 진달래 꽃가지로 분희의 흉터에 가져다 대는 그 행위만으로 동철의 마음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분희가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게 만든 건 바로 진심이 담긴 사랑이었다. 둘 다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는데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과 비극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가의 필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본인이 원치 않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이길 바라며.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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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Basic 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월터 포스터 크리에이티브 팀 지음, 오윤성 옮김 / 미디어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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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기초를 어설프게나마 배웠던 것이 8~9년전인데 그 당시로 소환된 듯 제대로 된 교재를 만난 느낌이다. 월터 포스터는 워낙 드로잉 분야에서 유명한 분인데다 체계적으로 드로잉의 배울 수 있도록 한 권에 모든 테크닉과 노하우를 담았으니 그저 열심히 따라 그리면서 배우기에 좋은 책이다. 물론 반복적으로 연습하지 않고 실력이 늘 수는 없다. 그때도 드로잉을 하기에 앞서 길게 선을 그리는 연습을 수백번 반복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선을 그리는 감각이 몸에 배게 하는 게 쉬운 과정이 아니다. 웹 디자이너면서 항상 약했던 것이 드로잉이었다. 드로잉을 잘하는 디자이너들이 부러웠던 이유가 그렇게 드로잉해서 만든 캐릭터 혹은 오브젝트들을 스캐너로 떠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창작성과 독창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드로잉에 관한 한 교재와 같은 책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또 관련 사진들이 있어서 실습해보기도 좋은 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취미생활이나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직업에 플러스 요인을 가져가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꽃, 풍경, 동물, 고양이, 개, 말, 인물, 인체, 어린 아이, 인체 해부, 정물, 드로잉 심화까지 드로잉을 배운 사람이라면 단골로 삼는 주제들이라서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드로잉북이 가진 좋은 장점 중에 하나는 미술학원에 등록하거나 관련 모임에 나가지 않아도 스스로 익혀나갈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몰입해서 그리다보면 점점 실력이 늘고 하나하나 완성해나갈 때마다 더 난이도가 높은 주제에 도전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기초부터 설명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교재처럼 곁에 두고 따라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실제로 몇 번 따라해봤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쉽지는 않았다. 선이 너무 어설펐고 인체에 대한 균형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책이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 연습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일반 대중들도 쉽게 드로잉을 배우기 위해 만든 책이다. 시간과 노력만 투자할 수 있다면 굳이 미술 학원에 등록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따라해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앞으로 드로잉을 연습하고 싶을 때 꺼내게 될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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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 - 전략기획가 제갈량에게 배우는 창의적 사고와 결단력
쌍찐롱 지음, 박주은 옮김 / 다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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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이라 불리우는 마흔. 불혹은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나이라고 한다.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면서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벌써 내 나이도 그쯤이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나이다. <마흔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는 그래서 이 시기에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삼국지는 이미 이문열이 쓴 <삼국지>를 완독해서 대강의 스토리를 알고 있고 코에이의 <삼국지>라는 게임으로 수차례 즐겼기 때문에 등장하는 군주, 군사, 장군, 모사의 이름은 익숙하다. 그래서였을까? 주로 제갈량을 중심으로 쓴 이 책의 에피소드들이 쏙쏙 들어왔다. 이 책의 구성은 대략 이렇다. 제갈량이 자신의 지모를 발휘하여 승리로 이끈 전쟁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는 지략해설과 활용으로 한층 더 깊이있게 그 지혜를 회사와 조직에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부가설명이 잘 되어 있다.


삼국지 시대에는 뛰어난 모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제갈량(제갈공명)은 특출났다. 신출귀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고 완벽한 전략과 전술로 불리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삼국지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방대한 삼국지를 다 읽은 듯한 느낌이다. 지략 해설과 더불어서 읽으니 제갈량이 보인 계책과 지략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활용은 다소 아쉬웠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파트가 바로 활용 부분이었는데 지극히 당연하고 뻔한 말이었고, 나중에는 넘겨버리며 읽게 되었다. 그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삼국지에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위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푹 빠지면서 읽을만한 책이다. 고전의 재활용의 좋은 선례로 다시 그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자는 컨셉이 괜찮았다.


직장도 사회도 모두 전쟁터와 같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술이 전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들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배우고 알아야할 것도 많다. 삶에 여유를 찾고 경쟁과 워커홀릭에 파묻힌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어떤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우아하게 위기를 모면하거나 상대방이 예의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제갈량의 지혜와 대담함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떤 상황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상대방을 완전히 당황하게 만드는 그의 완벽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리가 반드시 제갈량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 삶의 지혜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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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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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출판사에 출간된 이후로 10년만에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으로 재간행되어 나온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은 명성답게 심오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책 제목이 궁금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만엔은 일본 연호 중 하나인데 1860년으로 대를 이어서 중첩된 사건을 절묘하게 결합시켜서 탄생한 제목이었다. 만엔에 골짜기 마을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났는데 바로 주인공인 마쓰사부로의 증조부의 동생이었다. 그 후 100년이 지나 선조의 투쟁기에 심취해 있던 동생 다카시가 풋볼 팀을 만들어서 슈퍼마켓 천황에 대항하여 습격한 사건으로 이후 형인 마쓰사부로와의 갈등을 매조짓게 된다. 함축된 의미가 다수 내포된 제목이다. 574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후 15년이 흐른 시점의 일본인의 모습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자 일본 근대문학 중 최고작으로 뽑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잘 분석한 평론이나 서평, 해설집 만으로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 기억으로부터 잠재된 다카시의 폭력성과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으로 대표되는 이 소설은 근대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첫 시작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얼굴을 빨갛게 칠하고 항문에 오이를 박힌 채 목 매달아 죽은 친구는 그 전에 요양소에서 치료받으며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여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쓰사부로의 설득으로 미국에서 돌아온 다카시는 마을 청년들에게 풋볼이라는 걸 가르치면서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열정을 그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그러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조선인 백승기가 모자라는 생필품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에 분노하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슈퍼마켓을 습격하여 약탈한다. 일본은 패전 후에도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불행한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사실 이 작품은 진득하게 읽기에는 좋은 데 거대한 스케일의 대서사시라서 조금의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0~1967년의 시대적 정황을 알고 읽으면 작가가 등장인물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 인간의 모습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국내에서도 일본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봤을만한 대표적인 작가라 이 소설이 가진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자기 비하와 수치심의 감정들.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주체할 수 없는 광기들을 사실적인 필체와 디테일함으로 쓴 책이다.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다 워낙 호흡이 긴 작품이라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은 나무랄 데 없는 소설이라서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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